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사드 가동 및 추가배치 중단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
– 사드를 가동·추가배치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기만이다
지난 28일, 국방부는 지금처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임시가동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사드배치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범정부 합동 TF가 구성된 지 50여일 만이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 전체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 실시와 동시에 사드배치 부지 일부에 대한 기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와 협의할 것이며, 기 배치된 장비의 임시운용을 위한 보완공사·연료공급·편의시설 공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즉각적으로 한미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대북제재안 마련,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회의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우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2006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에도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열 한 번째이다. 가용한 자원을 무기개발과 실험에 집중하는 북한의 행보는 주민들의 삶을 희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며, 북한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군사적 대응을 높이는 행위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사드 추가 배치 등의 군사적 대응과 제재는 북핵·미사일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그동안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실효성이 없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만 높아졌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멈춘 시기와 북한의 핵 능력이 커진 시기는 정확히 일치한다. 대화가 단절되며 위험은 커져왔다. 출범 당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의지와 노력, 진정성을 피력하였듯, 문재인 정부는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 일변도의 정책보다 창의적, 평화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남, 북 정부 모두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서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범정부 합동 TF)는 사드배치 및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입장과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범정부 합동 TF는 사드배치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만든 것이다. 국방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만 하기 위해 사드 부지를 두 개(1단계 32만 8,779㎡, 2단계 37만㎡)로 나누어 공여하려던‘부지 쪼개기 꼼수’계획이 밝혀진 직후에 구성되었다. 지금처럼 국방부가 범정부 합동 TF의 건의를 받아들여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국방부가 아닌 범정부 합동 TF에서 직접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및 의혹에 대한 경위, 향후 적용하려는 절차 및 법적 근거, 주민과 시민사회 의견 수렴에 대한 계획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드는 배치 절차뿐만 아니라 그 효용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미사일로는 사거리와 고도, 속도가 맞지 않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은 사드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여줄 뿐이다.
셋째, 사드 부지에 대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사드배치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사업이고, 군사적 효용성과 군사 레이더가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란이 많은 만큼 사업 계획 전반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정책계획과 관련한‘입지의 타당성 및 계획의 적절성 판단’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공여하려는 전체 사드 부지 면적이 70만㎡임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고 부지를 나눈 정황이 이미 지난 5월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지난 정부에 편법으로 진행했던‘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반려되어야 한다. 기습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계속해서 가동시키고, 발사대 추가배치, 주변지역 보완공사를 지속하는 등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키고 국방부의 부지 쪼개기 꼼수에‘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분칠을 해주는 것이다. 사드 장비 가동을 중단·철수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실시해야 한다.
넷째, 사드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관련하여 성주와 김천지역 주민, 원불교,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공개적인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다. 사드배치 부지 결정과 강행 과정에서 성주와 김천지역 주민들, 시민사회단체는 어떠한 공식 설명을 들은 적이 없었고, 관계 정부부처에 대한 여러 건의 고발과 소송, 감사청구를 진행 중이다. 사드배치 사업 계획에 대한 적절성, 입지타당성에 대한 평가 없이 국방부가 일방적으로‘주민지원 정책’과‘전자파 안전성 검증 공청회’를 제안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시민의 열망을 안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애초 발표한 입장대로 환경영향평가법 등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여 사드배치 사업을 결정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기만적인 방식으로는 사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장기화되고 깊어질 것이다. 관계부처,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하는 공개토론회와 설명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환경회의는 문재인 정부에 사드 임시가동 중단 및 장비 철거, 사드배치 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 그리고 남과 북 정부 모두에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평화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