정부의 환경오염피해 구제,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이상의 개선책 필요

– 여전히 엄격하게 검증된 피해만을 대상으로 하는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 –

 

 

환경부가 오늘(18일)부터 환경피해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구제급여를 우선 지급하고 원인자에게 구상하는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은 현행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및구제에관한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피해구제 기능의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급여제도의 필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법의 적용과 운영에서 또다시 정부 스스로 환경피해 구제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은 그 대상을 국가나 지자체가 환경역학조사를 진행한 사업에 한정하고 있다. 시설로 인한 환경피해라고 의심되는 피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역학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피해는 이번 선지급 시범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역에서 또 우리 주변에서 환경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학조사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이고 예외적인 경우이다. 정부가 이미 선지급 지급절차를 기존 구제급여지급 절차를 준하여 판단하겠다고 하는 거라면 지역의 다양한 의심되는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구제급여지급절차에 따라 조사과정에서 피해여부, 선지급 여부를 판단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급박하거나 신속 하에 피해 구제가 필요한 대상에게 구제급여 선지급을 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로 보면 처음부터 신청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결국 신속한 구제와 선지급이라는 것을 편의적으로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구제급여 선지급’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더해서 정부가 더욱 긴급하고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환경오염피해’의 인정여부가 좀더 완화되거나 예외적으로 되어야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역학조사를 통해 오염원과 피해자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현행 구제급여 지급절차보다 더 까다로운 검증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김포 사례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역학조사가 진행되었고 초원지리 지역주민의 암 발생비가 2.08로 나타나는 등 통해 피해가 확인되었지만 구제급여신청이 기각되었다. 이유 중의 하나는 개인적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피해자가 신청하면 정부가 조사를 통해 그런 인과관계를 판단하라는 것이었는데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이다. 더구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피해 추정’이나 ‘상당한 개연성’정도로 피해 입증을 완화했다고 했음에도 실제 적용과정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엄격한 적용을 하여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와 같은 환경피해구제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법 적용‧운영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국가와 지자체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한 환경피해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취지에 맞게 적용이 될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현 환경오염피해구제 급여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조사(최대45일)보다도 더 엄격한 조사‧검증을 요하는 환경역학조사를 통해 인과관계 확인된 피해만을 대상으로 선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정부 스스로 환경오염피해 구제 및 선지급 제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신청자를 환경역학조사가 진행된 사례로 제한하는 이유를 ‘정부 역학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도한 피해구제 선지급 신청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과 피해자 입장에서의 환경오염피해구제제도와 선지급제도의 적극성을 살리는 운영이라기보다는 운영 편의만을 생각하는 태도이며 환경부 스스로 현재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구제 기능을 축소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구제급여 선지급을 할 수 있고 그 대상 조건은 이미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환경부의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구제급여 지급조건보다 더 엄격하게 ‘시범사업’이라고 해서 추진하고 있다. 구제급여 선지급이 요구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 구제급여지급보다 더 확대된 대상과 조건을 허용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경부는 그 대상을 줄이고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필요와 역할이 좀 더 구제기능을 보완하고 실효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필요하다면 혹시라도 피해구제기능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여 처음부터 구제 기능을 축소하기 보다는 불가피하게 악용되더라도 환경피해구제가 필요한 집단과 개인이 제외되지 않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환경부가 발표한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은 피해구제측면에서 그 적용과 운영이 보완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필요한 것은 법의 제정취지에 반하여 운영되면서 제 기능 못하고 반쪽짜리 법이 되고 있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피해구제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개선책이 시급하다.

 

 

2017. 8. 18

환경정의

[논평] 정부의 환경오염피해 구제,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 이상의 개선책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