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칼럼] 지여인은 울고 전화기는 웃는다?

지역

[칼럼] 지여인은 울고 전화기는 웃는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03/29- 17:26

OECD 1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이 상당수다. 그중에서 ‘고등교육1) 이수율’은 8년째, ‘민간 공교육비 비율’은 14년 연속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렇게 보편화 · 대중화된 한국 대학이 최근 십여 년간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격변을 겪고 있다. 학생은 ‘소비자’로, 대학교육은 ‘상품’으로 규정되며 대학공간은 이제 정부주도로 ‘산업수요 · 취업중심 교육론’을 통해 기초학문을 구조조정하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대학이 학생들의 가치관을 넓히거나 사회적 책임을 지닌 공적 기관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시장의 수익과 이윤추구 논리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미스매치론’은 인문·자연·예체능계열 학생들을 ‘불량품’으로 규정한다. ‘지여인(지방대와 여자, 인문대생을 합한 말)은 울고 전화기(전자전기·화학공학·기계공학과 전공자)는 웃는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출신 90%가 논다)’ 등 기초학문 출신 취업난에 대한 자조적인 신조어들이 등장하는 이러한 사회구조적 불안 속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대학에서 어떠한 삶을 경험하고 있을까? 대학생들이 바라는 대학의 모습은 무엇이며,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지금 소용돌이 치고 있는 대학의 개혁이 교육의 질과 학생복지와 권리, 그리고 학생의 삶과 생활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다양한 관점을 지닌 중앙대와 경희대 학생 20명을 직접 만나보았다.(희망리포트 2016-02 : 불안한 청춘, 대학을 말하다)

인터뷰 대상 학생 대부분은 대학교육에 대해 고등학교의 교육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얄팍한“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대형강의가 점점 늘어나고 수업의 다양성과 질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상은 대학수업의 의미를 ‘학점 취득’으로 축소시키고 있었다. 대학은 고등학교 때 이들이 경험했던 입시교육만큼 치열하고 경쟁적인 곳이 되었고, 대학 안에서 교양과 학문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사라지면서 대학은 그 역동성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대학은 학생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학생복지가 대학운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학생들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대학 진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등록금과 주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학생 개개인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그나마 좁은 복지 기회조차 단과대별, 학과별로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학 내 민주주의는 어떠할까. 급격한 기업식 구조조정을 경험한 대학의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노조탄압식 학생통제로 자발적인 학생활동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학 내 이슈를 공론화하고 여론화할 장조차 부재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표면적 현상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학은 점차 ‘침묵’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은 ‘불안’의 공간이 되었다. 더는 대학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불안과 함께 취업준비와 직결되지 않는 활동을 했을 때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학생들의 다양한 대학생활의 가능성과 폭을 제한하고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학생들의 이러한 ‘불안’에 편승하거나 이를 재생산하면서 대학생 개개인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이러한 불안에 대응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대학의 문제(교육권, 학생복지, 사회권, 대학 내 민주주의)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지 않는 모습에 주목했다.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취업과 아르바이트 등 먹고사는 문제에 바쁜 탓일까. ‘수저계급론’까지 등장한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이 그들을 그저 순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이 대학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되었다. ‘파편화된 학생사회’와 ‘취업준비로 인해 다른 문제에 눈 돌릴 여력 없는 현실’. 그리고 ’어차피 졸업하면 그만이라는 냉소적인 태도‘. 이 같은 이유들은 학생들에게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재함을 보여준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문적 교양과 비판적 지성, 공공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연대감을 습득하지 못한 채 오로지 개인적인 해결책만을 추구하면서, 기성질서에 대한 순응과 복종의 태도만 양산되고 있다. 효율을 앞세운 ‘개혁’과 자율을 중시하는 ‘공동체’ 사이에서 학생들은 대학 내 권리에 대해서 의문을 갖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로지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성 질서에 순응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은 희망이 없는 것일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지금, 대학은 혁신한다고 발버둥치고 있다는데 실제 청년들의 삶이 별로 나아지고 있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만난 학생들의 증언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무겁게 던져준다. 대학교육의 본래 의미와 현실 사이의 괴리로 괴로워하는 수많은 ‘학생’들로부터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합의적 언어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은 오늘날의 대학이 “불안을 재생산하는 곳”이지만, 불안의 조건을 이해하고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은 사회 내의 다양한 ‘권리’를 배우는 곳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취업일변도의 학교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사회진출의 가능성이 획일적인 경로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학생이 대학에서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학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이 없는 학생들조차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다양한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대학 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회진출 경로와 대안적인 삶을 꿈꾸게 하는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 어떨까. 대부분 대학에 ‘취업지원센터’가 있지만 획일적인 사회진출 경로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직업 경로를 접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회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학생들에게 확장된 직업적 상상력과 어떠한 가치를 중점적으로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대학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 프로그램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은, 단순히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적합한 인력을 공급하고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이 나아가야할 방향 측면에서도 보다 다양성 높은 사회진출 방법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진출 교육’으로서 대안적인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당장 청년들이 겪는 불안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는 않겠지만, 현재 추구되고 있는 맹목적인 취업교육정책과 이에 대항한 인문교양 강화의 사이에서 청년들의 삶의 방식을 다양화하고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은 청년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상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과 개입을 통해 대학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적합한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작 해야 할 공부는 하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원자화되어 연대할 수 없는 학생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진지하게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고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꿈꾸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싶다.

