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그리고 남 모두 일체의 군사위협 중단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가 또 다시 위기이다. 가공할 무기를 앞세워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북한과 미국의 위협적인 언사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요동치는 한반도에 우리의 평화가 질식당하고 있다. 이 땅에서 그 어떤 무력행동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우리는, 남·북·미 모두에게 더 이상 한반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최근 북한은 연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은 강도 높은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를 채택한 것이었다. 8월 21일 시작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한미 당국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총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군사압박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을 제재와 압박으로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행동과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5차례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는 동안 유엔 안보리는 모두 8번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한·미 당국은 매번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과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하지만 북한은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끌어안고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도 제재와 압박으로 북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가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은 대화보다는 더 많은 제재와 압박을 가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는 과거 실패한 접근법을 반복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핵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모색하자고 했던 6자회담이 중단되었던 10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었다. 얼마 전 한 외신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의 평가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는 물론 협상 재개의 문턱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선제적인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남북관계 개선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핵 능력을 강화해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전면적이고 과감한 정책의 전환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도 실현되기 어렵다. 어쩌면 지금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대담한 정책전환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북·미 그리고 남 모두 일체의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추가적인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동시에 한미 당국은 북한을 겨냥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과 러시아 뿐만아니라 북한과 미국 일각에서 검토되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완화시키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기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조치이다. 조만간 있을 UFG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방어용으로 작동할 수 없는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 한미일 MD체계의 일환으로 작동될 사드 배치는 중국을 더욱 자극하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진할 뿐이다. 더불어 사드 장비 가동과 공사를 중단하고 박근혜 정권에서 불법적으로 강행된 사드배치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우리는 북미 당국은 물론 남북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었던 시기는 대화와 협상이 부재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한반도 주민들에게 공포와 불안 상태를 감내하라고 요구하면서, 오랜 핵 갈등과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킬 뿐인 압박과 제재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던 것은 언제나 대화와 협상이었다. 북, 미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행 조치를 요구하지 말고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당장 나서야 한다. 남북 간의 대화 역시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의 적대 행위와 비방을 중단하기 위해 제안한 회담을 북 측이 외면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 마련과 민간교류 재개를 시작으로 남북관계의 복원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 측은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남 측도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 핵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행동에 나설 것이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의 재개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오는 10월 10.4 선언 10주년에 즈음한 남북공동행사도 추진할 것이다. 남북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참여를 기대한다. 또한 전쟁상태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핵무기의 개발과 반입, 이동,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비핵지대 설립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을 펼쳐 갈 것이다.

2017. 8. 10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10개 단체)

대구여성단체연합/대구여성노동자회/대구여성의전화/대구참여연대/대구여성회/새벗도서관/우리복지시민연합/전국교수노동조합대구경북지부/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