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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시장화된 대학교육에 맞선 세계 대학생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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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시장화된 대학교육에 맞선 세계 대학생들의 연대

익명 (미확인) | 화, 2016/03/29- 14:09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3)
시장화된 대학교육에 맞선 세계 대학생들의 연대

세계의 대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대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캠퍼스를 누비며 학문적 소양을 쌓기에도 바쁜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요? 먼저, 몇몇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1. 영국에서는 등록금을 3배로 인상하는 계획안을 둘러싸고 13만 명의 대학생들이 연일 거리로 나섰다. 학비가 전액 무료였던 영국은 1998년부터 연간 1,000파운드(약 180만 원)의 등록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2004년부터는 연간 최대 3,000파운드(약 540만 원)까지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2010년 이를 9,000파운드(약 162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학비 인상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대대적인 과격시위가 벌어졌으며, 지난해 영국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학생들은 갈수록 시장화되는 고등교육정책에 반대하며 등록금 철폐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은 ‘등록금무료’, ‘무상교육’ 등을 외치며 학장실을 점거했으며, 이들은 대학이 학생, 교수, 노동자에 의해 운영되길 바라며 ‘교육은 학생을 등록금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세계 최고의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학생 시위가 거의 없던 미국에서도 2010년 이후 전국적인 대중시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위를 벌여 온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비롯해 노스 캘리포니아 주립대생과 조지아주·달톤 주립대 학생들도 거리로 나섰으며, 맨해튼의 뉴욕 대학과 헌터 칼리지, 뉴 스쿨 등 사립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해 3월, 33개 주 122개 대학 캠퍼스와 주 의사당에서 학생들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등록금 액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경우 35%나 등록금이 올라 2002년에 비해 182%가 인상되는 등,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린 탓이다.

#3. 지난해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학생들은 2016학년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 일부 수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등록금 인상은 많은 흑인 학생들과 가난한 학생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킬 것”이라고 외쳤으며,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시작한 시위는 다른 학교로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4. 교육예산 삭감과 교육현장 일자리 축소를 추진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에 맞서 2천여 명의 대학생들은 피사의 사탑과 콜로세움 등 유명 관광지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학생들과 직원들은 대학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하면서, 대학 교육의 ‘더 많은 민주화’와 재정 투명성을 가진 ‘새로운 대학’을 요구하며 지난해 대학건물을 점령하는 시위를 벌였다.

#5. 2015년 12월, 칠레에서는 국립대학에 다니는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하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2006년에는 칠레의 공교육 강화를 요구한 10대들의 ‘펭귄혁명’이 있었고, 2011년 봄에는 급기야 수십만의 학생들이 ‘모두를 위한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교육개혁시위를 펼쳤다. 학생들은 수백 개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점거하고 다양한 시위와 포괄적인 사회적 연대 활동을 펼쳤다. 계급 차별적인 대학교육 시스템에 저항한 학생시위는 전국적으로 사상가, 예술인, 교육자, 인문학자 등 20만 명의 지지를 받았고, 결국 교육부 장관의 해임으로 학생운동은 승리를 거두었다.

▲ 사진 출처 : 로이터=뉴스1

▲ 사진 출처 : 로이터=뉴스1

이처럼 전 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한국 대학생들의 현실이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 역시 2010년 전후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집회와 시위가 절정에 다다른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 시장화의 흐름은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넘어, 최소한의 생활비만 합쳐도 대학생 한 명이 1년에 감당해야 될 돈이 2,000만 원이 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시위는 단순히 등록금만 반값으로 떨어뜨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학 법인화 반대, 비리사학 구재단 복귀 반대를 동시에 요구하는 등 대학 교육의 신자유주의화에 제동을 걸고 대학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 학생운동은 90년대 이래로 급격하게 위축되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세계 대학생들의 시위 물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신자유주의적 교육 시장화의 폐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너무나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열망은 모두가 바라는 일치된 목표와 지향점이 존재한다면 언제든 광범위한 저항의 물결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독일과 프랑스 같은 몇몇 유럽 나라들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대학생들을 위한 공적 안전망이 처음부터 포괄적으로 발전돼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의 경우, 처음부터 수업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46년 당시 22살이던 프랑크푸르트의 한 대학생이 수업료가 위법이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에 따라 이후 독일 전역에서 수업료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가 가능했던 것은, 대학생들이 직접 1960년대 초 대학 개혁안을 스스로 만들고 ‘학생의 경제적 해방’을 대학 개혁의 주요한 목표로 삼아 끊임없이 비판하고 저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프랑스에서 역시 68혁명을 계기로 고소득층을 위한 교육제도, 빈약한 복지제도와 고용불안, 비싼 등록금, 대학의 권위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맞물리며 폭발적인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 프랑스 대학은 평준화되고 대학 무상교육이 실시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의 시혜적 정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대학 변화의 원동력은 대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현재 20대의 삶의 조건은 이전 세대보다 더 불리하며 불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혹한 조건을 변화시키려는 대학생들의 연대와 행동이 지식인과 전문가의 지원,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 조성, 그리고 정부와 정당의 강력한 정책 추진과 만나 비로소 대학의 사회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은 ‘교육장사’를 하는 곳, ‘취업사관학교’가 아닙니다. 한국의 대학이 지닌 의미를 바꾸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꿈꾸고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는 공간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기획은 이러한 대학 상업화에 저항하고 대학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연대와 노력이 견고한 시민사회 기반 위에 서야 합니다.

글 : 이은지 | 지속가능발전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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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와 브레인파크가 공동 주최한 일하는 국회를 위한 21대 국회 실무워크숍’ 1차 일정이 파주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정보도서관에서 마련됐습니다. 첫날인 58일에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경제위기 대처를 위한 재정정책의 쟁점과 전망과 이원희 한국행정학회장의 정부의 조세재정예산 관련 법률기초를 통해 위기의 시대 재정과 예산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박동완 글로벌앤로컬브레인파크 대표의 정부지원사업의 유형과 국회의원의 역할을 통해 지방자치시대, 지역을 살리기 위한 국회와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한 실무적 정보들이 제공됐습니다. 첫날 순서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21대 국회의 시대적 소명에 관한 뜨거운 열강 안진걸이 바라 본 21대 국회의 개혁입법과제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둘째날인 5월 9일 오전에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기재부 대응과 국회 예산증감 프로세스의 이해에 관해 강의했습니다. 예결산과정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국회의 핵심권한인 예산심의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하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정은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본 국회법 해설에서는 입법활동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국회의 각종 절차와 국정감사 등 주요한 활동의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들이 제공됐습니다. 마지막 순서인 노민호 지방분권 전국회의 공동대표의 기본소득과 자치분권에서는 한국사회의 미래전략으로써 기본소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의제설정과 함께 현정권의 자치분권 전략에 대한 개괄이 이루어졌습니다.

