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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198호] 편집인의 글_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복지동향 198호] 편집인의 글_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4:52

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 보면, 주요선진국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낮은 보장성, 상병수당의 부재, 간병비의 존재등에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유래가 없는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병상과다, 과잉진료논란은 물론, 의료민영화의 배경까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작년까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가 발생했다

 

사실 13조원이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 2005년경 1조원가량의 흑자를 기반으로도 ‘암부터 무상의료’를 시행했듯이 말이다. 그간 재정문제로 시도하지 못한 각종 보장성 강화안들을 모조리 시행해 볼 수도 있는 기회로, 의료복지의 획기적 확대를 꾀할 호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별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찔끔 확대하는 척 하면서, 재정지출을 제한하려 한다. 도리어 한술 더 떠 입원비 부담을 높여 보장성을 낮추려 한다. 여기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빈곤층 의료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막대한 재정흑자에도 의료복지를 축소하는 괴이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건강보험에서 복지긴축을 획책하는 맥락은 몇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재정흑자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려는 심산이다. 이미 담배세 인상으로 일반회계 지원금이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시도다. 시기적으로도 현행 ‘20% 지원법안’이 2016년 만기이다. 두번째는 향후 노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미리 대비하는 구도다. 물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때 국고지원이 이를 메꾸듯이, 향후 비용이 늘어나 혹여나 이를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국가책임회피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더 나아가서는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더내고 덜받는’ 기조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5년간 흑자에도 꾸준히 보험요율을 올려왔고, 보장성은 낮춰왔다. 이미 의료복지에서는 ‘더내고 덜받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과체계 개편논의’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향후 노령화, 저성장국면에서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면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불합리하고 역진적인 그간의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때문에 피부양자문제, 종합소득부과문제 등은 지난 3년간 부분적이나 개선되었던 바 있다.

 

문제는 전면개편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정부추진안의 근간인 ‘소득중심’ 개편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지점과 대안등을 다뤄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득중심’이 ‘드러나는 소득중심’이 될 공산, 그리고 ‘자산부과’배제가 향후 사회보험의 미래에 미칠영향등이 주된 촛점이다.

 

끝으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측면에서 ‘소득중심’ 주장과 이에 대한 안티테제 개념을 넘어선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가입자들 사이의 형평부과외에도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국가와 기업 기여를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과체계 개편논의를 뛰어넘는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이번호가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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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제238호: 2018년 8월 발간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238호 | 김형용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기획주제: 시설에서 지역으로, 커뮤니티 케어

기획1 커뮤니티 케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 김용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2 문재인 정부 커뮤니티 케어, 역사적 전환과 선진국 흉내를 가르는 세 가지 관건 |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기획3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와 커뮤니티 케어의 과제 |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기획4 커뮤니티 케어와 장기요양 정책과제 |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기획5 민간복지 분야에서 바라본 커뮤니티 케어 | 전재현 목동하늘샘 시설장

 

동향

회서비스 업종 휴게시간 보장 관련 법률 쟁점 | 조현주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

 

복지톡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복지칼럼

대와 혐오가 아닌, 연대와 사랑을 노래하라! |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생생복지

생명안전 시민넷을 소개합니다 | 박순철 생명안전 시민넷 사무처장

수, 2018/08/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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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은주 ㅣ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이번호는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은 재정안정화의 기조 속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연기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인 공공성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론적 함의만 가진 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웠다. 장기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공적연기금의 고유성을 간과한 채 재무적 수익에 버금가는 가시적인 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압력은 공적연기금을 금융투자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적연기금은 사회보장기금으로서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사보험과 같이 적립기금을 쌓아놓고 남은 기대여명에 따라 모은 돈을 이전시키는 수평적 재분배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연대는 일방적인 이전이 아니다. 세대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사회적 부양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공적연기금을 현 세대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공공투자를 시도한다면 국민연금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세대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육시설, 장기요양시설, 재활병원 등의 구축을 위해 사회적 효용의 범주를 제시하고 경제적 효과성까지 예측한 시도는 주목할 이유가 있다. 여기에 제시된 사회서비스 인프라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거버넌스이다. 공적연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저해해왔던 투자 수익 가시화의 압박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누가 운영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 도출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외면한 채 거대 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의 시각을 국민의 일상으로 돌려놓고 기금의 사회투자를 통해 선순환구조를 강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국민연금기금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고민과 협력 속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더욱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우후죽순격의 혼란스럽고 산발적인 보호체계의 난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면하게 한다.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들이 대상별로 한 부분씩 봇물 터지듯 감춰진 생채기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와 사회복지계는 새로운 전달체계의 확충과 지지기반 강화의 한 목소리로 땜질해왔다.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점검과 일원화된 시스템의 요구도 필요하지만, 복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졸속적인 관리운영시스템의 전환으로 입막음하려는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개별 사례별로 민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공적영역의 행정인력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노인이 여전히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생애주기별 복지시스템을 주장해왔던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또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 점검, 실태 조사, 미봉책의 대안 마련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복지계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제도적 완비의 요구라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제도의 구축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다. 오히려 과잉시스템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 삶의 질에 대한 고려 그 자체이다. 실태조사와 지원대상자의 발굴에서만 머무르는 관행을 멈추고, 보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행정과 복지를 시스템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뜻밖의 정국 전환으로 그동안 막혀왔던 복지정책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누구나 만끽하는 5월의 봄이 이어지길 바란다.

