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 조금은 사그라졌습니다.
모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을 유지하는 지금, 집에서 나와 산책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안 그래도 바쁜 시기에 멀리 떠나기엔 부담스럽다고요?
그렇다면 여유를 즐기면서 도심을 거닐어보세요!
녹색교통운동에서 진행했던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공모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살고 계신 박선양씨가 소개해준 ‘충정로 보물찾기 길’입니다.
보행길 폭원 |
도로 연장 |
보행시간 |
보행안전성 |
약 3m ~ 36m |
약 2050m |
약 30분 |
중 |
중구 충정로1가에서 출발하여 서대문구 충정로2가에서 끝나는 '충정로 보물찾기 길'은
충정로 지역의 근현대 역사적 자취와 건축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 길입니다. 조선시대
한양도성 서대문 구간의 바로 옆, 경성의 중심이 된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만큼 초창기
아파트를 비롯한 도시조직이 잘 남아있습니다. 2km 남짓한 구간이라 1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다니기에 적합한 길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함께 충정로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보겠습니다!
■ 시점 : 쌀박물관과 농업박물관
서대문역 5번 출구에서 몇 걸음 나오면 쌀박물관과 농업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충정로 보물찾기 길이 시작됩니다. 서대문역에는 농협중앙회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농협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에는 농업의 역사와 농산품의 재배, 활용 과정 등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농업박물관 앞에는 오두막과 물레방아가 있어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조선시대 장군 김종서의 집터이기도 합니다.
맞은편에는 4·19혁명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어 들르시기에 좋습니다.
■ 지점1 : 만초천 흔적
충정로 보물찾기 길은 시점(농협 쌀박물관)에서 통일로4길을 따라갑니다.
통일로4길은 보행길 지도와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이 곡선의 비밀은 바로 이 길이 만초천*(욱천)을 복개하여 만든 도로라는 점입니다.
무심코 걷는 길이 과거에는 물이 흐르던 하천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만초천: 서대문구 무악재 인근에서 발현하여 원효대교 부근에서 한강과 만나는 하천
■ 지점2 : 서대문정거장 터
이화여고 후문 바로 앞에는 서대문정거장 표식이 있습니다.
표식의 설명처럼 서대문정거장은 경인선 개통당시의 시발역이었습니다.
서대문정거장이 있었던 시기에 이 일대는 숙박업 등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 다수 분포했고,
외국인 거주 비율도 높았던 곳입니다.
■ 지점3 : 의주로소공원
(표지판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tylee1993/220796951486)
의주로소공원은 경찰청 맞은편에 위치한 소공원으로, 걷기 도중 쉬어가기 좋습니다.
이 공원은 경찰기념공원이기도 한데 대한민국 경찰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고,
순직하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되었습니다.
■ 지점4 : 서소문아파트
통일로4길의 하천복개도로는 이 서소문아파트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이 아파트는 하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지어진 아파트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형태가 하천을 따라 곡선의 형태를 하고 있어 지나가다 한번 쯤 쳐다보게 됩니다.
1972년 지어져 40대 중반을 넘은 아파트인데, 법이 바뀌면서 하천복개지역에는(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낡은 모습이지만 재건축을 하지 않고 지어진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소문아파트를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하는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저층부에는 상가가 들어선, 초기 주상복합아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점5 : 서소문건널목
서소문 일대에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갑니다.
대부분 구간에서 철도는 지하화 되었지만 이 구간에서는 아직 평지를 지나고 있어
이렇게 건널목이 설치되어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위로는 경의선 철길을 빠르게 건너기 위해 설치된 서소문 고가차로입니다.
■ 지점6 : 상수도사업본부
서소문건널목을 지나 서소문로를 따라가면 서울특별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나옵니다.
나무로 우거진 쉼터와 아리수 음수대가 있어 걷다가 쉬어가기 좋은 지점입니다.
시원한 아리수 한잔 마시고 힘내서 남은 코스도 걸을 수 있습니다.
■ 지점7 : 프랑스대사관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1961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로,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손꼽히는 건축물입니다.
한국적 정서의 유려한 곡선미와 가벼움이 느껴지는 지붕, 입면의 비례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건물입니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정로를 산책하면서 꼭! 보고가야 할 중요 지점입니다.
■ 지점8 : 충정로사람들 시비
서소문로 언덕을 오르다보면 고층 오피스빌딩 사이에 '충정로 사람들'이라는 시비(詩碑)가 있습니다.
