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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경제 성장해봐야 재벌 총수 가족만 더 부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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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경제 성장해봐야 재벌 총수 가족만 더 부자 된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02/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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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 ③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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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좀처럼 안 오르는 것도, 비정규직이 많아진 것도,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도, 굴욕적 갑을관계가 많아진 것도, 창업이 어려운 것도, 나라 경제에 성장 동력이 안 보이는 것도 다 “재벌 대기업 때문”, 아니 “재벌 총수 가족들 때문”이라고 한다면?
철없는 젊은이나 불만세력의 비약으로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일일이 통계로 근거를 대면서 이렇게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장하성(63)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1월 27일 고려대 경영대에서 장 교수를 만났다.
그는 책 ‘한국 자본주의'(2014), ‘왜 분노해야 하는가'(2015)를 연달아 펴내면서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이며 그 원인이 ‘분배의 실패’라고 계속해서 지적해 왔다. 그런 만큼 인터뷰의 방향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는, 그럼에도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제기된 문제의 원인이 선명하게 하나로 수렴됐기 때문이다. 바로 재벌 대기업에 의한 경제적 집중, 총수 일가의 기형적 지배구조를 견제하지 못 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의 불평등과 갈등을 야기한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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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명확하기에 해법도 명확했다. 그런데도 그 동안 개선 노력이 변변치 않았던 것은 “기득권이 불평등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보고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기득권’에는 보수와 진보가 다 포함된다.

재산 아닌 임금 격차가 ‘흙수저’ 원인

“젊은 세대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가 발전해도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떠올랐을 때, 학자들도 개념을 설명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국민들은 어렴풋이나마 알았습니다. ‘삼성‧현대만 부자 될 게 아니라 함께 잘 살자’는 뜻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도 기득권들은 아직도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 기준으로 사회를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인을 찾지 못하지요.”

불평등 중에서도 핵심은 ‘임금 불평등’이라는 게 장 교수가 강조하는 지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흙수저’론은 부모의 자산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지만, 장 교수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재산 격차가 아니라 임금 격차 때문”이라고 했다.

재산이 많더라도 이자나 임대료, 배당 등으로 버는 돈은 가계소득의 1%도 안 되고, 나머지는 임금소득에서 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위 10% 고소득층도 재산 소득 비중은 1%가 안 된다. 물론 상위 1% 또는 0.1% 초고소득층의 경우는 재산 수익도 많지만, 국민 대다수를 놓고 봤을 때 임금이 소득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임금 불평등만 아니어도 ‘흙수저’라고 절망할 정도의 불평등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 이후 14년 동안 우리 경제는 74%(누적)나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그 절반 정도인 39%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세계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25%(누적)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고작 5% 늘었어요. 본래 경제 성장을 바라는 건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닙니까? 그 목적이 상실돼 버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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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중간에 끊기 어려울 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임금 불평등의 원인은 기업이 번 이익 중에서 ‘임금’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기 때문인데, 그 첫째 이유는 재벌 대기업, 즉 매출 순위로 상위 100위에 드는 재벌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 간의 격차에 있다.

“사람들이 잊고 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차이가 늘 심했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90% 수준이었고, 특히 1980년에는 97%로 거의 똑같았습니다. 1990년대에도 75~80%대를 유지했어요. 지금은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0~60%대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 중소기업에 다니면 대기업 직원의 절반 남짓밖에 못 버는 것입니다.”

하청 직원은 같은 일 해도 ‘4분의 1′ 임금

재벌 100대기업은 전체 고용의 4%밖에 담당하지 않는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는 전체 이익 총량에서 60%를 가져간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71%를 담당하지만 이익은 35%밖에 가져가지 못 한다.

