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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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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냥 고용정책 말고, ‘좋은 일’ 정책을 원해요!

익명 (미확인) | 화, 2016/03/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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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라는 게 별거냐? 아무리 월급 많이 주고 복지혜택 많아도 바로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스트레스 주면 사표 내게 된다.”

“일을 안 해야 좋은 일이지.”

“앞으로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한다는데, 좋은 일을 고민해봐야 뭐하나?”

“어차피 인구가 줄고 있어서 얼마 후면 원하는 일자리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희망제작소 창립 10주년 기획 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을 진행하면서 자주 들었던 비판입니다. ‘하나마나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싶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곱씹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들입니다.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다는 이 기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격인지, 이 기획연구를 담당하는 저의 눈에는 유달리 노동 관련 이슈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열차 좌석들에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알리는 너구리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캐릭터가 도배돼 있고, 그 비싸다는 포털 메인의 최상단 광고 자리에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배너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 벗고 나서서 적잖은 돈을 뿌리니, 여기저기서 ‘노동’ 소리가 들려온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 ‘노동개혁’이라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17일부터 2016년 1월 31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한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에 15,000명 이상이 참여했고, 그중 3,200여 명이 추가 의견을 남겼는데, 상당수가 자신의 노동조건이 합법적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근로시간과 급여가 빈칸인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출산휴가도 한 달만 주고, 연차가 없어서 하루 쉬려면 무급으로 쉬어야 합니다.”

“다른 조건은 좋은 편인데 근로계약서를 안 써줍니다. 야근 수당이 없다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근로계약서 안 썼다고 부당한 대우는 없을 거라고 하시지만 직원들은 불안해합니다.”

“대졸인데도 주 70시간 이상 근무에 월급을 90만~100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경력이 쌓여야 월급이 올라가는 거지 처음에는 다 그렇다’라고만 합니다.”

모두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부당하면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거의 모르는 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잘 이뤄지는 기업에 들어간 사람은 좀 낫지만, 노조조직률이 10%, 중소기업은 겨우 2% 수준이니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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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지만, 아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은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위 설문조사의 응답 항목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두 달여 동안 15,000명 이상 이 참여한 것만 봐도 그 열망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희망제작소가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이 좋은 일이냐’는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좋은 일의 기준이 ‘정규직’, 혹은 ‘대기업 정규직’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100대 대기업이 전체 고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정규직은 빠르게 없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법적 표현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고용형태가 모두 정규직이었다가 계약직, 파견직 등이 하나 둘 생겨나다보니 정규직 법적 개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식으로 모호합니다. “정규직을 달라며 투쟁했더니 무기계약직을 줬다”는 2007년 510일간의 홈에버 파업 결과도 그런 모호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일’의 진짜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네이버 해피로그 연재를 통해서였습니다. 첫 회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들어본 다양한 일자리 모습을 전했습니다. 대부분은 비정규직 고용, 정체되는 연봉 등으로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사례였지만 단 한 명, 자기 일에 만족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학력‧성별 차별이 없고, 같은 직급의 고용형태는 모두 같으며, 직원을 배려하는 근로조건이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에는 싣지 못했지만 삼성전자의 중간 관리자급인 40대 초 남성과의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관심이 있는 직장이 있다면 연봉이 줄더라도 옮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설문조사에서 ‘(임금을 제외한) 근로조건 측면에서 ’좋은 일‘의 기준에 부합하는 직장이 있다면 임금이 줄더라도 옮기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39.9%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통합니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임금이 줄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위의 40대 남성은 분명히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부경쟁이 너무 심하고, 나라는 사람이 꼭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5년 후에도 이 기업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다 40대 중반에 밀려나는 것보다는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다른 대안을 찾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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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세요?’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정규직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없는 좋은 일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청년일자리 현황 파악을 위해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를 만나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제 주변에 손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경력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전체가 ‘나쁜 일자리’에 직면해 있다. 단지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외국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던 아주 소수의 여성들에게만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길이 그것도 남성들이 비해 아주 좁게 열려 있는데, 그나마도 출산과 육아의 상황에 직면하면 밀려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여성들에게조차 경력도 학력도 인정 못 받는 최저 수준의 ‘나쁜 일자리’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이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취업‧이직의 기회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들도 ‘좁은 길’에서 한 번 밀려나오면 ‘나쁜 일자리’ 기회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중 대다수는 엉뚱한 노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좁은 길’로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 들어가 봐야 몇 년 버티지도 못할 텐데,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으려고 그 많은 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극소수만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의 일자리가 ‘좋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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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연재 시리즈는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재미 등의 주제로 각기 이 조건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기업 또는 단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이런 일부의 사례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 4일만 출근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 새누리당 사무처에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존재한다는 것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좋은 일 찾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임금’보다 ‘적절한 노동시간과 삶의 질 증진, 과도한 스트레스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근로조건’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가 열망하는 ‘좋은 일’의 상(像)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며, 주 40시간 이하 노동시간을 지키고, 나의 적성에 맞거나 재미가 있으며, 일하는 사람 간에 화합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고, 일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증진되며,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일”

