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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평화] 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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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평화] 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익명 (미확인) | 월, 2016/03/21- 16:25

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악순환의 출발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평화'를 연재를 진행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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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이제는 평화] 동아시아 질서 바꾸려는 북한, 높아지는 한반도 위기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한반도에 전쟁의 포연이 가득하다. 그간 한미연합훈련이 일상적인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하던 한미 양국은 최강의 핵병기를 앞세운 평양진격작전과 김정은 참수작전 추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자신들의 핵무기는 남조선을 향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던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핵무기 실전 배치를 앞세운 선제 '서울해방작전' 추진을 공공연하게 밝힌다.

 

이 심각한 일촉즉발의 상황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몰고 온 급속한 소용돌이의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현재의 고통과 위기는 누적된 작은 고통과 위기의 축적물이다. 오랜 누적이 있으면, 그 위에 작은 바늘 하나만 더 얹어져도 물에 가라앉는 법이다. 

 

되돌아보면 2014년 11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잠정 중단과 북한 핵실험 중지"를 제안하면서 이것이 되면 "올해 안에 한반도에서 많은 일을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각별히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은 이를 묵살해버렸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 제안에 응하면서 비핵화 논의를 함께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작년의 8.25 남북합의는 누적된 불신의 일시적 봉합이었을 뿐이고, 이후의 남북관계는 '대결의 흉심을 감춘' 사실상의 대화 공세만 있었다. 

 

핵 대 핵, 선제타격 대 선제타격의 구조

 

좀 더 시야를 넓히면, 한반도의 현 위기가 일시적이 아니라 매우 구조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비전 선언 이후 미국의 전략은 초기에는 재래식 전력 우위와 선제 핵 불사용 원칙(no first use)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핵 모호성을 거쳐 점차 핵 전진 배치 및 선제공격에 방점을 두는 '정밀비례대응전략'(measured response strategy)으로 이동해왔다. 이는 재래식 전력의 우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잠재적 적국이 핵 문턱을 넘을 경우 이들에 대해 동종, 동질의 비례적인 핵 대응으로 타격하겠다는 적극적 선제전략이다.  

 

이러한 미국 핵전략의 변화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일련의 공세적 '확장억지' 강화 방침 결정과 핵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5015 수립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진행되는 한미의 군사적 대응, 특히 올해 한미연합훈련의 내용은 각종 전략 핵무기를 총동원하여 미국의 정밀비례대응전략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의 한반도 군사위기는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일시적 정세의 격화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 특히 핵전략의 변화와 함께 상당 기간 내연(內燃)되어온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한반도의 군사 정세는 미국의 핵전략과 그에 대응하는 북한의 전략이 충돌하는 구조적 위기, 즉 핵 대 핵, 선제타격 대 선제타격이 맞서는 강 대 강의 대립구도 하에 있게 될 것이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협상'에 대한 이중적 레토릭들 

 

이러한 강 대 강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레토릭' 차원에서는, 그리고 제재 국면 이후를 고려하여 국제사회는 대화와 협상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대북협상 무용론이나 북한붕괴론, 통일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 제재 국면 이후 곧바로 대화나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는 것은 '도발-보상'의 악순환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이들은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보상이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강경론에 깊이 긴박 되어 있고, 사실상 제재라기보다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전면봉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결의 2270호에는 대북 제재만이 아니라 대화 권고, 9.19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주도의 제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항목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제재가 대화유도 수단'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국면 이후 '곧바로' 대화나 협상 국면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대화와 협상이 실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강 대 강의 한반도 대결위기 해소 혹은 궁극적인 협상의 종착점 제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의 시선을 끈 주장은 지난 2월 17일 중국이 제안한 이른바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론'일 것이다. 중국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6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 공약수"라고 인정한 이 병행추진론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실제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미 양국은 "북한과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가 최우선"이며 "지금은 대화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병행추진론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비핵화 우선이라는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미국 내 대북협상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미국이 선 비핵화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 수용으로 점차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3일, 미 국무부는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북·미 사이에 '비핵화 문제를 포함하는 평화협정 논의'가 시도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의 기류를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론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미중의 협상을 발목 잡고 있다거나, 혹은 한반도 문제가 미중의 협상 테이블에서만 다뤄지고 한국은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혹자는 휴전에 반대하여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것이 한국의 입장을 두고두고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그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점점 높아지는 협상의 '문턱' 

