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김 대리, 오늘도 야근해?

기운 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수육전골
일 년 내내 제멋대로 살다가도 5월이면 뜨끔해집니다. 연이은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그동안 내가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나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팍팍한 일상을 핑계로 내 잘못을 헤아리기보다 쉽게 다른 사람을 탓했던 마음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살아갈수록 절실히 깨닫는 것은 내가 누려왔던 것들이 누구의 희생과 노력 없이 그저 쉽게,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의 밥상을 차립니다. 하루 세끼의 밥상으로 음식이 곧 사랑임을 알게 해준 어머니와 삶의 테두리를 든든하게 지켜준 아버지.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워준 가족이라는 이름. 좋아하시는 음식, 대접해 드리고 싶었던 음식 등을 떠올리며 정성담아 차린 밥상. 사람을 키우는 것은 사랑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잘 먹었다”라는 그 한 마디에서 전해지는 진심의 가슴 벅참을 다시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정미희 편집부

재료
한우국거리 300g, 한우스지도가니 300g, 부추 200g, 팽이버섯 1봉, 건대추 3~4알, 소금
[국물] 무 1/4개, 다시마 1조각, 양파 1개, 대파 1개, 마늘 5개, 통후추 10알, 건고추 2개, 미온 4큰술, 물 2L
방법
1. 한우국거리와 한우스지도가니를 찬물에 담가 약 2시간 정도 핏물을 뺀다.
2. 냄비에 국물 재료와 ①의 고기를 모두 넣고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1시간 동안 뭉근히 끓인다.
3. ②의 고기를 건져내 한 김 식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썬다.
4. 고운 체를 이용해 ②의 국물을 한 번 거른 뒤 소금간한다.
5. 전골냄비에 부추를 둘러 담고 가운데 ③의 고기를 소복하게 놓고 팽이버섯, 대추를 올린 뒤 ④의 육수를 부어 끓인다.
6. ⑤의 전골을 양파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양파양념장 만들기
[재료] 양파 1개, 간장 3큰술, 물 1큰술, 토마토식초 1큰술, 미온 1큰술, 설탕 1작은술, 연겨자(또는 고추냉이) 1작은술
[방법] 1. 양파는 가늘게 채 썰어 찬물에 10분간 담가 매운맛을 뺀 후 흐르는 물에 헹궈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볼에 양파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고 섞은 후 ①의 양파를 넣어 버무린다.
요리 채송미 한살림요리학교 강사·사진 김재이
그릇 운틴가마 무쇠전골팬 대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⑧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월요일에 원래대로 출근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당첨금 액수로 유명한 미국의 ‘파워볼’ 복권 당첨자인 한 중년 부부가 NBC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남편은 창고 관리자로, 아내는 병원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돈으로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게 됐는데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02살의 나이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요리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미국의 ‘할머니 선생님’ 이야기도 최근 화제가 됐다. 이 선생님은 “이 일을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도 고된 일상을 주머니 속 복권 한 장에 대한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는, 어떻게든 빨리 일에서 놓여나야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이란, 금전적 여유가 충분하면 할 필요 없는 것일까?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에 “만족과 보수를 받는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한 말을 전한다. 이후 2,000년 이상 이런 생각이 유지되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신흥 자본가 계급인 부르지아지에 의해 “보수를 받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태도가 나타났다. 이는 “결혼 안에도 로맨스가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면서, 알랭 드 보통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중략)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떤 직업을 원하느냐?’와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으며 자란다. 어려서는 무작정 야구선수, 요리사, 연예인 등 ‘재미있을 것 같은’ 직업을 댄다. 주변의 시선과 인정, 부모님의 기대 등을 의식하면서 의사, 변호사 등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개인의 삶은 포기해도 돈은 많이 받는’ 식의 기준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기왕이면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요건에 늘 ‘적성’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적성이란, 내가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의 조건에서 ‘재미’는 어디쯤 위치할까?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근무조건이 괜찮고, 인정과 존중이 있는 일이라 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의 ‘재미’란, 어떤 의미일까?
‘구성원 즐겁게 해주기’ 전담팀 둔 기업
요즘 부러움을 사는 근무환경으로 ‘꿈의 직장’이라 통하는 기업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직장’으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을 찾아가봤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개발‧운영업체로 더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바로 앞, 놀이동산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위치해 있다. 최근 몇 년간 정규직만 3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배민프레시’, 맛집 메뉴를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등 조직이 더 생기면서 지금은 본사의 옆 건물 일부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용화 피플팀장과 성호경 홍보팀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오전 찾아갔을 때, 이들은 옆 건물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에게 월요일 점심, 화~금요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인데, 요리를 책임지는 쉐프 2명도 피플팀 소속의 직원이라고 했다.
