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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단한 3040이 보내는 신호, 자기돌봄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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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단한 3040이 보내는 신호, 자기돌봄권이 필요하다

익명 (미확인) | 월, 2016/04/25- 16:13

3040은 피곤의 절정기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와 40대 10명 중 9명이 ‘피곤하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10세 이상의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연령대에 맞춰 학업-졸업-취업-결혼-출산·양육과 같은 생애주기의 과업을 흔들림 없이 달성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의 통계수치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과업을 늦게나마, 그리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는 아니더라도 가능케 만들려는 개인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얻거나 유지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그나마도 하지 않는다면 생존열차로부터의 추락은 순식간의 일이 될 것이다. 안전장치는 없다. 너무 피곤해서 스스로 뛰어내리기라도 했다면, 이제 무엇을 타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오롯이 나만의 몫이 된다. 혼자라면 어찌 해 볼만도 하겠지만,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이 내가 아니면 생존열차라도 오를 기회를 갖지 못할 어린 자녀가 있다면 사태는 좀 더 복잡해진다. 나를 돌봐주었던 부모도 과거의 어린 나처럼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어떤 이는 생존열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또는 다시 생존열차에 오르기 위해, 또 다른 어떤 이는 어린 자녀를 안고 부모의 손을 잡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달리고 또 달린다. 뒤를 돌아 볼 수도 좌우를 살펴볼 수도 없고, 휴식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피곤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3040의 고단한 삶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비관적 신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달되고 있었다. 혼자 매달려 있기도 벅찬 생존열차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결혼과 출산은 안전한 삶의 기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었고 청년들은 다양한 위험 회피 전략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국가는 청년들이 보내는 신호에 출산율 증가를 목표로 하는 저출산 대책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기는커녕 이제 20대부터 ‘탈조선’을 꿈꾸기 시작한다. 국가는 15년쯤 후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청년과 국가의 무전이 이처럼 어긋나는 한 지속가능성은 점점 멀어져 갈 것 같다.

문제는 여전히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국가이다. 1960년대 이후 국가는 물질적 부의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을 동원하여 ‘압축적 근대화’를 주도했다. 태어나는 아이를 생산인구로, 아이의 부모를 인구재생산 수단으로, 노인을 부양부담 인구로만 인식하는 사고는 국민을 국가 경제적 부의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낙후된 발전주의 시대의 사고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로부터 세월호 참사까지 이르는 비극을 경험하고도 이를 ‘압축적 근대화’가 초래한 위험으로 인식하고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목표와 운영원리를 재점검하기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까닭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청년들을 결혼시켜 생산인구를 증가시킬 것인가 보다 고단한 3040의 ‘자기돌봄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능력을 개발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자기계발’ 시간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돌봄’의 생애과정에서 있는 3040이 국가와 사회에 보내고 있는 신호를 ‘돌보는 이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대안적 사회운영 원리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전주의 시대부터 철저히 도구화되었던 돌봄과 돌봄의 관계적 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 위기’는 가족 내에서 사적인 문제로 간주되던 돌봄의 사회적 분담의 필요성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가족 밖으로 나온 돌봄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새로운 성장 전략의 수단으로만 인식되었다. 가족 내 돌봄을 지원하여 여성도 돈을 벌게 하고, 가족 밖으로 나온 돌봄은 중고령 여성의 일자리로 만듦으로써 가구생계를 유지하도록 함과 동시에 GDP와 같은 국가경제의 생산성 지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돌봄을 받지 않고는 태어날 수도 존엄한 노년을 맞을 수도 없다는 돌봄의 욕구의 보편성, 그러므로 누군가가 이 욕구를 채워주고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정책결정권자 중 누구도 돌봄이 기계를 이용하여 물건을 생산하는 일과 다르게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욕구에 충실한 관계적 행위라는 사실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관계적 행위로서 돌봄이 규범과 돌보는 사람의 도덕적 자질에만 의존하면, ‘좋은 돌봄’은 가능하지 않게 된다. 돌봄관계가 이루어지는 조건에 따라 관심, 애정, 사랑, 신뢰와 같은 친밀한 감정적 유대가 자랄 수도 있고, 미움, 무관심, 방치, 학대와 같은 지배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CCTV를 매개로 한 돌봄은 결코 ‘좋은 돌봄’을 만들지 못한다. 부모의 도덕적 자질을 향상시켜 자녀를 돌보게 하겠다는 발상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돌보는 사람이 경제적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아야 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하지 않아야 한다. 돌보는 사람은 목표없는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지 않아야 하며, 돌봄으로 인해 빈곤해지지 않아야 한다. 돌볼 시간을 위해 업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하며, 이러한 권리의 행사가 직장 내 불이익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돌봄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피로해졌을 때는 돌보지 않을 권리, 휴식 시간에 대한 권리, 충전의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

가족 내에서 자녀를 돌보는 일은 ‘애나 보지’와 같은 표현에 함축된 어른이 하는 인형놀이 같은 한가하고 한심한 일이 아니다. 전업돌봄자는 노는 사람이 아니다. 타인의 욕구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기 쉬운 전업 가족 돌봄자는 가족 밖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돌봄의 조건은 가족 밖의 영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가족 밖에서 돌보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가치있는 일로서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경제적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아야 하며, 돌보는 사람은 타인의 욕구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하며 한다.