12일의 빼곡하게 채워진 강의마다 당선자 분들은 눈을 빛내며 쟁점들에 대한 의문과 공감을 나누었고, 활기찬 토론과정에서 각기 다양한 국정경험을 통해 얻은 풍부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선자분들의 치열하고 진지한 첫 마음이 나라살림의 위기를 새롭고 희망한 새 시대의 시작으로 열어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실무워크숍을 열의로 가득 채우셨던 당선자분들을 통해 우리는 아마 곧 진짜 일하는 국회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 이어질 2차 일정의 뜨거운 현장 풍경도 다음주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수, 2020/05/1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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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22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첫 번째 시민 에세이는 다양한 국적의 컨설턴트와 일상을 나누는 김지혜 님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는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던 공통의 공포와 우려는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일과 성과만 이야기하던 업무 집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각 국가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던 집단이었다면, 이러한 서로 간 거리를 좁혀준 건 모두가 하는 공통의 일이 아니라 희한하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나는 통신 네트워크 관련해 고객 경험 조사 한국 담당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 년에 한두 달 프로젝트로 지정된 고객과 인터뷰를 하고 보고서를 쓰는 일이다. 국가마다 나와 같은 지역 담당 컨설턴트가 한 명씩 배치돼 있다. 페루에도, 인도에도, 영국에도, 이탈리아에도, 독일에도, 그리고 또 여러 다른 국가…

온라인으로 함께 교육 받고, 메일로 업무 이야기만 오고 가던 사이였는데 본사의 재택근무 통보와 함께 “How are you?”라는 제목으로 모든 컨설턴트에게 단체 메일이 왔다. 지금의 “How are you?” 안부 인사! 분명 평소보다 특별하다. 이후 국가별 메일이 이어졌다. 한 번도 각자의 삶이나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던 우리는 갑자기 각 국가의 상황을 알려주는 지역 리포터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국경 폐쇄 상황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구 반대편은 두루마리 휴지가 동이 나고 있다는 이야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페루에서도 내일이면 지구상에 두루마리 휴지가 없어지는 것마냥 사람들이 휴지를 사고 있다고 했다. 밀라노에 사는 담당자는 전시 상황 같은 현지 상황을 전했다. 마트에는 한 번에 5명씩만 들어갈 수 있고, 계산대 앞에서는 서로 1.5미터 이상 떨어져 줄을 선단다.

한국보다 더 자유롭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외출을 ‘금지’하고, 한정된 외출만 허락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우리는 ‘권고’만으로도 많은 시민이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실 내가 의심환자가 아니면 한국은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자유는 있다.

또 유럽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마스크를 여전히 잘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비록 메일이지만 마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쓰는 마스크는 ‘내가 감염될까 봐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그 효과는 내가 확진자일 때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는 역할이 더 크다는 것! 열심히 설명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두루마리 휴지보다 못한 듯하다.

영국에서는 학교가 휴교함으로써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의료진은 이런 사태에 지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놀랍다. 한국은 아이들이 휴교해 집에 있더라도 의료진은 당연히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지원을 하러 가는 것이라 여긴다. 분명 그들의 아이들은 그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여긴 것이다. 일반인인 우리는 정작 그들도 가정이 있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

한국에서 의료진이 집에 있는 아이를 돌보느라 의료 지원을 못 가겠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한 번도 개인적인 상황과 삶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온 세계가 함께 느끼는 공포와 어려움은 이렇게 일이 아닌 삶과 상황에 대해 서로 나누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일은 우리에게 공통의 목표와 이루어야 과제를 던져주고 함께 하게 했지만 충분한 연대감은 주지 못했다. 우리가 가진 공통의 두려움과 어려움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어주고 염려하는 사이로 만들어주고 있다. 분명 어려움은 우리 모두에게서 많은 것을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 또 다른 가치를 가져다줄 것 같다.

– 김지혜 님

목, 2020/05/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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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컸던 대구 지역에서 주거취약계층인 쪽방 거주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단법인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의 오현주 간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지난 5월 13일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 쪽방촌 방역을 위해 나서는 오현주 간사의 모습.(사진 오른쪽) ⓒ오현주

집단감염 발발 당시, 불안이 가중되는 나날

Q. 코로나19로 인해 시민의 일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간사 님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평소 사무실을 버스로 출퇴근했는데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불특정 다수가 타는 버스를 타지 못하겠더라고요. 남편은 평소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는데, 유치원도 휴교령이 내리자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출퇴근 카풀을 시작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 모두 일상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했을 거예요. 워킹맘인 저는 두 달여간 어머니께 돌봄을 부탁 드릴 수밖에 없었고, 관절 질환이 있는 시어머니는 병원 치료가 어려우셨을 거예요.

Q. 코로나19 초기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발발 당시 지역사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확산지로 밝혀지면서 현장도 바빠졌어요. 저희끼리 얘기로 대구 사람들은 세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인데, 대규모 확진자들이 발생했으니 불안했죠.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청도 대남병원에서도 확진자들이 발생했고요. 무엇보다 이때 특정 종교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인해 서로서로 불신과 불안이 계속되는 나날을 보냈던 거 같아요.

Q. 사회복지사로서 업무나 역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원래 쪽방생활인에 관한 연구조사나 상담, 행정지원, 후원물품 관리 관련 일을 해왔어요. 사무실에서는 팀장으로서 쪽방 생활하는 어르신 대상으로 하는 자조모임(공통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모임) 사업 진행을 맡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사무실과 모임 모두 폐쇄됐죠.


▲ 후원물품 배분 및 포장 작업을 벌이는 모습 ⓒ오현주

Q.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의료동행을 했던 쪽방생활인이 다니는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거점병원으로 지정되자 의료동행을 하지 못하게 됐고, 저희 진료소와 중구 사무실도 폐쇄됐어요. 직원들도 사무실에서 전화상담을 하거나 찾아오는 주민에게는 건물 밖에서 응대할 수밖에 없었죠. 당장 시중에서 KF 마스크와 체온계를 구할 수도 없었고, 재고로 갖고 있던 마스크와 덴탈마스크로 코로나 키트를 만들어 보냈어요. 상황 결정이나 판단이 빨리 이뤄져서 저희 사회복지사들은 모두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두 달을 보냈어요. 한 명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돌아가면서 돌봄 휴가를 쓰거나 특별휴가를 쓰면서 버티고 버텼어요.

