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제는 평화] 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지역

[이제는 평화] 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익명 (미확인) | 월, 2016/03/21- 16:25

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악순환의 출발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평화'를 연재를 진행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보기 >> 클릭

[이제는 평화] 칼럼 전체 보기 >> 클릭

 

김정은의 핵 포기, 평화협정으로 될까?

[이제는 평화] 동아시아 질서 바꾸려는 북한, 높아지는 한반도 위기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한반도에 전쟁의 포연이 가득하다. 그간 한미연합훈련이 일상적인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하던 한미 양국은 최강의 핵병기를 앞세운 평양진격작전과 김정은 참수작전 추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자신들의 핵무기는 남조선을 향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던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핵무기 실전 배치를 앞세운 선제 '서울해방작전' 추진을 공공연하게 밝힌다.

 

이 심각한 일촉즉발의 상황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몰고 온 급속한 소용돌이의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 현재의 고통과 위기는 누적된 작은 고통과 위기의 축적물이다. 오랜 누적이 있으면, 그 위에 작은 바늘 하나만 더 얹어져도 물에 가라앉는 법이다. 

 

되돌아보면 2014년 11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잠정 중단과 북한 핵실험 중지"를 제안하면서 이것이 되면 "올해 안에 한반도에서 많은 일을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각별히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은 이를 묵살해버렸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 제안에 응하면서 비핵화 논의를 함께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작년의 8.25 남북합의는 누적된 불신의 일시적 봉합이었을 뿐이고, 이후의 남북관계는 '대결의 흉심을 감춘' 사실상의 대화 공세만 있었다. 

 

핵 대 핵, 선제타격 대 선제타격의 구조

 

좀 더 시야를 넓히면, 한반도의 현 위기가 일시적이 아니라 매우 구조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비전 선언 이후 미국의 전략은 초기에는 재래식 전력 우위와 선제 핵 불사용 원칙(no first use)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핵 모호성을 거쳐 점차 핵 전진 배치 및 선제공격에 방점을 두는 '정밀비례대응전략'(measured response strategy)으로 이동해왔다. 이는 재래식 전력의 우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잠재적 적국이 핵 문턱을 넘을 경우 이들에 대해 동종, 동질의 비례적인 핵 대응으로 타격하겠다는 적극적 선제전략이다.  

 

이러한 미국 핵전략의 변화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일련의 공세적 '확장억지' 강화 방침 결정과 핵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5015 수립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진행되는 한미의 군사적 대응, 특히 올해 한미연합훈련의 내용은 각종 전략 핵무기를 총동원하여 미국의 정밀비례대응전략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의 한반도 군사위기는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인한 일시적 정세의 격화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 특히 핵전략의 변화와 함께 상당 기간 내연(內燃)되어온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한반도의 군사 정세는 미국의 핵전략과 그에 대응하는 북한의 전략이 충돌하는 구조적 위기, 즉 핵 대 핵, 선제타격 대 선제타격이 맞서는 강 대 강의 대립구도 하에 있게 될 것이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협상'에 대한 이중적 레토릭들 

 

이러한 강 대 강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레토릭' 차원에서는, 그리고 제재 국면 이후를 고려하여 국제사회는 대화와 협상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대북협상 무용론이나 북한붕괴론, 통일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현 제재 국면 이후 곧바로 대화나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는 것은 '도발-보상'의 악순환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이들은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보상이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강경론에 깊이 긴박 되어 있고, 사실상 제재라기보다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전면봉쇄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결의 2270호에는 대북 제재만이 아니라 대화 권고, 9.19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주도의 제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항목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제재가 대화유도 수단'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국면 이후 '곧바로' 대화나 협상 국면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대화와 협상이 실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강 대 강의 한반도 대결위기 해소 혹은 궁극적인 협상의 종착점 제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의 시선을 끈 주장은 지난 2월 17일 중국이 제안한 이른바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론'일 것이다. 중국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6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 공약수"라고 인정한 이 병행추진론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실제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미 양국은 "북한과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가 최우선"이며 "지금은 대화를 거론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병행추진론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비핵화 우선이라는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미국 내 대북협상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미국이 선 비핵화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 수용으로 점차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3일, 미 국무부는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북·미 사이에 '비핵화 문제를 포함하는 평화협정 논의'가 시도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의 기류를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강경론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미중의 협상을 발목 잡고 있다거나, 혹은 한반도 문제가 미중의 협상 테이블에서만 다뤄지고 한국은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혹자는 휴전에 반대하여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것이 한국의 입장을 두고두고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그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점점 높아지는 협상의 '문턱' 

