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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지역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익명 (미확인) | 목, 2016/02/25- 13:00

2016년 3월 7일은 희망제작소 1004클럽의 큰 어른이셨던 이영구 후원회원님께서 향년 83세로 타계하신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80년대에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아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이영구 후원회원님은 두 번이나 1004클럽을 완납하셨고,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의 대안을 논의하는 ‘노란테이블’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희망제작소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에 쉼 없는 나눔을 베풀었고, 누구보다 넓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직시하며 후배들의 손을 이끌고 바른 길을 걸어 간 ‘어른’이셨습니다. 이영구 후원회원님 1주기를 맞아 희망제작소 강산애 회원들은 대전 현충원에 있는 묘소를 찾을 예정입니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은 피기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 정호승 시 ‘부치지 않은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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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이영구 선생님께

지난해,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망연자실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이 흘렀습니다. 매달 강산애 산행에 빠짐없이 참석하셔서 누구보다 앞서서 뚜벅뚜벅 걸으셨기에, 한여름 지리산 종주도 거뜬하게 다녀오셨기에 우리는 늘 선생님의 나이를 잊고 있었고, 그만큼 오래 우리 곁에 계실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희망제작소에 일이 있으면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서 환한 웃음으로 격려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월호 1주년 캠페인 ‘0416 잊지않았습니다’를 준비하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선생님의 모습과 단호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힘을 내었습니다. 선생님은 늘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강산애 회원들이 만나서 산에 오를 때마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꺼내 놓았습니다. 너무 슬퍼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고, 때로는 즐겁고 밝게 또 그리워하면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사실은 선생님하고 내가 참 친했어’
‘아마 이영구 선생님이라면 이럴 때 이렇게 하자고 하셨을 거야’
‘그때 힘들었는데 선생님 한마디가 위로가 되었어’

선생님은 그동안 참 많은 깨달음과 추억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가셨더군요. 이렇게 하나씩 꺼내놓은 추억이 조각조각 모여서 고운 빛깔의 조각보가 되어서 우리 마음을 다독이며 덮어주고 있습니다. 이 자락에 기대어 희망을 향해서 변함없이 걸어가겠습니다. 늘 지켜봐주세요.

꽃은 피기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운 것처럼, 세월이 얹어주는 만큼 나이 들긴 쉬워도 그만큼 아름답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청년의 기상을 지닌 아름다운 어른’ 이영구 선생님.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글 : 이원혜 | 후원사업팀 팀장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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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6월 1일부터 김제선 신임소장과 함께 새로운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희망제작소 이사회와 연구원들은 ‘연구하며 실천하는 조직’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리더는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함께 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움직였습니다. 김제선 신임소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희망제작소에 오게 되었을까요?

희망제작소는 지난 2월 21일 이사회를 열어 소장추천을 위한 이사추천위원회(위원장 정지강, 이하 이추위)를 운영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어 희망제작소 주변 단체, 관계자, 연구원 등을 통해 신임소장 후보를 복수 추천받았습니다. 그 결과 시민사회, 학계, 행정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 위주로 후보 명단이 나왔습니다. 이후 이추위는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신임소장 후보자를 검증하고 면담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5월 9일 김제선 후보가 단수추천자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5월 26일 제2차 정기이사회에서 의결, 최종 선임했습니다.

김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30여 년간 시민사회활동을 활발히 이어온 분입니다. 1995년에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사무처장까지 10여 년간 지역사회의 변화를 일궜으며, (사)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또한 김 소장은 사회적경제 기관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등 사회혁신과 사회적경제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그간 김 소장의 활동과 해답은 늘 현장에 있었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라고 여겨온 희망제작소와의 활동이 씨줄과 날줄로 엮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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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싱크탱크형 시민운동, 시민에 의한 사회혁신을 주창해온 희망제작소가 이제 새로운 사회변화에 걸맞은 ‘자신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며 “연구조직을 넘어 ‘연구하며 실천하는 조직’(Think&Do Tank)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희망제작소 소장과 연구원이 만들어갈 변화의 지점을 면밀하게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김 소장과 함께 희망제작소만의 미래를 그려가고자 합니다. ‘후원회원 곁에 있는 곳’, ‘시민이 함께하고 싶은 곳’, ‘연구원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곳’, ‘업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곳’이 희망제작소가 되길 바랍니다. 서로가 그리는 작은 조각의 그림이 모여 한 폭의 멋진 그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희망제작소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시민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더 열린’ 연구와 실천을 지향하겠습니다. 우리 삶의 자양분인 지역과 지역을 연결할 수 있도록 ‘발 넓게’ 뛰어다니겠습니다. 또한 대안과 담론을 재구성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희망제작소의 핵심가치가 현장에서 빛이 날수 있도록 싱크앤두탱크로서 시민과 함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가겠습니다.

