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국제도서관 유치 (현 부평도서관 부지) - 부평구 이단비 님의 공약
청소년과 리빙랩의 만남
청소년들이 도시 환경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실험인 ‘리빙랩’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리빙랩은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생활하는 공간에서 직접 실험하면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방법론입니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생생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실험 과정에 제품 및 정책 서비스 사용자로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여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리빙랩’을 넘어 ‘소셜리빙랩’의 개념을 제안했는데요. 여기에는 기술적인 요소나 결과물의 실효성과 더불어 시민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살갗에 와닿는 실질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인지하게 되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리빙랩 방식이 청소년 역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교통의 자율권도 적고,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 탓에 하루하루 동선이 짧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생활 반경 안에서 실험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청소년과 리빙랩이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청소년이 리빙랩의 문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과정을 중시하되, 결과물을 명확하게 설정해 실험하도록 중심을 함께 잡아야 합니다.
‘모로 가나 서울만 가면 그만’이라고 하지 말아요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모로 가나 서울만 가면 그만’이라는 옛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목적 자체보다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리빙랩 개념은 기술을 이용한 해결책을 시도해보는 것이 특징이지만,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에서는 기술적인 요소에 방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소년의 시각으로 직접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자원을 만나고 연계하여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는 있습니다.
또, 이 과정의 결과물이 청소년 공간의 확보로 바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현재 도시 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문제를 청소년 공간의 유무 문제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각자의 마땅한 자리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계획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공간의 창출보다는 새로운 활동 혹은 놀이 문화를 만들어냄으로써 각자의 자리를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놀이 문화 시설이 더 빈약한 지역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공간 구축을 위한 노력에 앞서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역사회 안에서 시도해본다는 측면에서도 유의미합니다.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결과물보다 청소년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교육 과정을 구성했습니다. 편의상 ‘교육’이라고 명명했지만, 청소년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촉진 역할을 하는 워크숍 성격을 띱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실험에 앞서 각 팀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실험을 직접 설계해보는 과정을 가지는 셈입니다.
팝업실험실: 지역사회 안에서 실험 ‘재료’ 찾기
활동은 ‘목포 무안 쏘다니기’, ‘목포 무안 뜯어보기’, ‘뚝딱뚝딱 만들어 보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살고있는 동네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장면들을 포착하고, 각자가 느꼈던 불편한 지점을 또래와 함께 공유하면서 기존에 소속해 있던 가정, 학교, 학원 너머의 사회를 마주합니다.
‘목포 무안 쏘다니기’에서는 먼저, 개인의 일상을 돌아보고, 또 일상에서 동네를 새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자의 관심사에서 공통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목포 무안 뜯어보기’는 각자가 관찰한 내용을 함께 분석하고, 지역사회에서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으로 이어갑니다. 막연하게 앉은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실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며 실험의 ‘재료’를 찾고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삼은 ‘뚝딱뚝딱 만들기’에서 청소년들은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을 찾아봅니다.