 

그러나 박근혜 정부 고립을 '지금부터' 우려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의 협상 테이블이 순순히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가 그나마 북한 문제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고, 또 비핵화-평화협정 동시해결 협상의 수용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한 미지수의 영역이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모호한 언술은 여전히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전제로 한다면 평화협정 협상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의 스탠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설사 미국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협상의 급진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 역시 협상의 목표를 계속 업그레이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의 대미협상 전략과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질서재편이 아니면, 북한으로서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이는 평화협정 협상을 진전시키면 그 밖의 문제, 즉 핵 문제를 포함한 쌍방의 안보 우려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선 평화협정' 추진 주장으로 나타난다. 최근 북·미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북한이 거부했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대화 회피에 대한 미국의 변명을 옹호하는 기사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변화된 협상 태도를 그대로 전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불멸의 핵 강국 건설'을 포기하는 대가로 평화협정이라는 종잇조각을 얻기보다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동아시아의 미국 핵 및 군사력 배치 전반의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한반도 문제는 미중 간의 협상이 아니라 북한이 추구하는 질서변화를 의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또한 북한과 협상하려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인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라는 요구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협상의 문턱을 높임으로써 협상 전에 먼저 상대의 협상 의지, 즉 적대시 정책의 철회 의사를 증명해 보이라는 뜻이다.  

 

그에 따라 북한의 협상 태도도 변화되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북한 협상 전략은 '단계적 비핵화와 경제‧평화 보장'을 교환하는 틀 속에서 핵 실험을 단기적 협상과 분리하지 않았으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살라미식의 협상보다는 핵 억지력의 확보 이후 그것을 토대로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추구하는 일괄 협상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국의 '전략적 인내'만이 아니라 북한의 새로운 협상 전략과 태도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중국이 제기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은 중국 스스로 자평하듯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이지만, 미국의 이중성과 모호한 태도, 박근혜 정부의 철없는 강경함, 그리고 북한의 협상 문턱 높이기 등으로 그 출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 위기는 강 대 강의 군사위기만이 아니라 협상의 문과 문턱이 점점 좁아지고 높아지는 협상 장애의 심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군사 위기와 협상의 위기가 중첩되면서 위기가 가중되는 한반도 평화 위기의 구조는 평화문제가 국가주의의 틀 속에서 교착되고 있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평화 위기의 구조는 평화문제가 정부 주도에만 맡겨져서는 절대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특히 평화를 지향하는 국정운영체제로 전환시키지 않는 한, 평화 위기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로운 한국과 동아시아의 시민사회가 평화를 위한 행동에 '지금 바로'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대회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대회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End the Korean War, Let Us Peace!

2023년 2월 14일(화) 오전 10시 대표자회의 / 오전 11시 출범대회,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Youtube6.15 남측위원회 Youtube 채널에서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 정세가 밝지 않습니다. 군사적 위기가 출구 없이 악화되고,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위험도 매우 높아진 상황입니다. 70년 동안 이어져 온 불안정한 휴전 상태조차 앞으로는 그대로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 평화적 해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올해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 실현을 위해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을 시작하여, 시민사회 공동으로 집중적인 서명운동과 다양한 평화행동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현 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한반도·동북아 평화를 위한 국내외 여론을 만들어내며, 최근 급속히 추진되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모아낼 예정입니다.

2월 14일(화)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대회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End the Korean War, Let Us Peace!>를 개최합니다. 당일 출범대회에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곳곳에서 노력해온 다양한 종교·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참여하여 ‘전쟁 위기를 넘어 다시 평화의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의지를 모을 예정입니다.

