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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갑질?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급은 사장님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
최혜인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변이가 확산하면서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은 사회경제적으로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고강도의 방역에 따른 희생이 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보완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일자리 유지를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기준을 일부 완화하였고 특별공요지원업종에 한해 지원 기간을 확대하기도 하였으나 이미 최대 지원기간을 지원받은 사업장의 경우 고용조정이 불가피하여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소득이 단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같이 재난시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직장갑질119는 제보사례를 분석하여 실업급여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를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에 담아 2021년 8월 발표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 집필진 중 최혜인 노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1> 최혜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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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에서 과 비정부기구학을 공부했어요.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재가복지팀에서 가구 방문을 하고 상담하는 것을 따라갔었어요. 그때 방문한 곳은 2인 가구였고 이미 일주일에 3회, 점심 도시락 반찬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셔서 다른 서비스도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서비스를 제공한 가구의 숫자로 실적을 평가받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봤어요. 사회복지사로서 자괴감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회복지사의 업무 일상을 들여다 봤을 때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 맺기도 어렵고 실질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하기도 어려운, 사회복지관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결국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이 좋은 노동 환경과도 연관이 깊다고 느꼈고 사회복지사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목소리가 있어야 겠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최혜인 노무사는 사회복지사에게 노동조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실태조사를 하거나 인터뷰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모니터링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도 했다고 한다.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에 소속되어 있고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스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서는 사례가 많이 접수되는 직종들은 별도로 밴드를 운영하는데 사회복지사119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복지사119 밴드에서는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정보를 나눈다고 한다. 7월에 신간서적 <직장인 A씨>를 발행한 작가이기도 한 최혜인 노무사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을지 궁금해졌다.
“노무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이 직장갑질119였어요.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게 됐는데 자꾸 보다보니 너무 지긋지긋해졌어요.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싸우고 미워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순간을 목격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의 인격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불평등이나 경쟁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게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장인 A씨>에서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게 중요한 일이지 서로를 미워하거나,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자기가 못나서 이런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자기 자신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사진2> ‘직장인 A씨(저자 최혜인, 출판사 봄름)‘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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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이다. 2018년 12월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규율 기반인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 금지하고 있고 사용자의 조치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 2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점이 있을까?
“사회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발생시 피해 지원을 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체감되기도 하지만 통계로도 알 수 있어요.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건이 1만 9백여 건이나 됩니다. 이제 회사에서 이상한 일을 당했을 때 기분만 나빠하고 참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데 적극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서로 조심하려는 직장문화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을 다루었어요.”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들어온 구직급여 상담 사례를 취합, 분석한 자료이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구분되는데, 실업기간 중 생활안정을 위한 구직급여를 흔히 실업급여라고 칭한다. 구직급여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보고서에는 ‘이직확인서를 일방적으로 사업주가 작성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로 연락이 오는 것 중에는 실업급여 상담이 되게 많아요. 실업급여 상담 유형으로 보면 사업주가 실업급여를 못 받게 방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사용자가 작정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할 경우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할 경우 실업를 받을 수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고 그 절차도 너무 까다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부, 노동청, 고용센터가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핑퐁게임 속에서 노동자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맡아 입증의 문턱에 걸려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을 정리하고 사례들을 통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보고서를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우선 이직확인서의 문제를 말씀드려볼게요. 노동자가 퇴사를 하면 사용자가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하고 퇴사한 시점, 퇴사한 이유 같은 것들을 적은 이직 확인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이직 확인서는 사용자가 작성해서 제출하게 돼 있는데요. 어떤 내용이 작성됐는지 노동자는 확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곧바로 노동센터로 제출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노동자가 실업급여 신청하고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답을 들을 때에서야 이직확인서의 내용이 잘못 기재돼 있는지 알 수가 있는 거예요. 이렇게 확인 절차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직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이직확인서가 실업급여의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일방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거예요.
