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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칼럼] 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복지동향 칼럼] 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52

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공무원 연금, 무상급식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몇의 이슈가 연일 뉴스의 맨 처음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사회적·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적 정치세력이 복지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절대적 빈약성 때문에, 새로운 복지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충하려는 시도가 쟁점화되어왔던 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달아 직면하는 공통적인 사회복지 상황이다. “모든 노인에게 2배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으로 노인층의 스타가 되었던 대통령의 행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반복지적 움직임이다. 물론 이 기초연금 공약도 허공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이다. 연금이나 학교급식의 이슈에 비해 다소 조용히(?) 진행되어버린 또 하나의 주요한 이슈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역시 복지의 보강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복지의 후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간의 최저생계비와 연계된 통합급여체계의 시대를 뒤로 하고, 개별급여와 ‘급여기준선’에 토대한 제도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공공부조제도의 전문적 기술사항의 변화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기초보장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왔던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수급자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사이의 공공지원의 격차,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최저생계비를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하면서 계속 그 수준이 하락되어왔던 문제, 비현실적으로 낮았던 주거급여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과 개선요구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현재의 제도개편 방향은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선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이며 너무나 개탄스러운 것이다.

 

첫째,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전환되었다고 정부는 표현한다. 그런데 애초에 개별급여 주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층 등의 경우에도 (생계급여는 받지 않지만) 주거나 의료 등의 영역에서 폭넓은 사회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주거나 의료급여의 확대라기보다는 생계급여의 대상과 보장수준을 축소하는 결과로 귀결되어버렸다.

 

둘째, 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방식전환을 표방하였다. 기존에 시민단체에서는 (수백 가지의 물품가격을 더한 전물량방식으로 측정하는) 절대빈곤선 방식의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바 있다. 이는 수급자 혹은 빈곤층의 생활과 필수품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규격화’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고, 그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일반적 생활 모습과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상대빈곤을 표방하였다고 하지만, 중위소득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중위소득 산정방법마저도 예전에 일반적으로 논의해왔던 자료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결국 상대빈곤선 측정방식을 도입하되, 그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약하고 있다. 결국 상대빈곤방식으로의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셋째, 주거급여를 독립된 방식으로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 운영에서 별도의 전달체계 라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공급자 이해관계 위주의 개편이 되고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 일선 현장성이 없는 제도의 운영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권리성의 삭제이다. 그간 학교의 강의 등에서, 15년 전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었을 때, 그 가장 큰 의미는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근대적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최저생계비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임의적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보장수준에 대한 국민의 권리성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없어졌고, 예산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가 축소나 철회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개편은 결국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래의 방향(실질적 보장수준의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의 이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야할 길과 멀어져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나라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소득보장 체계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공공부조제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개선은 공공부조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줄여가는 소득보장 체계의 정상화, 즉, 연금제도, 각종 수당, 임금체계 등의 개편과 보강을 통해서 관철되어야지 무조건 공공부조제도의 축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에 대한 복지지원 내실화를 시도하였다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필요한(?) 복지지원의 구조조정과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는 범주 안에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섞어 넣었다. 민생지원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개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수사를 사용하여 마치 ‘보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내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보아도 세 모녀 사건은 예방이 가능하지 않다. 세 모녀 사건을 포장지 삼아 오히려 복지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민사회와 친복지 진영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더 큰 다른 유사한 이슈들에 묻혀 빈곤층에 집중된 사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 해체는 정부와 보수정당의 이해관계 속에 무난히 진행되어 버렸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 시민사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보장수준의 향상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최저생계비 상승과 측정방식 변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철폐, 탈수급 저해요인인 차상위층 이상에 대한 부분적 지원방식(개별급여)의 보강이나 소득공제제도 보강을 요구해왔다. 허무하게도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개별급여‘와 ’최저생계비‘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것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는 행복이음 등 전산망을 통해 부정수급을 줄이겠다는 감시적 전산망 운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의 기초가 되었던 ‘권리성 공공부조’의 기반 자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정 부분에서 보장수준을 높이려 했던 미시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정부는 복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의 축소’와 ‘권리의 해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회복’하려는 시민사회는 기초보장제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연대의 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 혹은 복지국가운동이 선별주의적 제도의 전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위임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히도 야당 역시 최근의 복지의 권리 해체 상황에서 보수적인 프레임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신뢰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 모녀’를 혹은 심지어 ‘장그래’를 살리려는 진정성은 정치가 직업인 현재의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의 정당정치에서 수단을 찾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여론화의 밑바닥 작업을 더 필요로 한다. 국민들의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힘으로 보수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그간 너무 정치권과 입법부와의 소통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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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한국 심의, 4년을 준비한 시민사회의 분투기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팀장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19년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는 한국 정부에 대한 제5·6차 심의를 진행했다. 정부가 올해 야심차게 발표한 정책 중 하나가 2019년 5월 공개된 ‘포용국가 아동정책’인데, 국제사회는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나, 보편적 출생등록제조차 보장하고 있지 않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올해 열리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으고, 9월 제네바에도 직접 다녀온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팀장을 만났다.


 

- 국제아동인권센터의 활동을 소개해달라

“2014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을 때부터 일반 로펌에 들어가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2015년 5월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의 비전은 ‘Building a Better World for Children, with Children(아동과 함께, 아동을 위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이다.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에 활성화되어있는 지역별 인권기구처럼, 동아시아 지역에도 아동인권을 다루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센터의 활동이 출발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에게도 인권이 있고,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밝히는 최초의 국제인권법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센터는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관련한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아동 당사자는 물론이고, 성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를 위한 교육 사업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센터에서 가장 무게를 두는 가치는 아동의 참여다.”