– 글 : 방연주 | 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6/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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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땅, 쿠바. 깊은 밤 첫발을 디딘 그곳은 더운 공기로 가득했다. 공항은 작고 어두침침했지만, 걱정과 달리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뜨거운 공기를 맡으며 버스에 올라 호텔로 가는 길, 가로등 하나 없는 깊은 어둠을 지나는 그 순간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익숙하다 못해 삶이 되어버린 ‘문명’과의 단절을 말이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와 번갈아 격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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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땅, 쿠바. 깊은 밤 첫발을 디딘 그곳은 더운 공기로 가득했다. 공항은 작고 어두침침했지만, 걱정과 달리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뜨거운 공기를 맡으며 버스에 올라 호텔로 가는 길, 가로등 하나 없는 깊은 어둠을 지나는 그 순간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익숙하다 못해 삶이 되어버린 ‘문명’과의 단절을 말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어떤 정보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은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익숙했던 나. 그런 나에게 쿠바라는 곳은 절대적인 문명과의 차단과도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들던 스마트폰은 카메라와 시계 기능을 제외하고는 무용지물이 됐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국영 통신사에서 전용 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그마저도 계속 연결이 끊겨 시도하고 또 시도해야 했다) 지루한 순간의 반복은 그곳의 여유를 맛보기도 전에 불편함과 답답함을 머릿속에 박아버렸다.

나는 왜 불편했던 걸까?

10여 년 전 쿠바를 꿈꿨던 적이 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를 도서관에 박혀 이 책 저 책 읽으며 고민하던 시기에 만났던 한 자전거 여행기 덕분이었다. 그땐 무엇을 봐도 가슴이 뜨거웠고, 나도 어서 빨리 세상을 탐험하고 바꾸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여전히 텍스트에선 감동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고, 순간순간의 열정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것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중독처럼 SNS를 찾고 웹서핑을 그리워하며, 호기심과 열망으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파편적인 장면을 자랑하기 바쁘다. 그곳에서 내가 왜 불편했는지에 관한 고민 없이, 그 불편함마저 액세서리처럼 이용하는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빠른 것, 새로운 것, 편리한 것에 대한 집착

그래서 아직 쿠바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는 게 말끔하지 않다. 내 머릿속에 박힌 불편함은 혁명, 사회주의, 경제봉쇄, 이중화폐 등의 배경과 이슈에 갇혀 대화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쿠바인의 삶을 재단했다. 재미없는 삶, 의욕 없는 삶, 벗어나고 싶은 삶. 피상적 느낌과 섣부른 판단, 나의 기준과 세상에 맞춰 그들을 바라봤다.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며 자신을 찍어달라던 쿠바의 청년에게 난 어떤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여행이 좋은 건, 낯선 공간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만나지 못했을 너를 만나며 비우고 또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툰 색안경은 비움을 훼방 놓고, 마음속에 엉뚱한 것들을 채워 버린다. 내게 남은 쿠바의 잔상이 그렇다. 빠른 것, 새로운 것, 편리한 것에 대한 선호와 집착이, 있는 그대로의 속도와 자연, 그리고 그 안의 삶에 무뎌지게 만들었다. 이건 일종의 반성문이다. 언제든 내가 다시 쓰게 될지 모를 색안경을 좀 더 빨리 자각하기 위한.

– 글 : 조현진 | 목민관클럽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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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쯤 전이다. 이 ‘옛날이야기’를 처음 꺼냈던 것이. 스물 네댓 살쯤, 첫 직장의 신입 시절이다. 당시 나에게는 까마득하던 40대 남자 부장, 차장들과 직장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언젠가 아버지께 들은 그 이야기를 왜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상대 여성은 미모가 출중해서 인기가 많았고, 이 남자도 성격이 호방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특정 동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 탓인지 이성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남자는 지치지도 않고 여자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자는 곁을 주지 않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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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쯤 전이다. 이 ‘옛날이야기’를 처음 꺼냈던 것이. 스물 네댓 살쯤, 첫 직장의 신입 시절이다. 당시 나에게는 까마득하던 40대 남자 부장, 차장들과 직장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언젠가 아버지께 들은 그 이야기를 왜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상대 여성은 미모가 출중해서 인기가 많았고, 이 남자도 성격이 호방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특정 동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모 탓인지 이성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남자는 지치지도 않고 여자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자는 곁을 주지 않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얼마 후, 이 여자가 ‘소박’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허니문 베이비’로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의 외모가 그 ‘특정 동물’ 그러니까 그 ‘특정 동물을 닮은 남자’와 똑 닮았던 것이다. 아내에게 지분거리던 남자를 본 적 있던 남편은 아내를 다그쳤고, 유전자 검사도 없던 시절이라 잡아뗄 만도 하건만 여자는 결혼 며칠 전의 사건을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술 한 잔만 하자는 남자를 외면하기 미안해서 나갔고 어째서인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다음날 근처 여관이었는데, 그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했노라는 것이다. 여자는 아들과 함께 친정으로 ‘돌려보내’졌다. 친정 식구들이 난처해 하고 있을 때, 문제의 그 남자가 등장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여자가 ‘내 아들’을 낳았다는 걸 알고 왔다면서 “제가 둘 다 책임지겠다”고 했단다. 친정 집안은 박수가 터지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여자는 그 남자와 결혼해서 살았다고 한다.

