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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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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익명 (미확인) | 금, 2016/03/25- 09:00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세 번째 책
<공부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23_hope book 300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여기에서의 도구는 단순히 ‘일을 할 때 쓰는 연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부 역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다면 공부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상황, 사람, 사물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과제를 적절히 해결하지만, 때론 도무지 ‘어찌할 줄 모르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공부이며, 우리는 공부라는 도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공부는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밥벌이를 위한 공부, 마음을 돌보기 위한 공부, 종이를 잘 접기 위한 공부, 연애를 잘하기 위한 공부 등 우리는 여러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며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공부는, 성장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삶을 속박하고, 그 목적을 협소하게 정의하여 편협화시키고 있다.

<공부중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짚어준다. 공부에 중독되어, 그야말로 공부가 만능이라 생각하는 현상을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과 언어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공부중독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임계치’에 다다르면, 공부라는 블랙홀의 중력장이 힘을 잃어 이 시대의 공부중독이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공부’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무엇인지, 또 이 도구를 어떻게 이용하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공부중독>을 일독하길 권한다.

글 : 박정호 | 경영지원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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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가 연구원을 모집합니다.

(재)희망제작소는 2006년 정부나 기업의 출연금 없이 설립된 민간독립연구소입니다. 설립 이후 시민의 아이디어 제안과 후원, 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 연구를 통해 사회혁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촛불은 ‘시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다’라는 시민 권력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민과 함께 혁신을 만들고 싶은 열정과 의지를 갖고 있는 분을 초대합니다.

1. 모집분야
recruit_20180110_01

2. 채용일정
recruit_20180110_02
* 채용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며, 면접 시 복장은 자유입니다.

3. 근무조건
1) 직급
– 경력에 따라 결정
2) 공통사항
– 급여 ☞ 클릭
– 복리후생 : 4대 보험, 연차ㆍ여름ㆍ경조사 휴가 등
– 근무시간 : 주 5일 09시~17시(점심시간 포함/시차출퇴근제 운영)

4. 제출서류
1) 지원방법
– 지원서와 과제 작성 후 이메일 접수([email protected])
2) 지원서
– 첨부양식 이용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체크 필수)
☞ 입사지원서 다운받기 : 경영기획팀 실무 총괄(클릭) / 시민참여형 연구(클릭)
3) 과제(한글파일로 작성하며, 분량은 자유)
(1) 경영기획팀 실무 총괄
* 비영리 경영 전략(시스템 및 원칙) 효율화 방안
(2) 시민참여형 연구
* 아래 주제 중 1가지를 선정하여 기술해주세요.
– 물질적 자원이 부족한 시민사회환경에서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
– 촛불혁명 이후 변화된 시민사회 연구&활동 환경에 대한 분석
4) 포트폴리오(자유양식이며 의무사항 아님)
– 이력과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 별도의 자료가 있을 경우 함께 제출
※ 서류접수 뒤 확인 메일이 발송됩니다. 메일을 받지 못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 문의 : 커뮤니케이션센터 경영기획팀 (02-2031-2192)

수, 2018/01/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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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8년에는 복된 날이 가득하길 빕니다.

지난해 우리는 엄혹한 세월을 견디는 것을 넘어 새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참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희망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새 정부의 출범은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그 첫 단계는 시민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희망제작소가 ‘시민이 대안인 시대’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짐하고 기도했습니다.

2017년 희망제작소는 부족하지만 온 힘을 다해 필요한 일을 감당했습니다. 협력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습니다. 큰 기대를 받은 만큼 부응하지 못한 면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역혁신, 청소년 창직지원, 시민참여 등 새로운 중간지원모델의 도전에도 나섰습니다. 안팎에서 많은 분이 보살펴주신 덕에 적자도 면했습니다. 숙원이었던 사옥도 마련했습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희망제작소를 새롭게’하여 ‘행복한 시민’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시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시대에 걸맞은 비전과 조직을 만들어 시민행복 시대를 여는 데 힘을 보태자는 것입니다.

먼저 본래 가치에 열심을 다해 일함(務本)으로써 희망제작소의 존재 이유가 뚜렷하게 드러나 저절로 나갈 길이 열리(本立道生)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겠습니다. 일하는 사람(노동자)인지, 골똘히 생각해서 이치를 깨치는 사람(연구자)인지,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사람(지원자)인지, 세상의 주인인 사람(행복한 사람)인지 자문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구성원이 부족한 것을 채우며 협력하고 도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를 성장시킬 것으로 믿습니다.