사용자가 거짓으로 기재했을 때 정정신고하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직확인서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기까지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됩니다. 고용센터 담당자에 따라서도 결과가 많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제 들은 척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입증 책임이 있는 노동자는 자신이 진짜라는 걸 입증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아요. 운 좋게 사용자가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 맞다고 시인을 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이미 작정하고 거짓말을 한 사용자가 잘못을 시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적극적으로 중간에서 중재해 주지 않으면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서도 정정하지 않으면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노동자는 이런 절차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생계가 불안해진 상황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해야 하니 사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에서는 이직확인서 허위 작성으로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동자와 사용자 각각에게 부여할 것을 제시했다.
”이직확인서 작성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저희가 도출한 개선 방안은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동등하게 부여하거나 확인을 거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뒤늦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두개의 서류 내용이 달랐을 때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바꿀 경우 이직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서 노동자를 괴롭히고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떤 선후관계가 있고 상호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설명했다.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의 관계는 다양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퇴사 이후까지 괴롭히려는 의도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는 사례들이 있고, 어떤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사용자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어요. 그래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 테니 퇴직금은 받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을 계속 당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사직서를 냈는데, 회사에서는 개인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하는 것으로 사직서를 다시 쓰라고 종용하고 사직서를 수정할 때까지 반려한 사례도 있었어요. 사직서 자체가 어떤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겠죠. 어떤 경우는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를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여기 아니면 어디 가서 또 취업을 하나 생계 걱정에 버티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괴롭힘을 당하면서 심리적 면역이 무너지고 더더욱 그 상황에 고립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지속적인 괴롭힘에 노출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피해 회복과 악질적인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업급여 지급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노동자가 대응할 수 있게 하려면 실업급여를 보편화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구직급여 제도는 실직 시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에 소득상실의 위험이 존재하는 비자발적 퇴사자를 구분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발적’ 퇴사라고 하더라도 비자발적 퇴사자와 마찬가지로 오롯이 자유로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퇴사를 망설이거나 퇴사 이후 생계위협으로 질 낮은 환경의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금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회사에서 허리를 다친 노동자의 사례인데요. 허리를 다쳐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상급자가 불러서 퇴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했대요. 그런데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권고사직은 못 써주니 알아서 퇴사하라고 했다는 거예요. 사실은 권고사직이지만 자발적 실업으로 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고 회사랑 갈등이 너무 깊어질까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가 생계안정을 위해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도 이기적이라고 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근로소득이 없는 모두가 소득보장을 받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상황에서 자발적 퇴사와 비자발적 퇴사를 기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회사를 다니는데 그 회사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근로조건이어서 퇴사를 한다거나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저 사람이랑은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는 게 형식적으로 자발적 퇴사일 수 있지만 근로를 유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거든요.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서 퇴사한 것 같은 경우에는 자발적인 측면도 있고 비자발적인 측면도 있는 건데 우리 고용보험법에서는 그런 것을 간과하고 있어요. 심지어 세금을 갉아 먹는 악마 취급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3> 최혜인 노무사는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스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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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 보려해도 여러 괴롭힘 피해 사례를 접하면 사람에 대한 실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때는 어떻게 이겨내는지, 어떤 희망을 품고 일을 하는지 물었다.
“가끔씩 완전한 승리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아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며 인사를 온다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가해자를 신고했더니 가해자가 스스로 퇴사를 했어요라든가. 아주 작은 승리지만 큰 용기를 얻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스스로가 한마디라도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껴요.”
직장갑질119는 다음 주제로 근로감독관의 신뢰도를 다룬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근로감독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직장갑질119의 직장 갑질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 회복을 돕는 활동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보건의료, 교육, 돌봄, 교통, 통신, 주거 등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모두에게 보장하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 UBS)는 아직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처럼 익숙한 주제는 아니다. 모두에게 개인을 단위로 무조건적이고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는 이제 주요 대선후보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논의가 확산되었지만 기본서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가끔 언급되는 정도일 뿐이다.