“헐!”
이렇게 외친 사람이 15년 전 그 저녁 식사 자리에는 없었다. 부장, 차장들은 “그만하면 해피엔딩이네!” 하는 반응을 보였다. “여자 입장에서는…”이라는 나의 항변은 “아들이 자기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게 낫지”, “아이 데리고 다른 데 시집가봐야 잘 살았겠어?”, “그래도 그 남자가 ‘싸나이’네.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서 1년이나 살다 온 여자를 흔쾌히 받아주고. 멋지네!” 하는 말들에 묻혔다.

“헐!”
이번에는 이렇게 외친 사람이 있었다. 2017년, 희망제작소 연구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한창 들리던 “돼지발정제는 당시 청춘들의 문화였고…”, “여자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것은 낭만적인 탈선…”, “여중생에게 차례로 찾아가서 총각 딱지를 떼고…” 등등의 뉴스를 화제에 올리던 중 내가 다시 이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헐’이라 외친 이는 15년 전 내 나이와 비슷한, 20대 중반의 여성 연구원이었다. “성폭행해서 가정 파탄시킨 남자한테 시집가서 그 남자 애를 키우며 산다고요? 그게 말이 돼요? 실화 아니죠?”

15년 전 그분들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 선량하고 성실한 분들이었다. 공감대의 범위가 성별을 넘지 못했을 뿐이다. 짝사랑하던 여자를 보내기 싫은 마음, 한 번 결혼했던 여성을 받아들이는 찜찜함, 또는 친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못 할 뻔한 아들의 처지 등에는 순식간에 공감했으면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폭력을 당하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여성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도 ‘친구들은 다 총각 딱지 뗐는데 혼자만 못 떼면 창피하지’, ‘혈기왕성할 때는 선생님 보고 흥분할 수 있지’ 등 남성들만의 넓디넓은 공감대 범위를 흔히 체감할 수 있다.

문제는 남성들의 공감대가 전체의 공감대로 여겨지는 사회다. 여성들이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해 남성들은 ‘내가 판단해 보니 별일 아니야. 여기서 더 가면 이상한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도 뭐가 이상한지 모른다. 다행히 40년 전, 15년 전과 달리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어지간한 압박에도 중단하지 않을 만큼 강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다보면 조금씩 공감대의 균형이 잡혀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만일 ‘헐’이라는 말이 15년 전에 있었으면, 내가 그 비슷한 말이라도 외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분들의 시각과 가치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게 새삼 아쉽다.

–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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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연구원을 공개 채용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실사구시 정책과 다양한 사회혁신 방법론을 연구·실행하는 민간싱크탱크입니다. 희망제작소의 가치와 정신을 기반으로 꿈과 열정을 펼칠 새로운 연구원을 모십니다.

1. 모집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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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용일정
– 서류접수 마감 : 2017년 8월 27일(일) 24시
– 서류합격자 발표 : 2017년 8월 28일(월) 18시(희망제작소 홈페이지 공지 및 합격자 별도 연락)
– 면접 : 2017년 9월 1일(금)
– 출근예정일 : 추후 조율
* 면접 시 별도 과제가 부여될 수 있으며, 복장은 자유입니다.

3. 근무조건
1) 직급 : 경력에 따라 결정
2) 공통사항
– 급여 ☞ 클릭
– 복리후생 : 4대 보험, 연차ㆍ여름ㆍ경조사 휴가 등
– 근무시간 : 주 5일 09시~17시(점심시간 포함/시차출퇴근제 운영)

4. 제출서류
1) 지원방법 : 지원서 작성 후 이메일 접수([email protected])
2) 지 원 서 : 첨부양식 이용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체크 필수)
☞ 입사지원서 다운받기
– 빅데이터 담당(클릭)
– 지역협력 및 시민교육 담당(클릭)
– 브랜드마케팅 담당(클릭)
3) 포트폴리오(최대 5작품)
– 포트폴리오를 설명할 수 있는 별도의 자료가 있을 경우 함께 제출
※ 서류접수 뒤 확인 메일이 발송됩니다. 메일을 받지 못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 문의 : 경영지원실 (02-2031-2192)

목, 2017/08/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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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관심사’에 관한 것이다. “휴일에 뭐해요?”, “취미는?”, “재밌는 일 없어요?”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일 이외 또 다른 활동과 관심이 하나쯤 있다는 걸 전제한 물음에 얼마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음을 고백한다. 대답을 주저한 건 무언가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질문의 취지가 ‘단순한 취미’와 ‘열정 쏟는 대상’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상대는 답이 어떠하든 상관없는 가벼운 마음이었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 마음속엔 몇 초 동안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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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선생님’의 줄임말)은 관심사가 뭐예요?”

