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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29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과거 직장별 의료보험조합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 체제로 운영하다가 1차로 1998년 법률에 따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의 조직통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2차로 2000년 7월 직장 의료보험조합까지 통합하여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재정적자인 지역의료보험조합과 재정흑자를 이루고 있던 직장의료보험조합이 직장조합을 중심으로 재정통합을 진행되었다. 결국 투명한 소득을 갖고 있는 직장가입자들이 소득파악률이 낮은 지역가입자들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도 헌법재판소의 2009헌마299호 사건의 합헌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2000년 7월 통합 건강보험체계가 출범하면서 법률에는 소득이 없는 자로 규정하여 기존의 직장가입자들의 피부양자 제도를 존치하였으나 실제 운영기준은 기존의 기준대로 적용하였고, 그 대신에 지역가입자들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하여 100분의20 범위에서의 국가재정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은 그간 5차례 강화되어서 2013년 6월 현재 근로․기타 소득의 연간 합계액 4000만원 초과자, 연금소득의 100분의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00만원 초과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 한편, 현금영수증 제도 및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지속적인 시행으로 인하여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크게 개선되었다. 통계적으로는 건강보험제도의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가 1:1 수준이었으나, 2013년 연말 기준으로 7;3으로 변경되었으며, 피부양자 역시 15,281,000명에서 같은 기간 20,40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40.8%에 해당하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며, 이들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은 전체 요양급여비의 49.3%인 18조 805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과 대상의 98.5%는 월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역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산과 자동차,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서(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을 소득 유사기준으로 포함하여도 53%에 불과함.) 나머지 47%는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건강보험제도 통합 초기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중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 60%이상이었던 것이 크게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소한의 생계책임재산에 해당하는 전․월세보증금 및 영세 주택 보유분까지도 재산부과 대상으로 적용되는 등,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가입자들에게 가혹한 구조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5.3.10.자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참조) 

 

사정이 위와 같기에, 2010년 이후에는 지역가입자들 집단에서 보험료부과기준이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면서 헌법재판을 제기하는 등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와 같은 제도 현실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적어도 통합 건강보험 제도 초기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감안한 기형적인 피부양자 제도, 나아가 지역가입자들 중 빈곤층에 가혹한 재산중심적 보험료부과체계는 전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을 받아들여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관하여 정부와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왔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입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소득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 설계된 것으로서 나름대로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기에 현재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향후 직장가입자 숫자의 지속적인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인 인구 1인당 진료비가 그 밖에 인구 진료비보다 평균 4.4배 이상 지출을 하고 있는 현실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고액자산에 대한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감안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유지와 향후 고령화에 따른 보험재정의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세(국고지원비율)의 지속적인 확대 역시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고려 사항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볼 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3대 축인 가입자, 직장가입자의 사용자, 정부가 주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입자 상호간의 보험료 배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의 추계전망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접근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애주기적 관점 및 향후의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후소득보장의 변화를 아울러 볼 때 가입자 종별에 따른 단순 구분에 의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포함한 부담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역․직장조직의 통합과정에서 불완전한 재정통합에 따른 갈등 봉합의 유산으로, 법률에 반하여 남아 있는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청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도 사회적 합의의 기조 하에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과정은 기존과 같은 정부 주도 하에 특정 전문가 집단의 연구 성과물에 갇혀서 정부와 여당 내부의 당정 협의만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노․사․정․국회․시민사회를 망라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진료비 폭증과 인구구조 변화의 위험

 

<표 3>에 의하면 현재 건강보험적용대상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매년 0.3%에서 0.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4>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월평균 진료비는 65세 미만의 그것보다 평균 4.4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현재 건강보험 급여비용 중 65세 이상의 인구 11.7%가 사용하는 보험재정은 전체의 51.48%(=0.117X4.4.)를 상회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기준으로 산출된 결과이다. 또한, 건강보험급여비는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6.6%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수가 인상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고령화에 기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아래 <표 5>는 우리나라의 과거 노년부양비와 미래의 노년부양비 추정표이다. 2013년의 노년부양비 16.7%를 기준으로 할 때 저출산의 여파로 2020년까지는 연0.8%, 2030년까지는 연 1.65%, 2040년까지는 연 1.86%,  2050년까지는 연 1.38%, 2060년까지는 연 0.96%로 매년 가파르게 노인인구 및 노년부양비가 증가되며, 그 결과 206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무려 80%를 초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년부양비 적용 인구를 현실적으로 20세 이상으로 변경 적용할 경우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65세 이상의 인구가 0.2명 정도로 추산하면 2060년에는 1:1 정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직장가입자 숫자의 절대적 감소가 지속된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3월 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부양비는 18.1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이것은 위 통계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함). 2015년 기준 15∼64세 인구는 3719만4000명, 65세이상의 인구는 674만 명인데 통계청은 앞으로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돼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692만3000명, 65세 이상 인구가 2077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015. 3. 4. 서울신문기사에서 인용) 경제활동인구 즉, 직장가입자로 지칭할 수 있는 인구집단은 향후 45년간 34%정도가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반하여 그 피부양자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집단은 2.9배가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의 비율인 7:3은 다시 바뀌어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저출산-고령화)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독립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청년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폭증이 국민총소득 중 근로소득의 비중 감소를 초래할 것임이 넉넉히 추정되며 이를 대체하여 기업소득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의 자본소득 배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시사한다. 또한, 2012년도 기준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 대 과세소득 기준 근로소득의 규모가 266.6.조원 : 201.2조원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부과체계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책임질 수 없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의 현실에서 노년 계층이 다수의 자산을 과점하고 있고, 이들 계층이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아울러 볼 때, 이들의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재정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업퇴직연금이 확대되어 2040년 정도에는 노인 인구의 50-60%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기준 월 100만원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도 증대되어 현재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은퇴자들이 일정한 노후 현금 소득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현재의 피부양자들 상당수가 연금소득자의 지위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부담의 여력이 증가에 따른 기업부담분의 증가가 필요하며, 전반적으로 GDP 대비 근로소득의 비중 저하에 따른 보험료 수입을 메울 수 있는 국고부담 확대 방안과 고액자산가의 보험료 부담능력, 연금소득을 포함한 총체적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재정적 요인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서 고려해야할 것이다.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1년 남짓의 활동결과를 기초로 최근 7개의 개선모델을 발표하였다. 모든 모델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고, 보수 외 별도 종합소득(7안은 연 336만 원 이상의 모든 소득)과 지역의 성․연령, 자동차 폐지 및 재산에 있어서 기초 공제, 소득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연5.89% 정률 부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 마지막 모델만 1687억 원 상당의 재정 흑자를 전망하고 있고, 6가지의 모델 모두 재정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직장가입자로부터 추가로 확보되는 재정규모가 1번 모델은 2533억 원, 7번 모델은 3.3조원이 증가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에게서는 1조원~3조원 정도의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결국 7개의 모든 개선안들은 근로소득에 대한 현재의 80%상당의 비중을 고정한 채 향후 인구구조 변화 및 근로소득의 비중감소, 소득유형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중․장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으로서는 크게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선방안을 기초로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미시적인 접근이라는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

