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209호(2016년 3월호)

지역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209호(2016년 3월호)

익명 (미확인) | 목, 2016/03/10- 17:02

편집인의 글

 

김형용 ㅣ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픔이 오래가면 이 또한 무감해지는가 보다. 내 몸의 피로와 상처도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는 데 남의 아픔인들 안 그렇겠는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절망했던 시간이 희미해져가면서 이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헬조선의 청년들 그리고 기본적 생활조차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우리 시대 불감증은 그렇게 보편화되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하여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흑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고통보다 보지 않는 고통이 더욱 많은 법이다.

 

2016년 총선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찾아온 선거에서도 우리는 비참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심판론이 판을 치고 있다. 야당은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는 한편, 청와대는 국회를 심판하자고 하며, 혁신세력은 현역을 심판하자고 하고, 진보는 낡은 정치를 심판하자고 한다. 심판을 할 대상은 이렇게나 많은데, 이들을 모두 심판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서로의 아픔에 민감하게 될 것인가? 아니라면 무능함은 통치자나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가 그렇게 정치로만 남아있을 때,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사회적 신경세포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란 가치와 권력의 배분과 관련한 것이다. 일단 가치와 권력이 배분되면 그 구성에 따라 세상만사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선거는 이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권력이 아무리 바르다고 판단할지라도 지난 동안 세상만사가 어지러우면 그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나 정치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심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업을 국민들이 선택하였다. 다만 국민이 선택한 권력은 집권 후 그 모든 위임된 권한을 방기하고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럼에도 선택은 옳았는가? 이러한 판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안적 선택이 그렇다고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도 있지 않아서이다. 즉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명확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반성할 기준도 없고 정치적 무능감이 사회적 불감증으로 전이된다.

 

결국 선거 정치가 사회를 바꾸려면 내 한 표에 대한 성찰과,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각 정치세력은 명확한 인과 관계에서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이 그 선택의 결과를 현재의 고통과 비교하여 상시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은 이러한 취지에서 ‘선거정치로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었다. 총론으로 남찬섭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한국사회의 전환기적 성격에 대응하여 복지국가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등장이 요구되며 또한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 요구가 여전히 유효한데 집권 초기부터 그 민심을 배신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남기철 교수는 현 정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형성과 양립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상 이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보영 교수는 이에 더 나아가 심판론은 대안이 없다는 안일함의 표현일 뿐이며 대안의 설득력과 구체성의 싸움을 전개하기 위하여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문하였으며,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는 복지이슈를 총선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대중정치활동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2016년 총선, 한 달 남짓한 기간, 선거정치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복지동향』 지난 2022년 6월호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다루었다. 여기서 남기철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경우, 통상 과거 정부의 정책은 폐기되거나 새로운 브랜드로 덮여지는 일이 많지만 사회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음을 지적하였다(남기철, 2022). 급증하는 돌봄·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복지와 고용성장의 선순환을 구현한다는 정책방향은 2000년대 중반 사회서비스 정책이 도입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별화된 철학과 비전이 있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공공일자리 확충을 추진하였던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를 현금급여의 대체재 그리고 민간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와 동일하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예외적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난 20년간 사회서비스 정책의 산업화 방향은 흔들림 없이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새 정부 출범 1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솔직한 속내를 보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혁신이란 절실한 수요의 변방에서 산업적 진흥을 위한 것이고, 공공의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자율적 시장이 형성되며, 노인·아동·장애인의 ‘돌봄을 받을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보장이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로적 왜곡이 점철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국정과제는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산업화를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이며, 지속가능이란 ‘개인의 부담 능력에 따른 소비’를 의미한다. 국정과제로는 규모화와 다변화를 통한 수요·공급의 확대, 혁신 기반 구축, 종사자 처우 개선의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추진 방향과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성 강화는 열악한 서비스 질로 수요가 낮고, 고용안정으로 혁신이 저해되며,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일자리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뿐이라는 기존 비판에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모델의 실패가 뼈아프다. 그러나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은 문제를 제기한 영역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사회서비스의 범주와 목적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는 한국형 돌봄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보편적 돌봄의 보장성 강화와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주로 다루었던 반면, 새 정부의 혁신과 고도화 방향은 사회서비스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성이 있는 서비스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미충족 수요가 광범위한 노인요양과 장애인돌봄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 몸통은 보지 않고,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의 주무사업인 전자바우처 사회서비스 사업이 혁신을 대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동상이몽 : 보편적 공공서비스 vs 수요자 중심 민간서비스

