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5일 이동통신사로부터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의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가 도착했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1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2건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에 해당 자료제공을 요청한 사유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은 ‘자료제공요청서 공개’관련 통신사에 요청한 사실은 있으나, 해당 요청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에 의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 정보공개결정 중 ‘비공개결정’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에 대한 공개결정을 ‘공개’로 처분하여 정보공개시스템 상 이의신청을 바로 할 수 없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정보공개포털 이용 시 해당 정보가 ‘비공개’ 혹은 ‘부분공개’결정 처분이 되었다면 이러한 결정을 다시 심의해 달라는 의미의 ‘이의신청’절차를 정보공개포털에서 자동으로 손쉽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이러한 결정형태는 정보공개처리의 기본도 모르는 처리과정입니다. 만약 해당내용을 청구한 후 공개내용은 비공개이지만 결정통지자체는 ‘공개’로 처분 받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즉시 해당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비공개’결정으로 변경해 달라 요청하여야 합니다. (정보공개 처리 공무원은 정보공개포털을 이용하여 해당 결정통지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지방경찰청이 비공개 사유로 제시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에 의해 비공개가 적법한 처분인지 추후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해당 내용에 대한 과정을 상세하게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보공개청구 후 비공개나 부존재통지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이 집무 시간 중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또 향후 보고 시점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 대통령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여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2017년 10월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주간 단위로 대통령 주요 일정을 사후공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일정공개 캘린더
이러한 일정공개는 대통령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정보공개포털의 메뉴가 개편되면서, 장관 등 주요 중앙행정기관장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각 부처/기관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기관장 일정들을 링크하고 있어, 누구나 편하게 기관장들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포털의 일정공개 페이지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일정 공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주요 일정을 공개한다고는 하나, 어느 곳은 매일 매일 하루 일과표에 가까울 정도로 자세히 공개하고 있는 곳도 있고, 반대로 페이지만 만들어놓고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지난 2월 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라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러 장관과 기관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회의였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노석환 관세청장 등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 비상 사태'를 맞이하여 여러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인 회의인 만큼, 관련 언론 보도도 많았고, 오늘(2월 12일)까지 사나흘에 한번씩 같은 명목의 회의가 열렸을 정도로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고 있을까요?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의 일정을 하나 하나 찾아봤습니다.
먼저 홍남기 경제부총리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입장인 만큼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2월 5일 일정공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는 홍남기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고위 당정협의회 일정은 올라와있지만, 정작 경제관계장관회의 일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 2월 주간일정
이재갑 노동부장관의 경우 5일 일정이 아예 아무것도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이재갑 노동부장관 일정공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5일 일정은 텅 비어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2월 일정 공개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은 이 날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2월 5일 일정
똑같은 회의에 참석한 다섯 명의 장관 중, 회의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장관은 두 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부처별로 '주요 일정'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안하는 것도 아닐테구요. 그러나 장관급들이 대거 모이는 중요한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일정을 공개하고, 누구는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정공개' 정책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일정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바쁘기로 유명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지만, 서울시 일정공개 페이지만 보면 한가하기 그지 없어보입니다. 지난 주인 2월 3일부터 2월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울시장 일정은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2월 4일, 서울시립대를 찾은 박원순 시장
지난 2월 4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립대를 찾아 중국인 유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한 행보인데요, 서울시장은 당연직 서울시립대 이사장인 만큼 공적인 일정을 수행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협력을 건의하였고,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생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정작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2월 4일 일정
그러나 서울시장의 일정을 공개하는 소셜시장실에 2월 4일 일정을 확인해보면, 아무런 일정이 올라와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서울을 위한 구상 중"라는 문구만 덜렁 놓여있는데, 차라리 "일정이 아직 등록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적어놓는 편이 나을 듯 합니다.
아예 일정공개 자체를 안하고 있는 도지사도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입니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는 분명 도지사 일정 캘린더가 마련되어 있지만,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메뉴만 만들어놓고, 버려진 셈입니다.