경청하고 존중하며 공감하지만, 격렬한 논쟁이 살아있는 희망제작소를 만들겠습니다. 서로 질문할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격렬한 질문이 우리의 애정표현이 되길 소망합니다. 실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외부와 협력을 다반사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끊임없이 시민을 만나 함께하자고 말하겠습니다. 거절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집단을 만나겠습니다. 우리가 만날 한 사람, 한 사람이 온 인류의 역사이고 지혜의 보고입니다.

또한 거창한 이론이나 담론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재(再)정의하려 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 일상의 문제와 그 근본의 이치를 깨치는 일로부터 대안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안, 불공정과 불통을 찾아내고, 그 원인과 대안을 천착해 새로운 희망을 빚겠습니다.

나아가 희망제작소는 시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시대의 요청에 ‘희망제작소’답게 응답하겠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믿음을 잊지 않고, 옳은 방향을 향해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무술년 새해 큰 뜻을 세우고 멀리 바라보겠습니다.(大志遠望)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겠습니다.(切問近思)
편안함을 찾지 않겠습니다.(無逸)

희망제작소와 함께해 주시는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염치 불고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 합니다. 새 사옥을 마련했지만 적지 않은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경계가 없는 어울림공동체(모울)’를 키우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땅히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정성이 더해진다면, 그 의미는 더 커지리라 믿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새로운 터전 ‘희망모울’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민이 모여 희망을 만들 수 있는 터전을 일굴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 희망제작소 후원하기 / 후원금 증액하기

날마다 서로 돕는 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두 손 모아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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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밀레니얼세대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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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밀레니얼세대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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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파란만장 방황의 끝에서 간신히 마음의 여유를 찾은 인간 35년 차,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고 칠 준비 중인(?) 시민사회 펀드레이저 3년 차 희망제작소 박다겸 연구원입니다.

사실 ‘시민’이라는 말도, ‘펀드레이저‘라는 말도 참 오글오글 어색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열정 두 스푼에 노력 세 스푼, 거기다가 시민사회와 후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다섯 스푼 정도 추가되니 이제 제가 하는 일에 재미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네요. 일에 대한 재미와 경험이 쌓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기회가 보이고, ‘넌 할 수 있어’라고 소리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정체 모를 근거 없는 자신감에 힘입어, 여러분께 희망제작소 펀드레이저로 일해 온 약 3년이란 시간 동안 제가 배운 후원에 대한 몇 가지 깨달음과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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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왔다 갔다 시민사회 펀드레이저의 시소

시민사회단체는 인력 구조상 많은 인원을 후원사업에 투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담당자들은 보통 후원예우·서비스 프로그램과 후원개발업무를 동시에 맡곤 하는데요. 후원예우·서비스가 후원에 대한 만족을 높여 지속적인 후원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해지를 막기 위함이라면, 후원개발은 캠페인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잠재 후원자를 발굴하고 새로운 후원과 참여를 끌어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자를 펀드레이징 업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시민사회단체의 후원담당 실무자는 보통 후원예우·서비스와 후원개발업무를 시소 타듯 잘 조절하며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게다가 후원회원 정보와 후원금 관리까지 하게 되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인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로 2017년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새해도 여전히 바쁘지만, 이 글을 쓴다는 핑계로 잠시 한숨을 돌리며 작년을 돌아보고 2018년을 상상해봅니다.

조금 상투적인 명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은 그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못하다’ 노자의 말처럼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역량을 강화해 문제해결 능력, 나아가 대안을 찾는 힘을 키우는 곳입니다. 희망제작소의 활동은 특정 영역 또는 특정 사회 문제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이 능동적으로 삶의 대안을 탐구하고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희망제작소만의 방식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공감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제 삶을 가득 채운 후원회원분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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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사람들