직접 찾아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역할을 정의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제삼자의 관점에서 발견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험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계획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실험 주제에 따라 역할과 방식은 다르지만, 지역사회와 느슨한 연결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로컬실험실: 실패해도 괜찮아, 끝까지 시도하기만 한다면
실험을 위한 준비 활동 이후,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면 청소년들은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애초에 시도하려고 했던 목표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목표가 동일해도 결과물의 형태가 바뀌는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기본적으로 ‘실험’이라는 과정이 실패를 전제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위주 정규 과정을 따르고 있는 청소년이 실패할 수 있는 기회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의 실패를 견뎌줄 수 있는 든든한 안전지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에 지역사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마다 차용되는 속담인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로 연결된 지역사회의 자원들은 청소년들이 안전 신호를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연결되는 지역 자원으로부터 ‘관심과 열정은 있으나 방법이 없기에, 혹은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행동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이런 자원을 새로이 발굴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실험 과정에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해결 과정의 실마리를 찾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은 자신을 돕는 이에게서 응원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시도했던 몇 가지와 교훈
지난해 전남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반복되면서 프로젝트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이 함께 모이고, 또 지역사회에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였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만났습니다. 총 세 번의 ‘팝업 실험실’은 줌(Zoom)에서 열렸습니다. 4~6명으로 구성된 각 팀은 한 장소에 모여있고, 희망제작소가 중앙에서 이끄는 활동을 함께 따라가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각 워크숍 활동의 목적과 방법을 안내하면, 각 팀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토론한 내용을 전지와 포스트잇에 기록해 전체 인원이 참여하는 카톡방에 모든 결과물을 아카이빙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다른 팀에게 목소리로 직접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각 팀에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멘토(mentor)가 한 명씩 함께 했습니다. 멘토는 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 안에서 수시로 인적 물적 자원들을 찾아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팝업실험실’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멘토들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워크숍 활동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현장의 전반적인 활동을 이끌고 운영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장에서 멘토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리빙랩을 직접 운영하는 경험을 하면서 지역의 청소년 분야 활동가 역시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에서는 더 쉬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멘토들과 온라인으로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협업하는 방식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며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애초에 계획했던 내용과 달랐던 점은 중학생 나이대(14~16세)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리빙랩은 성인의 경우에도 난이도가 높은 활동이기에 처음에는 고등학생(17~19세) 청소년들이 적합하리라 예상했는데요.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은 대학 입시 준비에 묶여 있어 교외 활동을 자유롭지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중학생이 모였습니다. 일부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은 활발하게 참여했고, 재미있었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해당 글은 단행본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멋으로 해결하지’ 중 일부 발췌해 게재되었습니다.
※ 본 강연과 워크숍은 모든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손소독제 사용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진주, 남원 지역파트너가 한 자리에 모여 역량 강화를
2021 내일상상프로젝트 <네트워크 역량강화 교육 – 완독, 사람책!>이 지난 5월 18일 남원에서 열렸습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춘향골마을공동체, 진주교육공동체 결 3개 지역 파트너와 희망제작소, 임미경 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장님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이번 자리는 지역자원조사 방법으로 활용되는 사람책 운영 및 지역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사례로 엿보는 휴먼북 운영
혹시 사람책을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하면 사람책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사람을 책처럼 빌려서 그의 경험을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임미경 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장과 함께 사람책을 세계 최초로 가장 먼저 시작했던 덴마크 사례부터 노원휴먼라이브러리의 사례까지 살펴봤습니다.
지난 2000년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창안한 휴먼북을 창안하면서 세계적으로 ‘사람책’ 붐을 일으켰습니다. 사람책은 편견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책을 사용했는데요. 나의 주제에 관해 쓰고, 소개하고, 다른 사람의 주제를 읽어보는 과정은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벤트 성격이 강해 한 날 한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 진행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열리는 사람책은 취지나 목적보다 방법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일상적인 성격이 강해서 언제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요. 임 관장은 덴마크와 한국에서 활용하는 사람책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이를 보완해 현장에서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노원휴먼라이브러리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노원구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정책입니다.
