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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1]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하다

[기획주제1]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하다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17

참여연대 기고글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 김종명

 

기대를 모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결국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백지화 선언이후 비판적 여론에 밀려 새누리당과 정부간 당정협의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애초의 후퇴된 정부안조차 제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에 밀린 정치적 액션인 만큼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될 것이기에 그렇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조금 경감해주는 선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제대로 추진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해야할 시민사회진영은 엉뚱하게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노동자증세, 혹은 서민증세로 바라보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민사회진영의 입장은 비록 의도치 않더라도 부과체계 개편을 소폭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정부에 명분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글에서는 다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현재 일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필요성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요구는 주로 학계와 보험자단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해 왔다. 10여년 전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고 많은 연구보고서들이 제출되었다. 특히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의 항의와 민원들이 쏟아졌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찍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인식해 왔었다. 이에 보수적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대 전이사장 조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임기동안 핵심과제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반면, 진보적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 진영은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관심뿐 아니라 입장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현재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혼선은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지역가입자에서 먼저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부담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기에 그렇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기준 외에도 재산,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각각 부과되고 합산되어 부담한다. 특히 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매우 과다하고, 공평하지도 못하다. 특히 소액재산에도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고 있다. 5천만 원의 재산이 있으면 4만 7천원이 부과되고, 1억에는 7만7천원, 3억이면 12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재산으로부터 소득이 발생되기 어려운 전월세, 소액의 1주택에 매우 과도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47%가 재산요소에서 발생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기준이 아니라 재산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고 할 정도다. 이 재산기준으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실제로 없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다. 더욱이 연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가구원수와 성/연령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세모녀의 건강보험료가 5만원이 부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직장가입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연 7천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대상자는 3만 7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분리 과세되고 있는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은 제외되어 있어 실제로는 1억 원 이상의 근로 외 소득이 있더라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이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근로소득만을 유일한 소득원으로 가진 대다수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자신의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아, 부담능력(소득)에 비례한 건강보험료 부과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이 어긋나고 있다. 직장가입자 중 15%정도가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피부양자는 소득이 있더라도 금융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연금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기타소득이 4천만원이하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 소득기준은 총 소득기준이 아니라, 개별소득기준이라서 마찬가지로 각 소득 기준에만 부합하면 총 소득이 1억이 넘더라도 피부양자로 유지되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고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무임승차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소득기준이 아니라 총소득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감사원조차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고소득이 있는데도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로 인한 부담은 지역가입자와 평범한 직장가입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점차 소득의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소득으로부터 금융자산과 부동자산을 축적하게 되고, 그 자산은 또 다시 불로소득을 만들어 낸다. 이 불로 소득의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은 모두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다. 그 자산(금융 및 부동산)은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그로부터 불로소득이 발생된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의 불공평은 우리사회의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건강보험료 부담에 대한 형평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불공평한 부과체계는 또 다른 문제도 발생시킨다. 요즘은 일부 안정된 고용계층을 제외하면 직장의 불안정성이 커서 이직률이 크고, 그때마다 직장가입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런데 직업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은 사라지는데도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더 높게 부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정된 직장으로부터 정년퇴직을 하게 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이다.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또 다시 가입자격이 변동된다. 정년퇴직 후 다행이도(?) 직장이 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녀가 무직이거나 실직상태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인해 황당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건강보험료의 부과방식의 불형평성, 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의 종류에 따른 불형평성은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의롭지 못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건강보험료 개편, 왜 ‘소득중심’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것인가. 그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공평하다고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제시된 기준이 바로 ‘소득’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체계는 이원화되어 있고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범위도 제한적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성·연령,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만 부과하고 있다. 공평한 부과방식이라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공평한 잣대는 ‘소득’일 것이다. 현행 사회보험제도는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에 그렇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현행 이원화된 체계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이 같으면 동일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소득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가 해결된다. 또한, 실직이나 퇴직 후 소득이 사라지는데도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급등하는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할 가장 공평한 기준은 소득기준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편 어느 소득까지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소득에는 종합소득(근로, 이자, 배당, 사업, 연금, 기타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이 있고,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재산이전으로 인한 소득이 있다. 애초 정부안은 근로외 종합소득까지만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 역시 연 2,000만원 이상의 종합과세소득에만 부과하자는 안이다. 그리고, 양도소득 퇴직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점, 상속 및 증여소득은 재산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배제했다. 이에 반해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방안은 양도, 퇴직 소득뿐 아니라 상속 및 증여소득까지 포함하자는 안이다. 양도, 퇴직소득도 소득이며, 상속재산과 증여재산 역시 부의 무상이전에 따른 소득이기에 그렇다. 원칙적으로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진영의 일부는 지역가입자에게 ‘재산’ 요소를 배제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특히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지난해 무상의료본부가 이를 두고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해주는 ‘부자감세’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사실 고액재산가의 문제를 지역가입자의 문제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고액재산가들은 대부분이 지역가입자가 아니라 직장가입자로 전환되어 있다. 과거 한때는 고액재산가들은 대체로 지역가입자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직장가입자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모두 직장가입자로 편입하고 있다. 고액재산가들은 이런 규정을 편법적으로 활용하여 직장가입으로 편입하고, 소액의 근로소득을 책정하여 여기에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때 건강보험료를 2만원만 낸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과거엔 지역가입자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다. 의사, 변호사, 약사 등의 고소득 전문직 개인사업자들, 음식·숙박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지역가입자는 고용 없이 자가 노동력만으로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 일용직, 특수고용직, 농어업 자영업자, 은퇴자, 노인, 무직자, 실직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으로 서민, 영세민들이다. 이들은 소득도 적기에 재산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재산기준으로 인해 과다한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황은 부과체계 기획단의 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역가입자의 중위 재산은 1천 1백만 원에 불과하다. 지역가입자의 81%가 1억 미만의 재산을 갖고 있을 뿐이다. 3억 이상을 소유한 지역가입자는 6.3%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의 지역가입자는 소액재산만을 갖고 있으며, 그 재산으로부터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일각의 주장처럼 ‘재산’기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형평성 있는 방식은 직장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재산’기준 보험료를 적용해야 한다. 이게 과연 합당한가? 그리고 직장가입자에게도 재산기준 보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더욱이 현행 재산기준은 고액재산가의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여전히 고액재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재산’기준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일리 있다. 그러나 남는 문제가 있다.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을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욱 고액재산가들의 대부분은 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즉 직장가입자에게 적용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산기준을 배제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주장한 바가 없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형평하지 못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역이든 직장가입자든 고액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고 하자. 그러면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중부과논란 때문이다. 특히 양도소득, 임대소득, 상속증여소득은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과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합당한 부과기준이라면 재산이 아니라,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 범위를 ‘모든 소득’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자산의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액 자산 자체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원리에 꼭 부합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는 조세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에도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유세가 존재한다. 비록 MB정부가 부자감세를 하여 고액재산가의 세부담을 줄여주었지만, 이는 반드시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보험방식에서는 정률방식을 취하지만, 조세방식은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액재산에 대한 접근은 조세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현행 사회보험의 원리에 충실한 방향이라면 재산, 자동차, 성, 연령과 같은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모든 가입자’에게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소득파악문제가 남아 있기에 그렇다. 십분 동의한다. 현행 세무행정 구조하에서는 100%완벽한 제도를 설계하기란 실제로 어렵다.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남는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지역가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가입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 문제 역시 주로는 현행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무엇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와 그 원칙을 보완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구별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기준’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그 원칙을 버리는 것과, 그것을 보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되, 소득파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의 문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원칙을 흔드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할 문제일 뿐이다. 