Q.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대구 지역을 향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기존엔 폭염이나 혹한처럼 특정 시기가 아닐 경우 물품 후원 위주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대전, 영주, 제주도, 서울 등 각지에서 대구로 보낸 후원물품이 폭풍처럼 밀려들었어요. 그중에서 주거 취약계층 지원을 하는 저희 상담소에도 하루가 다르게 많은 물량이 들어왔어요. 임시로 물류팀을 꾸릴 정도로요. 이 물품을 대구 전지역 쪽방 생활인에게 골고루 배분하려면 각 후원물품의 개수와 품목을 고려해 세트를 다시 만들어야 해서 마치 물류창고에서 일하듯이 매일 박스를 만들고, 물품 배분해 넣고, 포장하는 걸 반복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 쪽방주거민에게 배분하는 후원물품이 한가득 쌓여있는 모습. ⓒ오현주

연구조사 및 상담 업무에서 쪽방촌 긴급 물품 지원으로

Q. 현재 대구시 쪽방 거주민의 분포는 어떻게 되나요.
쪽방은 주택은 아니지만, 주택 이하 수준의 거처 형태로 비주택거주지입니다. 현재 대구 지역에는 약 1,200개 쪽방이 있습니다. 동대구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 시내 중심가 쪽에 쪽방촌이 밀집돼 있고, 거주민은 재개발로 인해 강제퇴거를 당했거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쪽방에 살고 계십니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쪽방 거주민은 765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남성 90%, 여성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연령대는 50~60대이고, 절반 정도의 거주민이 국민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고요.

Q. 코로나19 이후 쪽방촌에는 어떤 지원이 이뤄졌나요.
보건소에 쪽방촌 방역이 취약한데 해줄 수 있냐고 알아보니까 당장 확진 검사에도 인력이 부족해서 쪽방촌까지 신경쓰기 어렵다면서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해주겠다는 답변을 듣고는 저희 기관에서 방역전문가를 데려와 직접 아저씨들과 방역복을 입고 쪽방촌을 누비며 소독을 했어요. 더불어 주1회 생계물품지원, 주3회 방역, 격주마다 도시락 및 밑반찬 지원이 계속 이뤄졌어요. 비대면 물품 지원을 위해 쪽방촌 건물 앞에 물품을 두고서 똑똑 노크하고서 바로 자리를 옮겼죠.

Q. 각지 지역사회의 물품 지원도 많았죠.
기존에는 폭염과 동절기 두 차례 후원물품을 요청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후원처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연예인부터 지역 마을기업이나 시민단체, 협동조합, 4·16연대, 주한모로코대사관 등 다양했죠. 대개 2~4월은 상담소 보릿고개였거든요. 평소라면 겨우내 후원 물품도 다 떨어지고 비누 하나 칫솔 하나 밖에 드릴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 코로나19에 따른 후원 물품이 계속 들어왔어요. 현재까지 쌀이나 라면 6만개, 쌀 6천kg, 마스크 2만 개, 손소독제 8천 개 등을 비롯해 김치, 영양제, 빵, 도시락, 노니 등 다양한 물품의 배분이 이번 주면 끝날 것 같습니다. 물품 지원뿐 아니라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대구시민센터를 통한 후원, 독립영화협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전국각지 NGO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Q. 후원 물품이 몰리면서 현장에서 체감한 지점이 있다면요.
후원 물품이 천 마스크처럼 한 종류로 쏠릴 땐 타 기관이나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 나눔을 했어요. 즉석조리밥을 물품으로 많이 보내주셨는데, 쪽방의 특성상 대개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먹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대구에 온 공중 보건의에게 컵밥과 컵라면 등을 나눴어요. 또 발달장애인분들이랑 같이 물품을 포장하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라고 많이 느꼈습니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면 남도 우리를 돌본다’라는 문구를 체감했어요. 몸으로 체감하는 부분은 육체노동의 고단함이었지만요.

코로나19, 사회적 돌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Q. 쪽방촌 거주민들은 코로나19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2G폰을 쓰시고, 데이터도 거의 쓰지 않으시거든요. 주변 지인으로부터 ‘카터라’ 소식을 접하거나 텔레비전을 통해 얻는 정보가 전부죠. 어떤 정보를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재난 긴급생계자금이 발표됐을 때, ‘중위소득 몇 퍼센트’라는 기준도 복잡했잖아요. 비수급자 쪽방촌 거주민인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온누리상품권을 받는다면 어디에서 쓸 수 있는 건지 등을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물품 지원할 때 여러 차례 안내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Q. 쪽방상담소 활동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발견한 점이 있나요.
노숙인이나 쪽방촌에 관한 혐오감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어요. 대구에 쪽방 거주하는 분들은 정말 뉴스를 잘 듣고 외출을 자제했거든요. 쪽방 거주민 25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긴급재난 관련해 전수조사했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코로나19 빈곤층 생존권 보장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내려받기)

그런데 서울에서 노숙인일시보호시설에서 노숙인 입소를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잖아요? 실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수칙은 더더욱 잘 지키는 모습을 봤는데 오히려 이런 기사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무엇을 남긴 것 같나요.
코로나19는 사회적 돌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아요. 쪽방 거주민이 감염됐다가 퇴원했을 땐 자가격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쪽방에서 지내는 게 정말 자가격리인지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문제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는 택배노동자의 사망과 같은 비정규직 문제들이 터져 나왔잖아요. 큰일이 생기면 약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걸 다시금 보게 됐어요.

Q.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아요. 사회복지사보다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으신 분들은 당사자(쪽방 거주민) 조합원분들의 힘이 컸어요. 열심히 물품을 포장해 놓으면 배달이랑 방역은 조합원분들이 도맡아 하셨거든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고 해도 정말 힘든 하루하루였을 거예요. 어려운 상황은 인생에서 반드시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잖아요. 가족들이랑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람들도 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기도 했잖아요. 활동가 분들도 세상이 암울하니까 자기 비하가 생길법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작은 변화도 생긴다는 걸 발견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이 지금 저희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오현주 간사

화, 2020/05/1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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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세 번째 시민 에세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생과 삶의 목표를 돌아본 문응상 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고 15년째 약을 복용 중인 기저질환자입니다. 식사를 조금씩 하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먹보입니다. 운동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고 식사 후에 경포호수 주변으로 나가 걷기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가 위험하고 겁나는 질병이지만 그 이면을 슬쩍 들여다보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긍정적인 측면이 관찰되니 ‘퍽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공부로 괴롭히는 게 엄마들의 일상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거기서 과감히 벗어나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며 같이 놀면서 가족애를 불태우는 장면으로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런 새로운 모습에 이게 진정한 인간의 본질임을 새삼 느낍니다.