 

 

 총소득 중심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포함한 대안

 

지속적인 사회고령화와 자산양극화의 현실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라는 명백한 조건 하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만을 전제로 하여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우선적으로 보험가입자들의 총 소득을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며, 현재와 같은 국고지원 14%와 건강증진부담금 6% 수준의 재정지원비율도 연차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법․제도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형평성과 비례성조차 의문시되는 재산보험료 제도는 즉시 개정하여 일정 자산 이상의 가입자에 대하여 상한선 없이 재산보험료 부과제도로 대폭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 역시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연금소득을 감액하여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축소하는 것 역시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 나아가, 소득과 재산 양자에 있어서 부과대상 소득 및 재산의 상한선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험료와 별도로 사회보장세나 이에 유사한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에 부가하는 형식의 직접세 방식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보편화되는 204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현재와 같이 직장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중심으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및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소득과 재산을 매칭한 방식으로 구분하는 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료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체계로서의 일정한 정당성과 역사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구분을 무시하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로 개편하여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만을 내용으로 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자칫 근로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인구구조 변화나 근로소득 비중 감소 전망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조세에 의한 정부부담을 확대하는 방안 및 기업의 보험료 부담 확대 방안과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료부과체계 개선 방안  3대 분야 모두를 균형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직장이나 지역 모두 모든 소득(분리과세 소득 포함-상속, 증여, 양도소득 일체 포함)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단기적으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적어도 개선단의 2000만원 기준보다는 하회되어야 할 것임) 시행하고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부과를 하지 않는 연소득 기준(그 이하는 의료급여 제도를 적용함)을 공제한 나머지의 모든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적 연금소득에는 자신이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부담분이 있으므로 연금소득배율을 감안한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보험료 부과 상한선은 법률에 위임되지 않은 것을 시행령을 통하여 설정한 것이므로 위법하며, 즉시 폐지하여 부담의 형평성과 불평등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한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원칙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은 모든 소득 합산 2000만 원 이상(여기에 연금소득의 경우 일정 공제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하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직장가입자 측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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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갑질?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급은 사장님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

 

최혜인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변이가 확산하면서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은 사회경제적으로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고강도의 방역에 따른 희생이 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보완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일자리 유지를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기준을 일부 완화하였고 특별공요지원업종에 한해 지원 기간을 확대하기도 하였으나 이미 최대 지원기간을 지원받은 사업장의 경우 고용조정이 불가피하여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소득이 단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같이 재난시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직장갑질119는 제보사례를 분석하여 실업급여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를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에 담아 2021년 8월 발표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 집필진 중 최혜인 노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1> 최혜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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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에서 과 비정부기구학을 공부했어요.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재가복지팀에서 가구 방문을 하고 상담하는 것을 따라갔었어요. 그때 방문한 곳은 2인 가구였고 이미 일주일에 3회, 점심 도시락 반찬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셔서 다른 서비스도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서비스를 제공한 가구의 숫자로 실적을 평가받기 때문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봤어요. 사회복지사로서 자괴감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회복지사의 업무 일상을 들여다 봤을 때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 맺기도 어렵고 실질적이고 충분한 지원을 하기도 어려운, 사회복지관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결국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이 좋은 노동 환경과도 연관이 깊다고 느꼈고 사회복지사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목소리가 있어야 겠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최혜인 노무사는 사회복지사에게 노동조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실태조사를 하거나 인터뷰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모니터링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도 했다고 한다. 현재 민주노총 법률원에 소속되어 있고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스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서는 사례가 많이 접수되는 직종들은 별도로 밴드를 운영하는데 사회복지사119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복지사119 밴드에서는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정보를 나눈다고 한다. 7월에 신간서적 <직장인 A씨>를 발행한 작가이기도 한 최혜인 노무사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을지 궁금해졌다. 

 

“노무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이 직장갑질119였어요.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하게 됐는데 자꾸 보다보니 너무 지긋지긋해졌어요.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싸우고 미워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순간을 목격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의 인격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구조적인 불평등이나 경쟁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경쟁하지 않아도 괜찮게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장인 A씨>에서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게 중요한 일이지 서로를 미워하거나,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자기가 못나서 이런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자기 자신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사진2> ‘직장인 A씨(저자 최혜인, 출판사 봄름)‘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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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이다. 2018년 12월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규율 기반인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 금지하고 있고 사용자의 조치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 2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점이 있을까? 

 

“사회 구성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발생시 피해 지원을 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체감되기도 하지만 통계로도 알 수 있어요. 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건이 1만 9백여 건이나 됩니다. 이제 회사에서 이상한 일을 당했을 때 기분만 나빠하고 참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라고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데 적극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서로 조심하려는 직장문화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을 다루었어요.”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들어온 구직급여 상담 사례를 취합, 분석한 자료이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구분되는데, 실업기간 중 생활안정을 위한 구직급여를 흔히 실업급여라고 칭한다. 구직급여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보고서에는 ‘이직확인서를 일방적으로 사업주가 작성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로 연락이 오는 것 중에는 실업급여 상담이 되게 많아요. 실업급여 상담 유형으로 보면 사업주가 실업급여를 못 받게 방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사용자가 작정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할 경우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할 경우 실업를 받을 수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고 그 절차도 너무 까다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부, 노동청, 고용센터가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핑퐁게임 속에서 노동자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맡아 입증의 문턱에 걸려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문제들을 정리하고 사례들을 통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보고서를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우선 이직확인서의 문제를 말씀드려볼게요. 노동자가 퇴사를 하면 사용자가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하고 퇴사한 시점, 퇴사한 이유 같은 것들을 적은 이직 확인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이직 확인서는 사용자가 작성해서 제출하게 돼 있는데요. 어떤 내용이 작성됐는지 노동자는 확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곧바로 노동센터로 제출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노동자가 실업급여 신청하고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답을 들을 때에서야 이직확인서의 내용이 잘못 기재돼 있는지 알 수가 있는 거예요. 이렇게 확인 절차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직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이직확인서가 실업급여의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일방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거예요. 

