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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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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익명 (미확인) | 화, 2016/03/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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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라는 게 별거냐? 아무리 월급 많이 주고 복지혜택 많아도 바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트레스 주면 사표 내게 된다.”

“일을 안 해야 좋은 일이지.”

“앞으로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한다는데, 좋은 일을 고민해봐야 뭐하나?”

“어차피 인구가 줄고 있어서 얼마 후면 원하는 일자리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희망제작소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을 진행하면서 자주 들었던 비판입니다. ‘하나마나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싶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들입니다.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다는 이 기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격인지, 이 기획연구를 담당하는 저의 눈에는 유달리 노동 관련 이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열차 좌석들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너구리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캐릭터가 도배돼 있고, 그 비싸다는 포털 메인의 최상단 광고 자리에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배너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적잖은 돈을 뿌리니, 여기저기서 ‘노동’ 소리가 들려온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 ‘노동개혁’이라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한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에 15,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그중 3,200여 명이 추가 의견을 남겼는데, 상당수가 자신의 노동조건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근로시간과 급여가 빈칸인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출산휴가도 한 달만 주고, 연차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무급으로 쉬어야 합니다.”

“다른 조건은 좋은 편인데 근로계약서를 안 써줍니다. 야근 수당이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근로계약서 안 썼다고 부당한 대우는 없을 거라고 하시지만 직원들은 불안해합니다.”

“대졸인데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에 월급을 90만~100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경력이 쌓여야 월급이 올라가는 거지 처음에는 다 그렇다’라고만 합니다.”

모두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부당하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거의 모르는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잘 이뤄지는 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좀 낫지만, 노조조직률이 10%, 중소기업은 겨우 2% 수준이니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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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지만,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은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위 설문조사의 응답 항목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두 달여 동안 15,000명 이상 이 참여한 것만 봐도 그 열망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희망제작소가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이 좋은 일이냐’는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좋은 일의 기준이 ‘정규직’, 혹은 ‘대기업 정규직’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100대 대기업이 전체 고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정규직은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법적 표현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고용형태가 모두 정규직이었다가 계약직, 파견직 등이 하나 둘 생겨나다보니 정규직 법적 개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식으로 모호합니다. “정규직을 달라며 투쟁했더니 무기계약직을 줬다”는 2007년 510일간의 홈에버 파업 결과도 그런 모호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의 진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네이버 해피로그 연재를 통해서였습니다. 첫 회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들어본 다양한 일자리 모습을 전했습니다. 대부분은 비정규직 고용, 정체되는 연봉 등으로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사례였지만 단 한 명, 자기 일에 만족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학력‧성별 차별이 없고, 같은 직급의 고용형태는 모두 같으며, 직원을 배려하는 근로조건이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에는 싣지 못했지만 삼성전자의 중간 관리자급인 40대 초 남성과의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관심이 있는 직장이 있다면 연봉이 줄더라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근로조건 측면에서 ’좋은 일‘의 기준에 부합하는 직장이 있다면 임금이 줄더라도 옮기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39.9%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통합니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임금이 줄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위의 40대 남성은 분명히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부경쟁이 너무 심하고,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이 기업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다 40대 중반에 밀려나는 것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다른 대안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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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세요?’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정규직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없는 좋은 일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청년일자리 현황 파악을 위해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를 만나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제 주변에 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전체가 ‘나쁜 일자리’에 직면해 있다. 단지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외국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던 아주 소수의 여성들에게만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길이 그것도 남성들이 비해 아주 좁게 열려 있는데, 그나마도 출산과 육아의 상황에 직면하면 밀려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여성들에게조차 경력도 학력도 인정 못 받는 최저 수준의 ‘나쁜 일자리’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이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취업‧이직의 기회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들도 ‘좁은 길’에서 한 번 밀려나오면 ‘나쁜 일자리’ 기회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중 대다수는 엉뚱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좁은 길’로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들어가 봐야 몇 년 버티지도 못할 텐데,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으려고 그 많은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극소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일자리가 ‘좋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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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연재 시리즈는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재미 등의 주제로 각기 이 조건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 또는 단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이런 일부의 사례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 4일만 출근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 새누리당 사무처에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는 것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좋은 일 찾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임금’보다 ‘적절한 노동시간과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근로조건’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가 열망하는 ‘좋은 일’의 상(像)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며, 주 40시간 이하 노동시간을 지키고, 나의 적성에 맞거나 재미가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에 화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고,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증진되며,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일”

좋은 일 찾기 복면좌담회

이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월 20일에는 설문 응답자 중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한 11명과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서울 평창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일하면서 느껴온 점, ‘좋은 일’의 중요한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좋은 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후기)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런 의견들을 구처적인 정책요구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월 24일에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역시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렸고,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습니다.