대기업의 절대적인 산업 장악력 때문에 하청 관계 중소기업의 몫은 더 적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1차 하청기업 평균임금은 현대자동차 임금의 60% 수준이다. 2차는 36%, 3차는 24%로 내려간다. 3차 하청기업 월급은 현대자동차 직원 대비 4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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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비정규직 문제도 작용한다. 정부 통계로만 봐도 노동자 셋 중 한 명이, 청년 세대는 셋 중 두 명이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2015년 기준 54.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이 30%대로, 정규직의 3분의 2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삶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고용불안’이다.

장 교수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까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OECD에서는 우리가 쓰는 것과 같은 비정규직 개념을 사용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대기업이 직접 하던 부문을 외주화, 외부화 한 데다 원천‧하청의 종속관계까지 작용하면서 불평등한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이 바이오 운운한 지 벌써 20년째”

미국 대선에서도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 후보가 소득 격차와 분배의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듯이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장 교수는 “어느 나라나 불평등이 커졌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특히 최근 들어 급격히 빨라졌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하던 1980년대~1990년대까지도 불평등이 악화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완화된 거의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외환위기 이후로 급격히 심해져서, 지금은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 격차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3~4번째로 높습니다.”

이렇게 되는 동안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은,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 ‘경제가 살아야 나도 잘 산다’는 인식 때문이다. 장 교수는 “그래서 국민이 이만큼 분배를 참아준 동안, 불평등이 심해진 그 17~18년 동안 재벌 대기업은 성장 동력을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말 인천 송도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기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로 세계 1위에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일을 놓고 장 교수는 “삼성이 ‘신수종사업’, ‘미래 먹거리’라면서 바이오 운운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의 일”이라면서 “20년 동안 성장 동력을 못 찾았는데도 계속 믿고 기다려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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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동력 찾는 것과 분배는 특히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분배를 해야 성장을 하지요. 국내 소비 없이 성장 못 한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중국도 향후 경제 5개년 계획의 핵심이 ‘내수를 통한 성장’이고 소득 증대와 분배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대기업이 분배를 안 하는 대신 투자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장 교수는 “기업 투자비중이 늘지 않는 것은 한국은행 국민소득계정 상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면서 “최근에는 설비투자까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총수 일가 장악력 유지’가 불평등의 원인

그럼 기업의 이익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언뜻 생각하면 ‘자본가’에게 돌아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게 바로 한국 경제의 미스테리”라면서 “기업이 번 이익은 공급자, 노동자, 자본가 중 어디론가 가야 정상인데 한국에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고 기업 내부에 쌓여 있다”고 했다.

개인저축률이 4%인데 반해 기업저축률은 18%에 달하고, 사내유보율(이익 대비 기업 내부에 남긴 금액 비율)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제조업의 경우 1990년 83.3%였던 것이 2013년에는 93.7%에 달했다. 장 교수는 “기업만 점점 더 부자가 되는 나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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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생긴다. 기업이란 결국 사람들의 모임인데, 기업이 많은 돈을 지닌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 그 답이 가리키는 바가 이날 인터뷰가 향한 곳이었다. 즉, “재벌 총수 일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각각 1999년, 2000년 이후로 주식발행을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좋은 조건으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인데도요. 그런 글로벌 기업이 되라고 지금까지 지원해 준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투자를 받지도 않고, 대출을 받지도 않습니다. 돈 쓸 데가 있으면 사업해서 번 돈(이익)을 가지고 씁니다. 그러다 보니 임금으로, 중소기업에게로 분배할 돈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증자 등으로 자본조달을 하면 총수 일가의 지분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벌 그룹들이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5%가 채 안 되는 총수 일가 지분으로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라 자본조달을 꺼린다는 것이다.

