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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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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익명 (미확인) | 화, 2016/03/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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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라는 게 별거냐? 아무리 월급 많이 주고 복지혜택 많아도 바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트레스 주면 사표 내게 된다.”

“일을 안 해야 좋은 일이지.”

“앞으로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한다는데, 좋은 일을 고민해봐야 뭐하나?”

“어차피 인구가 줄고 있어서 얼마 후면 원하는 일자리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희망제작소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을 진행하면서 자주 들었던 비판입니다. ‘하나마나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싶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들입니다.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다는 이 기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격인지, 이 기획연구를 담당하는 저의 눈에는 유달리 노동 관련 이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열차 좌석들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너구리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캐릭터가 도배돼 있고, 그 비싸다는 포털 메인의 최상단 광고 자리에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배너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적잖은 돈을 뿌리니, 여기저기서 ‘노동’ 소리가 들려온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 ‘노동개혁’이라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한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에 15,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그중 3,200여 명이 추가 의견을 남겼는데, 상당수가 자신의 노동조건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근로시간과 급여가 빈칸인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출산휴가도 한 달만 주고, 연차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무급으로 쉬어야 합니다.”

“다른 조건은 좋은 편인데 근로계약서를 안 써줍니다. 야근 수당이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근로계약서 안 썼다고 부당한 대우는 없을 거라고 하시지만 직원들은 불안해합니다.”

“대졸인데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에 월급을 90만~100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경력이 쌓여야 월급이 올라가는 거지 처음에는 다 그렇다’라고만 합니다.”

모두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부당하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거의 모르는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잘 이뤄지는 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좀 낫지만, 노조조직률이 10%, 중소기업은 겨우 2% 수준이니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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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지만,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은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위 설문조사의 응답 항목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두 달여 동안 15,000명 이상 이 참여한 것만 봐도 그 열망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희망제작소가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이 좋은 일이냐’는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좋은 일의 기준이 ‘정규직’, 혹은 ‘대기업 정규직’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100대 대기업이 전체 고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정규직은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법적 표현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고용형태가 모두 정규직이었다가 계약직, 파견직 등이 하나 둘 생겨나다보니 정규직 법적 개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식으로 모호합니다. “정규직을 달라며 투쟁했더니 무기계약직을 줬다”는 2007년 510일간의 홈에버 파업 결과도 그런 모호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의 진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네이버 해피로그 연재를 통해서였습니다. 첫 회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들어본 다양한 일자리 모습을 전했습니다. 대부분은 비정규직 고용, 정체되는 연봉 등으로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사례였지만 단 한 명, 자기 일에 만족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학력‧성별 차별이 없고, 같은 직급의 고용형태는 모두 같으며, 직원을 배려하는 근로조건이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에는 싣지 못했지만 삼성전자의 중간 관리자급인 40대 초 남성과의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관심이 있는 직장이 있다면 연봉이 줄더라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근로조건 측면에서 ’좋은 일‘의 기준에 부합하는 직장이 있다면 임금이 줄더라도 옮기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39.9%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통합니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임금이 줄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위의 40대 남성은 분명히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부경쟁이 너무 심하고,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이 기업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다 40대 중반에 밀려나는 것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다른 대안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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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세요?’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정규직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없는 좋은 일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청년일자리 현황 파악을 위해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를 만나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제 주변에 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전체가 ‘나쁜 일자리’에 직면해 있다. 단지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외국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던 아주 소수의 여성들에게만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길이 그것도 남성들이 비해 아주 좁게 열려 있는데, 그나마도 출산과 육아의 상황에 직면하면 밀려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여성들에게조차 경력도 학력도 인정 못 받는 최저 수준의 ‘나쁜 일자리’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이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취업‧이직의 기회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들도 ‘좁은 길’에서 한 번 밀려나오면 ‘나쁜 일자리’ 기회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중 대다수는 엉뚱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좁은 길’로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들어가 봐야 몇 년 버티지도 못할 텐데,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으려고 그 많은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극소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일자리가 ‘좋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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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연재 시리즈는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재미 등의 주제로 각기 이 조건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 또는 단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이런 일부의 사례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 4일만 출근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 새누리당 사무처에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는 것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좋은 일 찾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임금’보다 ‘적절한 노동시간과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근로조건’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가 열망하는 ‘좋은 일’의 상(像)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며, 주 40시간 이하 노동시간을 지키고, 나의 적성에 맞거나 재미가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에 화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고,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증진되며,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일”

좋은 일 찾기 복면좌담회

이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월 20일에는 설문 응답자 중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한 11명과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서울 평창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일하면서 느껴온 점, ‘좋은 일’의 중요한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좋은 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후기)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런 의견들을 구처적인 정책요구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월 24일에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역시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렸고,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습니다.