일, 2016/05/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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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법령과 사전에 기초한 북한 사회보장제도의 이해1)

 

민기채 |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조교수

 

 

북한의 다양한 사회보장 관련 법령

북한에서는 사회보장과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제정해 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국광복회 10대 강령(1936)을 시작으로 하여, 광복 후 20개조 정강을 발표하면서 조선 인민에게 고함(1946), 북조선 로동자·사무원에 대한 로동법령(1946), 북조선 노동당 강령(1946), 사회보험법(194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1948), 국가사회보장에 관하여(1951), 국가공로자에 대한 사회보장규정 승인에 대하여(195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1972), 어린이보육교양법(1976),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사회주의로동법(1978), 인민보건법(1980), 협동농민들에게 사회보장제를 실시할 데 대하여(1985), 량정법(1997), 주민연료법(1998), 장애자보호법(2003), 년로자보호법(2007), 사회보장법(2008), 살림집법(2009), 녀성권리보장법(2010), 로동보호법(2010), 아동권리보장법(2010) 등을 제정・공표해왔다.

 

북한의 사회보장 관련 법령을 다음의 <그림 2-1>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북한의 사회보장 관련 법령을 체계화하면 최상위에 사회주의헌법이 자리하고 있다. 헌법 아래의 하위 법령들은 근로인민인지 공민인지에 따라 크게 2개로 구분할 수 있다. 근로인민이라면 노동에 기초한 급여로 이해될 수 있고 공민이라면 거주에 기초한 급여로 이해될 수 있다. 먼저 원칙적으로 ‘노동’에 기초하여 수급자격이 결정되는 사회보장 법령들로서 상위법으로서의 사회주의로동법과 하위법으로서의 사회보험법, 사회보장법, 로동보호법, 기업소법, 외국인투자기업로동법이 있다.

 

다음으로 원칙적으로 ‘거주’에 기초하여 수급자격이 결정되는 사회보장 법령들로 인민보건법, 량정법, 살림집법, 주민연료법, 년로자보호법, 장애자보호법, 녀성권리보장법, 아동권리보장법, 보험법, 교육법(어린이보육교양법, 보통교육법, 고등교육법), 적십자회법이 있다. 그리고 해당 사회보장 법령들에 대한 재원은 국가예산수입법과 재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명시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내용

먼저 사회주의헌법(1948년 채택, 2013년 수정보충)은 국가의 기본법으로 북한의 사회보장에 있어서도 최고의 지위를 갖는다. 사회주의헌법은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주권이 있으며(동법 제4조), 근로인민의 인권 존중 및 보호(동법 제8조), 모든 공민에 대한 행복한 물질문화 생활의 실질적 보장(동법 제64조)을 천명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의료·교육·모성·가정 분야 등에 대한 보호 혹은 보장 조치를 별도 조항으로 명시하여 강조하고 있으며, 각 분야별로 관련 하위 법령들이 존재한다.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전진하기 위한 과도기로서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인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에 기초하여 분배가 실현되는데, 사회주의로동법(1978년 채택, 1999년 수정)은 그 원칙을 다루고 있는 핵심 법령이다.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받는 것은 사회주의경제법칙”(동법 제37조) 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기여에 따른 급여의 원칙을 제도화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로동에 의한 분배 외에 추가적으로 많은 국가적 및 사회적 혜택을 받는다”(동법 제68조). 사회주의노동법에서 규정하는 국가적 및 사회적 혜택은 살림집(동법 제69조), 식량공급(제70조), 보육(제71조), 교육(제72조), 국가사회보험제에 의한 일시금 및 국가사회보장제에 의한 로동능력상실년금(제73조), 년로년금(제74조), 국가공로자 배려(제75조), 정기 및 보충휴가, 산전산후휴가(제76조), 유가족년금(제77조), 무의무탁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한 시설급여(제78조), 무상치료제(제80조) 등이다. 