출범대회에서는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소개, 참여 단체 대표자 발언, 접경 지역·국제 단체 연대 발언, 출범선언문 낭독, ‘평화의 문을 열자’ 퍼포먼스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보도협조 보기
당일 오전 10시 대표자회의에 이어 오전 11시 출범대회를 진행합니다.
언론 취재는 오전 11시 출범대회부터 가능합니다.


Korea Peace Appeal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한 전 세계 서명운동
지금 당신의 참여가 평화를 앞당깁니다 ? endthekoreanwar.net

SNS에서도 만나요. 좋아요, 구독, 팔로우 기다립니다 ?
Facebook · Instagram · Youtube · 카카오톡 · Twitter

The post ⭐️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출범대회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금, 2023/02/10- 10:41
3
0
한미연합 군사연습 중단! 3.11 평화행진

☮ 적대를 멈추고 평화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3.11 평화행진 ??‍♀️?‍?????

일시 : 3월 11일(토) 오후 2시
장소 : 서울광장 ->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주최 :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한반도 전쟁 위기가 유례 없이 높아진 가운데, 3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월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연일 고강도로 진행되었고, 북한의 군사훈련도 높은 수위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점점 격해지는 군사적 대결을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더 큰 위기로 이어지기 전에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다시 대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행동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다가오는 토요일, 3.11 평화행진에 함께 해주세요!


역대급 전쟁위기, 우리의 힘으로 막아야 합니다
전쟁을 말하는 대통령
전쟁연습이 일상이 된 위험한 나라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
격화되는 대결국면
예고된 전쟁위기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대화 여건 조성으로
평화를 위한 우리의 행동이 절실합니다
한미연합 군사연습 중단! 3.11평화행진

Korea Peace Appeal

한반도 종전과 평화를 위한 전 세계 서명운동
지금 당신의 참여가 평화를 앞당깁니다 ? endthekoreanwar.net

SNS에서도 만나요. 좋아요, 구독, 팔로우 기다립니다 ?
Facebook · Instagram · Youtube · 카카오톡 · 텔레그램 · Twitter

The post ? 적대를 멈추고 평화로! 3.11 평화행진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금, 2023/03/03- 05:47
1
0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과 평화국제팀 이미현 팀장, 백가윤 간사가 2015년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검토회의 참관 차 미국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세 편의 연재를 통해 NPT 검토회의 결과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보러 가기 >> 클릭

2015, 이제는 평화 기사 전체 보러가기 >> 클릭

 

서울 한복판에 핵무기가 떨어진다면?

[2015, 이제는 평화] 2015 NPT 검토회의 결과 ② - 핵무기 금지 조약은 가능한가?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팀장

 

 

핵무기가 투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엄청난 양의 열 복사선이 퍼져나가면서 열에 약한 물질들을 일시에 태워 대규모 화재를 일으킨다. 또한 압력파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 폭발 중심지의 반경에 있는 모든 콘크리트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고 이후 불어 닥친 폭풍으로 가까운 거리의 물체들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결국 폭발지점과 가까운 거리의 건물들과 사람의 시신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사선과 방사성 낙진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과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핵무기 사용의 재앙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그렇다면 핵폭발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나는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안전처나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이나 부처가 여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정부 기관과 주요 시설도 핵폭발의 희생양이 되어버릴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긴급구호대나 소방대가 찾아오리란 기대는 어리석다.

 

유엔기구라면 대응이 가능할까? 어느 나라도 방사능 피해를 감수하고 긴급구호대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신속한 대응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일단 사용하면 적뿐만 아니라 아군도,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도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70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사상 처음으로 핵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확인된 사실이 오늘날 핵무기를 불법화하자는 운동의 가장 강력한 증거와 예시가 되고 있다. 바로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Humanitarian impact of nuclear weapons)에 대한 논의다.(1)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이란,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과 참혹한 살상력으로 인해 어떠한 국가나 국제기구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핵폭발로 인한 긴급한 사태나 장기적인 피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없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2015 핵확산금지조약 검토회의(NPT Review Conference)가 한창이던 5월 1일, 뉴욕 유엔본부 트러스티쉽 카운슬(Trusteeship Council) 회의장에서는 각국 정부 대표단들에게 전하는 전 세계 시민사회의 발언 시간이 있었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일본 히로시마 생존자인 세츠코 설로우(Setsuko Thurlow)는 이렇게 말한다.