2015년 아름다운재단에서 조사한 기부실태 자료에 따르면, 기부를 해본 적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45.61%였습니다. 주요 기부 분야는 국내 사회복지자선단체, 종교단체, 해외구호단체가 각각 30%씩 차지했고, 시민사회단체를 기부하는 사람은 3%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45.61%의 기부자 중 시민사회에 기부하는 3%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하죠.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도 이 1%에 속합니다. 다르게 보면, 우리나라 99%의 사람들은 희망제작소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에 후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됩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공익법인 8천여 곳의 기부금 총수입은 5조5천645억 원입니다. 인구의 반이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에게 2,500만 명의 잠재 기부자가 있다는 건데 그중 약 0.02%인 4,370명이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있는 거죠. (2018년 1월 후원회원 수 기준) 후원회원의 수나 활동 예산 규모로 보면, 희망제작소는 국내 시민사회단체 중 상위 10%에 포함됩니다. 기부 시장에서 시민사회 전체의 입지가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더 많은 후원과 시민의 참여를 위해 희망제작소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특히 시민사회 펀드레이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기부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기부를 합니다. 보통은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남을 돕는 행위 자체가 행복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기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이유로 후원을 결정합니다. 지난 3년간 많은 후원회원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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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희망제작소의 기부자(후원회원)는 직업과 나이에 상관없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입니다. 희망제작소는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기부자가 수혜자가 되기도 하고 수혜자가 다시 기부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분들은 삶에 대한 의미와 방향성을 깊이 고민하며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에 대한 대안을 찾고 그 변화에 기여하려 노력합니다. 자기 삶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과 미래 세대에게 다양성이 존중받는 평등한 세상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시민사회 미션에 강하게 공감하고 후원을 하며 스스로 성장합니다.

둘째, 희망제작소에는 다양한 후원회원 그룹이 있습니다. 고액후원자 그룹도 있는데요. 이들은 자신의 삶의 안정과 성공이 오로지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부를 사회로부터 얻은 혜택을 돌려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회에 진 빚을 갚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슐리 윌리언스(Ashley Willians) 교수는 기부자의 자아인지 성향이 기부 패턴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는 성공이 개인의 성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부에 대한 강한 동기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반대로 개인의 노력을 넘어 사회적 구조나 시대 상황 요인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situationally caused) 이들은 사회 환원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고 기부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희망제작소에는 1004클럽과 호프메이커스클럽(HMC), 두 종류의 고액기부자그룹이 있는데요. 크고 작은 성공을 하고 존경받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살아오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이 사회에 빚진 마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고액 기부자를 개발하려는 시민사회 펀드레이저는 이런 동기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에 맞춰 요청 메시지를 작성하고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요.

셋, 희망제작소 기부자는 단순히 착한 일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불평등 해소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대다수는 종교단체, 학교나 교육기관, 어린이 결연단체, 지역복지단체 등 다수의 비영리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취약계층에 대한 물품이나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더 많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기에 희망제작소에 함께 후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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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부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마틴 루터킹은 ‘기부는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기부를 해야만 하는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인 불평등과 부조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는데요. 모든 종류의 기부는 궁극적으로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불평등 해소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종문제와 사회정의에 대해 연구하고 TandemED를 공동 창업한 도리안 버튼과 브라이언 바네스는 기부를 결정하거나 기부에 대한 영향력 평가를 할 때 정의 기반 기부 프레임워크 (Justice-based giving framework)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기부라는 행동이 생각보다 능동적인 사회 참여라고 말하며, 기부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을 조성하고 수혜자에 대한 인식을 취약계층에서 동반자로 변화시키는 시민 행동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수혜자가 처한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면 수혜자와 기부자를 사회적으로 분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오히려 강화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기부의 성과와 영향력을 말할 때, 얼마나 많은 수혜자에게 얼마나 질 좋은/많은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결과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이런 성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리안과 브라이언은 사회의 어떤 불평등과 부조리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사회 정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구체적으로 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질문에 희망제작소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아름다운재단 2015년 개인기부 실태조사 (자세히 보기)
2) 연합뉴스 ‘공익법인 기부금 5조6천억 원…인구 1인당 10만8천 원’ / 2017.9.24. (자세히 보기)
3) Dorian O. Burton & Brian C.B. Barnes / Shifting Philanthropy from Charity to Justice, SSIR / 2017.1.3

– 글 : 박다겸 |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8/01/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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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내용과 무관합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 서울러(서울사람)과 지방러(지방사람)의 차이 / 트위터 갈무리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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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왕이 누군지 알아요?” 얼마 전 성당 주일학교 초등학생이 낸 퀴즈다. 나는 스무 살부터 집 근처 성당에서 13년간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답을 맞히려 끙끙대는 나를 올려다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을 흘리는 아이에게 역으로 퀴즈를 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숫자는?”, “십구만(190,000)이요” 나의 완패다. 아이는 답을 생각해보라며 뒤돌아 가버렸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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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왕이 누군지 알아요?”