피플팀은 인사팀의 다른 이름인가 했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서였다. 쉐프를 제외하면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성원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저희는 직원이 아니라 구성원이라고 불러요.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말을 쓰고요.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대표적인 업무가 구성원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300명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 수준도 회의 때 이름 불러서 문화상품권 주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이 팀장이 “제가 최근에 받았던 생일 케이크”라면서 보여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니, 케이크 위에 ‘용’과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팀장의 이름(용화)에 맞게 구성원들이 데코레이션을 해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일 맞은 사람의 특성에 맞게 케이크를 준비하고, 개성 있는 사진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복도에 붙여 놓고 여러 사람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전달한다.
생일날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한다. 이것을 ‘지만가’라고 하는데 ‘지(자기)만 집에 가도 돼요’라는 뜻이란다. ‘지만가’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도 적용된다. 각 부서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도 피플팀의 일이다. 부서장에게 일주일 전부터 날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조정해서 해당 일에 구성원을 일찍 퇴근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매년 9월에는 전 직원 야유회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샵’ 행사가 크게 열린다. 2015년 9월에는 회사 전체를 피터팬 동화 속 네버랜드를 콘셉트로 꾸몄다. 이런 일은 피플팀원들끼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노예’라는 이름의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더 내서 참여하라는 것인데도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원 동기와 특기를 적어내도록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발해야 할 정도다.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때 제일 즐겁다”
이렇게 별도의 팀까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즐겁게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다보니 발 빠르게 대응해야 될 상황도 자주 생기고, 야근도 자주 하게 되는데 구성원들끼리 친하고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겠느냐”고 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에 대한 압박, 내부 경쟁,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팀장은 “재치 있고 기발한 서비스, 광고, 이벤트 등을 계속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사업인데, 그런 문화가 내부에서부터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즉,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어느 기업이나 알아요. 그렇지만 ‘소통하라’고 액자에 써서 온 사무실에 붙여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뭔가를 진짜로 바꾸려면 아래로부터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이 기업에서 중시하는 ‘재미’는 비단 이벤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 더 강조점이 있다. 사내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를 보면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등 문구들이 눈에 띈다. 자기 업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업무 전체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메시지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일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학생 인턴은 ‘열정 노동’ 논란이 일면서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여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IT 개발자 지망생을 위한 ‘배민 개발학당’,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 지망자를 위한 ‘우아한 캠프’ 등이 진행됐는데, 처음부터 채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참여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성 팀장은 커피를 따라 줬던 종이컵을 들어 보이며, “여기 이 ‘나를 따르라’는 문구도 대학생 인턴 팀에서 디자인한 것”이라며 “현재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팀은 대학들을 다니면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계단을 활용한 옥외 광고 아이디어를 내서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마칠 때 들어보면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라고들 합니다. 조사하느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야근도 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독특한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견학을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성 팀장은 “제가 알기로는 젊은 기업, 특히 IT업계 기업들 중에는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곳들이 꽤 많다”면서 “세대가 바뀌어감에 따라서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점이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어야 하고, 아래서부터 문화가 생겨나야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포 줄여야 재미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다. 최근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재미’의 측면에 대해 조금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을 거치며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제 대표는 직장을 그만뒀을 때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재미없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을 때도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돈을 벌겠느냐”,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제 대표는 “재미를 ‘쾌락’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아닐까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렇다”면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활동 자체가 주는 재미다. 몇 시간이 잠깐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일할 때 느끼는 그런 재미를 말한다. 두 번째는 원하는 판을 짜서 일하는 재미다. 이것은 자기결정권의 문제라고 제 대표는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질 마음으로 일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다. 이것은 두 번째 재미와 어느 정도 연결된다.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는 때로 지루하고 괴로운 활동을 견뎌내고 남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다. 혼자 하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할 때는 재미없는 일도 맘이 맞는 사람과 합을 맞추면 재미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일의 ‘재미’라는 게 특정 분야, 특정 직업,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일하느냐’, 얼마만큼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롤링다이스는 조합원 12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처음에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각기 직업을 가진 12명이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할애하면 한 명의 풀타임 직원이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상근자 2명, 파트타임 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제 대표는 “사실, 일은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롤링다이스는 망하더라도 12명이 12분의 1 만큼 책임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재미있던 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될 때 싫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고요. 우리 사회는 직장생활이든 사업이든 자기 인생을 온전히 걸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오는 부담은 ‘공포’에 가깝죠.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제 대표는 마치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돌 굴리기처럼 고된 노동을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첫째가 ‘생계유지의 공포’라면서 이 공포를 줄일 수 있어야 ‘일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자칫 돌을 놓치더라도 잠깐 손을 뻗어서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면 공포는 줄어들 거예요. 그 존재는 동료일 수도 있고, 맞벌이하는 배우자일 수도 있고, 공동체, 혹은 사회복지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죠. 그럴 때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일하는 사람 개개인이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당장 누릴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어야 사회 변화를 이끌 동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이 즐거운 시대는 언제 올까? 혹시 이제 곧?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에 집에 있고 서울을 오가며 일한다는 제 대표는 “조금씩 할 때는 뿌듯하고 재미있지만 혼자서 해야 하고, 꼭 해야 할 때 고되고 공포스러워지는 대표적인 일이 눈 치우기”라면서 웃었다.