 

몇 가지 논쟁지점에 대한 평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들이 있다. 몇 가지만 간추려 보자. 

우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보다 국고지원과 사업주 부담률 조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특히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핵심은 국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건강보험 재원의 세 주체인 국민, 국가, 기업 중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논점이 다른 주장이다. 설령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국민들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되어 발생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즉, 국고지원 문제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다른 문제일 뿐이다. 국고지원율을 현행보다 더 상향하더라도 부과체계 개편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국고지원을 상향하게 되면 그만큼 국고수입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다. 조세로 이뤄지는 국고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현재 조세의 형평성이 결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보다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 간접세 비중이 매우 크기에 그렇다. 조세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은 오히려 건강보험이 더 크다. 건강보험 재정의 30%는 기업주의 부담이지만, 조세에서 법인세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정도 수준이다. 조세보다 오히려 기업부담이 더 많다. 어찌되었든 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국고지원이나 사업주부담률 조정과는 다른 논점이다. 논점을 정확히 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서민증세, 노동자 증세로 바라보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오히려 그간 과도하게 부담해온 서민들, 특히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부담능력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을 실행하게 되면 대부분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굳이 붙인다면 이는 서민감세에 해당하지 서민증세라고 볼 근거는 없다. 단, 지역가입자의 하위 15%정도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실질적인 부담경감은 없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사실상 빈곤층으로 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부과체계 기획단과 정부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바도 있기에 그렇다. 송파세모녀의 예처럼 최저보험료를 설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대폭 경감되기에 그렇다. 

 

한편 노동자 증세라는 주장도 그렇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온전히 시행하게 되면, 직장가입자중 16.7%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이들은 소액이라도 근로 외소득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상위 소득을 가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상위 노동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시각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온당치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부자의 부담을 늘리고, 서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다. 단지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다. 누구는 소득이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고, 누구는 똑같이 100만원의 소득있는 데도 소득의 종류가 다르며 근로소득에는 부과하는 반면, 금융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게 공평한가. 그렇지 않다. 단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방안은 그간 무임승차해왔던 근로외 종합소득에 대해서도 근로소득과 같은 동일한 소득이라면 동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의 효과는 근로외 소득을 가진 상위 소득계층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거기에 상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이를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것은 절대 온당치 않다. 대부분의 평범한 노동자들이라면 근로외 소득을 갖긴 어렵다. 근로외종합소득이라면 이자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이기에 그렇다. 노동자의 85%는 오직 근로소득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라고 한다면, 명확히 단서를 붙여야 한다. ‘상위 10% 노동자증세’라고 말이다. 이를 노동자 일반의 증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왜 상위 10%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나? 왜 대다수 평범한 노동자의 시각으로, 과다한 건강보험료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가입자·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 건가. 더욱이 ‘증세’라는 표현도 가당찮다. 그건 증세가 아니라, 그간 부당하게도 무임승차를 누려왔던 특혜를 환수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 소득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범위에 연금소득이 포함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연간 2천만 원의 연금소득자가 부자냐는 항변이다. 노동자 증세라는 비판과 상통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노동자이 부담은 가중시키는 것은 절대 반대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연금소득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연금소득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이 마땅찮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적 연금체계는 시장소득이 연금소득으로까지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연금수령액도 높다. 반면,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이 적은 계층은 연금수령액이 적다. 더욱이 비정규직, 영세자영자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가 안정화된 후라도 전체 국민이 절반이상은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후의 연금소득 역시 시장소득의 양극화가 그대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또한 온전히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를 개편했을 때와 현행 체제를 유지했을 때를 비교하자면,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중심의 개편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구조에서는 연금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인 퇴직 후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이거나, 혹은 지역가입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피부양자라면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에는 현행 체제에서도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에는 연금소득이 20%가 반영될 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 기준이 적용되어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소득에 비해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연금소득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남게 된다. 더욱이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에서는  연금소득 전체가 아니라 일부인 25%정도만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부담이 크지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디딤돌

 