노원구의 지리적으로 서울시에서 변두리에 위치해있고, 서울시 자치구인 강서구 다음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이 가장 많은 곳인데요. 그만큼 취약계층이나 정서적 고립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 때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로 꼽혔고, 이러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노원구는 구내 정책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노원구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상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휴먼북(사람책) 발굴, 열람, 아카이빙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휴먼북 발굴의 경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 또는 기관장·단체장·시민 등을 정기적으로 만나 추천을 받거나 공개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휴먼북을 진행할 때 필요한 운영 및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휴먼북 열람 규정을 비롯해 휴먼북 진행 시 주의사항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또 아카이빙 측면에서 이용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찾아서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휴먼북은 도서관의 장서 분류법인 십진법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2년에 한번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휴먼북과 휴먼북 간 네트워크 지원을 위해 동아리, 소모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청소년이 휴먼북을 운영하는 <주니어 사서학교>, 청소년이 질문지를 작성하고 지역 주민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세대 공감 인생이야기>를 하는 등 청소년과 지역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미경 관장은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휴먼북의 형태도 전자책(e-book)으로 가공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비대면으로 휴먼북을 운영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변화된 일상에 맞춰 휴먼라이브러리를 다양하게 변주해 운영하는 게 휴먼라이브러리의 확장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참가자의 특성 고려해 ‘사람책’ 변주해야
2부에서는 희망제작소와 각 지역 파트너에서 사람책을 포함한 자원조사 활용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안성여고에서 진행했던 <꿈잡고 프로젝트> 활동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12개 분야에서 사람책을 초청해 진행하고 워크숍을 통해 5개팀을 선정, 학교를 무대로 실험해보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람책과 어떤 활동과 연계할지 설정할 지를 면밀하게 고려하면서 청소년, 멘토, 교사 모두에게 사람책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는 인물 자원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을 상세히 나눴습니다. 사람책 연계를 염두에 두고 인물자원들을 섭외했는데요.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휴먼북 선정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자원을 어떤 기준으로 섭외할지, 리스트를 만들고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진로와 접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사전탐색워크숍을 통해 사람책을 학습하고 ‘팀 정하기’, ‘주제 선정하기’ 등을 거친 후 기획워크숍을 통해 팀별로 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을 정하고 주제를 정하는 사전워크숍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PMI(Plus, Minus, Interesting) 기법을 활용해 1부, 2부에서 나누었던 내용을 회고했습니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흥미로웠던 점,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을 함께 나눴는데요.
사람책 진행 이후 십진법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사람책을 공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더 알고 싶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람책의 사례를 나누고, 이를 접목하여 프로젝트 연계 방안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N개의 주체에 따라 N개의 사람책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역과 특성에 맞춰 변화 가능하다는 점이 사람책의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덴마크의 사례처럼 사람책의 목적을 분명하게 세우고, 노원휴먼라이브러리처럼 작은 장치로 질서를 세우는 일을 참고하되 내가 속한 지역과 함께하는 참가자의 특성에 따라 사람책을 변주해 기획하는 게 중요합니다.<2021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도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춘향골교육공동체, 진주교육공동체 결만의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책이 보다 즐겁게 시도되길 기대합니다.
– 글: 손혜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 사진: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희망제작소 유튜브
https://youtu.be/rCvkGH8vEDk Q.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이시원: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입니다. 희망제작소는 협력기관으로서 전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는 지역 파트너가 직접 청소년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역 파트너는 남원의 춘향골교육공동체(시내권역),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지리산권역), 진주의 진주교육공동체 결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운영되지만, 같은 지역에서 3년간 연속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2016~2018년까지는 전주·순창·장수·진안 지역의 청소년을 만났고, 2019년부터 전북 남원과 경남 진주 지역과 새로운 3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변화를 단기간에 측정하지 않으려는 비전과 맞물리고, 지역사회에 <내일상상프로젝트>가 가진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3년간 사업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청소년 진로탐색은?
Q. 지금 시대에 <내일상상프로젝트>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시원: 과거에는 ‘평생 직업’, ‘평생 직장’이 중요했잖아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2030세대 사이에 ‘N잡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직업 외에 사이드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진로 탐색은 직업에 관한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보다 ‘직업 탄력성’을 활용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드는 일이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Q.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이시원: 수도권에서 진로 탐색은 굉장히 활발하고, 학교 바깥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에 반해 비수도권지역에서는 진로 탐색의 기회나 지역자원 자체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청소년만의 문제라기보다 지역사회의 인프라 문제이기에 수도권보다 지역의 청소년 진로 탐색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직접 청소년을 만나보니까 어땠나요.
이시원: 청소년을 만나보니까 진로라는 상 자체가 ‘직업’으로 한정적이었어요. 사실 진로는 자기주도성 혹은 자발성과 밀접한데 직업 체험 이벤트에서 비롯되진 않잖아요. 지역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리는 기회가 부족해요. 예를 들어 남원의 지리산 권역 내 중학교가 4군데 밖에 없거든요. 청소년이 만나는 사람이 거의 겹치고, 심지어 누구를 만나거나 놀거나, 머무는 곳도 마땅치 않아요.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죠.