얼마 전 성당 주일학교 초등학생이 낸 퀴즈다. 나는 스무 살부터 집 근처 성당에서 13년간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답을 맞히려 끙끙대는 나를 올려다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을 흘리는 아이에게 역으로 퀴즈를 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숫자는?”, “십구만(190,000)이요” 나의 완패다. 아이는 답을 생각해보라며 뒤돌아 가버렸다.

긴 시간을 아이들과 만나왔기 때문일까?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냐고. 그럼 답한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주면 친해질 수 있다고. 어떻게 하면 마음을 열어주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우선,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최고다. 시간을 내서 함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유치함과 더불어 5개 정도의 아재개그를 장착하면 이미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다. 또한 아이들과 만날 때 ‘성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의외로 어른보다 성숙한 마음을 지닌 어린이들이 많다. 괜히 어떤 이미지로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면 제대로 친해질 수 없다. 즉, 정신을 놔야 한다. 아이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른이라는 권위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친해졌더라도 다시 멀어진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아이들은 꽤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가끔 과도하게 고집부리는 일도 있지만 이는 감정의 영역이라 비상식적인 모습이 발현되는 것일 뿐,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가가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후후. 적고 보니 뭔가 아동심리를 전공한 사람 같다. ‘제법인데’라는 자뻑 증상이 올라온다. 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돌봄을 받고 있는데 말이다. 사회생활 6년 차, 어른들의 세계에만 머무르다 보니 과도한 진지함에 종종 나 자신이 딱딱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굳어가는 마음에 빛이 되어주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울타리 없는 관계를 맺고, 그들의 따뜻하고 맑은 표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장해제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아이처럼’ 되려고 한다. ‘어른스럽게’라는 말은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에게서 내가 찾아야 할 내면의 모습을 발견한다. 기쁘면 배꼽이 빠져라 웃고, 놀 때는 근심걱정 다 내려놓은 채 미친 듯이 놀고, 일할 때는 열심히 업무에만 집중하는… 현재에 충실하며 순간을 깊이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아재개그(ㅋㅋ)를 열심히 연구한다.

그런데 도대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임금은 누구일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검소하게 살고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503호의 그분?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 거지 왕초? 벌거벗은 임금님? 여러 답을 준비해 그 녀석을 찾았다. 내 기세가 당당해 보였던 걸까? 아이는 다소 긴장한 것 같다. 그러나 하나하나 답을 꺼낼 때마다 승부의 축은 아이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모두 틀리고 말았다. 답이 뭐냐는 질문에 아이는 “최저임금이요.”라고 말한다. 또다시 나의 완패.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다.

– 글 : 박정호 |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8/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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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입니다.
공개채용 서류전형 합격자를 다음과 같이 공지합니다.

이번 채용에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습니다.
아쉽게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서류 합격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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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 장소 : 희망제작소(오시는 길)

● 면접 일정
– 1/30(화)

※ 합격자에게는 메일로 세부일정을 보내드리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 문의 : 경영기획실 권성하 선임연구원 (02-2031-2192)

금, 2018/01/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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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뭐 하는 곳인데요?”저는 이 질문을 좋아합니다. ‘희망제작소’의 활동과 가치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은 셈이니까요. 하지만 답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활동과 사업을 하나씩 소개하면 너무 다양해서 쉽게 와 닿지 않고, 한 줄로 정리해 “시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민간독립 싱크앤두탱크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도 다소 추상적이라 잘 와 닿지 않습니다.

* 1편에 이어집니다 (1편 ‘시민사회단체 펀드레이저의 고민과 희망 ①’ 보기)

“희망제작소가 뭐 하는 곳인데요?”