 

- 먼저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주로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나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한국 정부도 1991년 비준한 협약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소위 냉전시대라 불리던 이전의 모든 사회권, 자유권으로 나뉘었던 모든 권리를 합친 최초의 포괄적인 협약이라는 특색이 있다. 협약이 채택되기까지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협약은 41개의 실질 조항을 두고 있고, 이 조항은 총 9개의 클러스터로 묶여 있다. 9개의 클러스터는 ▲일반 이행 조치 ▲아동에 대한 정의 ▲일반원칙 ▲시민적 권리와 자유 ▲아동에 대한 폭력 ▲가정환경 및 대안양육 ▲장애, 기초보건 및 복지 ▲교육, 여가 및 문화 ▲특별보호조치로 나뉜다. 또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아동의 무력충돌 참여에 관한 선택의정서(OPAC) ▲아동매매, 아동 성매매 및 아동 음란물에 관한 선택의정서(OPSC) ▲아동의 개인청원에 관한 선택의정서(OPIC)를 두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아직 아동의 개인청원권에 관한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았다.”

 

-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이행보고 절차(reporting process)를 두고 있기에, 협약을 비준한 국가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정기적으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도 절차에 따라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왔는데 2011년 3·4차 심의가 있었고, 2019년 5차·6차 심의가 진행된 것이다. 또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보다 객관적으로 국가 상황을 검토할 수 있도록 국가보고서가 제출된 후 일정한 때까지 NGO, 국가인권기구는 물론 아동 등에게 대안적(alternative) 성격의 민간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만나자 아동권리협약!’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https://lh3.googleusercontent.com/9dXphW3m_wn-jGLeCDaMuDiNvDVevndXiCP78o... />

‘만나자 아동권리협약!’ 캠페인을 진행하는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사진 = 국제아동인권센터>

 

- 다른 조약기구 메커니즘과 다른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가진 특징이 있을까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특이하게도 본심의가 열리기 이전에 민간보고서를 작성한 NGO, 국가인권기구, 아동 당사자 등을 만나는 사전심의 절차를 두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본심의 개최 전에 열리는 사전심의 절차를 통해 각 정부를 심의하기 위한 쟁점목록(list of issues)을 채택하기 때문에 NGO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채택된 쟁점목록에 대해서 정부는 추가적인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5월까지 추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는데, 정부는 그 기한을 훨씬 넘겨 8월이 되어서야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추가 답변서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부랴부랴 한국 정부의 보고서가 제출된 시점부터 3-4일간 한국 정부가 제출한 문서를 검토하고 추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사전심의 절차부터 참여했나

“그렇다. 2019년 2월에 먼저 제네바를 방문했는데, 당시에 흥미롭게도 아동들이 참여하는 아동회의(childrens’ meeting)가 오전에 먼저 열렸고, 그 이후에 2시간 30분 정도 아이들은 물론 NGO, 국가인권기구 등이 참여하는 사전심의가 열렸다. NGO들이 40여 분간 쟁점목록 채택이 필요한 이슈에 대해서 브리핑할 수 있었고, 그다음에 한국을 담당하는 4명의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질문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사전심의에 참여한 단체들 간에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협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출국하기 전부터 많은 논의를 거친 덕분인지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지점은 아동의 안전 관련한 문제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진상조사를 언급했는데 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사전심의 이후부터 본심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

“사전심의 이후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있고,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몇 단체와 함께 매주 화요일 아동인권 이야기 모임을 갖는 주간 ‘화만나’ 행사를 준비했다. 이후부터는 일찌감치 9월 제네바에서 열릴 본심의에 참석하는 멤버들과 함께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한국 정부 심사를 맡는 위원들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사무국에 전달하기 위해 17장이나 되는 한국 시민사회의 로비 문서를 먼저 준비했다. 현지에서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 ‘국회에 이미 정부 법안을 제출했다’ 정도로 뻔히 예상되는 한국 정부의 답변을 반박하기 위한 자료도 추가로 준비했다. 18일 오후 3시 본심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관계자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여러 간담회를 만들었다. 평생 이번처럼 정신없이 지냈던 경험이 없다.”

 

- 국내에서도 본심의를 준비하는 엄청난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국제아동인권센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함께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라는 프로젝트를 해왔다. 2015년부터 3년간 각 지역의 아동들이 스스로 아동권리 옹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력했다. 지역 활동이 끝나고 전국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아동보고서 작성을 희망한 23명의 아동이 선정됐고, 1년은 보고서를 작성했으니, 프로젝트는 거의 4년간 진행된 셈이다. 아동 당사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성적으로 인한 차별, 학교에서의 차별이었다. 스쿨미투와 같은 의제도 그렇게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은 당사자들도 차별 문제로 시작해서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까지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성인들의 관점에서는 중요한 의제로 꼽히지 않았던 것들인데, 역시 당사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 지난(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한국정부 심의에서 나온 주요 권고 내용과 그 권고가 어떻게 이행되어 왔는지를 먼저 평가해본다면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면 각 부처마다 그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책임이 할당되어야 한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2014년에 제3.4차 심의결과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해서 권고내용 별로 각 부처의 책임을 연결하는 작업까지는 진행해봤는데, 전반적으로 2011년 이후의 상황을 더 면밀히 추적(follow-up)하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본심의를 준비하는 기회에 지난 논의를 살펴보고, 과거에 포함되지 않았던 의제를 발견하고 추가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최종견해는 정부부처 간 아동 정책을 조정하는 문제, 아동에 대한 정보 수집이 일관되지 않은 문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 학생의 정치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 아동의 시설 재배치 문제 등이 지적되었다. 기업이 국내외에서 아동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고, 소년 전문 법원을 설립하도록 권고한 내용도 있었다. 그 외에도 이주아동의 구금 문제, 장애아동의 통합 교육 문제, 체벌 문제도 있었다. 대부분 이번 심의의 쟁점목록에 다시 포함된 이슈라서 착잡한 면도 있었다.”