글 : 유혜승 | 희망기획팀 팀장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2018년 3기 여주한살림 귀농학교 교육생 모집

 

○ 과정명 : 3기 한살림 유기농업과정

 

○ 교육목적 :  한살림 농부의 교육 및 육성을 목적으로 귀농을 희망하고 준비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사전 지식 및 현장 중심 교육으로 농촌지역 조기적응 지원

 

○ 교육내용

행복한 귀농과 귀농모델

유기농 감자 재배의 이론 및 실습

유기농 벼 재배의 이해 및 귀농생활

유기농사과 재배의 이해

친환경 축산을 활용한 귀농전략

정부 귀농지원정책소개

친환경 농업을 위한 병충해 방제 이론

귀농에 필요한 농기구 소개 및 활용법

예초기, 관리기, 트랙터를 이용한 밭관리 실습

지역농업실천사례 및 유기농업실천사례와 귀농지 탐방

유기농 블루베리,아로니아 재배이해, 유기농 배 재배이해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품,한살림생산공동체 소개

귀농인문학,농부에게 필요한 적정기술

GMO바로알기, 토종종자의 이해 및 재배

지속가능한 농사,귀농을 꿈꾸는 이에게

귀농계획서 작성 및 발표

 

○ 접수방법 : 신청서 접수 : ’18년 4월 2일까지

신청서 다운받기

 

○ 선발인원 : 20명

 

○ 선발일정 :

1차 : 서류 심사 (4월 2일)

2차 : 전화 면접 (4월 2일〜 4월 3일)

 

○ 교육비 :

– 개인부담금액 : 130,000원

– 교육비 납부 : (4월 5일 까지 / 합격자에 한함 / 기간준수)

 

○ 교육기간 : 4월 7일(토) ~ 6월 30일(토) 주말 당일 10회 1박2일 견학 1회

 

○ 수료조건 :  평가 점수 합계 80점 이상인 경우 수료인정

평가기준 출석 과제 온라인교육 합계(%)
80% 10% 10% 100%

 

○ 기타 문의 :

– 교육 및 접수 관련 문의 (전화 : 031-881-2834, 010-8879-7067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접수처 : 이메일 : [email protected] 팩스 : 031-881-2834

 

○ 세부사항 : 입학지원서류 및 세부교육일정/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홈페이지 http://farm.hansalim.or.kr/wp/ 공지사항 참조

월, 2018/03/12- 16:20
165
0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김’과 ‘장’을 판매하나? ‘장기투쟁사업장’ 노조 활동 위해 ‘명절 선물’ 판매재정사업의 한계 ‘손배소’ 문제 해결돼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김다혜 기자   © News1 방은영 […]
화, 2017/02/28- 02:02
165
0
[의자놀이 그만! 릴레이 기고 ① 배춘환] 최종식 사장님, 120명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손을 잡아주세요   본 기고글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
월, 2018/04/09- 19:45
165
0



                                   [당원이 한다] 

서울시 청년배당 연구모임 첫 번째 시간

"청년배당이 도대체 뭔가요?"



당원참여사업 당원이한다 시즌2에 선정된 서울시 청년배당 연구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시간으로는 청년배당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청년배당 연구모임의 제안배경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제출해 주셨습니다.

- 올해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 제한적(24세에 한정)이지만 시작되었고, 중앙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원래 계획이었던 연 100만원은 좌절되고, 50만원의 청년배당이 지급되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만24세에게 150만원의 청년배당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고 한다. 얼마 전 수령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으며, 대다수의 수령자들이 이 정책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성을 조건으로 3000여명에게 6개월동안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중앙정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집행이 멈춘 상황이다. 성남시와 서울시의 청년배당/수당 정책은 작년 중순부터 시작되었던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과 궤를 맞추고 있다. -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할지, 당원 간담회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웹자보>


●  타이틀


서울시 청년배당 연구모임 첫 번째 시간 (오른쪽 혹은 왼쪽 위로 / 중간글씨)

청년배당이 도대체 뭔가요?”

- 당원 간담회 & 준비모임 (가운데 위쪽 메인 타이틀 / 위 글씨보다 큰 사이즈로)

 

●  중간 부분 텍스트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부분적 기본소득 정책인 성남시 청년배당.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청년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향후 계획은 어떠한지,

정부의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서울시 청년수당과 무엇이 다른지 등등 꼼꼼히 따져봅시다.

 

●  아래쪽 안내 텍스트


일시 : 2016 10 25 () 오후 7

장소 : 노동당 중앙당사

문의 : 박기홍 성북당협 위원장(010-4666-5423)

 

저작자 표시 비영리
목, 2016/10/20- 16:41
165
0

시민의 힘으로 21세기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들자!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대안사회를 꿈꾸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소셜디자이너들이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겠다고 ‘싱크탱크 운동을 통한 우리 시대 희망 찾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지가 벌써 10년이 되었다. 2016년 3월, 희망제작소가 10살이 된다.

