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환경권을 제공하라

환경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

 

촛불대선이 성큼 다가왔다. 대선후보자들의 열띤 토론의 열기도 열기지만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저마다의 공약을 내세우며 유세를 하는 후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내세우는 정책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 정책이다.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을 괴롭혀온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며 모든 후보가 칼자루를 빼들었다. 환경정책에 대해 그간 관심이 많지 않던 대선후보들과 달리 올해는 유난히 미세먼지 정책이 중요한 것으로 부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도구로 인식되어왔다. 시화호 간척사업부터 시작해 새만금 간척사업, 4대강까지 이어진 대규모 토목공사는 보통 경제성장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국가주도의 건설사업을 떠나서 환경을 자원으로 보는 양태는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그 때부터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이어져왔다.

 

‘나의 일, 나의 이슈’ 

국제적이고 가시적인 환경이슈인 기후변화나 열대우림파괴, 희귀동물멸종 등 개인에게 먼 일이라고 여겨졌던 환경문제가 이제는 ‘자신’의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사는 지역에 갑자기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원전 부지로 선정되었다면? 내가 식수로 이용하는 낙동강이 녹조로 오염이 되었다면? 내가 산 가습기 살균제가 나와 내 아이의 건강을 해친 원인이라면? 어른인 나보다 아이에게 미세먼지가 더 악영향을 준다면? 20년간 쓴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면? 

이런 물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했던 지난 시간동안,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늘 ‘환경은 인간이 이용가능하다’는 관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관점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환경이슈에서 드러나는 불평등의 문제

지난 3월 OECD의 국내 환경성과평가가 발표되었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10년에 한 번씩 각 국으로부터 주요한 환경 과제를 추천받아 환경성과를 검토해 권고안을 해당국에 보낸다. 3번째 진행되는 이번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룬 환경이슈는 한국의 요청에 의해 폐기물, 물자 관리 및 순환 경제, 그리고 OECD 회원국 중 최초로 환경정의를 심층평가 하였다. 환경정의는 환경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환경을 매개로 하여 특정 사회계층이 겪는 불평등을 바로 잡아 환경 이용의 혜택과 피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심층평가를 통해 받은 결과는 냉정했다. OECD는 한국의 법이나 제도상에서 환경정의의 명확한 개념도 정립되어 있지 않고 목표도 설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평가에서, 환경불평등의 예시로 밀양 송전탑 건설 분쟁을 꼽았다. 울산 신고리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고압 송전탑을 밀양에 세우려고 하는 한국전력과 이를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간의 갈등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지역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드러냈었다. 전기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수도권 거주자인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 된다. 이 분쟁은 혜택과 피해를 받는 당사자가 지역적으로 다르다는 측면에서 지역 간 환경불평등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건이다.

지역 간 환경불평등을 떠나 이러한 환경불평등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관리되지 않은 화학물질은 신체가 아직 다 크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올바른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은 비민주적인 것이며 또한 노약자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는 면에서 세대 간 환경불평등이라 볼 수 있다.

유해물질이 다량 발견된 생리대는 많은 여성들이 사용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길게는 30년을 유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만이 전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전 국민을 괴롭히는 미세먼지는 또한 가습기 살균제에서 드러난 불평등과 마찬가지로 노인, 어린아이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런 세대 간 환경불평등이 아니더라도 불평등은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마스크를 꾸준히 살 수 없는 계급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온 종일 밖에서 근무하는 지하철 노동자·청소 노동자·톨게이트 노동자 등 직업 간에서도 발견된다.

 

환경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 

환경부가 OECD에 제안한 환경정의 분야가 평가되면서 밝혀진 것은 국내에 환경불평등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OECD의 권고안에 따라 환경부는 환경정의 증진을 위한 정책방안을 연구하고 이행 계획을 마련 할 것이라 발표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중요한 이 시점에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열린 것이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자원의 고갈·오염이 주가 아니다. 이미 환경과 인간은 촘촘하게 연결되어있어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환경정의라는 개념을 도입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요구이며 환경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사)환경정의는 차기정부에 환경정의 10대 정책을 제안하였다. 환경정의 개념을 법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환경정의성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세대인 어린이의 환경권을 보호하는 정책 등을 제안했다.

최근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환경이슈인 미세먼지의 경우, (사)환경정의가 제안한 것처럼 ‘환경정의 특별관리대상(가칭)’으로 지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 지표면에 가깝게 머물기 때문에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폐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기관지가 약한 노약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등 개념을 가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김포의 거물대리지역은 개별입지 공장이 주민거주지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알 수 없는 매연가스와 수질·토지 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김포지역의 폐암 발생률이 타 지역에 비해 2.08% 상승했다는 것이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지역을 ‘환경정의 취약지구(가칭)’로 지정한다면 주민들의 피해를 직시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약자(현 세대의 저소득층, 노령층, 여성, 어린이, 장애인, 미래세대)들에게 환경상의 피해, 박탈, 부담, 훼손 등의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는 이 시점에 기존과 같이 자원 이용, 보호에 초점을 맞춘 환경 정책들이 재생산된다면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반복될 것이다.

이런 제안들을 적극 수용해 보다 구체적이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적용된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환경권을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돌려줄 차례이다.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0919에 기고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