 

- 올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한국정부 심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한국 정부의 답변은 어떠했나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공감하나, 그럴 수 없다’며 회피하는 답변도 적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이런 부분을 국제인권기구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NGO의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 인지하게 됐다. 이번 심의에서도 시민사회 멤버들이 3시간 동안 정신없이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록하고,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역할을 나눠서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과 관련한 문제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

 

- 그래도 2011년에 비해 달라진 내용은 있지 않았나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유보 조항이 있어서, 협약을 비준한 국가라 하더라도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정할 수 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유보를 철회한 내용이 입양허가제다. 입양 관련 법이 개정돼서 이제는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법원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허가 절차만 공적 영역이 담당하고 있지, 여전히 민간의 입양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양허가 과정의 전반을 공적 영역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볼 순 없다.”

 

- 이번 심의에서 다뤄진 내용 중 가장 관심이 있었던 의제는 무엇이었나

“사전심의에서부터 시민사회 보고서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발제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꼽기 쉽지 않다. 특히 이번에는 학교와 교육제도를 다룬 아동보고서 외에는 소년사법제도, 아동 성착취, 이주아동, 성소수자 아동과 관련한 개별보고서가 있었고, 본심의 참여 단체 중에는 아동학대 및 체벌, 프라이버시나 표현의 자유, 아동보호체계에 관련한 단체들도 많았다. 특정 이슈에 주력하는 NGO가 많았기 때문에, 협약 전반이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일반이행조치와 일반원칙 내용에 특히 신경을 썼다.”

 

-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와 포용국가 아동정책과 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주아동을 위한 별도의 체계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출생신고 안 된 아동이 발견되면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즉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도 대답했는데, 출생등록이란 태어난 즉시 모든 아동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할 국가의 책임이다. 발견되는 우연한 경우를 전제하지 않는다. 위원들이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을 질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대상을 요보호 아동이 아니라, 모든 아동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노력은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에서 ‘다문화’라는 단어만 있을 뿐, ‘이주아동’에 대한 언급이 단 한차례도 없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심의에서도 교육, 여가 및 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이주아동, 장애아동, 여성아동, 성소수자아동과 관련한 질문도 있었는데 정부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한국정부 심의 과정에서 진행했던 시민참여 캠페인도 소개해달라

“국내에서 본심의 중계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목적은 제네바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길 바라는 것이었다. 또 기왕이면 심의 절차를 즐겁게 봤으면, 특히 당사자인 아동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본심의를 유튜브로 중계한 것은 실시간 댓글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마침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 웹TV가 시작하기도 전인, 2011년도에 이미 한국 정부 심의과정을 생중계했던 경험도 있어서 시도할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혼자서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기획인데,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의 기술과 능력으로 가능했다. 이런 활동도 아동의 참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국제인권기구를 활용하는 활동의 중요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10/3~10/4 중 유엔 아동인권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견해를 번역하고 분석한 이후에 최종견해와 관련한 책임을 각 부처별로 매칭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각 부처에게 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묻기 위한 심포지엄이나 큰 행사도 기획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의식하는 한국이 추진하는 정책적 변화가 분명히 있다. 국제인권기구 메커니즘은 더디지만 조금씩 이 사회가 변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국제인권기구 심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답한 국가의 답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특히 이번 심의는 시민사회 내에서 아동권리를 옹호하는 단체 외에도 환경, 여성, 장애 관련 의제를 다루는 단체들과 연대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전의 유엔 아동권리협약 심의 절차에 참여했던 선배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아동인권이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는 점을 실감했다. 더 다양한 연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남은 숙제인 것 같다.”

화, 2019/10/15-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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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 부산에서 살아남기

: 일자리를 넘어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받는 청년의 삶을 위하여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저출산·고령화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17.7%의 고령인구 비율로 7대광역시 단연 1등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 사회복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노인이 떠오르는 도시 부산에서 청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스로 일자리를 구해서 삶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사회의 문화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개인의 노력부족과 무능으로 치부되는 환경 속에서 어쩌면 청년이라는 우리사회의 구성원은 복지와도 보다 거시적인 사회적 기본권과도 거리가 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단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부산에서 태어난 청년이 타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통계가 발표되며 부산의 청년인구 감소는 단순 인구적 특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의 인구이동을 분석해본 결과 부산에서 서울로 118,741명의 청년(20세부터 34세를 의미)이 이동하였고 울산으로 47,516명, 경남으로 211,371명의 청년이 이동하였다. 지자체별로는 서울에서 관악구(17,771명)로 가장 많이 이동하였고, 경남은 양산(55,705명)으로, 울산은 남구(14,262명)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 타 지역 인구 이동을 포함한 순 이동 인구유출 현황은 아래 표와 같았다.