지금까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 왜 소득중심의 개편이 필요한지, 그리고 관련하여 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논리를 보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애초부터 자신의 입장을 갖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여기에 보수적 인사로 알려진 김종대 전이사장이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오히려 왜곡된 시각으로 바로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우리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너무 이념적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보여진다. 부자 대 서민(혹은 노동자) 프레임이다. 소위 1%대 99% 프레임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단지 공평한 부과체계를 위함이지 부자증세(혹은 노동자증세)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프레임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형평성 문제는 사라지고, ‘왜 내가 더 내야 하느냐’는 항변만이 존재한다. 이런 잘못된 프레임은 올바른 개혁조차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상위 1%만이 아닌 상위 10%의 고소득 노동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를 ‘노동자 증세’로 규정하는 주장은 결국 상위 10%의 ‘나는 더 내기 싫다’는 반증세 정서를 대변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상위 소득계층의 건보료 무임승차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을 뿐인 거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연대 의식’ 형성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줄 뿐이라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무상의료는 요원할 것이다.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 없이 재원을 확충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에 온전히 넘긴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증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나, 증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세의 형평성과 그것이 과연 복지에 제대로 쓰일 것인지에 대한 신뢰부족으로 인해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든, 건강보험료든 동일한 숙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기업의 부담률을 높이는 것 역시 간단하지는 않다. 기업 소득은 대부분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고용은 그 반대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건강보험의 보장을 위한 개혁은 현행 건강보험제도 자체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보험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잣대로 소득기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중적 동의도 간편하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발판삼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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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납득할 수 없었던 한국 근현대사의 비상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이제는 그야말로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기본권 논의가 시작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대는 분명 생존권을 보장하는 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철폐 그리고 노동권을 적대시 했던 관행들과 결별하고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들에 녹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공약이행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 우리는 아직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복지동향은 지난 호에 이어 현 정부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개혁 정책의 실종을 다루고자 하며, 본 호는 ‘노동존중 사회’의 현 주소를 점검하였다.

 

분명 시작은 기대에 부응하였다. 역대 어느 정부도 보여주지 못한 친노동 정책은 최저임금

1만 원, 주 52시간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일자리 확충과 사회서비스원 출범, 불법파견 금지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혁 상징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 이후에 나타난 실질적 노동정책은 노동권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선회되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같은 개혁 무력화가 뒤따른 한편, ILO 핵심협약 비준, 단체협약 적용 확대, 포괄임금제 규제, 청년일자리 보장 등 주요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결사의 자유를 차별화하는 등 노동계와 곳곳에서 대치하고 있다.

 

노동이 다시 홀대받고 있다. 본 호 기획글에서 신인수 원장은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상식과 달리 한국의 노동자는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없는 나라다. 그 권리조차 비준하지 않고 있는 극소수의 나라 중 하나다.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대표적인 집단은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데, 고용관계상 근로자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불합리한 노동법 조항마저 현 정부는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김종진 부소장은 플랫폼 노동자의 폭증에도 불구하고 관련 노동권 보장 정책이나 제도 개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회보호와 공정한 대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도출되어야 하지만, 오래전부터 시작된 특수고용노동 논의만 학계와 연구기관에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김성희 소장은 사회적 의미는 축소되고 사용자 애로사항 해결로 귀결되고 있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비판하고 있다. 주 52시간 상한제는 연장근로 최장 한도인 주 12시간에 휴일특근 16시간은 제외되어 왔던 비정상을 바로 잡는 의미였다. 그러나 연착륙을 위해 제시된 보완대책은 탄력근로제 확대, 사업장 적용 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요건 확대 등 사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결국 주 52시간 상한제가 장시간 노동 해소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미래의 노동 전망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개혁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에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실망은 단지 더딘 추진과정이나 부실한 보완대책에 있지 않다. 기대가 배신되는 순간, 개혁 정부에 대한 지지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화, 2020/02/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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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위기인가 기회인가1)

 

송이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현대사회에서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운영은 시민의 기본권 더 나아가 사회적 시민권이라는 맥락에서 돌봄을 사회화하는 정책이다.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민간 공부방인 지역아동센터가 2004년 법제화(아동복지법 제52조)되면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아동센터는 공적 영역으로 편입되어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보호, 교육, 급식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보호권, 돌봄권, 더 나아가 학습권과 발달권까지 보장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유사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 방과후 돌봄 서비스로는 다함께 돌봄센터(보건복지부), 초등돌봄교실(교육부), 방과후아카데미(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여성가족부) 사업이 있다. 아동 방과후 돌봄의 사회정책적 환경은 2017년 보건복지부의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 시작, 서울시 우리동네 키움센터 공급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는 2019년 기존 공립형 지역아동센터2) 설치 지원 대신 융합형 키움센터 설치 지원을 추진하고 시 지원 100%로 설치비 최대 5억 원, 리모델링비 최대 8천만 원 그리고 인건비, 운영비를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의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 중 융합형 키움센터는 특히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유사한 기능으로 기획되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인해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기존의 우려 목소리가 종사자 처우, 돌봄환경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여 서울시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3) 2019년 9월 6일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제289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아동센터는 2009년 정부지침 변경을 통해 중위소득 100% 이하 저소득층 아동 위주로 이용 가능하도록 매해 소득기준으로 이용아동 비율을 정한다.4) 이번 조례개정안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이용에 자격에 따른 제한이 아닌 아동 당사자의 돌봄 필요 욕구에 따른 이용이 되도록 명시하였고 이를 통해 차별적인 이미지와 편견을 개선 혹은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생활환경 및 가정 상황 등으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은 우선 이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마련을 통해 돌봄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취약계층 아동이 소외되지 않도록 조치하였다.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 흐름 속에서 아동 방과후 돌봄 영역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고 공공성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방과후 돌봄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방과후 돌봄의 공공성은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사회복지 논의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공공성의 원리는 투명성과 참여성, 보편성이다. 공적가치와 사회적 시민권을 배양하고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데 있어 이 세 가지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신진욱(2007)5)은 공공성을 논하면서 책임성과 민주적 통제성, 연대와 정의, 공동체 의식과 참여, 개발과 공개성, 세대 간 연대와 책임을 강조한다. 방과후 돌봄 서비스의 핵심 축인 지역아동센터가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기반의 돌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권리, 아동이 평등할 권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운영의 공공성 확보이다. 공개성과 투명성은 재정 운영에서 특히 강조된다. 이는 특히, 회계 항목의 구성, 인건비와 운영비의 분리 운영에 적용되어야 하며 정보공개 정도와 활용, 회계관리 시스템 및 모니터링 현황에도 중요하다.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예산 항목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3.8%(253명)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산항목은 ‘종사자 인건비 항목 분리’가 개인 운영시설 78.1%, 개인 외 운영시설 7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인건비 항목이 분리되지 않으면 아동 프로그램비 확보에 취약하고,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드러나기 어렵다. 이는 2019년 지역아동센터 예산 인상분이 최저임금 인상 비율에 비해 턱없이 낮아서 벌어진 연초의 문제적 상황에서 재차 확인되었다.