현실이 난맥상인데 해법이 ‘단순명료’하기가 말처럼 쉽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발제 내용들에서는 최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내놓으려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강성태 교수는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가까운 지역 고용관청에서 최저근로기준을 담은 ‘근로기준명세서’를 개별 노동자들에게 교부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고용 계약 내용을 분명히 알고 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런 만큼, 그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해법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직장 내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 공정노동 인증 등에 대한 방안들이 제시됐습니다.(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후기)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번 연구에서 남은 것은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 보고서’를 내놓는 것입니다. 물론 보고서가 나온다고 정책에 다 반영될 수도 없겠고, 노동 현실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토론회에서 강성태 교수님이 “희망제작소 연구의 좋은 점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 의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왔던 “근로계약법 맺는 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에 대해 청소년기부터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부터 희망제작소답게,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일자리 정책’, ‘청년 고용 정책’ 등이 들려올 것입니다. 고용률 높이자고 비정규직, 인턴 자리만 양산하는 그런 정책 말고, 진짜 우리 노동 환경을 바꾸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풍족해지게 하는 그런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냥 고용 정책 말고, ’좋은 일‘을 원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참, 앞에서 전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해당된다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에 자문을 해준 이현종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전화 1350)나 지역별 관할고용센터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라”면서 “이런 상담이 고용노동부 본연의, 가장 주된 업무이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노무사)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사무국(0505-930-2710)에 연락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위 사진들 중 일부는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을 찍은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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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몇 년 전, 청년허브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청년을 사회적 주체로’라는 아주 간략한 메모만 있었다. 가야 할 길을 알기는 쉬운 일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가 어려웠다.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주변 활동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출발에 대해 자문자답하는 시간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청년의 상황은 상당한 공감 수준에 도달했다. 사회적 상황의 악화, 헬조선과 같은 담론들, 주체들의 공론화 노력 등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때나 지금이나 기존의 인식은 여전하다. 특히 청년 시기를 겪은 기성세대들이, 청년 문제 해결에 있어 자신의 경험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문제풀이의 전환이 쉽지 않은 맥락이 존재한다.

청년허브에서 선택한 방법은 고립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년 당사자들에게 공공이 제공하는 ‘기댈 곳’, 말하자면 ‘지지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년공간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기성세대들이 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문제는 출발지점에서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공간과 자원이 주어질 수 있다면 상호변화와 상호학습의 장이 열리고 실천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시점에서

상당한 주목이 있었다. 과정과 방법의 혁신 덕분이기도 했고, 이미 사회적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적어도 기존의 질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사회의 전환을 이슈화하기도 했고,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생활 차원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주체의 활동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시도한 것은 청년정책의 본격적 전환을 위한 재구성이었다. 기존의 청년정책이라고 해봐야 ‘청년=구직자’ 정도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햇다. 청년들의 현실과 청년활동의 생태계를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장의 원칙’과 ‘당사자 원칙’을 통한 청년정책의 재구성 과제가 설정되었다.

지난해, 청년정책네트워크의 활동 결과로 서울 청년 보장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었다. 청년수당 이외에도 청년의 주거·부채 등과 같은 생활 문제와 청년활동을 높일 수 있는 공간 지원 및 청년청 신설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사회변화 속에서 긴급한 개입이 필요한 지점들 외에도 문제해결의 주체로 청년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할 내용을 담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하나의 실험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샘플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는 있으나, 문제 해결 그 자체와는 거리가 여전히 상당할 뿐이다. 정책의 혁신만으로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을 때,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협력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과 해법

사실 청년 담론과 청년정책의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이 절실하다. 하나의 단계에서 다른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질문. 예컨대, ‘세대 간 경쟁에서 승자는 있을 수 있는가?’ ‘수많은 차이를 통합할 호혜적 전망 없이 사회적 연대는 가능할 것인가?’. 그다음 사회를 위한 질문이 제대로 구성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네트워크가 사회적 네트워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현실 고발에서 사회적 전망을 공유하는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 한 단계 도약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설정되어야 한다. 다행히 사회혁신을 위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상호변화를 통한 과제의 융합이 과감하게 시도되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안과 청년의 실천을 융합한다는 전제하에 작은 흐름들을 읽고 조합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 행정과 지원조직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를 공동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협력 없이 새로운 미래 과제를 논의하고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적어도 이 지점을 공유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수다.

청년과 사회혁신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다. 청년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청년으로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은, 절실한 사회적 과제와 사회적 에너지를 다시 조합하는 일이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의 시작인 것이다.