 

<표 1-1> 부산시 전체인구 및 청년인구 이동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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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환경 속에 지역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청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 9월 5일과 7일 부산대학교 정문과 서면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청년복지 현장투어, 부산 청년 부산에서 살아남기>를 진행했다. (재)부산복지개발원과 사회복지연대, 부산일보사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거리상담과 청년 댓글 작성을 통해 청년들의 고민과 욕구 등을 확인 했다.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은 탈부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으며, 아직 체감하긴 어렵지만 장래의 가장 큰 걱정은 내 집 마련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한편으로 ‘청년=일자리’로 국한되어 논의되는 정책에 대해 아쉬워하고, 청년들의 정신·심리적 건강을 이야기하며 문화 활동 지원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였다. KTX를 타고 서울로 가서 뮤지컬을 보는 일이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 속에 얼마나 청년들의 삶이 상대적으로 빈곤해져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진 1-1> 청년복지 현장투어, 부산 청년 부산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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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사회복지연대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의 부산 청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청년 10명 중 6명이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며, 희망 근무지역으로 응답자의 77.8%가 부산이라고 답해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부산에 계속 정착하고자 하는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이직 등의 문제가 타 지역 이주의향 이유로 가장 높았으며 부산시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청년 정책으로는 행복주택 설립(주거문제 해결)으로 나타났다.

 

인구소멸, 지방소멸 등 자극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격한 인구변화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진단하고 난 이후 대안이 필요한 우리 사회이다. 이제는 날선 비판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논의해야한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청년들이 겪는 청년정책의 부재, 시혜적인 ‘청년팔이’ 정책의 피해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청년에게도 그에 맞는 복지가, 기본권이 보장되어야한다. 기계적인 정착과 단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청년세대 그 자체로써의 삶을 위해 소통해야한다.

 

 

제도적 기반은 물론 청년들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많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앞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부산 청년, 부산에서 살아남기 어쩌면 한국 청년, 한국에서 살아남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응답하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화, 2019/10/1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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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의회 및 14개 시군의회와 함께하는’

「지역복지 향상을 위한 전북네트워크」 출범을 알리며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지역복지향상을위한전북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https://lh5.googleusercontent.com/TxsXyXT4dvboXvbXOYwormGGIzmXblcVTUvi0V... />

전라북도의회 및 14개 시군의회와 함께하는 ‘지역복지향상을위한전북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네트워크 결성을 기획하고 제안한 단체인 전북희망나눔재단의 유창희 이사장이 창립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좌측의 윤찬영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가 이어서 기자회견 대표 인사말을 했다.

(19.08.26./ 전북희망나눔재단 제공)

 

전북희망나눔재단은 2019년 3월말 전라북도 및 14개 지자체의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자치단체장의 책무와 지원계획의 수립 시행, 실태조사, 협의회 및 위원회 설치 등의 이행 여부를 조사하여 ‘2019년 전라북도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현황: 조례 주요내용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후 이 재단은 복지정책 및 현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관, 전문가,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등의 다양한 지역 주체들과 함께 연대해, 지역복지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조례 준수 촉구와 개정 문제는 의회의 역할이 요구되기에, 전라북도의회 및 14개 시군의회와 접촉하면서 간담회를 제안하였다. 의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지난 5월 13일 전라북도의회 1층 회의실에서, ‘사회복지사 등의 지위 향상을 위한 14개 시군의회 의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6월 10일에는 ‘사회복지사 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전라북도의회 의원 간담회’를 전라북도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지난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전북지역 복지 정책 및 현안 해결을 위해 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처우개선과 지위향상에 머물지 말고, 전북지역의 복지 향상을 위한 사안까지 확대하여 다루기로 하였다. 이는 지난 3월에 발표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에 관한 후속 활동이다. 그래서 지난 8월 26일에 전라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라북도의회 및 14개 시군의회와 함께하는 지역복지 향상을 위한 전북 네트워크’(이하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라 한다)를 출범시키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는 ‘복지의 분권과 자치! 지역공동체 회복! 전북형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첫째, 지역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역 실정에 맞는 공공복지 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고, 세 번째로 전북형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북희망나눔재단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하반기 활동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의 첫 번째 사업으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전북지역 표준 조례안’을 만들어서 14개 시군의회가 올해 안으로 5분 발언 등 일부개정 작업을 전북지역 각 시군의회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전북지역 상황에 맞는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를 올 하반기에 진행하기로 하였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기초생활대상자는 9만 5,745명, 노인 34만 1,921명, 장애인 13만 1,746명, 한부모 가정 5,211명 등 62만 1,523명의 복지대상자와 아동, 청소년 등 해마다 복지서비스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전라북도의 14개 시·군 중에서 11개 시·군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국공립시설 비율은 어린이집 4.7%, 장기요양시설 0.7%, 공공의료기관 5.4%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북도의 농촌지역은 복지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반면 농촌노인의 고령화 비율은 도시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현재의 복지 인프라만으로는 농촌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시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도시공동화와 ‘전주 여인숙 화재’ 사건과 같은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지역복지향상전북네트워크’가 준비하고 있는 하반기 토론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도시지역 대상자와 농촌지역의 고령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의 복지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북형 지역통합돌봄체계’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서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북지역 15개 의회가 지역복지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전북지역의 복지 현안 및 주요 복지의제와 복지정책을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화, 2019/10/1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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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2020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중 보육 관련 예산을 제외한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은 일반회계로 운용되는 아동·청소년복지 예산(2조 5,998억 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운용되는 아동·청소년 보건의료 예산(374억 원), 총 2조 6,372억 원으로 전체 사회복지예산 69조 8,464억 원 대비 3.8%에 해당하며 2019년 4.0%에 비해 감소한 수치임.