사회서비스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전까지 사회서비스는 취약계층 대상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복지서비스에 한정되었으나, 복지국가 패러다임이 개인의 역량을 지원하는 이른바 사회투자국가로 선회하면서 보편적 사회정책이 되었다. 2006년 정부는 국가의 장기종합전략으로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5대 전략 중 성장동력확충 전략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그리고 사회복지선진화 전략으로 보육, 요양, 방과후 돌봄, 주거복지 확충을 선언하였다. 후속 조치로 9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사회적기업, 노인장기요양,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재정지출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 반면 복지의 체감도와 효율성에 주목하였고, 주요 개선과제로 찾아가는 서비스, 통합전산망 운영, 시장 중심 서비스 창출을 제시하였다. 사회서비스는 시장기능을 강화하여 민간기관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성격에 부합한 제도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에 주목하였다. 이 시기 대표적 정책은 10대 유망사회서비스 발굴 및 지원이다. 아동정서발달서비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 정신장애인 토탈케어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바우처 방식으로 구매력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대되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 비활성화 이유가 사회서비스 미개발, 영세한 공급기관, 인지도 있는 브랜드 부족 문제로 인식하였고, 따라서 2011년 예산 253억 원을 시작으로 1,353억 원을 10대 유망사회서비스 기관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도 산업 육성에 초점이 주어졌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전달체계 효율성과 민간자원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연결되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R&D, 세제혜택, 정책자금 지원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적용하여 시장형 일자리를 확충하고 민간진출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였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공기관의 규모화·전문화 추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창업·육성, 고객관리시스템 개발, 유망 사회서비스 R&D 투자 등이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바우처 사업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달리하여 가격규제를 완화하고, 사회서비스 이용자 인정기준 완화로 유망 사회서비스 수요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는 양적 확충보다는 수요자 측면에서의 보장성 강화와 공급자 측면에서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제시하였다. 재정만 국가가 부담하고 민간에 맡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보장성을 높인다 해도 국민 체감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하에 6대 추진 과제로 생애주기별·분야별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 사회서비스 균형 발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및 내실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통합적 사회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사회권 실현을 제시하였다(관계부처합동, 2018). 더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아동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등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노무현 정부와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보장성 강화로 보편적 돌봄을 제도화한 방향은 동일하였으나 방식에서는 시장형 일자리 창출과 전달체계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경로를 형성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일명 미국식 사회서비스 상품 개발에만 관심을 가졌다. 정작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은 외면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통해 돌봄제도 확충에 기여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서비스는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이라는 전략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로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 보건복지부의 산업부화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44번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제시하였고, 목표는 ‘다양한 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누구에게나’ 이용하게 하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이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방향은 2022년 8월과 2023년 1월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이제껏 없던 소비시장을 개발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진흥기관으로 바꾸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전부처의 산업부화’가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산업화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과 동일하다. 용어도 그대로이다. 업무계획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을 이루고, 그 근거로 사회서비스 산업의 높은 고용유발계수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반복된 사회서비스 시장창출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새로운 정책 수단도 없다. 첫째, 정부는 사회서비스 수요창출을 위해 사회서비스 신상품을 개발·공급하고, 이용가격은 제공기관이 탄력적으로 조정함과 동시에 본인부담도 차등화하고, 제공기관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예시로는 가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 심리상담 등을 추가하고, 융합으로 보육·아이돌봄+놀이교육·예체능+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등 개별사업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하여 보편적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양질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영세한 민간 기관을 규모화·조직화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소셜프랜차이즈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기업·종교계의 사회공헌, 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이 제시되었다. 혁신펀드(140억 원)를 조성하여 영세한 기관의 규모화를 지원하고, 시장진입의 규제를 완화하여 사회서비스 기술개발(스마트 R&D)과 고령친화산업, 돌봄로봇, 보조기기, 스마트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사회서비스 상품에 연계되도록 하였다. 셋째, 지원·육성을 위한 제도로 「사회서비스지원및진흥법안」 을 제정하고 사회서비스원을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산업진흥기관으로 역할을 바꾼다. 이 밖에 사회서비스 보장성 강화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 영케어러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 고독사 대응도 포함되었으나, 이는 기존 종합계획의 극히 일부 실행 또는 사회서비스 예산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주변적 사업이다. 세부 내용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서비스 발전포럼에서 다룬 바 있고, 또한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육성 방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인구고령화로 인한 돌봄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에서 개인화, 통합화, 특히 코로나19 이후 긴급한 공공돌봄 대응 요구가 가중되어 왔는데, 처방은 과거로 회귀하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회서비스 

지난 동안 사회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발굴 및 확충,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 및 산업화,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개념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사회서비스 개념은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어떤 사무가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보장기관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사회보장급여이지만, 노인·영유아·아동·장애인·저소득층 등 다양한 대상을 중심으로 개별 정책 사업을 아우르고 있어, 각 사업부처가 사회서비스의 전반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정책 방향의 혼선을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에 있어서 산업화가 주요 의제가 되는 이유는 돌봄국가의 서비스보장 체계에 총체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유망사회서비스를 발굴하는 전자바우처 사업이 과대 대표되기 때문이다. 2022년 예산기준 사회서비스 정책의 주요 세부사업은 노인, 아동, 장애인 돌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영유아보육,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사업이 사회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2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산은 13조 3,467억 원(보험료 수입 8조 8,010억 원, 정부지원금 4조 4,967억 원) 규모로 성장하였고(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4조 8,908억 원(영유아보육료 지원 3조 2,028억 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운영 지원 1조 6,880억 원) 규모를 차지하며, 장애인활동지원은 1조 7406억 원을 차지한다(보건복지부, 2022). 이용자 수는 2021년 기준 노인장기요양 급여이용 수급자수는 90만 명, 영유아보육 이용자 수는 118만 명,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이 10만 명이다. 반면 8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 규모는 2009년 3,228억 원에서 2018년 1조 986억 원, 그리고 2021년에는 2조 7,74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이 사업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제외하면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은 6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망사회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자율형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2022년 예산 2,100억 원과 1,770억 원(균특)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신규 수요 창출이고 상품시장을 창출한다는 영역에서 정부예산 규모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의 수요지원 없이 이용자가 부담하는 민간 시장의 자율적 창출을 기대할 뿐이다. 정작 사회서비스 몸통의 혁신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의 수요는 공공시장의 규모, 즉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종속되어 있다. 노인·영유아·장애인 돌봄의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이용자 지원 방식으로 급여를 지출하는 공공시장의 사회서비스다. 따라서 수요 창출의 중심은 주요 사회서비스 제도의 보장성과 전달체계다. 주요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여자격 및 급여수준을 정하는 제도로서 시장이 형성되며, 전달체계는 주로 지자체 관리하에 민간 개인 시설들에 의해 제공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대한 확대 없이 그리고 공급기관의 구조변화 노력 없이 사회서비스 시장의 고도화는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사회서비스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 본인부담의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보조금 없이 창출되지 않았던 수요가 갑자기 형성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지불보조 없이도 산업적 수익성이 있었다면 영리 기업이 이미 진출하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이 요양과 보육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산업이 형성된 것은 각각 장기요양보험과 무상보육 정책의 결과이지, 산업화 추진의 결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업화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기는 하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상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스스로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추진 동력이 아니다. 오히려 산업화라는 공급 방법론은 사회서비스 제도 노동자의 처우문제, 수가 중심의 과도한 수익 규제, 서비스 품질의 저하, 그리고 사회보장 수급권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해 왔다. 