현실이 난맥상인데 해법이 ‘단순명료’하기가 말처럼 쉽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발제 내용들에서는 최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내놓으려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강성태 교수는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가까운 지역 고용관청에서 최저근로기준을 담은 ‘근로기준명세서’를 개별 노동자들에게 교부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고용 계약 내용을 분명히 알고 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런 만큼, 그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해법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직장 내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 공정노동 인증 등에 대한 방안들이 제시됐습니다.(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후기)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번 연구에서 남은 것은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 보고서’를 내놓는 것입니다. 물론 보고서가 나온다고 정책에 다 반영될 수도 없겠고, 노동 현실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토론회에서 강성태 교수님이 “희망제작소 연구의 좋은 점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 의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왔던 “근로계약법 맺는 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에 대해 청소년기부터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부터 희망제작소답게,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일자리 정책’, ‘청년 고용 정책’ 등이 들려올 것입니다. 고용률 높이자고 비정규직, 인턴 자리만 양산하는 그런 정책 말고, 진짜 우리 노동 환경을 바꾸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풍족해지게 하는 그런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냥 고용 정책 말고, ’좋은 일‘을 원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참, 앞에서 전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해당된다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에 자문을 해준 이현종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전화 1350)나 지역별 관할고용센터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라”면서 “이런 상담이 고용노동부 본연의, 가장 주된 업무이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노무사)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사무국(0505-930-2710)에 연락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위 사진들 중 일부는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을 찍은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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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

한살림 참가해 먹거리기본권 캠페인 진행

가래떡 나눔 통해 농업인의 날 알려

 

지난 11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에 한살림이 참가했습니다. 촛불 1주년을 앞두고, 정치 개혁을 바라는 운동들이 모여 지역, 부문, 계층을 망라한 다양한 정치 개혁 요구를 담은 이번 행사에는 한살림을 포함하여 농민헌법운동본부,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녹색연합 등 약 50여 개 단체들이 참여해 풍성한 공론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한살림은 ‘먹거리 기본권과 정치개혁’이라는 주제로 시민대상 캠페인을 벌이고, 행사 당일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한살림 가래떡을 구워 많은 시민들과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먹거리 기본권은 대한국민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여, 먹거리 양극화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고르게 향상시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식량자급률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먹거리의 3/4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우리농민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비단 국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소비자가 공동생산자로서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는 친환경 유기농 지역 먹거리를 확대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정치 개혁, 먹거리 기본권 보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목, 2017/11/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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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GMO ③] 한살림 국내자생GMO 조사단

 

밥상뿐만 아니라 농지까지…

LMO유채로 인한 국내 생태계오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다 철저한 LMO유채 관리를 촉구한다!

 

매년 10월 16일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식품)를 반대한다는 뜻의 반(反)GMO를 줄여 표기한 반지의 날입니다. 반지의 날을 맞아 한살림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과 함께 <한살림 국내자생GMO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가지고 현재 LMO유채 오염 현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5월, 강원도 태백시의 유채꽃 축제장에서 처음 발견된 LMO 유채가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진 것으로 밝혀진 이래 한살림은 ‘LMO안전관리대책반’이 진행한 민관합동조사활동에 참여해 LMO 유채의 국내오염실태를 직접 확인하고 제거작업에 적극 동참한 바 있습니다. 민관합동조사활동 결과가 예상보다 심각하여 LMO 유채의 환경방출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한살림은 <한살림 국내자생GMO 조사단>을 구성해 정부 조사 이외의 자체적인 조사를 지난 9월 한 달 간 진행했습니다. 한살림서울생협, 한살림성남용인생협, 한살림경기동부생협, 한살림천안아산생협, 한살림경남생협 등 5개 회원조직이 참여했으며 7월 민관합동조사가 이뤄진 곳들 중 임의로 12개 곳을 선정하여 조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한살림 국내자생GMO조사단의 조사결과 역시 심각합니다. 경기 안성, 용인 지역, 충남 홍성 지역 그리고 경남 거제, 통영 지역 등 총 12곳에서 진행된 조사활동 대부분에서 또다시 LMO 유채가 발견되었습니다. 10~50cm로 생육정도가 천차만별이었으며 충남 덕산면에서 발견된 LMO 유채의 경우 꽃을 피웠을 뿐 아니라 씨앗까지 맺힌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도로변에 나있어 종자이동과 그로 인한 오염가능성까지 크게 우려되었습니다.

한살림 국내자생GMO조사단 조사결과 (2017.09)

 

 

▲경기 안성지역에서 발견된 유채가 LMO 양성반응을 보임.

 

▲경기 안성지역에서 발견된 LMO유채가 꽤 크다.

 

▲덕산면 덕산리에서 발견된 LMO유채의 꽃과 씨주머니.

 

▲덕산면 덕산리에서 발견된 유채 개체들의 LMO양성반응.

 

▲LMO유채를 직접 손제초한 <한살림 국내자생GMO 조사단>의 모습.

 

한살림은 내년에도 조합원 여러분과 함께 <한살림 국내자생GMO조사단>을 통해 LMO유채 조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우리 밥상과 우리 농지를 지킬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안돼요 GMO 전면광고(한겨레 17.10.16)

지난 10월 16일 반지의날에는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조합원 여러분이 모아주신 기금으로 제작한 GMO반대 광고가 한겨레 신문에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더 안전한 밥상을 위해 한살림은 GMO 대응운동을 꾸준히 해 나갈 것입니다.