코로나19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삶의 목표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성적 무한경쟁으로 내몰던 데서 잠시 마음을 다잡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다른 생각을 넣어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는다면 그보다 더 효율적인 기회 소득은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고즈넉한 경포호수 주변을 걸을 때 왁자지껄 떠들며 재밌게 노는 아이와 부모님, 친구, 이웃사촌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국가 장래가 훨씬 밝아짐을 느낍니다.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자매의 잔소리와 성적 경쟁에 찌들어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삶이 눈 앞에 펼쳐지니 또한 희망도 솟아나는 현장입니다.

놀면서 깨닫는 기회를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는 자신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을 대신해서 꾸려가니 얼마나 피곤하고 기운이 빠지는 일인지 되짚어보면 심지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무조건 경쟁으로 몰아치면 “내 아이 승리의 길로 들어설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이제는 인생 행로를 새롭게 개척할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국내외적으로 인식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응상 님

수, 2020/05/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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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네 번째 시민 에세이는 김진배 님의 에세이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날을 기대했던 우리에게 이번 계절은 유독 가혹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는 면접 연기 소식에 절망했고 다른 친구는 버스운전대를 놓아야만 했다. 소망했던 봄이 왔음에도 가슴은 시리고 손은 여전히 건조하다.

만남과 애정표현은 사회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고 외롭던 사람들은 더욱더 외롭게 되었다. 차갑고 건조한 손을 누군가의 온기로 바꿔보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계절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삶은 고립을 유도하고 불안감을 강화한다.

따뜻한 빛과 사람들의 옷차림은 봄을 표현하려 애쓰지만, 눈으로 마주한 장면이 마음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꽃은 피고 지고 분명한 봄인데도 말이다. 위안거리를 찾아 노래를 듣기도 하고 혼자 뛰어보기도 했지만, 사랑으로 아픈 것이 아니기에 노래는 큰 효용이 없었고 바람은 걱정거리를 날리지 못했다. 내 마음은 그렇게 정지된 채로 서 있었다.


마음은 굳었지만, 일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일하고 가끔 장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메시지로 대신하던 인사를 목소리로 하게 된 것은 이 시절이 바꾼 행복한 변화였다.

뉴스는 불안과 공포에서 나쁘지 않다는 것들로 바뀌었다. 확진자 수는 줄었고 정부의 지침도 조금 바뀌게 되었다. 우리가 잘 이겨내고 있다는 뜻이다. 미소를 조금 잃었고 친구들을 위로해 줘야 하는 일이 늘었지만 하루는 계속되고 있다.

면접을 기다렸던 친구는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운전대를 놓은 친구는 더 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계획과는 다른 삶이 되었지만 실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내일을 바꾸려 노력했고 인내했다.

봄에 누릴 수 있는 몇 개의 행복이 사라지긴 했지만 디지털 언어 대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늘어 행복했다. 위기에서는 도전이라는 꽃이 피었다. 버스운전을 하던 친구처럼 10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던 내 삶에도 그 꽃이 피었다.

눈을 감으면 우리가 포기했던 봄의 꽃놀이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감을수록 선명해지는 꽃은 우리가 잃은 봄과는 교환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을 살아가게 하고 기대하게 하는 것 우리는 새로운 봄을 얻었다.

– 김진배 님

목, 2020/05/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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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분야부터 일상 생활에서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일상 속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만드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지방정부, 시민사회, 전문분야 등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담은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민 에세이 공모전’(▶참여하기 )도 진행(5월 31일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진행하는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벤트로 지난 3월부터 시작하여 6월 7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이디어 공모 분야는 ◎ 침체된 지역 경제, 골목 상권 활성화 방안, ◎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 ◎ 학생·학교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방안, ◎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관련 제안, ◎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실질적 방안 등입니다.

시민이 직접 낸 아이디어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를 통해 매주 공개되고 있는데요. 5월 21일 기준으로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총 719건, 이중 희망제안 50건, 우수제안 15건이 선정되었습니다. 희망제안과 우수제안으로 선정된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야별로 침체된 지역 경제, 골목 상권 활성화 방안 – 지역경제 분야 29건
학생·학교 안전 대책 마련/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 – 복지 분야 16건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 – 정책 분야 10건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관련 제안 – 문화·기타 분야 10건

지역경제 분야는 주로 소상공인 배달, 주문 앱 개발 관련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온라인 주문/배달 앱 서비스에 지역화폐를 결합하거나, 지역 청년 자원을 활용한 지역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운영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청년의 취업 연계까지 고려된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 외에도 연기되는 학사 일정으로 급식 재료 공급처, 농가와의 직거래 장터 제안부터, 화훼농가 판로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신생·우수 기업에 대한 공공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관광지의 지역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관광지별 지역 화폐 선불카드 대여 제안과 재난지원금 조기 사용 촉진을 위한 아이디어 등도 나왔습니다.

학생·학교 안전,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방안에 관해서선 주로 비대면 관련 방안을 꼽았습니다. 예컨대 은퇴교사, 지역 대학생 등 유휴 인적자원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 및 방문 학습 지원, 온라인 방과후 강의 개설 등으로 돌봄과 학습의 공백에 대응하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고요.

또 개학 연기로 유휴자원이 된 급식 시설 및 재료를 활용한 저소득층 학생 도시락 지원, 독거노인 등 지역사회 내 도시락 배부를 비롯해 복지소외계층을 위한 공동냉장고 운영을 통한 지역사회 음식 나눔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을 강조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에 관해서는 시차출퇴근제의 한시적 의무 운용부터 기타 세금의 감면, 부가세 면제, 연말정산 혜택 등 소비 촉진을 위한 제도 제안이 나왔고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관련 산업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으로 개발·생산의 효율화와 활성화를 도모하는 아이디어도 제안되었습니다. 자가격리기간 중 지병이 있어 정기적인 처방이 필요한 경우, 직계가족이 없을 때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이 외에도 트래픽 빅데이터를 통한 밀집지역 경고와 전염병에 대한 예방 수칙, 증후군의 내용을 빅데이터화 해서 객관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는 확진자 동선 반경 거리별 감염 확률부터 기저질환자의 감염 확률, 유증상자의 체온, 상태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전달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국민적 협력과 범국가적인 연대 제안인 문화·기타 분야에서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른 글로벌 TV 채널 운영을 통해 상시적으로 세계적 확산 추이와 관련 정보를 청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영화/공연계를 살리기 위한 특별영화채널 편성, 재난지원금의 내고향 기부, 생활 예방 습관 확산 등의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기타로 출입 정보를 QR코드 도입을 통한 관리 아이디어, 마스크 및 손 소독제 자판기, 식당의 마스크 거치대, 현관문 센서를 활용한 자가격리자 관리 등 작지만 생활 현장의 직접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새롭게 지역과 관계가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내가 거주하는 곳, 나의 활동반경 중심으로 관계와 경제활동이 재구성되면서, 지역경제와 관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민이 몸소 체험하며 느낀 부분에 관해 아이디어를 낸 만큼 향후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로 반영되길 바랍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마주한 가운데 ‘단절’에 치우친 대응보다 서로 연결되며 코로나19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은 6월 7일까지 진행됩니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뿐 아니라 제안된 모든 아이디어가 관련 단체나 기관에 공유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적용, 실현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금, 2020/05/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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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다섯 번째 시민 에세이는 전희식 님의 칼럼입니다.

