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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29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과거 직장별 의료보험조합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 체제로 운영하다가 1차로 1998년 법률에 따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의 조직통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2차로 2000년 7월 직장 의료보험조합까지 통합하여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재정적자인 지역의료보험조합과 재정흑자를 이루고 있던 직장의료보험조합이 직장조합을 중심으로 재정통합을 진행되었다. 결국 투명한 소득을 갖고 있는 직장가입자들이 소득파악률이 낮은 지역가입자들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도 헌법재판소의 2009헌마299호 사건의 합헌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2000년 7월 통합 건강보험체계가 출범하면서 법률에는 소득이 없는 자로 규정하여 기존의 직장가입자들의 피부양자 제도를 존치하였으나 실제 운영기준은 기존의 기준대로 적용하였고, 그 대신에 지역가입자들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하여 100분의20 범위에서의 국가재정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은 그간 5차례 강화되어서 2013년 6월 현재 근로․기타 소득의 연간 합계액 4000만원 초과자, 연금소득의 100분의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00만원 초과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 한편, 현금영수증 제도 및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지속적인 시행으로 인하여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크게 개선되었다. 통계적으로는 건강보험제도의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가 1:1 수준이었으나, 2013년 연말 기준으로 7;3으로 변경되었으며, 피부양자 역시 15,281,000명에서 같은 기간 20,40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40.8%에 해당하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며, 이들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은 전체 요양급여비의 49.3%인 18조 805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과 대상의 98.5%는 월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역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산과 자동차,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서(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을 소득 유사기준으로 포함하여도 53%에 불과함.) 나머지 47%는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건강보험제도 통합 초기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중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 60%이상이었던 것이 크게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소한의 생계책임재산에 해당하는 전․월세보증금 및 영세 주택 보유분까지도 재산부과 대상으로 적용되는 등,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가입자들에게 가혹한 구조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5.3.10.자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참조) 

 

사정이 위와 같기에, 2010년 이후에는 지역가입자들 집단에서 보험료부과기준이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면서 헌법재판을 제기하는 등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와 같은 제도 현실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적어도 통합 건강보험 제도 초기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감안한 기형적인 피부양자 제도, 나아가 지역가입자들 중 빈곤층에 가혹한 재산중심적 보험료부과체계는 전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을 받아들여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관하여 정부와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왔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입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소득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 설계된 것으로서 나름대로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기에 현재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향후 직장가입자 숫자의 지속적인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인 인구 1인당 진료비가 그 밖에 인구 진료비보다 평균 4.4배 이상 지출을 하고 있는 현실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고액자산에 대한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감안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유지와 향후 고령화에 따른 보험재정의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세(국고지원비율)의 지속적인 확대 역시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고려 사항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볼 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3대 축인 가입자, 직장가입자의 사용자, 정부가 주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입자 상호간의 보험료 배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의 추계전망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접근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애주기적 관점 및 향후의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후소득보장의 변화를 아울러 볼 때 가입자 종별에 따른 단순 구분에 의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포함한 부담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역․직장조직의 통합과정에서 불완전한 재정통합에 따른 갈등 봉합의 유산으로, 법률에 반하여 남아 있는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청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도 사회적 합의의 기조 하에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과정은 기존과 같은 정부 주도 하에 특정 전문가 집단의 연구 성과물에 갇혀서 정부와 여당 내부의 당정 협의만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노․사․정․국회․시민사회를 망라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진료비 폭증과 인구구조 변화의 위험

 

<표 3>에 의하면 현재 건강보험적용대상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매년 0.3%에서 0.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4>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월평균 진료비는 65세 미만의 그것보다 평균 4.4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현재 건강보험 급여비용 중 65세 이상의 인구 11.7%가 사용하는 보험재정은 전체의 51.48%(=0.117X4.4.)를 상회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기준으로 산출된 결과이다. 또한, 건강보험급여비는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6.6%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수가 인상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고령화에 기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아래 <표 5>는 우리나라의 과거 노년부양비와 미래의 노년부양비 추정표이다. 2013년의 노년부양비 16.7%를 기준으로 할 때 저출산의 여파로 2020년까지는 연0.8%, 2030년까지는 연 1.65%, 2040년까지는 연 1.86%,  2050년까지는 연 1.38%, 2060년까지는 연 0.96%로 매년 가파르게 노인인구 및 노년부양비가 증가되며, 그 결과 206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무려 80%를 초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년부양비 적용 인구를 현실적으로 20세 이상으로 변경 적용할 경우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65세 이상의 인구가 0.2명 정도로 추산하면 2060년에는 1:1 정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직장가입자 숫자의 절대적 감소가 지속된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3월 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부양비는 18.1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이것은 위 통계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함). 2015년 기준 15∼64세 인구는 3719만4000명, 65세이상의 인구는 674만 명인데 통계청은 앞으로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돼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692만3000명, 65세 이상 인구가 2077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015. 3. 4. 서울신문기사에서 인용) 경제활동인구 즉, 직장가입자로 지칭할 수 있는 인구집단은 향후 45년간 34%정도가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반하여 그 피부양자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집단은 2.9배가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의 비율인 7:3은 다시 바뀌어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저출산-고령화)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독립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청년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폭증이 국민총소득 중 근로소득의 비중 감소를 초래할 것임이 넉넉히 추정되며 이를 대체하여 기업소득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의 자본소득 배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시사한다. 또한, 2012년도 기준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 대 과세소득 기준 근로소득의 규모가 266.6.조원 : 201.2조원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부과체계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책임질 수 없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의 현실에서 노년 계층이 다수의 자산을 과점하고 있고, 이들 계층이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아울러 볼 때, 이들의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재정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업퇴직연금이 확대되어 2040년 정도에는 노인 인구의 50-60%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기준 월 100만원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도 증대되어 현재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은퇴자들이 일정한 노후 현금 소득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현재의 피부양자들 상당수가 연금소득자의 지위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부담의 여력이 증가에 따른 기업부담분의 증가가 필요하며, 전반적으로 GDP 대비 근로소득의 비중 저하에 따른 보험료 수입을 메울 수 있는 국고부담 확대 방안과 고액자산가의 보험료 부담능력, 연금소득을 포함한 총체적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재정적 요인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서 고려해야할 것이다.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1년 남짓의 활동결과를 기초로 최근 7개의 개선모델을 발표하였다. 모든 모델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고, 보수 외 별도 종합소득(7안은 연 336만 원 이상의 모든 소득)과 지역의 성․연령, 자동차 폐지 및 재산에 있어서 기초 공제, 소득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연5.89% 정률 부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 마지막 모델만 1687억 원 상당의 재정 흑자를 전망하고 있고, 6가지의 모델 모두 재정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직장가입자로부터 추가로 확보되는 재정규모가 1번 모델은 2533억 원, 7번 모델은 3.3조원이 증가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에게서는 1조원~3조원 정도의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결국 7개의 모든 개선안들은 근로소득에 대한 현재의 80%상당의 비중을 고정한 채 향후 인구구조 변화 및 근로소득의 비중감소, 소득유형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중․장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으로서는 크게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선방안을 기초로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미시적인 접근이라는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