 

지역사회 내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아동센터는 대표적인 방과후 돌봄 기관으로서 교육과 복지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학교 부적응 해소, 일상생활지도, 학교생활 적응력, 심리·정서적 안정, 건강한 발달, 문화 체험을 아우르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내 아동문제의 예방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전방위적인 아동 방과후 돌봄의 핵심 축을 이룬다. 또한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연계활동, 공립센터와 민간센터 연계 및 민관 거버넌스 구축 등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해왔다.6) 설문조사에서도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지역사회 연계활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9%(282명)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지자체는 네트워크 허브기관 설치 및 운영,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공동사업 개발, 지역아동센터 지원(후원) 기관에 대한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방과후 돌봄 연계지도를 다시 그리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다함께 돌봄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함께 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의 차별점이 과연 무엇인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되어 있다(「아동복지법」 제16조 1항 11호). 한편,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복지법 제44조의2(다함께돌봄센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8조, 「사회보장기본법」 제5, 6조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 제3조에 근거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시설로 포함되어 있는 반면,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에 대한 지원서비스로 분류되어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복지 측면에서 보면 다함께 돌봄센터에 비해 보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4월 25일 열린 서울시 ‘초등 마을돌봄의 해답 찾기’ 청책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지역아동센터가 처한 열악한 현상황에 대한 해결책 모색과 재정지원의 형평성이었고 이때의 주요 비교 대상은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였다. 이후 지자체 차원의 홍보시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 이용아동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을 금지하고, 종사자 처우를 동일하게 하며, 사회복지사에 대한 단일임금체계 적용이 차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민간에서 시작되어 민간에서 운영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아동센터와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을 위해 사회가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지향은 공유하지만 이를 둘러싼 제반 조건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누구나 운영이 가능하나 다함께 돌봄센터는 서울시의 경우(우리동네 키움센터) 직영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위탁이 가능하다.7) 또한, 쾌적한 공간 확보,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민간 지역아동센터에 비해 다함께 돌봄센터는 공간확보가 유리하다. 내용상 차이점으로는 다함께 돌봄센터의 경우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일시 긴급돌봄이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유연성이 높다는 것은 장단점을 모두 내포한다. 즉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아동을 포괄할 수 있지만 아동 맞춤형의 심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에는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이는 다함께 돌봄센터가 돌봄 위주의 서비스인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아동에 대한 복지 전반을 담당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전체 방과후 돌봄 체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면, 첫째, 돌봄 안에서 아동에게 지원되는 학습, 놀이, 쉼의 내용과 효과성이다. 또한, 둘째, 다른 인프라와의 중복되는 기능과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규제 조치, 상호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이때 필요한 추가 지원 사항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학교, 다함께 돌봄센터 등 타 방과후 돌봄 인프라와의 연계 방안과 이때 모든 주체들에 대한 동등한 권한의 보장에 대한 사항이다.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가 상대적으로 방과후 일시 돌봄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을 주된 기능으로 하되, 아동의 성장과 발달 전반을 아우른다.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는 돌봄, 심리정서 지원, 관심, 학습, 놀이, 건강과 영양 등 여러 요인들이 모두 중요하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아동에 쏟아야 하는 정성도 종사자 처우 개선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아동 방과후 돌봄 지형도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시의 경우 2018년 기준 전체 초등연령 아동의 약 12%가 초등연령 방과후 공적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 예상되는 초과수요는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로 흡수될 수 있고, 다함께 돌봄센터의 양적 확장으로 인한 방과후 돌봄의 보편성에 대한 복지 인식 개선 효과가 지역아동센터의 위상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지역아동센터가 보편적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방과후 돌봄, 성장, 발달을 위한 이용시설로 내실을 다지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는 기존 지역아동센터 일반아동 이용 제한 조건을 완화시키는 환경적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초등 방과후 돌봄의 보편화를 더 빨리 이끌어낼 수 있다. 다함께 돌봄센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 노력은 종사자 처우개선, 투명성 강화, 학교와의 연계 강화를 쟁점으로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지역아동센터마다 이용아동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역아동센터는 재정비를 통해 다함께 돌봄센터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다양한 아동들에게 맞춤형 성장환경을 제공한다면 오늘은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표 3-1> 서울시 초등연령 돌봄의 공적 지원 현황

<표 3-1> 서울시 초등연령 돌봄의 공적 지원 현황https://lh5.googleusercontent.com/aMlKK__8aQhl3kteQKSem2kPe2jy87KxHZTNYG... />

※ 주: 아이돌보미는 이용 아동의 중복성을 제외하기 위해 2018.8월 한 달 기준 자료를 제시. 아동 수는 통계청 주민등록인구 2017. 9. 자료. 초등돌봄교실은 서울시 교육청 발표자료8)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화, 보편화, 네트워크화