기본서비스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세계번영연구소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IGP)에서 “미래를 위한 사회적 번영: 보편적 기본서비스 제안” (Portes, Reed, and Percy, 2017)이라는 제목으로 2017년 보고서를 펴내면서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IGP는 이어 2019년 기본소득에 대한 두번째 보고서 “보편적 기본서비스: 이론과 실제–문헌연구”(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를 발표했고,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 (고프, 1990)으로 잘 알려진 이안 고프(Gough, 2021, 2019)와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의 안나 쿠트(Coote, 2021) 등이 이끄는 논의가 소개되고 있는 수준이다.
어떤 맥락에서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과 한 쌍을 이루는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경우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마저 모두 기본소득 으로 대체하자는 완전한 자유주의적 주장도 존재 하지만, 소득보장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측에서는 기본소득이 사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서비스의 동반확대를 주장하고 있다(서정희, 2017).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주장하면서도 이 역시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키면서 모두를 위한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보편적 기본 서비스와 보편적 기본소득 모두 화폐적 가치는 적지만 인간사회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의 기초가 되는 작은 활동들의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려는, 복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Portes, Reed, and Percy, 2017).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서비스가 더 나은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고프는 상품화된 서비 스와 기본소득의 결합보다는 보편적인 기본서비스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작 은 규모라도 상당한 조세를 동원해야 하는 기본 소득은 개인의 소득에만 집중해 공공의 집합적인 공급과 소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Gough, 2019). 반면 기본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적 수요를 통해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이고 윤리적 이며 경제적으로도 우수하고, 연대성과 지속가능 성이 더욱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서비스는 기본소득의 대안으로서 논의가될수있을것인가?아니면기본소득이올바 른방향을위한보완적논의에더욱적합할까?여 기에서는 그동안에 제기된 기본서비스의 개념과 논 의를 살펴보면서 그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란 무엇인가?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글자 그대로 세 가지 핵심적 인 개념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보편적’이고 ‘기본’ 적인 ‘서비스’로 구분해 본다면 먼저 ‘서비스’는 공익을 위해 집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을 의미한 다. 이는 현금 뿐 아니라 물질적인 현물(good)과 도 구분되는 것으로,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 되지 않고 동시에 일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이라는 것은 필수적이고 충분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집합적인 활동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보편적이라는 것은 지불능력이 아니라 욕구에 의한 서비스의 수급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지불능력이 아니라 욕구에 의해 수급자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기본서비스가 기본소득 과 다른 점 중 하나이다. 욕구에 대한 판단은 서비스마다 다를 수 있다. 전문적 판정, 거주지역, 연령, 개인의 신청 등 다양한 방식과 이의 조합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불능력에 의해 거부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모든 서비스가 모두에게 무료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Coote, 2021). 어떤 서비스는 사용 시점에서 무료여야 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하는 것보다 수급조건을 선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낮은 수준의 요금을 부여하고, 소득에 따라 감면 이나 면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은 어디까지가 보편적으로 보장이 되어야 할 ‘기본’서비스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의료, 교육, 주거와 같 은 기본서비스의 영역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충족되어야 할 ‘충분성’이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고프 (Gough, 2019)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객관적 종류의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는 욕구의 보편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불안이나 불행 같은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어떠한 종류의 사회적 생활에 효과적인 참여의 보편 조건이 되는 기능적인 ‘기본 욕구(basic need)’와 이를 위해 필요한 ‘중간 욕구(intermediate needs)’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간 욕구들은 식수, 영양, 거처, 교육, 보건의료, 아동기의 안전,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관 계,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안전 등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와 같은 국제적 규범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욕구는 일정 수준의 충족이 있다. 참여와 건강, 자율성을 위한 공급의 필요성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감소하고 안정되는 지점이 있다. 기본 욕구가 충족되는 수준의 칼로리, 주거 공간, 아동기 안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들은 서로 대체 불가하다. 가령 영양결핍이 더 많은 교육으로 충족될 수없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충족으로 인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는 한두가지 욕구를 별도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욕구의 패키지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서비스 논의에서는 각각의 서비스 영역에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목적을 위해서 특정한 설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 지만 삶의 보장 측면에서는 각각의 서비스가 서로 를 지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는 부분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그래서 서비스 영역 전체에 있어 일정한 수준으로 안전과 기회, 사회참여를 보장할 수있는 민주주의의 질과 정치적 약속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유된 욕구에 대한 집합적 책임의 원칙 아래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보편적인 욕구의 묶음이 충족되어야 함을 주장한다(Coote, 2021).