재벌 그룹을 견제 못 한 폐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 교수는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을 도리어 막고 있는 것이 재벌 대기업들”이라고 했다. 전 산업 부문에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둔 재벌 그룹들 때문에 ‘글로벌 1위 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IT 부문 중에서 가장 부가가치 높은 게 시스템통합서비스(SI)라는데, 30대 재벌 중에서 22개가 SI 계열사를 두고 있습니다. 30대 기업 중 20개가 물류‧운송기업을, 10대 재벌 중 7개가 광고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 자기 그룹 일감으로 사업하는 기업들이죠. 그런데 어떻게 세계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나오겠습니까? 재벌그룹마다 휴대전화 만드는 계열사를 가졌다면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지요. 재벌들의 내부거래가 한국 경제에 엄청난 걸림돌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국민 망할 지경이면 국가 개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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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해법도 단순하다. 정부가 개입해서 국민들에게 분배가 더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 150조를 들여서 기업을 구제한 것처럼, 이제 국민이 망할 지경이니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구체적 방법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고. 그 중에서 장 교수가 “현 정부에서도 시도했고 미국도 하고 있는, 조금도 이상할 것 없는 정책”이라고 한 방법은 기업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혹은 하도급 업체 직원 임금 몫으로 돌아가는 지출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들은 “정부가 복지 정책 등으로 재분배하는 것보다 불평등을 교정하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과감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는 상위 1% 근로소득자, 즉 대기업 직원 연봉을 깎아서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장 교수는 “만일 그렇게 깎은 몫이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장치 없이 고소득자를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저소득자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방법은 비정규직 고용 요건을 ‘사람’ 기준이 아니라 ‘직무’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동자 개인을 놓고 ‘2년 이상 고용할 것인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직무라면 그 자리에 정규직을 고용해야 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

“2년이 너무 짧으면 5년이라도 좋습니다. 혹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생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8년여 동안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채용한 자리만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 보세요. 현재 비정규직 중 최소 절반은 정규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돼도 지금까지 ‘헬조선’이라 하던 사람들이 당장에 ‘헤븐(Heaven) 대한민국’을 외칠 겁니다.”

장 교수는 “요즘 소위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나와도 좋은 직장에 못 간다는데, 좋은 직장이 왜 없어졌겠느냐?”면서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비정규직 채용 관행만 없어져도 사방의 일자리가 다 좋은 일자리가 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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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현 정부와 재계가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의 해법이다. 미래 경쟁력을 위해 ‘고용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 정규직을 줄이고 시간선택제‧파견직 등을 확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그야말로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미래 산업 형태가 바뀌면 자연히 고용 구조도 바뀌어 갈 것인데, 그 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임시로 일하자는 그런 황당한 주장이 어디 있습니까?”

장 교수는 “이미 한국은 고용유연성이 높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평균 근속 연수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은 5년 반이고, 근속 연수가 3년 미만인 노동자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1년 미만으로 근무하는 노동자 비율도 33%나 된다면서 “세 명 중 한 명이 매년 구직활동을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음 세대 위해 기득권이 침묵 깨야”

지금까지 불평등 개선을 위한 그런 노력이 이뤄지지 못 한 것은 “기득권층의 침묵” 때문이었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보수는 박정희 시대에, 진보는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던) 1987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데 이제라도 ‘기업이 잘 돼야 국민이 잘 된다’는 생각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했고, 지금은 20대를 ‘포기세대’, ‘잉여세대’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다음 세대는 ‘유령인간’이 됩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죠. 그때는 사회적 갈등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지게 됩니다. 부모들이 진정으로 자녀들을 위한다면, 각자 희생하고 애쓰는 것 못지않게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인터뷰 내내 신기했던 것은, 각종 통계 수치가 즉석에서 제시된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논거마다 통계가 뒷받침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장 교수가 최근 집중적으로 말하고 집필한 주제라는 것, 그만큼 중요하고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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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장 교수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어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한 1996년 이후로 20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장하성 펀드’를 내놓았던 2006년 이후 10년이 지났다. 그 동안 계속해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해온 셈이다.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 청년층에게 주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일, 정치인들에게 직접 훈수를 두거나 대중 강연을 해온 것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 넘도록 같은 이야기를, 점점 더 힘줘서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장교수는 “젊은이들이 ‘저 사람은 왜 자꾸 우리보고 분노하라는 거야?’ 하는 반응이더라” 하고 웃으면서도 지친 기색은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 혹은 그 징조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그 답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강조한 “젊은 세대들이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말에 들어있을 것이다.