 

"내 평생 핵군축 활동을 하면서 요즘과 같이 기대와 희열의 감정을 느꼈던 적이 없습니다. 왜 희망적이냐고요? 최근 몇 년간 '인도주의 이니셔티브'(Humanitarian Initiatives)라고 하는 국제반핵운동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은 핵 문제를 핵 억지력에 대한 믿음과 군사기술 이슈로만 보던 것을 인도주의적 결과라는 새로운 틀로 보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핵무기 금지와 완전 철폐를 촉구하는 핵무기금지조약(Nuclear Ban Treaty) 체결 요구가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세츠코 설로우씨

▲ 발언하고 있는 세츠코 설로우 씨 ⓒ유엔 TV 갈무리

 

실제로 이번 검토회의에서 108국에 달하는 전 세계 국가들이 '인도주의적 약속'(Humanitarian Pledge)이라는 공동의 선언에 서명하는 결실을 맺었다. (7월 2일 현재 112개국으로 증가. 편집자) 핵무기 사용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인도주의 참사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제법상 이를 완전히 불법화하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결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유엔 공동성명과 다양한 그룹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0년 NPT 검토회의 최종 결과문서에서 처음 이 내용이 언급되기 시작해 같은 취지의 공동성명이 유엔 총회와 NPT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연달아 채택되었다. 이에 더해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 과학자, 법률가들이 참여하는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회의'가 3번에 걸쳐 열렸고 그 결과 2014년 12월 오스트리아 정부가 주도한 '인도주의적 약속'이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아래 "'인도주의적 약속'이 나오기까지 국제사회의 노력" 참조)

 

108개국이라는 전 세계 국가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인도주의적 약속'에 참여했지만, 핵무기 보유국들과 그 동맹국들은 아직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핵무기를 안보 수단으로 삼고 있는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등도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2013년과 2014년 관련 유엔 공동성명에 참여했던 일본조차도 아직까지 이번 인도주의적 약속에 서명하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는 위의 어떤 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NPT 검토회의 기간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를 만나 한국 정부의 참여를 촉구했으나 "뜻을 전달하겠다" 이상의 뾰족한 대답을 얻지는 못했다. 2014년 12월에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질의서 답변을 통해 유추해보면 "해당 성명이 핵무기의 단기간내 전면 철폐, 핵무기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불사용 등으로 연계될 수" 있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진짜 속내일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비난해온 한국 정부가 전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자는 '인도주의적 약속'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모순적이며 안타까운 일이다.

 

인도주의적 약속 참가 국가들

▲ 초록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곳은 '인도주의적 약속'(Humanitarian Pledge)이라는 공동의 선언에 서명한 국가. 검은색 동그라미는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유엔의 성명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국가.(159개) 회색 동그라미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참여하지 않은 국가. ⓒICAN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 논의는 대표적인 핵 군축 조항인 NPT 제6조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핵 군축을 강조할수록 이를 거부하는 핵무기 보유국들과 이를 비판하는 비핵국가들 사이의 긴장은 커질 뿐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유지하는데 동반되는 위험성과 핵폭발이 초래하는 재앙적 결과를 인지하고 이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 이번 인도주의적 약속은 국제 반핵평화운동의 중요한 일보 진전이고 모두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NPT 검토회의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만연한 지금, 진흙탕 속에서도 이뤄낸 이 성과를 어떻게 확산하고 지지를 넓혀갈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전 세계 그리고 한반도의 반핵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에 남겨진 과제다.

 

    '인도주의적 약속'이 나오기까지 국제사회의 노력


○ 2010 NPT 검토회의

 - 2010년 NPT 검토회의 최종 문서에서 188개국 정부는 "모든 핵무기의 사용이 인도주의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각국 정부들에게 국제 인도주의법을 포함해 적용 가능한 국제법을 따를 필요성을 재확인"함.


