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7 에코페미니즘 학교 5

우리는 어떻게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갈까

작성자 : 에코페미니즘 학교 서포터즈 이희지 / 지유진

 

 

5강.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이영롱 사회과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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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후기 : 이희지

 

우린 ‘좋은 노동’을 원한다. 그렇다면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

<사표의 이유>의 저자 이영롱 강사님의소개에 따르면, 우리는 대안을 원하지만 그 대안이라고 여겨왔던 노동 현장에서도 ‘좋은 노동’ 이라 볼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사회적 기업에서의 좋은 노동은 과연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사표 세대 3040은 이제 옛얘기다. 20대의 사표가 늘고 있다. 2030 청년의 노동 제약 조건에는

 

  1. 일을 하러 들어 갈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
  2. 유지의 어려움

 

이 있는데, 첫번째 진입장벽이 뜻하는 바는, 아예 노동을 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고스펙을 요구하고, 계약직 고용 후 해고하는 일들 등이다. 두번째는, 노동을 하면서 제대로 된 일상의 지속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는 영리적 기업에서의 노동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도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영리적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노동력을 생산력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을 노동자로 보기보다, 그 노동성에마 중시하는 경향이있는 것 같다. 노동 현장에서 탈락된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그것이 기업의 윤리와 반한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는 그런 경향을 가진다.

영리적 기업에서의 노동이 ‘나쁜 노동’을 낳을 수 있는 구조라고 하고, 대안을 생각해봤을 때 빠르게 떠오르는 것은 사회적 기업이다. 그런데 앞서 강사님께서 사회적 기업 안에서도 나쁜 노동이라 여길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은 어떨까?

 

사회적 기업에서 노동하는 청년들이 대체로 노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하며 알아보았다. 사회적 기업에서 노동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일단 내가 노동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떠올려보았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과 장소의 융통성, 복지 정도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아! 늦게 출근하는 것도 괜찮다.”라는 걸 느껴보고싶었다. 정해진 시간에 가서,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오는 일이 빈번했었기 때문에 출퇴근시간이 고무줄처럼 내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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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청년들이 노동에서 중요하다 여기는 가치는 ‘주체성’ 이었다. 노동과 주거가 함께 해결되는 노동자의 인터뷰였는데, 집문제도 해결되니 한달에 적은 돈을 받고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주거로 연결점이 있었다. 또, ‘할 수 없으면 하지 않아도되’ 라고 여기는 분위기에서 내가 정말 할수 있는 것을 하는 과정에서 주체성이 느껴졌다는 청년도 있었다.

특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리는 많은 기업과 반대로 ‘하지마’ 라는 말은 매우 듣고 싶은 말이지 않나. 매우 공감되고 신기했다. 하지만, 주체성을 박탈당하는 느낌도 분명 존재 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위 핵심 멤버와 주변적 멤버가 나뉘어지니 당연히 주변 멤버들은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하게 되고 의견 반영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두번째로, ‘협동과 공동체적 가치’를 꼽은 청년노동자도 있었다. 단순히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닌,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로서 존재하는 것에 만족했다. 반대로, 협동하고자 시간과 돈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들어온 것인데, 그에 상응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 대한 지지를 받는 다면 조직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는 ‘성장’을 꼽았는데, 개인의 성장이 사회적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고 답한 반면, 개인의 성장보다 기업의 성장을 우선시하여 개인이 부품이 된 것 같음을 느끼는 응답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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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응답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노동에서 중요한 가치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나쁜 노동’은 없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의 의사소통과 논의를 통해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꼭지로, 노동을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산시간과 죽은 시간으로 나누어보았다. 산사간이 노동이 행복한 시간, 연대하고, 평등하다고 느끼는 시간이라면, 죽은 시간은 분리, 고립되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기업 안에서 좋은 노동에 대한 가치추구를 할때, 이런 개념을 사용하여 산시간을 늘리는 노력들, 그리고 죽은 시간이 산 시간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들이 일터에서의 목표가 되도록 하는 과정이 반드시 존재해야한다. 강의 중에 강사님께서 ‘좋은 노동은 행운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운이 안좋아서’ 나쁜 노동현장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또는 ‘운이 좋아서’ 걔는 그런 좋은 데서 일을 한다는 말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노력의 주체를 항상 노동자에게만 돌리는데,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의사소통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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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좋은 노동을 꿈꾼다. 그러나 당위와 현실은 아직 거리가 멀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요구하는 평균적인 노동의 강도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다. 많은 돈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을 한 값어치는 당연히 받아야한다. 또한, 경제적인 것을 떠나 노동 현장 당시에서의 요소들에 대한 논의가 항상 이루어져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조별 토의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왜 항상 말단 노동자들끼리만 논의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 약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한 분은 이렇게 얘기해주셨다. ‘위에서 아래로’는 사실상 불가할 것 같다고. 그것도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중요한 것은, 불편한 것을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결론 짓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 바람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좋은 노동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지속적으로 좋은 노동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준 강연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내 노동도 다른 누군가의 노동도 특히 그 자신에게 뜻깊은 좋은 노동이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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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후기 : 지유진

‘좋다’ 라는 말에 항상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분이 좋은 것은 기쁘고 설레는 감정이 일 때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인데 좋은 가정, 좋은 일, 좋은 생활 이라고 하면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애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가 더 기대됐나 봅니다.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라는 강의가 에코페미니즘 학교의 마지막 강연이어서 더 의미가 크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좋은 노동은 가능할까?’ 그 이전에 고민하는 것은 ‘그렇다면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일 것입니다. 이영롱 강연자께서는 우리가 자신과 사회에 가지고 있는 좋은 노동에 대한 질문들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강연자님이 말씀하시는 좋은 노동은 살아있는 시간이 많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노동이며, 자신이 만족하는 노동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살아있는 시간은 연대와 평등을 하는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자신만의 가치를 구현하며 노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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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 협동조합원의 이야기였습니다. 조직원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이었고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업이라 행복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후배간 관계가 권력관계였던 학과를 졸업하고 대화 없이 개인주의가 심한 회사를 경험했던 터라 더 이입을 해서 들었습니다. 당연하게만 받아들인 권력행사자와 수용자 조직, 노동 생산성이 우선인 회사, 복지를 상대적으로 받아들여 다른 곳보다는 내가 있는 곳이 나을 수도 있다는 잘못된 합리화 등의 고정관념들이 쩍쩍 갈라졌습니다.

 

이런 생각들의 틀이 완전히 깨진 것은 토론에서였습니다. 이번 강의의 첫 번째 토론주제는 <일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였는데요. 막연하게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었던 제게, 일은 급여노동만을 뜻한다고 여겼던 제게 다른 분들의 의견들은 학교였습니다. 소중한 배움의 경험은 항상 토론 자리에서 이루어져왔는데 5강의 토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기본소득, 돌봄노동, 여성노동 등 다양한 조의 발표는 앞서 있던 강연의 깊이를 한 층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 살아있는 시간과 죽어 있는 시간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과연 바른 생각일까요. 영리기업에서의 노동은 좋은 노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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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전에 품었던 의문들은 더 다양한 갈래로 퍼져 수많은 질문들이 다시 제게로 돌아왔습니다. 급여노동자로서 ‘돈’으로만 노동의 보상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제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실이 각박하면 각박한대로 살지 않기 위해 항상 마음을 컨트롤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질문들에 정확한 답을 내리진 못하더라도 근처에라도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에코페미니즘 학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