 

 

 총소득 중심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포함한 대안

 

지속적인 사회고령화와 자산양극화의 현실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라는 명백한 조건 하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만을 전제로 하여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우선적으로 보험가입자들의 총 소득을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며, 현재와 같은 국고지원 14%와 건강증진부담금 6% 수준의 재정지원비율도 연차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법․제도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형평성과 비례성조차 의문시되는 재산보험료 제도는 즉시 개정하여 일정 자산 이상의 가입자에 대하여 상한선 없이 재산보험료 부과제도로 대폭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 역시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연금소득을 감액하여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축소하는 것 역시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 나아가, 소득과 재산 양자에 있어서 부과대상 소득 및 재산의 상한선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험료와 별도로 사회보장세나 이에 유사한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에 부가하는 형식의 직접세 방식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보편화되는 204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현재와 같이 직장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중심으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및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소득과 재산을 매칭한 방식으로 구분하는 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료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체계로서의 일정한 정당성과 역사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구분을 무시하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로 개편하여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만을 내용으로 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자칫 근로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인구구조 변화나 근로소득 비중 감소 전망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조세에 의한 정부부담을 확대하는 방안 및 기업의 보험료 부담 확대 방안과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료부과체계 개선 방안  3대 분야 모두를 균형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직장이나 지역 모두 모든 소득(분리과세 소득 포함-상속, 증여, 양도소득 일체 포함)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단기적으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적어도 개선단의 2000만원 기준보다는 하회되어야 할 것임) 시행하고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부과를 하지 않는 연소득 기준(그 이하는 의료급여 제도를 적용함)을 공제한 나머지의 모든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적 연금소득에는 자신이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부담분이 있으므로 연금소득배율을 감안한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보험료 부과 상한선은 법률에 위임되지 않은 것을 시행령을 통하여 설정한 것이므로 위법하며, 즉시 폐지하여 부담의 형평성과 불평등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한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원칙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은 모든 소득 합산 2000만 원 이상(여기에 연금소득의 경우 일정 공제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하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직장가입자 측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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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형용 |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발간하는 복지동향은 올해 10월호에 스무 살 생일을 자축하고자 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복지운동의 맹아기를 막 벗어나던 1998년부터 복지동향은 국내 사회복지 현안에 대한 정보지로서, 복지 아젠다를 발굴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기관지로서, 그리고 전국의 복지시민 단체들과 함께 개혁적 의제와 활동방향을 공유하는 공론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복지동향은 현재까지 240번 발행되어 총 4,230개의 글을 실었다. 지면 출판 중심의 발행물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DBpia에서만 총 이용 수는 434,391건에 달한다. 특히 올해 4월 이나영 교수의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본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는 현재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온라인 이용 수가 1,535건에 이른다. 지금까지 최대 이용 건수는 2009년 10월 이원영 시민활동가가 투고한 동향 글인 ‘무상급식은 정부의 책임이다’로서 총 2,499건이다. 복지동향이 사회복지계의 그 어떤 정보지나 학술지보다도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스무 해가 그냥 지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김종해 교수는 본 호의 첫 기획 글에서 복지동향 창간 당시 길잡이팀의 구성표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별 그리고 사회복지대상별 담당교수와 팀장 그리고 팀원으로 구성된 길잡이팀은 복지 분야의 모든 이슈들을 다룰 수 있을 만큼 포괄적이었다. 이는 당시 열악한 사회복지제도와 현장의 목마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시민단체가 그 어떤 연구소나 재단보다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는 발행물을 내놓기까지 참여자의 자발적 헌신이 있었음을 뜻한다. 20년 전 당시 길잡이팀에 속한 허선 교수와 남찬섭 교수 등은 오늘날도 여전히 사회복지위원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감사하다. 무엇보다 편집간사의 헌신은 눈물겹다. 본 호에서 김잔디 전 편집간사는 한 권의 복지동향이 나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편집간사가 편집업무만을 수행할 수 없는 시민단체의 인적 자원 문제는 뒤로 하고서라도, 복지동향이 매월 출간되기까지 매 순간 곡예와 같은 아슬아슬함이 있다. 편집간사는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데 원고를 전문가에게 청탁해야 하고, 섭외된 필자 중 일부는 꼭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출판과 발송에서도 이른바 초치기에 완벽함까지 요구되는 일을 거뜬히 수행해내는 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복지운동 주체는 한정되고, 국가복지정책과 사업에 있어 시민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더 복지동향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커지고 있고, 그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복지동향이 사회복지 전국 현장 곳곳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고, 일반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대중적 접촉점을 늘려야 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복지정책 환경에서 복지계의 대응 전략을 전파해야 하고, 복지국가운동의 세력화를 위한 장기적 과제들을 선도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와 관련한 복지동향의 방향성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던 일은 그대로인데, 해야만 하고, 하고 싶은 일도 늘어가고 있다. 다만 그 어떤 활동도 한줌에 불과한 위원회 위원들과 한두 명의 간사로 해낼 수는 없다. 복지동향의 지속성과 발전가능성은 자발적 참여자들의 양적 질적 헌신에 달려있다. 시민사회와 복지운동계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월, 2018/10/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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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정리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불안정한 노동체제와 금융시장 자본주의의 본격화로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의 조건을 빼앗기고 있다. 기본소득은 심각한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주장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기본소득으로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9월 28일(금)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출판기념 토크쇼를 했다. 기본소득실험의 국제적 경험과 실현에 대한 전망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패널을 초청해 나눴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 :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패널 :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원재 LAB2050 대표,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 출판기념 토크쇼 사회를 맡은 최혜지 교수가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기본소득 실험의 국제적 경험과 실현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기본소득, 존엄과 자유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리차드 카푸토(Richard K. Kaputo)가 2012년 엮은 <Basic Income Guarantee and Politics>를 번역한 출판물로, 핀란드·독일 등의 전통적인 복지국가부터 멕시코·이란까지 세계 12개국의 복지제도와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토크쇼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의 이야기를 채워줄 세 패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왼쪽부터) 이원재 LAB2050 대표,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혜지] 윤홍식 교수에게 여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기본소득을 다루면서 왜 굳이 이 책을 번역서로 선택했는지, 다른 기본소득을 다루는 책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여쭙습니다.
 
