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새콤달콤한 봄을 가득 껴안은 한살림 딸기

지역

새콤달콤한 봄을 가득 껴안은 한살림 딸기

익명 (미확인) | 월, 2016/02/29- 14:29

딸기

 

우리들 참, 딸기딸기하죠?

“사진 한 장 찍읍시다!” 이근혁 생산자의 전화 한 통에 한달음에 달려온 정효진, 서짐미 부부. 딸기밭에 나란히 선두 부부는 온통 딸기 얘기뿐이다. 카메라 앞이 쑥스러워 자세가 영 어색한 두 남편과 잘 좀 해보라며 핀잔주는 두아내, 부부끼리도 서로 닮았다. 농사와 삶의 뜻이 같은 다섯 농가가 모여 참벗공동체(작목반)를 만든 이래 말 그대로 참벗처럼 속살까지 다 아는 가까운 벗이 된 지 18년째다. 이근혁 생산자에게 정효진 생산자는 딸기 농사를 가르쳐준 선배고, 정효진 생산자에게 이근혁 생산자는 믿음직스러운 동지다. 10년 나이차는 무색하기만 하다. 서짐미, 김은심 생산자는 겨울이면함께 김장을 담그고, 토박이씨앗살림운동을 하며, 봄엔 같이 씨를 뿌린다. “매일같이 얼굴 보니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친환경딸기가 시간 지나며 제 본성을 찾아간다는 정효진 생산자 말처럼 참벗공동체도 이곳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 본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사람들 사는 모습이, 참 다디달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참벗공동체 (3)

이근혁·김은심·정효진·서짐미 부여연합회 참벗공동체 생산자 부부

 

오랜 기다림의 끝,
새콤달콤한 봄을 가득 껴안은

한살림 딸기

2면_상단 (1)

 

친환경이라 더 어려운 딸기 농사

찬바람 부는 바깥 날씨와 달리 딸기하우스 안 공기는 훈훈함이 맴돈다. 코로 스미는 달콤한 딸기향에 길고양이의 나른한 울음소리까지 더해지니, 난데없이 졸음이 밀려든다. 이근혁 생산자가 마침 똑 따서 건넨 큼지막한 딸기 하나. 입에 밀어 넣자마자 낯선 손님의 몽롱함을 깨워 주려는 듯 입 안 가득 과즙이 흘러넘친다.

“딸기는 이렇게 밭에서 갓 따 먹는 게 가장 맛있죠. 딸기 맛은 하루마다 다르고, 시간마다 달라요. 신기하고, 또 어렵죠.”

딸기는 선선한 기후를 좋아하는 여러해살이 열매채소로 비타민 C가 많고 섬유질 성분이 소화를 잘 되도록 돕는다. 굳이 딸기의 기특한 영양성분을 밝히지 않고도 딸기는 그 맛 하나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딸기는 입에 넣자마자 눈 녹듯 사라져버리지만, 한 알 한 알 빨갛게 물이 올라 달콤한 맛이 밸 때까지, 농부는 장장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근혁 생산자 말에 따르면, 친환경 딸기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50%가 육묘, 50%가 방제다.

육묘란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 어린 묘를 밭에 옮겨 심을 때까지 따로 키우는 것을 말한다. 11월 초 어미묘를 땅에 심으면, 겨울을 지나 이듬해 2월 무렵 이 어미묘로부터 ‘런너(Runner)’라고 하는, 새로운 어린 묘들이 뻗어 나간다. 이 런너들을 하나하나 선별해 여름 내내 귀하게 돌본 뒤 다시 9월 밭에 심으면 12월 중순부터 오매불망 기다리던 딸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딸기묘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모종 하나에 병이 생기면 손 쓸 방법 없이 밭 전체에 병이 퍼지기 때문에 한살림 딸기 농가들은 대부분 직접 모종을 기른다. 딸기 농사를 좌우하는 또 다른 숙제는 병충해인데, 자가육묘부터 일체의 화학방제 없이 친환경 자재나 천적을 이용한다. 딸기 맛의 근간이 될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석유를 쓰는 가온재배 대신 물을 이용한 수막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이상기후 때문에 응애벌레가 한 달은 빨리 왔어요. 생산성도 떨어지고, 품위에도 영향을 주죠. 친환경 약재로는 소용이 없어 막막해요. 날씨가 이러니 갈수록 친환경 농사가 어려워요. 평년에 비해 수확량이 한 70퍼센트로 떨어졌어요. 농부들 걱정이 많아요.”