재난 소득이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될 때 나는 전액을 기부하기로 작정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이를 알게 된 한살림 생협의 생산자 조합에서 일하는 후배가 여러 사람이 참여하도록 기부 운동을 벌이자고 해서 플랫폼을 만들어 주변에 권유하기 시작했다. 금방 수십 명이 동참했다.

이런 발상은 재난 소득을 받아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드리자는 소박한 마음에서만은 아니다. 기부 행위 또는 나눔 활동이 어떤 사회적 파급을 만드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면 불안과 불신, 공포가 더 힘들다. 그래서 기부 취지문에서도 나는 재난과 위기 때일수록 살벌한 각자도생의 길보다 믿음과 상부상조의 사회로 나아가자거나 국민 기본소득제로 가는 발판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고집스레 ‘재난 소득’이라고 쓴다.

그 당시에는 액수도 액수지만 국민의 70%만 주자느니 100% 다 줘야 한다느니 논란 중일 때였다. 관료가 주도하는 70%라는 선별적 복지와 전 국민이 대상인 100% 일반 복지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2002년부터 학교 무상급식운동을 하면서도 알고 있었다. 농업 보조금과 지원 사업에 대한 정책적·법적 활동을 하면서 선별 지원이 갖는 관리 비용과 민원, 쟁송 과정까지 알기에 나는 전 국민 대상의 재난 소득 지급을 절대적으로 찬성했었다.

이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국민 기본소득경제체제로 가는 길목이 된다고 여겼다. 서민에게는 상시적 재난상태인 신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국민 기본소득이 필수다. 70% 선별 지급은 100% 전 국민 지급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관료 권력만 강화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코로나가 번지고 있을 때도 나는 가장 먼저 대구 시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고구마 보내기 운동, 모금 운동을 했다. 총 40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모금이 됐다. 내가 속한 ‘한국 아난다마르가 명상요가 협회’의 대구 현지 회원을 통해 김밥을 만들었고, 위생용품과 생활용품을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눴다. 명상 단체인 아난다마르가의 회원들이 직접 현미 떡을 해 보내기도 하고 현금도 보내고 과일도 보냈다.

최근 유명한 어느 분이 칼럼에서 기부보다는 건강한 소비가 좋다고 한 걸 읽었다. 강요된 기부는 폭력이라면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난지원금을 올바른 소비에 쓰자고 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살리는 생활용품 사기와 동네 상점 이용을 말하는 듯하다. 맞다. 현재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 고장에도 하루 이틀 문을 닫더니 폐업한 입 간판들이 많다. 심각하다.

그래서다. 나는 서민 공동체를 위해 기부를 하자고 더 권유하는 것이다. 실제 어떤 이들은 내게 물어 왔었다. 기부운동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내 코가 석 자인데 어떡하면 좋냐고. 나는 단돈 천 원도 좋다고 답한다. 나눔을 해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존재 의미를 찾았다고. 이웃에 믿음이 생겼다고.

내가 미리 알아본 바로는 기부금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고용 안정을 위해 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 신규 고용 등을 지원한다. 이는 위의 칼럼니스트가 강조하는 ‘소비’를 유지하는 소비자 군을 형성하는 것이 된다. 고용 안정은 소상공인 대출도 포함한다.

물론 생태주의자인 나는 ‘소비’를 경계한다. 소비는 생산을 촉진하고 경제를 굴러가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뉴딜정책은 소비 능력을 무더기로 뿌려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파란 하늘을 보지 않는가? 그동안 우리는 내일이면 쓰레기가 될 물건을 함부로 만들어냈고 함부로 소비해 왔다. 생태계는 파괴되었고 끝내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이전의 소비행태로 절대 가서는 안 된다. 이번 코로나 극복 과정에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절대 이전의 소비 행태가 복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과 조화로운 전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장기적 상상이 필요한 때다. 이것이 지금의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살리는 길이다.

– 전희식 님

월, 2020/05/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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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 보건의료의 개편방향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참혹하기 짝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1일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된다고 선언하고, 유럽, 미국 등 제반국가에 제대로 대비책을 갖추지 못하고, 속절없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까.

첫째,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방향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끔찍한 현실 앞 존엄한 삶에 대한 절실한 요구가 나온 것이 커뮤니티케어다. 커뮤니티케어는 고령화와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감염병의 대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앞서 경험했던 유럽과 일본 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통합돌봄)에 직접 나서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의 수요, 서비스의 내용 등을 조사하고, 지역사회에서는 돌봄수요에 맞춰 서비스 제공인력을 발굴하고 역량강화를 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통합돌봄에 나서야 한다.

둘째,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 19는 전파가 빠른 특성을 가진다. 시민이 협조하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전파를 차단할 수 없고, 환자를 위험군에 따라 분류해 신속하게 치료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은 코로나19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향후 성숙한 시민이 각 사회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로 내리고, 지방정부는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고 시민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보건의료 돌봄의 개편에서도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셋째, 음압병상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한다.

사회적 위기에서 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현재 (5월 15일 기준) 확진 환자만 6,868명이 발생한 대구에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10개에 불과하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으로 설립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 적자가 나더라도 전문인력을 훈련·교육하며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이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하나도 진척시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은 10.4%에 불과해 OECD 꼴찌로 민간의료 의존도가 높다. OECD 국가에서 공공병원의 평균 비율인 73%까진 어렵더라도 최소한 20∼30% 정도로는 공공의료 병상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 주치의제 도입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고, 소위 동네의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은 관계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뢰체계의 부재로 인한 병원 의료이용 시 혼선과 낭비, 의료전달체계의 미숙한 발달로 인한 의료기관의 종별을 뛰어넘는 무차별적 경쟁 등 비효율적인 의료공급체계를 갖고 있다.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보건의료시스템을 가진 의료선진국은 제도화된 일차의료시스템, 즉, 주치의제도를 갖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문의 중심인 동네의원체계보다 효율적이다. 일차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의료제공자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일차의료를 재구성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에 기반한 정신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한다.