 

그러나 박근혜 정부 고립을 '지금부터' 우려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의 협상 테이블이 순순히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가 그나마 북한 문제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고, 또 비핵화-평화협정 동시해결 협상의 수용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한 미지수의 영역이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모호한 언술은 여전히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전제로 한다면 평화협정 협상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의 스탠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설사 미국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협상의 급진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 역시 협상의 목표를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대미협상 전략과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질서재편이 아니면, 북한으로서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이는 평화협정 협상을 진전시키면 그 밖의 문제, 즉 핵 문제를 포함한 쌍방의 안보 우려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선 평화협정' 추진 주장으로 나타난다. 최근 북·미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북한이 거부했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대화 회피에 대한 미국의 변명을 옹호하는 기사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변화된 협상 태도를 그대로 전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불멸의 핵 강국 건설'을 포기하는 대가로 평화협정이라는 종잇조각을 얻기보다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동아시아의 미국 핵 및 군사력 배치 전반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한반도 문제는 미중 간의 협상이 아니라 북한이 추구하는 질서변화를 의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또한 북한과 협상하려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인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라는 요구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협상의 문턱을 높임으로써 협상 전에 먼저 상대의 협상 의지, 즉 적대시 정책의 철회 의사를 증명해 보이라는 뜻이다.  

 

그에 따라 북한의 협상 태도도 변화되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북한 협상 전략은 '단계적 비핵화와 경제‧평화 보장'을 교환하는 틀 속에서 핵 실험을 단기적 협상과 분리하지 않았으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살라미식의 협상보다는 핵 억지력의 확보 이후 그것을 토대로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추구하는 일괄 협상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국의 '전략적 인내'만이 아니라 북한의 새로운 협상 전략과 태도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중국이 제기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은 중국 스스로 자평하듯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이지만, 미국의 이중성과 모호한 태도, 박근혜 정부의 철없는 강경함, 그리고 북한의 협상 문턱 높이기 등으로 그 출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 위기는 강 대 강의 군사위기만이 아니라 협상의 문과 문턱이 점점 좁아지고 높아지는 협상 장애의 심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군사 위기와 협상의 위기가 중첩되면서 위기가 가중되는 한반도 평화 위기의 구조는 평화문제가 국가주의의 틀 속에서 교착되고 있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평화 위기의 구조는 평화문제가 정부 주도에만 맡겨져서는 절대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특히 평화를 지향하는 국정운영체제로 전환시키지 않는 한, 평화 위기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로운 한국과 동아시아의 시민사회가 평화를 위한 행동에 '지금 바로'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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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 쇼지Hiroka Shoji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매년 관광객 수백만 명이 찾는 한국의 인기 관광지다. 올해 이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어린이를 비롯한 예멘 난민 수백 명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예멘인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섬을 찾은 이유는 여느 관광객들과는 다르다.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피난처를 찾아서 온 것이다.

이들의 고향은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예멘에서는 지금까지 16,0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고, 200만 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으며, 어린이 340만 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예멘 전체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2,220만 명은 생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예멘 난민에 대한 주요 통계

 

죽거나 다친 민간인 수
피난을 떠난 사람들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
16,000명 이상
200만 명
340만 명

예멘 난민에 대한 주요 통계

죽거나 다친 민간인 수
최소16,000만 명
피난을 떠난 사람들
200만 명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
340만 명

 

2018년 1월부터 5월 사이, 약 550명 정도의 예멘인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제주도에 도착했다. 난민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말레이시아의 난민 신청자들은 구금, 기소되거나 채찍질형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강제 송환될 수도 있다. 예멘인들은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예멘인들은 한국에 도착한 뒤로 친절보다는 대부분 적대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2018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멘 난민들이 한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이용하려는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난민 신청을 거부해 달라는 청원에 714,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청원이었다.

