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에 대한 부산경실련의 입장]

 

정부는 지역의 요구를 수용하여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라!

혈세 1천억 원 투입하고도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어

의료 분권을 위해서도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 완성되어야

 

꿈의 암 치료기,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지난 2010년에 1,95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시작되었다. 당초 국비 700억 원, 지방비 500억 원(부산시와 기장군 각 250억 원), 원자력의학원 분담액 750억 원으로 편성되었는데, 이 중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2차 공모 끝에 서울대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정부와 서울대병원이 조율중인 상태에 있다.

 

중입자가속기는 정상 세포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는 '현존 최고의 암 치료기'로 불리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암과 힘겹게 싸우는 환자들로서는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2016년 완공예정이던 의료용 중입자가속기센터는 현재까지 건물만 지어졌고 시설 장비가 없는 텅 빈 상태로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출발했다.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처음부터 750억 원을 민자유치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장비시설은 갖추지 못하고 건물만 텅 빈 상태로 남게 되었다.

 

이 사업은 당초 연구개발(R&D) 방식의 사업으로 수년간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수익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치료기기를 도입하는 쪽으로 사업을 변경하였다. 결국 수년간 시간과 혈세를 낭비한 꼴이 되어 버렸다.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차질을 거듭하는 사이 서울 연세의료원이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국내 선점 효과마저 빼앗기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또한 2010년 이후 기장 중입자가속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비롯해 지역 의료계가 소외되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렇듯 기장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국민 혈세 1천억 원을 들여 빈 건물만 준공한 총체적 부실 사업이다.

 

좌초위기에 처한 기장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자신들이 분담하기로 한 750억 원의 마련을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을 최소 10년 보장하고 매년 운영비 일부를 별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2차 공모를 냈고, 서울대병원이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되어 서울대병원과 정부가 조율 중이다. 하지만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까지 내 놓은 것에 대해 노조를 비롯한 병원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한 서울대병원으로 최종 결정되어도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가 중앙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부산시와 기장군의 혈세를 받으면서 자칫 서울대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국책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있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사업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정부는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산시와 기장군, 그리고 지역 의료계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을 위해 정부는 부산시,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비롯한 지역 의료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의료분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더 이상의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일 없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기장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2017810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원 허 이만수 한성국 조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