NO4A0165

이근혁 생산자의 육묘장에서 자라고 있는 딸기런너

 

한살림 농부들이 더 많아져야죠

한살림 딸기 생산자들의 하루는 동트기 서너 시간 전 일찌감치 시작된다.새벽에 딴 딸기가 해 뜬 뒤 따는 딸기보다 맛이 좋고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경이면, 부여연합회 소부리영농조합 생산자들이 새벽부터딴 딸기들을 차에 싣고 속속 물류센터로 도착한다. “어이구, 자네 오늘 많이땄네.” “그 집 딸기는 알도 커.” 물류센터에서 만난 생산자들 사이에 부러움섞인 대화들이 오간다.

정효진, 서짐미 부부는 이날 소부리영농조합 물류센터로 딸기를 갖고 온 생산자들 중 두 번째로 많은 양을 냈다.한살림과 인연이 돼 친환경 농법으로딸기를 수확한지 8년째지만, 관행농사를 지을 때부터 친환경 농사만이 농업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 여겼다고.

“친환경 농사가 확실히 힘은 들어요.한 번 손 갈 거 서너 번 가니까. 풀 메고 돌아서면 또 풀이고, 수확량은 적고… 그래도 좋은 건 일단 나쁜 약을쓰지 않으니까 내 몸이 건강해져요. 이런 말해도 되나? 술이 잘 받아요, 술이…” 가만히 더 생각하던 정효진 생산자가 다시 말을 잇는다. “친환경 딸기 농사를 짓다 보면 딸기가 제 성질을찾아가는 느낌이에요. 단맛만 나는 게아니라 원래 새콤달콤해야 하거든요.우리 딸기가 그래요.”

정효진, 서짐미 부부와 이근혁, 김은심 부부는 2010년 부여연합회 참벗공동체를 직접 만들었다. 참벗공동체의모태가 된 참벗작목반까지 합하면 햇수로 18년째 인연이다. 농민회에서 처음 연이 닿았고, 농사와 삶의 문제를 고민하며 서로를 ‘동지’라 부르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하우스를 같이 정비하고, 트랙터 같은 농기계를 공동 소유하며 함께 짓는 농사가 더없이 편하고 즐거웠다고 그들은 말한다.

 

아이

이근혁·김은심 생산자의 맏딸, 이조은. 포트에 흙을 담아 편편하게하는 작업중이다.

 

이근혁, 김은심 부부가 처음 친환경 딸기농사를 시작한 계기 역시 정효진 생산자가 마을의 주인 잃은 딸기밭을 소개한 인연 덕분이었다. 두 부부 외에도 마음 맞는 다섯 농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참벗공동체는 올해 가입을 앞둔 새내기 농가까지 합해 열여덟 농가로 늘었다.

“우린 새 농가가 들어오면, 기존에 갖고 있던 딸기비닐하우스 한 동을 그냥 내줘요. 처음엔 손해라 생각할 수 있고, 공동체 안에서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한살림 농사를 짓는 생산자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한살림은 생산자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을 계획할 수 있게 해줘요. 그게 가장 장점이죠.”

 

NO4A9401

김은심 부여연합회 참벗공동체 생산자

 

참벗공동체는 앞으로 소비자조합원, 그리고 활동가들과 만날 수 있는 도농교류 활동을 점점 늘려가려고 한다. 자매결연을 맺은 한살림서울 경인지부 부천지구 소비자조합원들과 작년 처음 시작한 김장담그기 행사도 매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서로 얼굴 보니 참 좋더라고요. 생활이 넉넉해서 한살림 조합원 하시는 게 아니라, ‘한살림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그런 마음을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NO4A0175

이맘때면 2~3일 꼴로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 다시 3일 뒤 빨갛게 여문 딸기를 바구니 안에 한가득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160229-한살림연합-소식지-546호-(고해상-1-28-펼침면)-2

 

한살림딸기 장보기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설날_연합페이지

기간안내

 

라인아이콘사용_주문기간  주문기간

  1월 11일(월) – 2월 2일(화)

라인아이콘사용_공급기간  공급기간

  1월 18일(월) – 2월 6일(토)

* 일반공급은 평상시 이용하는 한살림 물품과 같이 해당 지역 공급요일 3일 전까지 주문해 주세요.