코로나 19를 통해 정신병원의 반인권적 실태가 드러났다. 청도 대남병원 103명의 입원자 중 확진자가 101명으로 발병률이 무려 98%이다. 이중 사망자가 7명이다.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오랫동안의 감금을 통해 황폐화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 대응의 방향을 탈수용화로 분명히 정하고, 지역에서 정신보건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장애인들의 건강관리를 병원에서 지역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반인권적인 요소를 지닌 정신병원 강제 입원은 없어져야 한다.

– 글: 임종한(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 인하의대 교수)

* 해당 기고의 원문은 <목민광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금, 2020/05/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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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여섯 번째 시민 에세이는 토란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버스 도착예정 시간은 14분. 저 버스를 타게 되면 지각을 면할까. 급행버스를 기다려야 하나 선택해야 한다. 버스를 2개월 만에 탄다. 코로나19 31번 확진자발 지역사회 확산은 출퇴근의 풍경도 우리 가족의 아침도 모두 다르게 채색되었다. 시내 중심가 도로나 상가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의심하는 표정이 읽혔다. ‘당신, 신천지 아니야? 할머니는 왜 버스를 타러 나오신 거지?’

처음 보는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침묵하고 속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침묵만이 감도는 버스 안은 흔한 라디오 음악 소리도 허용하지 않은 채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내가 확진되면 어떡하지, 내가 타고 다닌 이 524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감염되면 어떡하나?’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미묘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음날부터 나는 카풀을 시작했다. 딸아이를 휴교령이 내려진 유치원대신 시어머니에게 맡기면서, 출근하는 발걸음은 오히려 무거웠다. 재택근무나 돌봄휴가를 써야하나? 이런 상황에서 맞벌이를 하는 집안은 어떡하나? 다들 말못할 고민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견뎠을 것이다.

kf마스크가 주는 답답함보다 내가 숨쉬고, 출근하던 일상이 이렇게 한 순간에 통제될 수 있구나 하는 무서움과 연일 보도되는 확진자수와 동선으로 인해 본의 아닌 사이버 추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물고 늘어지게 된다.

남편과 같이 출근하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서로의 아침 전쟁을 치러낸 전우애나 오늘도 출근길에 올랐다는 패잔병의 심정이라기보다 연애 이후 이렇게 오전시간을 오래 함께했던 적이 있을까? 무슨 말로 위로나 격려를 할까? 오늘도 바쁘려나 속으로 되뇌는 말들이 마스크를 가린 입 속으로 쑥 기어 들어갔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다닐 때가 좋았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도망가듯 기어 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출근 길에 듣는 노래나 팟케스트가, 짧은 출근 시간에 보던 책 한 구절이 내가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시간이었으니까.

가족이래도 불편하고 미묘한 권력 관계랄지, 아침에 마주하는 시어머니의 짧은 인사말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워킹맘인 사회복지사인 내 존재의 문제 같기도 했다. 그게 아닌데, 밀려드는 후원물품은 몸을 계속 힘들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한다. 나만 이렇게 힘드나 울분이 생기기도 하고, 오늘도 아이를 맡기려 전전하는 동료엄마 사회복지사의 얘기를 듣다보니 같이 화가 나고 억울했다.

2개월이 지났다. 벚꽃도 지고 라일락도 져버렸다. 흩날리는 꽃눈들 사이에서 많이 울고 웃었다. 봄을 만끽하기보다 흘려보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코로나19도 없어지고, 다들 건강을 되찾을까 생각이 많아지니 잠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할 겨를이 생겼지, 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눈코 뜰 새 없었다. 우예 안되겠습니까? 연대나 우정 아니겠습니까? 구수한 사투리로 위로하는 유명 연예인의 화상 채팅으로 잠깐 웃어보기도 한다.

세상은 한동안 음률을 잃은 것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니, 작은 것들의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라니가 도로를 뛰어 놀고, 해파리가 운하를 거슬러왔다고 한다. 마스크 없는 얼굴을 까먹을 정도로 그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겠지만, 음악가들이 방구석 콘서트를 열고 방세가 밀린 사람들이 무지개 깃발로 저항한다. 인간들은 다시 일상을 찾으려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 가는 게 지겨운지 유치원 유치원 노래를 부른다. 신청만 해뒀던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잠든 아이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창밖의 풍경은 초록으로 뒤덮이고, 사람들의 마스크도 kf에서 덴탈, 천마스크로 변했다. 여전히 서로 말이 없지만, 간혹 음악소리가 열린 창문으로 흘러 들어온다. 절망을 춤을 추며 견디듯이 오늘도 내일을 희망해보며 버스에 오른다.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면서.

– 토란 님

금, 2020/05/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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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승연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올해의 거사 중 하나였던 ‘이사’는 얼렁뚱땅 진행되어버렸다. 이사하면서 아이 방도 새로 꾸며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구 구경 다니는 사치도 누릴 수 없었다.

첫째가 당분간 유치원에 가지 않아 아이 둘과 함께 집콕이 계속되다 보니 이사하기 전 짐 버리기, 이사 후 짐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찜찜한 날들이 이어졌다. 낯선 동네에 와서 집에서 아이 둘과 온종일 있으려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계속 미루고 그냥 하루하루를 때우는 날들, 그런 날들의 한가운데서 둘째 아이의 피부가 심상치 않아 보여 소아과를 방문했다.

“어머니, 이거 농가진이에요. 심하면 입원까지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왜 이제 오셨어요? 이렇게 심하게 돼서 오는 분은 없는데요. 제가 다 놀랬네요.”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떠는 의사의 꾸지람에 가까운 진단을 듣고 보니 그제야 둘째 목에 생긴 시뻘건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게 얼마나 아팠을까. 무심한 엄마 때문에 고생하는 5개월 된 둘째가 측은해서 나도 모르게 기저귀를 갈다가도 분유를 먹이다가도 ‘에구, 미안해’하고 연거푸 사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첫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흥, 엄마는 왜 나한테는 미안하다고 안 해? 내 공책도 찾아준다고 해놓고 안 찾아주고, 나랑 놀아준다고 해놓고 있다가~있다가 하고만 말하고. 언제 내 말 들어줄 건데~~~”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아이를 안아주면 될 걸 나도 모르게 첫째한테 화를 냈다.

“엄마가 놀고 있니? 엄마도 지금 해야 할 게 많은데 못하고 있잖아. 좀 기다려! 이제 혼자 좀 놀면 안 되니! 너 자꾸 울면 반성문 쓰라고 한다.”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첫째한테 쏟아놓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내 휴직은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평소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삼시 세끼 아이 끼니를 챙기고 어질러진 집을 치우는 노동을 지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휴직을 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와 실컷 놀기’ 아니었던가! 일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소소한 것들 해보기, 이를테면 맛있는 요리 함께 만들어서 먹기,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추억 만들기 뭐 이런 거 아니었나? 또 휴직 중이 아니었다면 불안해하며 아이를 긴급 보육으로 유치원에 보내야 할 뻔했는데 다행인 거 아닐까.