뒤로는 공개공지가 함께 있어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 지점9 : 구 이명래 고약집
‘이명래 고약’으로 유명했던 명래한의원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세련된 호프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충정로 사람들은 이명래 고약과 고약집에서 나던
고약냄새를 기억할 만큼 명물이었습니다.
■ 지점10 : 충정각
충정각은 유럽과 일본, 한국적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로 1910년대 건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일인 건축가에 의해 지어져 벨기에 영사관저로 쓰였고, 개인이 거주하다가 현재는
레스토랑 겸 갤러리 ‘충정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건축물로 대로변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공간입니다.
■ 지점11 : 충정아파트
초록색의 외벽이 눈에 띠는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알려진 충정아파트입니다.
1930년 지어져 현재까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서소문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저층부에는 상가가 입점한 ‘주상복합’의 아파트입니다.
이전에는 호텔로 사용된 독특한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 지점12 : 충청2교
충정2교는 1970년 건설, 1979년 확장된 고가도로입니다.
경의선 철로 위로 충정로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충정2교를 건너면 고층빌딩 사이로 지나가는 경의선 열차를 시시때때로 볼 수 있습니다.
우측 사진에 보이는 철로 중간에도 간이 건널목이 있었으나, 2006년 즈음 폐쇄되었습니다.
■ 지점13 : 미동초등학교
미근동에 자리한 미동초등학교는 2017년 개교 112주년을 맞이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들 중 하나입니다.
태권도 시범단으로 유명하며,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여왕 방한 당시 미동초등학교를 방문,
태권도 시범경기를 관람한 바 있습니다.
미동초등학교는 공지영의 소설 ‘봉순이 언니’에도 등장 합니다.
■ 지점14 : 미동초등학교 앞 육교
미동초교 앞에는 1970년대 지어진 보도육교가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있던 많은 육교들이 철거되었지만 이 육교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서대문 고가도로가 있던 시기(1971~2015)에는 이 부근을 지는 차량의 속도가 빨라 미동초를 다니는
어린이들을 고려하여 보도육교가 철거되지 않았지만, 서대문 고가 철거 이후에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현재는 충정로2가와 미근동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멀게 하는 요소입니다.
■ 지점15 : 미동아파트
육교를 건너면 노란색의 아파트가 눈에 띱니다.
충정로 일대 서소문, 충정아파트에 이어 오래된 아파트인 미동아파트입니다. 1969년 완공된 아파트로,
앞에서 지나온 아파트들과 마찬가지로 저층부에 상가가 입지한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밝은 노란색의 묵직한 이 건물은 오랜 시간 충정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습니다.
정동에 MBC방송국이 있던 시절, 연예인들도 다수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지점16 : 충정로현대아파트
개명아파트를 재건축한 충정로현대아파트
이승만대통령 개명아파트 시잘
(국가기록원 CET0024875)
마지막 지점은 충정로현대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자리에는 1959년 지어진 H모양의 개명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시찰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이 아파트에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사업이 실시되어 1991년 현재의 충정로 현대아파트가 완공되었습니다.
■ 종점 : 선교교육원
종점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이 있습니다.
경기대로 중간에 위치한 이 건물은 등록문화재133호로 지정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입니다.
서양근대건축 양식에 한국적 양식이 가미된, 100년의 가까운 역사를 지닌 건물이며
기독교 장로회의 해방·민중 신학의 산실로 의미가 큰 건물입니다.
여기까지 ‘충정로 보물찾기 길’이었습니다. 어떠신가요?
길지 않은 거리에 이렇게나 많은 보물들이 숨어있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여러분들도 직접 다니면서 저희가 소개한 이야기들, 혹은 저희도 보지 못한 보물들을 찾아보시고
각자의 기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도로, 건축물과 자연은 현재의 모습이 되는 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것들 하나하나에 역사의 흔적이 담겨져 있고 우리는 그 흔적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변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계속해서 이야기는 쌓여나가겠지요.
그리고 미래에 기억하게 될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길은 어떤가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어떤 보물들이 숨겨져 있나요?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소중하게 남겨진 역사와 삶의 흔적들을 우리 함께 찾아봅시다.
그리고 올해에도 이어지는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에 참가해서 상금을 노려봅시다.^^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은 추후에 공고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