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회원 여러분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이동현 (주)미실란 대표는 희망제작소와 10년째 함께하는 고마운 후원회원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 농촌,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얼마 후면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합니다. ‘고향’하면 그리움과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데요. 제게도 추억의 장면이 있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의 머릿속에는 ‘고향’이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요? 제 추억의 장면과 같은 모습을 기억할 세대가 얼마나 될까요? 지금 우리 농촌에서는 갈수록 ‘희망’이라는 소중한 단어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의 선심성 공약과 예산 낭비로 인해 재정상태가 바닥입니다. 각 지자체의 세입을 보면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고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동안 정부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광역시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고, 소도시와 농업 지역 시군 단위의 투자는 전무했습니다. 농공단지 등에서 고용을 책임지며 지역경제 일익을 담당했던 기업마저도 투자가치와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하나둘 떠나 투자가치가 있다고 하는 도시로 이주해버렸습니다. 일부 기업은 지역에 남아 농어촌과 동반성장 하겠다는 소신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애쓴 노력의 대가가 기업의 존망으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대기업과 대도시 중심으로 정치와 경제 등의 자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정치적으로만 보더라도, 국회의원 1명이 3~4개 시군을 지역구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방향도 도시화와 돈 중심의 자본주의에 깊게 빠져들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고향 농어촌은 더는 설렘이 가득하지 않습니다. 편리주의에 빠져들면서 고향에서 키운 인재들이 명절에 고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드신 부모님이 자식의 편의를 봐주겠다며 고향을 뒤로하고 대도시로 향하는 상황입니다. 고향에는 넉넉함과 행복,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농어촌에서는 이런 느낌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내 고향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앞서 헌법에 농업·농촌 가치 명시해야
일본에서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라고 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었으며, 정부에서는 관련 법안을 마련·통과시켜 2018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고 합니다. 논의 역시 지지부진하다는데요. 정책으로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직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전문가들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가 좀 더 많은 고민을 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했으면 합니다. 이에 앞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고, 농어촌 특별법 등에 고향사랑기부제, 농산어촌특별전형 확대, 농어촌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농산업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 등을 약속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어촌에 젊은 인재가 모일 것입니다. 최근 희망제작소와 국회 등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작은 불씨가 지펴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에게도 건강한 삶의 터전 됐으면
저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농촌에 들어와 13년 동안 ‘희망’이라는 단어를 정착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1년 365일을 농촌 현장에서 보내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가치와 건강한 밥상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농민, 농기업, 소비자 상생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클럽(HMC) 회원인 저와 1004클럽인 우리 두 아들은 현 서울시장인 ‘원순씨’와의 첫 만남을 통해 희망제작소를 10년 동안 후원하고 있습니다. 9월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생각을 적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오랜만에 두서없는 글이지만 ‘농촌희망’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남겨봅니다.
끝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공간인 고향 농촌이 다음 세대인 아들과 딸들에게도 건강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곧 다가올 추석 명절에는 우리 농민이 땅과 곡식을 살리고 지켜 생산한 건강한 농산물 혹은 이 농산물로 만든 제품을 선물하시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고향사랑기부제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 글 및 사진 : 이동현 ㈜미실란 대표(HMC 후원회원)
“신조어와 옛날 세대의 말을 뜻풀이하는 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가족과 소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상황을 제시하면서 활용 팁도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 ‘뭐해? 말해!’팀 : 권순희, 나혜린, 신동희, 임재연, 조정익 ☺️
왜 이 프로젝트를 하시나요?
→ 동희 : 언어라는 게 사회적 합의고 특정한 용어를 쓸 때는 시대의 맥락이 있는 거잖아요. ‘과부 땡빚 내서라도’나 ‘흙수저’와 같은 표현도 이해하려면 그 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불러와야 해요. 당시 사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죠. 신조어와 구어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세대 간 소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말하다 보니 우리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가 점점 커지는 데요? (웃음)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세요?
→ 혜린 : 직감적으로 당연히 아는 말(신조어)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설명하려고 하니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고민이 새로운 경험이 됐어요. 혼자면 못했을 것 같은데, 다섯 명이 분량과 역할을 나눠서 하다 보니까 할 만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저희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더 책임감 있게 했던 것 같아요. 잠수 타는 것도 없었고요. (웃음) 그렇게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점차 자연스럽게 편해졌고요.