Q. 지역의 자원 격차를 좀 더 설명해주세요.
이시원: 서울에 있는 하자센터의 경우 마을 공동체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잖아요. 청소년이 학업 외 시간에 연결될 수 있는 기관, 자원, 활동가들이 많이 있는 곳이죠. 진주와 남원에도 지역자원이 있지만, 청소년 진로에 관한 기회는 파편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성년이 되면 도시로 떠나려고 하잖아요. 결국 진로탐색은 직업만이 아닌 자기이해, 주변, 지역과의 관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지역마다 자원 생태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중요해요.
내가 사는 지역에서 발견, 경험, 실행하기
Q. 지금까지 지역, 청소년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을 나눴는데요. 그렇다면 지역 청소년과 함께 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이시원: <내일상상프로젝트>는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집니다. 먼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누군가를 직접 만나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책’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며 관점을 넓히는 ‘상상학교’, 자신의 관심사를 풍부하게 탐색하며 고민을 구체화하는 ‘내일생각워크숍’, 그리고 구체화된 주제를 직접 프로젝트로 기획·실행하는 ‘내일찾기프로젝트’로 구성됩니다. 꼭 순서대로 진행하진 않고요. 지역 특성을 반영하거나 참여한 청소년의 욕구에 맞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청소년 스스로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관점을 넓히는 일, 그 과정에서 지역자원에 접근해보는 것입니다.
Q.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이시원: 친구들 스스로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한 경험이 앞으로 삶에서 ‘작은 힌트’가 되면 좋겠어요. 작년에 한 팀이 지역특산물로 사과잼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서 팔고, 수익금으로 마을벽화를 그렸어요. ‘이 경험이 직접적으로 내 미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순 있죠. 하지만 진로 탐색은 직업 탐구에 국한되지 않고 다종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 같아요. 늘 화려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행복과 성취가 삶 속에 존재한다는 걸 알아보는 일인 거죠. <내일상상프로젝트>가 ‘작은 힌트’를 얻는 씨앗이 되길 바라요.
Q. 올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변수가 많았잖아요.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컸죠.
이시원: 아무래도 워크숍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직접 대면해 형성된 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진주, 남원에서 1차년도 사업을 시작할 때 청소년끼리 많이 만나는 장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는데, 올해 2차년도 사업에선 지역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만남 자체를 줄여서 관계 형성이 어렵더라고요. 실제 청소년이 몸으로 부대껴야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힘이 생기거든요. 향후 몸은 떨어져 있지만, 따로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모델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아요.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대체하면서도, 온라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 지에 관한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청소년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변화까지
Q. 이미 청소년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많은데 희망제작소만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시원: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진행하는 진로 탐색 사업은 청소년의 변화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의 진로의식 성장과 역량 중심으로요.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장기간 사업을 통한 청소년의 변화뿐 아니라 진로 탐색의 경로를 제공하는 지역사회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프로젝트나 사업은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희망제작소가 매듭지더라도, 지역 내에서 진로 탐색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연결성을 가져가는 쪽으로 지원하는 거죠.
Q.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목한 만큼 각 지역 파트너의 역할도 컸습니다.