책 ‘가슴 뛰는 회사’를 펴낸 존 애이브램스는 자신이 공동 창립한 미국의 건축회사 ‘사우스 마운틴’에 대해 “이윤보다 우선시해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중에는 ‘직원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서로 잘 배려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도 고객, 지역, 환경 등의 가치를 고려하는데, 그 이유는 ‘성공하는 회사가 되는 데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4년 독일의 단체 ‘노동의 새로운 질을 위한 운동’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7,444명의 근로자에게 일의 어떤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동은 재미있어야 한다”(85%), “노동은 의미 있게 느껴져야 한다”(73%)는 대답이 고정적 소득(92%), 안정성(88%) 못지않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서 재인용).
지금까지 이 연재 시리즈를 통해서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그리고 재미와 발전까지 ‘좋은 일’의 측면을 나눠서 생각해 봤다. 매 회차마다 수만 명이 글을 읽었고, 함께 진행한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에는 1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만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과 더 나은 일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또 아직 집계 중이지만, 기존 산업화 시대의 좋은 직장과는 다른 차원의 ‘좋은 일’에 대한 기대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그러나 “직장이 놀이터냐”,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을 누가 쓰겠느냐”, “놀 거 다 놀고 월급 받으려 하느냐” 등의 비판도 많았다. 이 글 밑에도 틀림없이 그런 댓글이 달릴 것이다. 고용주인 기업가들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매일 하는 일을 ‘의미 없는 밥벌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원래 그런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을 묻고 ‘적성을 찾으라’고 하면서 어른이 돼서는 왜 다 잊어버리는 걸까?
어쩌면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래로 아직 충분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연애결혼’이란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은 지나갔는데, ‘일은 즐거울 수 있다’, ‘좋은 일을 요구하자’고 생각하는 시대는 언제쯤에나 올까? 혹시, 지금 거의 도래했는데 깨닫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이로써 8회에 걸친 ‘좋은 일’ 탐방은 끝났다. 1월 31일로 설문조사는 마감되며, 결과는 2월 중에 발표된다. 아울러, 자신의 일 이야기를 들려줄 세대별, 직군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묻는 토론회도 진행된다. 그 이후로도, ‘좋은 일’의 상(像)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글 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에 대해 말이 많다. 문 전 대표가 처음 공약을 발표한 1월 18일 이후 지금까지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종 대선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논란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고 비판하는 쪽에서 근거없는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 전 대표는 1월 18일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듭니다.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1년짜리 일자리일 뿐이다.
때문에 ‘연금부담 분이 빠져있다’거나 ‘ 정년까지 고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나온 계산법이다’, ‘4대강 22조 원은 한번이면 끝나지만 공무원은 고용하면 평생 세금이 들어간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는 2월 10일에 출연한 JTBC 썰전에서도 “공무원 초임이 연봉이 2천만 원 정도 되거든요.10조면 연봉 2천짜리 공무원 50만 개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같은 논리를 반복했다.
실제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에서 공무원 일자리는 17만 4천명이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유권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생산적이지 못한 비판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문 전 대표가 81만 개를 공무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현재 공무원 숫자가 100만인데 앞으로 5년 안에 100만 개 가까이 또 만드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문사 사설에도 ‘공무원 81만명 공약’이라며, 하지도 않은 공약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가 말하는 일자리 81만개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이지 공무원 81만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새로운 일자리인가 하는 것이다.