→ 순희 : 저는 주부로만 생활하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사회생활이 하고 싶어 밖으로 나왔어요. 그동안 아내로, 엄마로, 신앙인으로 좁은 영역 안에서만 살았어요. 사실 집안일은 잘하면 티가 안 나지만, 조금만 소홀하면 금방 눈에 보이거든요. (웃음) 하지만 사회생활에서의 일은 다양한 사람하고 연결되어 있는 데다가 성취감을 금방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도전하게 된 거죠. 경제활동도 해보고 싶었고요.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여한 건 제게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이에요. 컴퓨터 앞에 앉아 지원서를 쓰던 게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꼈어요. 더구나 다양한 세대의 모임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몸으로 부딪히고 함께 하다 보니까 ‘생각처럼 어렵지 않구나, 할 수 있구나, 20대와도 뭔가 함께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 재연 : 제가 시드페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우리 딸이 영향을 받았어요. ‘너와 동갑인 친구들이 나와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면서 신조어를 조사하고, ‘이런 경험을 많이 하면 평소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는데, 피하고 경험하지 않는 건 아쉽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딸 아이가 무슨 공사에서 대학생 특파원을 뽑는 데에 지원했어요. 선발돼서 조만간 발대식에 간다고 하는데 기특하면서도 신기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 정익 : 저는 원래 공모전 등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편이에요. 혼자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책임지는 게 성격에 잘 맞아서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그리고 목표가 생겼는데요. 팀의 단체채팅방이 계속 유지되는 거예요. 그래서 팀원들과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고 연락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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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을 같이 산 가족이라고 해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이 보드게임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안 해본 스킨십도 가능하게 할 거고요.”
☺️ 4men 123 팀 : 김창동, 김형근, 박태웅 ☺️
왜 이 프로젝트를 하시나요?
→ 창동 : 곧 추석이 오는데요. 명절에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잦은 게, 모여서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서로 속상한 말들을 많이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관계도 좀 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질 거고요. 이런 이야기 조금 오글거리지만, 이게 사실 정상일지도 몰라요. 여기에 익숙해져야 하고요.
가족들끼리 서로가 뭘 생각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심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면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관계도 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 좀 오글거리지만 오글거리는 게 사실 정상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오글거림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보드게임을 하면서 몇십 년을 같이 산 가족들이지만 한 번도 안 해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한 번도 안 해본 스킨십도. 몇 십 년을 같이 산 가족이라고 해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이 보드게임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안 해본 스킨십도 가능하게 할 거고요.
가족과 소통, 어떤 이야기 하시나요?
→ 형근 : 우리 집은 각자 휴대폰이나 텔레비전을 보죠. 보드게임 만들려고 가족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설문조사 했는데, ‘일상’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어요. 2위는 연애, 3위는 여행이었어요. 보통 가족들을 보면 오늘 하루 어땠는지 서로에게 의외로 잘 안 물어보더라고요. 이 게임이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대화를 가능케 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꿈 이야기 등도 들을 수 있고.
→ 태웅 : 우리 집은 야구 경기 시청할 때만 시끌벅적해요. 그러다 드라마 보고 들어가서 자죠. 요즘은 응원하는 팀이 3연패를 해서 분위기가 안 좋아요.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 태웅 : 평소 시니어 분들이랑 대화해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첫날 뵙게 된 시니어 선생님들께서 편하게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본인 사기 당한 것 등 인생 이야기도 편하게 하시고, 저에게도 물어봐 주셔서 신기했죠. 밥도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조금 긴 것 같아요. 3~4시간만 해도 될 것 같은데.
→ 창동 : 두 사람과 함께 일 하는 게 재밌어요. 저는 하는 건 별로 없고 뒤에서 딴지 걸고 그러는데, 열정적으로 하시는 모습 보는 게 즐겁기도 하고요. 이 사이에서 제가 어떻게,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이런 역할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자신에게도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꼰대가 안 되게 자기관리가 된달까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백희원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시민상상센터
■ 인터뷰는 2편 ‘청년의 도전, 시니어의 기술전수 – 청년탐사대 팀과 세장깨 팀’으로 이어집니다.
■ 신조어와 구어 뜻풀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사전을 개발하는 ‘뭐해, 말해’ 팀과 가족의 소통을 위한 보드게임을 만드는 4men123 팀을 만나고 싶다면? ☞ 제4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결과공유회 ‘마주보다, 공감하다’ 신청하기 (클릭)
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아파트는 ‘주거’ 이외에도 ‘투자’ 즉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아파트’라는 단어를 검색해보기만 해도, 아파트 분양일정과 거래가격 정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드러납니다. 압축성장의 산물, 재산증식과 투자 상품으로 아파트의 가치는 날마다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 혹은 욕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아파트는 분명 사는 곳(Living)인데 왜 사는 것(Buying)의 정보만 넘쳐날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① 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
올여름, 30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를 떠났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엄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말을 노랫말처럼 내뱉으시곤 했다. 그리고 30년 만에 그 꿈을 이루셨다.