기본서비스의 영역과 방향
기본서비스를 최초로 제기한 IGP의 보고서에서는 기본서비스의 영역으로 보건의료, 교육, 민주주의와 사법서비스, 더불어 주거(shelter), 음식, 교통, 정보를 기본서비스 영역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영역은 안전과 기회,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을 꼽은 것이다. 이미 영국의 경우 국가건강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고, 무상 공공교육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발달된 민주주의 국가가 그렇듯 민주주의와 사법체계는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주거, 음식, 교통, 정보를 새롭게 제안했던 셈이다 (Portes, Reed, and Percy, 2017). 2019년 IGP 보고서에서는 공유된 욕구와 집합적 책임을 원칙으로 하되 물질적 서비스보다는 모든 시민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활동에 더 초점을 맞추어 아동돌봄 과 노인, 장애인 등 성인돌봄을 포함시켰다 (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들어가면 각 영역마다 그 내용과 수준은 다르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Portes, Reed, and Percy, 2017). 음식의 경우 무상급식과 식사배달(meals on wheels) 서비스의 확대를, 주거의 경우 임대료와 지방세 부과가 없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 공급 확대를 제안했다. 교통의 경우 기존의 노인에게만 적용하던 버스 무임승차 혜택을 모두에게 확대하여 모든 주민들에게 직장과 교육, 의료와 사회참여에 대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은 보다 많이 걷게 되어 더 건강해질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사용을 줄여 지속가능한 환경에도 기여하고 노인들에게는 고립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경우에는 전화, 인터넷, TV 수신료 등을 포함하여 디지털 포용을 지향하고 역시 직업 기회와 다른 서비스에 대한 접근,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동기의 교육과 안전, 유급 노동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에 해당하고 아동돌봄은 이를 위한 기본서비스 영역으로 포함되었다(Coote, 2021). 아동돌봄을 통해 부모는 일하러 나갈 수 있고, 양질의 아동돌봄은 향후 건강을 향상시키고, 위험한 환경에 빠질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성인들은 노쇠나 장애로 인하여 돌봄을 필요로 할 수 있고 이는 건강과 자율성, 사회참여를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역시 기본서비스의 영역으로 포함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현재 영국에서는 지방정부에서 욕구에 따른 돌봄을 제공하지만 자산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제한이 있고 재정 감축으로 인해서 돌봄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양질의 돌봄을 위해 더 많은 공적 투자와 인력에 대한 교육ᆞ훈련, 적정한 급여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 서비스는 사실 전후 복지국가의 가치로 다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Coote, 2021). 그때 구축되었던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경험을 확장하여 그동안 민영화와 작은 국가, 소비자주의와 자유시장 경제가 공공서비스에 적용되고 욕구와 문제를 개개인들에게 해결하 도록 하여 주거든, 돌봄이든, 교통이든 이윤의 영역으로 전락해왔던 것을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통하여 필수적인 영역에서 만큼은 소비주의적 자본주의를 벗어나서 사회적 시민권을 회복하고 핵심적인 인간 욕구에 대한 집합적인 책임을 복권하고자 하는 것 이다(Gough, 2019).