1.숫자 ‘81만’의 근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은 지난 2월 13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문 전 대표가 내놓은 81만의 근거가 모호하다면서 공약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력 대선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지 거의 한달이 지났는데도 경영자단체 회장이 근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수험생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OECD 국가 전체고용 가운데 정부와 공공 비율이 21.3%인데 우리나라는 7.6%에 불과하다. . OECD 평균의 절반 정도만 따라가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까지 늘릴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고용 비율을 3%P 정도만 높여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새로 생겨난다는 뜻이다. 81만 이란 숫자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약 2천7백만명에 3%P를 적용해 나온 수치다.
문 전 대표가 인용한 OECD 통계는 지난해 OECD가 발표한 Government at a Glance – 2015 edition에 나온다.

▲ 전체 고용 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 OECD국가별 비교. 출처:OECD 자료.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공공부문 고용 비율이 상당히 낮다.
당시 행정자치부가 각 부처에서 취합해 보낸 자료에 의하면 공공부문 취업자 191만 6천명을 2013년 취업자수 2506만6천명(노동부통계)으로 나누면 7.6%가 나온다. 여기엔 직업군인과 사립교원도 포함됐다는 것이 행자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2.그렇다면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인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의 일자리추진단장인 김용기 교수(아주대 경영학과)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천 개과 공공성을 갖는 사회적서비스 종사자와 민간에 위탁했던 공기업 일자리 등 63만 6천 개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공무원 17만 4천명에는 법정기준보다 부족한 소방 공무원 만7천명, 그리고 매년 만6천7백명을 선발하는 의무경찰을 대체하는 정규경찰, 그리고 군 부사관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63만 6천 개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는 있지만 민간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의료·보육·복지·교육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 30만 개와 공기업이 민간에 용역을 주던 일자리 33만 6천 개다.

김용기 교수는 “사실상 정부 지원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보육,요양시설 가운데 공공시설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30%정도로 높이면 30만 정도를 공공부문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나 공기업이 민간에 위탁해 간접고용하는 청소,경비 등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의 일자리로 전환하면 일자리의 질도 좋아지고 중간에서 업체 마진으로 새어나가는 예산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모두 신규 일자리는 아닌 셈이다.
즉, 공무원 17만 4천 개는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가 맞지만 63만 6천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민간부문에 속해 있던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공공부문으로 전환시키는 일자리다. 없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자리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회서비스 분야이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었던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모두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아닌만큼 이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논쟁도 사실관계에 입각해 다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표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면서 했던 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든다”는 발언은 논란을 자초한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다.
22조 원이면 신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모두 신규 일자리도 아닐뿐 더러 균일한 질의 일자리도 아니다.
일자리 공약을 마련한 김용기 교수는 “세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없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81만 개 일자리에 필요한 예산 22조원이 나오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천 개를 5년 동안 순차적으로 뽑는다고 가정하고 병역필 남성을 신규채용하는 기준으로 9급 3호봉 본봉에 각종 수당까지 합쳐 연봉 3천만원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매년 공무원 1만 명을 채용해 온 것을 감안해 5년 동안 5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만 4천 명의 인건비를 호봉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12조 2천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육과 요양 등 사회적서비스 부문 종사자 일자리 30만 개에는 5년 동안 4조 9천5백억 원, 공공기관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자를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33만 6천 개 일자리에는 5년 동안 4조345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하면 5년 동안 총 21조 5천50억 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육분야에만 예산 13조 원이 이미 집행되고 있고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30% 정도는 자체 수익으로 인건비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투입해야하는 예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인당 인건비를 1년에 5백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연 400조 원 규모의 예산에서 4조 원 정도는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는 것으로 예상했다. 박근혜 정부의 올해 일자리 분야 예산만 해도 17조 5천억 원이나 되고 실업급여에 들어간 6조 원을 제외한 실질적인 일자리 예산이 10억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4조 원을 전혀 불가능한 규모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취약한 소방,치안 분야라 하더라도 공무원을 17만 4천명이나 뽑는 것이 적절한가, 또는 과연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를 지향해야할 시점인가, 하는 논쟁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렇듯 부정확한 상태로 반복되는 대선 주자의 발언과 여기서 불거지는 불필요한 논쟁은 유권자들만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취재: 최기훈
CG: 하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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