 

1946년 12월 19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노동자 사무원에 대한 사회보장을 구체적으로 실시할 목적으로 사회보험법(1946년 채택)을 공포하였다. 적용대상은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법령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 일체의 노동자 및 사무원”이다(동법 제15조). 급여종류는 의료상의 방조, 일시적보조금, 해산보조금, 장례보조금, 실업보조금, 폐질년휼금, 유가족년휼금, 양로년휼금, 의료상 방조로 구분하고 있다(동법 제1조). 전달체계는 “보조금을 받으려는 자는 소정의 증빙서류를 첨부한 청구서를 소속직장 또는 최후소속직장의 직업동맹 및 고용주에게 제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51조).

 

사회보장법(2008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병 또는 신체장애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 어린이”가 사회보장대상임을 밝히고 있다(동법 제2조). 즉 사회보장법에서는 과거에는 근로자였으나 현재 근로자가 아니거나 장애인, 무의무탁 노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다루고 있다. 또한 동법 제2장 사회보장수속의 제9조에서 제16조까지는 사회보장의 신청 관련 행정절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특히 동법 제4장의 제24조부터 제36조까지는 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양생원 등 사회보장기관의 조직운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회보장법은 남한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로동보호법(2010년 채택)은 사회주의로동법에서 규정한 노동보호와 관련한 조항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로동보호법에서는 로동안전교양의 실시, 로동보호조건의 보장, 로동보호물자의 공급, 로동시간과 휴식·휴가, 로동안전규률 확립, 로동재해구호 등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문화위생적인 로동조건을 보장하며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적극 보호 증진시키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동법 제1조). 해당 기업소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여성근로자의 임신과 육아에 대해 관련 조건을 보장할 것을 강조하는 등 직장 내에서 시행해야 하는 복지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로동법이 노동에 의한 분배 원리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국가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면, 노동에 의한 분배 원리에 관계없이 공민의 지위로써 거주에 따라 전체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규정을 해당 법령들에 제시하고 있다. 

 

인민보건법(2007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인민을 위한 보건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7장 51조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 인민보건사업의 성격에서 “인민보건사업은 자연과 사회의 주인이며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켜 그들이 사회주의위업수행에 적극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는 보람차고 영예로운 사업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 완전하고 전반적인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에 의한 건강보호, 주체적인 의학과학기술, 인민보건사업에 대한 물질적보장, 보건기관과 보건일군, 인민보건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등을 규정한다.

 

년로자보호법(2007년 채택, 2012년 수정보충)에서는 그 대상으로 “로동년한을 끝마쳤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남자 60살, 녀자 55살 이상의 공민은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조). 급여에 관하여는 “년로자는 국가로부터 년로년금과 여러 가지 형태의 보조금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4조). 또한 “년로자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사회활동에 적극 참가하도록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노년기의 사회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년로자보호법은 무의무탁 노인을 국가가 부양할 것(동법 제12조), 년로년금 및 여러가지 형태의 보조금(제14조), 무상치료(제17조), 장수보약, 영양식품의 보장(제20조), 보조기구 및 치료기구 보장(제21조), 문화오락시설의 보장(제28조), 휴양, 관광, 탑승(제29조) 등을 명시하고 있다. 년로자보호법은 남한의 노인복지법에 대응될 수 있다.

 

사회보장 재원과 관련하여 국가예산수입법과 재정법이 있다. 먼저 국가예산수입법(2005년 채택, 2011년 수정보충) 제2조에 의하면 “국가예산수입은 국가의 수중에 집중되는 화폐자금”으로, “거래수입금, 국가기업리익금, 협동단체리익금, 봉사료수입금, 감가상각금, 부동산사용료, 사회보험료, 재산판매 및 가격편차수입금, 기타수입금으로 이루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사회보험료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로동능력상실자와 년로보장자를 물질적으로 방조하기 위하여 국가예산에 동원하는 자금”이며, “사회보험료의 납부는 기업소, 협동단체의 공동자금과 종업원의 로동보수자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44조). 