○ NPT 준비위 회의

- 2012년 4월에 열린 NPT 준비회의에서 16개국은 '핵 군축의 인도주의 측면'이란 공동 성명(Joint Statement on the humanitarian dimension of nuclear disarmament)을 발표함. 해당 국가들은 핵무기가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핵확산금지조약 제6조를 철저히 이행하고 효과적인 국제 규제를 통해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음(☞ 자세히 보기). 이어 2013년 4월에 열린 NPT 준비회의에서도 80개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함.(☞ 자세히 보기)


○ 유엔 총회 공동성명

- 2012년 10월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에서는 34개국이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재앙적인 결과를 강조하고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불법화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함(☞ 자세히 보기). 이어 2013년 10월에 열린 제68차 유엔 총회에서는 뉴질랜드 정부 주도로 125개국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음.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이 전 세계적인 의제로 부각되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시 사용되어서는 안되고 핵무기를 철저히 제거하는 것만이 그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함.(☞ 자세히 보기) 또한 2014년 10월에 열린 제69차 유엔 총회에서도 뉴질랜드 정부의 주도로 155개국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음. 위의 결의안들과 마찬가지로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핵무기를 완전 제거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함(☞ 자세히 보기).


○ 국제 시민사회의 노력들

- 이러한 논의를 지지하고자 국제 적십자와 적신월사연맹(ICRC & IFRC)는 2011년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핵무기 철폐를 향한 전진’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2013년에는 핵무기 비확산과 철폐를 위한 4개년 행동계획을 채택하기도 함(☞ 자세히 보기). 또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역시 2013년 제10차 총회 결과 핵무기 사용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규정하고 이를 불법화할 것과 완전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채택함(☞ 자세히 보기).


○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 컨퍼런스

- 오슬로 회의(2013년 3월)와 나야릿 회의(2014년 2월)에 이어 2014년 12월 비엔나 회의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국 정부, 과학자, 법률가, 시민사회 등 각계가 참여하는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림(☞ 자세히 보기). 핵무기 투하가 인도주의 사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와 관련한 현존하는 국제법을 검토함.

- 전 세계 158개국이 참여한 비엔나 회의에서 핵무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도입하는 것에 많은 국가들이 지지를 표명했으며 NPT가 요구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핵 군축을 위한 효과적인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음. 또한 다른 대량살상무기와는 다르게 핵무기가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음. 이 회의를 계기로 오스트리아 정부는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오스트리아의 약속"(Austrian Pledge)을 발표함. 이후 많은 국가들이 이 약속에 동참함에 따라 인도주의적 약속(Humanitarian Pledge)으로 발전함(☞ 자세히 보기).

 

 

□ 필자 주석

(1) 'Humanitarian impact of nuclear weapons'를 직역하면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으로 표현할 수 있음. 그러나 핵무기가 대량살상을 초래하는 비인도적인 무기임에도 '핵무기의 인도주의적 영향'이란 표현이 자칫 핵무기가 인도주의적이라는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어 '핵무기가 인도주의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번역하기로 함.

 

금, 2015/07/03- 20:35
378
0

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악순환의 출발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평화'를 연재를 진행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보기 >> 클릭

[이제는 평화] 칼럼 전체 보기 >> 클릭

 

콜롬비아 국민들은 왜 평화협정을 부결시켰나?

[이제는 평화] 그들은 물었다…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최재훈 경계를넘어 활동가 

 

 

흔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투표할 때 잠재 의식 속에 자리한 위험 회피, 혹은 이익 확정 심리에 따라 왠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아니오'보다는 '예'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라는 애초의 투표 문항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 막판에 "영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유럽연합을 떠나야 하는가"라는 두 가지 안 중 찬성하는 쪽에 X 표시를 하는 방안으로 바뀐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이고 심리적인 분석일 뿐, 개별 투표에 얽힌 복잡한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나 유권자들의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해주지는 못한다. 콜롬비아 정부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하 FARC) 사이에 체결된 평화협정의 찬반을 묻기 위해 현지시각으로 10월 2일에 치러진 국민투표가 반대 50.21%, 찬성 49.78%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부결된 것이 딱 그런 예다.  