* 수량이 부족한 물품은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연합크롭용2_20

 

화, 2016/01/05- 11:18
68
0

 

개요

가. 소 재 지 :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안성대로 1526(보동리 285-3번지)

나. 건물규모 : 1개동 지하1층 지상4층 철근콘크리트건물 연면적 19,173.06m2

 

입찰에 부치는 사항

가. 공사개요 : 지상1층 및 지상3층 적층랙 설치공사

나. 입찰종류 : 일반경쟁입찰 / 적격심사제

 

3. 사업참가자격 및 참가신청에 관한 사항

가. 참가자격

구분 안성물류센터 적층랙 설치
제한기준 ◆ 최근 3년내 연면적 1,650m2이상의 물류센터 적층랙 시공실적이 있는 업체

 

나. 참가신청

○ 입 찰 공 고 : 2018. 06. 04(월) ~ 2018. 06. 15(금) 18:00까지

○ 제안설명회 : 2018. 06. 20(수) 15:00

○ 서 류 접 수 : 2018. 07. 06(금) 18:00까지

○ 제 출 방 법 : 우편(또는 방문)이나 메일

○ 제 출 장 소 : 1)주소 :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안성대로 1526(2층 물류기획팀)

2)메일 : [email protected]

 

다. 제출서류

○ 기본 제출서류

➀사업참가신청서, ➁법인등기부등본(개인사업자 : 주민등록등본), ➂응낙서, ➃인감증명서 원본,

➄사업자등록증 사본, ➅실적증명서(실적증명이 가능한 계약서, 확인서), ➆재무제표(최근 2개년도)

○ 제안 제출서류

➀제안서(도면 및 구조물 중량 표기) , ➁입찰견적서(각 공정별 가격 산출근거 포함), ➂일정표(제작 및 납품일정)

 

 

 

4. 제안설명회

가. 일시 : 2018. 06. 20(수) 15:00

나. 장소 : 한살림연합 안성물류센터(안성시 대덕면 안성대로 1526 2층), 대회의실

다. 설명회 참석 대상 : 업체별 2인 이내로 제한

라. 기타사항 : 제안설명회 참석희망 시 사전 소통 요망

 

5. 업체 선정에 관한 사항

○ 서류접수 마감 후 1차심사에 합격한 업체를 대상으로 2차심사 진행 예정. 2차심사에서는 제안서 발표 및

항목평가를 통해 최종협상대상자를 선정(1개社)

(1단계) (2단계)
1차심사

(서류평가)

2차심사

(제안서발표 및 평가)

합격/불합격 (개별통보) 최종협상대상자 선정

– 선정업체가 낙찰을 포기할 경우 차순위 업체와 협의하여 계약체결

 

6. 유찰기준

가. 예정가격보다 낮은 제안가격으로 제시한 입찰자가 없을 경우

나. 기타 입찰기준에 부합하는 입찰자가 없을 경우

※ 유찰 시 입찰 기준을 보완하여 추후 재입찰 실시

 

7. 기타사항

가. 기본제출서류 및 제안제출서류는 일체 반환되지 않음

나. 제안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판명될 경우 업체선정 결과는 무효가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형

사상의 책임은 입찰업체에 귀속

다. 상기 일정 및 장소는 당사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라. 기타 문의사항은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연합회 물류기획팀으로 연락 바랍니다.

구분 담당 전화 E-mail
장영기 실무자 031-8056-0909 [email protected]

 

 

위와 같이 공고합니다.