정리_황세원 희망제작소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email protected])
사진_권하형 사진작가
동영상_이윤섭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디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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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5

지체장애인이 만들어 내는 베 짜는 소리의 화음
오리노네()공방, 중증 지체 장애인 예술 창작 활동의 요람

‘찰탁! 탈탁!’ ‘촤르륵!’ 베틀 소리가 창밖까지 경쾌하게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벽면 가득한 선반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의 실패가 눈에 들어온다. 베 짜는 공방에 도착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선반 곳곳에 걸려 있는 머플러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다양한 색깔의 실로 가로세로 무늬를 넣어 짠 머플러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세련됨을 풍긴다. 또한 현관 옆 오른쪽 진열장에는 직접 짠 수직물로 만든 조화와 가방, 브로치 등의 액세서리와 컵받침, 휴대용 휴지 케이스 등의 다양한 작품이 진열돼 있다.

눈 호사를 하며 작업장에 들어서니 나무로 만든 미니 베틀이 실내를 꽉 채우며 늘어져 있다. 베틀 앞에는 작업자들이 한 명씩 앉아 베 짜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 이름은 ‘오리노네(織の音) 공방’, ‘베 짜는 소리’ 내지는 ‘베틀 소리’라는 뜻이다. 오리노네 공방은 지체장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사이타마시(埼玉市)에 설립한 지역 데이케어시설이다. 지체장애인 20여 명이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고안해 수작업으로 창작 제품을 만든다.

작업자들은 대부분 최중증 지적장애등급인 A1이나 중증 등급인 A2의 요육 수첩을 가지고 있다. 요육 수첩이란, 지체장애인들이 장애인종합지원법에 근거한 복지 제도를 이용하기 쉽도록 광역자치단체나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가 교부하는 장애인수첩을 말한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특별지원학교 (일본에서는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를 특별지원학교라 부르며, 각 장애별로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를 두고 있다)를 졸업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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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도 창작 활동의 기회를!

‘중증 장애인이 손짜기로 어떻게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방문 전부터 가졌던 의문을 품은 채 작업장을 가로질러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김복한 대표가 “안녕하십니까?”라며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인사를 해 온다. 이름만 듣고서는 재일교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는 유학생 출신의 뉴커머(New Commer)였다. 사이타마대학에서 장애인교육을 전공한 뒤 바로 장애인 복지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차를 내 온 O(29세, 여)씨도 김 대표에게 배웠다며 “안녕하세요. 잘 부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한다. 그녀는 이 공방에 온지 10여 년 정도 됐으며 베테랑 작업자란다.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 보인다.

▲ 공방운영법인인 NPO법인 오리노네아트・복지협회 김복한 이사. 공방에서 만든 전통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

▲ 공방운영법인인 NPO법인 오리노네아트・복지협회 김복한 이사. 공방에서 만든 전통 티셔츠가 잘 어울린다

그에게 공방 시작 계기를 물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사이타마시의 한 작업소에서 일했습니다. 대부분 작업소가 그렇듯 기업의 하청을 받아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곳이었지요. 작업 분위기가 어둡고 작업자들 또한 크게 웃는 일 없이 그저 주어진 일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이들에게 밝은 분위기 속에서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손짜기였습니다.”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다. 마침 같은 작업소에 손짜기를 배우는 직원이 있어 지원금으로 베틀을 두 대 샀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함께 손짜기 연수를 했다. 장애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2004년에 공방을 설립했다. 설립 자금의 대부분은 부모님들의 십시일반 기부금을 통해 마련됐다.