 

평화협정의 부결로 인한 내전의 존속과 재발 가능성이라는 위험에도 과감히 반대표를 던진 국민들의 심리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더라도 무장 반군과는 절대 타협할 수 없고, 끝까지 그들을 잡아서 처벌해야 한다는 정의감의 발로였던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투표일을 전후로 허리케인 매튜가 찬성 여론이 강한 카리브 해 지역을 강타하는 바람에 유례없이 투표율이 낮아진 요인 때문일까? 

 

지긋지긋한 내전, 힘겨운 합의, 그리고 반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투표의 부결이 곧바로 내전의 전면적인 재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극히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앞으로도 휴전을 계속 유지한 채 지난번 협정에서는 제외됐던 또 다른 반군인 콜롬비아 민족해방군(이하 ELN)까지 포함한 새로운 평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국제사회도 그런 그에게 노벨 평화상까지 안겨주며 내전 종식과 평화 정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2일(현지 시각) 평화협정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FARC 반군 측 또한 “(이제) 우리에게 유일한 무기는 말(words)”뿐이라 거듭 다짐하며 정글에서 나와 현실 정치 참여를 통한 변화를 추구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의 지속’이 아닌, 모두가 그 가치를 받아들이고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소중한 그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위에서 제기한 질문들의 답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왜 국민투표를 부결시켰던 걸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콜롬비아 내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내전이다. 일반적으로는 FARC가 창립되고 무장투쟁을 시작한 해인 1964년을 내전의 출발점으로 삼아 그 기간을 52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엄밀히 볼 때 콜롬비아 자유당과 보수당 세력 간의 피비린내 나는 유혈극(La Violencia)이 벌어졌던 1948년부터 내전의 불길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당시 두 정당은 1958년 대타협을 통해 '민족전선(Frente Nacional)'이라는 권력 분점의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공산주의자 색출이라는 핑계로 농촌에 군대를 보내 농민들을 학살하고 강제로 토지를 빼앗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농촌 기반의 반군이 FARC, 도시 성직자와 학생운동가 중심의 반군이 ELN이었다.  

 

그 과정에서 살해된 사람들의 수는 1948년부터 지금까지 약 45만 명, 1964년으로 기준을 좁혀도 무려 25만 명에 달한다.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700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전쟁을 피해 고향 땅을 등진 국내 난민(IDP) 신세가 되었다. 

 

이번에 부결된 평화협정은 바로 그런 지긋지긋한 내전을 끝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였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칠레, 노르웨이의 중재 아래 2012년 9월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협상은 수많은 난제와 서로 간의 뿌리 깊은 불신, 간간이 터져 나오는 무장 충돌 소식 등으로 인해 몇 차례나 좌초될 뻔한 위기를 넘긴 끝에 올 8월 24일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이어 9월 26일 콜롬비아의 까르따헤나에서 중남미 12개국 정상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토스 대통령과 FARC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가 내전에 사용된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펜을 들고 협정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며칠 뒤, 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적인 결과가 뒤를 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최대 72%에서 최소 54%로 우세하던, 그래서 심지어 반대 운동 지지자들조차 "(결과와 상관없이) 양심을 보여주기 위한 투표를 하라"고 호소해야 했던 높은 찬성 여론이 삽시간에 뒤집혀 버린 것이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왜 평화협정을 부결시켰을까?  

 

그것은 바로 국민투표가 시간이 지날수록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 투표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데 있다.  평화협정의 찬반을 묻는 절차는 2014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이미 한 차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산토스 대통령은 협정의 추진과 마무리를 위해서는 자신이 꼭 재선돼야 한다며 표를 호소했다. 반대편에는 협정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전직 대통령이자 현 상원의원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강력히 밀던 오스카르 이반 술루아가 후보가 있었다. 

