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견 서 |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한 인사와 검증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초기 내각 30% 여성 임명,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 실현을 공약하며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수석, 보훈처장, 외교부 장관 등 주요 공직에 여성을 임명하고 현재까지 28.6%의 여성장관을 인선함으로써 성평등 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최소 40%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고 청와대 비서실이나 차관 등의 인선에서 성비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성평등 인사 실현이라는 점에서는 여성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몇 몇 인선에서 후보자의 왜곡된 여성관, 성차별적 인식과 행동 등으로 사회적 논란도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를 둘러싼 최근의 양상은 문재인 정부에 산술적 성비균형을 넘어 성평등한 인사정책의 기본 철학과 가치를 성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성평등한 인사 추천 및 검증 기준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한다. |
■ 성평등 인사 및 검증 기준마련의 방향
1.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인 여성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1기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과 피우진 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임용하였다. 이들 인사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독점해 왔던 영역에 여성을 임용함으로써 유리천장을 깨고 실질적인 성평등 인사를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새 정부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현재까지 내정 또는 임명된 여성 장관은 총 4명으로 내각의 여성 비율은 28.6%이다. 임기 초반에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부터 시작하여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관직을 제외한 대통령 비서실과 차관급 인사, 새 정부에서 구성된 주요 위원회에서 여성 비율은 매우 저조하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할 비서실에서 여성수석은 인사수석이 유일하다. 청와대와 차관급 인사에서 여성 비율은 현재까지 16.7%에 불과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여성 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최소 40%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돌봄 민주주의나 성평등의 실현을 위한 사회구조의 개혁에 있어 여성 대표성 확대는 중심적인 과제이다. 여성 대표성 확대는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정책 결정과 실행에 여성들의 동등한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 부처 및 위원회 등 공직 전반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수내각으로 상징되는 여성대표성 확대는 내각만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2. 성평등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직인사 기준에 성평등 의식을 포함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미 표방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단순히 대통령 개인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철학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며, ‘성평등’이 국가의 목표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성평등 국가를 실현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각 분야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혐오를 멈추는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당면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돌파하고 건강한 정치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정책을 추진하는 인사의 성평등 관점과 인식, 태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사를 통해 대통령은 국정의 방향과 목표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인선 과정에서 ‘성평등 의식’의 부재가 드러나고 있다. 성평등은 여성의 대표성 확대, 젠더 정책 실행과 함께 그동안 고질적으로, 관행적으로 사회에서 불리하고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고, 차별적인 관행이 개선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에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사가 임명되면서 성평등을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탁현민 행정관의 차별적인 인식이 공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탁 행정관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은 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철학으로서의 성평등 의식이 공직 인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정부는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5년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 대학의 명예교수가 여성비하 발언을 이유로 사임했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사례나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음란ㆍ혐오 메시지를 올린 입학예정자 10여 명에 대해 합격을 취소했던 사례는 공직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민간 영역에서도 성평등 의식이 인사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는 국제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개별 인사에 대하여 성평등 관점에서 검증기준은 무엇인지,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야 하며, 전체 인사에서도 그 기준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3. 투명한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정부의 성평등 인사는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하거나 생물학적인 여성의 참여 비율을 달성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ㆍ사회 문화의 견고한 카르텔에 균열을 내고,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인권감수성을 갖춘 인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추천과정에서부터 투명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또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인사를 위해서는 한 개인이 삶 속에서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 왔는지 그 궤적을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성평등 관점을 성찰할 수 있는 자가진단서, 인사 검증 담당자들과 심층 인터뷰 등 구체적인 검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여성ㆍ인권ㆍ시민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인사 기준으로서 성평등 의식과 관점을 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성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멸시와 비하가 용인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한 성찰적 과정이 되어야 한다.
■ 성평등한 인사정책 실현을 위한 요구
1. 성평등 국정과제 실현 할 여성 대표성 확대해야 한다.
2. 성평등 의식의 인사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 성평등하고 투명한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017년 6월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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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지부 28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