하지만 그것이 국가중심의 상명하복 모델로 돌아가자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보편적인 욕구 를 집합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개인의 바람과 선호를 배재할 수있는 위험도 있고, 공 무원이나 전문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본서비스는 시민참여와 탈중앙화된 실천을 지향한다(Gough, 2019). 기본적으로 기본서비스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권한은 일선으로 분권화되어야 하고, 공익적 의무를 가진 다양한 조직에 의해서 전달될 수 있지만 주민과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 계획과 전달과정에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고, 전문가와 다른 서비스 종사자와 함께 동반자적 관계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Coote, 2021).
기본서비스의 특징과 효과 – 기본소득에 비교우위?
기본서비스는 형평성(equity), 효율성(efficiency), 연대성(solidar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Coote, 2021; 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Gough, 2019). 기본서비스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시장 실패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을, 공유된 이해와 목적에 집합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연대성을, 공적으로 서비스를 보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조직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서비스의 특징과 효과는 기본소득 과 대비되어 제시되고 있다.
형평성에 있어서 기본서비스는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임금(social wage)을 제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무상 또는 일부 비용부담만으로 제공해 개인 소득에서 소진될 수 있는 부분을 보충해주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득보전 효과 는 상당한 재분배 효과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 1-1>에서 OECD 국가들의 현물급여(서비스)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소득 5분 위의 최하위 1분위에서는 76%에 달하는 반면, 최상위 5분위에서는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서비스는 현금이전을 직접적인 재분배 없이도 보편적인 서비스만을 통해서 상당한 재분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Coot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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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은 기본소득의 경우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으로 현금급여를 지급함으로 인해서 그 자체로 는 재분배 효과가 제한적인 면과 대조시키고 있다 (Portes, Reed, and Percy, 2017). 따라서 기본 소득은 그 자체로 재분배 효과를 가진다기보다는 강력한 누진적 조세제도와 결합될 때만 재분배 효과가 나타날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Gough, 2019). 또한 부가적으로 기본소득은 무조건성을 통해서 현금급여와 근로조건의 연결성을 제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로 장애(disability)나 근로무능력(incapacity) 조건의 현금급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 하기도 한다. 기본소득이 직접적으로 이러한 급여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성의 원칙은 근로조건으로 제약받는 급여를 없애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근로능력 제한을 조건으로 제공되던 급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기본서비스가 공적으로 제공됨으로써 민영화 등으로 시장에 의존했던 방식 보다 거래비용을 낮추고, 경쟁으로 인한 중복투자가 방지되는 등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있다고 보고 있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또한 통신과 같은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비용 때문에 공적으로 제공될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 역시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Gough, 2019). 게다가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도 무조건적 인 보편성으로 인해 총재정소요가 상당한 규모가 되는 것에 비하여 기본서비스를 위한 비용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생계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기존 서비스 체계가 어느 정도 발달되어 있는가에 따라 추가 재정소요의 차이가 있겠지만 전형적인 OECD 국가를 기준으로 GDP 대비 4~5% 정도의 지출이면 가능하다고 추정하고 있다(Coote, 2020).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기본소득은 부적합하고, 적합한 수준의 기본소득은 감당할 수 없다고 비판받기도 하는 기본소득에 비하면 지극히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본서비스는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과 문제에 대해서 자원의 공유와 공동의 행동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집합적 정책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성 역시 높일수 있다고 주장한다(Coote, Kasliwal, and Percy, 2019). 연대성이 상호간 지원을 촉진시키는 상호간의 공감과 책임감 이라고 한다면 공동의 목적을 위한 집합적 행동을 수반하는 기본서비스는 이러한 연대성을 서로 알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까지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서비스는 공적으로 제공해 소비를 부추기는 시장방식보다 훨씬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서비스는 일정한 수준의 충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없는 욕망의 충족을 지향하는 시장적 방식과 다르게 자원이 제한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집합적 행동을 통해 자원 과 위험을 공유하면서 민주적 방식으로 공급이 통 제되기 때문에 시장적 방식보다도 더욱 환경친화적 방식으로 지구적 한계 안에서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있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Coote, 2021). 고프는 더 나아가 기본서비스가 전체적인 경제를 성장 중심에서 지구적 한계 안에서의 인간 복리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Gough, 2019).