3040이 보내는 ‘자기돌봄권’의 신호는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사회’라는 아이디어에 근거한 사회개혁의 출발점이다. 관계로서 돌봄에 대한 이러한 이해에 기반한 정책은 고용, 임금, 노동시장, 보육, 노인, 장애인, 보건 등 기존의 다양한 사회정책 영역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봄을 중심으로 인한 개혁은 경제적 자립 이전에 모든 인간이 필연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돌봄의 보편성’에 기반하여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돌봄 관계에 있는 시민, 즉 모든 시민이 생존열차가 아닌 기차여행과 같은 삶을 즐기는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오늘의 3040을 통해 전망하는 20대도 ‘탈조선’의 꿈을 꾸던 마음을 바꾸어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글 : 마경희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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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를 지난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1부 세션인 <기업-시민-정부 협업을 통한 디지털 혁신-실패의 교훈과 공동의 경험>은 총 세 편에 걸쳐 소개되었습니다. 2부 세션인 <디지털 사회혁신, 크라우드소싱 혁신과 디지털/데이터 리터러시>의 주제로 마스크앱을 대표사례로 시빅해커의 활약으로 만드는 디지털 사회혁신에 대해 앞서 살펴보았습니다.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이번 글에서는 온라인 컨퍼런스 <디지털 기술, 사회를 말하다> 의 마지막 후기로 -데이더 기반 정책혁신 전문가인 허태욱 경상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동욱 희망제작소 연구원의 토론발제를 간략히 전해드립니다.

디지털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동창작’ 필요해

먼저 허태욱 교수는 최근 대만의 오드리 탕(Audrey Tang) 디지털 장관을 초청해 디지털 혁신에 관해 나눈 대화를 소개했습니다. 오드리 탕 장관은 공동창작(co-creation)을 디지털 혁신의 핵심요소로 꼽았습니다.

[참고 기사] ‘마스크 대란’ 막은 39세 대만 장관 “투명한 정부 만들기 앞장”
[참고 기사] 대만 디지털 사회혁신과 시민참여 민주주의, 어떻게 가능했을까

공동창작의 원칙은 ‘3F’입니다. 신속(Fast), 공정(Fair), 재미(Fun)입니다. 허 교수는 한국의 공동창작에 있어 신속함을 인정할 수 있지만, 공정 요소에 관해선 우리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디지털 혁신이 소외 계층까지 고려했는지, 디지털갭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인데요. 특히 사회의 공정성 측면을 봤을 때 한국사회 내에서는 커뮤니티 중심의 접근이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단순히 데이터 소비자로서 읽고 활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창조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 액티비티의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액티비티를 기초로 한 공동창작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경계가 너무 분명합니다. 수도권에는 젊은층 위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분리는 사회혁신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의견 반영에 있어 실질적인 니즈파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넓혀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사회혁신에 있어 지역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창작의 핵심 요소 3F, ‘신속, 공정, 재미’

이동욱 연구원의 토론 발제도 오드리탕 장관이 언급한 ‘3F‘에서 착안됐는데요. 이 연구원은 ‘신속’과 ‘공정’ 측면도 중요하지만 ‘재미’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크라우드소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여러사람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하향식 과정도, 온라인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상향식 과정의 구조도 아닙니다.

실제 원초적인 의미로서 크라우드소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크라우드소싱이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재미와 흥미가 없다면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정보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지식이 있는 전문가의 주도로 움직이게 됩니다. 일례로 데이터 주권운동이나 데이터 관련 활동을 벌일 때 ‘시민없는 시민운동’과 같은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입니다.

이 연구원은 데이터 활동을 하더라도 시민에게 ‘데이터 리터러시’에 관해 계몽적으로 교육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에서 데이터와 기술을 쉽게 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게임화(Gamification) 교육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교육보다 쉽습니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학습할 수 있고, 데이터를 이용하고 싶은 흥미와 욕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요를 이루고, 수요를 통해 데이터가 공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현재 많은 시민이 데이터가 개방되어있는지 여부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 이용에 관한 흥미나 욕구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주입식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벌이기보다 수요자(시민)의 흥미와 재미 측면을 좀 더 살릴 수 있을 지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허 교수와 이 연구원이 언급한 3F 요소 중 신속성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혁신을 위해 보다 더 공정과 재미 요소를 강화하고, 3F 요소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소외되는 목소리 없이, 모든 니즈를 정책에 담아 다수가 만족하는 사회혁신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 글: 정보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0/12/2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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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를 지난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1부 세션인 중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의 기조 발제 내용을 카드뉴스로 전해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열린컨퍼런스⑤] 디지털혁신의 조건, ‘공동창작’