청와대 웹사이트 캡쳐

한국은 난민 신청자들이 흔히 찾을 만한 곳은 아니다. 한국은 난민협약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 지위를 인정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하여 매년 받아들이는 난민 신청자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의 난민 인권단체인 난민인권센터(NANCEN)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약 1만 건에 이르는 난민 신청 중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건수는 그 중 1.5%에 불과했다.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예멘인 550명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이처럼 난민 수용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2018년 7월 4일, 예멘인 비호 신청자 모하메드 살렘 두하이쉬.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게 만든 예멘에서의 위협은 현실적이며,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예멘 민간인들이 ‘철저히 인간이 초래한 재앙‘ 속에 휘말린 채 갇혀 있으며, 그 재앙은 만연히 이루어지는 인권침해와 국제인권 및 인도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들은 구호품 조달을 빈번히 제한하며, 학교와 병원 등의 민간 시설을 계속해서 공격하거나 파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무차별적으로 과도한 공습을 수십 건 감행했고, 이로 인해 주택과 학교, 시장, 예식장, 병원, 모스크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공격의 대부분은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엄청난 반대 여론에 대한 답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예멘 난민들의 망명 신청 심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9월 말까지 1차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8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밝혔다. 또한 제주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난민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 7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반난민 집회

난민 신청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절차는 반드시 공정해야 하며, 신청자 개개인은 법적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심사 결과에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는 각각의 난민 신청건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여론의 압력을 이유로 심사 절차를 성급히 처리해서는 안 된다.

피난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류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은 앞으로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예멘 난민들의 망명 신청을 거부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답변을 해야 한다. 2017년 대선 후보였을 당시, 문 대통령은 난민협약을 이행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는 리더십을 발휘해, 망명 신청 절차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그 약속을 지킬 때다.

 

 

금, 2018/08/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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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후 한반도 상황은 급진전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은 아직 많은 불안요인(unstable and unpredictable)을 안고 있다. 우선 북미관계 정상화에 승부수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내 정치적 입지가 매우 불안하다. 상대적 진보라고 여긴 민주당과 CNN 등 주류사회는 오히려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또한 파리기후협약의 묵살, 이란핵합의의 일방적 파기, 유엔 인권이사국 탈퇴,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갈등에 더하여,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적으로 설정해온 자유무역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외교적 고립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질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간의 대결과 긴장은 통상의 영역을 넘어서 군사 외교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 대국간 향후 전개가 자못 심각한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초미의 대상이다. 이에 세계적인 경제일간지 Financial Times의 전문취재단이 북한이 향후 어떤 체제로 변할지 예측한 특별기사를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그의 대략적인 비전을 설명하면서 서구사회의 이상과도 같은 해안가를 조망하는 호화로운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정상회담이 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의 마음속에는 다른 모델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 모델은 바로 중국이었다. 34세의 독재자 김정은은 국제적 긴장 완화와 북한 경제개발이라는 새 시대를 위한 중국의 재정지원을 얻고자 이틀간 중국을 방문 후 지난 수요일 베이징을 떠났다.

북한의 진정한 야망을 두고 회의론이 여전하지만, 새로운 낙관론과 함께 풍부한 광물 매장량과 엄청나게 저렴한 노동력 등을 포함한 미지의 북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북한 경제에 대한 쟁탈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이 자유로운 자본주의가 아니라 거대한 이웃국 중국의 경제모델인 국가 주도형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우정과 정치적 친밀감을 쌓아온 중국은 그간의 투자에 대한 자신의 몫을 챙길 태세다. 과거 CIA 최고의 중국 분석 전문가 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심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을 중국과 가까이 묶어둘 수 있고,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거나 김정은 정권에 반하는 민주항쟁을 경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면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스탈린주의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북한은 2011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조용하지만 큰 변화의 시간을 거쳤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농업개혁, 2014년 법률개정, 2015년 회사법 정비 등을 단행했는데 이들은 모두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줄이고, 약간의 임금 상승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는 대부분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있었다. 이들은 북한 정권 내 거대 기관의 그림자 틈에서 사기업을 통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냈다. 김 위원장은 선친이자 전임자인 김정일과는 달리 시장 경제의 번영을 허용했고, 경제개발을 추구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정치적인 자유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은 중국을 인정하지는 않고 그저 베끼고 있습니다. 개방은 없는 개혁인 셈이지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의 말이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란코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한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원하는데, 현재 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투자를 유치하는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기꺼이 북한을 도우려 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Global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개혁, 개방 그리고 경제개발”이라는 주제를 학습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북한 관료들을 맞이했다.