서울시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사업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근거로 하여 국비 30%와 시비 70%로 구성된 지원금이 지급된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인적, 물적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목별 지원여부가 일관되지는 않으나 기본 운영비 사용기준은 존재한다. 먼저 사무비(90% 이하) 중 인건비는 종사자 채용 수에 따라 생활복지사의 기본급여 175만 원(2019년 최저임금)을 지원하되, 기본급여를 상향하여 차등 지급한도 설정이 가능하다. 10% 이상의 사업비는 반드시 프로그램비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이러한 예산운영 구조는 종사자 처우와 급여, 종사자 전문성, 예산 항목 분리 가능성 그리고 프로그램의 질이 모두 긴밀하게 맞물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서 예산 지원방식, 지원형태, 지원규모와 관련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아동 방과후 돌봄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분담으로 공평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단가 증가는 전년대비 1.6%에서 2.4%로 센터 규모마다 상이할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분만을 반영하기에도 불충분하며 양질의 프로그램비 지원 등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여전히 역부족이다.

 

<표 3-2> 지역아동센터 2019년 기본운영비(국비 30%, 시비 70%) 주요 변경지원 사항

<표 3-2> 지역아동센터 2019년 기본운영비(국비 30%, 시비 70%) 주요 변경지원 사항https://lh6.googleusercontent.com/j_I8x6KQt-amoRuU78GB1GIhKi0YZt_xyHDFGl... />

출처: 서울특별시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 지원 계획

 

설문조사 결과 추가 재정지원이 필요한 항목 1순위는 종사자 인건비(70.9%, 175명) 2순위는 임대료(38.7%, 75명)로 조사된 바 있다.

 

<표 3-3> 추가 재정지원 필요성

<표 3-3> 추가 재정지원 필요성https://lh5.googleusercontent.com/A9ImH5a6rNh9ZsfzlCpWTpjPTwmWa5PQ2Xgda2... />

 

둘째, 종사자의 처우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아동분야를 타 사회복지분야에 비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유사업무를 하는 종사자들이 소속된 기관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 적용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종사자의 직업안정성 제고를 통한 사기진작, 잦은 이직 문제 해결을 통한 아동에 대한 안정적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라 종사자 처우개선비를 지원(시비 100%)한다. 이를 통해 타 사회복지 이용시설과의 형평성 반영은 가능하더라도 경력반영 등의 체계화 노력은 미흡하다.

 

<표 3-4>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처우개선비 지원 현황(‘14년~’19년)

<표 3-4>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처우개선비 지원 현황(‘14년~’19년)https://lh6.googleusercontent.com/1l5bG_aMF7dJCJF-Px6vUqc-5lwS5mKgPFdgIO... />

출처: 서울특별시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 지원 계획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사자의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급여 인상이 84.0%(262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사회적 위상 강화가 31.0%(95명)로 뒤를 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높은 이직률을 위한 다각도의 종사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사회적인 책무성’과 ‘회계의 투명성’이 공공성 강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았다.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서는 종사자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표 3-5> 종사자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한 필요사항(1, 2순위)

<표 3-5> 종사자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한 필요사항(1, 2순위)https://lh6.googleusercontent.com/26vUoN_ymcOHZ8HN0aNKWdr5Pns9R7yUXQPWoU... />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제도 마련(혹은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급여라고 응답한 사람이 251명(84.2%)으로 가장 많았으며, 급여개선 중에서도 특히 호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3.2%(156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 대한 통합적인 인력 풀 제도 운영을 요구한 응답자는 28명(9.4%)이었다.

 

<그림 3-1> 종사자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

<그림 3-1> 종사자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https://lh5.googleusercontent.com/0GZUnKaNtTqZO00vP6ClBR0ZtgBRxNZ-JjW5Xp... />

 

셋째, 아동 당사자 관점에서 아동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다채로운 맞춤형 이용이 가능하도록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고 돌봄, 놀이, 학습, 발달 등 아동 생활 영역 전반에 걸쳐서 우선 지원 대상 규정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보편적으로 모든 아동이 종합적인 복지지원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결국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은 제도화와 보편화 그리고 네트워크화를 위한 노력이다.

 

<표 3-6>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표 3-6>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https://lh6.googleusercontent.com/LwJ1XYe9yq8MpsYHqvu220SfxQ_S_TnhqlQYWc... />

 

제도화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일정 책무를 부여하고, 동시에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제도화를 위해서는 첫째, 운영 주체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이나 종교단체 운영 비율이 높은 지역아동센터는 공립(구립)이나 법인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어렵고 투명성 저하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공공이 센터 수급관리를 하고 공립(구립)의 형태로 지자체가 공급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공립센터를 중심으로 민간센터와의 연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공립센터 확충은 열악한 공간 문제와 운영 부실화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한 평가 체계와 공공 주도의 수요공급 관리시스템 구축은 지역아동센터와 종사자 사회적 위상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운영비, 급식비, 인건비 등의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민간 진입 제한 조건으로는 전세금 등 일정 자산 보유 시설 혹은 시설장 경력 자격 조건 강화, 신고제를 허가제(혹은 인증제)로 전환하는 조치 등이 고려 가능하다. 진입장벽 강화는 종사자 간의 신뢰 형성에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화의 두 번째 사항은 종사자 처우 개선이다. 지금까지 지역아동센터는 복지 노동력 조달에 있어 비상근 파견과 일관적이지 않은 임시방편의 임금제를 운영해왔다. 우선적으로 적절한 급여수준 보장, 급여에 경력 인정, 적정 상근인력 보장이 필요하다. 현재 단일임금체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모든 종사자에게 공정한 기준에 따른 급여 체계화가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이를 반드시 현실화시켜야 한다. 또한, 고용형태 전환을 통한 상근인력 충원이 필요하며 효율적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비상근 파견을 상근직 노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력 고용형태 전환은 돌봄노동의 질을 증대시키고, 이는 아동과 부모의 복지를 증진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우수인력 유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고용안전성과 수입 증가는 필연적으로 이직을 줄임으로써 종사자 노동력의 전문성과 숙련도는 향상된다.