2018. 06. 04.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연합회

 

 

 

※ 첨부파일

렉 설치 업체 선정공고.hwp

한살림연합 안성물류센터 적층랙 설치 업체공고.pdf

화, 2018/06/05- 16:31
66
0

그래도 한살림 

그래서 한살림 

 

곽금순 한살림연합 상임대표 

 

지난 한 해 전국의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와 활동가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내온 것에 묵은세배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2018년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기후재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한 해였습니다.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폭염이 삼십일 넘게 지속되 었습니다. 해양오염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면서 문득 인간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현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더위를 견디고 자라난 물품을 받았을 땐, 자연의 생명력에 새삼 감 동하며 온전히 그 생산물을 보듬었을 생산자분들에게 경외감이 들었 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해 온 한살림이기에 토양과 공기, 물 의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에 한살림은 더욱 유기적인 생산 과정을 만들어 가기 위한 여러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를 ‘자주인증’에 반영해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뢰’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조합원들과 우리가 무엇을 위해 활동 하고 있는지 그 방향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은 참 중요합 니다. 이에 한살림은 지난해 중요한 활동으로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조합원 의식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답해 주셔서 예상을 웃도는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매출만을 위해 물품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농업기반을 확 장해 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먹을거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먹거리 의 빈곤 계층이 한살림 먹거리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 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설문의 분석을 기반으로 조합원의 기대를 반 영한 활동과 물품사업으로 잘 드러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해 사회면 뉴스를 보면서 좌절과 우울감으로 가득 찰 수도 있 었지만, 한살림 품 어딘가에는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늘 있 었습니다. 지역 조합원들에게서, 생산지에서, 한살림과 관계하는 이 곳저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2019년에도 서로를 돌볼 수 있는 활동으 로 보다 긴밀하게 관계 맺는 한살림이기를 기대해봅니다.

 

순리대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것에서 여러 가지 왜곡이 시작되는 것을 참 많이 봐왔습니다. 한살림 운동은 조합원들의 현재의 필요를 조직하면서 그동안 왜곡되어 온 여러 질서를 바로잡아가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운동이라고 확신합니다.

 

물질적인 유무와 상관없이 불안감과 고독감이 높아만 가는 현대사회에서 한살림은 새로운 운동의 비전을 ‘다시 밥’ 운 동으로 선언했습니다. 이는 먹거리로만 한정했던 우리의 운 동을 확장하여 일상의 삶 속에 밥 한 그릇의 이치를 다면적으 로 실천해 가고자 한 것입니다.

 

언제나 ‘나’로부터 출발하지만, ‘나’로부터 벗어나야 가능한 한살림운동을 각자가 사는 곳으로부터 새롭게 서로에게 ‘밥’이 되는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가시길 기대합니다.

 

다시 새롭게! 2019년을 만들어갑시다!

화, 2019/01/08- 10:50
59
0

살림의 길에서 만난 이 사람

그림은 저의 자유예요

김순복 작가

 

 

김순복 ‘작가’보다는 ‘생산자’라는 호칭이 익숙한 조합원이 많을 것이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한살림 소식지에 ‘생산지에서 온 그림편지’를 연재했던 바로 그다. 농촌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색연필 그림에 담아 조합원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김순복 작가가 지난 6월 30일, <농촌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책을 냈다. 한살림 생산자이기도 하면서 이제 엄연한 작가인 그를 만나러 전남여성플라자를 찾았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3일까지 전남여성플라자 2층에 위치한 전남여성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시와 그림이 있는 남도어머니의 농경 예술이야기’ 展에 그의 그림 96점이 전시되었다.

 

생산자에서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열다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삶이 열렸어요. 아까는 강연 요청 전화도 왔다니까요. 정말 신기해요.” 김순복 작가는 자식들에게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릴 때 는 손에서 크레파스를 놓지 않았는데, 중학생이 되고 들어간 미술부에서는 석고상만 그리는 게 지겨웠단다. 그림을 계속 그릴 형편도 되지 않아 더는 그리지 않았다. 그때는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기까지 40년 넘는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농사를 짓고 자식들 키우며 살다 보니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사무쳤어요. 그때는 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어 딸에게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한 거죠. 그러다 서점에서 우연히 <타샤의 스케치북>이라는 책을 보고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바로 딸에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서 보내라 전화했죠.”

