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구정책 다양화 추진 - 익산시 이중선 님의 공약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시민권 그리기 : 멀리 있지만 미룰 수 없는 이야기
최혜지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국가형태는 국가가 놓인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종속된다. 근대국가가 국민국가의 모양으로 탄생한 것 또한 시공간적 맥락에 의해 조형된 결과이다. 근대국가 형성기에 사회변동을 견인 한 주요요인은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는 지리적 이동이 용이하고 동질성이 높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지리적 공간과 사회문화적 특성을 공유한 민족을 중심으로 근대국가가 구성된다. 국민국가 탄생의 뒷이야기이다.
국민국가는 몇 가지 전제 위에 토대한다. 국민을 하나의 민족으로 상정하고 민족은 일정한 범위의 물리적 영토 내에 거주할 것으로 기대한다. 즉 국민국가는 국가와 민족, 민족과 영토의 동질성을 전제하고, 민족을 매개로 국가와 영토를 일치시킨다. 국민국가는 시민권을 도구로 전근대국가를 해체한다. 시민권은 지배계급의 특권적 권리를 시민의 지위에 부여하며, 공민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 전환한다. 군주의 자애에 의존했던 신민의 복지는 시민권을 통해 국민의 권리로 자리하고 사회권은 복지국가의 이념적 기제로 작동한다.
사회권은 자본주의 확대에 따른 계급불평등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발아한다. 계급을 배제한 공민적 권리의 보편적 보장이 자본주의 모순에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계급불평등의 마모제로 사회권적 권리가 시민권에 더해진다.
시민권을 발아시킨 자궁으로서 국민국가의 토대는 시민권에 이식된다. 시민권은 동일한 역사적 기억과 문화적 속성을 공유하고, 일정한 영토 내에 거주할 것으로 가정되는 시민에게 공민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부여한다. 국민국가의 전제가 건재하다면 시민권은 근대성의 아름다운 산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민권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도전받게 된다. 자본의 세계화는 국가간 계급화와 노동분업을 확대하며 노동의 초국적 이동을 촉진한다. 누구는 삶의 질을 위해 이동하고, 누구는 생계를 위해 국가의 경계를 넘는다. 2000년 1일 비행기 이용자수는 400만 명을 넘어섰고, 2010년 한해 국가의 경계를 넘은 이동자는 10억 명에 달했다. 초국적 이동의 확대는 국민국가의 전제를 와해하고, 국민국가의 토대 위에 아름다웠던 시민권은 자기모순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결혼이주자와 그 자녀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민족적 다양성을 확대하며 동일민족이라는 국민국가의 전제에 균열을 가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는 2014년 150,994명, 그 자녀는 2015년 207,693명에 이른다. 결혼이민자는 귀화와 정주의 가능성이 높고 자녀는 출생과 함께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4년 1,741,919명으로 주민등록 인구의 3.4%를 차지한다. 이는 대한민국 영토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우리 국민만은 아님을 의미이다. 국민과 영토의 불일치는 우리나라 국민 사이에서도 확인된다. 대한민국 국적자 중 외국거주자는 2015년 7,184,872명에 달한다. 이중 66%(4,712,126명)은 이중국적자이고 15%(1,080,559명)은 영주권 소지자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국적국의 시민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시민적 권리를 갖는다.
이는 민족, 국민, 영토의 등치성이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존속되기 어려운 주문임을 시사한다. 세계화로 정체성과 법적 권리가 분리되고, 시민권은 포섭과 배제의 기제로 이중성을 갖게 된다. 시민권이 비국민의 사회권적 권리를 박탈하는 원리로 작동하며 계급불평등을 확대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시민지위를 준거로 시민권은 새로운 계급불평등을 구조화 한다. 세계화 시대에 시민권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시민권 제도에 대한 도전은 내적으로는 주류문화 중심주의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외적으로는 시민권의 배타성에 대한 비판이다. 새로운 시민권은 주류문화 중심주의를 문화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이민족 배타성을 포괄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영토와 민족을 일치시키고, 국민을 민족과 일체화하고, 국민 곧 국적에 권리를 결부한 시민권의 원리를 해체함으로써 가능하다. 영토와 민족, 민족과 국민의 불일치를 인정하고, 국적에 부여된 권리를 영토와 결부하는 새로운 사회권으로의 변형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에서 국적과 권리를 분리하고, 권리를 거주자라는 지위에 부여하는 거주권이 대안적 시민권의 선택지일 수 있다. 세계화는 시민권의 미래구상으로 거주권을 우세하게 하는 사회적 맥락을 제공한다. 캘리니코스는 시민적 권리는 국적이라는 귀속적 지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거주에 따른 권리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의 권리를 거주자의 권리로 확대하는 것은 시민권의 개념이 국적과 일체화되는 상태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혐오를 넘어선 광기’, ‘혐오를 녹이는 온기’
: 제1회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기까지
심명진 안티카 대표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19년 10월 26일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열렸다.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매드프라이드(Mad Pride)가 한국에서도 처음 열린 것이다. 성소수자의 축제인 ‘퀴어퍼레이드’가 이제 제법 큰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듯, 일상적인 혐오와 차별을 마주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축제인 매드프리아드도 점점 그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혐오를 넘어선 광기’, ‘혐오를 녹이는 온기’라는 슬로건으로 매드프라이드를 준비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창작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명진 안티카 대표를 만났다.