 

2020년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동보호관련 업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립과 운영에 따라 실종아동보호 지원 사업 등 아동보호 영역의 분야별 예산이 전액 삭감되거나 대폭 삭감된 점이 특징적임. 또한 방과후돌봄사업에 해당하는 다함께돌봄사업의 확대(기존 167개소에서 717개소로 확대 예정)에 따라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음.

 

<표 4-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보건 예산

<표 4-1> 2020년 보건복지부 총지출과 사회복지 예산, 보건 예산https://lh5.googleusercontent.com/qfiv0Qk3L-ATtjI1-ZwtT7va8UTg7WyyunJEn6... />

  

세부적인 평가 

<표 4-2> 2020년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안

 <표 4-2> 2020년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안https://lh4.googleusercontent.com/llx_7nhdt4RnP3V-O0MKGDTd-N4WXerkxhzVYl... />

 

아동보호 관련

1) 요보호아동 자립지원

요보호아동 자립지원 예산은 작년에 비해 5.9% 감소한 30억 원임. 아동자립지원단 운영지원예산이 아동권리보장원 출범으로 아동권리보장원 예산으로 이관되었고, 경계선지능아동 자립지원 사업 예산도 감소함.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진출 후 겪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주거를 제공하고 전문 사례관리를 지원하는 보호종료아동 주거지원 통합서비스 예산은 8억 원 증가함. 공공주거 제공 주거환경조성비(1억 4,400만 원), 임대료 지원(5억 1,900만 원), 사례관리비 등(7억 6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임대료의 경우 지역별 임대료를 고려한 평균금액인 월 15만 원으로 책정됨. 2017 기준 보호종료아동 2,593명 가운데 32%만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LH 임대주택이나 자립지원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에 살고 있음. 지역별 편차를 고려해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나, 요보호아동에 대한 주거지원은 해당 사업에서 시행하기보다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가구가 주거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함.

 

2)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지급

2019년 4월부터 매월 30만 원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및 가정위탁 등 국가의 보호가 종료된 아동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지급 예산은 2019년 99억 원에서 121.4% 증가한 218억 원이 책정됨. 자립수당 자치단체경상보조 예산이 98억 원에서 214억 원 증가하고 자립수당시스템 운영 2억 원 순증, 자립수당 사업운영비 작년 대비 4배, 2억 원 증가함. 또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업을 선택하고 대학진학률은 13.7%에 그치고, 경제적 자립 기회 상실 등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 경험률이 40.7%에 달함.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지급은 보호 종료 후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안정적 자립을 유도하는 정책이나, 이마저도 실질적인 자립에는 부족하고 시설유형에 따른 지원이 아닌 지원이 필요한 아동으로 지원범위를 확대하는 정책개선과 예산확보가 필요함.

 

3) 아동권리보장원 운영 지원

문재인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 구현을 위해 7월 아동정책.서비스를 통합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을 4개 기관(중앙입양원, 드림스타트 사업지원단, 아동자립지원단, 실종아동전문기관)을 우선 통합하여 설립하였고 2021년 1월 4개기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디딤씨앗지원단, 지역아동센터중앙지원단,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을 추가 통합하게 됨. 아동권리보장원은 그동안 분절적으로 수행되던 요보호아동지원, 요보호아동자립지원, 아동돌봄, 아동학대 대응 및 예방, 아동실종대응 등의 업무를 통합하여 수행하며, 아동권리보장원 운영 지원 예산으로 190억 원 편성됨. 그러나 체계를 통합하는 데에 그침.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 예산 1억 원 증가, 가정위탁사업 활성화 예산 5억 원 증가, 아동정책영향평가 지원 1억 원 증가, 아동 자립지원 4억 5000만 원 증가 외의 다른 세부사업별 예산이 전년과 동일함.

 

아동돌봄 관련

1) 지역아동센터 지원

방과후 돌봄과 관련하여 지역아동센터지원 사업의 경우 2019년 1,731억 원에서 2020년 1,804억 원으로 2.0% 증액됨. 지원 개소수는 4,148개소로 13개소 증가했고 지원단가도 7.6% 증가한 월 569만 원임. 아동복지교사 파견지원 규모는 210명 증가했는데 지원단가는 최저임금 인상률 3% 인상 수준에 그침. 현재 아동복지교사 인건비 단가는 월 1,210천 원으로 일자리의 질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임. 방과후돌봄서비스 수요 증가와 열악한 아동복지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요구됨.

 

2) 다함께 돌봄 사업

초등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함께돌봄사업은 2018년 시범사업에 이어 2019년 본격적으로 시행됨. 22년까지 다함께돌봄센터 1,800개소 확충 목표에 맞춰 2020년 550개소 신규설치 예정이며 사업 예산은 2019년 106억 원에서 2020년 232억 원으로 218.2% 증액됨. 그러나 돌봄교사 1인의 인건비가 2019년 103만 원에서 6만 원 증가한 109만 원이 책정됨. 국가가 책임지는 빈틈없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돌봄교사의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함.