[윤홍식]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를 하자는 취지로 세미나를 하면서 이 책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금까지의 복지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희망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상적으로 좋은 부분과 실제 구체적인 국가 정책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OECD국가부터 비OECD국가, 사민주의 복지국가부터 자유주의 복지국가까지. 굉장히 다양한 국가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복지정책을 실험하고 있었는지 묶여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실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소득’들’이라는 복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최혜지] 역자 서문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중 제일 눈에 띈 것이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소득‘들’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장입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공산당선언이 떠올랐습니다.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당이라는 유령이다.’라는 선언인데, 왜 공산주의를 유령이라고 표현했을까하는 것이 저의 질문이었습니다. 공산당 선언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공산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원칙도 없었고, 모두가 모호한 상태의 공산주의를 이해했기 때문에 유령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기본소득이라는 유령이 떠도는 것이 아닌지. 각자가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이 모호한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은 이원재 대표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많은 글들을 발표했는데, 미래사회하고 조우하는 지점으로써 기본소득을 주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이원재 대표가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상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이원재]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이유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업이라는 조직도 법적으로는 조직이라는 형태로 규율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유기적인 속성이 생기고, 조직이 스스로 미션을 정립할 때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기계적으로 정렬되지 않는 복잡함과 사회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아오키 마사히코의 설명방식이기도 한데요. 이 것은 사회적기업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어쩌면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임금을 아주 낮게 받고 일을 하거나 자원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죠. 4차 산업혁명, 급격한 기술변화와 연결시켜 상상을 조금 더 해보자면, 기술이 변화하면 변화할수록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의무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의 필수 재화들은 이미 충분히 생산되고 있고, 그 외 부가적인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이것들은 꼭 자본주의 고용관계 속에서 억지로 일을 시켜 생산을 해내야만 유지되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임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서 인센티브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관계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기본소득을 접했죠. 소득하고 생산은 정렬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별 기업에서 이것이 해체될 수 있듯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해체되는 여유가 생길 수 있고, 그 여유를 만드는 도구가 기본소득 같은 제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최혜지] 이원재 대표가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셨습니다. 기본소득을 처음 접하면서 어느 나라든 녹색당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김주온 위원장께서는 왜 녹색당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어느 나라에서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녹색당에서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실까요?
 
[김주온] 여러 나라에 녹색당이 있는데, 작년 리버풀에서 녹색당들이 모이는 총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녹색당과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기본소득 세션을 열어, 각국 녹색당들이 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지, 핀란드 녹색당처럼 강하게 주장하는 곳과 독일 녹색당처럼 당론으로 정하지 못한 나라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했는데요. 각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복지제도와 그 사회의 맥락에 따라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녹색당은 2012년 총선을 치르면서 농민 기본소득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민들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2016년 당시 제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기본소득을 더 많이 주장하자는 기조를 정했고, 이후 논의를 확대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있었습니다. 점점 변화하는 노동의 종류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이 이전의 소수자, 마이너리티만이 아니라 보편적 현상이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저당잡고 다른 사회나 삶으로의 전환, 정치 참여 등의 가능성을 모두 없애버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지제도를 넘어 대안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지렛대,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녹색당은 기본소득을 주장하게 된 거죠.
 