몇년 째 아무런 일정도 공개하고 있지 않은 강원도청 홈페이지
이렇게 대다수 고위 공직자들이 일정 공개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히도 모범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공직자 일정공개의 원 취지에 맞도록 제대로 공개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양승조 도지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요 일정 뿐 아니라 일상적인 보고나 접견 등의 일정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일정을 공개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
양승조 도지사와 관련한 언론보도들과 대조해보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제공될 만한 일정 모두를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대로 공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월 4일 국무회의 참석, 천안아산 강소특구 현장조사, 현장간담회, 지원금 전달식, 5일 방역단 발대식,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관리회의, 6일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임용장 수여 등 기사로 보도된 크고 작은 동정들을 시간대별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죠.
2월 4일 일정표에 공개된 현장간담회
양승조 도지사는 최근 우한 교민들이 격리되어 있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 현장 집무실을 마련하여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는데요, 일정공개 자료에서도 아산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면, 행정에 대한 불신도 사그러들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뿐인 일정공개가 아니라, 정말로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관장 본인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공직자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 제대로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3월 26일 ~ 27일 동안 이번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추출/가공한 21대 총선 후보자(지역구/비례대표) 명단을 공유합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지역별로 출마 후보들을 살펴보게 되어 있어, 편의를 위해 한 시트에 몰아넣었습니다.
정당 / 성명 / 성별 / 생년월일 / 연령 / 주소 / 직업 / 학력 / 경력 / 재산신고액 / 병역신고사항 / 납부세액 / 체납액 / 전과기록 건수 / 입후보 횟수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은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30여년 간 중단되었던 지방의회는 1991년 3월 26일 전국 기초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부활했고, 이후 일곱 번의 동시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지방의회는 시민들에게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기초의회의 경우, 광역의회와 통폐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2019년 1월 예천군의회에서 벌어진 '가이드 폭행' 사건 때에도, 2020년 7월 김제시의회에서 벌어진 '불륜' 파문이 있을 때에도 기초의회는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잇달았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잊을만 하면 터지는 기초의회를 둘러싼 사건사고들을 살펴보고자,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기초의원들의 징계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번 기초의회가 출범한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11월 30일까지, 2년 5개월 간 전국 226개
청구 결과, 모두 75건의 징계 의결이 있었습니다. 지난 기초의회(2014~2018)에서 4년 간 총 58건의 징계 의결이 있었다는 점을 참고했을 때, 아직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한 이번 기초의회에서 더 많은 징계가 이뤄진 것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고, 징계를 받은 이후 소송을 통해 징계 처분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으나, 일단 기초의회에서 징계 의결이 된 경우들은 모두 포함하여 어떤 사건사고가 있었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국 기초의회 중 징계 의결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한 곳은 대전 중구의회였습니다. 무려 13건의 징계가 있었는데요, 특히 원 구성 보이콧, 정치자금법 위반,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두 차례 성추행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결국 제명된 박찬근 전 의원은 홀로 네 번이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전 중구의회는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잡음으로 원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보이콧에 참여한 의원 여섯 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기록도 세웠는데요, 이러한 파행으로 시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구 중구의회 박찬근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기자회견
각각의 징계가 왜 이뤄졌는지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정보공개 청구 시, 징계를 받은 근거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기초의회는 간략한 근거 규정으로 답변했을 뿐, 정확히 어떤 비위 내용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75건의 징계 내역에 대해 하나하나 검색을 통해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이 담긴 언론 기사들을 찾아냈습니다. 각기 다른 75건의 징계 사유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정리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건 사고는 욕설과 막말, 폭행 사건으로 인한 징계였습니다. 시민을 상대로 욕설을 해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고, 동료 의원끼리 막말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서로 욕설을 퍼부어 화제가 된 구미시의회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기초의원의 지위를 남용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가족이나 지인의 사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도록 하는 등, 이권 개입과 관련한 징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유독 이권 개입으로 인한 징계 사례가 많은 곳은 광주 북구의회였는데요, 자신이 운영하던 인쇄광고 업체를 배우자 명의로 등록하고, 열한 건의 구청 수의계약을 따낸 구의원이 30일 출석정지를 당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광주 북구의회에서는 겸직 신고를 허위로 하고 구청에 꽃을 납품한다거나, 선배가 운영하는 기업을 공공연히 구청 내외부에 홍보한 의원들이 드러나 줄줄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또 특기할만한 점은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징계를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방의원들은 이해 충돌 문제로 인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관의 임직원을 겸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초의원들이 어린이집 원장을 겸하면서 기초의원직을 수행하여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대구 서구의회 민부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구경북기자협회 성명서