아파트에 살면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경비실에 연락하면 된다. 일반주택에서 집 한 편에 쌓아뒀다 요일에 맞춰 내어놓아야 하는 쓰레기도, 아파트는 원하는 때에 정해진 장소에만 가져다 두면 된다. 주차도 편하다. 내 구역이니 네 구역이니 언성 높일 필요 없이 세대별로 정해진 곳에 차를 대면 된다. 이런 편의성은 누군가와 귀찮게 혹은 불편하게 부딪혀야 하는 일을 줄였다. 정해진 규칙만 잘 지키면 될 일이다.
엄마가 아파트를 고집하신 이유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어디 아파트는 얼마 정도 한다더라. 그 동네 집값이 다 올라서 옆 동네에도 영향을 주나 봐. 그러니 더 늙기 전에 지금 사!”
모임에 다녀오면 엄마의 아파트앓이는 더 심해졌다. 어디 아파트 가격이 좋고, 어느 지역 아파트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정보가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끼고 계셨다.
사실 돌이켜보면 엄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냐는 친구들의 흔한 질문에 난 할 말이 없었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나 역시 엄마와 같은 박탈감을 느꼈다. ‘아파트에 사는 것 = 부유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
요즘 아파트를 선망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달리 한국에 등장한 최초의 아파트는 저소득층 주택,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70년 본격화된 경제성장으로 신 중간층(소위 말하는 서구식 고등교육을 받은 30대 세대)이 등장했고, 한강맨션 아파트로부터 시작된 아파트 건설 열기에 힘입은 투기 과열과 가격폭등 양상으로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는 제거되었다.
최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급속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상황에 등장한 편리한 서구 근대 문물이미지를 덧입은 주거지로 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급격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례 없이 대단지로 개발된 아파트는 소위 신 중간층이라 불리는 집단만의 격리된 도시 공간을 구축했다. 80년대 이후부터 정부의 대단위 주택건설계획, 민간개발 업자를 위한 합동재개발 방식 도입, 신도시와 신시가지 건설을 통한 아파트 물량 공급의 증가는 아파트를 향한 잠재된 욕망을 이끌어내었다.
– 박철수 ‘아파트의 문화사’(2013) 중
‘중산층이 사는 곳 = 아파트’ 공식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양산되었다. 사람들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를 드러내며 사회적 인정을 갈망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더 나아가 그런 아파트를 몇 채나 소유하고 있는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우리 엄마의 평생소원, 즉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욕망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소박하다. 아파트 시세차익을 통한 재산 증식과 투자마저 보편적인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친구의 꿈,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
얼마 전에는 결혼한 친구를 만났다. 신축 빌라에 살고 있는데,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건너편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향후 5년 목표라고 했다. 계획도 꽤 구체적이었다. 현재 주거비와 저축예금, 일정 비율의 대출이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 학교 가기 전에는 무조건 아파트로 가야지. 무시당하면 안 되잖아.” 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규정한 정답과 기준에 맞춰 살 것인지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는 태어날 아이의 출발선이 고급 브랜드 아파트이기를 희망했다.
친구의 이야기가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투자, 상품화의 맥락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화, 고급 이미지화되어 점점 더 상품에 가까워졌다. 거주 공간, 장소로서 일상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다.
분양이냐 임대냐, 아파트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의 프레임은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까지 확장되었다. TV를 켜면 쏟아지는 아파트 광고는 ‘OO아파트에 살면 나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양산한다.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집단과 문화를 만든다. 새로운 아비투스*로서 취향 계급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본과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에 순응하며 새로운 집단성을 만들어내고, 그곳에 소속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산다. 수동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조롭고 경직된 공간 구조, 단지를 경계로 내부로만 향하는 아파트의 공간 구성은 그곳에 사는 개인의 일상을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회계층적 구분짓기 프레임으로 덧씌워진 아파트라는 하나의 푯대를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어떻게 하면 그 집단에 속할 수 있을지만 중요할 뿐 자신의 일상과 삶에 관한 고민은 없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집단에 속하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부추기는 사람들, 돈이 생기면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이 상식이 된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희망제작소 입사 후, 줄곧 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 특히 아파트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응답하라 1988’과 같은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제시한 프레임에 순응하며 사는 수동적인 삶을 주체적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사는 것만이 옳다고 믿어온 모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나의 삶과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삶의 공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30년을 살았던 동네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높은 언덕을 따라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고, 더 지어질 계획이란다. 재개발하면 돈을 준다는 데도 동네 할매들은 꼼짝하지 않는다. 늘그막에 무슨 돈이 필요하겠냐며, 옆집 할매랑 오순도순 살다 가면 그만이란다. 할매는 돈 몇 푼보다 옆집 할매와 헤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안다. 옆집 할매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할매에게 응원을 보낸다.
– 글 : 안수정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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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박철수 ‘아파트문화사’(살림출판사, 2013)
2) 권현아, 백진 ‘사회적 계층화에 기반을 둔 아파트 브랜드의 주거 상품화에 관한 연구’(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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