그때가 2015년, 김순복 작가는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번 그리기 시작하니 ‘색연필이 저 혼자 그린다’ 느낄 정도로 쓱쓱 그려졌다. 방 한쪽에 상을 펴놓고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두었다. 자다가도 일어나 그리고, 밥을 먹다 가도 그렸다. 그리고 싶은 이야기는 넘치고 넘쳤다. 같이 농사를 짓는 ‘동네 아짐(아주머니)’ 을 그리는 게 제일 재미났다. 내 이야기부터 드라마 이야기, 이웃의 팔촌 이야기까지 농사일 을 하는 내내 나누는 아짐들과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그래서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실존 인물이다. 한번은 한살림 소식지에 연재했던 그림을 모아 만든 달력을 동네 농협에 가져다 두었는데,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이 사람이 나야!” 하며 자랑스러워하더란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시를 썼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을 글로 적어 내렸다. 시를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대학 교재를 정독하면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했다. 그렇게 쓴 시가 600편 정도 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내 이름으로 낸 책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이번에 책을 내면서 그 꿈이 이루어졌지요.”

 

 

농사와 그림

김순복 작가가 사는 해남은 따뜻한 지역적 특색 때문에 겨울에도 농사가 계속 이어진다. 대 파, 봄동, 시금치, 늙은호박, 단호박, 배추, 고추 등 9가지 정도 작물을 1년 내내 돌아가며 짓는 다. 요즘은 한창 단호박을 내는 철이라 바쁘다. 80년대 초 청주에서 살다 남편을 만나 해남으로 시집와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를 낳아 키웠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 이후에도 홀로 농사를 지어 왔다. 농사일이 고단할 법한데, 그의 그림에는 농사에 대한 고단함보다는 애정과 즐거움이 먼저 보인다.

“전 사람 얼굴을 그릴 때 눈을 먼저 그려요. 그 사람이랑 대화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고, 손도 그려주고 싶고. 그 사람 심심하니 말동무도 그려주고, 나 무, 동물, 꽃과 과일도 그려줘요. 그렇게 저절로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려지죠.”

김순복 작가는 지금 농촌의 모습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지금 농사짓는 할머니들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농촌 모습이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그러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마늘 뽑기>를 소개했다. 허리를 굽혀 마늘을 캐는 할머니를 보며 옆에 앉은 할머 니가 ‘허리 아픈디 앉아서 뽑지 그라요?’라고 하 자 ‘앉아서 일하믄 무릎이 더 아픈께요잉~’하는 장면이다. 김순복 작가는 ‘이게 농촌의 현실’이라고 한다. 한평생 농사짓느라 몸이 상했지만 멈출 수 없어 아픈 몸으로 여전히 농사일을 한다고.

 

“사람들은 농촌을 가난하고 고생하는 곳이라 생각하는데, 항상 그렇지는 않거든요.
결국 사람 사는 곳이고, 그곳엔 이야기가 있어요.”

 

7월 26일에 열린 출판기념회

 

그림은 나의 자유

“그림은 제게 ‘자유’예요. 그림에서는 뭐든 가능 하잖아요. 쌀가마니를 그려서 풍족한 듯 만족할 수도 있고, 꽃밭을 그려 아름다움 속에 있을 수도 있어요.”

김순복 작가는 농사의 고단함도 그림을 그리며 풀고, 마음에 담은 말도 그림으로 표현한다. 몇 번이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지난 7월 26일에는 한살림 조합원과 생산자, 활동가, 실무자가 모여 오붓하게 출판기념회를 열어드렸다. 김순복 작가 딸의 축하 편지에 함께 울고, “한살림이니 그림도 그리고 농약 비료도 안 치고, 농사지으니 얼마나 좋냐”는 김순복 작가의 말에 함께 웃었다.

김순복 작가는 여전히 새로운 일을 구상하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새 일을 하는 데는 언제나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즐거움이 더욱 앞선다. 화려한 색을 발하는 자연에서 그 힘을 얻는다고. 김순복 작가의 그림이 유난히 곱고, 알록달록한 이유였다.

“누구나 그릴 수 있어요. 저도 했잖아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단 한번 그려 보세요.”

 

목, 2018/08/02- 10:00
5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