제공기관 규모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오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은 윤리적으로 합당하고, 민간 시장의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다만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는 복지혼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비스 제공에 민간이 참여해야 효율적인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혼합은 재원조달, 의사결정권, 이용권한과 규제라는 다차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혁신과제는 공급 주체의 다원화, 이용권한에 있어 수요자 중심주의, 그리고 정부의 규제역할 모두 산적한 과제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는 영세한 영리 제공기관이 과도하게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수요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사회서비스가 없다는 질 저하 문제가 지적된다. 이에 영세사업체의 성장지원을 통한 규모화와 비영리 사회적경제의 시장진입 활성화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수단이다. 규제를 철폐하는 정책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사회서비스의 해결책이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성장을 장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규모화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Harrington, C. et al., 2017). 영국과 미국의 요양서비스 경우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중이 전체 공급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영리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로 활성화되었다. 미국의 요양원의 경우,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5개 기업은 모두 미국 내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델라웨어 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모두 최근 미국 법무부(USDOJ)에 의해 사기행위로 기소되어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이유는 계약된 서비스 미제공, 부당청구, 사기, 서비스 남용, 적정인원 미배치 및 품질 위반, 부당청구이다. 정부의 서비스 모니터링 결과 서비스 질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한 곳은 다국적 민영보험회사이고, 네 곳은 민간 유한회사로 조세 피난처에 등록된 개인투자 그리고 사모펀드 그룹 소유다. 영국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요양기관은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재정안정화 조치로 지방정부 돌봄서비스 시설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질은 오히려 저하되었다.

캐나다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23.8%를 차지한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76개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Revera Inc는 공적연금기금(Canadian Public Sector Pension Investment Board)이 100% 소유한 회사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도 돌봄시설이 다수 공공기관 운영이나, 영리와 비영리 민간 소유의 경우 프랜차이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지방정부가 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구매자와 공급자를 분리시키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요양시설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가 조직과 민간 공급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민간의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의 서비스 질은 당연히 미국 그리고 영국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규모화된 영리목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들은 낮은 서비스 품질, 부족한 인력배치, 품질 위반 등의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특히 고수익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비용절감을 통해 조직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대형 민간회사와 사모펀드에 의해 소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서비스 양, 종류, 질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규모화하거나 법인화하는 노력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제공기관의 규모화가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규모화는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원화와 함께 설정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사민주의 북유럽국가(노르웨이, 덴마크)의 장기요양 제공기관의 90%에 가까운 시설이 공공부문에 속하며, 일부 동유럽과 발칸반도 국가들(라트비아, 폴란드, 체코)도 공공부문이 7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유럽국가들(영국, 아일랜드)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영리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이 20% 내외, 그리고 비영리민간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21년 기준 총 2,076개의 장기요양시설이 있으며, 공공 46%, 민간이 54%(영리 29%, 비영리 23%)이며, 미국의 경우도 공공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영리부문이 14.8~50.8% 사이에 머물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적인 영리민간 비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규모화는 신규 수요를 개발해서 형성되는 시장이 아니다. 돌봄에 막대한 재정이 이미 투입되고 있다면 이 부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변화된 공급주체로서 비영리나 공공의 규모화를 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 영유아보육, 장애인활동지원의 공급체계 혁신이 중요하다. 단순히 140억 원으로 펀드를 구성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공기관의 진입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폐기된 아이디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기금 연계투자 정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관계부처합동. (2018).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 사회보장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장기요양 수입/지출예산

김형용 외. (2021).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 성과분석. 보건복지부

남기철. (202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월간복지동향 2022년 6월호

보건복지부. (2022). 새 정부 업무계획

보건복지부. (2022). 2022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보건복지부.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

Harrington, C. et al. (2017). Marketization in Long-Term Care: A Cross-Country Comparison of Large For-Profit Nursing Home Chains

The post [기획2] 돌고 돌아 다시 사회서비스 산업화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월, 2023/04/03- 14:26
4
0

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기초생활보장 분야 -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체적인 평가

202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3조 9,939억 원으로 전년 추경예산 대비 9.2% 증가함.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사업 등을 합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12조 2,6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함. 반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인 주거급여 지원은 전년 대비 2.5% 감소, 교육부 소관 예산인 교육급여는 전년 대비 22.8% 감소함.

 

전반적으로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위기가구에 대한 단기적 지원 대책인 긴급복지 외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상자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음. 이와 같은 소극적인 개선안은 최근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 현상, 그리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불평등 심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

<표 2-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기초생활보장 예산https://lh5.googleusercontent.com/Va06QNcEQWqtz0vE4J2vAkuZ4EJDpOhHTeIyp1... />

 

세부사업 평가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

<표 2-2> 2020년 보건복지부 등 기초생활보장 예산안https://lh6.googleusercontent.com/Ot-xS5t1eQNyFxZ9crBuX__smtcG7-SRf_KBdu... />

 

1) 생계급여

생계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5,762억 원 증가한 4조 3,379억 원이 편성되었음. 2019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률은 2.94%에 불과하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근로소득 공제 확대 ▲재산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산이 증액되었음. 정부는 2020년 추진할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를 약 7.1만 가구로 추정했음.