 

사용자가 거짓으로 기재했을 때 정정신고하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직확인서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기까지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됩니다. 고용센터 담당자에 따라서도 결과가 많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제 들은 척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입증 책임이 있는 노동자는 자신이 진짜라는 걸 입증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아요. 운 좋게 사용자가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 맞다고 시인을 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이미 작정하고 거짓말을 한 사용자가 잘못을 시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적극적으로 중간에서 중재해 주지 않으면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 청구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만약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서도 정정하지 않으면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노동자는 이런 절차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생계가 불안해진 상황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해야 하니 사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업급여 갑질> 보고서에서는 이직확인서 허위 작성으로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동자와 사용자 각각에게 부여할 것을 제시했다. 

 

”이직확인서 작성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저희가 도출한 개선 방안은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동등하게 부여하거나 확인을 거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뒤늦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두개의 서류 내용이 달랐을 때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바꿀 경우 이직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서 노동자를 괴롭히고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떤 선후관계가 있고 상호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설명했다. 

 

“실업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의 관계는 다양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퇴사 이후까지 괴롭히려는 의도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는 사례들이 있고, 어떤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사용자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어요. 그래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 테니 퇴직금은 받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직장 내 괴롭힘을 계속 당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사직서를 냈는데, 회사에서는 개인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하는 것으로 사직서를 다시 쓰라고 종용하고 사직서를 수정할 때까지 반려한 사례도 있었어요. 사직서 자체가 어떤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겠죠. 어떤 경우는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를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여기 아니면 어디 가서 또 취업을 하나 생계 걱정에 버티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괴롭힘을 당하면서 심리적 면역이 무너지고 더더욱 그 상황에 고립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지속적인 괴롭힘에 노출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피해 회복과 악질적인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 실업급여 지급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노동자가 대응할 수 있게 하려면 실업급여를 보편화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퇴사자에게만 수급자격을 인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구직급여 제도는 실직 시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에 소득상실의 위험이 존재하는 비자발적 퇴사자를 구분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발적’ 퇴사라고 하더라도 비자발적 퇴사자와 마찬가지로 오롯이 자유로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퇴사를 망설이거나 퇴사 이후 생계위협으로 질 낮은 환경의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금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회사에서 허리를 다친 노동자의 사례인데요. 허리를 다쳐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상급자가 불러서 퇴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했대요. 그런데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어서 권고사직은 못 써주니 알아서 퇴사하라고 했다는 거예요. 사실은 권고사직이지만 자발적 실업으로 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고 회사랑 갈등이 너무 깊어질까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자가 생계안정을 위해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도 이기적이라고 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근로소득이 없는 모두가 소득보장을 받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상황에서 자발적 퇴사와 비자발적 퇴사를 기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회사를 다니는데 그 회사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근로조건이어서 퇴사를 한다거나 인간관계가 안 좋아서 저 사람이랑은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는 게 형식적으로 자발적 퇴사일 수 있지만 근로를 유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거든요.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서 퇴사한 것 같은 경우에는 자발적인 측면도 있고 비자발적인 측면도 있는 건데 우리 고용보험법에서는 그런 것을 간과하고 있어요. 심지어 세금을 갉아 먹는 악마 취급을 하면서 형식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3> 최혜인 노무사는 ‘직장갑질119’에서 법률스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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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 보려해도 여러 괴롭힘 피해 사례를 접하면 사람에 대한 실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때는 어떻게 이겨내는지, 어떤 희망을 품고 일을 하는지 물었다. 

 

“가끔씩 완전한 승리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아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며 인사를 온다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가해자를 신고했더니 가해자가 스스로 퇴사를 했어요라든가. 아주 작은 승리지만 큰 용기를 얻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스스로가 한마디라도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껴요.”

 

직장갑질119는 다음 주제로 근로감독관의 신뢰도를 다룬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근로감독관이 사건 처리를 지연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직장갑질119의 직장 갑질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 회복을 돕는 활동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목, 2021/09/0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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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온전한 탈시설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조치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 수립’, ‘탈시설을 위한 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권고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고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최근 서울시에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보장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애인지원주택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탈시설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했으며, 현재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를 만나 서울시 지원주택과 탈시설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주력하는 이른바 ‘탈시설’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설 인권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강제수용된 형태의 사회복지시설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언론에도 계속 보도됐다. 그러다 1990년대 해외의 사회통합 탈시설과 정상화, 자립생활과 사회통합 이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2000년 초반에 자립생활이념을 표방한 IL센터(장애인자립생활센터, a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가 생겼다. 자립생활은 기본적으로 시설 수용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시설별 각종 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며 시민사회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건별로 각종 대책위원회가 너무 많이 생기자,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시설생활인 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통칭하여 2003~2005년까지 활동을 했다. 발바닥행동(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약칭)도 2005년에 탄생했다.”

 

-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운동의 표어가 갖는 의미는 ‘탈시설’과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2005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시설을 조사했다. 문제 시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는데, 시설생활이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의 신체적 학대 외에도 기본적으로 외출이 불가하고 핸드폰도 소지할 수 없어 외부와 소통할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했다. 일상생활 자체에도 인권침해 적이었다. 오후 4시 반에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에 일괄 소등하는 등 전혀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은 시설의 인권침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시설생활 자체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을 보다 인간다운 조건으로 만들려던 운동 방식에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시실인권운동에서 탈시설운동으로의 선회다. 물론 그전에도 탈시설 이론에 대해 알고 있었고 방향에 대한 동의는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 밖으로 나오면 활동지원시스템이나 주거지원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비도 20만 원 나오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에서 탈시설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5년부터 탈시설에 힘을 싣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민사회조직의 반성이 있으면서 탈시설 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탈시설한 사람의 경우 자립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탈시설했던 사람도 있었다. 탈시설 운동 이전에 시설 내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시설이 가지고 있는 격리성, 집단성, 권력불평등성 등의 구조적 문제들로 시설이라는 곳에서 인간다운 조건에서 살기 어렵다면, 정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답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 당시 장애인 수용시설의 실태는 얼마나 심각했나?