 

 

[안돼요GMO ①] LMO가 무엇인가요?

[안돼요GMO ②] LMO유채 민관합동조사반

 

목, 2017/11/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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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한 해를 정리하고, 신년을 맞이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동시대 우리의 삶과 일상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아보는 지표와 조사 결과도 속속 발표되기도 하는데요. 희망제작소도 2016년 12월 개인과 사회 차원의 희망을 측정해보는 ‘시민희망지수’ 조사를 시민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해 한국사회의 현실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대 흐름 속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지수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The Globe Scan Foundation – The Hope Index 조사

▲ The Globe Scan Foundation 웹사이트(https://www.globescanfoundation.org)

▲ The Globe Scan Foundation 웹사이트(https://www.globescanfoundation.org)

The Globe Scan Foundation은 지난 2014년 세계 12개국(미국, 영국, 멕시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러시아, 폴란드, 파나마, 인도, 터키, 케냐, 인도네시아 등)의 시민 총 1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현재의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위기에 대한 태도, 국제 분쟁과 개인의 자유에 관해 설문하는 동시에 향후 전망·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 수준 등을 측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인류 차원의 희망을 측정했다는 점을 희망에 대한 세 가지 측면(현 상황에 대한 전망, 극복에 대한 낙관, 미래세대 전망)에 종합적으로 반영해 지수 형태로 산출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국가별로 인식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저개발국의 경우 선진국 보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The Globe Scan Foundation 웹사이트 : https://www.globescanfoundation.org
▶ 자료보기 (클릭)

부탄의 국민행복총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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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부탄 국민행복총지수 리포트(출처 : 국민행복총지수 웹사이트)

부탄의 ‘부탄 GNH 연구센터’에서 측정하고 분석하는 지수입니다. ➊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적 개발, ➋ 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 ➌ 자연환경의 보존, ➍ 좋은 거버넌스를 4대 축으로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이 축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9개 영역(정신적 웰빙, 건강, 시간사용, 교육, 문화 다양성, 거버넌스, 공동체 활력, 환경 다양성, 생활수준 등)과 33개 지표에 관한 응답을 점수와 가중치를 활용해 행복지수로 나타납니다. 해당 지수는 부탄 국민이 특정 시점에 어느 정도 행복한지, 과거보다 어느 정도 행복해졌는지 등을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부탄의 모든 정부 정책과 사업 프로젝트가 해당 지수에 의한 심사과정을 거치고, 일정 점수를 획득한 경우에만 정책으로 실행된다고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부탄 국민행복총지수 웹사이트 : http://www.grossnationalhappiness.com/articles
▶ 자료보기 (클릭)

캐나다의 웰빙지수(Canadian Index of Wellbeing, CIW)

국내총생산(GDP)이 ‘삶의 질’과 ‘사회 발전’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캐나다는 2011년부터 ‘웰빙지수’(Canadian Index of Wellbeing, CIW)를 발표하고,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CIW는 8가지 영역에서 삶의 질의 변화를 측정합니다. 8개 영역은 ➊ 예술·문화·레크리에이션, ➋ 시민 참여, ➌ 지역사회 생명력, ➍ 시민 교육, ➎ 생태계 건강, ➏ 건강한 국민, ➐ 생활수준, ➑ 시간 활용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 지표는 여성, 최하위 빈곤층, 청년층 등 서로 다른 사회집단별로 건강과 생활수준, 고용, 소득지표 등을 측정하여 기존 GDP에서 포착할 수 없는 부분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CIW를 참고해 지표체계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 3월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Korean Quality of Life)를 발표했습니다.
▶ 캐나다 CIW 웹사이트 : https://uwaterloo.ca/canadian-index-wellbeing
▶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웹사이트 : https://qol.kostat.go.kr/blife/main.do

▲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웹사이트

▲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웹사이트

세계가치관조사(WVS: World Values Survey)

세계가치관조사는 1980년대부터 여러 주제에 대한 각국 국민의 가치관과 인식 등을 5년마다 주기적으로 연구하는 조사인데요. 분야는 크게 개인, 가정, 사회, 국가, 국제, 노동, 종교, 환경 등으로 분류됩니다. 위의 7개 영역을 기본으로 하되 시기별로 빈곤, 성평등, 민주주의, 세대 등에 관한 문항을 추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 세계가치관조사 웹사이트 : http://www.worldvaluessurvey.org/wvs.jsp

앞서 언급했듯이 희망제작소는 지난해부터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민희망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희망’은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당대 환경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시민희망지수를 개발하는 과정에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희망을 “나 자신의 삶과 내가 속한 사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힘과 변화에 대한 기대”라고 명확히 정의 내린 뒤, 시민의 희망 인식 정도를 살펴봤습니다. 2016년 조사에서는 개인희망인식(6.26)에 비해 사회희망인식(4.37)이 낮게 나타났는데요. 올해는 시민의 희망이 얼마나 더 충전됐을까요? 오는 12월, 2017 시민희망지수가 발표됩니다.