녹색당에서 그리고 있는 기본소득의 모습, 제가 기본소득을 지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지금 돌아봐도 기본소득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인데요. 기본소득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환영받고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인데요. 보편적으로 주어지지만 특히 사회약자들에게 큰 효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누구나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최혜지] 윤홍식 교수께서는 몇 년 전만해도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역자서문에서 ‘한국사회의 대안담론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더 활발히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제도로 이해할 수도 있고, 철학이나 가치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대안 담론’으로 기본소득을 표현하신 의도가 있는지, 2년 전의 생각과 지금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윤홍식] 기본적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역자서문에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들’로 표현했는데요.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사회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과 패러다임 전환으로서의 기본소득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담론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해 사회적 진보진영이 대안담론 만들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아직도 신자유주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그것에 대항할 대안 담론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한 담론 중의 하나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기초연금 등을 도입하다보면 언젠가는 완전한 기본소득(Full Basic Income)으로 갈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대안적 담론으로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려면 기본소득이 꿈꾸는 생산체제가 무엇인지, 어떤 생산체제를 순환적으로 강화시키고 유지하려는 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한국의 경제체제, 생산체제가 변화하고 있는데, 만약 기본소득이 지금까지 노동과 연관된 노동에 기초한 복지제도나 분배제도의 대안이라면 도대체 그 주체가 누구인지, 그 주체가 ‘누구’라면 그 주체를 어떻게 조직할 것이고 어떻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한 부분의 빈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좋겠고, 다양한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은 보편적 수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동의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2년 전과 차이는 없습니다.
 
[최혜지] 결국 기본소득이 성공하려면 누가 연대의 주체여야 하는가, 기본소득을 가능케 하는 생산체계는 어떤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셨고, 다른 패널 두 분이 답을 주실 적절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것은 생산체제의 전환을 가장 극단적으로 만드는 기폭제(Trigger)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윤홍식 교수께서 질문하신, 기본소득이 대안 담론으로 기능하게 할 생산체제가 어떤 것인지를 이원재 대표는 이미 보신 것 아닌가요?
 
[이원재] 저는 기본소득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단계는 아니고, 대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실험하고 공론화하고 토론해서 입증할 것은 입증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제도적인 관점은 윤홍식 교수님과 입장이 같습니다. 청년 기본소득과 기초연금, 아동수당부터 시작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험은 가능한 급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생산체제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의식주, 교통, 돌봄 등과 같이 필수적인 생산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거든요. 자본은 필수적이지 않은 것 쪽에 집중하고 최대한 노동절약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며 성장해가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필수적인 영역은 고용이 여전히 중요하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면서 가치를 생산하는 것으로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요. 억지로 고용을 시켜서 사람들을 삼성전자에 취직하도록 더 많이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고용을 기대하지 않고 가치를 많이 만들도록 하되, 사회가 잘 환수해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새롭게 생길 수 있는 다른 영역들이 훨씬 더 커져서 이 사회가 나누어가지는, 임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일하도록 생산체제를 재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혜지] 전반적으로 미래사회에서 생산에 가담한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등 새로운 형태의 생산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것을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고. 이런 것들을 환수해 기업이 성장하도록 만들어준 정보라든지, 새로운 생산방식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생산체제는 어떻게 보면 노동하지 않음에도 일정한 부를 얻을 권리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라는 맥락에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윤홍식] 과거에 노동자들을 재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그 취지에 가장 적합한 사회보험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재생산하고자 하는 산업구조가 무엇인지를 질문 드립니다. 80-90년대 들어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사무직 일자리가 다 줄어든다는 것이 이슈였는데 오히려 일자리는 더 늘었습니다. 필수적이지 않았던 것들이 일자리로 들어오게 된 것이죠.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현격히 줄어든 것인데, 이는 기술과 변화의 발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거든요. 기본소득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문제와 생산체제에 대한 문제,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를 연결해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이원재] 추상적일 수 있지만 창조적 활동이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창조적 활동이 결과적으로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미리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유튜브 영상이나 비영리 영역의 자원활동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최혜지] 생산체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무엇을 생산으로 보느냐’라는 질문도 지나치게 산업사회적인 마인드에서 생산을 염두에 두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야말로 노동을 통한 것만이 생산이어야 되는가, ‘정치적 활동같은 액션이 인간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생산적 활동이다’라고 아렌트가 말했고, 아렌트의 사유체제가 함의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원재 대표님의 말씀에 공감할 수 있고 그런 사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대안적 담론으로서 조금 더 구체적인 자기 실체를 갖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폭 넓은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이는 누가 기본소득의 추진동력, 추진주체가 될 것인가로 회귀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생산체제를 중심으로 명확한 계급이 있었기 때문에 계급의 추동력이 운동성을 가지고 사회변화를 만들어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생산체제 내에서도 과거 경험했던 계급성이 많이 약화되었는데, 과거 노동자 계급과 가까운 계층이 누가 남아있을까요? 우리 이원재 대표께서 못 다한 얘기가 있으시네요?
 