 

결과는 결선투표에서 6%의 안정적인 표차로 산토스 대통령의 당선. 그때 이미 국민들은 평화협정에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국영 에너지 기업 ISAGEN을 비롯한 주요 국유기업의 민영화와 판매세 인상, 경기침체 장기화, 식량 가격 상승 등 잇따른 실정으로 인해 취임 초기 80%에 육박하던 산토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 21%까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그가 정리해고를 쉽게 하는 등 반(反)노동자적 법률들을 계속 도입하는 바람에 오늘날 콜롬비아에서는 정규직 신규 취업자 1명당 비정규직이 9명씩 늘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저항하는 노조와 활동가들을 상대로 군경을 동원한 강경 진압과 납치, 살해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영예가 무색하게 지금도 하루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평화협정이 아닌 정권 찬반 투표로 변해간 국민투표 

 

산토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교묘히 파고든 건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협정 반대 세력이었다. RCN과 Caracol 같은 국내 거대 방송사들을 장악하고 있던 그들은 한편으로는 평화협정이 각종 잔학 행위의 책임이 있는 FARC 반군에게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에게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라는 정치선전을 퍼뜨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토스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함으로써 이번 국민투표를 사실상 산토스 대통령과 그의 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를 묻는 투표로 변질시켜버렸다.

 


▲ 12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에서 평화협정 체결 촉구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이런 분석은 투표율과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로도 그대로 입증된다. 내전의 피해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농촌 지역에서는 찬성표가 당연히 더 많았던 반면, 보고타와 메델린, 칼리, 부카라망가, 바랑끼야 같은 노동자와 빈민이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는 반대표가 훨씬 더 높게 나오거나 산토스 대통령이 2014년에 얻었던 득표율보다 찬성표가 더 적게 나온다든지, 아니면 기권하는 유권자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콜롬비아에서는 도시 빈민들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오랜 내전 동안 지역의 대지주와 목장주들이 고용한 용병과 우파 민병대들에 의해 강제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 교육 환경에 높은 실업률로 인해 갈 곳 없는 청년들을 마약과 범죄에 끌어들인 갱단이 도시 곳곳에서 활개를 친다. 그들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군인과 경찰들이 툭하면 총질을 해대는 곳에서 살아가는 빈민들에게는 일상이 곧 전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에는 관심 없는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협정을 위해 굳이 투표소를 찾는 수고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37.44%라는 유례없이 낮은 투표율(2014년 대선 결선투표율은 47.9%)을 손에 쥐고 '6만 표만 더 얻었더라면'하고 탄식하는 협정 지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당초 협정 지지여론이 85%에 달했던 남서부 지역(허리케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에서까지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던 현상에 대해 애먼 허리케인 탓만 할 건 아니라고 본다. 

 

반군에게 면죄부를 부여하지 말라? 

 

그렇다면 상당수 언론이 원인으로 제기한 '반군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내전이 끝나면 반군들이 반납한 총을 녹여 수도 보고타와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 협상이 이뤄졌던 쿠바에 각각 기념비를 세운다는 깨알 같은 계획까지 포함되면서 그 분량만 무려 297쪽에 달했던 이번 평화협정의 골자는 무장 해제, 농촌 개발, 정치 참여 보장, 불법 마약 근절, 희생자 보상 및 배상이었다.  

 

그중 중간 간부급 이하 반군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처벌을 면해준다는 내용은 전체의 극히 일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의 선례를 준용해 스스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사망자나 실종자들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털어놓는 사람에 한해 사면을 해주는 대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더 엄하게 처벌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내전으로 인해 살해되거나 실종된 가족과 친지가 있는 피해자 단체들이 협정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도 바로 그 '사과와 진실'이라는 두 단어가 협정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베 전 대통령과 반대파들은 피해자 가족들의 억울한 심정을 주된 반대 근거로 들먹이면서도, 정작 그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베 자신도 지주였던 아버지가 반군에 희생당한 피해자 가족임에도 말이다. 애초부터 피해자들의 심경 따위엔 관심조차 없었고, 자신들도 반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인권침해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도시의 산업자본가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산토스 대통령은 석유와 광산업 등에 외국 자본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전 종식을 간절히 바랐다. 대지주와 축산, 농산업 자본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우리베 등도 내전 종식을 간절히 원하는 건 똑같았다. 다만 그것은 협정처럼 평화적인 방식이 아니라 군대와 민병대를 동원한 반군의 완전한 박멸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들의 속내다. 그래야 현재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땅까지 대지주들과 농업 자본가들이 몽땅 차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 때 재임 시절(2002~2010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으로 한 배를 탔던 우리베와 산토스를 가르는 차이도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월, 2016/10/24- 14:41
13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