“김대중정부이던 당시 미신고시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2002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하게 되었다. 전 세계가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추세였는데 한국은 오히려 미신고 시설을 ‘신고 시설화’해서 지원하겠다는 정책으로 1200개까지 시설이 증가하게 되었다. 시설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계속해서 시설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당시 미신고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기금을 지원했는데 복권기금을 활용해 총 12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지원금을 받은 곳을 조사하니 그 돈으로 예배당을 짓거나, 거주공간을 지어놓았더라도 홀 같은 곳에 30명이 자게 만들고, 낙상사고 위험에도 청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설의 벽이랑 바닥을 타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시설당 4~5억 원씩 주고도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시설장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주기 위해 단기 교육을 통한 자격증이 난무했고, 직원은 명단만 있으면 되니 교인이나 가족명단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시설은 화장실에 칸막이 없이 변기만 여러 개 있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 고문시설과 같은 구조의 거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을 복권기금으로 지었었다. 우리는 그당시 차라리 그 돈을 당사자들이 민간주택의 전세를 구하도록 전세자금을 빌려주고 활동보조 지원을 하라고 주장했었다.”

 

- 2005년 즈음 대응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2005년 발바닥행동이 만들어질 때 S재단 사건으로 한창 싸울 때였다. 현재도 S재단 산하에 4개 시설이 남아있고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비리가 고발된 당시에는 13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1,500명이 넘는 거주인들의 주부식비 등 영수증을 부풀려 회계를 마음대로 유용하고, 심지어 하루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없어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해 경쟁해야 했었다는 증언, 거주인들에게 생리대 보급도 제대로 안 되서 직원들이 자기 집에서 면생리대를 만들어 가져왔다는 증언, 너무 추워서 직원들이 거주인들의 바지와 양말을 꿰매주었다가 퇴근하면서 다시 풀어주었다는 증언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사장 배우자가 세탁부로 허위 직원 등재를 하여 월급을 받아가고, 횡령된 금액의 일부가 해외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러 유학 간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보내졌다는 것도 밝혀졌다. 허위로 작성된 문서를 직원들이 소각장에서 발견해서 드러내는 등의 고발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형사고발도 되지 않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아들은 지금 이사장이 됐다.

 

이런 대형법인의 비리가 제보되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고발도 안하다가, 해당 재단의 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비리수사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그제서야 법인이사장이 구속됐다. 공익제보가 힘이 없었던 이유는 사회복지기관이 공공시설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생각도 강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시설을 비호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비리는 잘못이지만 이사장만 바꾸고 이사진은 그대로 두는 등 운영권 개입은 어렵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그 후로 도가니사건 등 많은 사건들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시대와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러 일을 계기로 이제는 이사를 해임시키는 등 규제하고, 임시이사로 들어갈 때 정부가 추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의견을 내서 공공이사들이 들어가 비리집단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https://lh3.googleusercontent.com/h1v5DLc_-y4fxN0zvL_jOOXE9jZY9_5RBwSfF0... />

탈시설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사진 = 웰페어 이슈 Youtube>

 

-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어떤 경로로 입소하게 되는가?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 중 발달장애인 사람이 76%로 높은 비율 차지한다. 발달장애는 사람마다 그 장애정도가 다르겠지만 집단 통제나 규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시설에 가보면 다 일렬로 줄을 서 있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떻게 일렬로 조용히 줄을 서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발달장애는 그 자체가 집단적 통제나 규율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집단서비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입소자 중 76%가 발달장애인이고, 서울시는 통계중 94%가 비자의 입소로 조사된 내용도 있다. 즉, 나는 시설에 가기 싫다고 자기항변을 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비자의적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 장애인 시설과 관련한 명칭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장애인시설을 나타내는 명칭은 수용시설, 생활시설, 거주시설로 바뀌어왔다. 수용이란 단어의 거부감 때문에 생활시설로 바뀌었다가 전일적 생활을 시설 공간 안에서만 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거주시설, 즉 거주만 하는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거주시설로 바뀌어 왔다. 거주시설은 낮 생활을 외부에서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려 했는데 사실상 시설의 위치 때문에 불가능한 곳이 많다. 경사가 높은 곳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설들이 많다. 휠체어를 타든 아니든 간에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직원 한 명이 동시간에 지원해야 할 장애인이 4명 많게는 8명이 넘었다. 개인생활, 즉 개인지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니 이름만 거주시설이지, 실제로 모든 생활을 시설안에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용형 생활시설인 셈이다.

 

그래서 탈시설, 시설폐쇄법을 주장하며 ‘시설은 감옥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건 탈시설한 당사자들이 말한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시설이 법률적으로는 복지관까지 포괄하는 용어지만, 여기서 말한 ‘시설’은 거주형, 수용형 시설을 말한다. 그런데 거주시설의 입장에서 이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쪽 발표자가 장애인복지학회 학술대회에서 거주시설이라는 용어를 거주서비스로 바꾸자는 내용의 발표가 하기도 했다. 무기력함을 낳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용어 변경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인 당사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기존에 여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그룹홈도 탈시설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그룹홈도 자신의 집과 같이 되기엔 부족하다. 거주인들이 낮 시간에는 보호작업장, 학교 등에서 생활을 하고 돌아와야 하고 그 시간부터 직원이 일을 한다. 혹시라도 몸이 안 좋더라도 낮에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한국의 그룹홈은 4명의 거주인대비 1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운영방식도 시설과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하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당사자의 경험을 전하면, 그는 신체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그룹홈에서 소풍 가는 장소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소풍을 안간다고 하니, 빠지면 안된다하여 억지로 가게 됐고, 다른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가서 구경할 동안 혼자 휠체어를 타고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그룹홈이다. 그녀는 그룹홈에서 나와 자립했다.”

 

- 탈시설 운동은 주거권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나?

