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감금하고 위협해도 괜찮은가?


감금, 협박 등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제주지방법원 집행유예


판결에 분노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매일 같이 살해되고 있으며,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의 대부분은 매우 친밀한 관계의 상대에 의해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 2,03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인미수로 살아남았고, 이는 약 21시간 30분마다 1명의 여성이 살인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말한다.


 


지난달 길에서 만취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길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트럭으로 돌진까지 한 데이트 폭력 동영상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연이어 3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40대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데이트 폭력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과 소유욕, 집착 등으로 발생하며 상당수가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 사실을 드러내길 꺼리거나, 보복의 두려움이나 수치심으로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범죄라고 인식을 하지 못해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본인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8월8일 제주지방법원은 자신의 집에 놀러온 여성을 51시간 동안 감금한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피해 상황은 주점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가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피해자 손을 잡아끌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의 방법으로 사흘 동안 감금하고 흉기를 보여주며 "가려면 나를 죽이고 가라, 보내줄 거면 죽여서 관에 넣어 보내겠다." 라고 폭언하는 등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피해자를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저지른 범행으로 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또 피고인의 건강이 나쁜 점 등을 참고해 이 같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판결을 내리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좋아하는 마음과 건강’은 고려하면서 ‘삼일 동안 감금되어 살해 협박을 받은 피해자의 공포와 상처’는 고려하지 않은 것인가?


혹은 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처럼 죽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한 것인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이 단순한 사랑싸움일 뿐이라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이 남아있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당사자 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폭행이나 보복 등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상 참작이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이다.


 


지난 7월 30일 이성교제 중 발생하는 폭력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의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 되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더욱 강력해 질것이라 기대해 본다. 더불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과 사회 전반에 데이트 폭력이 범죄로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에 있어 재판부는 가해자가 ‘초범이어서, 반성하고 있어서, 건강이 좋지 못해서 등등...’의 이유에 앞서 피해자가 겪은 ‘고통과 상처’를 우선 생각하여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법정서와 멀어지는 판결은 안 된다.


피해자의 상처를 감싸고 도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원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2017년 8월 9일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제주여성인권연대/제주여민회/제주여성회/서귀포여성회


 


데이프폭력판결관련 성명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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