저는 이 질문을 좋아합니다. ‘희망제작소’의 활동과 가치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은 셈이니까요. 하지만 답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활동과 사업을 하나씩 소개하면 너무 다양해서 쉽게 와 닿지 않고, 한 줄로 정리해 “시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민간독립 싱크앤두탱크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도 다소 추상적이라 잘 와 닿지 않습니다.

본인의 사업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은 답하는 것에 좀 더 어려움을 느끼는 듯합니다. 각자의 사업에 대해서는 밤을 지새우며 신나게 설명할 자신이 있지만, 희망제작소 전체 활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항상 막막합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의 새해는 항상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뜨거운 고민과 토론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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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따로 마음 따로, 쉽지 않지만 희망제작소가 선택한 길

희망제작소는 기존 단체 분류와 정의에서 딱 맞는 옷을 찾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난해 활동과 올해의 활동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요구와 변화에 따라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호함과 변동성은 후원회원이나 연구원, 그리고 주요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와 소통을 종종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함은 우리 사회에서 희망제작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서울에는 약 2,700여 개의 비영리단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 약 80%의 단체는 거시적인 의제를 다룹니다. 나머지 20%는 서울 지역(광역 부문)과 관련된 의제를 다루거나 더 작은 지역 단위(기초 부문)의 의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희망제작소는 80%의 단체들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지만,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 참여 기반으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것에 미션을 두고 있다는 점은 20%의 단체들과 닮았습니다. 이렇듯 희망제작소는 몸은 중앙에, 마음은 지역에 둡니다. 서울에 집중된 자원을 개발하고 연계해서 지역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중앙과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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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재단법인’이라는 형태로 지역 기반의 풀뿌리단체들과 지역에서 혁신의 대안을 찾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민들을 대신해서 필요한 자원을 모아서 지원하려 합니다. 지역단체의 지속성과 성장을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한데요. 앞으로 희망제작소는 자체 연구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사회혁신가들과 지역의 풀뿌리단체를 위한 기금을 개발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재단법인의 역할도 강화하려 합니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펀드레이저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우선 저 멀리 깃발부터 꽂아두고 고민을 진전시켜보려 합니다. 기금 배분 사업의 목적은 철저히 지원단체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배분 사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희망제작소 미션에 부합하는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획일화된 기준으로 지원단체를 선정하고 배분 단체가 정해둔 성과 지표를 적용하는 방식은, 각자의 특색과 배경을 가진 풀뿌리단체의 다양성을 해치고 배분단체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게 됩니다. 풀뿌리단체 고유의 색과 가치를 보존하면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배분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로 평가하고 투자하는 새로운 배분 모델, 공동배분서클(Shared Gifting Circle)

2017년 스탠포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SSIR)와 엠브리 가족 재단(The Embrey Family Foundation)은 새로운 방식의 배분 프로그램을 실험했습니다. 바로 공동배분서클(Shared Gifting Circle) 프로그램입니다.

공동배분서클 프로그램은 배분단체(기부자)에게 결정권이 있던 기존 배분사업의 틀을 깨고, 배분을 받는 단체(수혜자)에 배분 결정권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수혜단체들이 함께 논의하여 단체별 기부금액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배분단체(재단)는 6~12곳의 지역단체를 초대해서 하루 동안 심도 있는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지역단체는 각각 1만 달러(한화 약 1천만 원)의 기금을 받지만 그중 8천 달러를 타 기관에 배분해야 합니다. 단체들은 사전에 제안서를 공유하고 서로의 제안을 충분히 숙지한 후 워크숍에 참여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목표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이 진행됩니다. 논의가 끝나면 각 단체는 8천 달러를 어느 단체에 얼마나 배분할지 이유를 곁들어 설명합니다. 이후 각 단체는 배분받은 기부금에 대한 성과보고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한 후 마무리 짓습니다.

▲ 출처 :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http://www.ssir.org)

▲ 출처 :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http://www.ssir.org)

공동배분서클 프로그램의 건강한 경쟁은 예상외로 많은 가치를 창출합니다. 현장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단체들이 서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사업 계획은 더욱 정교해집니다. 서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강화해 힘을 합쳐서 새 제안을 내놓거나 다른 기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기금 제안서만 썼던 풀뿌리단체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른 단체의 제안서를 읽으면서 기부자 또는 투자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는데요. 이는 폭넓은 관점으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프로그램을 향상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성산동에서 새로 시작할 희망제작소만의 펀드레이징

희망제작소가 이런 배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풀뿌리단체의 역량과 자생력을 키울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조사와 세심한 기획, 기금조성을 해야 합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시민연구 허브의 역할을 강화하고 시민사회에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며 시민의 힘을 연결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희망제작소가 만들어 갈 사회혁신 여정에 함께 해주십시오. 그리고 희망제작소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의 주인이 되어주세요.