 

2019년 하위 20% 이하 노인가구, 2020년 하위 20~40% 노인가구의 기초연금이 각각 5만 원씩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예산지출이 6,576억 원 감소했으나, 2019~2020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등 미약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편성한 예산은 7,262억 원에 불과함. 정부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취약가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해온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2) 의료급여경상보조

의료급여 제도에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지만, 예산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7조 38억 원이 편성됨.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6~2018년 예산상의 1인당 진료비가 실제보다 7~9%가량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기본진료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한 것이 예산 증액의 주요 요인임.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데 따른 신규 수급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1,458억 원 증액되긴 하였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조치가 생계급여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졌음. 게다가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 증가율을 3%로 고정하였는데, 이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임.

 

3) 긴급복지

내년 긴급복지 예산은 1,656억 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 대비 1.9% 증액됐으나, 본예산과 비교하면 16.5% 증액됨.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제도의 대상인 저소득 위기가구 수를 정확히 추계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본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추경 또는 다른 사업에서 이용·전용하는 관행이 있었음. 이 관행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자, 정부는 2020년부터 예년의 본예산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임. 그런데 긴급복지 예산의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을 다시 2019년 본예산 수준으로 감액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긴급복지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추경 예상분까지 반영한 수준으로 본예산을 편성해야 함.

 

4) 자활사업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추경예산 대비 14.9% 증가한 6,022억 원이 편성됨. 다른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활사업의 증액분은 사회서비스일자리형,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단가가 5.0% 인상되고 대상자를 각각 25.3%, 28.3% 증가시킨 것에 기인함. 그런데 자활근로의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지나치게 낮아, 자활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는 조건부 수급자까지도 차라리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일용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자활사업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자활장려금의 대상을 전년 대비 70.6%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남. 보건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나, 2020년부터 고용노동부 소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두 부처·제도 간의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활근로의 단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음.

 

5) 주거급여 지원

주거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의료급여와는 달리 전년과 비교해 예산이 삭감되었음. 주거급여 수급가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이 삭감된 것임. 그 이유는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가구 수가 최대 139.5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6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14.1만 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임. 주거급여 신규 수급가구 증가가 저조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 단독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는 2017년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을 9.5만 원으로 예상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8년 결산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예상치의 2배를 초과하는 19.9만 원으로 나타나, 신규 수급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예측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됨. 2018년 말 기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실제 임차료 대비 주거급여액이 82.7%에 불과했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거급여 신청가구의 주거환경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아, 면적 이외의 다른 항목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임. 2020년 소폭 상향된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조차도 2019년 초 기준 최저주거면적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함.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 내몰린 열악한 거처의 임대료보다도 낮은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고, 비주택 거주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신청자 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주거지원도 제대로 연계하지 않았음. 국토교통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20개 지역에 비주택 거주 주거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20억 원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하나, 원칙적으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신청이 이루어지는 읍면동·시군구 단위에서 신청자 또는 수급자의 주거환경이 점검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해당 사업이 임시적인 조치로서 주거급여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적어도 단계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에 주거복지 지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함.



결론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 기초생활급여의 자격기준과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미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데 그쳤음. 무려 17.4%에 달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님. 주거급여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을 침해당하는 빈곤층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됨. 따라서 정부는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반드시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함.

월, 2019/11/04- 19:41
4
0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김규찬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이 글은 ‘복지국가는 이주민을 위해서도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개념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의 탐구이다. 이 글을 통해 일견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관계에 대해 사회권과 복지국가의 성립, 이주민의 사회권을 위한 논리와 구조, 그리고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권의 발전 과제라는 측면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사회권과 복지국가

 

‘인간은 존엄하며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진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이 진술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존엄하다는 것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므로 일단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권리(rights)로서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한 과연 ‘누구나’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야 실현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만한 수준 이상으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개인적 삶의 욕구, 가치, 개성 등이 인정되고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의 의미와 조건은 시대에 따라서도, 또 문화적으로도(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정의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개인적 자유, 법 앞에서의 평등 등)이나 참정권 외에도, 건강, 소득, 교육, 사회참여 등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조건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엽 출현한 복지국가(the welfare state)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노력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복지국가의 성립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인 사회권(social rights)은 기존의 공민권(civic rights)이나 정치권(political rights)과 같은 법적인 권리로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Marshall, 1950). 복지국가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Baldock et al., 1999; Bryson,1992). 

 

현대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편으로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대인 서비스)로 구성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system)를 활용한다. 각 제도는 급여(서비스 포함)의 대상, 내용, 수준을 각기 다른 논리에 근거해 결정하는데, 무엇보다 수급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이 세 제도의 특성을 결정한다. 사회보장 급여(혜택)의 대상자는 기여(보험료 납부), 인구학적 기준(연령 등), 소득수준, 전문가 진단 등 다양한 기준의 조합으로 선정된다(Gilbert and Terrell, 2005). 한국의 경우에도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서는 보험료 납부(기여)를 공통조건으로 하되, 고용보험의 경우는 근로와 구직활동 조건이 덧붙여진다.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적 보유를 전제로 소득과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조건 등을 결합하여 수급자를 선정한다. 한편 사회서비스에서는 주로 신청자의 욕구를 근거로 하는데, 이 경우 서비스 제공자나 공무원의 재량(discretion)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안병영 외, 2018). 