머리로는 하루하루 시간이 아깝다고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기보다는 흘려보내기에 바빴다. 아이들 밥 챙기고 놀아주느라 스트레스라고 말하면서도 하루 한 끼는 꼭 빵, 인스턴트로 대신하며 평소보다 더 대충 차려주고, 실질적으로 아이와 마주 앉아 온전히 놀아준 시간은 하루 한 시간도 될까 말까 했다. 거기다 둘째는 자주 씻기고 살피지도 못해서 전염병에 걸리게까지 하고 말았다.

반성문을 써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언행불일치,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나. ‘바깥’의 상황을 탓하느라 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것인지 알면서 우습게 생각한 나.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날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나. 약자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설득력 없는 말로 합리화하려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무슨 말을 하다가 첫째가 그랬다.

“엄마 오늘 무슨 요일이야? 유치원에 안 가니까 오늘이 주말인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래. 오늘 날짜도 모르겠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네.”

“맞아.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놀이터도 못 갔는데 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싫어. 근데 엄마! 그거 알아? 하루가 하루를 만든다? 어~그러니깐 오늘이 내일을 만들고 또 하루를 만드는 거지.”

다른 생각을 하다가 아이가 하는 말에 대충 대꾸를 해줬는데 생각해보니 참 그럴싸한 말이었다. 하루가 하루를 만들다니!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7살 딸아이도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이 되고, 이런 일상들이 차곡차곡 모여 또 하루를 만든다는 걸 알았나 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중의 하나.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보지 못한다.’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 글: 이승연 님

*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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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이정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의 빛이 좋다. 빛을 따라 카메라 구도를 바꾸니 훨씬 낫다. 머리가 뜨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자세를 잡고 몇 번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입을 푼다. 분명 몇 번 점검한 시나리오인데, 생방송을 앞두고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보인다. 순서도 엉망이다. 분명 어제까진 마음에 들었던 구성인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술이 바짝 마른다. ‘오늘은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길! 돌발상황이 없길!’ 많은 것을 하늘에 맡기며 ‘액션!’ 방송이 시작된다.

“자! 안녕 6학년~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열심히 수업 시작해보자~ 아직 안 들어온 친구들한테 전화 좀 해 볼래? 다 모이면 오늘 하루 일정 설명하겠습니다!”

왁자지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놀이로 하루를 시작했던 초등교사의 아침이 저렇게 바뀐 지 어느 새 한 달이 넘어간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이러한 수업 형태가 잠깐 머물다 가는 해프닝 정도일 줄만 알고 조금 무리해서 ‘오전엔 화상수업을 한다!’라고 선언해 버린 탓에 할 일이 많아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계속 쌍방향 수업을 한 이유는 거창한 교육적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얼굴 보면서 수업을 해야 나도 더 재밌으니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 작은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매일 쌍방향 수업을 하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겪고있는 소소한 학교 이야기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덜 웃는다. 화면에 비춰지는 아이의 표정이 굉장히 근엄해서 눈치가 보일 때가 있을 정도로. 그런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웃기고 싶다. 교실에서 수업할 땐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과제를 잘 했을 때 보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며 수업에 참여했을 때 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미’에 집착하는 중이다. 근엄한 표정의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웃게 한 뒤엔 검은 화면의 아이들에게 눈이 간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걱정되니 채팅이라도 해달라고 하자, 키보드로 열심히 웃어준다. 한바탕 웃고 나면 교실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도 ‘우리 반’ 이 느껴져서 참 좋다.

2. 산골학교에 아이들이 없으니, 새 지저귀는 소리가 온 학교를 덮었다. 창밖엔 다람쥐가 지나가고, 교실에 딱새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다니던 흙길엔 풀꽃이 자란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내일 아침 퀴즈로 내야지~’ 점점 퀴즈 매니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람쥐가 보일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숨은그림찾기 퀴즈를 내다보니 다람쥐 찾기 도사가 되었다. 이젠 교실에 딱새가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잠자리채로 쉭 잡아챈다. 코로나 이후 잘 하게 된 것이 은근 많다. +동영상편집+다람쥐 찾기+새잡기+퀴즈 만들기+대본 외우기……. ‘에휴 우리 애들도 이 기간동안 잘하게 된 게 한 개는 있어야 할텐데……’ +걱정하기

3. 온라인 수업에서 더욱 빛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온라인 수업을 한 5년은 해본 듯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는 아이들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그 자체! 겨울방학을 지나며 부쩍 커서 그런건지, 온라인이 적성인건지는 개학해서 교실수업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며 괜시리 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으론, 온라인이라는 벽에 갇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안쓰럽다. 하루 빨리 교실수업으로 돌아와 너의 훌륭함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 보이는 것은 과제 미제출 화면뿐이니……. 잔소리만 늘어가는 선생님을 용서해주겠니?

4. 요즘 부쩍 우리 사회가 ‘서로 기대어 사는 삶’이란 것을 실감한다. 힘든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 돌봄으로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아이들, 서로의 고됨과 노력을 격려하는 분위기의 사회까지. 크고 작은 위기가 지나갔고 종식까지는 몇몇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훗날 이 상황을 이겨낸 우리들의 모습을 가르치는 장면을 즐겁게 상상해본다. ‘코로나? 그 때는 말이야~ 말도 마~ 너희 선배들이 얼마나 훌륭했냐면…….’

– 글: 이정훈 님

* 해당 사진은 이미지 활용 사진입니다.