* 1만 원 정기후원 신청하기 : http://bit.ly/1Mqt3om
* ‘희망모울’ 벽돌기금 일시기부하기 (10만 원) / 계좌번호: KEB하나은행 271-910002-36004
* 문의 : 박다겸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02-2031-2170, [email protected])

– 글 : 박다겸 |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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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비정부단체의 활동공간으로서 서울지역 시민사회의 지형 / 한일장신대학교 NGO정책연구소 조철민 전임연구원 / 공간과사회 2015년 제25권
2) Shared Gifting : Shifting Funding Power to Nonprofits / Kelley Buhles / 2017.08.22 (자세히 보기)

월, 2018/01/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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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실사구시 정책과 다양한 사회혁신 방법론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2006년 창립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 섹터가 경계를 넘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지향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서대문으로부터 <서대문 50플러스 센터> 운영을 위한 수탁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와 <서대문 50플러스 센터>의 비전에 공감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할 분들을 모십니다.

1. 서대문 50플러스 센터 개요
○ 비전 : 지역과 희망을 잇는 50플러스의 성장학교
○ 주요사업
– 50플러스의 자기주도성을 고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실행
– 지역의 자원과 협력하여 50플러스의 다양한 공동체 활동 지원
– 지역에 밀착한 50플러스 커뮤니티 활성화 기반 마련
○ 위치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484 유진상가 2층
○ 위탁운영기간 : 2018년 2월~2020년 12월

2.채용분야
○ 서대문 50플러스 센터 근무 직원
○ 채용형태 : 계약직
– 센터 직원은 희망제작소 연구원 혹은 지방 공무원이 아니라 ‘서대문 50플러스 센터’ 소속으로 위탁운영기간 동안 근무
○ 계약기간 : 채용일 ~ 2020년 12월
○ 공통 사항
– 50플러스 세대의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고자하는 욕구와 열정이 있는 분
–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춘 분
– 지역과 마을사업, 공동체 활동에 관심 있는 분
–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적극성을 가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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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채용일정
– 서류접수 : 2018년 2월 19일(월) 18시까지
– 서류합격자 발표 : 2018년 2월 20일(화) 18시
– 면접 : 2018년 2월 27일(화) / 세부시간 및 장소 추후 안내
– 출근예정일 : 추후 조율

4. 지원양식
– 지원서 양식 (다운로드 받기)
– 공통과제 : 서대문 50플러스 센터의 비전을 실현하면서 고유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기획안 제출 (필수 제출. 형식과 분량 자유. 단, 경영지원팀은 제외)

5. 지원방법
– 지원서와 과제 작성 후 이메일로 제출([email protected])
– 제출마감 : 2018년 2월 19일(월) 18시

6. 근무조건
○ 급여
– 경력에 따라 지방정부 민간위탁기관 인건비 기준에 준하여 예산 범위 내에서 결정
○ 근무시간
– 일 8시간 (09:00~18:00)
– 센터 업무에 따라 야간 근무, 주말 당직 근무 시 연장 근무할 수 있습니다. (대체휴가 부여 야근수당 지급)
○ 복리후생
– 4대 보험, 연차, 대체, 여름, 경조사 휴가 등

7. 문의
– 희망제작소 경영기획실 (02-2031-2192, [email protected])