- ‘안티카’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안티카는 ‘DSM-5’라는 의료학적 기준을 판정받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이 정신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단체다. 안티카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창작을 하고, 다양한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킹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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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진 안티카 대표 <사진 = 안티카>
- 당사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의미를 강조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당사자들이 안티카를 통해 사회활동을 시작하곤 한다. 안티카는 당사자들이 사회와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본인 삶의 주기성을 찾아서 사회로 편안하게 스며들고, 당사자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돕는다. 안티카 사무실에서 주14시간을 일하는 상근 정직원들이 있다. 1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본인이 원할 때 나와서 일하면 된다. 상근 활동가는 1명으로 시작해서 지난달에는 4명, 이달에는 6명이 됐다. 단원들을 만난 건 3년 전이고, 단체등록증이 나온 지는 2년이 됐다. 올해부터 상근할 수 있는 구조를 꾸렸다. 당사자들이 상근할 수 없다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걸 깨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직원들에게 서울시 생활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 안티카의 상근 직원들은 어떤 일을 맡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주로 한다. 가깝게는 매드프라이드 행사의 실무부터 시작해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SNS 운영, 영상 제작, 자원활동가 업무 관리, 시설 관리, 대외 협력 및 홍보, 행정 업무 등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맡아가면서 활동하고 있다. 매드프라이드의 상징인 ‘마르코’도 당사자들이 직접 만들었다.”
- 당사자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당사자들을 처음 만났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만남을 유지하면서 서로 고민을 나눴다, 그냥 만나는 것보다 무얼 하면서 만나면 좋을지에 대해서. 단원들이 참여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연극이 가장 즐거웠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에게 거부당한 경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을 때 당하는 폭력, 끊임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된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이 있다면?
“당사자 창작 단원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캐릭터도 만들어서 만든 연극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약 먹어도 괜찮아’, ‘하얀방’은 당사자들이 직접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다들 병원과 관련한 이야기를 골라서 그걸 풀어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약을 먹는 이야기를 너무 싫어하는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억압된 에너지를 분출하기로 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코끼리 주사’, ‘빨간 약’을 투여받고 모든 감각이 끊긴 상태에서 시작해서 감각이 하나씩 허용되는 경험을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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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을 준비 중인 안티카의 단원들 <사진 = 안티카>
-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개최된 배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다면?
“12개 당사자 단체들에서 매드프라이드 부스에 참여했고, 전국에서 모인 소규모의 창작단체들도 함께했다. 한국에 중증장애인이 50만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소수다. 지역 재활시설에 있는 사람이 18%,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 있는 사람이 15% 정도 된다. 나머지 67% 정도의 사람은 사각지대에 있고,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보면 된다.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그냥 방치되거나 고립되거나 관리되는 환경을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소규모의 창작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아서, 당사자들의 창작물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알릴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행사에는 인권운동하는 단체들도 많이 참가했다. 자원활동가도 50여명이 넘었다.”