 

자유권이나 정치권과 달리 사회권은 제한된 사회ㆍ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특히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비시민(non-citizen)들에게 사회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상당한 정치적, 정책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여금에 대한 보상적 요소가 있는 사회보험의 경우는 이주민에게도 권리를 부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보험금을 내지 않는 공공부조나 욕구를 근거로 하는 사회서비스는 보다 정교한 권리 부여의 정당화 논리가 요구된다.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유형이나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복지국가는 국제적으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복지국가가 사회권을 부여하는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복지국가는 영토적 경계가 분명한 국민국가(nation state)와 단일한 정치적 소속(국적)을 가진 국민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중심성의 한계로 인해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민의 사회권은 복지국가 정책 및 연구에서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Banting et al.,2006; Sainsbury, 2012; van Oorschot andUunk, 2007). 

 

그러나 국제이주의 증가는 국민을 전제로 한 복지국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실제 현대 대다수 국가들은 국적을 가진 시민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주요국의 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중은 미국의 경우 13.7%, 영국은 13.4%, 스위스는 29.6%에 달한다(Castleset al., 2020). 한국의 경우에도 체류외국인의 총인구대비 비중이 4.6%를 넘어서고 있다(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2020). 이를 볼 때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에는 국적자뿐만 아니라, 외국국적자, 무국적자, 다중국적자 등 다양한 정치적 성원권(membership)을 가진 구성원이 실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복지국가가 시민들을 위해서만 작동한다면 상당 규모의 인구가 복지국가로부터 배제될 것이며, 사회적 연대(solidarity)의 원리를 통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해 온 복지국가의 이상이 훼손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복지국가와 사회권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주민에게도 사회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어도 다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첫째, 인간존엄성에 근거한 보편적 인권보장을 위해 수립되어 온 다양한 인권 관련 협약, 권고 및 기준이 이주민의 사회권의 건실한 토대가 된다. 둘째,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인 이주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윤리적 책무이자 장기적으로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이주민은 현재 혹은 잠재적 ‘노동력’으로서 국가의 생산성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보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넷째, 이주민은 ‘인구’의 유지 및 재생산에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다. 다섯째, 사회권의 부여를 통해 이주민의 소속감을 증진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 사회법의 성립 자체가 공동체주의적 목적으로 출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윤찬영, 2004). 

 

복지국가가 시민뿐만 아니라 비시민을 위해서도 작동해야 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주민에 대한 사회권 부여의 근거와 방식 및 사회권의 내용은 시민들의 경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이주민의 사회권은 국내법과 함께 국제법이나 ‘상호주의’와 같은 보완적 근거를 필요로 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과는 달리 이주민의 경우 공민권이나 정치권의 획득이 선행되지 않더라도(즉, 국적 취득 전이라도) 사회권이 부여될 수 있다(Sainsbury, 2012; Soysal, 1994). 사회권의 요건에서도 기여나 자산조사 외에 이민정책 및 국적법상 요구조건이 추가될 수 있다. 실제 많은 국가들이 이민 유형에 따라 거주권, 노동권, 사회권을 등 권리를 차등화하고 있다(Kim, 2018; Morris, 2001, 2003). 

 

현재 한국 내 이주민의 사회권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체류자격, 노동(기여), 그리고 특수한 욕구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기여금에 의한 사회보험의 가입은 폭넓게 허용된다. 그러나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출신국에 따라 사회보험별 실제 적용여부 및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노호창, 2016). 많은 국가에서 국가재정을 통해 운영하는 공공부조에 대한 권리는 원칙적으로 자국민으로 제한한다(안병영 외, 2018: 248-250). 한국도 미성년자녀 양육 등 긴급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공공부조 접근을 제한한다. 한편 사회서비스는 욕구가 우선적으로 급여의 조건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이주민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서비스의 운영 및 제공방식(재원 등)에 따라 특정 외국인은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주민의 사회권은 내국인들과는 달리 사회(복지)정책뿐만 아니라 이민정책, 노동정책, 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 영역들의 조화로운 조정을 필요로 한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과제

 

한국은 불과 한 세대 동안 복지국가의 비약적 발전과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증가를 동시에 경험하였다(Kim, 2017a, 2017b).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및 정착 증가는 오랜 기간 단일 문화의 신화를 유지해 온 한국으로서는 매우 낯설고도 중대한 사회변동이라 할 만하다. 그간 복지국가 발전과정에서 국민의 사회권은 꾸준히 확장되어왔다. 동시에 증가하는 이주민들의 관리와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들도 빠르게 수립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다문화 사회’라는 수용적 수사(rhetoric)에도 불구하고, 사회권을 포함한 시민권의 부여 없이 단지 시혜적 정책을 폄으로써 오히려 국민과 이주민 간, 또는 이주민들 간의 분리, 차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김정선, 2011; 이미영, 2017; 황정미, 2011). 

 

복지국가의 진화와 함께 국민의 사회권이 변동되어 왔듯이, 이주민의 사회권 역시 정치적, 정책적 환경 변화와 함께 확장 혹은 축소될 수 있다(김규찬, 2020; Kim, 2017a). 한국복지국가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학적 위기에 대응하여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족의 재생산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2005). 그 과정에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들도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대상에 포함되었다(여성가족부, 2018). 노동이민정책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이주민의 권리 확장은 여러 이민국가들이 이미 경험해 온 바이다. 민주적 정치제도와 인권보호가 법제화된 나라에서는 이주민의 권리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Hollifield, 2004). 이제 한국에서도 인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은 국민의 전유물이 아니며, 특정유형의 이주민을 사회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도 지지받기 어렵다. 다만 이주민의 사회권 적용의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은 기본적으로 시민(국적자)의 권리로서 제도화되어 왔지만,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다양한 성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민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의 진화를 요구한다. 한국이 보다 포용적인 복지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법에서 요구하듯이 국민이 아니더라도 단지 ‘인간’으로서, 혹은 적어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자격만으로도 사회권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마땅하다(설동훈,2016). 이런 조치들은 모든 사회구성원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통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가의 사회ㆍ경제적 발전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의 대상을 국민으로만 제한함으로써 이주민들이 사회적 배제와 차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한국으로의 이민 유입 증가는 몇몇 서구사회에서 경험하듯이 통합의 위기(사회적 분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Castles and Schierup, 2010; Schierup et al., 2006). 