 

<표 3-7> 종사자 처우 문제와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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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화

돌봄의 공공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대상의 보편성과 질이 담보되는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다. 하지만 비록 국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대상이 저소득층으로 한정된다면, 이는 보편성을 결여하게 되고, 때문에 공공성 강화에 한계를 내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 번째가 현금지원대상의 보편성 담보이고 두 번째가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누구나 재정적 부담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돌봄수급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담보되도록 하는 것이다.9)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보편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크게 돌봄체계 구축과 공간 활용 문제 개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실에서 특히 시급한 것이 돌봄 공간 환경의 질 문제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는 센터마다 공간 환경 특성이 매우 상이하다. 열악한 공간과 임대료 및 재정 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종사자 근무환경, 아동 돌봄 환경 모두에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별 유휴공간을 아동시설과 지역 돌봄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에 일정비율 할당(주민센터 등)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간개선을 위한 민간자원 연계 지원 및 공공의 지원을 다각도에서 모색해야 한다. 임대료가 높고 유해환경이 없는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서울시는 특히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 보편화 노력은 방과후 돌봄 지원 기관 간의 차별은 없애고 차이와 특색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아동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할 것이다.

 

<표 3-8> 공간문제와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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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세 번째 접근은 네트워크화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한 학교, 지역사회 연계 및 협의체 활성화가 실효성 있게 실행되려면 지역아동센터를 주축으로 한 통합지원체계 구축과 방과후 돌봄에 대한 공적, 사적인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방과후 돌봄은 지역아동센터, 초등돌봄교실, 다함께 돌봄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의 지역돌봄협의체 뿐 아니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드림스타트 등과의 연계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했듯이 다함께 돌봄센터의 등장은 지역 기반 돌봄의 지역아동센터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지역기반 방과후 돌봄의 주류화를 추동하고 내실 있는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교육부 주도로 온종일 돌봄체계 현장지원단이 출범하면서 이를 통해 교육부, 지자체 등 관련 부처들의 협력 기반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일부 돌봄교실은 지자체와 학교가 협력하여 새로운 돌봄 모형을 만들어냄으로써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협력 체계 안에서 지역아동센터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방과후 돌봄 필요 아동에 대한 연계발굴로도 이어져 아동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 이용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방과후 돌봄은 해외에 비해 민간 비중이 크고, 공공의 기능보다는 개별 자생적 성격이 강한 편이었다. 해외 국가들의 방과후 돌봄은 점점 공공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고 그 안에서 지역사회 연계와 학교 연계가 공고해지는 추세를 보여 온 것에 비해, 민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지역아동센터는 제공되는 돌봄의 성격이 개별 센터 특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방과후 돌봄 영역에 대한 공공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해 운영 전반 사항을 재검토하고 민관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아갈 시점이다.

 

모든 아동의 보편적 권리 보장은 지역아동센터로부터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10) 구현을 위한 아동권리보장원이 2019년 7월 16일 출범했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수행되던 아동 관련 중앙 지원 업무를 통합하여 아동보호서비스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중앙 지원체계를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통합한 것이다.11) 아동권리보장원은 이에 더해 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지원 등의 정책지원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아동권리보장이라는 대원칙 하에 지역아동센터 역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입각한 공공영역의 아동 방과후 돌봄 중추기관의 역할을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과후 돌봄, 놀권리, 학습권은 모두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에 지역아동센터는 보호와 돌봄에 대한 아동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아동권리 전반을 책임지는 아동친화도시 주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복지 환경 속에서도 지역아동센터는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이다. 정부와 관계자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은 모든 아동이 차별 없는 성장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않으면서 아동 방과후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그 어떤 방과후 돌봄 기관보다 지역기반적이며 아동 중심적이고, 포용적이다. 진일보한 방과후 돌봄의 중심추 역할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대한다. 


1) 2017, 송이은·이지혜,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 및 내실화 방안 마련 연구」,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 연구보고서에서 일부발췌

2) 서울시 구립지역아동센터 중 자치구의 신청에 의해 자치구별 1개소에 대해 기본운영비의 50%를 추가 지원(시비100%)하고 공립형 센터는 종사자 1명을 추가 배치하여 자치구, 지원단과 협력하에 지역사회 연계, 협력 사업을 추진함

3) 보건복지부 역시 지역아동센터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종사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아동센터 발전방안 협의체 운영 등의 노력

4) 2019년의 경우 신고정원의 80% 이상은 돌봄취약아동이 우선(일반아동은 20% 범위 내)

5) 신진욱, 2007,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담론전략”, 「시민과 세계」 11, pp.18-39.

6) 사회서비스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는 운영과 관련된 활동에 대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임

7) 서울시는 자치구 직영을 권장하고 있으나 위탁방식이 늘고 있음(2019년 9월 현재 절반이 위탁 운영 중이며 향후 개소 예정 센터도 절반 이상이 위탁계획)

8) 안현미 2018. "서울시 영유아 아동 돌봄 정책 현황 및 통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 「서울시 영유아 및 아동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

9) 윤홍식, 2012, "사회서비스 정책과 공공성: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과 적용”, 「참여연대: 보편적 복지확대를 위한 공공성 강화방안 토론회」, pp.7-39.