“처음에는 탈시설 운동을 주거권 운동이라고 등식화해서 보기 어려웠다. 주거권 영역은 전통적으로 철거민의 권리와 그로부터 연결된 세입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애인의 주거권도 재가장애인에 대한 이슈가 주였다. 탈시설장애인의 주거권은 영구적인 주거공간보단 탈시설과정에서 거쳐가는 ‘중간집’ 형태가 많이 생겨났다. 처음 이 개념은 외국의 사회주택을 참고했었다. 그당시 외국에서 사회주택은 청년, 노인, 노숙인, 장애인 등에 모두 지원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탈시설한 장애인에게도 사회주택처럼, 처음 자립할 사회주택을 주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용어가 강해 보였는지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한 서울시는 이를 ‘자립생활가정’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공급했다. 자립생활가정은 1인1실로 3명 이하가 한 집에서 최장 7년까지 생활하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공동을 자립으로 용어만 바꾼 것이고 제한적인 입주기간을 둔 것을 더 싸울수도 있었지만, 시설에서 나와 거쳐 갈 수 있는 중간집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자립생활주택을 거친 탈시설장애인은 그 이후에 일반의 재가장애인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주거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했었다.”

 

- 온전한 탈시설을 위해서는 주거지원 그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나?

“이제 탈시설 운동은 중간집 형태를 넘어 ‘지원주택’ 같이 본인이 계약하는 본인의 집으로 가야 하고 제한적인 서비스가 아닌 영구적인 주거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쪽에서 ‘선 배치 후 훈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을 하게 될 현장에 우선 배치한 후에 잡코치를 붙여 직무훈련 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거도 마찬가지로 임시로 머무는 집이 아닌 실제 살아야 할 곳에서 주변 환경과 생활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립생활주택이라는 중간집을 형태를 뛰어넘어 지원주택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 또한 동시에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어야 개인생활이 가능하다. 탈시설운동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 가기 위해서 이동권, 활동지원서비스제도화, 최근에는 주간활동 등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운동과 연대해 왔다.”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https://lh4.googleusercontent.com/nNFVcZjYL8VPQ2SFtpGvJJC9arBrTySQaz0RWY... />

서울시 탈시설정책의 시작이 된 2009년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을 기념한 동판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최근 서울시가 도입한 지원주택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지원주택은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지원주택의 입주자는 주택점유권뿐 아니라 시민으로서 누릴 사회서비스를 일반 재가장애인처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있으면 여러 서비스를 시설 서비스로 대체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시설서비스는 운영자가 장애인에 대해 서비스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지원주택은 주거 서비스만 제공하고, 집과 생계비는 정부에서, 활동지원, 평생교육 등은 다른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는 등 한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관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공급처가 나눠져 있어서 당사자 권한 강화의 의미도 있다. 기존의 대형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해 왔던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주택점유권을 당사자가 갖으면서도 영구적인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활동지원서비스나 평생교육, 중증장애인일자리, 주간활동 등의 개인서비스나 일자리를 갖는 등의 개인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서울시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일환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일부 시행되는 곳도 있다.”

 

- 서울시 지원주택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에서는 201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지원주택 모델화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 희망하는 사람에게 오피스텔, 원룸에서 1년 동안 살아보는 시범사업을 운영해보았다.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본원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매우 만족했다. 이후 SH가 주도해 홈리스, 알코올중독,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 분야를 나눠 시범사업을 했다. 시설운영비 중 한 사람의 피복비, 주부식비, 운영비 등의 개인 몫을 계산하여 시범사업주택에 주어 살게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기초생활수급비나 활동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SH지원주택 시범사업을 2년 동안 운영한 후에, 2018년 지원주택 조례가 만들어지고, 2019년 본 사업이 시작되었다. 프리웰 법인이 본 사업의 운영사업 기관이 되어 현재 3개 자치구에 24호의 지원주택을 운여하고 있고, 입주자는 32명이다.

 

우리는 서울시 지원주택이 최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며,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다양한 장애를 지닌 분들이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주거코디네이터는 입주자의 주거생활전반을 지원해 주고, 본인이 희망하는 주거생활이 될수 있도록 지원한다. 활동보조 공백시간에 서비스를 보충해주거나, 본인이 명확하게 필요서비스를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점검하고 개입해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현재 입주한 분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개인 생활을 하고 보호작업장 등 일자리를 계속 다니거나, 평생교육이나 주간활동을 신청하거나, 자유를 만끽하며 계속 돌아다니는 등 다양하게 살고 있다.”

 

- 여러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택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주택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에 지원주택 본 사업으로 공급받은 주택은 ‘따뜻한 동행’이라는 곳을 통해 주택을 수리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현재 지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 물량에서 공급되는데, SH가 주택을 매입할 때 아예 설계단계부터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그걸 매입하면 좋겠는데, 국토부의 매입기준과 안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앞으로 지원주택 뿐 아니라 공급하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는 장애와 고령 등의 사람에 맞게 배리어프리 디자인(Barrier Free, 무장애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국토부가 기함했다. 장애인에게 지원되어야 하는 주택은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역 근처여야 하고, 지하철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역, 건축물에 유니버셜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정조건과 물량을 찾고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답답하다. 정부는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타겟팅하기 좋은 청년, 신혼부부에게 역세권의 주택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보니 부부도 싸우고 이혼하는데, 신청자와 딱 맞는 룸메이트를 찾아주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노숙인쪽은 모두 단독형인데 비해, 단독형 공급은 너무 좁아서, 장애인이 입주하기에는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장애쪽은 쉐어형도 공급되고 있다. 현재 2룸이나 3룸에 2명이 거주하는데, 화장실문크기 확장, 변기위치를 개조해서 겨우 휠체어가 들어갈수 있게 개조했다. 결국 집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쉐어형에 살아야 한다는 거다. 혼자 살고 싶다고 해도 단독형에 비해 큰 집을 혼자 쓰자니 임대표 부담이 있다. 그래서 결국 원치 않는 룸메이트와 살게 된다. 그러니, 장애인에게 맞는 단독형 공급도 필요하다.

 

그리고 화동지원서비스 등 사회서비스가 자립한 그 첫날부터 이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행정시스템은 기존의 거주시설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함에 있어서도 제한이 따른다. 신청은 할수 있으되, 기존주소지가 경기도, 이전할 주소가 서울이면 그에 따른 사회서비스신청에 제한을 받는다. 관할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다.”