그가 처음 일했다는 ‘작업소’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일반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지체장애인을 위해 설립한 복지 작업장을 말한다. 장애인종합지원법상 취로이행지원시설 혹은 취로계속지원시설로 되어 있다. 인구 120만여 명 규모의 사이타마시를 예로 들면, 현재 116개의 작업소에서 약 4000여 명의 장애인이 활동하고 있다. 대개 일상생활이나 통근에 도움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며, 작업내용은 기업에서 하청받은 단순작업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작업소들은 작업내용을 다양화하고 활동형태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제과·제빵, 복지농장, 세탁업, 공원관리, 청소업 등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디자인하고 베 짜는 이들, 모두가 한 사람의 예술가

하지만 오리노네 공방처럼 장애인들이 직접 창작 작품을 만드는 곳은 아직 흔치 않다. 중증의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손짜기 공방을 시작한 것은 매우 용감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웃으며 여유 있게 말한다.

“모두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공방에서는 해마다 테마를 정해서 작업을 하는데요. 올해 테마는 ‘머플러와 오리온 실크&풀솜’입니다. 테마가 정해지면 작업자들은 각자 디자인을 정해서 그에 따른 공정표를 작성해요.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드는 작품 속에는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죠.”

물론 장애인들이 처음부터 잘 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스태프들이 기술을 가르친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작업을 하기까지는 대략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작업자에 따라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1년에 3~4개의 작품을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 정도를 겨우 완성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품 만들기를 즐기고, 여기에 몰두하며,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한 사람의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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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어도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작업만 하는 I씨(27세, 남). ‘푸른 하늘 아래, 네 옆에서’라는 테마로 작품을 구상해 실크 머플러를 짜고 있다. 치밀한 구성과 밝은 색깔의 작품이었다. 그 앞에서 나를 보며 방실방실 웃고 있는 K씨(50세, 여). 그녀는 디즈니랜드 만화를 좋아한다며 ‘백설공주’를 테마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제일 연장자다. 자신의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여느 예술가와 다르지 않다.

지역과 함께 하는 오리노네 공방, 지역에서 성장하는 장애인들

“이곳에 꼭 와 주세요.” 작업 중이던 다운증후군의 M군(20세, 남)이 작업을 지켜보던 내게 엽서 한 장을 내민다. 해마다 구청 갤러리에서 12월에 개최하는 작품전시회 ‘베 짜는 아이들의 제로전’ 초대카드다. 지금 공방 사람들은 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회 기간 중 구청 홀에서는 ‘오리노네 콘서트’도 열린다. 공방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면서 틈틈이 차임벨 연주와 수화 댄스를 맹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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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얼굴이 생기발랄 빛나 보이는 것은 전시회와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그도 그럴것이 전시회에는 지역의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했다. 작품은 그 자리에서 판매되기도 하고, 새로운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판매대금은 전액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돌아간다. 자신들의 작품에 관심을 두고 공감해주는 지역민과의 만남이 공방 작업자들의 작품활동과 생활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매년 5월에는 또 다른 작품 전시회가 오오미야공원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작업자들이 짠 원단을 갖고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여러 소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함께 설치된다.

오리노네 공방 사람들은 지역의 크고 작은 마쓰리(축제)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행사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틈틈이 연습하고 있는 차임벨연주나 댄스공연도 한다. 이들이 개최하는 손짜기 체험 행사는 아이들에게 큰 인기다.

생사 만들기로 지역 공헌 활동을 시작하다

오리노네 공방은 지난 2012년부터 누에고치에서 직접 생사를 만드는 일에도 도전하고 있다. 사이타마시 북구 장애인생활지원센터와 사이타마시 북구 상공노동조합, 그리고 NPO법인 카와고에 기모노산보와 연계하여 ‘사이타마현산 이로도리 누에고치를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치치부 농가에서 누에고치를 매입하여 그곳에서 생사를 짜고 이 생사로 작품을 제작한다.

“실제 작업 해보니 생사가 정말 살아있는 실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제사기가 한 대밖에 없어 하루에 뽑아내는 실은 약 100g밖에 안 됩니다. 그날 온도와 습도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요.”