10)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합니다, 2019.05.23

1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포용국가 아동정책·서비스 기관 통합된다! 2019.07.16

화, 2019/10/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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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한국 노동시장 진단 – 불안정 고용, 임금 격차, 장시간 노동, 중대 재해 모두 심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제 1년이 지났다. 출범 초기 ‘취임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낮은 지지율로 인해 가장 왕성해야 할 집권 1년 차에 정책 추진력이 미약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할 만한 정책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책 성과가 아닌 정책 지향과 추진 동기를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토대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간략히 살펴볼 것이다.

먼저 고용현황이다. 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와 노동시장 모두 침체기를 겪다가, 22년 초반부터 코로나 감염확산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각국이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양태를 보여줬다. 특히 급격히 침체되었던 노동시장의 경우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와 포스트코로나에 따른 노동수요 증가로 일부 국가 또는 산업의 경우 노동력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증가해 고용량이 늘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23년 2월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고용 규모가 전년 대비 35.7만 명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1여 년간 지속돼 왔고, 증가 추세만 따지면 노동시장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증가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에 그치고 있으며,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고용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21년 기준(OECD 통계, 통계청 제공) 한국의 고용률은 66.5%로 OECD 평균 69.7%에 비해 3%p 이상 낮다. 고용 규모로 따지면 대략 85만 명 정도가 추가 취업되어야 OECD 평균과 유사해진다. 

다음으로는 한국 노동시장의 오랜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9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1.4%에 해당한다. 간접고용 일부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정부 추계로는 37.5%에 달한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나라마다 편차가 심해서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대표적 지표인 임시직(Tempo-rary workers, 쉽게 말하자면 계약직) 규모를 비교하는데, 한국의 경우 2021년 임시직 비중은 28.3%(정부 공식 통계)로 비교국 중 2번째로 많고, 일본(15.0%), 독일(11.4%), 영국(5.6%) 등과 비교할 때 심각히 높은 수준이다.

노동시간 역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의 오명을 못 벗어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의존적 취업자(노동자+특고+무급가족종사자)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17시간에 비해 3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 1,300시간대에서 1,500시간대에 분포한 유럽 주요국에 비하면 최대 600시간까지 더 일하는 셈이다. 이를 주 40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1년에 7.5주(1.5개월) 이상을, 유럽 주요국에 비해 10~15주(최대 3개월) 정도 더 일한다. 

노동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한국의 산재 치명률(산재 발생 후 1년 내 사망자 비율)은 10만 명 당 4.3명이다. 이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OECD 가입국 중 멕시코, 튀르키예, 라트비아 다음으로 높다(2021년 ILO 통계). 산재 통계는 각국마다 산출 방식이 달라 ILO 통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대 산업재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주요국의 10만 명당 산재 치명률은 프랑스 2.5명, 스페인 2.1명, 일본 1.5명, 스웨덴 0.8명, 독일 0.7명 등이다(프랑스, 스페인, 독일은 2020년 자료).

노동시장 소득 격차도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미국 다음으로 크다. 임금 10분위 배율(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수준)로 보면, 미국과 한국은 각각 4.84배와 3.60배에 달한다(2020년 기준).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이 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스웨덴으로 2.14배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34% 수준으로 OECD 평균 13%의 2.5배 수준으로 가장 심각하고, 다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7번째로 크다(「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0」).

거꾸로 가는 노동정책, 현실이 아닌 이념과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 추진 탓

요약하자면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달성한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안정, 노동시간, 산업안전, 임금 불평등 등 주요 노동시장 지표가 모두 매우 처참한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교육과 더불어 노동개혁을 3대 개혁의 하나로 지목했다. 앞서 살펴본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노동개혁을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직무성과급 도입 그리고 노조회계 투명성 제고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핵심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한 연장노동 상한제의 단위 기준을 주 단위에서 월이나 분기, 반기, 연간으로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주 단위 연장노동 상한을 월 단위(=약 4.3주)로 환산하면 총 52시간이 된다. 그런데 단위 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은 그 기간 내에서 연장 노동시간 배분을 임의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간 총 연장 노동을 한 주에 몰아서 하게 한다면 현행 52시간(40+12)이던 주간 노동 상한이 최대 92시간(40+52)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연속 휴게시간 11시간 보장,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 부여 등을 가정하여 계산한 것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간 69시간 노동이다. 이 69시간을 두고 극단적인 가정이다, 아니다 논란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갑자기 60시간 이상은 너무하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떤 계산이 맞는지, 더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이미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는 야간노동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DDT 살충제가 야간노동과 같은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한국정부는 과로사 인정 기준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이는 당연인정기준으로 이보다 적게 일하다 사망한 경우에도 관련성에 따라 과로사가 인정된다). 따라서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오히려 반대다. 도대체 왜?

직무성과급제 역시 마찬가지다. 직무급제의 장점은 같은 일에 대해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임금체계가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별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기업규모, 고용형태,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심각한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기업 내 직무에 따른 별도 임금체계 적용을 의미한다. 이 경우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업 내 직무 간 임금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근속에 따른 보상(즉, 호봉제적 성격)이 줄어들고 성과급 요소가 강화되면,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유일한 격차 해소 효과는 근속에 따른 격차 축소다. 하지만 이 역시 착시 현상일 수 있는데, 당장은 연령에 따른 격차가 축소되는 것처럼 보여도, 거꾸로 보면 신규 입사자의 향후 임금 인상 폭이 크게 제한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판 조삼모사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결정은 노사 자율에 맡겨 온 것이 근대적 노동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역시 이러한 노사 자율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임금체계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도대체 왜? 

현실 진단과 상관없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미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자 하는 지향이 담겨 있다. 자본은 언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노동을 유연화하고 싶어한다. 노동 유연화를 극단적 정책으로 추구한 이념이 바로 신자유주의고, 그 대표적 방법이 비정규직 양산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매우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고, 20년째 그 비율이 정체돼 있다. 고용 유연화가 이뤄질 만큼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노동시간과 임금 유연화다. 