글 : 전효관 | 서울시 혁신기획관

월, 2016/05/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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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10주년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결과 발표 간담회가 열립니다. 간담회는 2015년 6월 15일(수) 서울시청 시민청 동그라미방에서 열리며, 인터뷰 진행경과와 주요 인터뷰 요약, 결과 분석 프로세스 설명, 결과 해석 및 ‘2016 한국 시대정신’ 제시 순으로 진행됩니다.
화, 2016/06/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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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 대책을 둘러싸고 경유차 규제에 대한 논란이 많다. 소위 ‘클린디젤’(Clean Diesel)이 이상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성을 맞출 수 없어 허구라는 비판까지도 나온다. 정부의 ‘친환경’ 경유차 키우기 정책에 부응해 비싼 경유차를 구매한 국민은 억울할 법도 하다.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자. 노르웨이는 자동차 광고에서 ‘친환경 자동차’라는 문구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 타이어, 각종 오일, 배터리 교체, 광택제 사용 등 자동차는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에 해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성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접근법과 해법이 다르게 나온다.

우리 일상으로 돌아와 보자. 화학물질로 만든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친환경제품이라는 발상이 가능한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후 유람선의 선령을 늘려주는 규제 완화는 바람직한가? 더 나아가 친환경 도로건설, 깨끗한 에너지 원자력발전 등이 맞는 말인가?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정작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요소인 경제적 효율성, 환경적 지속성, 사회적 안전성과 형평성이 함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한 공동체, 지속가능한 복지, 지속가능한 수자원관리, 지속가능한 에너지 등 무수히 많은 ‘지속가능한’ 정책과 사업을 접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속가능과잉 속에 오히려 지속가능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우려한다. ‘지속가능한’이라는 형용사가 본래 의미와 달리 ‘다른 방도보다 환경에 좀 더 유익한’과 같은 의미로 변형되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본 뜻에 맞게 지속가능발전을 성찰하고 추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유엔(UN)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엔은 2015년 9월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에 따라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세계가 함께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에 합의하였다. SDGs는 유엔이 2000년부터 시작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 후속으로, 더 보편적이고 변혁적이며 포용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빈곤, 성평등, 교육, 기후변화, 안전, 물 등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국제사회의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UN과 산하 모든 국제기구는 SDGs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경제, 사회, 환경의 조화로운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려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을 보인다. 과거보다 지속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드물다. 다행이라면 지자체들이 유엔의 권고에 맞춰 지속가능한 지역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인천 부평구, 서울 도봉구, 성남시, 수원시, 제주도 등의 지자체가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며, 국제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 성동구를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을 통해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처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돋보인다.

중앙정부는 지속가능발전 조차도 과거의 개발과 성장 담론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용어에 대한 해석도 부처별로 다르다. 국제적인 창구를 맡고 있는 외교부를 비롯한 일부 부처는 ‘지속가능개발’로 설명하고, 환경부를 비롯한 일부 부처는 ‘지속가능발전’으로 쓰고 있다. 사실 이 논의는 이미 사회적 공론을 거쳤던 문제다. 한국은 2007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으로 분명하게 정의하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1년 6월 대통령주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정부위원(장관)과 민간위원 간에 논란이 있었다. ‘지속가능개발로 합시다’, ‘이름도 어려운데 ‘가능’ 빼고 지속발전이라고 합시다’, ‘‘가능’이라는 가치와 지향성이 얼마나 중요한데 뺍니까’, ‘개발 담론이 결코 아닙니다’ 등 수차례 논의가 오갔고, 결국 ‘지속가능발전’으로 재확인하였다. 다만, 당시 정부는 개발부처를 중심으로 ‘개발’이라는 패러다임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국제사회는 1970년대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를 계기로 오래전부터 개발과 성장의 한계를 심각하게 인식해왔다. 개발과 성장 패러다임은 양적인 팽창을 가져왔고 지속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는 성장을 벗어나 질적인 성숙 즉,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개발과 성장 패러다임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으로 환자가 증가하여 의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성장하는 개념이다. 사람으로 보면 단순히 잘 먹어서 체중만 증가하는 현상이다. 반면 발전 패러다임에서는 질적인 성숙을 의미한다. 화석연료나 원자력의 손쉬운 자원이 아닌, 자연 생태계의 건강성을 바탕으로 사회 공동체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동반되기 때문에 더딜 수밖에 없다. 사람에 비유하면 체력과 건강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지속가능발전’이냐 ‘지속가능개발’이냐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작용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정의한 것은 언어적 표현을 넘어 담론과 패러다임이 되어 우리를 그 틀 속에 갇히게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로 정의한 ‘지속가능발전’을 의도가 있든 그렇지 않든 아직도 ‘지속가능개발’로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민·관·산이 함께 손잡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글 : 권기태 | 희망제작소 부소장 · [email protected]

목, 2016/06/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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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0/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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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지난 3월 14일부터 추진한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약속’에 30일(수)까지 113명의 여야 후보들이 서명하였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10명, 더불어민주당 69명, 국민의당 14명, 정의당 15명, 무소속 5명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5명으로 가장 많으며, 서울 14명, 전북 9명, 인천 8명, 부산 8명, 경남 7명, 전남 6명, 울산 5명 순이다.