 

더불어, 비록 귀화하여 국적을 소지하게 된 이주배경 인구들의 사회권 문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국민이 된 이들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기존 내국인들과 동등한 사회권을 부여받게 되겠지만, 이주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서구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인종주의적 제도들이 공식적으로 철폐된 이후에도, 여러 세대의 이주배경 인구들이 시민권 소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고립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발 복지국가이자 이민유입국으로서 한국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움으로써 더나은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규찬 (2020). ‘한국복지국가와 이민자의 권리’. 「다문화사회연구」, 13(2), 27-63.

김정선 (2011). ‘시민권 없는 복지정책으로서 ‘한국식’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경제와 사회」, 92, 205-246.

노호창 (2016). ‘외국인의 사회보장’. in 이철우, 이희정, 곽민희, 김환학, 노호창, 이현수, 차규근, 최계영, 최윤철, 최홍엽 (편), 「이민법」 (pp. 453-488). 서울: 박영사.

대한민국정부 (2005).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2006-2010」. 대한민국정부.

안병영, 정무권, 신동면, 양재진 (2018). 「복지국가와 사회정책」. 서울: 다산출판사.

여성가족부 (2018). 「제3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여성가족부. 

윤찬영 (2004). 「사회복지법제론」 (3판). 서울: 나남.

이미영 (2017). ‘한국사회 내에서의 사회권 발전에 있어서의 다문화주의’. 「지방자치법연구」, 17, 398-425.

설동훈 (2016). ‘이민자의 시민권’. in 이혜경 외 (편), 「이민정책론」 (pp. 151-192). 서울: 박영사.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0). 「2019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황정미 (2011). ‘초국적 이주와 여성의 시민권에 관한 새로운 쟁점들’. 「한국여성학」, 27(4), 111-143.

Baldock, John, Manning, Nick, and Vickerstaff, Sarah (eds.). (1999). Social Polic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Banting, Keith, Johnston, Richard, Kymlicka, Will, and Soroka, Stuart. (2006). ‘Do multiculturalism policies erode the welfare state? An empirical analysis’. in Banting, K. and Kymlicka, W. (eds.), Multiculturalism and the Welfare State: Recognition and Redistribution in Contemporary Democracies (pp. 49-90).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Bryson, Lois. (1992). Welfare and the State. London: Palgrave.

Castles, Stephen, De Haas, Hein, and Miller, Mark J. (2020). The Age of Migration: International Population Movements in the Modern World (6th ed.). London: Red Globe Press.

Castles, Stephen and Schierup, Carl-Ulrik. (2010). ‘Migration and Ethnic Minorities’. in Castles, F.G., Leibfried, S., Lewis, J., Obinger, H. & Pierson, C. (eds.), The Oxford Handbook of the Welfare Stat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Gilbert, N. and Terrell, P. (2005). Dimensions of Social Welfare Policy (6th ed.). Boston: Person, Allyn and Bacon.

Hollifield, James F. (2004). ‘The emerging migration state’. International Migration Review, 38(3), 885-912.

Kim, Gyuchan. (2017a). ‘Migration Transition in South Korea: Features and Factors’. OMNES: The Journal of Multicultural Society, 8(1), 1-32.

Kim, Gyuchan. (2017b). ‘The patterns of ‘care migrantisation’ in South Korea’. Journal of Ethnic and Migration Studies, 44(13), 2286-2302.

Kim, Gyuchan. (2018). ‘The Migration Regime of South Korea: Three Axes of Civic Stratification’. OMNES: The Journal of Multicultural Society, 8(3), 68-96.

Marshall, T. H. (1950). Citizenship and Social Class. Cambridge: Cambrdige University Press.

Morris, Lydia. (2001). ‘The ambiguous terrain of rights: civic stratification in Italy's emergent immigration regime’. International Journal of Urban and Regional Research, 25(3), 497-516.

Morris, Lydia. (2003). ‘Managing contradiction: civic stratification and migrants’ rights’. International Migration Review, 37(1), 74-100.

Sainsbury, Diane. (2012). Welfare States and Immigrant Rights: The Politics of Inclusion and Exclus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Schierup, Carl-Ulrik, Hansen, Peo, and Castles, Stephen. (2006). Migration, citizenship, and the European welfare state: a European dilemm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Soysal, Yasemin Nuhoglu. (1994). Limits of citizenship: migrants and postnational membership in Europ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van Oorschot, Wim and Uunk, Wilfred. (2007). ‘Welfare spending and the public’s concern for immigrants: multilevel evidence for eighteen European countries’. Comparative Politics, 40(1), 63-82.

 

목, 2021/09/02- 00:35
4
0

나현, 무모, 영인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이 글에서는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을 가르지 않고,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비인간 동물의 수를 셀 때 ‘마리’가 아닌 ‘명(命)’을 사용합니다.

현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의 위치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들과 맺는 관계는 각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1)이란 개념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비인간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나가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법적으로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에 준하는 존재로 다뤄졌다. 그렇기에 학대 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죄목은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범죄인 재물손괴죄였으며, 동물 학대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향상과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한국 법무부는 지난 2021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국회에 계류 중이다.