 

다음으로 재정법(1995년 채택, 2011년 수정보충)에서는 ‘재정법의 사명’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재정법은 재정의 기능과 역할을 높여 나라살림살이에 필요한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마련하고 통일적으로 분배, 리용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조). 국가예산자금은 크게 5가지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그것들은 인민경제발전비(제15조), 인민적시책비, 사회문화사업비(제16조)2), 국방비(제17조), 국가관리비(제18조), 예비비(제19조)이다. 이 중 ‘인민적시책비’에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이루어진다. “인민적시책을 위한 지출에는 교육, 보건,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이, 사회문화를 위한 지출에는 체육, 문화, 대외사업에 대한 지출”이 있다(동법 제16조).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법령보다 사전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어 설명되고 있다. 북한의 사전을 통해 본다면,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이라는 2개로 구분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국가사회보험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로동자, 사무원들이 질병, 부상, 임신과 해산 등으로 일시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며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로동자, 사무원들이 질병, 부상, 임신과 해산 등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에 해당한 보조금을 받으며 무료로 의료상 치료를 받고 있으며 또한 정양소, 휴양소, 야영소들에서 무상으로 문화적인 휴식을 보장받고 있다”고 설명한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83). 또한 국가사회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정한 보험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된 기준에 따라 보조금이 지불되며 보험가입자의 보험료와 함께 기관, 기업소에서 납부하는 보험료를 원천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보험과 구별된다. 또한 그것은 보험형식을 취하여 현직 일군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장과도 구별”되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은 국가기관, 기업소, 사회단체와 생산, 건설, 수산 및 편의협동조합들에서 일하는 모든 로동자, 기술자, 사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시적 보조금, 산전산후보조금, 장례보조금, 의료상 방조, 휴양, 야영, 관광, 탑승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실시되고 있으며, 그 지출은 기관, 기업소들의 부담을 원천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되어 있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533). 국가사회보험은 “사회주의 하에서 국가가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 증진시키며 로동재해, 질병, 부상 등으로 일시적으로 로동능력을 잃은 근로자들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로 정의되며, “생활비를 받는 현직 일군들 중에서 국가의 정휴양소, 야영소들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과 일시적으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서 로동능력을 완전히 또는 장기적으로 잃었거나 년로하여 일을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는 사회보장과 구별된다. 국가사회보험을 위한 자금원천은 국가예산자금과 근로자들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들이 내는 사회보험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다. 국가사회보험에 대한 지출형태에는 일시적보조금, 산전산후보조금, 정휴양, 료양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백과사전출판사, 1996: 122). 

 

반면 국가사회보장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늙거나 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하여 종신토록 또는 오랜기간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 그리고 무의무탁한 사람들에게 국가부담으로 생활자료와 의료상 봉사를 보장하여 그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인민적 시책”으로 정의되며,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실시된다. 1) 국가사회보장해당자의 희망에 따라 그의 능력에 알맞은 적당한 직업을 알선하여 주며, 2) 년금 또는 보조금을 주며, 3) 무의무탁한 불구자, 년로자, 고아들을 양로원, 양생원, 애육원, 육아원과 같은 데 보내어 보호하는 것 등이다”라고 설명한다(사회과학출판사, 1973: 82-83). 

 

국가사회보장은 “사회주의사회에서 국가사업을 수행하다가 로동능력을 완전히 또는 오랫동안(6개월 이상) 잃었거나 년로하여 일을 못하는 근로자들과 혁명과업을 수행하던 도중 사망한 근로자들의 유가족들에게 돌려지는 국가적 혜택”으로 정의되며,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작성하신 조국광복회 10대강령에 그 력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사회보장의 적용대상은 항일혁명투사들과 군인(경비대, 사회안전원 포함)들, 로동자, 사무원, 협동농장원들과 그들의 부양가족들이다. 국가사회보장은 1) 현금 및 현물에 의한 방조, 2) 의료상 방조, 3) 국가사회보장보호시설(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양생원)에 의한 방조의 형태로 실시된다. 현금에 의한 방조는 사회보장년금 및 보조금 지불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사회보장 년금 및 보조금에는 항일투사사회보장년금, 공로자사회보장년금, 영예군인 및 영예전상자 사회보장 년금 및 보조금, 일반사회보장년금(년로년금, 로동능력상실금, 유가족년금)이 있다. 현물에 의한 방조에는 의족, 의수 등과 같은 교정기구 보장이 포함된다. 의료상 방조에는 사회보장대상자들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는 것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의료상 방조가 포함되며 사회보장대상자들의 건강회복을 촉진시킬 목적으로 조직된 경로동직장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이 포함된다. 사회보장보호시설에 의한 방조는 영예군인보양소, 양로원 등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국가예산에서 보장하여 주는 것이다. 국가사회보장의 자금원천은 국가예산자금이다”라고 설명한다(백과사전출판사, 1996: 122).