 

아동수당

아동수당법 개정으로 2019년 9월부터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 263만 명으로 대상연령 확대 시행됨에 따라 2020년 2조 2,834억 원의 예산이 편성됨. 상위 10%의 아동을 제외한 선별적 형태로 아동수당이 도입되었으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큼. 향후 모든 아동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제도의 근본취지에 부합하도록 장기적으로 아동수당 급여대상 아동의 연령대를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예산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음.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 

<표 4-3> 2020년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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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 중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 예산은 저소득 여성 청소년에게 보건위생물품을 지원하여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으로, 2019년 68억 원에서 3.9% 감소한 65억 원이 책정되었음. 보건위생물품 지원 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한부모 가족 지원 대상 가구에 속한 만 11세~만 18세 여성청소년 129만 명이 대상임.

 

여성가족부는 보건위생물품 지원 신청률을 2019년 상반기 신청률을 감안하여 75%로 산정하였는데, 지원대상에 해당하는 여성청소년이 모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신청률 제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 또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또는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안전한 월경용품을 사용하지 못할 위험에 대처하고, 모든 여성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편주의에 입각한 제도설계와 그에 합당한 예산 증액이 필요함.

 

결론

아동수당을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은 ‘국가는 모든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음. 그러나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아동수당 급여대상 아동의 연령대 상향 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립과 운영에 따라 현재 아동보호 영역의 예산구조와 사업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함. 향후 방과후돌봄 등의 영역까지도 아동권리보장원이 포괄한 계획인 점을 고려할 때 아동권리보장원의 인력규모와 사업규모에 맞는 예산의 확보가 필수적으로 보임.

 

 

지역아동센터나 다함께돌봄센터 등 주요 돌봄 영역에 종사하는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요구되나 현재 예산에 반영된 처우개선 노력은 매우 부적절한 수준이라 할 수 있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방향의 도출이 요구됨.

월, 2019/11/0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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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서 해고된 여성, 기나긴 소송에도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던 이유

 

이은주 원종복지관 해고노동자,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19년 10월 4일 참여연대에서 <"여기는 원종복지관입니다" - 2015년 4월 세상을 마주한 두 여자 이야기>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2015년에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일들, 그리고 복지관이 해고된 사회복지사에게, 일개 사업장이 해고노동자와 그 동료들을 향해 쏟아낸 소송의 건수와 액수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2개월 전 월간복지동향 인터뷰에서 사회복지 대나무숲 운영지기에게 물었던 질문들이 부끄러웠다. 토크콘서트에 직접 참여해서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행사 이후에 다시 약속을 잡아 당사자인 이은주 전 사회복지사, 그리고 당사자를 옹호하고 있는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를 만났다. 당사자 중 한 명인 조재화 전 사회복지사를 인터뷰하지 못해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 <"여기는 원종복지관입니다" - 2015년 4월 세상을 마주한 두 여자 이야기>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달라

이은주: “그동안 바쁘게 살아서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거의 1년여 만에 좋은 계기가 만들어진 덕분에 오래간만에 모일 수 있었다. 사실 조재화 선생님이 한 이야기만 기억난다. 조재화 선생님은 자신이 당한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가 ‘그 소송을 하면 이은주가 계속 싸울 거고 그만 싸우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과 요구가 참담한 조직적 가해로 돌아왔을 때 조재화 선생님이 퇴사하겠다고 했다. 난 적극 말렸다. 임신한 것을 죄인 취급하는 이곳과 싸우자고 그리고 꼭 사과 받자고. 여성들과 연대하면서 힘을 얻고,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얻으니 힘들다거나, 지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 내가 수년간 수많은 재판을 치르는 모습을 보는 조재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나는 지금 형틀목수로 일한다. 그날도 토크콘서트에 일을 마치고 갔는데 너무 피곤했다. 괜히 분위기가 축축 처지는 것만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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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종복지관입니다" - 2015년 4월 세상을 마주한 두 여자 이야기 토크콘서트 현장 <사진 = 손잡고>

 

- 2015년 부천 원종종합복지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은주: “2015년 4월 16일에 조재화 선생님이 임신했다는 얘기를 했다. 부장이 그 말을 듣고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팀워크도 좋았기 때문에, 조재화 선생님을 돕기 위해 팀원들에게 먼저 이야기했다. 부장에게 사과를 받고 싶어서, 사과를 받을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그런데 우리가 관장에게 직접 문제제기하기로 한 것이 조직의 직급체계를 허무는 중대한 문제로 취급당했다. 그러자 당시 팀장도 ‘부장을 거치지 않고 문제제기하면 우리 모두 사표를 써야 한다, 적어도 나는 무사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체직원회의를 열었는데, 나로 인해서 조직문화가 무너졌다는 말도 들었다. ‘조직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 가해자다’, ‘임산부도 가해자다’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나왔다. 내부의 절차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우리의 요구 조건을 걸고 외부에 공론화하기로 결심했다. 당사자들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지 말 것, 인권침해적이며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 그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이후에는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됐나