“누가 기본소득의 추진동력, 추진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원재] 저는 청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근 LAB2050에서 조사를 했는데, 정부의 일자리 대책을 소개하고, ‘구직자에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어보는 일자리 조사였는데요. 세대별로 많이 달랐어요. 20-30대는 긍정이 더 높고, 아주 확연하게 40대는 부정적인 답변이 더 높았습니다. 구직활동 자체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든지, 스스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든지. 그런 경향 때문에 청년수당을 묘사한 이 부분에 대해서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수당실험이 일어났을 때 10년, 20년 뒤에는 지형이 많이 변해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최혜지] 청중으로 참여하신 분들 가운데, 남찬섭 교수님이 그리시는 기본소득의 모습 혹은 대화 내용 중 같이 논의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남찬섭]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는데, 노동이 변화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포착하려는 노력과 기본소득과 같은 상상력으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제도의 변화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제도는 그 자체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보면 청년기본소득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사회가 아동이나 노인과는 달리 청년세대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하고 소득을 확보하기를 원하는데요. 사회가 이런 청년 세대에 대해서 일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소득을 제공한다면, 관련한 제도가 점진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면이 있습니다.
 
[최혜지]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노동에 대한 재정의라고 하는데요. 노동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있지 않은 다음에 기본소득을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는데, 이 부분에 많이들 동의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또 다른 패러다임의 주둔세력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청중의 또 한 분이 발언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네요.
 
[김남희] 이 책의 번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제 아이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맞벌이로 열심히 일을 하며 열 살, 일곱 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커서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하길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커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사회의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 나의 아이들이 자란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동시에 이 아이들을 위해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주거, 의료, 교육 등 필수재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이 된다고 해도 월세 내고 의료비로 쓰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보편적 필수재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지금도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기본적인 영역에서 해답이나 해결책 제시하지 않고 다른 모순점에 봉착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원재] 주거, 교통, 돌봄은 국가가 상당부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대체로 사회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주거, 교육의 부분은 국가가 직접 고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한편으로 창의성이 발휘되는 부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김주온] 기본소득이 도입되기까지 여러 정치적 주체가 형성되고 법이 만들어 지는 과정 속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 교육·노동 등에 대한 논의가 유기적으로 어떻게 바뀔까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김남희 변호사님이 요즘 아이들의 상황을 말씀하셨듯, 제 주위 또래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임금을 병원비에 많이 쓰는데, 병원비로 들어간 돈을 다시 충당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캐나다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세력의 독특한 점은 의료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덜 아프고, 위험한 일을 덜해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것이고, 이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최혜지] 기본소득을 기존에 있는 소득보장, 사회보장과 대치해도 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들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사회적 욕구를 공공이 책임지는 동시에 노동과 분리된 소득의 보장인 기본소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모든 사회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여러 의견들을 말씀해주신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오늘의 자리와 같이 기본소득, 혹은 기본소득‘들’에 관한 논의가 더 활발히 펼쳐지는 바람입니다.
 
행사 말미에 “많은 나라들이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는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청중의 질문에, 윤홍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실험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수당, 청년구직수당, 기초연금 등을 큰 틀에서 기본소득‘들’로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토크쇼가 마무리되고 난 뒤, 우연히 토크쇼에 대한 소감을 접했다. ‘참여연대 행사답지 않은 편안한 마음과 푸근한 공간’이었다는 평가에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함께 안도했다. 그것이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든 보편적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든,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상상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을 꿈꾸는 동시에, 기본소득‘들’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기를 희망해본다.
 
화, 2018/1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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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제240호: 2018년 10월 발간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240호 | 김형용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기획주제: 복지동향 20주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걸어온 길

특집1 사회복지운동의 과거와 현재 | 김종해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특집2 창간 20주년에 돌아보는 복지동향의 성격과 전망 |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특집3 사회복지 활동가의 경험과 지역복지 운동의 미래 |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

특집4 복지동향이 독자들께 닿기까지의 이야기 | 김잔디 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동향

건강과 안전에 대한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규제프리존(지역특구)법의 문제점 |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지원, ISD 소송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라 |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복지톡

홈리스야학, 세상이 감추고 싶은 곳에서 시작되는 변화 | 검치 홈리스야학 교사대표, 달자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생생복지

예산을 분석하고 정책을 이해하다 | 김경훈 서울복지시민연대 간사

월, 2018/10/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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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이름짓기”가 아니라 성찰과 실천이 중요하다

 

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8.15 경축사에서 기존에 내세웠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외에 “생산적 복지”를 새로운 국정의 기조로 선언하였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가 국정기조로 선포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후 등장하는 정부마다 “○○복지”라는 이름짓기가 이어져 왔다. 국민의 정부 당시에 우리나라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터라 대대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려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미 김 대통령이 선포하였듯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국가 부도 직전의 대한민국을 살려낼 대대적인 수술의 지침이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경유착이 지목됐다. 그 핵심에 부패한 정치와 재벌의 독점적 지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좌파든 우파든 재벌개혁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적 복지가 선언된 것이다. 당장 복지가 필요한 민중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은 복지를 낭비적으로 보아 반대의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복지” 앞에 “생산적”이라는 강력한 제동장치를 걸어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이는 실로 정치 9단의 탁월한 수사(修辭, rhetoric)였다. 객관적으로 복지가 매우 필요했던 당시에 복지를 갈망하는 좌파의 입장과 오히려 그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복지를 반대하는 우파의 입장을 동시에 두둔하는 절묘한 어휘 구사였다.