이들의 베이징 방문은 중국 국경 근처 북한 경제특구인 신의주 주재 중국대사의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통제된 경제개발 모델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번 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에 북한 경제개혁을 이끄는 핵심인물인 박봉주가 포함되면서 중국 모델을 향한 김 위원장의 관심이 다시금 강조되었다. 서울 소재 세종연구소의 이성현 연구원은 “이번 중국 방문의 일차적 목표는 경제적 지원을 얻는 것”이었다면서 “북한에게는 중국의 경제모델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고, 현실적인 선택이며 [중국의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필시 북한의 정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북한을 안심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복제를 시도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중국 남부의 선전(Shenzhen)과 주하이(Zhuhai) 등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 경제특구(SEZs)이다. 북한은 현재 20개 이상의 경제특구를 대부분 국경 지역에서 운영 중이지만 이들 중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많지 않다.

북한의 경제특구는 국제 제재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견고한 북한의 관료주의와 전기와 도로 등 인프라의 부족, 재산 몰수에 대해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매력을 잃은 상태였다. 란코프 교수는 “때로는 북한이 정치적 동요를 막으려고 일부러 이런 경제특구를 인적이 드문 곳에 만들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북한은 항상 투자유치를 원했지만, 항상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투자유치를 원했고, 중국도 과거 이런 조건에 난감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런 조건을 수용할지도 모릅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한국전문가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은 외화창출을 위해 고립된 땅에 통제된 경제특구만을 추구”했다면서 북한 내 경제개혁의 범위에 의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개혁과 개방은 은행과 민간 부문의 자유화를 가져오고 금융과 무역의 투명성을 높일 터인데, 장기집권에는 모두 저주나 다름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북한의 경제 자유화와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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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신문

문재인 정부는 이미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동서 해안을 따라 철로를 개발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개발로 은둔 국가 북한이 더 넓은 지역과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경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은 북한 내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이달 초 167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해제 시 북한에 투자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한 비율이 75%에 육박한다. 최근 몇 주간 철강, 시멘트 등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시멘트의 주가는 한반도의 긴장완화 조짐과 함께 3월부터 6월 사이 50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NH투자증권 정연욱 PB는 “열기가 대단하지만, 조금 과한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의 많은 이들이 남북의 오랜 대립 관계 때문에 이러한 투자전망이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 PB는 “이미 지난 10년간 중국과 한국은 서로 북한에 접근하려고 경쟁해왔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더욱 편하게 생각하고, 덕분에 중국은 이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특파원 브라이언 해리스(Bryan Harris),

베이징 특파원 루시 혼비(Lucy Hornby),  드미트리 세바스토풀로(Demetri Sevastopulo)

화, 2018/06/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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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 Photo/Alexander F. Yuan

