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이상을 담아내기엔 역부족
정부와 여당은 어제(5일) 기존 17부·5처·16청을 18부·5처·17청으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국민안전처 해체,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해양경찰청 부활 등이 골자다. 국토교통부에 일부 쪼개져 있던 수자원 정책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환경 관련 조직개편도 일부 단행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탈핵을 위한 에너지정책 관련해서는 부족함이 눈에 띤다. 산업과 통상을 지금처럼 하나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정책 역시 기존대로 산업자원통상부 소관으로 존치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재난현장 안전과 자연 생태계 보전, 사회 변화에 따른 기관 위상 조정 등을 핵심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향후 진행될 개헌논의에 맞춘 2차 정부조직개편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은 과정과 내용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이상을 담아내기에 충분치 않다.
먼저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 충분히 사회적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염두에 둘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소통과정 없이 한 달 만에 정부조직개편안 논의를 마무리했다. 정책결정과 집행이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현대사회에서 정부조직개편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또 정부조직개편은 시대요구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정치행위 중 하나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조직개편은 지난 정부의 적폐 청산과 극심한 양극화로 무너져 내린 사회가치 재정립을 위한 역할도 담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 행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사회 그룹까지 아우른 민주적 논의기구 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에서 보듯 깜깜이로 진행되는 즉흥적 조직개편은 예산 낭비와 행정조직 비효율성 그리고 정책 실패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라면 ‘광화문 1번지’의 의미를 정부조직개편에서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걸쳐 논의와 토론을 종결시켰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내용을 살펴봐도 기대와 우려가 함께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와 재발 방지에 역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지난 한달 동안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왜곡된 물관리 정책의 과제를 단순히 물관리 일원화로 결론내릴 수는 없다. 지금껏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에서 실패의 한 축은 분명 환경부였다. 따라서 왜곡된 물관리 정책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합당한 방향을 국토부와 환경부 등 정부안에서 고민하고 혁신한 연후 정부조직개편안에 그 지향이 담겨야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관련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 된 것이다. 4대강사업을 줄곧 비판해 온 시민사회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그리고 당면과제임에도 정부조직개편안에 그 내용이 아예 빠진 것들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불거진 유해화학물질 관리의 사각지대 해결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심히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는 단계적 핵발전소 폐쇄를 통한 ‘원전제로’공약을 천명했다. 결국 핵심은 탈핵과 재생에너지 확대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 활성화 정책을 산업기반으로 두면서 새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산업자원통상부 소관으로 에너지 정책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또 공약 사항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 강화나 그에 준하는 제반조치가 빠진 부분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적폐청산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태가치 회복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강조해온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추가로 진행될 정부조직개편은 과정과 내용 모두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이상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여야 한다. 한국환경회의는 촛불대통령을 일궈낸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할 문재인 정부를 응원한다. 그리고 당면한 환경과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조치들이 정부조직이라는 형식 안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7. 6. 6
한국환경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