기본서비스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본서비스는 살펴본 주장과 같이 기본 소득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 질문보다 먼저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기본 서비스라는 담론이 기본소득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올수 있는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기본소득이 이를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간에 주요한 사회적인 담론으로 성장할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이고 정기적인 현금급여라는 방법면에서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근로조건의 문제나 사각지대 문제와 같은 그동안 소득보장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것 같은 설득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서비스의 경우 이의 주창자들도 인정하듯이 각 서비스 영역마다 그 성격과 맥락이 너무 다르다. 쉽게 이야기해서 똑같이 모든 국민을 위한 무상서비스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음식, 교통, 주거, 통신, 의료, 교육, 돌봄 등 각 영역마다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괄적인 무상서비스를 주장하기보 다는 지불능력으로 배제되지 않을 정도의 부담도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다. 하지만 욕구 기준으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 욕구에 대한 판단도 일괄적이지 못하다. 음식, 주거, 통신과 같이 누구나 다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할 수있는 것도 있고, 의료나 돌봄처럼 별도의 욕구실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기본서비스론자들인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 욕구를 위한 기본서비스가 포괄적으로 보장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는 간단치 않다. 이 논의가 영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그래도 정착되어있는 편이어서 잘 언급되지 않지만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그 하나하나가 이상적 수준의 과제다. 무상의료는 물론이고, 고교까지 거의 무상교육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 아무도 상당한 수준의 사적교육부담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반면 교통과 통신은 영국은 무료서비스가 더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체계와 인터넷 연결이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본서비스는 기본서비스론자들이 설명하고 있는 의미나 강점과는 달리 기본소득처럼 한 번에 와닿는 지점이 아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아직 섣부를 수밖에 없는 것은 아직 기본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기본서비스에서 주장하는 공공주도 의 공급이나 보편적 접근권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 에서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나 무상의료 운동과 같이 부분적으로는 논의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직 기본소득처럼 ‘기본서비스’라는 하나의 아젠다 아래 총괄적인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논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나 우리나라나 그동안 상당 부분의 ‘기본’서비스를 감당해왔던 가족의 의미가 바뀌고 있고, 여성에게 전가되었던 부당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으며, 의 료기술 발달과 고령화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회적 욕구는 지속적이고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기본서비스가 가지는 사회적 대안으로서 의미는 간과하기 어렵다. 다만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나 이것이 사회서비스라는 전반적인 영역을 아우르면서도 간단명료하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논의로 성장 될 수 있도록 축적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서정희(2017). 기본소득과 사회서비스의 관계설정에 관한 연 구. 비판사회정책(57), 7-45
이안 고프(Ian Gough). 1990.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 김 연명 역. 한울아카데미. (1979.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Welfare State. Macmillan)
Coote, A., P. Kasliwal, and A. Percy. 2019. Universal Basic Services: Theory and practice - A literature review. London: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Coote, A. 2021. Universal basic services and sustainable consumption. Sustainability Science, Practice and Policy 17(1), 32-46.
Gough I. 2021. Move the debate from Universal Basic Income to Universal Basic Services. UNESCO Inclusive Policy Lab. 2021년 7월 1일 인출. https:// en.unesco.org/inclusivepolicylab/analytics/move- debate-universal-basic-income-universal-basic- services
Gough, I. (2019) Universal Basic Services: a theoretical and moral framework. Political Quarterly, 90 (3). 534–542.
Portes, J. P., H. Reed, and A. Percy, 2017, Social prosperity for the future: A proposal for Universal Basic Services, Institute for Global Prospe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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