좋은 일 찾기 복면좌담회

이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월 20일에는 설문 응답자 중 연령‧성별‧직종별로 선별한 11명과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서울 평창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일하면서 느껴온 점, ‘좋은 일’의 중요한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말했습니다. 특히 좋은 일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후기)

“채용 공고 할 때 회사 기밀사항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전체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자식에게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동자의 가족들이 직장에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취업규칙을 입사할 때 한 번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매년 재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런 의견들을 구처적인 정책요구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월 24일에는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역시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렸고,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습니다.

현실이 난맥상인데 해법이 ‘단순명료’하기가 말처럼 쉽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발제 내용들에서는 최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내놓으려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강성태 교수는 노동자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가까운 지역 고용관청에서 최저근로기준을 담은 ‘근로기준명세서’를 개별 노동자들에게 교부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고용 계약 내용을 분명히 알고 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런 만큼, 그조차도 잘 지켜지지 않는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해법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직장 내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 공정노동 인증 등에 대한 방안들이 제시됐습니다.(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후기)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이번 연구에서 남은 것은 이 모든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 보고서’를 내놓는 것입니다. 물론 보고서가 나온다고 정책에 다 반영될 수도 없겠고, 노동 현실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토론회에서 강성태 교수님이 “희망제작소 연구의 좋은 점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라고 하신 것처럼 의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왔던 “근로계약법 맺는 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에 대해 청소년기부터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부터 희망제작소답게, 시민들과의 접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일자리 정책’, ‘청년 고용 정책’ 등이 들려올 것입니다. 고용률 높이자고 비정규직, 인턴 자리만 양산하는 그런 정책 말고, 진짜 우리 노동 환경을 바꾸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풍족해지게 하는 그런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냥 고용 정책 말고, ’좋은 일‘을 원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참, 앞에서 전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해당된다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에 자문을 해준 이현종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상담센터(전화 1350)나 지역별 관할고용센터 민원실을 찾아 상담하라”면서 “이런 상담이 고용노동부 본연의, 가장 주된 업무이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노무사)도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사무국(0505-930-2710)에 연락해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위 사진들 중 일부는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을 찍은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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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및 산하조직 주요 일정 2017년 8월 14일(월)∼ 2017년 8월 20일(일)   1. 한국노총 주요...
금, 2017/08/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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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 양이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고 홍수연 양은 자살하기 전 부친에게 ‘콜(call) 수를 못 채웠다’는 문자를 보냈다. 홍 양은 고객의 계약해지를 막는 방어부서에서 경력직도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했다. 실적압박과 감정노동이 부른 비극이었다.

운전 중 그 뉴스를 접했다. 졸업을 앞두고 홍 양과 같은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 중인 친구가 퍼뜩 떠올랐다. 청소년 인문학 수업에서 1년 넘게 만나던 친구였다. 언제나 씩씩하고 적극적이었던 친구. 급히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친구에게 대뜸 소리쳤다 “괜찮니? 그 회사 당장 때려 치워. 그런 대우 받고 다닐 필요 없어. 얼른 다른 직장 알아보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저는 옆 부서라 조금 나아요. 조금만 더 버텨볼게요. 정 힘들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통화가 끝난 후 길가에 차를 세우고 통곡을 했다. 무기력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감정이 복받쳤던 탓일까.

그 친구와는 취업 전까지 인문학 수업으로 진로 탐색을 하고, 노동인권 수업도 이어갔다. 친구는 엄마를 위해 돈을 벌겠다고 했다.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반에 들어간 친구.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숍 주인이 되겠다고 했다. 대학은 그 때 가도 늦지 않으니 돈부터 벌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직장생활에서 처음 접한 것은 동기생의 자살이었다.

청소년의 노동인권,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

2015년, 2017년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받는 친구들과 진안·장수지역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했다. 농촌 지역 고등학생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누구는 얼마 받는다’, ‘사장이 돈을 안 준다’, ‘다쳤는데 병원비를 안 준다’, ‘일하다가 중간에 잘렸다’, ‘열 받아서 그만뒀다’, ‘그냥 참는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교실에서 떠돌았다. 설문지를 배포하고 내용을 분석하면서,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삶과 행복을 이야기하며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고자 했다.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배울 수 있도록 수업내용을 구성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졸업 전에 이미 노동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었다. 많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었다.