 

사실 생산적 복지는 거의 20년 만에 재집권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토니 블레어 수상이 선포한 “제3의 길(The 3rd Way)”을 본떠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토니 블레어는 사회학자 기든스(A.Giddens)가 제창한 “제3의 길”을 자신의 노선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영국 복지국가를 주도해 왔던 사회민주주의 길(the 1st way)과 `70년대 말 대처 정부에서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의 길(the 2nd way)을 혼합한 제3의 길은 신 노동당의 좌표로 선포된 것이었다. 신자유주의로 굴절된 사회민주주의는 당내 좌파는 물론 유럽 각국의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제3의 길 노선을 받아들인 국민의 정부는 그것을 생산적 복지로 번역을 했던 것이다. 복지국가의 길을 가 본 적도 없고, 시장주도의 자유주의의 길을 가 본 적도 없는 우리가 중도노선으로서 제3의 길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절묘하지만 낯선 생산적 복지의 구체적인 실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결국, 국민의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생산적 복지의 꽃”이라고 포장을 하였다. 법 제9조 제5항 “조건부 수급”, 소위 “자활”이 생산적 복지의 핵심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고용시장에서 이미 배제된 사람들을 자활노동으로 몰아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 한해서 생계급여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과거 생활보호법과 달리 “권리성 급여”라고 했던 것이다. 생산적 복지는 이미 신자유주의 백신을 투입한 체계였기 때문에 미흡한 복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생산성이 좋았던 것도 아니어서 생산적 복지는 복지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 이후 참여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계승한다며 “참여복지”를 내세웠으나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들과 자료를 망라해 볼 때, 참여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MB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내세웠으나 곧 폐기되었고,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으나 출발부터 기초연금 파동과 증세 논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무복지 내지 저복지로 일관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를 제창하였다. 이 이름을 듣는 순간 참으로 긴장감 떨어지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타적이거나 차별적인 것이 복지의 내용이나 성격이 될 수는 없다. 복지는 당연히 포용적이지. 그러므로 포용적 복지는 동어반복적이거나 “시원한 아이스크림” 또는 “뜨끈한 국밥” 같은 밋밋한 어휘일 뿐이다. 게다가 무엇을 포용하는지 구체성이 없다. 비정규직을 포용한다는 것인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포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틀린 말이거나 무의미한 말은 아니지만 참으로 허름한 작명이다. 게다가 포용적 복지를 상징 또는 대표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저 잡다하고 어수선한 복지 논의만 무성하다. 정부가 핵심으로 꼽는 아동수당이 그렇고, 사회서비스원도 그렇다.

 

이름이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실질과 실천이 중요하다. 그것이 복지의 본질에 부합한다. 생산적 복지가 복지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 참여복지가 보편적 참여를 달성했는지 정확한 평가는 없다. 권력의 중심에서 이런 이름을 짓는 작명가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멋진 말로 포장해서 도대체 누구를 현혹하려는 것인지? 복지국가 또는 복지정책의 노선을 포장하는 것보다는 본질과 진정성에 대해 성찰하고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를 현혹시키려는 조어(造語)에 집착하는 것은 불순해 보인다. 그나마 생산적 복지는 성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당시 시대적 문제의 본질과 해법을 지향하는 이름이었다. 이와 같은 조어법이라면 포용적 복지보다 “포용적 성장”이 백번 낫다. 성장은 경쟁적이거나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니 “포용적”이라는 관형어와 짝을 이룰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복지는 어떤 성격이나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시대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 듣기 좋은 이름 짓기에 주력하는 것은 너무 경박하고 무책임하게 보인다. 아기가 태어난 후 이름을 지어도 늦지 않을 텐데, 우선 멋진 이름부터 지어 놓고 여기에 아이의 개성과 꿈을 맞추게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

 

현재는 저출산 고령화의 위험 시대다. 많은 문제들이 이것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의 에너지도 이것 때문에 여의치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복지체제는 어떤 가치 또는 특성을 최우선적으로 또는 가장 강력하게 추구해야 하는가? 이것에 답을 줄 수 있는 그런 복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포용적 복지라는 하나 마나 한 밋밋한 기조와 간판을 걸고 우물쭈물하지 말라. 이름은 천천히 짓더라도, 지금 이 시기 대한민국은 어떤 복지를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진정성을 가지고 간절하게 성찰하고 토론하자. 이렇게 하다보면 적절한 이름이 지어질 것이다. 제발 강호의 목소리들을 포용하기 바란다. 포용적 복지론자들이여.

 
화, 2018/11/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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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의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을 위해
: 2018년 기초법공동행동 거리상담을 마치며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의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로서 가난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초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이다.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장제급여 총 일곱 가지 급여로 나뉘어져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중위소득을 급여별 선정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신청자가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선정기준 이하여야 한다.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가구규모별 기준 표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수급자수는 전체 인구 대비 2~3%인 반면, 절대빈곤율은 8~9%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급자수 보다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면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0여개 단체와 수급당사자들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이하 기초법공동행동)‘은 빈곤해결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수준 등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기초법공동행동에서는 매년 영구임대아파트단지나 쪽방밀집지역에 찾아가 거리상담을 하고 있다. 수급당사자들과 비수급빈곤층의 입장에서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제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서류작성이 까다로워서 신청조차 못하거나 부당하게 탈락되거나 삭감된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올해에는 방화, 노원, 마포에 있는 영구임대단지 세 곳과 영등포 쪽방 밀집지역 한 곳에서 거리상담을 했다.