월, 2018/02/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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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추위의 기세는 등등합니다. 추울수록 서로를 보듬는 우리네 정은 더 두터워질 것으로 믿습니다. 겨울이 깊어지는 것은 봄이 가까워진 탓이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이한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논란, 법원행정처 블랙리스트 2차 조사 결과 발표, 서울시 미세먼지 대응 논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안미현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이런 논란과 사건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기득권 문제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비트코인 논란에는 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사회경제구조가, 법원행정처의 블랙리스트 사건에는 사법부의 기득권 구조가, 서울시 미세먼지 대응 논란에는 시민 생활의 위협을 방치한 중앙정치의 폐해가,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에는 대의를 위해 개인은 희생해도 된다는 오만이, 검찰 성추행 사건에는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가, 수사 검찰에 대한 외압에는 권력 집단 간의 짬짜미가,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는 재벌에만 유독 관대한 한국 법원의 관행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촛불시민혁명은 시민 개개인이 모두 주권자이고,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아직 기득권의 뿌리를 흔들지는 못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위임하고 구경하는 ‘관객 민주주의’로는 그들의 견고한 뿌리를 뽑을 수 없음을 날마다 깨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이 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산더미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어떤’ 시민이 곳곳에 있습니다. 법원 불법 사찰 피해자들의 증언,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외침, 시민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서울시의 결단, 피땀으로 준비한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는 동의 받지 못한 대의명분의 허구를 고발한 선수, 현직 검사의 수사 외압 폭로가 그렇습니다. 기득권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벽을 향해 화살을 던지는 시민이 있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누구도 자기 일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했을 터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대변하고 주장했습니다. 힘없는 개인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절실하기 때문에 주장하고 호소했습니다. 제도가 보장한 청원과 기성 언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흩어져 있지만 디지털로 연결된 ‘새로운 시민’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수많은 시민이 공감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기득권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장정에 나선 한 사람의 시민을 다른 시민들이 지켜주고 있습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부조리를 바꾸려 도전하는 시민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할 수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성찰합니다. 연구자와 운동가가 앞장서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신의 문제와 씨름하고 실천 중인 시민과 함께하는 길이 대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유류 피해를 당한 태안의 한 시민이 전 세계 유류 피해 회복과정을 조사하면서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고자 나선 평범한 시민이 정부도 못 하는 수탈당한 문화재의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시민연구자들, 스스로 대안이 되어 고민하고 도전하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희망제작소 중심으로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절실한 필요가 담긴 연구를 연결하고 거드는 길을 꿈꿉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민족 대명절 설이 다가옵니다.
기쁨을 나누는 시간 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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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포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중 절반 이상인 51%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취업포털 ‘사람인’ 성인남녀 966명 대상 조사 / 2017년) 이번 설에는 ‘배려’의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힘’을 북돋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황금개띠의 해, 무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월, 2018/0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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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모처럼 긴 휴가를 맞이해 읽고 싶은 책을 꺼냈다.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출간 당시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늦게 읽게 됐지만, 명절을 앞두고 만나서 그런 걸까. 작가의 말처럼 설날에도 자꾸만 김지영 씨가 어딘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여느 며느리처럼 설날을 맞이하여 시댁에 들러 인사드리고, 전을 부치고, 고기를 다지고, 설거지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러다 기억에 묻어둔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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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모처럼 긴 휴가를 맞이해 읽고 싶은 책을 꺼냈다.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출간 당시 많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늦게 읽게 됐지만, 명절을 앞두고 만나서 그런 걸까. 작가의 말처럼 설날에도 자꾸만 김지영 씨가 어딘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여느 며느리처럼 설날을 맞이하여 시댁에 들러 인사드리고, 전을 부치고, 고기를 다지고, 설거지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러다 기억에 묻어둔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일곱 살쯤 되었을까. 명절을 맞아 차례를 지내러 가는 길이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엄마는 현관을 나서다 말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꼭 가야 하냐’고 말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엄마가 왜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시골 가는 길에 분위기를 망쳤다고 짜증 부리던 기억만 난다. 스물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린 내가 친척 어른들에게 두둑한 용돈을 받는 동안, 엄마는 뒤편에서 사진으로만 접한 조상님을 위해 땀 흘려가며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또 다른 차례 준비로 고통받고 있을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우리집 명절 풍경이 달라졌다. 추석에는 엄마의 고향에 갔고, 설에는 아빠의 고향으로 향했다. 나는 그저 좋았다. 보고 싶은 친척을 만나고, 용돈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연휴 내내 즐거움을 만끽했다. 어린 마음에 한 번씩 번갈아 가는 게 공평해 보이기도 했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그게 당연한 거로 생각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명절 풍경이 또 달라졌다. 설에 시골을 가지 않고 우리집에서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아빠가 장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왜냐고 묻지 않았다. 더는 차례상을 준비하지 못하시는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될 뿐이었다.