– 자료 : 인은숙 | 지역혁신센터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 정리 : 방연주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11/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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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의 노동자 손배소 제기에 대한 규탄 논평] 노조파괴사업장 ‘유성기업’은 ‘손배소 보복 조치’ 즉각 중단하라 – 고용노동부는 ‘괴롭히기’ 소송에 대한 전면조사와 구제방안을 마련하라     노조파괴 […]
금, 2017/11/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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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보도자료] 국가/기업의 괴롭히기 소송 남발,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권 가로막는 ‘괴롭히기 소송’, 멈출 수 있을까   국회, 법조계, 시민사회 공동토론으로 대안마련 나서 11월28일(화)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개최 […]
수, 2017/11/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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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전국 각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그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26+ 워크숍 활용설명서에는 그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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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워크숍 활용설명서’와 워크숍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수, 2017/11/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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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구 교수가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의 소에 대한 < 손잡고 > 진상조사소위원회의 입장   < 손잡고 >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
목, 2017/1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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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되살림운동,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입지 않는 옷을 모아 파키스탄 학교 지원

 

파키스탄 현지에 도착한 한살림 옷 꾸러미

 

지난 5월 한 달 간 한살림에서는 옷되살림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로부터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모으고, 이렇게 모은 옷을 파키스탄에 수출하여 그 수익금으로 파키스탄의 학교를 돕는 활동입니다. 11월 한살림에서 수출한 옷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무사히 판매됨으로써 첫 번째 옷되살림운동이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2016년 의류재활용사업설명회

 

홍보부터 차근차근

실제 활동에 앞서 먼저 회원생협에 찾아가 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지역의 실무자, 활동가 여러분께 옷되살림운동의 목적과 운영 방법을 전했습니다. 조합원분들에 대한 홍보는 3월부터 진행되었습니다. 연합 소식지와 SNS 등을 통해 입지 않는 옷을 모아 두었다가 한살림 매장으로 또는 주문공급이나 택배를 통해 모아 주시기를 알렸습니다.

 

옷을 공급실무자에게 전달하는 조합원

 

옷되살림운동에 참여하는 아이들

 

조합원은 물론 지역사회도 참여

사전에 여러 통로로 소통한 덕분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한살림 조합원분들은 물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참여해 주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직접 옷을 모아 보내주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이루어졌습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옷되살림운동에 동참하여 주었습니다. 좋은 목적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택배비를 자비로 지불하면서도 기꺼이 택배로 참여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생산지에서도 택배를 보내 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옷되살림운동 역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 되어 진행한 셈입니다.

 

한살림물류센터에 모인 85.2톤의 옷

 

82.5톤을 모으다

이러한 참여에 힘입어 목표량 70톤을 훌쩍 넘긴 85.2톤의 의류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옷들이 한살림물류센터에 가득 쌓인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옷은 매주 10톤짜리 트럭에 실려 분류가 이뤄진 울산으로 보내졌습니다. 7월26일 물류센터에 보관하던 옷을 모두 실은 마지막 트럭을 보냈습니다.

 

분류/압축 작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타마르

 

사회적기업에서 분류·압축

옷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압축하는 일은 사회적기업인 타마르에서 담당하였습니다. 이전에도 중고의류를 기부받아 판매해 온 타마르에서는 옷되살림운동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성심성의껏 분류 작업을 진행해 주었습니다. 특히 장애인, 고령자를 고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거둘 수 있었고, 지역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하여 봉사활동의 장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렇게 분류 및 압축을 마친 옷을 9월 16일 컨테이너에 실어 파키스탄으로 수출하였습니다.

 

파키스탄 현지에 도착한 한살림 옷 꾸러미

 

파키스탄 현지에 도착한 한살림 옷 꾸러미

 

현지에 무사히 도착한 옷, 좋은 가격에 판매

부산항에서 파키스탄 카라치항으로 보내진 옷을 11월 1일 파키스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 카라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의류 시장이 있습니다. 한살림에서 보낸 옷 꾸러미도 카라치의 어느 창고에 부렸습니다. 옷 꾸러미는 개봉하지 않은 채로 도·소매업자들에게 판매됩니다. 따라서 먼저 신용이 형성되는 게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의 옷을 수출하여야 신용이 높아지고, 그래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살림은 첫 수출이었는데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옷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에게나 마구잡이로 받아온 게 아니라 생협 조합원들이 정성껏 모은 것이라는 게 헤아려졌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여러분들이 모아주신 옷이 무사히 도착하여 잘 판매되었습니다.