종차별주의

동물 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다른 종에게로 공감을 확대해나가고자 하는 흐름은 반길만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동물을 종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2) 가 만연하다. 특정 종의 동물들, 구체적으로는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미약한 법규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 동물들이 번식되고 사육되며 죽임당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폭력은 관행이자 합법으로 널리 인정된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규모는 지난 어느 시대보다도 거대해졌고, 그만큼 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에 대한 처사도 잔혹해졌다. 비인간 동물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이 아닌 이윤을 위한 도구로 대해진다.

우리 인간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비인간 동물들을 크게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로 분류하여 극도로 다르게 대우해왔다. 종차별주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구분하고, 비인간 동물 중에서도 특정 종의 동물만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는 오로지 인간의 기준이며, 인간의 이익을 침범한다고 여겨지면 ‘보호할 대상’에서 ‘유해조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새벽이생추어리의 탄생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생추어리인 새벽이생추어리는 뿌리 깊은 종차별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물권 단체이다. 생추어리(sanctuary)란 사전적 의미로 ‘안식처’, ‘피난처’를 뜻하는데,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식 축산업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동물들을 구조하여 돌보는 시설이 생겨나면서 지금과 같은 의미의 동물 생추어리가 확산되었다. 인간이 만든 시설 중 가장 동물권에 입각한 공간인 생추어리는 다른 어떤 목적보다도 그곳에 거주하는 동물의 안온한 삶을 가장 우선시하며,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의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돌봄을 책임진다. 동물보호소나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을 사거나 입양 보내지 않고, 더 이상 동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시키지 않으며, 동물을 전시하거나 체험에 동원하는 등 인간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다. 동물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습성과 욕구에 맞춘 환경을 제공하며, 아플 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현재 새벽이생추어리에는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open rescue)3)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쓸모를 잃자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 구조된 돼지 잔디가 산다.

우리 사회에서 ‘가축’으로 불리는 종인 돼지는 고기를 생산하는 것과 동물실험을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며 각각 공장식 축산과 동물실험 산업4)에서 막대한 규모로 희생된다.

돼지도 반려동물로 불리는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인간과도 다를 바 없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지닌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렇게 해야만 거대한 자본이 계속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렇게 외면당하여 잊혀지고 가려져 온 동물들의 삶을 드러내는 활동을 한다.

돼지다움 그 너머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사는 삶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돼지다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를 알리며 우리 사회가 비인간 동물들로부터 어떤 삶을 빼앗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새벽이와 잔디는 돼지 본연의 습성대로 부드러운 땅을 코로 파며 탐색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한다. 

축산 농가에 사는 돼지들은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에 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배변 활동을 한다. 땀샘이 없는 돼지는 본래 진흙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하는데, 축산 농가의 돼지들은 자신의 오물을 몸에 묻혀 체온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새벽이와 잔디는 스스로 자는 곳과 배변 활동을 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생활하며, 더운 여름에는 진흙목욕을 하며 살아간다.

같은 돼지 종이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서로 체격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이 달라 단순히 ‘돼지’라는 하나의 분류로 묶일 수 없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들 사이에도 ‘너’와 ‘나’가 분명히 구분되듯이, 새벽이에게는 새벽이다움이 있고 잔디에게는 잔디다움이 있다. 그들은 각자 개별성과 고유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어떤 인간 동물권 활동가보다도 강력한 목소리를 지닌 새벽이와 잔디를 대변해왔다.

폭력의 흔적을 지니고 살아가는 새벽이와 잔디

생후 2주차에 구조되었음에도 새벽이의 몸엔 종돈장에서 겪은 여러 폭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악한 종돈장 환경 탓에 새벽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치료가 필요했다. 새벽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꼬리가 잘리고 송곳니를 뽑혔다. 이는 새끼 돼지들이 변변한 환경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의 귀와 꼬리를 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성으로 태어난 새벽이는 고기에서 나는 웅취를 없앤다는 이유로 거세당했다. 이 모든 일들은 축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관행으로 마취 없이 진행된다.

잔디는 실험동물로 쓰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체구를 작게 만들고 피부색을 희게 만든 종의 돼지이다. 잔디가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고개를 허우적거리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수의사에 따르면 잔디 코의 모양이 선천적으로 기형이고 이는 근친 교배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원하는 특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인간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개변했다. 이 과정에서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나 해당 종의 복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젖소의 유방은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개변되었고, 닭과 칠면조는 거대한 가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는다. 고기로 키워지는 돼지들은 평균 6개월령에 도살되는데, 단기간 빠르게 살찌우기 위해 성장촉진제가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비대하게 커진 몸을 버티기에 돼지의 관절은 너무 약하다. 새벽이 또한 관절 건강을 위해 평생 식단 조절을 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새벽이와 잔디는 이미 인간에 의해 장애를 입고 기형으로 태어났다. ‘고기’와 ‘실험동물’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강제로 몸을 개변시킨 결과, 다양한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삶은 인간이 행한 폭력을 가감 없이 증언하며 성찰하게 만든다.

