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댁 아짐은 어두컴컴한 새벽에 고추를 땁니다. 아침나절 9시만 되어도 불볕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니 새벽부터 서둘러서 고추를 세가마니 땄다고 자랑하시네요. “오메, 오진 거잉. 농사는 이맛에 짓는당께.” “아짐. 아침진지는 자셨소?” “이제 묵어야제. 어서 한 숟가락 떠묵고 고추 씻어서 햇볕에 널어 말려야제.” 햇볕이 뜨겁다고 탓할 아짐이 아니네요. “아! 햇볕이 따끈따끈해야 고추도 마르고 깨꽃도 훤히 피고 나락모도 쑥쑥 잘 크는 벱이여잉.” 농사가 햇볕, 비, 바람, 천지간의 도움으로 되는 일이라지만, 자연의 뜻에 따라 묵묵히 일해 온 아짐은 정말 큰일을 하고 계신 것이지요. 아짐는 허리도 굽고 무릎도 아프고 온 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