입사 후,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관심사’에 관한 것이다. “휴일에 뭐해요?”, “취미는?”, “재밌는 일 없어요?”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일 이외 또 다른 활동과 관심이 하나쯤 있다는 걸 전제한 물음에 얼마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음을 고백한다.

대답을 주저한 건 무언가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질문의 취지가 ‘단순한 취미’와 ‘열정 쏟는 대상’ 그 중간 어디쯤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상대는 답이 어떠하든 상관없는 가벼운 마음이었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 마음속엔 몇 초 동안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색다른 답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반, (물었으니 듣기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 반으로 귀를 기울이는 상대에게 내놓는 답은 다름 아닌 ‘커피’. “요즘 커피 안 마시는 사람 어디 있냐”고 되물을 법하다. 하지만 같은 원두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볶고, 몇 도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듯 섭씨 95도의 물을 붓고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작은 드라마다.

취미나 관심사 ‘따위’?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건 1년 전이다. 8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몇 개월쯤 지났을 때, 이른바 ‘백수’로 경제적 궁핍에 직면하던 즈음, 나를 위한 취미를 하나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마주한 이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마치 의식을 치르듯 카페로 들어서던 이전 점심 풍경이 심히 마뜩잖았기에, 퇴사 후 다종다양한 원두를 직접 고르고 그보다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음미하는 하루 30여 분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경제적) 빈곤 속 (마음의) 풍요를 찾게 된 역설이랄까. 물론 ‘한 잔=천원’이란 원가 계산이 있었기에 감행한 일이기는 했다.

구구절절 늘어놓았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스르면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던 시절이 꽤 길다. 그것은 이전 직장을 다닌 시기와 엇비슷하다. 중고교 시절 수업 중 몰래 듣고 줄줄 꿰던 영화음악, 대학생 때 자주 찾던 연극 무대, 홈런을 때린 뒤 의기양양하게 베이스를 돌던 야구시합의 추억까지 그 모든 것이 일에 밀려나 자취를 감추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의 일상을 기꺼이 일에 투여해도 좋다’는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모습들. 휴일 가족들과 식사 도중 회사 선배의 전화에 업무용 노트북을 켜거나, 연인과 데이트 중 회사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뒤도 안 돌아보고 현장으로 향했을 정도니, 취미나 관심사 ‘따위’가 일상에 비집고 들어설 자린 애초 없었던 거다. 그리고 몇 년 뒤, 일상을 삼켜도 좋을 만큼 좇던 그 일의 종착점에 선 내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지기 시작한 순간,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헛헛하게 비워진 자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소소한 일상이 들어찼다. 커피를 온전히 만난 것도 그즈음. ‘원두는 전동 분쇄기로 6.5초 동안 갈 것’, ‘가루는 깔때기 모양 드리퍼의 3/4 지점까지 채울 것’, ‘끓는 물은 주전자(드립포트)에 옮긴 뒤 10초 후 부을 것’,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추출은 두 번만 할 것’ 등 일련의 규칙들은 지금도 매주 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다.

예외는 있겠지만, 일상이라 부르는 작은 이야기들이 삶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혼자만의 상념이라면 차라리 좋을지 모르겠다. 각자의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가능성과 사건, 그 속의 가치를 우린 어느새 하나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 어떤 이는 ‘주체적인 인생을 살라’고 말하지만, 난 그저 이렇게 조그맣게 되뇔 뿐이다.

“그래서 내 마음, 지금 편한가?”

이번 주말엔 산미(酸味)가 적당한 수프레모를 내릴 생각이다.

– 글 : 김현수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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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 첫발을 내디딘 작년 9월. 신입연구원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급여도, 업무 내용도 아닌 휴가규정이었다. ‘여름휴가는 토·일요일 및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5일을 7~8월에 사용하여야 하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처음인 내게 ‘휴가’라는 단어는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취직 소식을 전하며, 내년 여름휴가에는 꼭 너희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홍콩,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종종 서점에 들러 수많은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어디로 갈지, 어떤 것을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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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 첫발을 내디딘 작년 9월. 신입연구원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급여도, 업무 내용도 아닌 휴가규정이었다. ‘여름휴가는 토·일요일 및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5일을 7~8월에 사용하여야 하며…’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처음인 내게 ‘휴가’라는 단어는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취직 소식을 전하며, 내년 여름휴가에는 꼭 너희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홍콩,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종종 서점에 들러 수많은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어디로 갈지, 어떤 것을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와장창, 환상이 깨지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의 미천한 업무 효율로는 요즘 흔히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지키기 어려웠다. 효율이 낮으니 시간을 더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다. 몇 페이지 안 되는 보고서를 붙들고 며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배 연구원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영리단체의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결국 나는 첫 여름휴가를 맞이하기도 전에 격무에 시달리다 눈 내리는 겨울이 되어서야 여름휴가를 떠나는 팀장님의 상황을 목도하고 말았다.