그런데 그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희망을, 미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희망이 없는 사회, 미래가 닫힌 나라, 그것이 바로 2016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고달픈 현실이다. 그렇지만 ‘헬조선’은 한국 사회의 진정한 희망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희망제작소의 역부족을 드러내어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절박했던 존재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해 준다. 사실,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풀뿌리 민주주의가 점점 더 위축되어 가는 ‘기업사회 대한민국’에서 희망제작소의 ‘좌절’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예상을 깨고, 희망제작소가 마침내 10살을 맞이하였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면서, 희망제작소는 언제나 열려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결코 미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희망제작소 10년을 되돌아보는 일은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지역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시작한 지역희망찾기와 지역순례, 시장학교 개설과 목민관클럽 설립 등은 희망제작소가 서울에 갇혀 있지 않음을, 희망제작소가 현장에 있음을, 희망제작소 자체가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임을 보여주었다. 희망제작소의 ‘지역만들기’는 한편으로는 극도로 심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중앙집중화를 막아내고 지역의 자생력을 살리는 운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 곳곳의 생활공동체를 되살리려는 ‘마을만들기’로 발전하였다. 지역과 마을을 살리려는 희망제작소의 끊임없는 노력은 사회혁신기업가포럼, 소셜이노베이션캠프,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희망제작소가 시민의 싱크탱크가 된다는 것은 희망제작소가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시민이 희망제작소 속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일이다. 시민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희망제작소는 사회창안센터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와글와글’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을 내어놓을 수 있게 하였다.

이처럼 시민이 공익 디자인 창안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시민참여형 사회창안은 소셜디자이너스쿨 개설로, 우리 사회 시니어들을 위한 행복설계아카데미 개설과 해피시니어어워즈 시상, 시니어NPO학교 개설 등으로 이어졌으며, 또한 희망제작소의 고유한 연구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사회의 청년 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또 그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참된 희망이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희망제작소는 청년들이 주인공이자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이제 창립 10주년이 되는 희망제작소의 연구원들은 여전히 젊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으며, 또 그들과 같은 젊은 세대의 절망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희망제작소의 미래는, 희망제작소가 내어놓는 소셜디자인들의 매력과 힘은, 대한민국의 희망은 바로 이들 젊은 지식인-시민운동가들로부터 나온다.

그렇지만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내다볼 10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희망제작소의 젊은 연구원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희망을, 대한민국을 위한 희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희망제작소의 모든 구성원들이 현실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상주의적인 신념을 가지길 권하고 싶다.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 갇히지 않는 지혜, 비관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부터 오는 절망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끌어내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이 두 가지 역량이야말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지혜와 용기가 시민들에게 널리널리 전파되기를 빈다.

지혜와 용기는 때로는 역사에서 배우는 상상력으로부터, 때로는 거대담론이 제시하는 해석으로부터, 때로는 철학이 주는 위로로부터 온다. 현장성에, 실사구시에, 구체적 대안에 굳건하게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이상과 행동, 그리고 우연이 만들어내는 인간 사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현실을 다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에, 바로 그러한 겸손의 순간에, 희망은 살아난다. 한층 더 성숙해진 희망제작소의 연구원들이 시민들 곁으로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서 더 큰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꿈을 가져본다.

희망제작소는 소셜디자이너들의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소통을 통해서 구성원들의 차이를 공동체의 발전에 활용한다. 감히 연구원들에게 권하고 싶다. 연구를 공유하고, 서로 얼마나 다른가를 확인하라. 서로가 사용하는 연구방법과 이론적 틀을 나눠가지고, 서로가 찾아낸 연구결과와 정책대안을 같이 검토하라. 얽힐 대로 얽혀 있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전체를 함께 보고 각자의 연구결과와 정책대안을 서로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희망제작소가 함께 아파하고 함께 희망을 찾아가는 연구원들의 생활공동체가 될 때에 가장 아름다운 희망 하나가 우리 사회 속에서 이미 꽃핀 것이다.

2016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리고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2018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한다면, 2016년은 3년에 걸친 ‘선거의 시대’가 시작하는 해이다. 대한민국이 거의 10년째 바닥이 어디쯤인지 모르는 ‘절망의 늪’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면, ‘선거의 시대’는 시민들이 새로운 국가비전과 국가권력을 만들어냄으로써 희망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희망제작소가 선거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선거의 시대에, 희망제작소가 사람을 위한 대안, 사람을 살리는 사회혁신으로 희망의 길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2016년 희망제작소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에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것은 아주 뜻깊은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희망제작소가 체득한 분석과 창안의 능력은,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는, 희망제작소의 젊은 연구원 모두가 우리 사회에 큰 희망을 제공하는 소셜디자이너로 우뚝 서도록 만들 것이다. 희망제작소가 만들어나갈 새로운 10년의 희망이야말로 대한민국 시민들이 꿈꾸는 새로운 10년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글_박순성(연구자문위원, 동국대학교 교수)

화, 2016/01/05- 18:55
16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