 

- 당사자와 그 가족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 지원주택 사업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농성하며 만들어낸 정책이다. 지금까지 탈시설 한 장애인이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하는 이야길 했는데, 또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는 시설화를 예방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가족의 고령화, 질병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지원이 부재할 경우 시설로 가기 때문에 시설화를 예방하려면 재가장애인일 때 지원하여 시설화를 막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성인발달장애인의 위한 시설이 아닌 주거서비스를 서울시에 요구했고, 그 결과로 지원주택에 대한 연구, 시범사업, 조례제정, 본사업 시작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러나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주택시범사업을 했을 때 생각외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것은 재가장애인이 그동안 맺어온 사회관계, 즉 해당 지역사회에 지원주택이 있어서 지역을 옮기지 않고도 지원주택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현재 공급되는 지원주택은 SH가 공급가능한 주택이 있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재가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그리고 가족이 있는 지역사회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라는 셈이다. 그러니 지원주택서비스는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뿐 아니라 현재 가족과 사는 집에서도 주거지원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즉 자가형까지도 지원주택서비스가 되어야 하고, 민간주택 공급까지도 열려 있어야 그 속한 지역사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치매 증상이 있던 어머니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발달장애인 분이 혼자 남게 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 3개월 동안에는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세 개 시설을 다니는 동안 이 발달장애인분에게 욕창이 생겼다. 와상장애인도 아닌데 욕창이 생겼다는 것에서 과도하게 약을 먹어 계속 누워있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노들야학과 노들IL센터 활동가들은 이분을 원래 살던 집에서 거주하면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을 때 활동가들이 당번을 정해서 매일 24시간 활동지원을 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 계속 요구해 결국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냈다. 그래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주거지원서비스는 정부지원이 없지만, 노들IL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약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어도 장애인 당사자가 본인 집에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자가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 분이 3개월 동안 3개 시설에 보내지면서 욕창이 생기고 여기저기 내돌려지는 듯한 불안경험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40년이상 자기가 상던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 형태이다.

 

지금 시설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설화를 예방할수 있다. 따라서 지원주택서비스, 즉 주거생활지원서비스는 재가장애인에 맞게 구체적으로 설계되어 지원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탈시설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다. 탈시설이 지역사회로 사람들을 내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역사회가 튼튼해야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이웃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설을 나오도록 유도하면서 필요한 지원과 환경적인 조건을 갖추어 가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하고 새롭게 제시된 세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과 지역에서의 생활이 원활한 환경을 만드는 속도, 예산을 계속 늦추는 동안 장애인들의 삶과 시간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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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모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화, 2020/01/0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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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한국 노동시장 진단 – 불안정 고용, 임금 격차, 장시간 노동, 중대 재해 모두 심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제 1년이 지났다. 출범 초기 ‘취임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낮은 지지율로 인해 가장 왕성해야 할 집권 1년 차에 정책 추진력이 미약해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할 만한 정책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책 성과가 아닌 정책 지향과 추진 동기를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토대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간략히 살펴볼 것이다.

먼저 고용현황이다. 19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와 노동시장 모두 침체기를 겪다가, 22년 초반부터 코로나 감염확산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각국이 팬데믹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양태를 보여줬다. 특히 급격히 침체되었던 노동시장의 경우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와 포스트코로나에 따른 노동수요 증가로 일부 국가 또는 산업의 경우 노동력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증가해 고용량이 늘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23년 2월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고용 규모가 전년 대비 35.7만 명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1여 년간 지속돼 왔고, 증가 추세만 따지면 노동시장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증가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에 그치고 있으며,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고용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21년 기준(OECD 통계, 통계청 제공) 한국의 고용률은 66.5%로 OECD 평균 69.7%에 비해 3%p 이상 낮다. 고용 규모로 따지면 대략 85만 명 정도가 추가 취업되어야 OECD 평균과 유사해진다. 

다음으로는 한국 노동시장의 오랜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90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1.4%에 해당한다. 간접고용 일부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정부 추계로는 37.5%에 달한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나라마다 편차가 심해서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대표적 지표인 임시직(Tempo-rary workers, 쉽게 말하자면 계약직) 규모를 비교하는데, 한국의 경우 2021년 임시직 비중은 28.3%(정부 공식 통계)로 비교국 중 2번째로 많고, 일본(15.0%), 독일(11.4%), 영국(5.6%) 등과 비교할 때 심각히 높은 수준이다.

노동시간 역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의 오명을 못 벗어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의존적 취업자(노동자+특고+무급가족종사자)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17시간에 비해 300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 1,300시간대에서 1,500시간대에 분포한 유럽 주요국에 비하면 최대 600시간까지 더 일하는 셈이다. 이를 주 40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1년에 7.5주(1.5개월) 이상을, 유럽 주요국에 비해 10~15주(최대 3개월) 정도 더 일한다. 

노동안전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한국의 산재 치명률(산재 발생 후 1년 내 사망자 비율)은 10만 명 당 4.3명이다. 이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OECD 가입국 중 멕시코, 튀르키예, 라트비아 다음으로 높다(2021년 ILO 통계). 산재 통계는 각국마다 산출 방식이 달라 ILO 통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대 산업재해가 여전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주요국의 10만 명당 산재 치명률은 프랑스 2.5명, 스페인 2.1명, 일본 1.5명, 스웨덴 0.8명, 독일 0.7명 등이다(프랑스, 스페인, 독일은 2020년 자료).

노동시장 소득 격차도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미국 다음으로 크다. 임금 10분위 배율(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수준)로 보면, 미국과 한국은 각각 4.84배와 3.60배에 달한다(2020년 기준).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이 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스웨덴으로 2.14배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34% 수준으로 OECD 평균 13%의 2.5배 수준으로 가장 심각하고, 다른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 7번째로 크다(「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0」).