© AP Photo/Alexander F. Yuan

북한이 미국 시민권자 김동철씨에게 “간첩죄”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한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결정으로 보이며, 북한은 이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국제앰네스티가 29일 밝혔다.
한국에서 태어난 62세의 김씨에 대한 이번 판결은 북한에서 외국인이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가장 최근 사례다.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국제적인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이와 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은 재판 절차에 어떤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게 만든다. 북한의 사법제도는 정치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고, 특히 외국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재판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어느 정도 공개했다”며 “이번 재판은 모든 사항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북한은 김씨에게 적용된 죄목의 증거를 제시하고 재판 절차를 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제사회에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유죄 선고에 대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모든 사항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북한은 김씨에게 적용된 죄목의 증거를 제시하고 재판 절차를 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제사회에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해야 한다.
– 아놀드 팡(Arnold Fa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북한 국영방송은 김씨가 민감한 군사정보가 담긴 USB 드라이브를 입수하려 하는 순간 김씨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이 신규 제재안을 승인하고 북한이 수 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가운데 최근 수개월 사이 외국인 3명이 장기간의 징역형 또는 노역형에 처해졌다. 이들에 대한 판결 역시 오는 5월 6일에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북한로동당대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북한에서 구금된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변호사나 가족을 접견할 수 없고,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백”할 것을 강요받으며 고문이나 부당대우를 당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캐나다인 선교사 임현수씨는 “체제 전복” 혐의로 무기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미국인 학생 프레데릭 오토 웜비어 역시 평양의 한 호텔에서 머무르는 동안 선전 간판을 훔치려 했던 점을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15년 노동교화형을 받았다.

영어전문 보기

North Korea: U.S. Citizen Hard Labour Sentence Shrouded in Secrecy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 must immediately disclose all details in the court case of U.S. citizen Kim Dong-chul, who was sentenced to 10 years’ hard labour for “spying,” in what appears to be yet another politically motivated decision, said Amnesty International today.

Kim, a 62-year-old who was born in South Korea, is the latest foreigner to be sentenced to hard labour.

“The timing of this sentence, amid increasing international tension, calls into question the motivation behind the proceedings. The judicial system is notoriously political, and foreign nationals in particular are very unlikely to receive a fair trial in the country, but few other details have been made public,” said Arnold Fang, East Asia Researcher of Amnesty International.

“This entire trial has been shrouded in secrecy, and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must present the evidence for these alleged crimes and make court proceedings fully transparent, so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an see whether a fair trial took place. Otherwise, questions about these convictions will continue.”

North Korean state media reports that Kim was arrested while trying to receive a USB drive containing sensitive military information.

Three foreigners have been handed long jail terms or hard labour in recent months, as fresh UN sanctions were authorised on the country and North Korea carried out several missile tests. They also come in the lead-up to the first Korean Worker’s Party Congress since 1980, on May 6, when international attention on North Korea is also likely to increase.

Foreigners typically have no access to lawyers or family while in detention, and may be under the risk of torture or other ill-treatment as they are forced to make public “confessions” in front of reporters.

Hyeon Soo Lim, a Canadian pastor, was sentenced to life in prison with hard labour for the alleged crime of “subversion” in December 2015. American student Frederick Otto Warmbier was also convicted of subversion, sentenced to 15 years’ hard labour in March, despite only admitting to theft of a propaganda banner while staying in a hotel in Pyongyang.


수, 2016/05/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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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오르는 천안함 침몰 의혹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과거 정권의 방송통제로 인해 보도되지 않았던 천안함 의혹 관련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최근 공중파를 탄 것은 논란을 다시 확산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방영으로 논란이 재점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귀결이라 말해야 옳을 것이다. 논란은 이미 한참 전에 본격화되었다.  

 

새 정부 들어 과거 적폐 척결 차원의 활동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하 각종 국가기구들의 정치공작, 여론조작, 국민사찰 활동이 드러났다. 특히 천안함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던 시민들과 단체들에 군 사이버 사령부, 기무사, 경찰 등이 조직적으로 비방댓글을 달거나 보수단체들을 동원해 공격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안함사건 진실을 둘러싼 논란 시즌 2의 도래는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다. 필자도 그 피해자 중 한명이다. 군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당시 만든 민간인 대상 비방 공작 이미지에는 필자가 ‘북한권력 옹호 전문가’로 묘사되어 있었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처럼 꾸민 한 비장 공작용 이미지에는 필자가 북한 장성 제복을 입고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면서 북한을 옹호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필자를 비롯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댓글공작의 피해자들은 공권력 남용의 진상과 더불어 천안함사건의 객관적 실체를 밝힐 재조사를 다시금 힘주어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천안함 진상규명운동을 본격화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던 이유는 이 사안이 자칫 남남갈등을 확대해 가뜩이나 장애물이 즐비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해서였다.  