시작품을 만들며 여러 시도를 하고 또 소품들은 직접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지만, 자리를 잡으려면 10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사랑받은 만큼 지역에 돌려주고 싶다는 그 마음은,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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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목, 2016/10/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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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서울광장에서 만나요!

 

‘한살림 생명평화축제 (한살림 30주년 가을걷이 잔치 한마당)’에 초대합니다.

 

날짜 : 10월 29일(토)

장소 : 서울광장 (시청역)

 

한살림은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지역살림의 기치를 담은 전국 통합 가을걷이 행사를 통해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회원, 시민들에게 한살림 30주년의 의미를 나눌 계획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살림 물품판매와 시식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밥상살림관, 논살림과 식생활활동을 통해 우리 농업의 현실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농업살림관, 식량자급과 GMO 등 한살림의 주요 사회의제를 중심으로 전시한 생명살림관, 연대와 돌 봄 등 한살림이 지역과 소통하고 있음을 소통하는 지역살림관이 운영됩니다. 또한 다양한 공연감 상과 물품 직거래, 체험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참석한 한살림 식구, 시민들이 함께 즐 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늦은 오후에는 ‘한살림 30주년 기념음악회’도 열립니다. 기념음악회에서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감상하고, 전국에서 모인 한살림 조합원 300명이 만든 ‘한살림 300인 합창단’의 노래까지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전국의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회원, 활동가, 실무자가 함께 자연과 농촌, 생명, 그리고 가을의 풍성함까지 느끼고 나눌 수 있는 ‘한살림 생명 평화축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금, 2016/10/0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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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식품반대 전국행동 출범식

 

GMO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지 20년, GMO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사회와 농업 진영이 경고하고 반대해 온 시간도 20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식용 GMO 수입국이 되었고,  국민은 GMO를 알고 선택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 채 GMO식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인 벼까지 GMO로 재배하기 위한 연구와 시험이 정부 주도 하에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우리밥상이 위협받고 국토와 농업환경이 위험에 내몰리게끔 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소비자, 농업인, 시민단체들이 더 큰 연대를 통해 GMO를 몰아내기 위한 전국행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11월 1일에는 국회토론회가 예정돼 있으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금, 2016/10/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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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대한 손배청구 올해만 벌써 1521억원, 가압류도 144억원 손봉석 기자 [email protected]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는 유서에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돈이 전부인 […]
금, 2016/10/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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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노동자 죽이는 손배가압류 중단하라 ” 손잡고 등 시민단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지형원 기자   손잡고 등 손배가압류피해 노동자들은 30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
금, 2016/10/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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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했다고 평생 못갚을 빚더미, “죽고 싶은 마음 뿐” 파업 손배 총액 1521억원, “40년 모아도 못 모을 금액… 노조탄압 수단 악용, 법으로 금지해야” 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월급 […]
금, 2016/10/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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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30만원 버는데 301억원 배상하라니…손배·가압류는 사람처럼 살지 말라는 것”   김지환 기자 [email protected]     “회사가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301억원이라는 돈이 실감이 안 났다. 한 달에 […]
금, 2016/10/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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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노동자 숨통 조이는 손배가압류…올해도 벌써 1522억원 “손배액수로 퇴사 종용하기도” 증언“노동자 탄압수단, 사법부도 현명히 판단해야”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손잡고 노동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부품업체 […]
금, 2016/10/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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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만 1500억…사업주 손배가압류 남발로 노동3권 위축” 2002년 345억원에서 계속 증가…손잡고 “법 개정 필요”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올해 […]
금, 2016/10/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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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개최… “한계의 틀 벗어나야”     ▲ 손잡고가 ‘제2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손잡고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파업 등 쟁의행위는 노동자들의 권리이자, […]
금, 2016/10/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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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전세보증금까지 뺏어가는 한국의 손배가압류- CBS 시사자키 노동조합 상대로 한 손배가압류 급증 - 2천년대 초반 3, 4백억 대에서 현재 1500억 대로 증가- 일상적인 노조활동까지 가로막는 손배가압류 […]
금, 2016/10/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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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10 업&다운 + 이주의 숫자 이주의  숫자  1521억9295만원   강남규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김태형 기자 2016년 8월 현재, 사업주들이 민주노총 산하 20개 사업장 57건에 청구한 […]
금, 2016/10/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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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손배소 폭탄’ 1520억… 노동자들 숨이 막힌다   권정두 기자  |  [email protected]       ▲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소송 제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30일 국회 […]
금, 2016/10/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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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보증금까지 가압류, 비정한 기업] 20개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액 ’1천521억원’ “노동 3권 무력화 위해 기업이 소송 남발” … 소송 취하 조건으로 노조탈퇴·복직포기 종용   제정남  |  [email protected]   […]
금, 2016/10/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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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일어났고,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서 원전 4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이 지진은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였고, 관측 이래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로 큰 규모였다.