거꾸로 가는 노동정책, 현실이 아닌 이념과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책 추진 탓

요약하자면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달성한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안정, 노동시간, 산업안전, 임금 불평등 등 주요 노동시장 지표가 모두 매우 처참한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 교육과 더불어 노동개혁을 3대 개혁의 하나로 지목했다. 앞서 살펴본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노동개혁을 주요 개혁 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직무성과급 도입 그리고 노조회계 투명성 제고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의 핵심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한 연장노동 상한제의 단위 기준을 주 단위에서 월이나 분기, 반기, 연간으로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주 단위 연장노동 상한을 월 단위(=약 4.3주)로 환산하면 총 52시간이 된다. 그런데 단위 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은 그 기간 내에서 연장 노동시간 배분을 임의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간 총 연장 노동을 한 주에 몰아서 하게 한다면 현행 52시간(40+12)이던 주간 노동 상한이 최대 92시간(40+52)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연속 휴게시간 11시간 보장,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 부여 등을 가정하여 계산한 것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간 69시간 노동이다. 이 69시간을 두고 극단적인 가정이다, 아니다 논란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갑자기 60시간 이상은 너무하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떤 계산이 맞는지, 더 현실적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이미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는 야간노동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DDT 살충제가 야간노동과 같은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한국정부는 과로사 인정 기준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이는 당연인정기준으로 이보다 적게 일하다 사망한 경우에도 관련성에 따라 과로사가 인정된다). 따라서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오히려 반대다. 도대체 왜?

직무성과급제 역시 마찬가지다. 직무급제의 장점은 같은 일에 대해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임금체계가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별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기업규모, 고용형태,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가 심각한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기업 내 직무에 따른 별도 임금체계 적용을 의미한다. 이 경우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 축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업 내 직무 간 임금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근속에 따른 보상(즉, 호봉제적 성격)이 줄어들고 성과급 요소가 강화되면,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유일한 격차 해소 효과는 근속에 따른 격차 축소다. 하지만 이 역시 착시 현상일 수 있는데, 당장은 연령에 따른 격차가 축소되는 것처럼 보여도, 거꾸로 보면 신규 입사자의 향후 임금 인상 폭이 크게 제한되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판 조삼모사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결정은 노사 자율에 맡겨 온 것이 근대적 노동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역시 이러한 노사 자율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임금체계 변경을 강요하고 있다. 도대체 왜? 

현실 진단과 상관없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미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고자 하는 지향이 담겨 있다. 자본은 언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노동을 유연화하고 싶어한다. 노동 유연화를 극단적 정책으로 추구한 이념이 바로 신자유주의고, 그 대표적 방법이 비정규직 양산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매우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고, 20년째 그 비율이 정체돼 있다. 고용 유연화가 이뤄질 만큼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노동시간과 임금 유연화다. 

자본의 입장에서 극단적 고용 유연화는 경기 하강기 인력 조정에는 유리하지만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경기 상승기에 숙련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남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커진다면, 정규직 숙련노동자를 지속 채용하면서도 비정규직 사용과 같은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직무별 별도 임금체계 적용과 근속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별 직무성과급 역시 마찬가지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철 지난 신자유주의 실험을 지속하고, 자본의 오랜 숙원을 풀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지난 40년간 전세계가 목격한 불평등 확대와 사회적 분열의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분열을 정치 자양분으로 삼는 노조 적대화 노동정책

윤석열 정부가 주요 노동정책으로 제시하는 세 번째 과제는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정부가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회계를 강제로 공개시키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도 이해가 안 되지만, 노동조합 회계를 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어떤 노동정책 교과서에도 이와 같은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이 듣도 보도 못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취임 초 각종 인사 실패, 잦은 말실수로 인해 취임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윤석열 정부의 이례적인 리더십이 놓여 있다. 정부에 대한 주요 비판 세력인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영논리를 강화해서 지지율 반등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정부가 3대 개혁 중 하나로 선정한 노동 개혁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자본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고 노동조합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권의 안위를 모색하겠다는 정치 공학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얄팍한 정치 공학으로 한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민생을 챙기고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할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보여 왔는지를 잊었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다시 그 행동과 결단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행동에 각인된 역사는 결코 쉽게 잊혀지거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1) 산재통계는 10만 명당 산재발생 수를 비교하는데, 국가마다 산재발생을 ‘보고’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와 ‘보상’된 재해건수로 보는 경우가 있고, 비교 대상을 전체 취업자, 전체 노동자, 전체 보험가입자, 준상용노동자 등으로 보는 경우가 달라 10만 명당 발생건수로 정확한 비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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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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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납득할 수 없었던 한국 근현대사의 비상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이제는 그야말로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기본권 논의가 시작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대는 분명 생존권을 보장하는 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철폐 그리고 노동권을 적대시 했던 관행들과 결별하고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들에 녹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공약이행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 우리는 아직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복지동향은 지난 호에 이어 현 정부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개혁 정책의 실종을 다루고자 하며, 본 호는 ‘노동존중 사회’의 현 주소를 점검하였다.

 

분명 시작은 기대에 부응하였다. 역대 어느 정부도 보여주지 못한 친노동 정책은 최저임금

1만 원, 주 52시간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일자리 확충과 사회서비스원 출범, 불법파견 금지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혁 상징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 이후에 나타난 실질적 노동정책은 노동권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선회되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같은 개혁 무력화가 뒤따른 한편, ILO 핵심협약 비준, 단체협약 적용 확대, 포괄임금제 규제, 청년일자리 보장 등 주요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결사의 자유를 차별화하는 등 노동계와 곳곳에서 대치하고 있다.

 