 

맺으며

남한의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장을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사회보험과 국가사회보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한반도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여 사회보장제도 간 교류로 확장될 때, 용어 차이뿐만 아니라 기능적 등가를 가진 제도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가올 통일시대를 사회보장분야에서 주동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보장 제도와 현실을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아닌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위한 눈과 귀가 필요할 것이다.

 


1) 이 원고는 ‘북한 노후소득보장 제도 및 실태 연구’(민기채 외, 2017)에서 북한 사회보장과 관련된 내용을 재정리 함.

2) 2007년까지의 재정법에서는 사회문화시책비(제16조) 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가, 2009년 또는 2009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인민적시책비와 사회문화사업비로 구분되었다. 경제사전에 따르면, 사회문화시책은 “교육, 문화, 보건 부문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실시되는 국가의 시책”이며, 사회문화시책비는 “교육, 문화, 보건 부문 등 사회문화시책에 돌려지는 국가예산자금”으로 정의된다(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 1985a: 677).


<참고문헌>

민기채, 조성은, 한경훈, 김아람(2017). 북한 노후소득보장 제도 및 실태 연구. 국민연금연구원.

민기채, 주보혜(2018). 통일 후 남북한 보육서비스 통합에 관한 연구: 독일 보육서비스 통합 경험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21(5), 77-106.

백과사전출판사(1996~2001). 조선대백과사전 3.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1985a), “경제사전 1”, 제2판,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원 주체경제학연구소(1985b), “경제사전 2”, 제2판,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73a), “정치사전 1”,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73b), “정치사전 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사회과학출판사(1995), “재정금융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일, 2018/07/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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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주의 이후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과제

 

김건우 |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주적이 누구입니까?” 지난 대선 한 TV토론회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이 물음은 흡사 신앙고백처럼 주적고백을 요청한다. 적국을 말하는데 머뭇거리거나 답을 하지 못하면 의심받고, 적과 내통한 자 또는 적과 동일시된다. 이러한 고백문답은 북한이라는 ‘적’과 만성적으로 대치하면서 나타난 ‘반공신앙’의 교리문답이기도 하다. 이단을 색출하려는 이 문답은 내부의 전쟁을 전제로 한다. 남과 북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 항구적인 전쟁상태를 지속해왔고, 절멸의 공포 때문에 각각은 내부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이 내부의 전쟁, 일종의 상상적 내전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는 ‘대한민국의 국체보전’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등에 의해 재생산되어왔다. 이 법에 따르면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제1조)를 처벌할 수 있다. 이는 ‘목적’(또는 사상)이라는 증명 불가능한(또는 반증 불가능한) 근거를 통해 자유로운 ‘결사’를 부정함으로써 시민을 개인으로 파편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일종의 반공규율이 일상화된 사회가 조성되는 것인데, 이 질서는 비밀정보기관, 치안기구 등 억압적 국가장치에 의해 유지·작동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헌법을 종속시킨 국가보안법 우위의 일상화된 반공규율에 의해 구조적·문화적 폭력이 점증한 상태인 분단체제, 즉 일종의 예외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반공주의·분단체제에 기인한 안보국가 기획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주권자의 결단을 상례화하는 정치질서를 법 제도화시킴으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안보국가 기획(분단체제)의 정치신앙이었던 반공주의는 그야말로 어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초월적 이념이었다. 반공주의에 기반한 정치세력은 박정희라는 유령을 국면마다 소환했고, 북한은 절대적 악의 형상으로 재현되었다. 식민지 조선과 그 일대에서 형성되어 남한에 정착한 공산주의·사회주의세력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궤멸했고, 이후 반주변부의 위상을 갖게 된 남한에서 좌파는 권력자원으로부터 만성적으로 배제되어왔다. 피로 써내려간 노동·민중운동사가 그러하듯, 노동자는 이렇다 할 민주노조를 가질 수 없었고 ‘노동조합=좌익(내부의 적)’의 등식아래 노동조합은 반체제적인 행동으로 간주되어 탄압 당했다. 노동자들의 결사는 언제나 공안이슈였고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전쟁으로 유비되었다. 이렇듯 반공주의 우위의 사회질서는 내부의 적을 곳곳에서 발견·생성해내었고, 이를 자양분 삼은 보수세력의 정치권력 독점화는 굳어져갔다. 