나만 바쁜 것도 아니고, 남 탓을 할 수도 없는 상황. 파릇한(?) 20대 청년이라는 이유로 온갖 예쁨을 독차지하는지라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다만 안색이 안 좋아졌을 뿐. 심지어 동료 연구원들에게 “쌤, 안색이 안 좋아요.”, “괜찮아요?”라는 말까지 듣기 시작했다.

드디어 갑니다, 여름휴가!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9월 마지막 주에 드디어 여름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입사 초 꿈꿨던 휴가 계획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간절하게 소박한 ‘쉼’을 바랄 뿐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제주로 떠나 온전한 평안을 누릴 생각이다. 푹 쉬고 오면 안색이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고민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 비영리활동가들이 그토록 원하는(!) 적절한 노동강도와 일상이 보장되는 삶, 어떻게 하면 소진되지 않고 지속해서 활동가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말이다.

– 글 : 정환훈 | 지역혁신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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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주민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에서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일상생활기술나눔’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기술을 공유하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비슷한 필요를 가진 입주민들 간의 연결망 형성을 지원하는 ‘혼자서는 못하겠고, 같이 할 사람 있나요?’, 평소 밥 한 끼 먹고 싶은 입주민에게 직접 찾아가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밥상을 차려드립니다’ 등의 사업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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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9/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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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희망제작소와 함께 시내 공동주택 108개 단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고용불안과 저임금, 열악한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는 경비원에 대한 상생고용 가이드인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해 이달 11일부터 서울시내 도서관, 공동주택 단지 등에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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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9/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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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늘 후원회원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인 후원회원님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며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결실의 계절인 한가위, 밝은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 희망제작소 연구원 일동

수, 2017/09/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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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후에나 다시 온다는 10일간의 긴 연휴가 끝났다. 이 시기를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리신 엄마와 함께 대만을 다녀왔다. 대만은 지하철이 잘 정비되어 있고 시민들이 친절해, 최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오랜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근하는 길, 다시 대만이 떠오른 건 여행의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느낀 사람 온기 때문이다. 1997년도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대만의 지하철. 5개 노선으로 서울보다 노선 수는 적지만, 우리보다 사회적 약자를 더 많이 배려하고 있는 듯했다. 노인, 장애인, 임산부, 어린아이 등을 위한 좌석이 배려석(Priority Seat)으로 일반석과 같은 구역에 마련돼 있었고,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을 위한 자리도 배치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태도는 더욱 놀랍다. 배려석을 항상 비워두는 것은 물론이고 지하철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으며, 플랫폼에서 줄을 서는 것도 내리는 사람의 동선과 섞이지 않도록 잘 정돈돼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하나씩 발견하는 따뜻함이 좋았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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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후에나 다시 온다는 10일간의 긴 연휴가 끝났다.

이 시기를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리신 엄마와 함께 대만을 다녀왔다. 대만은 지하철이 잘 정비되어 있고 시민들이 친절해, 최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오랜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근하는 길, 다시 대만이 떠오른 건 여행의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느낀 사람 온기 때문이다.

1997년도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대만의 지하철. 5개 노선으로 서울보다 노선 수는 적지만, 우리보다 사회적 약자를 더 많이 배려하고 있는 듯했다. 노인, 장애인, 임산부, 어린아이 등을 위한 좌석이 배려석(Priority Seat)으로 일반석과 같은 구역에 마련돼 있었고,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을 위한 자리도 배치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태도는 더욱 놀랍다. 배려석을 항상 비워두는 것은 물론이고 지하철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으며, 플랫폼에서 줄을 서는 것도 내리는 사람의 동선과 섞이지 않도록 잘 정돈돼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하나씩 발견하는 따뜻함이 좋았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배려석은 있지만 눈에 띄게 별도로 나뉘어 있어 민망함을 감수해야 앉을 수 있고, 서로 먼저 타겠다며 밀치다가 얼굴 붉히기 다반사인 이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사실 이런 불편한 환경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멀미 나는 광고들이다.