 

논란을 자초한 펜스 미 부통령과 군

 

그런데 정작 진실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댕긴 쪽은 의혹을 주장해온 측이 아니라 의혹을 덮고자 했던 측이었다. 지난 2월 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펜스 미국 부통령은 9일 작심한 듯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있는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했다. 남과 북이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고조되어온 대결과 긴장 상태를 잠시 접어두고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에 나서려는 찰나에 남북 간 진실공방이 이어진 자극적인 이슈임을 뻔히 알면서도 부러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미 부통령의 행보는 그 자체로도 부적절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행한 그의 발언은 또다른 사실공방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유엔조차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인정했다”라며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바를 강변했다. 이 사건을 다뤘던 2010년 7월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명시하거나 추정하는 문장이 없다. 북한이라는 언급도 없었다. 성명은 천안함의 침몰과 인명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면서도 공격 주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남과 북이 분쟁을 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직접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더욱이 안보리의 일원인 러시아는 한국정부의 초청으로 방문조사를 마친 후 어뢰공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 초안을 남겼다. 중국은 아예 한국정부의 조사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한 미 대사관을 비롯한 미국의 관료들조차도 ‘한국정부의 주장을 신뢰한다’는 식의 간접어법으로만 소위 ‘1번’ 어뢰에 의한 격침설을 인정해온 터였다. 펜스 부통령이 이런 사실들을 모르고 있었다면 남북한 갈등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는 문외한이고, 이 사실을 알고도 말했다면 한반도 문제를 꼬이게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그 와중에 지난 2월 28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국회 답변 과정에서 다시 논란이 될 만한 주장을 다시 꺼내놓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고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 북한의 “유고(YUGO)급 소형잠수정”이라고 답한 것이다. 문제는 유고급 소형잠수정은 통상 70~80톤급 구식 침투용으로서 중형어뢰를 발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합참에서 바로 연어급 잠수정으로 정정했지만, 천안함을 폭침시켰다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문제는 정부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어온 쟁점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 중 하나다. 2010년 5월 20일 이른바 ‘민군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군은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잠수정이 배수량 130톤인 신형 ‘연어급 잠수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즉시 그런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영문 조사보고서에서 국내에서와 달리 북한이 ‘70~80톤급’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술했을 뿐 ‘130톤급’ 신형 잠수정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잠수정과 관련한 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군과 이명박정부는 자신들이 신형 연어급 잠수정을 5년간 추적해왔다고 강변했는데, 2010년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천안함사건 직전인 2010년 2월까지 군이 보유하고 있던 북한 ‘위협자산목록’에 연어급 잠수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천안함사건에 대한 군 최종보고서에는 은근슬쩍 ‘연어급 잠수정’에 대한 언급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유야무야되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알 만한 해군 출신 국방부장관이 유고급 구형 잠수정이 자기 몸체의 1/2 길이에 해당하는 중어뢰를 쐈다고 국회에서 주장하는가 하면, 합참이 다시 신형 연어급 잠수정이라고 정정하는 코미디가 2018년 국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방영된 KBS ‘추적60분’(2018.3.28)은 천안함 선체가 “어뢰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천안함 인양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다뤘다. 군은 지금까지 녹슨 어뢰부품 하나를 인근해역에서 인양해 모든 결론을 사실상 거기에 짜맞추어왔다. 그런데 그 어뢰부품에서는 침전물질이라고 추정되지만 군이 폭발결과라고 우기는 하얀 분말이 검출되었을 뿐, 탄약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생존 혹은 사망 장병들에게서 확실한 어뢰폭발로 추정되는 상흔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도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폭발에도 훼손되지 않은 ‘1번’이라는 매직 글씨나 형광등도 마찬가지다. 해군은 2010년 하반기 내내 인양된 천안함을 선체에서 꺼낸 물건들과 더불어 전시하고 시민들의 참관을 조직했는데, 그 물건들 중에는 손상되지 않은 수십여개의 재고용 형광등, 장병들이 사용하던 훼손되지 않은 머그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북관계의 뇌관, 기초 정보 공개로부터 해결해야