 

알카이르 캠퍼스 3의 수업 모습

 

2천여 명의 학생을 1달 동안 교육할 수 있어

옷되살림운동은 일방적인 기부 방식이 아닙니다. 한살림에서 수출한 헌옷 25톤에 대해 알카이르복지회에서 판매대금의 25%인 500만 원을 한살림에 지급합니다. 파트너로서 서로에게 이로운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한살림은 이 금액을 다시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를 포함한 총 지원금은 한화 1,250만 원 정도로, 알카이르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일곱 학교에 지원됩니다. 이는 2,400명의 학생을 1달 동안 교육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이는 카츠라쿤디 지역의 모습.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자욱하다

 

카츠라쿤디 지역 내 마을. 현재 약 300가구가 살고 있다

 

쓰레기를 태워 남은 재에서 얻은 고철을 팔아 생계를 잇는다

 

아이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쓰레기에서 고철을 모으는 일을 한다

 

쓰레기더미에 사는 아이들의 안식처를 만드는 일

한살림에서 보낸 옷으로 지원하는 학교 중 ‘알카이르 캠퍼스 3’은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이는 카츠라쿤디 지역에 세워진 학교입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종일 쓰레기를 태워 남은 재에서 모은 고철 등을 팔아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하루에 400루피(4,200원) 정도의 수입밖에 얻지 못하는 형편에서, 무상으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알카이르 학교는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와 같지 않을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더미 속에 살며 작은 풀 하나 구경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곳곳에 나무와 꽃을 심어놓은 학교 안으로 들어서면서, ‘아이들이 숨통을 틔울 곳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학교는 학교 그 이상의 안식처입니다.

 

나무, 정수시설, 놀이터가 있는 알카이르 캠퍼스 3

 

나무, 정수시설, 놀이터가 있는 알카이르 캠퍼스 3

 

나무, 정수시설, 놀이터가 있는 알카이르 캠퍼스 3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된 헌 옷

쓰레기에서 고철을 분류하는 일은 보통 오전 7~11시에 이뤄집니다. 학교 수업시간과 겹치다 보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하게 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열두 살 소녀 나즈마 역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학교에 다니면서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저 입지 않는 옷을 먼 나라로 보냈을 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옷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얻게끔 합니다. 상상만 하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 보람을 참여한 모든 분들이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알카이르 캠퍼스 3의 학생 나즈마

 

당신이 했습니다 우리가 했습니다

옷되살림운동은 단순히 파키스탄을 돕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살림 조합원에게 옷되살림운동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기회였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는 장이었습니다.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활동으로서, 처음 시행하였는데도 목표량을 크게 넘어섬으로써 한살림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힘은 우리 안에서 나온 것입니다. 옷을 모아주신 조합원님, 매장에서 그리고 공급하면서 옷을 받아주신 실무자·활동가님, 모아진 옷을 물류센터로 옮기고 보관해 주신 물류지원협동조합 여러분, 옷을 잘 분류해 준 타마르 임직원, 그 외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의 도움에 힘입은 덕분입니다.

 

한살림서울-배화여자고등학교

 

한살림청주-탁양희 조합원

 

감사합니다. 당신이 했습니다. 우리가 했습니다.

 

수, 2017/11/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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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88호 중 [생산지 탐방]

 

덕분에 올겨울 김장도

기대됩니다

 

전남 해남 참솔공동체 김장채소

 

 

작물을 잘 보고, 생산자님의 말을 잘 듣고 와서 조합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 산지 탐방은 매번 부담입니다. 이번에는 주부에게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김장거리를 보러 가는 터라 책임감이 더욱 무거웠습니다.

한살림경기남부 농산물위원들은 11월 2일 해남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부지런히 갈 길을 재촉했지만 워낙에 먼 길이라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었습니다. 한창 바쁠 때인데도 참솔공동체 생산자님들께서 마중 나와주셨고, 생산자와 조합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튿날 배추밭과 무밭, 적갓밭과 절임배추 공장 두 곳을 둘러봤습니다. 출하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배추속이 제대로 찼을까 살짝 걱정스러웠습니다. 잘라서 먹어보니 아삭하고 고소해서 ‘이 배추로 김장을 하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병충해가 심하고 정식이 늦어 배추 절반가량은 출하하지 못할 거라는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참솔공동체에서는 기피제를 구입해 뿌리거나 직접 제재를 만들어 병충해를 예방한다고 합니다. 배추의 고질병인 뿌리 혹병에 걸리면 관행밭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금방 번지는데 유기재배 밭은 자생력 덕분에 덜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땅과 함께 짓는 농사의 힘인가 봅니다.

돌아본 밭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이순운 생산자님 무밭이었습니다. 멀칭 없이 풀과 공생하면서 무가 커가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벌레가 많이 먹은 무청을 놓고 “벌레와 같이 나눠 먹는 것이 유기농사”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일 년간 공들인 농사를 벌레 때문에 망친 그 심정이 이해가 돼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두 곳의 절임공장 중 임흥옥 생산자님이 이번에 새로 정비한 곳은 넓고 깨끗하여 위생적으로 안심이 되었습니다. 다른 한 곳은 공장 바닥이 까지거나 설비 손잡이 부분에 녹이 슬어있어 개선을 요청드렸습니다. 두말 않고 바꾸어 주겠다는 말에 믿음이 갔습니다. 늘 그랬지만, 직접 보고 오니 올해 김장도 기대가 됩니다.