수, 2020/12/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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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와 서울도서관, 연세대학교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지와 의미 있는 사례를 짚는 온라인 컨퍼런스 를 지난해 11월 25일 개최했습니다.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토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열린컨퍼런스①] 데이터는 생태친화적이다?
[열린컨퍼런스②] 스마트시티를 시민참여로
[열린컨퍼런스③] 디지털뉴딜, 시민사회의 역할은?
[열린컨퍼런스④] 마스크앱 개발, ‘시빅해커’의 활약
[열린컨퍼런스⑤] 디지털혁신의 조건, ‘공동창작’

목, 2021/01/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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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②] 통장, 반장? 주민이 참여하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과 참여의 기회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참여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미룰 때가 있을텐데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정책이나 활동에 참여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기에 종종 참여의 장벽이 높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 참여는 민주주의 확산의 주춧돌이기에 다양한 형태로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 이슈에 의견을 내고, 주도적으로 참여할수록 민관협치가 활성화될 수 있기에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통해 내가 사는 지역에는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첫 시작이 될 거라고 봅니다.

주민 참여할수록 포인트가 쌓인다!

평소 마트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가격을 할인 받나요? 소액이라도 할인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죠.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된 포인트 제도를 공공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여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통해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남양주시, 충북 음성군, 동두천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주민의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일환으로 ‘포인트’를 활용한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 포인트제’는 기본 조례에 근거해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광산구에 주소를 둔 주민이나 광산구에 소재한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람 혹은 기타 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추천된 사람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정 활동에 참여할 경우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15조(주민참여 포인트)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주민제안 등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주민참여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 내역은 구 홈페이지 등에서 열람하도록 할 수 있다.
누적된 포인트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상금 등으로 지급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을 할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으로는 광산구 홈페이지 내 활동(구민제안, 정책제안, 발명아이디어, 구정제보, 예산참여방)을 했을 때 500~3000점을 적립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공청회, 세미나, 간담회, 주민 대상 공개강좌, 공모전, 설문조사, 입법예고 의견제출 등 주민참여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경우 500~3000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참여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쌓은 포인트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종량제봉투, 음식물폐기물 납부필증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주민 참여 시 직장인 ‘공가’를 사용하자!

주민 참여에 관심 있더라도 업무상 평일에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죠. 주민자치회 활동이 근로기준법 제10조의 ‘공의 직무’에 해당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을 받았지만, 실제로 자치 활동을 위해 공가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요.

당진시에서는 지난 2019년 직장인의 지역사회 활동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12개 기관이 참가해 공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향후 직장인들이 좀 더 주민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여전히 여러 회사들이 주민 자치 활동을 인식하는 게 주요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에 ‘공가’ 신청이 가능한 만큼 근로자의 주민 자치 참여의 통로가 좀 더 넓어졌다는 건 반길 만한 일입니다.

주민 자치의 성공사례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처럼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에 어떤 변화가 벌어졌을까요. 주민 주도로 이뤄진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공구공유센터 사례를 소개합니다.

은평구 주민들은 지난 2006년 동네 가까이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으로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은평구에서도 노후된 주택 10개 필지를 구입하며 노력했지만, 예산 문제로 작업이 연기되었고, 2011년에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은 좀 더 구체적인 자치활동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바로 주민들이 2011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에 응모해 종자돈을 만든 겁니다. 예산 확보뿐 아니라 도서관 마을이 만드는 사업 초기부터 시설 조성 및 운영에 이르는 등 전 단계에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주민이 참여해 구산동 골목길에는 작은 연립주택들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노후 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 기존 건물의 구조와 형태를 보전했다고 하는데요. 도서관 내부 중앙에는 1990년대 지어진 주택 외벽을 그대로 남겨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마을’과 ‘공동체’라는 가치가 두드러지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역문화의 산실, 은평공유센터

은평구에 또 다른 사례는 공유문화를 확산하는 은평공유센터(자세히 보기)입니다. 은평공유센터는 지난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인 ‘은평e품앗이’의 활동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설립된 물품, 지식, 재능,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단체인데요.

공유경제의 가장 기본단계인 물품 공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만큼 생활용품, 캠핑용품, 전동공구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혹 일상에서 필요하지만, 구매하기 어렵거나 망설여지는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이 대여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물품뿐 아니라 주민들의 지식과 재능을 공유하는 클래스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양말 공예, 가죽 공예, 목공 클래스 등 주민이 한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주민 자치가 딱딱한 정책의 얼굴이 아닌 ‘지역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지방분권법에 따른 근로자의 주민자치활동 ‘공가’ 신청가능
기억의 보존과 전달…’구산동 도서관마을’

– 글: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2/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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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카드뉴스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②] 이장, 통장? 주민이 참여하는 법
[주민자치/기획③] 주민참여를 포인트적립으로?

수, 2021/03/0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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