 

거리상담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천막 한 동에 상담부스를 마련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 상담을 중심으로 기초법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주거, 의료, 법률, 장애등급을 상담한다. 그 외 사람들은 2인 1조로 가가호호 방문하며 상담부스를 홍보하고 준비해 온 유인물을 배포한다. 유인물에는 매년 변경되는 제도의 내용과 수급자 선정기준 그리고 기초법공동행동의 입장을 담는다. 올해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 2019년도 급여인상액과 10월부터 폐지되는 부양의무자기준 등을 안내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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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8 기초법공동행동 거리상담: 영등포 쪽방지역)

 

제도는 바뀌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그거 해봐야 소용없다.’ ‘애매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 매년 거리상담에서 듣는 이야기다. 이러한 불신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로 가난한 사람들이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불신의 원인을 묻고 따라가다 보면, 옆집 사람도 자신과 똑같이 자식이 있는데 자신만 수급을 못 받는다는 한풀이를 듣게 된다. 실제 부양의무자기준에 걸리는 상황도 있지만, 관계단절을 통해서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서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제도의 기준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급신청에서 탈락한 경험으로 인해 당연히 지금도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신청조차 하지 않거나, 달라진 기준으로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수급신청 당시 겪었던 차별적 경험 때문에 신청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수급비가 너무 적다.’ ‘수급비가 삭감되고 있는데 왜 깎이는지 물어보기 힘들다.’는 이야기 역시 매년 듣는 이야기다. 후자의 경우,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억울하고 궁금해도 참는다.’는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법에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한다.’고 그럴듯하게 쓰여 있지만 현실의 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고 못하고 있다. 2019년 생계급여 인상률이 2.09%라는 소식을 안내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한숨으로 시작됐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여전히 폐지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기쁨은 다시 걱정과 고통으로 덮였다. 정부는 다양한 복지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제도개선을 했다고 말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한 족쇄, 부양의무자 기준

 

올해 79세로 영구임대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A씨는 기초연금 20만 원과 생계급여 15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다. 기초연금 외에는 소득이 없고 보증금 120만원이 재산의 전부지만 16만 원의 수급비가 삭감되고 있다. 처음 수급비가 삭감된 시기는 2년 전이었다. 50대 딸이 재혼을 하면서 사위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비가 삭감되었던 것이다. 딸과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재혼한 이후로 왕래는 없는 상황이었고 재혼한 사위는 얼굴을 두어 번 본 것이 전부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런 사위에게 A씨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결정했다. 급여가 삭감된 당시 A씨는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딸과 사위에게 실제 부양을 하고 있지 않다는 관계단절 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계단절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위에게 부양비를 징수할 수 있다는 통보도 받았다. 결국 A씨는 삭감되는 급여에 대한 항의를 중단했고 2년 여 동안 삭감된 수급비로 생활해 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실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관계단절을 인정하여 수급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심의에 올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방생활보장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수급자들이 알고 있을 리 만무하다. 동사무소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지난 2017년 8월 정부에서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실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심의에 올리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후 1년 여 동안 A씨에 대한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리상담 이후 A씨의 집을 방문해 관계단절 사유서를 작성하여 동주민센터에 찾아갔다. 담당공무원은 ‘관계단절 증명서를 제출하러 왔다.’는 A씨와 필자에게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서 아무 안건이나 심의하지 않으며 안건을 올려도 인정 못 받으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A씨가 어렵게 결정해 드러낸 치부는 담당공무원에게 ‘아무 안건’ 따위로 취급됐다. A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A씨가 2년 전 동사무소에 자신의 상황을 이미 설명했었다는 것, 복지부가 작년 수급신청 탈락자에 대한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의무화했는데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담당공무원은 그제야 심의에 올리겠다고 답했고, A씨와 필자는 서류를 처리하는 동안 앉아 말없이 대기했다. 맞은 편 칸막이 너머에서는 수급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는 급여는 주거급여에요. 선생님,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아드님한테 받아오실 수 없잖아요. 그럼 생계급여는 신청이 안돼요. 주거급여만 신청하실 수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수급신청의 경우 구두로 거절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사업안내서에는 금융정보제공동의서의 경우 보장기관이 직접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작년 8월 정부는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465페이지짜리 굵은 사업안내서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은 수급신청을 하는 당사자가 자기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없는 경우 적용받기 힘들다. 사업안내서를 구하는 것부터 힘들고 운좋게 구하더라도 전문용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업안내서에서 정하고 있는 행정절차는 그림의 떡, 아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제노동에 내몰리는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두 가지의 수급권이 있다. 일반수급권과 조건부수급권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하는 근로능력평가를 기준으로 나눈다. 기본적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1-4급 등록 장애인 등이 아닌 근로능력층의 경우 자활센터에서 일자리 교육 및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수급권이 보장된다. 근로능력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있어왔다. 2010년 도입되어 동사무소에서 판정하던 근로능력평가는 2013년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되어 시행되었다. 이관 이후 ‘근로능력 있음’ 판정은 3배가량 늘었다. 2014년 이러한 제도 변화 안에서 근로능력이 ‘없음’에서 ‘있음’으로 변경된 수급자가 일자리에 참여하며 이식했던 인공혈관에 감염이 발생해 사망한 사건도 발생됐다. 실제 일할 수 없지만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이 자활사업단에 배치되는 경우는 적지 않고, 이들은 수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배치된 자활사업단에서 강제노동을 참고 버티거나 수급권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올해 61세인 B씨는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몇 년 전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고 현재는 동맥경화와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식당알바와 공공근로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 왔지만 올해 초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5개월 째 일을 못하고 있다. B씨의 경우 자신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부양의무자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하지만 수급신청을 할 경우 조건부수급자에 해당되어 자활센터에 출석해야 한다. B씨에게 관련 제도를 설명하고 자활센터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교육기간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진료를 받아보자고 설득했다. B씨는 알겠다고 답했고 본인이 동사무소에 가서 수급신청하고 연락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아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씨는 나와 헤어진 직후 동사무소에 찾아갔었다고 했다.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비슷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일자리교육기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이야기 하자. 담당공무원은 ‘그렇게는 일반수급 받을 수 없어요. 5년 뒤에 65세 되시면 일반수급으로 바뀔 거예요.’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B씨는 ‘수급신청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은 일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고 그래서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한데, 동사무소에서 자신을 일 할 수 있는데 안하려고 거짓말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모욕을 느꼈다.’고 했다. 몇 번 더 설득을 시도해봤지만 완고했다. B씨는 수급신청을 포기했다.