축산업의 가려진 비용

축산업에서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메탄, 이산화질소가 배출되며, 가축을 키울 공간 및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진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1/3은 가축의 먹이로 이용된다. 누군가는 고기를 그 어느 시대보다 쉽고 값싸게 소비하고 함부로 버리기까지 하는 현실이지만, 이 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비좁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자 더 많은 항생제와 살균제가 사용된다. 그리고 항생제 남용은 내성 있는 병원균을 만들어낸다.5)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고 있다. 밍크, 수달, 여우 등의 포유류가 감염되어 집단으로 죽은 것이 확인되면서 ‘조류발 팬데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6)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을 용이하게 만드는 밀집된 환경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높인다. 매년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비인간 동물이 살처분7)되었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가에서는 총 6만 5,404명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는데,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감염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예방적으로 살처분된 인근 농가의 돼지는 그 5배가 넘는 34만 3,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동물들이 산 채로 매장된 땅에선 침출수가 흐르고, 이는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동물권은 비인간 동물만을 위한 것일까

2017년 경북의 한 돼지 농장에서는 이주 노동자 두 명이 돼지 분뇨로 막힌 구멍을 뚫기 위해 집수조에 들어갔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사장의 지시로 어떤 보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일을 진행하다 발생한 인재였다.9)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후 과로사, 자살 등으로 공무원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정부는 살처분 인력을 외주화하여 용역을 주고 일용직 노동자로 대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안정한 신분에,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는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다.10)

축사 인근 주민들은 축사 악취와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한다. 혐오 시설인 축사는 땅값이 싸고 사람이 적은 지방에 위치하며, 도시의 사람들은 돼지, 소, 닭을 평생 마주치지 않고도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를 마트에서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로만 남는다. 지금과 같은 지나친 육식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누가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가려진다. 공장식 축산은 종차별주의뿐 아니라 도시와 지방 간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지속된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자들은 비인간 동물과 인간 구분 없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 동물권의 문제는 비인간 동물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권은 인간 사회의 빈곤, 생태, 공공 보건, 노동자들의 권리 등 인권을 포괄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맺는 대안적 관계를 제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정기적으로 소수의 돌봄 활동가(‘보듬이’)를 모집하여 일정 기간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 돌봄하며 관계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살아있는 돼지를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사회에서 새벽이와 잔디를 직접 만나 그들의 고유함을 알아가는 경험은 특별하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는 사회에서 평생 살아왔다. 새벽이와 잔디가 봄을 맞아 푹신하게 녹은 땅을 밟으며 신나게 뛰는 모습, 햇볕 아래 따사로움을 느끼며 평온하게 잠든 모습은 그들이 고기로 당연하게 태어난 것이 아님을, 그들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주체적인 생명으로 태어났음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절되었던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안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된다.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새벽이와 잔디는 생추어리의 주인이고, 방문하는 인간은 손님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기에 생각과 달리 실패하기도 하고, 자신 안의 뿌리 깊은 종차별을 마주하는 날도 많지만, 더 나은 태도와 관계맺음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인간은 비인간 동물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시혜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 여기며 돌봄이란 방식으로 연대하고자 한다.

돌봄 활동은 직접 몸을 움직여 생추어리의 거주 동물을 보듬는 활동이기 때문에, 글이나 말, 교육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돌봄 활동에서 얻은 여운은 도시로 돌아온 일상에서도 지속되어, 당연하게 여겨온 관념들에 더 많은 균열을 내고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모든 동물의 해방을 꿈꾸는, 새벽이생추어리

새벽이생추어리는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간 동물이 다른 종의 동물, 자연과 맺고 있는 착취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 없는 비거니즘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벽이생추어리가 말하고자 하는 동물권은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지 않고 그 누구도 고통 속에서 생식 능력을 착취당하며 번식 당하지 않을 권리, 죽임당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 평생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구속당하지 않을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삶을 통해 단절되었던 존재들과 연결되는 충만함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변화에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1)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하는 사람. 비거니즘을 완전 채식주의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식(食)에만 한정된 개념은 아니다.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관이자 철학으로,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2) 특정 종에 속한 개체가 다른 종에 속한 개체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열등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기반하여 차별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

3) 활동가들이 신원을 감추지 않고 농장에 들어가 동물들이 겪는 폭력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조하는 직접행동을 말하며, 폭력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구조할 권리’를 확립하려는 활동이다. 새벽이는 2019년 7월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 활동가들에 의해 종돈장에서 공개 구조되었다. DxE(디엑스이)는 전지구적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로 알려진 동물권 운동 단체이다. 디엑스이 미국 활동가들은 미국 내 이뤄진 초국적 거대 축산 기업을 상대로 한 공개구조에 대해 ‘절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22년 10월과 2023년 3월 각각 소송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가 선고되었다(※출처①: ‘학대’ 새끼돼지 구조해 절도죄로 기소… 배심원단이 내린 결론, 오마이뉴스, 손가영, 2022-10-10, ※출처②: dxekorea 인스타그램)

4) 잔디가 태어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 동물의 수는 4,141,433명이다. ‘운 좋게 살아남은’ 잔디만이 생추어리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출처: 2020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 동물 사용실태)

5) 【공장식 축산을 고발한다②】 가축이 병들 때 사람만 건강할 수는 없다, 뉴스퀘스트, 박민수, 2022-09-20

6) [기후환경 리포트] 코로나19 다음은 H5N1? 조류발 팬데믹 인간 위협, MBC, 현인아, 2023-02-27

7) 가축 살처분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동물을 죽여 없앰으로써 전염병의 전파를 막는 일종의 예방법이다. 한국의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 기준에 대해서는 축산 농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예방적 살처분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며, 살처분 현장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8)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중 84% 예방 차원 시행,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2022-10-12

9) 돼지똥통에 빠진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연합뉴스, 성도현, 2022-12-20

10) “한해 50억만 벌었으면”…AI 살처분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겨레, 황춘화, 2019-02-16

참고문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송은주(옮긴이), 민음사, 2011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남종영, 북트리터, 2022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이마즈 유리·장한길(옮긴이), 오월의 봄, 2020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호밀밭, 2021

The post [동향2] 모든 동물의 해방을 꿈꾸는, 새벽이생추어리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월, 2023/04/03- 14:26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