‘광고가 다 그렇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광고가 대표적이다. 미취업 청년에게 ‘꿀 알바’로 알려지던 임상시험은 이제 특별한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까지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고 있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믿는 안전불감증이 생각난다. 지자체의 선생님 모집 광고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방을 기피하는 교대생을 유치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라는 것은 알지만, 임용 기회가 적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받아줄 수 없다고 외치는 목소리와 모순되는 상황이다. 공익광고는 어떤가. 한쪽은 도박이 질병이라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복권이 행복의 씨앗이라고 한다. 복권 구매에 중독되면 도박과 같은 폐해가 일어나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우리는 그 작은 전동차 안에서 끊임없이 돈으로 사람을 구분, 평가하고 있다. 그 어디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참 씁쓸하다. 다름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앉아가는 대만의 지하철은 사실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불과 몇 해 전 우리의 모습이었다.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노인을 구조한 청년과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지하철을 우리는 매일 타고 다녔다.

돈이 사람을 집어삼킬 수 없다는 믿음과 급한 일상 속에서도 주위 사람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 한 스푼 남겨놓길 바라는 건 큰 욕심일까. 작은 배려를 통해 종일 마음이 훈훈하던 때가 그리워지는 출근길이다.

– 글 : 오지은 | 지역혁신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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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은 ‘지역중심 사회적경제 정책의 방향’이란 주제로 사회적경제 정책의 두 가지 지역발전 전략, 정부주도 발전정책에 대한 쟁점, 지역의 사회적경제 정책의 한계, 사회적경제 정책 성공사례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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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0/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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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한적한 지하철에 올라탔다. 전동차 한쪽 벽에 몸을 기대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다음 역에서 아저씨 한 분이 탔다. 작은 가방을 옆으로 멘 아저씨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다시 전동차가 출발하는데 아저씨가 나에게 입모양으로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응? 뭐라고 하시는 거지?’ 음악 소리 때문에 전혀 들리지 않아 이어폰을 뺐다.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으려는 찰나 서 있던 아저씨 셔츠에 묻은 피가 눈에 들어왔다. “앗, 아저씨! 피요! 피, 피, 피!” 놀란 나와 달리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가방에서 거즈를 꺼내 한쪽 끝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제야 정신 차린 나는 아저씨의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거즈로 누르고 붕대를 감아드리며 괜찮으신지 물었다. 아저씨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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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한적한 지하철에 올라탔다. 전동차 한쪽 벽에 몸을 기대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다음 역에서 아저씨 한 분이 탔다. 작은 가방을 옆으로 멘 아저씨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다시 전동차가 출발하는데 아저씨가 나에게 입모양으로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응? 뭐라고 하시는 거지?’
음악 소리 때문에 전혀 들리지 않아 이어폰을 뺐다. 무슨 말씀이냐고 되물으려는 찰나 서 있던 아저씨 셔츠에 묻은 피가 눈에 들어왔다.
“앗, 아저씨! 피요! 피, 피, 피!”
놀란 나와 달리 아저씨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가방에서 거즈를 꺼내 한쪽 끝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제야 정신 차린 나는 아저씨의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거즈로 누르고 붕대를 감아드리며 괜찮으신지 물었다. 아저씨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바닥에 흘린 피를 닦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이때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아이고 참나, 사람들이 인정머리 하나 없이 아픈 사람을 보고 일어날 생각들이 없네!”
아주머니는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짜증 섞인 말 폭탄을 거침없이 투하했다. ‘이게 아닌데’ 바닥을 마저 닦으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감을 느꼈다.

그때, 경로석의 어르신 한 분이 아저씨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일어나던 중 아주머니의 말에 발끈하며 맞받아쳤다.
“당신이 뭐라고 말을 그리 함부로 하는 거요?”
아주머니와 어르신의 말싸움은 그렇게 시작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했다.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 전동차가 다음 역에 멈췄고 어르신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씩씩대며 내렸다. 그 어르신이 떠난 자리에는 붕대를 감은 아저씨가 앉았다. 씁쓸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전동차 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

짧고도 긴박했던 전동차 안의 그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이 떠올랐다. 아주머니는 왜 화를 내셨을까? 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간단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서른 여 명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도 화를 내는 대신 도움을 청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난 이유가 분명 있을 터. 잠시 그 아주머니의 입장에 ‘빙의’해보기로 했다. 과거의 그는 힘든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선한 의지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희망을 품고 좋은 일을 시도했을 때 타인에게 무시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그의 선한 의지와 노력은 사라지고, 세상 사람들을 향한 ‘화’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만의 허무맹랑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의 끝에서 나는 하나의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처럼 ‘화만 내는 시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사람에게 실망하기보다 희망부터 발견하고, 상대를 단정 짓기보다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보기로 했다.

내 일터 희망제작소. 나를 비롯한 많은 연구원은 ‘모든 시민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많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 역시 많은 불만과 짜증을 마주할 것이다. 좌절의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력감에 무너지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이라도 나아감을 축하하며 나 자신과 동료들을 격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꽤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변화의 여정을 즐기기로 했다.