 

수급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복지제도지만 지방정부의 예산이 함께 투입되며 수급권 보장유무를 결정하는 것 역시 지방정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신청가능하다. 주소지가 없는 경우 모든 선정기준을 충족한다고 할지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없다. 사업안내서에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취약계층의 경우> 실제 거주지가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실제 거주지를 노숙인 시설 등으로 한정하며 거리나 여관, 여인숙, PC방, 사우나 등은 제외하고 있다. 거리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에게는 신청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별로 실시하고 있는 주거비지원제도를 통해서 방을 구한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절차적으로 쉬워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주거비지원제도가 없는 지방정부가 더 많을뿐더러, 제도가 있는 지방정부에서조차 지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행정절차의 낭비 아닌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주거급여를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시한다면 한 번에 될 것을, 굳이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운영은 거리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들에게 수급신청을 포기하도록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 주거비지원제도 예산이 떨어지면 신청자들은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운좋게 주거비지원제도를 신청한다고 해도 신청 이후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를 기다린 뒤에야 방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이후에 수급신청을 할 수 있다. 안정적인 거주공간이 없고 핸드폰 등의 연락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수급신청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62세 C씨는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향인 충남에서 20년 전 이혼을 계기로 서울에 왔다.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며 여관, 여인숙에서 생활을 이어왔고 몇 년 전 다친 허리를 수술한 이후부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63세 D씨 역시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80년대 인쇄소에서 일하던 중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중장비를 배워 일하던 중 복막염 수술을 기점으로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사용하고 거리생활을 시작했다. C씨와 D씨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설명하니 둘 다 조건부수급을 통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기 전에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주거지를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에서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지원센터를 일러주고 다음날 만나 신청하러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 날 약속시간으로부터 1시간 동안 주변을 서성였다. 두 사람 모두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없었다. C씨와 D씨가 개별적으로 지원센터에 찾아갔을 확률은 적지만 거리에서 생활하시는 분들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찾아갔으리라 믿는 것뿐이다.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는 1,522명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PC방, 사우나 등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를 포함한 이들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신청 자격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낮은 보장수준의 해악

 

잘못된 제도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도시 서울을 기준으로 수급자에게 인정되는 기본재산액은 주거용 재산을 포함한 5,400만 원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 이상의 재산가액은 매월 수급자의 ‘가상’소득으로 환산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수급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가 1인 가구인 경우 167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실제 부양여부와 상관없이 간주부양비가 부과되어 급여가 삭감되고 234만 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권을 빼앗긴다. 실제 일 할 수 없는 사람을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하여 강제노동에 내몬다. ‘애매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전 재산인 집까지 팔아서 주거지를 하향이동한 뒤에, 일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마저 단절되어야 수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가 된다고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인 가구 수급자가 보장 받을 수 있는 최대 생계급여액은 51만 원이다. 여기에는 식료품, 생필품, 의복, 통신비에 더해 월세를 제외한 주거유지비까지 포함되어 있다. 때로는 생계급여에서 월세의 부족분을 지출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수단을 통해서 버는 소득은 모두 수급비에서 삭감되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도 국민연금도 삭감된다. 1인 가구 수급자에게 2018년도는 51만 원에 갇힌 삶인 것이다. 이번 거리상담을 진행하면서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도에 대한 만족도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바라는 점을 쓰라는 마지막 문항에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수급비가 부족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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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기초법공동행동의 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 설문)

 

 

2017년 8월 정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부양의무자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산기준 등의 선정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장수준의 현실화를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차 종합계획 이후 발표된 2019년 생계급여 인상률은 2.09%로, 2018년 1.16%에 이어 역대 인상률 중 최저 수준에 속한다. 올해, 내년 각각 16.4%, 10.9%인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폐지계획이 없는 상황이며, 재산기준과 근로능력평가 등의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람 좋은 미소 띠며 희망적인 말들로 하는 약속은 필요 없다. 코앞의 미래에 대한 계획조차 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의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화, 2018/11/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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