노동이 다시 홀대받고 있다. 본 호 기획글에서 신인수 원장은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상식과 달리 한국의 노동자는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없는 나라다. 그 권리조차 비준하지 않고 있는 극소수의 나라 중 하나다.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대표적인 집단은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데, 고용관계상 근로자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불합리한 노동법 조항마저 현 정부는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김종진 부소장은 플랫폼 노동자의 폭증에도 불구하고 관련 노동권 보장 정책이나 제도 개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회보호와 공정한 대우,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도출되어야 하지만, 오래전부터 시작된 특수고용노동 논의만 학계와 연구기관에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김성희 소장은 사회적 의미는 축소되고 사용자 애로사항 해결로 귀결되고 있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비판하고 있다. 주 52시간 상한제는 연장근로 최장 한도인 주 12시간에 휴일특근 16시간은 제외되어 왔던 비정상을 바로 잡는 의미였다. 그러나 연착륙을 위해 제시된 보완대책은 탄력근로제 확대, 사업장 적용 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요건 확대 등 사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결국 주 52시간 상한제가 장시간 노동 해소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미래의 노동 전망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개혁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에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실망은 단지 더딘 추진과정이나 부실한 보완대책에 있지 않다. 기대가 배신되는 순간, 개혁 정부에 대한 지지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화, 2020/02/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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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도 여전한 주거급여의 사각지대 - 정형화된 빈곤을 넘어서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현 주거급여의 한계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세우며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가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꾸려온 사회정책의 기조를 살펴보면, 과연 ’누구‘를 포용하는지 ’무엇‘이 혁신적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주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촘촘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지 2년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 한하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 맞춤형 급여로 전환될 당시,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이후 3년만의 성과였다. 이것이 일종의 진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개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을 포괄하는 데에 명백한 한계로 작용하였고, 문재인 정부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당초 약속은 실효성 있게 지켜지지 못했다. 한편,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고 알려진 주거급여는 다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사실상 20대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만 30세 미만의 경우, 원가족과 거주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취급되어 하나의 가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1) 가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거나 일정 소득 (2019년 기준 1인 가구 85만원) 이상을 벌어 자신이 부양받고 있지 않음을 증명해야한다. 그러나 애초 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44% 이하의 소득이 있는 가구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결국 20대 독립가구는 대부분의 경우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은 시민단체는 관련 부처에 ‘만 30세’라는 기준의 근거를 문의하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20대는 원가족의 부양을 받지 않냐’는 국민정서상의 이유였다. 누군가의 실체적인 고통을 해명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인 대답이었다.

 

 <표 3-1>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가구 범위 안내https://lh6.googleusercontent.com/gphldL3kqNICZwmuD88PkPNLKo-dn0S5fiddR-... />

 

이처럼 20대 청년, 특히 빈곤하고 ‘비정상’적인 청년들은 출처불명의 ‘30세 미만’ 기준으로 인해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러한 현행법상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사례를 수집하였다. 우선 원가구가 보장가구인 20대에 한하여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득인정액 합산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현 복지체계가 빈곤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인터뷰이는 ‘마음껏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원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증가되어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생길까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주거비를 충당하지 않으면 원가족의 생계급여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소득신고가 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일자리만을 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착취당하거나 원가족과 생활을 재결합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복지가 장악하지 못한 빈곤의 자리는 개인의 희생과 선택지의 축소로 이어진다.

  

빈곤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제58차 회의를 통해 원가족이 보장가구인 20대 개별가구에 한해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주거급여에 위와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정부가 대책을 세운 것이다. 다만 이는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2년간의 공백이 발생하는데, 이 기간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년의 세월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빈곤상황을 포함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부모와 독립해서 살고 있는 혼인제도 바깥의 20대 청년들은 소득수준이 주거급여 수급조건에 충족하는 경우에도 지침상의 이유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부양의무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실질적인 빈곤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실태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족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영으로서, 소수자를 빈곤으로 내모는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은 약 세 가지 지점에서 비판가능하다.

 

첫째, 이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자 보편적 시민권에 대한 침해이다. 30세라는 기준이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정부에게 여러 차례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통념적이었다. 20대에게 대부분 부모가 있을 것이며, 그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고, 사회에서 말하는 ‘근로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이처럼 관념을 바탕으로 복지의 대상자를 결정하는 행위는 그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한 개인의 상황을 근거로 복지의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판단을 통해 애초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면 그는 다른 이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이는 혼인제도로 제한되는 정상가족 중심의 복지혜택이다. 실제로 30세 미만이더라도 결혼을 한다면 주거급여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데 우선, 국가는 절대 원가족보다 앞서서 개인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제스처다. 결국 누군가와 부양-피부양의 관계를 맺을 때라야만 복지를 허락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성애혈연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구생산에 기여할 때라야만 시민권을 인정해주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같은 소득에 같은 원가족, 주어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저 결혼제도에 포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급여가 주어지는 것은 결혼제도의 유무가 당사자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이는 도시거주 청년 및 소수자들의 빈곤상황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가족과 불가피하게 단절되어야 하는 상황, 이를테면 가정폭력, 착취, 단절 등 주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족이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가족 관계를 마치 고통을 나누어지는 족쇄처럼 취급한다. 실제로 학업/취업 등의 이유로 도시에 거주하게 되는 이들은 자신의 이주가 원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생각하여야 한다. 당장의 상황을 버틸 여력이 없어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30세 미만 주거급여 제한이라는 현상은 단순히 청년 세대의 빈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정형화된 형태로만 빈곤을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부정수급, 예산낭비와 같이 의심하고 배척하는 상상력은 좋아진 반면, 빈곤이 사람의 자리를 협소하게 만드는 방식 내지 현실에 대한 상상력은 날이 갈수록 결핍되어 간다.

 

같은 맥락에서 만일 부의 이전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연령과 무관하므로 상속세-증여세를 높이면 될 일이다. 만일 이것이 독립이 늦어지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면, 국가는 그간의 정책이 원가족과 대상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더더욱 실질적인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주거급여를 인정함으로써 1인 가구가 증대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독립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중에 주거급여가 커버할 수 있는 비율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걱정인지 알 수 있다. 누구도 30만 원을 얻자고 100만 원을 지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가는 1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30만 원이라도 보전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산 부족이 아닌 정치적 결단력의 미비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게 문의하였으나, 이에 대해 급여를 인정할 계획이 없으며 기준을 없앤다더라도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과다한 복지 예산 지출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수급자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은 절감되었다. 본래 예상했던 인구의 약 40%만이 신규진입하여, 나머지 60%에 대한 1860억 가량이 불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시연구소의 김기태 연구원이 2018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추계한 결과,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이 가구주인 경우는 2만 6천여 가구에 달했다. 또한 이들에게 모두 주거급여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400억 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용액의 30%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느냐의 문제이다. 복지예산의 불용액은 단순히 쓰이지 않은 돈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지 못한 돈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나중에’라는 말 대신 지금 당장, 누가 승인받지 못한 것인지 찾아내고 그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표 3-2> 기준 중위소득에 따른 30세 미만 주거급여 대상자 규모 추정https://lh5.googleusercontent.com/xl3ZJW-PK3MUsmFcIDaM3xzi1KBWbt5FduoP25... />

 

 

<표 3-3> 30세 미만 미혼·청년·임차가구 주거급여 대상자 포괄에 따른 소요예산 추정https://lh4.googleusercontent.com/t3trBVpZheEf6c8Cg-hzPKvDxw9pBmnc_Kghqh... />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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