자본의 입장에서 극단적 고용 유연화는 경기 하강기 인력 조정에는 유리하지만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경기 상승기에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남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커진다면, 정규직 숙련노동자를 지속 채용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용과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직무별 별도 임금체계 적용과 근속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별 직무성과급 역시 마찬가지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철 지난 신자유주의 실험을 지속하고, 자본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지난 40년간 전세계가 목격한 불평등 확대와 사회적 분열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분열을 정치 자양분으로 삼는 노조 적대화 노동정책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하는 세 번째 과제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정부가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회계를 강제로 공개시키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도 이해가 안 되지만, 노동조합 회계를 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어떤 노동정책 교과서에도 이와 같은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이 듣도 보도 못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취임 초 각종 인사 실패, 잦은 말실수로 인해 취임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윤석열 정부의 이례적인 리더십이 놓여 있다. 정부에 대한 주요 비판 세력인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영논리를 강화해서 지지율 반등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부가 3대 개혁 중 하나로 선정한 노동 개혁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자본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고 노동조합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권의 안위를 모색하겠다는 정치 공학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얄팍한 정치 공학으로 한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민생을 챙기고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할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보여 왔는지를 잊었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다시 그 행동과 결단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행동에 각인된 역사는 결코 쉽게 잊혀지거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1) 산재통계는 10만 명당 산재발생 수를 비교하는데, 국가마다 산재발생을 ‘보고’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와 ‘보상’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가 있고, 비교 대상을 전체 취업자, 전체 노동자, 전체 보험가입자, 준상용노동자 등으로 보는 경우가 달라 10만 명당 발생건수로 정확한 비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The post [기획3] 공정과 상식이 아닌 분열과 갈등의 노동정책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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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1)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목, 2021/09/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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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기초생활보장 분야 -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2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3조 9,939억 원으로 전년 추경예산 대비 9.2% 증가함.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사업 등을 합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12조 2,6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함. 반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인 주거급여 지원은 전년 대비 2.5% 감소, 교육부 소관 예산인 교육급여는 전년 대비 22.8% 감소함.

 

전반적으로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위기가구에 대한 단기적 지원 대책인 긴급복지 외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상자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음. 이와 같은 소극적인 개선안은 최근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 현상, 그리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불평등 심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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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업 평가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Ot-xS5t1eQNyFxZ9crBuX__smtcG7-SRf_KBdu... />

 

1) 생계급여

생계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5,762억 원 증가한 4조 3,379억 원이 편성되었음. 2019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률은 2.94%에 불과하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근로소득 공제 확대 ▲재산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산이 증액되었음. 정부는 2020년 추진할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를 약 7.1만 가구로 추정했음.

 

2019년 하위 20% 이하 노인가구, 2020년 하위 20~40% 노인가구의 기초연금이 각각 5만 원씩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예산지출이 6,576억 원 감소했으나, 2019~2020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등 미약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편성한 예산은 7,262억 원에 불과함. 정부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취약가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해온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2) 의료급여경상보조

의료급여 제도에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지만, 예산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7조 38억 원이 편성됨.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6~2018년 예산상의 1인당 진료비가 실제보다 7~9%가량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기본진료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한 것이 예산 증액의 주요 요인임.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데 따른 신규 수급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1,458억 원 증액되긴 하였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조치가 생계급여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졌음. 게다가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 증가율을 3%로 고정하였는데, 이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임.

 

3) 긴급복지

내년 긴급복지 예산은 1,656억 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 대비 1.9% 증액됐으나, 본예산과 비교하면 16.5% 증액됨.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제도의 대상인 저소득 위기가구 수를 정확히 추계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본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추경 또는 다른 사업에서 이용·전용하는 관행이 있었음. 이 관행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자, 정부는 2020년부터 예년의 본예산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임. 그런데 긴급복지 예산의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을 다시 2019년 본예산 수준으로 감액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긴급복지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추경 예상분까지 반영한 수준으로 본예산을 편성해야 함.

 

4) 자활사업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추경예산 대비 14.9% 증가한 6,022억 원이 편성됨. 다른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활사업의 증액분은 사회서비스일자리형,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단가가 5.0% 인상되고 대상자를 각각 25.3%, 28.3% 증가시킨 것에 기인함. 그런데 자활근로의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지나치게 낮아, 자활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는 조건부 수급자까지도 차라리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일용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자활사업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자활장려금의 대상을 전년 대비 70.6%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남. 보건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나, 2020년부터 고용노동부 소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두 부처·제도 간의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활근로의 단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음.

 

5) 주거급여 지원

주거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의료급여와는 달리 전년과 비교해 예산이 삭감되었음. 주거급여 수급가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이 삭감된 것임. 그 이유는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가구 수가 최대 139.5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6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14.1만 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임. 주거급여 신규 수급가구 증가가 저조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 단독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는 2017년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을 9.5만 원으로 예상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8년 결산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예상치의 2배를 초과하는 19.9만 원으로 나타나, 신규 수급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예측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됨. 2018년 말 기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실제 임차료 대비 주거급여액이 82.7%에 불과했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거급여 신청가구의 주거환경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아, 면적 이외의 다른 항목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임. 2020년 소폭 상향된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조차도 2019년 초 기준 최저주거면적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함.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 내몰린 열악한 거처의 임대료보다도 낮은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고, 비주택 거주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신청자 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주거지원도 제대로 연계하지 않았음. 국토교통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20개 지역에 비주택 거주 주거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20억 원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하나, 원칙적으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신청이 이루어지는 읍면동·시군구 단위에서 신청자 또는 수급자의 주거환경이 점검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해당 사업이 임시적인 조치로서 주거급여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적어도 단계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에 주거복지 지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함.



결론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 기초생활급여의 자격기준과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미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데 그쳤음. 무려 17.4%에 달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님. 주거급여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을 침해당하는 빈곤층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됨. 따라서 정부는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반드시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함.

월, 2019/11/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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