함께 노동인권을 이야기하자

조사결과 고교 재학 중 50% 이상의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목적으로는 용돈 마련이 76%였고, 업종으로는 식당 주방 아르바이트가 58%, 홀서빙이 13%, 편의점이 10%였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53%나 되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은 78%, 돈을 못 받은 비율은 10%, 폭언·인격적인 무시는 23%에 달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26%나 되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그만둔다는 비율은 40%, 참는다는 비율은 26%였다. 농촌은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도시와 비교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학생이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지역신문 기자들과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후배들도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인문학 교육을 담당하는 마을학교 선생님들 역시 현실을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 양성교육’을 이수했다. 전북청소년노동네트워크의 도움이 컸다. 내년부터는 진안·장수지역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교육청의 공식 수업으로 진행한다. 올해 진행한 노동인권 교육보다 3배 확대될 것이라 한다. 학생들과 한 지역에 사는 학부모와 삼촌, 이웃이 노동인권 강사가 된다. 늘 만나고 친근한 사람들이 강사로 와서 청소년 노동인권을 이야기하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세상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며 저수지에 몸을 던지는 학생이 더는 없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 외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통곡하는 선생님이 더는 없어야 한다. 지역에서 만나는 청소년들과 함께 노동인권을 이야기 하고, 지역 정착과 자립을 말하는 교육단체와 활동가가 늘어간다. 세상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 글 : 김재호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교사

수, 2017/10/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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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상가 임차인 상담소 시즌2


기자회견

2015년 12월 10일(목) 15:00

홍대입구역 8번출구 문화부동산 앞


명함 배포

홍대 앞 상가들



저작자 표시 비영리
수, 2015/12/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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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새겨져 있는 유명한 문구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수많은 젊은이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비를 맞으며 전진하는 19명의 군인을 형상화해 세워놓았다.

“국민이 주인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2016년 11월, 찬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이 뜨겁다. 전국 주요 광장마다 촛불과 분노로 가득하다. 20~30대 청년,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쓰레기는 제게 주세요’라며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는 고등학생, 경찰버스에 붙여진 수만 개의 꽃 스티커, 해학과 풍자를 가미한 이색 구호와 퍼포먼스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집회 풍경이 마치 축제를 연상케 한다.

2016년 대한민국에는 희망의 기대보다 절망의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출산마저 포기하고 있고, 심화한 양극화와 차별로 인해 ‘불평등’은 사회적 질환이 된 지 오래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으나 중앙정부의 간섭으로 쉽지 않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의 불통에 가로막혀 후퇴하고 있다. 결국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시기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빛은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하듯이 무수한 ‘희망’이 절망 속에서 움트고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이 외치는 그 소리, ‘우리가 주인이다! 시민이 희망이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증명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희망지수 측정을 위해 전국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인식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10점 만점에 4.37점이 나왔다. 100점 만점에 44점을 받은 셈이다. 시민이 한국 사회에서 희망을 찾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초라한 희망성적표를 보며 지금까지 우리 시민이 노력하고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절망감을 느낀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개인의 희망인식이다. 본인 삶이 얼마나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10점 만점에 6.26점이 나왔다.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높지는 않지만, 앞서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에 비해 낙관적인 인식이다. 조사 시점이 9월이었으니 국민의 일상적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온 국민을 좌절감에 빠지게 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10월 이후에 조사했다면, 더 낮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시민희망지수 개발을 시작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파악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도 문제였다. 그러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절망지수’가 아닌 ‘희망지수’를 선택했다. 관건은 어떤 방법론으로 희망을 지수화하느냐였다. 전문가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의 방법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그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민을 중심에 두고, 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희망지수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10대부터 60대까지 구성된 30여 명의 ‘희망지수 시민자문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범주를 정하고 방법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민의 관점에 다양한 전문가의 지혜를 녹인 시민희망지수가 탄생했다. ‘희망지수’에서 ‘시민희망지수’로 이름을 바꾼 배경이기도 하다.

시민희망지수 조사결과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0대 이하의 시민들이 ‘사회적 변화를 이룬 경험이 적으며,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정해진 대로 세상이 굴러간다’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다. 세대 간 간극과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도 있다. 개인의 희망을 실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50대 이상은 개인의 노력을, 10대부터 40대까지는 가족의 재력과 배경을 꼽았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표되는 수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와 성공을 경험한 50대 이상과 그렇지 않은 세대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희망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 30~40대, 저소득층에게 희망을 일굴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과제도 있었다.

시민들은 더는 무기력과 좌절이 아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희망과 염원을 갖고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 손에 들린 촛불은 쓰러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만약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없다면, 시민들은 학습된 무기력 속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변화를 위해 노력하더라도 ‘세상은 불평등하게 정해진 대로 굴러간다’는 것만큼 절망적인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희망은 시민이 나설 때만이 현실이 된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촛불이 되어 이 땅을 밝힐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거리에 나온 시민이 외치는 ‘민주주의 회복!’, ‘국민이 주인이다!’. 희망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성공한 시민혁명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글 : 권기태 희망제작소 소장권한대행/부소장 · [email protected]

화, 2016/11/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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