이은주: “원래 부천 지역의 시민단체 일을 했었는데, 모 시민단체 대표의 소개로 관장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원종복지관에 입사하기로 결정하고 기존에 하던 일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래서 출근 첫 날 계약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상대측도 법정에서 내가 일은 잘했다는 건 인정했다. 지역방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역동적으로 사업이 날개 돋친 듯이 잘 풀렸다. 사건 당시 두 개의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그 중 부천시 공모사업에서 최우수상도 받고 8~9월까지 공모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7월에 계약해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3월에 관장에게 내부 예산을 승인까지 받은 사업계획서가 폐기됐다. 원종복지관의 숙원사업이었고, 외부에 대표사업으로 홍보할 만큼 잘 진행되고 있던 대장동 주민조직 사업 등도 모두 폐기됐다. 6월에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했다. 그러고 나서도, 공모사업의 경우 돈을 토해내야 하는 문제 때문에 9월부터 마을에 들어가서 일했다. 선출직인 주민협의회 사무국장을 1년 동안 맡았다. 농촌마을이라 주민 대부분이 70-80대여서 맡지 않을 수 없었다.”

 

- ‘손잡고’는 어떻게 당사자들과 연결되었나? 당사자의 사안에서 특별히 주목했던 부분이 있었는가

윤지선: “손잡고가 당사자 두 분과 연결됐던 계기는 2017년 제기된 손배소송이었다. 상황이 더 이상 당사자들의 힘만으로 풀리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재화 선생님은 산재를 신청한 시기였고, 이은주 선생님은 형사소송까지 감당해내야 했던 시기였다. 대공장에서도 볼 수 없는 규모의 소송이 작은 사업장에서 이렇게나 많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원종복지관 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까지 소송을 걸었다. 당사자를 괴롭히기 위한 방식으로 연대했던 동료, 시민들을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쌍용자동차나 유성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례였다. 게다가 부천 지역 안에서 당사자 두 분이 고립되어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원종복지관은 하나의 사업장이지만, 책임자가 지역에서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다. 단적으로 원종복지관의 백서에 ‘나는 지역에서 노동·사회운동을 30년을 한 사람이다.’라는 문장도 들어있다. 대책위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원종복지관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가려내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재판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 그렇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하고 나서 어떻게 대처했나

이은주: “계약해지가 되고 나서 곧바로 조재화 선생님과 같이 민주노총의 일반노조 가입했다. 그리고 우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대책위를 꾸렸다. 복지관을 운영하는 법인의 책임자는 끄떡없었다. 금요일마다 108배를 했는데도 꿈쩍도 안 했다. 피해자들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으로 몰았고,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처음에 관장은 부장을 옹호했다. ‘조재화 걔, 면접 볼 때 둘째 안 낳겠다고 하더니 이래서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해’라는 부장의 폭언이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농담이었다고 시종일관 핑계를 댔다. 문제의 발언을 한 부장도 우리가 공론화하고 여론화 된 후 시말서를 썼다는 걸 알았다. 문제의 발언을 한 부장도 우리가 공론화하고 나서야 경위서를 썼다. 그제야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런데 말로만 시인했을 뿐, 사과문을 게시하지도 않았고 사과문을 요구한 우리에게 서면으로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윤지선: “처음에는 이은주 선생님의 해고사유가 계약기간 만료였다. 그런데 이후부터 조직을 해쳤다는 ‘괘씸죄’ 등을 언급했다. 이은주 선생님이 추진한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이 최우수상까지 받았던 상황이었기에 당사자에게는 계약갱신 기대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모사업 예산도 향후 1년치까지 편성되어 있었다. 복지관 측은 소송에서 채용공고에 계약직을 명시했다고 설명하나, 이은주 선생님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일자리를 추천받을 당시에는 계약직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당사자는 복지관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기 위해 모든 일을 접고 출근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신이 계약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임신과 출산에 대한 발언 이전에도 면접과정에서부터 성차별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당시 조직문화가 어떠했는지 설명해달라

이은주: “관장은 나를 조직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갈등유발자’라고 했다. 부장이 한 인터뷰에서 복지관의 조직문화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거다. 다른 직원들은 본인을 배웅할 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인사하는데, 이은주는 그러지 않았다고 할 정도니까. 상상이 되지 않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는 이 질서에 파열음을 내는 사람은 조직분란자로,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으로 찍힐 수밖에 없다.”

 

윤지선: “첫 출근한 자리에서 상사가 이은주 선생님을 향해 ‘처음부터 당신의 채용을 반대했고,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재화 선생님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둘째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 있냐고 물어본 전례도 있었다. 당사자는 아이를 핑계 삼아 업무시간 외 근무, 또는 회식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면 미리 일 못 하겠다고 말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휴직 중인 후원 담당자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던 와중에, 고액 후원자를 접대하는 업무라는 설명을 듣고 술자리에 갔더니 후원자에게 술을 따르고, 대화를 나누게 하는 것도 모자라, 노래방에서 ‘왜 이렇게 군살이 없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당시 상사에게 그 문제에 대해 넌지시 말했더니 ‘선생님이 예뻐서 그런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재화 선생님은 그런 조직의 분위기 속에서 문제제기를 해도 소용없겠다고 생각을 했다. 민소매,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복장을 지적하고, 온라인 대화방에서 이모티콘을 쓰는 것까지 문제 삼았다. 끊임없이 자기검열에 시달렸고, 상대적으로 작은 일로 문제 삼으면 조직 내에서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워했다. 결국 둘째를 임신했다는 말을 했을 때 돌아온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해’라는 말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조직의 분위기 속에서 당사자에 대한 2차 가해도 굉장히 심각했을 것 같다