당시 집안일을 도맡았던 아빠는 설을 맞이해 과일을 사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쳤다. 엄마는 애쓴다며 장 보는데 필요한 비용을 보탰다. 다른 집에서 보기 힘든 흥미로운 그림이었다. 감정이 요동쳤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엄마가 더는 명절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이 찾아왔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하고, 어떤 사람들은 며느리를 ‘사직’하고 친정에 갔다.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우리집이 차례를 지낸 후 남은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TV로 올림픽 경기를 보며 연휴다운 연휴를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82년생 김지영’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김지영 씨의 모습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았기 때문일까.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 ‘82년생 김지영’ 작가의 말 중

– 글 : 김수영 | 일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8/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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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희망제작소에 따뜻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한 할머님께서 손주를 위해 희망제작소 1004클럽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반갑고 고마운 얼굴을 보기 위해 할머님과 손주를 뵈러 연구원 몇몇이 길을 나섰습니다.

1004클럽은 우리 사회를 바꾸는 소셜디자이너 1004명이 참여하는 희망제작소의 1천만 원 기부자 커뮤니티입니다. 자신만의 맞춤설계로 모금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천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희망제작소에 따뜻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한 할머님께서 손주를 위해 희망제작소 1004클럽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특히 이 후원은, 희망제작소의 새 공간 ‘희망모울’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라고 보내주셔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반갑고 고마운 희망모울 기부자님을 뵈러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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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의 이름은 원정연.
올해 10살이 된 정연이는 희망제작소에서 유명한 친구입니다.
어른들도 오르기 어려워하는 산을 강산애 대원들과 함께 5년 넘게 타고 있기 때문인데요. 풍경이 좋았다던 설악산은 물론, 그 힘들다는 지리산 종주도 해냈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고만 생각해도 60곳 정도를 오른 셈입니다. 등산을 질색하는 연구원에게 ‘산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원래 산은 먹으러 가는 거라는 등 강산애에서 만난 한 박사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정연이가 처음 산에 오른 나이는 4세입니다.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데요. 아빠의 등에 업혀 남산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정연이의 아버지는 1004클럽 원종철 후원회원으로 누나인 1004클럽 원종아 후원회원을 통해 희망제작소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원종철 후원회원은 몸과 마음이 힘들던 때 강산애 대원들과 산을 타면서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시 네 살이던 정연이도 그렇게 함께 산을 오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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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원종아, 원정연, 원종철 후원회원

이후 원종철 후원회원은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정연이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일까요? 강산애 대원들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마음을 나눴기 때문일까요? 원종철 후원회원은 누나인 원종아 후원회원에 이어 희망제작소 1천만 원 기부자 커뮤니티인 1004클럽에 가입하게 됩니다. (원종아 후원회원 인터뷰 보기)

한 가족의 기부

작년 12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밤에 오셨던 정연이의 할머니 조순자 님은 수 년간 지역자치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 발전에 힘쓰고, 여타 다른 기부 활동에도 끊임없이 참여해오셨는데요.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민의 노력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셨기 때문인지, 희망제작소에 정연이의 이름으로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희망제작소의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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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후원이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정연이가 대답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
그러자 고모와 아빠가 웃으며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기부하는 거야.”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 주는 거야.”

할머니의 기부로 정연이도 이제 사회를 변화시키는 천사가 되었습니다. 천사가 된 걸 축하한다고하자, 왜 자기에게는 날개가 없느냐고 합니다. 아빠가 대답합니다.
“20살이 되면 생기는 거야. 어른들은 접고 다니는 거구(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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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윗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종아, 조순자, 원정연 후원회원

정연이가 어른이 되는 즈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곳이 되어있을까요? 원종철 후원회원 가족의 기부는, 강산애 모임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돌보아 준, 작지만 더 좋은 사회를 경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 역시 다르지 않겠지요. 우리 모두 정연이를 비롯한 다음 세대를 위해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우리의 천사가 되어준 분들을 위한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 글 : 유다인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8/02/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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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희망이 함께 모여 세상으로 울려 퍼집니다. 희망제작소가 12년 만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시민 누구나 대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 올해 희망제작소가 ‘희망모울’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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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2/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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