 

글·사진 박경희 한살림경기남부 농산물위원

수, 2017/11/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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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디스지회 ‘모욕’건 손배소 2심 선고에 대한 논평] ‘노동자에 대한 보복’에 장단 맞추는 사법부 판결을 규탄한다     법원이 또다시 해고노동자의 집회 퍼포먼스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하는 […]
금, 2017/12/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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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매일밥상 – 오늘의 국 · 탕

 

깊어지는 가을의 맛을 듬뿍 담은 건강 밥상

 

들깨토란탕

 

오늘의 국 · 탕 – 들깨토란탕

 

들깨토란탕

이렇게 만들어요

 

오늘의 국 · 탕 – 들깨토란탕 재료

 

재료

알토란 300g, 무 1/4개, 애호박 1/4개, 말린표고버섯 4~5개, 다시마 1조각, 들깨가루 10큰술, 찹쌀가루 1큰술, 어간장 1큰술, 쌀뜨물 3컵

 

방법

1. 껍질을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5분 정도 데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 썬다.
※ 쌀뜨물에 데치면 토란의 아린 맛을 제거할 수 있다. 토란의 껍질은 쌀뜨물에 데친 후 벗겨도 상관없다.

2. 말린표고버섯은 반나절 정도 물에 불린 뒤 납작하게 썬다. 무, 애호박도 납작하게 썬다.

3. 현미유를 두른 팬에 채소를 볶다가 재료가 노릇하게 익으면 어간장을 넣고 더 볶는다.
※ 먼저 간을 하고 볶으면 채소가 질겨질 수 있으니 간은 채소를 충분히 볶은 뒤에 한다.

4. ③의 채소에 간이 배면 ①의 토란을 넣고 함께 볶다가 재료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5. 분량의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를 ④에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요리지도_경봉스님

20년 동안 한국 전통음식과 사찰음식을 만든 경험을 토대로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 내 자연요리연구소에서 건강한 식재료 및 조리법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통한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체질과 증상에 맞는 건강식과 발효음식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한살림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용문사부설 어린이집의 식단을 책임지게 되면서 한살림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수, 2017/11/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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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88호 [한살림 짓는 사람들]

양식이 아니라

‘바다 농사’ 입니다

 

장석 거제 중앙씨푸드 생산자 이야기

 

굴이 자라는 바다는 인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에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이루어낸 아름다운
풍경이며, 믿은직한 대안이다

 

장석 거제 중앙씨푸드 생산자

 

일반적인 수산물 양식과는 다르게 굴 양식은 사료, 항생제, 염산 등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들이 일체 필요 없다. 굴은 바다가 오롯이 키우기에, 거제 중앙씨푸드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장석 생산자는 ‘굴 농사’라 불러 달라고 했다.

중앙씨푸드는 굴을 생산하고 포장해 한살림에 ‘남해안 생굴’과 ‘냉동굴’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부터 포장, 유통까지 책임 있게 관리해,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생산지이다.

굴은 바닷가에서 캐서 먹는 것으로만 알던 1960년대 후반, 장석 생산자의 선친께서 우리나라에서는 선도적으로 굴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본래 문학도였던 장석 생산자는 거제도 바닷가로 돌아와 아버지를 도와 굴 농사를 개척했다.

거제·통영 일대 바닷가는 적당한 수온에 플랑크톤이 풍부한 청정해역으로 굴 농사를 짓기에는 제격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거제도 해변은 자갈이 선명하게 보이고, 바다내음 머금은 공기가 한없이 상쾌해, 미세먼지 없이 저 멀리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굴 수확은 가을부터 이듬해 5월 늦봄까지 이어진다.
거제·통영 일대가 가장 많이 바쁜 때이다. 아침 7시가 넘으면 바다 양식장이나 박신(굴 까기)공장이나 활기가 넘친다. 바다에서는 연신 작업뗏목으로 굴을 끌어 올리고, 작업뗏목의 굴은 뭍의 박신공장으로 옮겨져, 여성작업자 100여 명이 신속하게 굴을 까낸다.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딱딱한 외피를 벗은 우유빛깔 굴은 다시 가공공장으로 옮겨져 엄격한 기준으로 세척·포장돼 얼음과 함께 보냉상자에 담긴다.

굴은 바다와 거제도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주민들에게 귀중한 수입원이 되어왔다. 요즘은 인근 마을 어머니들만으로는 일손이 많이 달려서 통영시내에서 통근버스를 운영하며 여성작업자들의 출퇴근 편의를 돕는다.

“우리나라 실정에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래도 굴을 드시는 한살림조합원들께서 그 노고는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석 생산자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굴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하루종일 굴을 수확하고, 까고, 씻고, 포장하는 사람들 덕분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중국, 유럽, 미국 등지에서 굴을 생산하지만 이렇게 맛있고 깨끗한 굴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좋은 굴을 풍부하게 생산하려면 청정해역과 다수의 숙련된 작업자, 엄격한 시설, 물류 등 제반 조건이 잘 맞아야 하는데, 좀처럼 맞춰지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진 마늘, 고춧가루에 맛있게 무친 생굴을 한 입 베어 물 때 거제도 푸른 바다와 함께 굴을 생산한 사람들을 떠올린다면 더 특별한 맛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장석 생산자는 1985년부터 거제도 바다와 함께 굴 농사를 지어왔다.
공동체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생굴,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요?