– 글 : 박다겸 |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1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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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연구원을 공개 채용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실사구시 정책과 다양한 사회혁신 방법론을 연구·실행하는 민간싱크탱크입니다. 희망제작소의 가치와 정신을 기반으로 꿈과 열정을 펼칠 새로운 연구원을 모십니다.

1. 모집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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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용일정
recruit_* 면접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며, 복장은 자유입니다.

3. 근무조건
1) 직급
– 경력에 따라 결정
2) 공통사항
– 급여 ☞ 클릭
– 복리후생 : 4대 보험, 연차ㆍ여름ㆍ경조사 휴가 등
– 근무시간 : 주 5일 09시~17시(점심시간 포함/시차출퇴근제 운영)

4. 제출서류
1) 지원방법
– 지원서와 과제 작성 후 이메일 접수([email protected])
2) 지원서
– 첨부양식 이용 (개인정보제공동의서 체크 필수)
☞ 입사지원서 다운받기 : 빅데이터 담당(클릭) / 브랜드마케팅 담당(클릭)
3) 과제(한글 A4 2페이지 이내 작성)
(1) 빅데이터(아래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작성해주세요)
–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빅데이터 관련 역량 강화 방안 기획
–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형 정책 결정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분석 기획
– 폐촌위기(과소지역) 마을 문제의 분석과 대안 수립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기획
(2) 후원사업 및 브랜드마케팅
– 비영리조직 후원사업 확대 전략
4) 포트폴리오(최대 5작품)
– 포트폴리오를 설명할 수 있는 별도의 자료가 있을 경우 함께 제출
※ 서류접수 뒤 확인 메일이 발송됩니다. 메일을 받지 못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 문의 : 커뮤니케이션센터 경영기획팀 (02-2031-2192)

목, 2017/11/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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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아, 우리 ‘티 타임’ 할까?”
티 타임. 작은 금색 방울 같이 반짝이는 단어. 어릴 때 엄마가 이 말을 꺼내면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실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노란 백열등을 켠다는 점을 빼면, 평소 밥 먹는 식탁에서 평소 쓰는 머그잔에 과실차를 담아 마시는 평범한 일이었다. 고급 찻잔도 티 푸드도 없었지만, 어차피 그런 건 몰랐기 때문에 티 타임을 근사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둥글고 노란 전등빛 아래에 앉아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던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희망다반사’는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전하는 에세이입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글을 나누고, 일상에서 우리 시대 희망을 찾아봅니다. 뉴스레터, 김제선의 희망편지와 번갈아서 발송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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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아, 우리 ‘티 타임’ 할까?”
티 타임. 작은 금색 방울 같이 반짝이는 단어. 어릴 때 엄마가 이 말을 꺼내면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실 집 안의 불을 다 끄고 노란 백열등을 켠다는 점을 빼면, 평소 밥 먹는 식탁에서 평소 쓰는 머그잔에 과실차를 담아 마시는 평범한 일이었다. 고급 찻잔도 티 푸드도 없었지만, 어차피 그런 건 몰랐기 때문에 티 타임을 근사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둥글고 노란 전등빛 아래에 앉아 따끈한 유자차를 마시던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몇 해 전, 독립을 선언하고 친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작은 방 한 칸이었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생각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보증금도 저렴했다. 계약서에는 2년 후 재개발이 시작하면 나가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재개발과 너그러운 주인집, 그리고 나의 ‘스튜핏’한 경제생활 덕에 2.5㎡의 방에 여전히 거주 중이다.

4년간 짐(이라고 쓰고 책과 옷이라고 읽는다)과 일이 늘면서 내 작은 안식처는 피로와 먼지의 방이 되었다. 어느 휴일, 매트리스에 모로 누워 너저분한 방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심했다. ‘더는 안 되겠다. 책상을 버리고 서랍장이 달린 침대를 사자!’ 하지만 한 달 뒤 방에 들어온 것은 ‘벙커침대’였다. 1층이 없는 2층 침대인데, 빈 곳에 책상이나 수납장을 넣을 수 있어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쓰기에 좋다고 했다.

나는 그 공간에 1인용 소파와 작은 티 테이블을 사다 넣었다. 그리고 여러 꽃향기가 섞인 루이보스차를 우려냈다. 할부로 산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탁상용 스탠드를 켠 후, 아로마 디퓨저에 초를 밝혔다. 따뜻한 빛과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향기, 피아노 선율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외풍 드는 나무 창틀이 낭만적으로 보였다. 2층 침대에 누워있던 하우스메이트가 농담을 던졌다. “와, 나 차 마시러 로비로 내려갈게.”, “그래, 5분 후에 나와. 복도에서 만날까? 사다리 중간에서.” 나도 덩달아 호들갑을 떨었다.