-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당사자 단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10년 뒤에나 통할 걸 지금 하고 있다’, ‘비당사자가 당사자 운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등의 비판을 많이 받아서 힘들었다. 당사자들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비판도 있어서 가슴 아팠다. 최근에 크고 작은 당사자 축제가 굉장히 많아졌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그렇겠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단위별로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결도 다르고, 행사를 준비하는 주체들 간의 연대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중에서도 매드프라이드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인과 단체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주최 측은 처음부터 광장에서 매드프라이드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퀴어 퍼레이드를 오랫동안 준비했던 한채윤 선생님, 조성화 선생님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나중엔 큰 조력자가 되어 주었지만 매드프라이드의 공간을 접수할 때 경찰,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굉장히 비협조적이었다. 자원봉사센터도 행사시 안전 요원을 반드시 배치하고, 자원활동가는 안전상의 이유로 성인만을 배치하는 것을 조건을 요구했다. 막상 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혐오는 상상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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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프라이드의 상징 ‘마르코’와 행진하는 참가자들 <사진 = 안티카>
-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비(非)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훨씬 낮은데, 그러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보도가 많다. 일본만 해도 장애인은 공기처럼 비장애인들에게도 노출되어서 그런지 편견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옆집에 ‘정신장애인이 살아서 무섭다’는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토로하기도 한다. 막상 내가 만나본 당사자들은 ‘힘내’, ‘넌 잘못한 게 없어’라는 환청을 듣는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 앞서 지적했듯,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그동안 한국에는 정신장애인을 지칭하는 말은 ‘미친놈’, ‘또라이’, ‘정신나간 놈’과 같은 혐오표현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정신장애인을 지칭할 때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쓴다. 20년을 맞은 퀴어 퍼레이드는 언론보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놓아서, 이번 매드프라이드에서도 미디어 기록팀이 많이 준비해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최소한 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당사자들을 여전히 정신질환자로 표현했고, 매드프라이드 자체도 비장애인을 배제한 ‘정신질환자들만이 기획한 행사’ 정도로 의미를 축소해서 보도했다.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냥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내버려두면 되지 않을까? 당사자들도 그냥 인간이고 사람이지, 불쌍한 존재로 보이고 싶지 않다. 비장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SNS에서 떠도는 곰돌이 푸 정신병리 테스트를 해보면 나도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내 별명이 ‘폭주기관차’다. 장애라는 것이 어떤 사람도 시기에 따라 겪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인식이 있으면 장애가 모두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자꾸 저버리는 환경이 반복되는 것 같다. 안티카를 포함해 매드프라이드에 참여한 단체들은 당사자들이 ‘회전문’ 효과에 갇혀버리지 않기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고, 현재의 문제적인 정신건강의학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 이 활동을 하는 것이다.”
- 회전문 효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당사자들은 병원에서 퇴원해도 갈 곳이 없고, 지역사회에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하기 쉽지 않다. 정신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사직을 요구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치료를 거부하거나 받을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보호자들이 당사자를 집에서 돌보기 버거운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특이한 표현방식을 문제행동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본다.”
-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현재의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환경은 당사자를 엄청나게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은 학력, 표현력, 경제력 등에서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있는데, 모든 사람을 하향평준화하고 유치원생처럼 대우하거나 환자처럼 취급하는 문제가 있다. 창작에 대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기, 음악 듣고 감상 나누기와 같은 일차원적인 수준의 프로그램에만 참여하도록 하면 당사자들이 어떤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정신장애인이 그저 선택권을 박탈당한 사람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주거시설도 사람들을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규제하고 억압한다. 이런 시스템에 연 11조 원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부나 이 사회는 정신장애인이 그저 관리하기 쉬운 대상이 되길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동등한 구성원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을 제안한다면?
“은평구에서는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청년허브와 같이 일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좋다. 이런 공간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은평구 연극제에 정신장애인들이 참여해, 은평구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걸 해석해서 즉흥 연극을 했다. 그때처럼 정신장애인이 직접적으로 대중을 만나면 당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걸 매번 체감하고 있다. 당사자가 가진 감정적 깊이, 경험, 표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런 감정을 하나씩 풀어놓을 수 있도록 장을 열기만 해도, 당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보호자들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단원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고 많이 변화하기도 한다. 행사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함께하기도 한다. 그래서 안티카는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당사자들은 60-70명이 모이는 극장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 광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고, 미디어에도 소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 사회복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사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인식했으면 한다. 다양한 공립, 사립 기관에서 관리되는 당사자들과 관계자들이 관객인 공연에 참여했었다. 단원들이 준비한 연극에 당사자들이 관심이 없게 만든 것에 대해 돌아봤으면 한다. 센터에 소속되지 않았던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매드프라이드에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자극에 대해서도 반응하지 않는 당사자들을 보면서 많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매드프라이드에서도 사회적 혐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면을 준비했지만, 막상 참가자들은 가면을 얼굴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라 최대한 멋을 내는 용도로 썼다.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틀어막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정신건강의학 관련 서비스의 공급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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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이길 원합니다’ 매드프라이드 참가자들 <사진 = 안티카>
- 안티카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당사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소수자가 정신장애를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고, 당사자 단체들이 모일 수 있는 국내외 포럼을 만들고, 당사자들이 직접 2020년의 현실을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당사자 상근 활동가들을 앞으로 더 많이 늘려나갈 계획이다.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도 내년에 꼭 개최할 거다. 아시아권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이 당사자의 선택권,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는데, 당사자들 간의 국제적 연대도 꼭 필요하다. 내년에는 올해 준비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참여하는 사람들과 같이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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