 

올해 초 노로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거제·통영일대는 대대로 청정한 바다입니다. 지역의 산업기반으로써 지자체가 앞장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에 거제·통영일대는 해역을 지나다니는 관리선의 간이화장실과 양식장의 바다 화장실을 보강하고, 하수종말처리장도 추가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굴은 지역의 생명줄이기에 주민들이 더 조심합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미국 FDA에서 직접 와서 바다도 검사하고, 공장도 검사하는데, 올해 3월에도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생물로 먹는 식품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까지도 한 달에 한번 이상 수질검사를 하면서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푸른 바다 내음 담아

보내는 제철 선물

한살림 굴

 

한살림 남해안 굴

오늘날 수산양식은 물고기를 잡아서 다시 물고기를 먹이는 방식으로 작은 잡어까지 남획해 바다생태를 망가뜨린다.

무분별한 남획은 어족자원을 고갈시켜 국제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굴 농사는 사료, 항생제 등 일체의 투입 없이 바다라는 밭이 오롯하게 내어주는 선물이다.

중앙씨푸드는 복잡한 유통과정 없이 직영 및 계약재배 방식으로 생산단계부터 포장, 유통까지 국제기준에 맞춰 책임 있게 관리해, 한살림조합원에게 신선하고 오동통한 굴을 공급한다.

영양도 풍부하지만 소화도 잘 돼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 가장 맛있게 살이 오르는 겨울철에 생물로 먹으면 풍부한 바다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수, 2017/1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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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편(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에서는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욕망을 살펴보았고, 2편(주공 아파트 키드의 기억)에서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또한 3편(마을에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서는 아파트라는 삶터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마을’과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살펴보았는데요. 연재 마지막인 이번 회에서는 장소와 아파트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장소 ④ 아파트 개인사 : 잃어버린 장소성의 파편

이푸 투안(YiFu Tuan)은, 인간이 특정 장소에 특별한 느낌을 가진다는 명제를 표현하기 위해, 장소나 땅을 뜻하는 ‘토포스’(Topos)와 우정이나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Philia)의 합성어인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말로 하면 ‘장소애(場所愛)’ 정도가 될 듯하다.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낯선 추상적 공간에 각각의 경험이 더해져 의미 있는 구체적인 장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앨러스테어 보네트(Alastair Bonnett)는 이를 좀 더 확장해서 “장소는 ‘인간이 된다’는 것의 변화무쌍하고도 근본적인 측면이며, 그런 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장소를 만들고 장소를 사랑하는 종(種)”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정체성은 장소 안에서 형성되기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린 장소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그의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시민아파트의 기억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도시민 대부분에게 아파트는 추상적 공간을 넘어서 매우 구체적인 장소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거나 바꿔 간다.

사실 대한민국의 아파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만들어진 몇몇 실험용 아파트 건물을 제외하면, 광복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라 불리는 ‘중앙아파트’가 만들어진 게 1956년이다.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는 1962년에 지어졌다. 기껏해야 55~60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살던 곳은 시민아파트라고 불렸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곳이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장소다. 그 시민아파트는 오늘날의 아파트와는 사뭇 달랐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제대로 된 주택정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무허가 건물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방치하다시피 하던 정권도 1960년대 중반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다. 무허가 건물에 살던 시민을 이주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시민아파트다.

시민아파트는 근대화의 명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자신이 살던 터를 잃어버린 시민이 몰려든 곳이라는 점에서는 그늘이지만, 근대화와 산업화 의지를 과시라도 하듯이 수직적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시민아파트 정책은 1970년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때까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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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네이버 뉴스스탠드 갈무리)

서울에 올라온 우리 가족도 5년 정도 살던 집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바로 시민아파트다. 나는 청소년기와 청년기 약 15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우리 아파트는 총 5개 동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조금 더 세련되고 넓고 큰 공무원 아파트가 있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그리고 몇 개의 아파트로 이뤄진 단지와 이웃 동네 간 경계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이사 갔을 때, 우리 가족이 살던 동(棟) 바로 옆의 한 개 동은 철거되어서 지반과 건물의 1층 일부만 남아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당시 많은 시민아파트가 대형업체가 아닌 중소업체에 의해 날림으로 산 중턱에 지어졌다. 그래서 4분의 1 정도가 건축된 지 10년도 안 돼서 철거되었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5층짜리 복도식이었고, 연탄불을 사용하는 11평형이었다. 나와 동생이 함께 쓰던 방은 삼촌들이 번갈아가며 오랫동안 머무르곤 했다.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집에서 학교까지 오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좁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를 함께 다니던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아파트나 인근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소외감이나 자격지심을 많이 느꼈던 것 같지는 않다. 아파트 1층에는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품을 갖춘 가게가 있었고, 초등학생이 놀기에 딱 좋은 놀이터도 있었다. 요즘 회자하는 ‘마을공동체’는 아니지만, 그냥 ‘동네’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학교생활과 동네생활이 지리적, 문화적으로 크게 구분되지 않은 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동네보다는 학교생활의 비중이 컸던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역시 그곳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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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아파트 전경(출처 : 국가기록원-http://www.archives.go.kr)

사라져버린 장소, 다시 만들어지는 장소성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불편하고 불안했던 시민아파트 생활도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끝났다. 조만간 철거될 것이라는 소식이 떠돌 때쯤, 돌연듯이라는 표현에 가깝게 그곳을 떠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이따금 생각나던 그곳이 마침내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로부터 약 5년 정도 지난 후였다. 시민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에는 공원과 녹지가 들어섰다. 사진으로 보는 그곳은 낯설기만 하다.