 

반공주의와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관계

이후 한국사회는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정치적 민주화를 획득했다. 대표를 직접 선출할 권리를 얻었고 행정부는 군부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민주노조가 건설되었다. 사회전반에 걸쳐 정치참여의 자유가 확대되었다. 80년대 중후반 이후로 진행된 일련의 민주화는 시민권의 확장을 가져다주었지만, 반공주의는 여전히 내부의 적을 색출해내고 있었다. 반공주의의 정치적 토대로서 한반도 정세 또한, 정치세력의 교체기 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를 전후로 목격된 노골적인 부패와 유착, 정보기관을 동원한 정치조작 그리고 세월호 사건 등 지속적으로 발생한 ‘정치의 실패’는 일정한 균열을 낳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국가기구에 대한 불만과 국가의 공백에 대한 불안은 변화의 열망으로 치환되어 2016-17년 촛불항쟁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촛불광장에서 발견된 수많은 시민은 모두 삶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달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광장의 정치는 비가역적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긴장완화로 인한 항구적 평화에 대한 기대와 보수정당은 몰락에 가까운 패퇴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낡은 보수’ 즉, 반공주의에 기반한 정치의 불가능, 더 이상 반공주의를 통한 ‘공포의 동원’, ‘배제의 정치’가 작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속적 단절로 인해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공고히 구축된 분단체제의 해체를 상상할 공간이 개방되었다.

 

그렇다면 상술한 내용처럼 반공주의의 해소를 통해 시민적 권리의 확장이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평화복지국가 기획 또한, 그것의 성립 조건으로 안보국가의 종언과 반공주의·분단체제의 극복을 말한다. 곧, 복지국가 또는 복지체제로의 이행이 지연되는 원인은 반공주의 우위의 질서, 그로부터 파생된 건설주체(정당-노동조합의 정치연합)의 미성숙 및 정치자본의 불균등 등에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나아가 외재적 조건으로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비롯한 평화체제의 구축)도 중요하지만 복지체제가 국가 내부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고 (재)분배라는 것이 ‘정치’의 대상이라면 복지담론의 이념적 장애물인 반공주의의 해소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하다면 현재 국내외로 벌어지고 있는 평화체제 논의와 반공주의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보수 세력의 축소 그리고 자유주의 세력으로의 정치재편은 평화복지국가 성립의 가능성을 이중으로 떠받쳐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화복지국가의 장애물이 국내외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공주의를 예외적이거나 역사특수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성의 문법 위에서 생각한다면 좀 다른 결과를 떠올릴 수 있다. 반공주의의 해소가 곧바로 남한 내부의 증오의 정치의 중단을, 그리하여 한국적 복지체제의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시효 만료될 반공주의는 또 다른 증오의 정치에게 자리를 내어줄 여지가 매우 크다.

 

반공주의 이후 증오의 정치의 분출

근대국가는 소유권와 민족공동체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이는 민족적 동일성으로 기획된 ‘상상의 공동체’인데, 내부의 다양한 차이(계급, 성별, 종족, 종교, 인종 등)를 민족(=국민)으로 봉합·통합·은폐하여 적대를 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의 반격’이라고 일컬어지는 20세기 말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은 정치의 조건을 변화시켰다. 금융은 민족적 틀을 뛰어넘는 법인자본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족적 통제로부터 벗어났고, 세계 전역에서 노동의 불안전성이 심화, 생산으로부터 배제된 과잉인구를 증가시켰다.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민족국가의 약화는 ‘배제의 공포’와 ‘포섭의 희망’을 통해 불안전한 개인을 탄생시킨다. 이 개인은 자기계발 담론에 포획된 불안전한 자기-경영주체다. 촛불항쟁 이후 여러 부문에서 개혁이 시도되고 있지만 만성화된 경제위기로 인한 ‘위기관리의 위기’는 개혁적 시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국민을 동원, 통합, 호명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은 정치로부터 대표되지 못하고 완전히 소외된다. 구조적인 경제위기, 노동으로부터의 배제(착취될 기회의 박탈), 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제도정치의 위기는 결국 ‘민족’이 봉합하고 있던 갈등이 정치공동체의 통제를 초과하는 극단적 폭력과 집단적 증오를 동반하는 계기를 형성한다. 특히 부정적 방식으로 ‘남성성’을 지탱해온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위기에 처하면서 남성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폭력에 호소하는 여성혐오로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사회의 복잡성 증대로 드러나는 다원적 적대를 초과하는 화해 불가능한 적대 또는 나누어질 수 없는 갈등(정체성들 사이의 적대)의 분출을 예고한다.