윤지선: “이은주 선생님이 해고되고 난 이후, 조재화 선생님이 육아휴직이 끝나고 잠시 복귀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사자가 복직을 했더니 부장과 다른 건물에서 일하던 자리에서, 부장이 등 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있었다. 심지어 당사자가 참여하는 복지관 내부 회의에서 이은주 선생님과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소송을 제기할 것인가를 논의하기도 했다. 당사자는 차마 그 회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직장 부적응자라고 다시 낙인이 찍혔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업무 중에 발작이 와서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 경험이 산재신청을 한 계기가 됐다. 우울장애 진단까지 나왔는데 사측에서는 가정불화와 산후 우울증이라고 피해자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정신적 문제는 산재로 인정받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 아닐까. 한국의 산재가 인정되는 사례 자체가 희박하다 보니 그마저도 기각당했다.”

 

이은주: “2차 가해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모두 승진했다. 관장과 부장, 과장은 복지관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같이 일했던 사이다. 우리에게 제기됐던 소송의 원고도 일반 직원들이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 젊은 사람 몇몇이 그만뒀다. 그렇게 그만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다. 그중의 한 명에게는 망설이다가 톡을 보냈더니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주기도 했다. 법정에 나온 증인이 ‘소송비용에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계속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사안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조차도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윤지선: “그분이 조재화 선생님에게 가해진 성차별 발언도 농담이 아니었다는 소중한 증언도 해줬다. 법정에 나섰다는 이유로 당시 관장으로부터 내용증명까지 받았고, 원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 당사자와 대책위에 제기된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윤지선: “피해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차별·성폭력 피해자인 것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인권위에 넣었던 진정이 기각된 이후에 좋지 않은 상황들이 급격히 진행됐다. 쉽게 말하자면, 법원은 인권위 결정 이전에 한 행위는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으나, 인권위의 기각결정 이후에 한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이은주 선생님의 경우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 그리고 조재화 선생님의 경우는 성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해 적절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했다. 불행하게도 사측이 인권위의 기각 결정을 많은 소송에 이용하면서 이후 재판 과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인권위 결정 직후에는 그 결정을 기준으로 유죄 판단된 재판도 있다. 상대측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 임산부를 선동했다는 식으로 모욕하기도 했다.”

 

이은주: “소장에 실제로 나와있는 표현이다. 임산부를 이용해서 계약을 연장하려고 했다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던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진행됐던 형사소송은 무혐의 처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소송에서는 무죄까지 나왔다. 갱신기대권이 있는 상황에서 보복성 해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인용되기도 했다.”

 

-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처벌규정이 없는 것은 여전히 아쉽지만, 이번에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제2의 이은주, 조재화가 보호받을 수 있을까

윤지선: “관장은 ‘문제의 당사자가 부장인데, 왜 자신한테 책임을 묻나’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도 대표자의 책임을 명확히 한 이유는 조직 내에서 일어난 갈등은 최고 책임자가 주체가 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했던 행위들이 현재 기준에서는 명확히 잘못이다. 일단은 소송까지 제기할만한 사안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취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진작 복직을 포기했다. 복직까지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투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조재화 선생님까지 법인의 이사장 이름으로 소송당하는 것은 결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명예훼손 관련한 손배소송 같은 경우 수억 원대의 인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소송이 진행되기 전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의 요소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손해배상소송이나 가압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이 꼭 통과되어야 하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도 매우 아쉽다. 당장은 소송에 필요한 법률기금 모금을 공론화와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은주, 조재화와 같은 당사자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당사자들이 겪었던 사례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명시한 사측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 사건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 지난한 소송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은주: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 문제만 알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 문제를 통해서 다른 누군가가 문제제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올해와 비슷한 모임을 꾸리고 토론회를 열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정리했다. 소송을 당하면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저들의 언어’로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다 해봤다. 하지만 딸이 재수를 했는데도 신경쓰지 못하고 지나온 그 힘들었던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 것을 느끼면서, 그동안 너무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서 살았다고 반성했다. 육체노동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싶었다. 해고를 당한 이후에 돈을 벌지 못해서 끊겼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밤에는 치킨집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이은주: “오래 싸웠다고 해서 후회하거나 만신창이가 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재화 선생님과도 앞으로 우리 잘 살자고 했다. 이번에 준비했던 행사도 원래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 여자의 이야기’였다. 조재화와 이은주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주었던 전 동료까지 총 세 여자. 우리는 서로의 상황에 대해 직접 묻지는 못하고 미안해하기만 한다. 조재화 선생님이 처음 메일을 보낸 날이 2015년 4월 16일이었다. 복지관 안에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메시지가 있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 메시지를 보고 용기를 얻어 말을 꺼냈지만, 상대측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조롱했다. 그 뒤로 싸우는 과정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우리가 겪은 일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해 싸우기 위한 언어를 얻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은 우리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여자는 작은 순간에서도 서로가 멋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곤 했다. 각자가 현재 서 있는 모습, 지금의 여자들을 만난 것으로 만족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우리가 힘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한다.”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조재화(=왼쪽에서 두 번째), 이은주(=오른쪽에서 두 번째)https://lh4.googleusercontent.com/w25K5KhtS2XiGuslza8sU4vf_BpSVHgFIhREhs... />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조재화(=왼쪽에서 두 번째), 이은주(=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 이은주>

월, 2019/11/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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