일본 시민들에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초대형 지진이었지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재난의 가능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도쿄전력은 2008년 자체적으로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를 덮칠 수 있음을 계산해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 있는 원전들은 10m 높이 쓰나미까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했어야 하지만, 공사에는 수백억 엔의 비용과 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도쿄전력은 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가 나고 말았다.

2016년 9월 12일 한반도 동남쪽 경주에서는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전인 7월에는 울산 동쪽 52km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두 사례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은 걱정에 휩싸여 있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크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면,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하여 활성단층 등에 대한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2011년 12월 발행된 지질학회지 제47권 제6호에는 <활성단층의 이해: 최근의 연구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 작성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참여했다. 결론 부분에는 ‘지진에 대비한 연구를 많이 한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활성단층을 인지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단 이야기다. 특히 해양 활성단층은 조사 자체가 거의 안 돼 있어 하루빨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고 확대적용하며, 비상시에 대피와 구호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지진 발생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울산 부근에는 월성 원전단지에 6개, 고리 원전단지에 8개의 원전(시운전중인 신고리3, 4호기 포함)이 운영 중에 있다. 그리고 원전이 몰려 있는 한반도 동남쪽에는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아직 파악하지 못한 활성단층도 있으므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활성단층은 지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곳에서 다수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원전건설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없이 추진되었다. 대한민국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질학계에서 최초로 활성단층을 발견한 것은 1983년이었고, 이때는 고리원전단지가 이미 가동 중이었다.

활성단층이 발견된 이후라도, 그 부근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원자력계에서는 활성단층이라고 해도 괜찮다(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원전건설을 강행했다. 그 결과 활성단층이 몰려있는 한반도 동남쪽에 원전이 계속 들어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승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대한민국 원전의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험에 빠진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매뉴얼 국가’라던 일본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이 그 점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래서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활성단층 부근에 있는 원전에 대해 하루빨리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수명을 넘겨서 가동하고 있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빠른 시일 내에 폐쇄조치를 내려야 한다. 또한 그 외 원전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조사를 해야 한다. 위험성이 있는 원전이라면 가동중단을 하고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신고리 5, 6호기처럼 건설단계에 있는 원전은 건설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위험성 높은 원전을 가동중단하더라도 전력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너무 많은 발전소가 완공되는 바람에 발전소가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식적인 조치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가동을 멈출 의사가 없다. 여전히 ‘안전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일본 정부가 취했던 태도와 똑같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진의 위험, 원전의 안전성 등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예측도 틀릴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그들이 피해를 책임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취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쓰나미가 원전을 덮쳐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라고 하는 대학교수를 불러서 자문했다. 그는 총리에게 ‘원전은 폭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우리 모두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진대책, 그리고 원전문제에 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10월 11일에는 탈핵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원전에 의존하는 사회로 남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 지진은, 원전에 중독된 대한민국에 마지막 경고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글 : 하승수|변호사,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월, 2016/10/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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