지방분권 7대 과제는 ①『중앙-지방 협력회의』설치, ②자치입법권 강화, ③기관위임사무 폐지, 사무배분 사전검토제 도입, ④자치기구, 정원 운영의 자율권 강화, ⑤국세대비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6:4로 확충, ⑥국회 내 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설치, ⑦『지방분권형 헌법』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분권 7가지 과제는,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전국 59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인 ‘목민관클럽’ 회원 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기반으로 제안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희망제작소는 7대 과제를 각 정당에 정책질의서로도 제안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은 지방분권 7대 과제에 대해 ‘동의’ 또는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녹색당은 5대 공약 기조의 하나로 ‘보다 자립적인 지역 그리고 지속가능한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방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중앙-지방 협력회의』설치 및 국회 내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에는 동의하였으나, 자치법규의 법률적 효력강화, 국세대비 지방세 비율을 6:4로 확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사무배분사전검토제 도입, 자치조직권 강화 및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전문가 및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전제로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혔다.

지방분권 7대 과제 중 「중앙정부-지방정부 협력회의」설치 및 국회 내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상설화에는 응답한 5개 정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최소한 20대 국회에서는 지방정부가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중앙정부와 지방분권과제를 다룰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희망제작소는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을 약속한 후보명단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하며, “지방분권은 주민의 요구에 부응한 생활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기초한 내생적 발전전략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유권자 여러분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7대 약속에 서명한 후보는 다음과 같다.

– 서울 (14명)
강북구갑(김기옥), 강서구을(김용성), 강서구병(한정애), 관악구을(정태호), 노원구을(우원식), 동작구을(허동준), 마포구갑(노웅래), 마포구을(김성동), 서대문구갑(우상호), 성북구을(기동민), 은평구을(김제남), 중랑구갑(서영교), 중랑구을(강동호, 박홍근)

– 인천 (8명)
계양구을(송영길), 남구갑(허종식), 남동구갑(박남춘), 남동구을(윤관석), 서구갑(김교흥), 서구을(신동근), 연수구을(한광원),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조택상)

– 경기 (25명)
고양시갑(심상정), 고양시을(김태원, 정재호), 고양시병(유은혜), 고양시정(김현미), 광명시갑(백재현), 김포시갑(김두관), 부천시소사구(김정기), 부천시원미을(이승호), 성남시중원구(은수미), 수원시갑(박종희), 수원시병(김영진), 수원시정(박원석), 시흥시갑(함진규), 안산시단원구갑(고영인), 안산시단원구을(부좌현, 이재용), 안산시동안구갑(이석현), 안산시동안구을(이정국), 용인시병(이우현,하태옥), 의왕시과천시(김형탁), 평택시갑(고인정), 평택시을(김선기), 화성시을(이원욱)

– 강원 (4명)
강릉시(김경수), 동해시삼척시(박응천), 원주시을(송기헌), 춘천시(허영)

– 대전 (4명)
동구(강래구), 서구을(김윤기), 유성구갑(조승래), 유성구을(이상민)

– 충북 (2명)
청주시상당구(한범덕), 청주시흥덕구(도종환)

– 충남 (4명)
공주시부여군청양군(박수현), 보령시서천군(나소열), 천안시을(박성필), 천안시병(양승조)

– 광주 (7명)
광산구갑(이용빈), 광산구을(권은희), 동구남구을(이병훈, 박주선), 서구갑(송갑석, 송기석, 장화동)

– 전북 (9명)
김제시부안군(김춘진),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안호영, 임정엽), 익산시갑(이춘석, 이한수), 익산시을(권태홍), 전주시을(최형재), 전주시병(김성주), 정읍시고창군(유성엽)

– 전남 (6명)
광양시곡성군구례군(우윤근), 나주시화순군(신정훈), 여수시갑(송대수), 여수시을(백무현, 주승용), 해남군완도군진도군(김영록)

– 대구 (4명)
북구을(조명래, 홍의락), 수성구갑(김부겸), 수성구을(정기철)

– 경북 (2명)
김천시(이철우) 포항시북구(박창호)

– 부산 (8명)
금정구(박종훈, 노창동), 진구갑(김영춘), 북구강서구갑(전재수), 북구강서구을(정진우), 사상구(손수조), 사하구갑(김척수), 연제구(김해영)

– 울산 (5명)
동구(안효대, 김종훈), 북구(윤종오), 울주군(강길부), 중구(이철수)

– 경남 (7명)
김해시갑(민홍철), 양산시갑(송인배), 양산시을(서형수, 박인), 진주갑(정영훈), 창원시성산구(허성무, 노회찬)

– 제주(4명)
서귀포시(강지용, 위성곤), 제주시갑(장성철), 제주시을(오영훈)

문의 : 송정복 | 목민관클럽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3/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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