화, 2020/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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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대응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소식을 비롯해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과 관련해 재난긴급지원금과 기본소득에 관한 기고를 전합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은 재난이 고통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재난이 “선물이 도착하는 통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미증유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 속에서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긴급재난지원금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 기본소득이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심대하기 때문에 이미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주기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는 이미 재난 상황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글로벌 자본주의는 그 이전부터 이른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더 불거지긴 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대한 경고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로봇화와 인공지능(AI)의 발전 속에서 더욱 불확실한 미래가 현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갑자기 우리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했는데,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주기화와 장기화는 경제 활동이 주기적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보건뿐만 아니라 경제적 보장, 즉 소득 보장의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전국민고용보험’은 이런 변화에 맞추어 위기 시에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난점이 있다. 사회보험의 한 축인 고용보험(혹은 실업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풀타임 고용을 전제로 한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고용 시기에는 기여금을 내고, 실업이라는 비정상 시기에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필요한 경우 재교육과 훈련 등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계약직  등을 고용보험으로 포괄하는 것은 유인도 적고, 고용-실업을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자영업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어려워져야 실업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적절한 가입 유인을 제공하고, 더 관대한 방식으로 실업을 판정하는 방식을 추구할 경우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고용보험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로 여성인 가정주부가 빠지게 되고, 앞으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고용보험에 포괄될 기회조차 못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고용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며, 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경우 그 사회는 붕괴 지경에 다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전국민고용보험과 함께 고용 유지 지원금 같은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은 모두의 권리이며, 모두에게 경제적 보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런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오늘날 부상한 것은 기존의 복지국가가 잘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복지 체제는 여러 가지 난점을 제외하고도 근본적으로 사각지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분명 여전히 낯선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라는 긴급 사태가 이런 낯선 아이디어에 기대 보편적인 긴급재난지원금의 실시를 가능케 했다. 이는 하나의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전 국민이 보편적인 경제적 보장의 권리를 열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견뎌내고 있는 배경에는 ‘메르스 때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험이 지금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연대의 정신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시대는 누구나 예측하듯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창조성과 연대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한 보편적 권리의 정당성이 있을 것이다.

* 해당 기고의 원문은 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수, 2020/06/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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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이원기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겪은 물리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고 아직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사회에는 우울한 얘기가 가득하지만 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내가 알게 된 사소하지만 즐거운 일들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요즘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들은 마스크 착용에서 비롯된다. 마스크 덕분에 내가 알게 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J군의 헤어스타일 규칙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J군의 헤어스타일에는 규칙성이 있다. 평소에 나는 J군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신경 쓴 날’과 ‘신경 쓰지 않은 날’로만 구분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헤어스타일에는 속에는 비밀이 있었다. 퇴근 전에 업무를 끝마친 날 다음 날에는 머리를 넘기고, 고정한다. 하지만 전날의 업무를 끝내지 못한 날에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출근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일종의 습관같은 것이라고 한다. 학부 때부터 인연이 되어 알고 지낸지 6년이 되어가는 J군의 헤어스타일의 규칙을 마스크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2) 검은색을 선호하는 B군

최근에 사무실에 들어온 B군은 검은색을 좋아한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눠준 흰색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구매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다. B군에게 이유를 물으니 자신은 검은색이 좋아서 따로 구매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평소에도 B군은 검은색 옷을 자주 입었던 것 같다. 회식이나 부서 사진 속의 B군은 검은색 옷과 함께 있다. 다음에 B군에게 무언가 선물을 할 일이 생긴다면 그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사줘야겠다.

3) 눈이 선한 K군

대학부터 동기였던 K군은 선한 눈을 가졌다. 사실 K군의 외모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나 역시도 그래서 장기자랑을 하던 그의 첫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와 K군을 함께 아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K군은 처음 만났을 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낀 K군을 보니 그동안 몰랐던 그의 여린 눈빛을 알 수 있었다. 인상과 달리 다정하여 반전매력을 뽐내곤 했는데 이제서야 그가 가진 따뜻함이 눈에 담겨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나의 사무실 풍경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는 달리 온기가 있다. 우리 사이에는 마스크 착용 덕분에 알게 된 사실들에서 이어지는 시시한 이야기 주제가 있다. 조용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적적했던 사무실은 이제 나름 서로의 목소리로 북적거린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우리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유쾌한 일들이 생기길 응원한다.

– 글: 이원기 님

화, 2020/06/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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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소민 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연준아,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 준비해!”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기 전, 아들은 비장한 각오로 마스크를 귀에 건다.

“오늘도 잘할 수 있지?”

물어보면 연준이는 제법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긴급보육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마스크를 벗으려는 자와 씌우려는 자의 팽팽한 신경전! 이미 하루 에너지의 절반을 다 써버렸다!

이제 갓 세 돌을 지낸 네 살 아이에게 마스크 쓰기는 답답하고, 생소하고, 험난한 사회 적응의 과정이었다. 결국 달램과 으름장으로 마스크를 걸치긴 하지만 그것은 승자 없는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고민의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소아병동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던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 청년은 병원에서의 시간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항상 엄마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병원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일어나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설레고 기다려졌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가 생각났다. 전쟁으로 아들과 어린 아들이 공포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됐는데 아들에게 이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돌려 말하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순식간에 두려움의 시간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바로 이거다!

“연준아, 오늘부터 엄마랑 마스크 게임을 할 거야. 연준이가 좋아하는 캥거루는 항상 배에 아기 캥거루를 안고 다니지? 연준이한테도 아기 캥거루 같이 보호해줘야 되는 친구가 있어. 바로 목이야. 목은 아주 연약해서 세균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해. 연준이가 마스크를 잘 쓰면 세균이 못 들어가니까 목도 안 아프고 핑크퐁 노래도 더 잘 부를 수 있어.”

마스크 하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던 아이였는데 캥거루와 핑크퐁의 등장에 드디어 귀를 열었다. 그 후부터 아이는 목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목아, 내가 마스크 썼어. 안 아프지?”
“목아, 내가 마스크로 이불 덮어줄게.”
“목아, 내가 지켜줄게.”

엄마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에서 모성애를 발휘하듯 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한 엄마와 아이가 한 치 양보 없이 마스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연준이가 빠른 걸음으로 출동해 친구에게 목을 보호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다.

“마스크 하면 핑크퐁 노래도 잘 부를 수 있어!”

그러면 그 아이는 쓱- 마스크를 걸친다. 그렇게 연준이는 마스크 전도사가 되어갔다.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라도 산 날이면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은 위기이자 도전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한되고, 개인과 타인의 위생을 위해 서로 힘써야 했다. 전 국민적인 노력 앞에서 네 살 아이도 예외일 수 없고 그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견뎌야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연준이가 훌쩍 커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이러스가 가득했던 코로나의 시대일까 아니면 신나는 마스크 게임이었을까!

– 글: 최소민 님

화, 2020/06/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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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서경훈 님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우리 가족이 얼굴 맞대며 식사하고 TV를 시청하며 깔깔대며 웃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식사도 모두가 같이 하니 더욱 맛있고 대화가 많아져서 웃음소리가 커졌습니다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우리 큰 애가 이렇게도 말수가 많았었는지. 우리 아들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자기의 이야기로 흥분을 가라앉지 않네요.

온종일 집안에서 얼굴을 부대끼는 게 힘겨울 법도 한데 우리 애들은 더욱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겨우 진정시키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더욱 더 말수가 많아지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도 활발했었지 다시금 놀랍고, 가족의 즐거움으로 가슴 벅찹니다.

코로나19는 자유롭게 외출만 안 될 뿐이지 우리 가족은 더욱 더 친밀하고 활발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 글: 서경훈 님

화, 2020/06/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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