 

적대를 무한정 생산하지만 국가 내부모순을 은폐하는 양가적 속성의 이데올로기인 반공주의가 희석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반공주의가 적을 생산하는 증오 정치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면,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촉진된 민족적 동일성의 균열의 틈에서 발생하는 정체성 기반의 적대도 이와 문법적 유사성을 띈다. 정체성을 기반으로 적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신자유주의적 자기-경영적 주체화가 차별을 정당화 또는 ‘주어진 것’으로 자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 폭력의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공주의와 공명했던 치안기구의 물리적 폭력은 축소되었지만, 구조적·문화적 폭력은 도리어 점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폭력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예멘 난민의 제주도 입국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젠더와 종교, 국적(=시민권), 노동을 교차하며 쟁점화되고 있다. 난민을 낭만화해 ‘보호’와 ‘인도’를 요청하는 이들은 공포를 느끼거나 난민지위 획득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이슬람에 대한 오해이며 그러한 공포 또한 허위라고 말한다. 물론 불안의 심연인 ‘이웃’을 마냥 사랑하라고 말 할 수 없을뿐더러 실재하는 공포의 현존에 대해 허위라 말하기엔 곤란함이 있다. 하지만 난민의 권력위계, 젠더구성, 종교적 특성 등을 고려해 ‘덜 위험한 난민’, 또는 ‘안전한 난민’만을 수용한다는 것만큼 곤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외부남성으로부터 자국여성을 보호해야한다는 논리는 논박할 여지없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다. 또한, ‘시민권과 동의어가 된 국적’ 없는 이들을 시민적 권리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위험한 존재’와 ‘위험하지 않은 존재’를 나눈다는 것은 반공주의의 실체인 국가보안법의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여성 대 비여성(또는 나머지)’의 대립구도, 즉 정체성 정치는 당사자 이외의 다른 정체성의 부정은 정치의 중단을 초래한다. 단순 대립구도 정립이 갖는 정치적 효과와는 별개로 배타적 정체성 주장은 증오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 폭력의 거울쌍이다. 타자(=적)의 제거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우리는 이미 또 다른 형태의 난민인 탈북자, 조선족, 자이니치(在日)를 알고 있다. 그리고 200만 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또는 미등록 체류자)까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엔 ‘시민=국적자’(시민권=국적) 등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 국가의 시민은 본질적으로 국민으로 존재하며 시민이 곧 국민으로 한정되는 만큼 비국민은 정치의 바깥에 놓인다. 근대 정치공동체가 오랜 시간 유지·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민족적 동일성에 기반한 ‘국민’주체로의 통합에 있었다. 정치적 주체인 시민이 곧 국적자와 동일하다는 것은 비국적자는 곧 비시민이라는 말이다. 일종의 내부의 외부 혹은 내부의 식민지인데 이러한 경계의 한계는 폭력을 동반한 정체성 정치의 토대를 이룬다. 신자유주의적 전환 이후 해체되는 민족 경계의 틈새로 극단적 폭력의 정체성 정치가 발호하고 있음은 유럽의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근대정치의 탄생은 곧 정치와 종교의 분리였지만, 다시 종교라는 나뉠 수 없는 정체성이 정치신앙으로 귀환했다. 이를 난민과 무슬림의 무차별적 수용 때문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허물고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가했지만,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진 만큼 국경 주위는 높은 장벽(‘시민권=국적’의 강화)이 세워지고 있다. 이러한 타자에 대한 증오의 이상화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이후 국가 자율성의 침식으로 나타나는 ‘전능한 자의 무기력’ 즉, 국가의 무능력, 그리고 더 이상 국가를 통제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무기력에 따른 정치의 공백과 실종의 결과다. 집합적인 정치적 무기력의 효과는 불안과 공포이며 자기 우선(또는 “국민 우선”)의 논리와 함께 타자의 배제를 요청하는 정치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 분출하는 반이민 정서는 극우정당의 정치세력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위기 또한 이민법을 둘러싸고 있으며, 심지어 극우를 표방하지 않는 정당들까지도 반이민법을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운동으로서의 평화복지국가