이시원: 지역 파트너들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는 작은 규모이지만, 생태, 환경, 공동체 등의 가치를 공유하며 마을 단위로 움직이고 있고,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주민,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주체가 모인 네트워킹 단체로서 함께 하면서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시원: 앞서 말한 것처럼 지역에서 희망제작소와 협업하는 일이 마냥 쉽지 않을 텐데, 지역 파트너 분들이 지역 특성을 응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단계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내일상상 프로젝트>와 연관된 모든 주체가 아직 ‘완전한’ 변화를 보진 않았지만, 지역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리라 봅니다. 내년 3차년도 사업 이후엔 지역자원을 통한 네트워킹이 더욱 활발해지면 좋을 것 같고요. 지역에서는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청소년의 변화를 신뢰하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email protected]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2020년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는 남원과 진주 등 3개 지역에서 총 15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어떤 프로젝트 주제로 연결되었을까요? 앞으로 진행될 각 팀의 프로젝트 활동을 소개합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상상학교-내일생각워크숍-내일찾기프로젝트’의 3가지 모듈로 구성됩니다. 내일찾기프로젝트는 마지막 단계로서, 다양한 고민 나눔과 분야 탐색을 통해 구체화된 주제를 바탕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해보는 가장 핵심적인 모듈입니다.
지역 청소년의 작은 축제 만들기, 롤(LOL) (남원 지리산)
다양한 지역의 청소년들이 교류하면서 보다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은 청소년들이 모였다. MC, 홍보, 기획 등 다양한 관심사들을 엮어 ‘마을축제’를 열자고 작당을 했다. 지리산권의 나머지 5개 프로젝트와도 연계해 청소년과 마을 구성원이 함께 만나 즐길 수 있는 작은 축제를 직접 준비하고 있다.
카페지기의 A to Z, 보석바(Bar) (남원 지리산)
인월군의 카페 ‘제비’와 함양군의 카페 ‘빈둥’이 바리스타가 꿈인 청소년과 만났다. 단순히 바리스타 기술뿐 아니라 카페를 차리고 공간을 운영하는 삶에 대해 폭넓게 경험하고자 한다. 나만의 레시피북과 웰컴드링크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청소년 공간을 대여해 일일 카페를 진행해볼 예정이다.
탐방을 통해 견문을 넓히는 상상방범대 (남원 지리산)
작년부터 활발히 참여한 6명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팀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서울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활동공간을 탐방해보며 견문을 넓히고, 이러한 경험을 지역에 있는 청소년과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목표다.
중학교 1학년에게 필요한 경험, 사총사 (남원 지리산)
중학교 1학년 4명이 모여 ‘우리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결성한 팀이다. 결국 지금의 우리가 가장 원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놀이’에서 출발했다. 놀이터, 학교 등 지역의 다양한 환경에서 가능한 여러 놀이방법과 놀이문화를 탐구하고 실행해보고자 한다.
춤과 가까워지는 시간, 오빛나래 (남원 지리산)
댄스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전문 기술과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익히고자 모였다. 기본기를 익히고 연습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여러 장르를 경험하면서 막연했던 관심 분야를 확장해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밧줄놀이 기획자, 박-현-정 (남원 지리산)
뚜렷한 직업분야는 아니지만 ‘밧줄놀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5명의 청소년이 함께 모였다. 자신들의 놀이터를 직접 만들어보고, 실제 밧줄놀이의 기획자가 되어 참가자를 모아 놀이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제작 전문가인 마을 주민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보드게임을 통해 재발견하는 동네, 보드게임팀 (남원 시내)
등하굣길 매일 지나치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남원 시내 구도심의 공간과 풍경을 ‘보드게임’이라는 요소와 결합했다. ‘우리 지역’의 다양한 공간과 사람을 직접 찾아보고, 이를 메이킹스페이스 내 보드게임으로 제작하는 활동을 진행해본다.
국악에 빠지다, KMI (남원 시내)
국악을 진로로 설정한 4명의 청소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꿈에 확신을 갖고자 한다. 공연관람, 국립국악원 방문 등을 통해 진로를 구체화해봄과 동시에, 동서양 악기를 활용한 공연과 BGM을 직접 제작해보고자 한다.
굿즈 디자인을 통한 지역 교류, 개인주의팀 (남원 시내)
굿즈 제작을 주제로 작년에 모였던 청소년이 올해는 디자인까지 함께 해보려 한다. ‘나를 표현해줄 수 있는’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해 굿즈를 만들고, 물건 판매 수익을 활용한 지역교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덕분에 쿠키’를 팝니다, 덕분에팀 (남원 시내)
제빵에 관심 있는 자칭 베이킹 러버(?)들의 만남.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덕분에 쿠키’를 홍보를 거쳐 판매해보고, 수익금을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기부할 계획을 세웠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GROOMY (남원 시내)
음악적 관심이 비슷한 청소년이 모여 직접 작사·작곡을 체험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해봄으로써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경험하는 기회를 갖는다.