고작 철제 프레임 하나 들여놓았을 뿐인데, 그간 수면캡슐 겸 창고였던 내 방은 집에 대한 기억과 소망을 떠올리게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게 되었다. 옷걸이가 있는 벽은 옷방, 책장이 있는 벽은 서재, 그리고 둘 셋 모여 앉을 수 있는 침대 밑은 거실, 그 위는 오로지 잠만 자는 침실. 필요한 것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조각조각 끼워 맞춘 느낌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집에서의 시간이 한결 풍성해졌다. 그리고 부모님 댁에서 갖고 나온 행복한 기억이, 이 좁은 방에서의 삶을 견디게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도 티 타임은 가능하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도 괜찮은 걸까? 이러다 찻잔만 든 채로 쥐도 새도 모르게 쫓겨나는 건 아닐까? 이런 생활이 안타깝지도 않은 나 자신이 염려되지만, 늘 그렇듯 걱정은 엄마가 대신한다. 지난 명절, 오랜만에 내 방에 들른 엄마는, 사람 같이 살아보려고 애쓰는 게 대단하다며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했다. 그래도 이불은 꼭 햇볕에 말리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 알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한낮 베란다에서 바싹 말린 이불 위에서 뒹굴 때의 포근한 햇살 내음까지는 아무래도 이 방에서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 글 : 백희원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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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12월입니다.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일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 6월 1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으로 취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늘 만나던 익숙한 사람이 아닌, 매일 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켜켜이 쌓아놓은 걱정을, 어떤 이는 따뜻한 격려를, 다른 어떤 이는 매서운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그분들은, 국정원 민간 사찰을 비롯한 많은 시련과 방해에도 희망제작소가 ‘연구로서의 시민운동’을 이어온 것을 칭찬해주셨습니다. 시민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사구시 대안을 찾고, 시민과 함께 그 혁신을 삶으로 녹여온 성취를 발전시켜달라 당부하셨습니다.

2017년에도 희망제작소는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주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혁신연구모임 <목민관클럽>.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협치’ 등 많은 혁신정책의 뿌리가 바로 <목민관클럽>에 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역시 희망제작소가 3년 전에 시작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프로젝트 <사다리포럼>이 맺은 열매입니다.

국정 제1과제로 부각되는 ‘일자리’ 문제에서도 희망제작소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단편적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넘어 시민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좋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왔습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된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도 완판되어 진로탐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게 돕는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설명서>도 ‘노란테이블 툴킷’에 이어 살아있는 현장 실험의 도구로 배포될 예정입니다.

관계가 사라진 삭막한 도시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해 아파트 주민을 모아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청년과 시니어가 서로를 알아가며 세대 간 소통방법을 찾아보는 <시니어드림페스티벌>, 더 많은 시민이 더 즐겁게 참여하도록 돕는 <주민참여예산과 협치> 등 올 한 해도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아이디어를 잇고 지역의 자원을 연결하며 사회혁신 조각을 하나하나 모았습니다.

새해의 포부도 있어야겠지요. 2016년 겨울, 광장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촛불을 기억합니다. 촛불을 기점으로 한국사회는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촛불 이전이 잃어버린 시민주권을 되찾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되찾은 시민의 힘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 정부 출범은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행복할 사회를 만드는 여정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시민이 구경꾼 혹은 관객, 즉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참된 ‘시대교체’를 이뤄야 합니다. 시민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대표하는 시대, 국민주권을 넘어 개개인이 권력의 형성과 운영과정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에게 위임하는 것을 넘어 ‘나로부터, 어디서나, 늘 행사되는 국민주권’을 희망제작소가 만들려 합니다.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내가 만들고 결정한 정책을 구현하는 직접 민주주의, 삶에 녹아있는 일상의 민주주의, 공론과 합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 민주주의, 자치분권과 생활정치를 활성화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지방분권형 개헌을 응원하겠습니다. 지방자치를 시민의 자치로 만드는 일에도 힘을 모으겠습니다. 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과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자치, 공무원이 집행자가 아니라 조력자인 행정, 성과의 비축이 아닌 협력의 축적, 계약관계자가 아닌 관계관리자인 자치행정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시민이 직접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회혁신의 길을 넓히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지역과 부문, 계층을 뛰어넘는 사회혁신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사회적 난제를 시민의 현장실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리빙랩의 기획과 운영을 돕는 전문가도 양성하겠습니다.

또한 ‘모든 시민이 연구자이고 대안자’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시민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 시대를 개막합니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이동합니다. 비록 금전적 어려움은 있지만 버릴 수 없는 시대의 꿈이 있기에 새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새 공간을 시민이 언제나 찾을 수 있고, 모여 작당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고자 합니다. 독립연구자의 교류와 협력, 평범한 시민이 대안을 탐색하는 열린 협업(Open Works) 공간으로 ‘시민자산화’라는 새로운 길도 찾아보겠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잇고, 부문과 영역·세대와 계층을 연결하는 희망제작소.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민간연구소의 꿈을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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