반공주의가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많은 이들은 국적자임에도 ‘빨갱이’, ‘종북’ 등 비시민으로 호명되었다. 국민이라는 경계는 보편성을 갖고 있지만 공동체의 위험이 될 만한 사상적 혐의를 받는 국민은 타자와 동일시되어 또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 비시민으로 배제되어왔다. 반공주의가 일정부분 철회된 현재에도 이 배제의 논리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오히려 다양한 정체성을 가로지르며 나타난다. 국민이라는 경계, 민족이라는 경계가 느슨해짐으로써 감춰져왔던 적대적 정체성 정치가 드러나고 있다. 촛불광장의 정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최근 발생하는 다양한 정체성 정치는 이미 이를 초과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적 권리의 확대는 국민이라는 경계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 상술한 내용을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우리는 국민국가적 시민권을 탈구축하는 새로운 시민권을 상상해야 한다. 특히 분단체제의 해체와 남북간 교류 가능성의 증대는 ‘북한인’이라는 타자의 시민권을 강제적으로 고려하게 한다.

 

주지하듯 평화복지국가 기획의 조건은 반공주의와 분단체제의 해체였다. 외재적 폭력상태인 분단체제와 내재적 폭력상태인 반공주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폭력을 동반하는 적대·증오의 정체성 정치와 배제의 일반화의 중단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감축시킬지, 국민국가적 시민권을 넘어서는 시민권을 어떻게 발명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평화복지국가 기획은 반공주의를 이후, 지금의 국민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체성 정치와 적대의 문제를 또 다른 장애물로 인식해야한다. 그 중심엔 ‘국민’이라는 경계가 있다. 평화복지국가 기획이 반공주의에 기반한 반공국가 해체를 성립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국경의 민주화, 즉 ‘국(적)민’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적 시민권의 구축을 그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평화복지국가 기획은 어떤 완성될 국가모델 또는 결과적 형태라기보다 과정적 차원이 될 것이다. 애초에 평화복지국가는 일국적 차원에서 달성할 수 없는 ‘평화’라는 개념과 ‘국가’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모순적이다. 평화복지국가는 개념적으로도 하나의 국가형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복지국가가 지칭하는 평화가 비전쟁 상태 즉, 물리적 폭력이 제거된 상태로서의 최소주의적 평화가 아닌 구조적·문화적 폭력을 감축시키는, 그리고 그러한 폭력의 조건(혹은 원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 기획은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동춘. (2011). “냉전, 반공주의 질서와 한국의 전쟁정치: 국가폭력의 행사와 법치의 한계” 『경제와 사회』 99:333-336

윤홍식. (2013). 『평화복지국가: 분단과 전쟁을 넘어 새로운 복지국가를 상상하다』. 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서울: 이매진

이병천, 구갑우, 윤홍식. (2016). 『안보개발국가를 넘어 평화복지국가뢰: 독일의 경험과 한국의 과제』. 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서울: 사회평론아카데미

진태원. (2017). 『을의 민주주의: 새로운 혁명을 위하여』. 서울: 그린비

Balibar, É. (2010). 『우리, 유럽의 시민들?: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재발명』. 진태원 옮김. 서울: 후마니타스(원서출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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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제211호: 2016년 4월 발간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211호 | 최혜지 편집위원장,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주제: 누리과정, 누구의 책임인가?

기획1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2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담 문제 | 정창훈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획3 지방교육재정위기 관련 법적 문제점 및 개선방안 | 이찬진 변호사

 

동향

동향1 미국의 난민인정절차와 정착지원 | 장은영 University of Missouri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동향2 어린이집 초과보육의 다른 이름 ‘반별 정원 탄력 편성’과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의 결정 |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시보육정책위원회 위원장

 

복지톡

시들지 않은 열정이 만든 건강한 운동 |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복지칼럼

균형재정과 건강보험흑자 17조 원  |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생생복지

행동하는복지연합 l 전북희망나눔재단 l 인천평화복지연대 l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금, 2016/04/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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