청소년의 진주 여행 가이드북 만들기, 여가 (진주)
여행에 관심 있는 중1부터 고1까지 골고루 모였다.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올 또래를 위한 여행 가이드’를 할 수 있는 것이 여가팀의 목표다. 청소년이 쉽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행지, 공간 등을 다양하게 답사하고, 가이드북 형태로 재미있게 제작하고자 한다.
‘신라에서 온 그대’, 배낭소녀 (진주)
여행과 역사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10명의 청소년이 뭉쳤다. 천년고도 경주를 목적지로 ‘신라에서 온 그대’라는 컨셉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V-long 형식의 여행영상을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진주 청소년이 함께 자라는 축제, 진진자라 (진주)
‘청소년 축제’라는 큰 틀을 잡고, 홍보-공연-부스운영이라는 작은 주제들로 무려 15명의 청소년들의 저마다의 역할을 나눴다. 축제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자원과 상호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우리의 교육을 우리 스스로 생각하다, 아리아리아뢰다 (진주)
교육문제와 교육정책의 당사자인 학생에게 권한이 없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팜플렛과 포스터를 통한 홍보, 오픈마이크 행사 등을 통해 교육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지역 안에 알릴 수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진로를 설정하고 관련 역량을 쌓기 위한 활동을 기획한 팀이 있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 자체를 프로젝트 주제로 설정한 청소년도 있습니다. 무엇이 진로 탐색에 더 가까운 활동일까요? 저는 두 가지 모두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바로 지금의 고민이니까요.
내일찾기프로젝트는 내년 초까지 계속됩니다.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가 저마다 자기 의미를 잘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마다 자신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해주세요.
– 글/사진: 이시원 시민주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새로운 세 지역(남원 시내 권역, 남원 지리산 권역, 진주 지역)에서 두 번째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첫 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세 지역에서 청소년들은 총 아홉 개의 프로젝트 팀을 이루어 진로탐색 활동을 했고(링크), 모두 모여 결과물을 공유하면서(링크) 일단락 지었습니다. 한 해동안, 청소년들은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보고서 결과를 중심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진로를 찾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떻게 지역 청소년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지원하는지, 왜 비수도권 지역에 내일상상프로젝트가 확산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청소년들이 ‘진로’를 정말 찾기 어려울까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고 학교 안 가는 주말이면 집에서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진로체험 활동을 하긴 하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원하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 청소년들의 일상에는 지역 간 자원 불균형, 기술 발전과 ‘일’의 개념 변화, 고령화되는 인구 구조 등 사회문제의 영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비수도권 지역의 진로체험 자원 불균형은 짐작대로 심각했습니다.
진로체험 전산망 ‘꿈길(링크)’ 자료를 바탕으로, 진로체험 활동(강연대화, 현장학습, 직업실무체험, 현장직업체험, 학과체험, 진로캠프)이 가능한 체험처를 시도단위로 비교했을 때, 면적 대비 체험처 수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의 생활반경과 비수도권 지역의 교통 인프라 상황을 고려해 범위를 좁혀 들어가면 더 열악하죠([표 1], [표 2] 참고).
같은 범주에서 체험활동의 분야를 살펴봐도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청소년의 욕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표 3] 참고).
자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의 상황은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 지역: 남원, 진주)의 청소년에게 진로체험 활동 경험과 수요를 조사한 결과, 세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교외에서 경험하는 진로체험 활동이 교내 활동보다 만족도는 높은데, 경험하는 비율은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표 4], [표 5] 참고).