기초의원들의 SNS 활동이 징계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구 서구의회 민부기 전 의원입니다. 민부기 전 의원은 SNS에 자신이 공무원을 심하게 질책하는 영상을 생중계하여 논란을 빚은 것에 이어, 구청 출입기자들의 개인정보가 드러난 명단을 SNS에 올려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여성 기자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또다시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갖가지 사건 사고들에 이어, 민간업자에게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1200만원짜리 환기창을 기부채납 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겹쳐 결국 지난 해 12월 의회에서 제명 의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징계 수위는 어땠을까요? 가장 많이 이루어진 징계는 '30일 출석정지'였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방의원의 징계 종류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그리고 제명입니다. 다른 징계들은 의원 절반의 찬성으로 징계가 의결되지만, 제명의 경우 의원 2/3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 점에 비추었을 때 제명까지 가기엔 너무 과하다거나, 의회 내의 세력 분포로 인해 제명하기 어려운 경우 30일 출석정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초의원들의 징계 수위는 비슷한 비위라 하더라도 각 기초의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겸직 금지 의무 위반'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사과, 경고, 10일 출석정지, 30일 출석정지, 제명까지 천차만별의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기초의원에 대한 징계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이처럼 징계의 종류만 정해두고, 적용 기준에 대해서는 개별 의회의 판단에 맡기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고무줄 같은 징계 기준이 문제가 되어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소송에서 부담하게 되는 변호사 비용 역시 모두 세금에서 나가는 것인 만큼, 기초의회의 징계 관련 조항들을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당별 징계 현황도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46건, 국민의힘(미래통합당, 자유한국당 등 포함)이 19건,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생당 민주평화당이 각 1건, 무소속이 6건으로 나타납니다. 가장 중징계인 제명이 의결된 14건의 내역을 살펴보았을 때,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4명, 무소속 2명으로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기초의원 2926명 중 1639명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선되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심각한 비위가 드러난 경우가 눈에 띕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의 사건사고가 두드러졌는데, 앞서 이야기한 대전 중구의회 박찬근 전 의원, 대구 서구의회 민부기 전 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이고, 사문서 위조와 성추행으로 제명된 서울 관악구의회 서홍석, 이경환 전 의원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속 의원이었습니다. 초선 의원들의 사고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정당이 공천 당시 후보자에 대한 자질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서울 관악구의회 서홍석, 이경환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관악공동행동 1인시위
특히 문제적인 것은 의회에서 징계가 의결 되기 전에 의원이 스스로 탈당 해버 리거나, 당에서 선제적으로 제명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당이 후보자를 공천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신들이 당선시킨 기초의원의 부끄러운 기록도, 정당의 책임으로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그것이 정당이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기초의회에서 계속 되는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후보자를 공천하는 정당의 책임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당선된 후에도 정당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비위 행위를 벌이지 않도록 교육하고,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특히 SNS를 통한 기초의원들의 구설수가 새로운 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기초의원으로서, 그리고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의무가 있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주지 시키는 것 역시 정당의 역할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자치분권이 이뤄지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페미'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정치권의 성폭력 사건이 잇달아 밝혀진 지난 여름, 국회페미는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성 보좌진 3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 "이래서 여비서는 뽑으면 안된다"는 문제 발언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국회 전반에 성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시스템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링크 : 국회페미 보도자료)
국회페미의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만들기 캠페인'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중요성은 더 이야기해봐야 입이 아플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확대하는 것 만큼이나,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관여하는 국회 보좌진들이 얼마나 성인지적 태도를 갖추고 있느냐도 '성평등 국회'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페미'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국회 보좌진들이 오히려 한국 사회 일반의 기본적인 성인지적 태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과연 국회 보좌진들에게 성평등을 위한 기초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은 4대 폭력 예방교육(성희롱 예방교육, 성매매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공공기관 예방교육통합관리 사이트를 통해 공공기관의 교육 이수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99%의 공공기관이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전체 공공기관 직원의 90% 가량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어디나 실시해야 하고, 공공기관 직원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교육인셈입니다.