유예했던 나의 아파트 생활은 결혼과 함께 다시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5층짜리 잠실주공아파트 단지에는 최근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고, 단지 이름도 어렵게 바뀌었다. 대규모 단지이기는 해도 폐쇄적이지는 않았던 곳이 이제는 ‘빗장지르기'(gating)를 통한 공간분리 기제’를 갖춘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inites)로 변모했다.

지금은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요즘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면 비교적 넉넉한 공원과 녹지, 놀이터 등이 있는 곳이다. 아직은 공간적, 사회문화적으로 폐쇄성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서울의 외곽인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이 재개발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며, 관련 뉴스에 일희일비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의 속성은 사실 장소애가 아니라 부동산 욕망에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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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래스테어 보네트는 ‘무장소성’(placelessness)이라는 용어로 진정성을 상실한 장소를 설명하면서, 이런 곳은 자신만의 의미와 깊이가 사라진 대신에 획일성과 인위성이 두드러진 ‘밋밋한 경관’을 특징으로 한다고 보았다. 우리가 흔히 공동체성 또는 공동체주의가 사라졌다고 하는 아파트 단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성은 현실 그 자체보다는 기획되거나 동원된 수사, 상실성에 기초한 노스탤지어에 가까울 때가 많다.

게다가 전통적인 장소와 구별되는 새로운 공간, 이를테면 고립된 현대식 주거단지, 대형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나아가서는 사이버공간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가 한층 커지고 있다. 마르크 오제(Augé, Marc)는 이런 곳을 전통적 장소와 구별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장소성’과 구별해서 ‘비장소'(non-place)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 그리고 아파트는 공동체성과 무장소성의 중간 어디쯤 위치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을만들기 또는 마을공동체에 관한 우리의 논의도 그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경험하게 될 장소성의 상실을 한편으로 하고, 새롭게 마주하는 공간에서 장소성을 재구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 글 : 정창기 | 시민상상센터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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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박철수 ‘아파트문화사’(살림출판사, 2013)
2) 앨러스테어 보네트(Alastair Bonnett) ‘장소의 재발견’(책읽는수요일, 2015)
3) 전상인 ‘공간으로 세상 읽기’(세창출판사, 2017)
4) 정헌목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비교문화연구 제22집 1호/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2016)
5) 정헌목 ‘전통적인 장소의 변화와 비장소(non-place)의 등장(비교문화연구 제19집 1호/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2013)
6) 정헌목 ‘게이티드 커뮤니티의 공간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함의’(서울도시연구 제13권 제1호/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2012)

도시의 주된 주거형태가 저층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감에 따라 다양한 사회문제(층간소음, 경비원 처우개선, 이웃 간의 분쟁 등)가 발생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2013년부터 SH서울주택도시공사, 한겨레신문과 함께 ‘주민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이하 행아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파트에 사는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주도의 아파트문화형성을 지원 중이다.
수, 2017/1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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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2017 연말연시 선물꾸러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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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기간 : 12월 11일(월) ~ 12월 29일(금)

 

선물택배

주문기간 : 12월 7일(수) ~12월 22일(금)

공급기간 : 12월 11일(월) ~ 12월 28일(목)

※ 선물택배 공급일은 택배 배송 일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으며,

12월 25일, 26일은 공급되지 않습니다.

 

매장

12월 11일(월) ~ 12월 29일(금)

※ 수도권 일부 매장에서는 일요매장을 운영합니다.

 

※ 가까운 한살림 매장, 전화(1661-0800), 인터넷장보기사이트(http://shop.hansalim.or.kr), 장보기모바일앱(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한살림장보기 어플 다운)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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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12/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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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협회 아프리카텃밭 조성 후원 감사패 수상]

 

 

지난 9일 열린 ‘슬로푸드한국협회 10주년 기념 및 후원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슬로푸드국제협회는 좋고(good), 깨끗하고(clean), 공정한(fair) 음식을 위한 사회적 실천과 농촌 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육, 연대 및 생물종다양성 보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4년 5월 12일 160여개국 중 8번째로 결정했으며, 한국협회는 전국 32개 지부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날 한살림은 아프리카텃밭운동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텃밭은 공동체가 운영하고 현지재료로 만들며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등

한살림 가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946개가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 61개가 한국의 후원으로 이뤄졌으며

한살림 후원 텃밭수는 21개로 가장 높은 숫자입니다.

 

한살림 후원 텃밭 보기 >

 

 

아프리카에도 전해진 한살림의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운동.

모두 조합원 여러분 덕분입니다.

 

월, 2017/12/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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