교외 활동 경험에는 부모의 열의 등으로 대표되는 ‘가정 내 사회자본’이 더 많은 청소년이 더 접근하기 쉬운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학생과 학교 수가 적고 체험처 수도 적은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 교내 체험 활동 비율과 만족도 둘 다 높게 나타났습니다([그림 1], [그림 2] 참고). 이 지역은 지리산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이 많은 곳입니다.
셋째, 사회자본의 중요성이 크게 나타나지만, 정작 기존 진로체험 활동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나 ‘협업 경험 및 학습’ 요소는 적었습니다([그림 3] 참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비수도권 지역의 물적, 인적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주요 성과입니다.
지역사회와 연결된 청소년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상상학교(1단계) – 내일생각워크숍(2단계) – 내일찾기프로젝트(3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 연결됩니다.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상상학교에서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어른을 만나고, 워크숍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자원을 찾으면서 프로젝트 활동을 계획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를 무대로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며, 청소년이 살아가고 있는 그 지역을 삶터로 인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리산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하여 잼을 만들어 전통시장 인월시장에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마을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사과 농장, 시장상인회, 벽화 교사 등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역사회, 학교와 연결을 통해 내일상상프로젝트를 경험한 청소년은 어떠한 변화를 경험했을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구성한 진로탐색 5개 역량(자아 이해, 협업 능력, 주도성, 직업 의식, 공동체 의식)에서 세 지역의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성장했습니다([그림 4] 참고).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협업 능력이 높아졌습니다. 협업 능력은 사회자본 형성과 관련된 역량으로, 기존 진로체험 활동에서는 부족한 요소로 나타나기도 했죠.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 청소년의 역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 핵심 구성원이었던 청소년 기획단 그룹이 학업 등의 이유로 도중 하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수년 동안 유사한 활동을 경험해 높은 역량을 가진 청소년을 중심으로 심화형 모듈로 구성하여 진행했는데, 중간에 구성원이 바뀌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의 모듈을 기본형으로 적용한 진주 지역의 청소년들은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역량 관련 이외 문항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청소년이 가진 ‘진로’의 개념이 확장했습니다([그림 5] 참고).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직업’을 ‘진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는 ‘직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삶’, ‘장래희망’ 등 ‘직업’ 이외의 부분을 ‘진로’로 여기는 변화를 경험한 것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 확산을 위한 두 가지 방법, 공교육 연계와 공동자원체계
마지막으로 새로운 지역에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확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첫째, 공교육과의 연계는 세 지역에서 모두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진로체험 활동이나 그 밖의 교외활동을 통해서도 학교와 연결 지점은 있지만, 내일상상프로젝트는 개인 교사들과의 관계망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교육 경험과 역량, 그리고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에 열의를 가진 교사들이 내일상상프로젝트에 ‘길잡이 교사’로 함께 하며 학교 안팎을 이어줍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갖는 관계는 상보적입니다. 학교의 지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상상프로젝트의 경험은 청소년과 교사, 두 가지 통로를 통해 학교 안으로 확산됩니다.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성장할 수 없었던 역량을 쌓고, 교사는 청소년이 가진 역량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학교가 가진 제약 안에서도 교과 및 동아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듭니다.
둘째, 공동자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는 청소년이 직접 새롭게 자원을 발굴하기도 하고, 기존에 갖추고 있던 자원을 연결하여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최종사용자(end-user)인 청소년이 실제로 원하는 자원을 갖추게 됩니다.
세 지역에서 한 해 동안 발굴하고 연계한 자원의 목록을 보면, ‘꿈길’의 진로체험처보다 폭 넓은 범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서 형성된 공동자원체계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지역기관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청소년들까지도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물적·인적 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은 기존 진로체험 활동을 통해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또래·멘토와의 협업을 통해 협업 역량이 향상되고, 진로의 개념이 ‘직업’을 너머 ‘삶’, ‘장래희망’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청소년들의 변화와 성장은 2, 3차년도에도 이어서 추적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의 이정표를 마을에서 찾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 온 마을이 함께 나침반이 되어주는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 청소년이 만들어갈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 글: 유진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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