전체 공공기관의 성희롱 방지조치 및 교육 실시 참여율 현황
국회 직원들 역시 당연히 이러한 예방교육을 이수해야할 대상입니다. 예방교육통합관리 사이트에서는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 소속 기관 직원들의 예방교육 이수율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국회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의 예방교육 이수율은 사이트에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국회도서관, 국회사무처 등 국회 소속 각종 기관의 교육 이수율을 살펴볼 수 있으나, 국회의원과 의원실 소속 직원들의 이수 현황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국회사무처나 국회도서관 직원들은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데, 국회 보좌진들은 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호기심이 생겨 정보를 찾아보다가 국회의원실에 배포된 '2021 국회 교육과정 안내'라는 팸플릿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팸플릿의 안내를 통해 국회 의원실 보좌 직원들 역시 나라배움터나 의정연수원 홈페이지를 통해 법정의무교육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회 의원실에 배포된 2021 국회교육과정 안내 팸플릿에서는 법정의무교육으로 4대 폭력 예방교육을 비롯한 각종 교육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과연 4대 폭력 예방교육을 제대로 이수하고 있을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센터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청구 내용>
1) 예방교육통합관리 사이트에서 국회사무처 예방교육 이수율 실적이 국회 의원실 보좌직원들도 포함한 결과인지에 대한 여부
2) 만약 국회사무처 이수율 실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2017~2019년 동안 국회 의원실 보좌직원들의 4대 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예방교육통합관리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평가항목에 따라 공개해주시길 바랍니다. (종사자 참여율, 기관장 참여 여부, 고위직 참여율, 비정규직 참여율, 신규자 참여율 등)
국회 정보공개 통지서
통지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국회 의원 보좌직원들의 예방교육 이수율은 2017년에는 3.76%, 2018년 2.29%, 2019년 1.33%로, 100명 중 한 두명 정도만 교육을 수강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국회 보좌진의 수가 2700명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많아도 100여명, 적을 때는 30여명만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19년 기준 전체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교육 참여율 평균은 89~90%입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각종 공직유관단체 및 학교에서는 90%에 가까운 참여율을 보이는데, 입법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국회 보좌진들의 교육 이수율은 1%에서 3% 수준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도 최하위가 아닐까 추정됩니다. '법정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못한 셈입니다.
국회 보좌진들의 교육 이수율을 예방교육통합관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없고, 국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는 점 역시 문제입니다. 보좌진 뿐 아니라 국회의원 개개인이 법정의무교육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는지, 시민들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통지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정치권에서 왜 유독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각종 '막말'을 일삼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의 메시지를 관리해야 할 보좌직원들부터,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보이콧'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성인지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무진들이 가장 기본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젠더 정책과 관련한 입법이 늦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대 폭력 예방교육은 '의무교육'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무교육 참여율부터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국회사무처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실질적인 사용자인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관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두 달 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회 보좌직원들의 4대 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모든 공공기관에서 실시해야 하는 의무교육인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국회 보좌직원들이 거의 듣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는데요.
이번에는 국회에서 성인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다시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2019년 6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성인지 교육을 실시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이때 성인지 교육이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 정책, 관습 및 각종 제도 등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의미합니다. 그 법령과 정책, 제도를 만드는 곳이 바로 국회인 만큼, 국회야 말로 성인지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공간이라는 점은 두말 할 나위 없겠죠.
국회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나라배움터에 올라와 있는 성인지 교육과 폭력 예방교육 강의
국회는 2020년 6월부터 국회 의정연수원의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나라배움터를 통해 성인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국회의원, 국회 보좌직원, 국회사무처 직원, 국회도서관 직원, 국회예산정책과 직원, 국회입법조사처 직원 등 4838명이 교육 대상 인원이었다고 합니다. 이수 현황은 아래 표와 같구요.
4대 폭력 예방교육에서도 그랬듯이, 국회 각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국회의원과 국회 보좌직원들의 교육 이수율은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국회의원은 300명 중 62명이, 보좌직원들은 2379명 중 444명만 교육을 들은 것으로 응답이 왔는데요, 다섯 명 중 네 명은 교육을 듣지 않은 셈입니다.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직원들이 매우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일 매일 24시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상시 온라인 교육을 대다수가 듣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으로 정해진 의무교육에 대해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지난 번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교육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는 국회의원과 보좌직원들에게 젠더 관점의 입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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