 

 또다른 논란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온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둘러싸고 가열되었다. 천안함사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았던 그를 두고 보수야당과 우익언론은 천안함 폭침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도 받지 않은 채 그를 북한 대표로 영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도 높은 비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정부가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비방전은 지속되었다. 한편, 김영철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남측 예술단을 만난 자리에서 남한 내부의 비방여론을 의식한 듯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며 이죽거렸다. 남북 간 대화가 이렇듯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바닥을 걷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향해가는 일종의 순항 국면이라 이런저런 논란과 비방을 그럭저럭 덮고 넘어가고 있지만, 향후 남북관계에서 이견이 발생하거나 교착 국면이 이어질 경우 천안함 침몰원인 논란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고 빠지면서, ‘천안함 폭침’을 맹신하지 않으면 국민 될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낡은 종북몰이가 지속되는 한 천안함은 남북관계와 남한 내 민주주의의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의혹의 수준이나 이 해결되지 않은 의혹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비추어 아직 천안함에 대해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던 신상철씨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해군은 천안함사건 관련 핵심정보들을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비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해군이 군사기밀로 비공개한 정보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교신기록 △같은 날짜 천안함 항적기록 △같은 날짜 백령도 서쪽 및 남쪽 해안 모든 초소 TOD(열상감시장비) 영상 △2010년 3월 26일~27일 국방부(합참·해작사 포함)와 해경 간 통신기록 전부 △사건 당일 해경 501함과 해경 253호정 교신기록 전부 △2010년 3월 26일~31일 군 상황일지(합참, 2함대, 작전사령부) △합참 및 해군 2해역사령부 보유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천안함 이동경로기록 전부 등이다. 이 정보들은 사건 초기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했다가 거절되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아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미제 사건이다. 아직 수면 아래 잠긴 이 사건이 남북관계 전체를 침몰시키는 뇌관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천안함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다가 침몰했는지 기초정보조차 아직 알지 못한다. 최소한의 정보라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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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4/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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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동구타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감행되었다.

뉴욕타임즈지는 미발표 유엔 보고서가 북한이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비밀리에 시리아로 공급해온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린 말로프(Lynn Malouf) 국제앰네스티 중동지역 조사국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처럼 끔찍한 무기의 생산 수단을 공급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어떤 국가이든 개탄스러울 일이다. 하물며 이미 민간인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를 돕기 위해 공급품을 보충한 것은 인류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린 말로프(Lynn Malouf) 국제앰네스티 중동지역 조사국장

“유엔은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보고서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오랫동안 지켜졌던 금지 조치를 그동안 시리아 정부의 범죄와 폭력으로 얼마나 무시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불길한 표지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해 왔다. 그 사용이 금지된 데는 아주 타당한 이유가 있다. 시리아의 반복적인 화학무기 사용이 시리아 내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끔찍한 암시인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행 무기금수조치와 감시 체제는 명백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처럼 뻔뻔한 국제법 위반 행위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온라인액션
시리아: 동구타 폭격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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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정보

2월 25일 동구타에서 또 한 차례의 화학무기 공격이 감행되었다는 소식이 언론과 활동가들을 통해 전해졌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해당 공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미국 의학협회(SAMS)에 따르면 이 공격은 2018년에만 7번째, 2012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로는 197번째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백 명이 숨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1992년 화학무기협약은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이전, 사용을 금지하며, 당사국은 화학무기 비축분을 의무적으로 파괴해야 한다. 화학무기는 본질적으로 무차별적 무기이며, 이러한 화학무기 사용은 국제관습법에 따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법상 규정된 생화학 무기 금지 조항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비축분 역시 폐기되어야 한다.

화, 2018/03/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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