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구를 위협하는 설 명절 선물 3종세트는?

지역

지구를 위협하는 설 명절 선물 3종세트는?

익명 (미확인) | 금, 2016/02/05- 13:52

친환경 유기농산물만 판매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에코 생협 누하동 본점. 먹거리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은숙

지구를 위협하는 설 명절 선물 3종 세트

  2016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굳게 다짐했던 신년 계획은 어느덧 과거 일이다. 새해가 시작되고 한 달쯤 뒤에 다가온 설 연휴는 그래서 반갑다. ‘설이 지나야 진짜 병신(丙申)년이지!’ 혼잣말로 위로한다. 신년에 미처 인사 못 드린 일가친지를 찾아봬야겠다. 그런데 뭘 선물하지? 집에는 지난 추석에 받은 치약과 비누가 아직 그대로다. 친지 댁도 그럴 것이다. “언제 국수 먹여 줄 거야?” 친지들의 잔소리보다 선물로 뭘 사들고 가야하나 걱정이 더 앞선다. 주머니 사정은 뻔해도 명색이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가 아무거나 살 수도 없지 않나. 좋은 걸 고르기 어려울 때는 나쁜 것부터 지워가는 것도 방법이다.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하는 설 명절 선물 3가지를 꼽아본다.  

수입 소고기 선물세트

  [caption id="attachment_155971" align="aligncenter" width="650"]겉으로 봐서는 국산인지 수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국산 소고기. 빛깔도 좋다. ⓒ현경 겉으로 봐서는 국산인지 수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국산 소고기. 빛깔도 좋다. ⓒ현경[/caption]   ‘한우세트 정도는 돼야 제대로 된 명절 선물이지’ 했다가도 가격 앞에 망설여진다. 한우보다 2~3배 저렴하고 빛깔도 좋은 수입 소고기 선물세트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가격표에는 생태진실이 감춰져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소고기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342kg 배출된다고 했다. 쌀 1kg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물의 6배 이상을 써야 소고기 1kg이 생긴다. 축산과학원이 소고기 탄소배출량을 비교해보니 미국산 소고기가 한우보다 4배 이상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같은 고기라도 석유를 태워서 바다 건너온 수입 소고기가 지구를 더 위협하는 건 분명하다.  

육가공품(소시지, 햄)과 수입치즈 선물세트

  [caption id="attachment_155975" align="aligncenter" width="650"] 식약처는 한국인의 육류 및 육가공품 섭취량이 적어 가공육으로 인한 암 발생률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암연구소의 조사에선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은숙[/caption]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나 햄 같은 육가공품이 직장암이나 대장암을 일으킬 수 있다며 1급 발암물질로 등록했다. 육류업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소비자들 당황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당장 소시지나 햄 섭취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며 섭취를 줄이면 암 발생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은 육류 및 육가공품 섭취량이 적어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안하다. 육가공품에 쓰이는 물질도 걱정스럽다. 먹음직한 붉은 색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은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우리나라 육가공품의 영양성분 의무표시는 2017년에나 도입될 예정이라 제대로 된 정보도 확인하기 어렵다. 수입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치즈 선물세트도 지구에 해롭긴 마찬가지다. 치즈 1kg을 만드는데 약 10리터의 우유가 쓰인다. 250g 치즈 덩어리의 탄소발자국은 당근 12kg과 맞먹는다.  

참치캔 식용유 선물세트

  [caption id="attachment_155973" align="aligncenter" width="650"]마트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선물세트들. 건강을 위협하는 육가공 캔,참치,식용유 등 골고루 갖춘 종합세트이다. ⓒ은숙 마트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선물세트들. 육가공 캔, 참치, 식용유 등 건강 위해식품을 세트로 모아 놓았다. ⓒ은숙[/caption]   깊은 바다에서 사는 참치는 수은 같은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섭취기준을 정했다. 임산부는 일주일에 참치 100g, 참치통조림 400g 이하로 섭취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잡지인 컨슈머리포트는 임산부는 참치를 먹지 말라고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참치 통조림의 원료도 제각각인 상황이라 식약처 기준이 너무 높다고 더 강력한 기준마련을 요구했다. 최근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참치캔의 나트륨 함량이 표시보다 최대 4.9배나 높았다. 캔을 만들 때 쓰이는 비스페놀에이는 환경호르몬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유전자조작 콩이나 카놀라(유채의 한 종류)로 만든 기름을 참치캔에 채워서 또는 선물세트로 함께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55972" align="aligncenter" width="650"]친환경 유기농산물만 판매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에코 생협 누하동 본점. 먹거리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은숙 친환경 유기농산물만 판매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에코 생협 누하동 본점. 먹거리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은숙[/caption]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설 선물 3가지를 살펴봤다. 이 외에도 포장지로 채운 과일바구니,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수산물 선물세트, 발모효과는 없고 수질오염만 일으키는 발모샴푸세트,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합성비타민과 영양제 선물세트도 지구에게 득 될 것이 없다. 그럼 뭘 선물하라는 거냐고? 현금? 아니다. 지구도 살리고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설 명절 선물이 많이 있다. 우선 가까운 생활협동조합 매장과 환경연합 에코생협을 찾아보시라. 전통시장 상품권도 매력적이다. 여성농민의 땀과 정성으로 만드는 ‘언니네텃밭’(www.sistersgarden.org)에도 선물거리가 넘친다. 이도저도 다 귀찮다면 가까운 마트에서 우리 ‘쌀’을 사서 선물하는 것 어떨까? 수입개방과 쌀값 폭락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농민의 손을 잡아드리는 것이 지구도 살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이다.

글: 환경운동연합 정책국 최준호 활동가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더러운 석탄 그만> 가이드북
탄광 채굴부터 석탄화력발전소까지: 환경과 건강 피해

이 자료는 세계적인 석탄 반대 캠페인의 정보 네트워크 웹사이트인 EndCoal.org이 개발한 정보 자료(factsheet)를 한국어로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 한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고통 받고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역 공동체와 시민사회에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EndCoal.org는 석탄의 막대한 건강과 환경 피해를 막기 위한 전 세계 환경, 사회정의, 보건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정보 네트워크입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유럽, 미국을 비롯한 지역 단체들이 공동으로 웹사이트를 제작해 지역주민과 활동가, 학생과 연구자들을 위한 석탄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주간 뉴스레터인 CoalWire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석탄 그만> 가이드북의 원본 자료(영어)를 비롯한 여러 정보는 웹사이트 EndCoal.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의 [email protected]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50개 지역조직과 6개의 전문기관 그리고 8만5천여 회원이 함께하는 환경 시민단체입니다. 감시와 견제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환경의 시대를 위한 비전과 대안을 수립하고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계 3대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회원 단체로서 환경운동연합은 지구적 환경문제에 국제적인 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비전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삶이 파괴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폭력과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롭고 공평한 미래사회를 지향합니다.

[더러운석탄그만#1] 석탄 중독은 사람과 지구를 죽인다

[더러운석탄그만#2] 기후 재앙으로 가는 길

[더러운석탄그만#3] 석탄에 의한 수질오염

[더러운석탄그만#4] '깨끗한 석탄'은 더러운 거짓말 

 
 
 
 
화, 2015/07/28- 17:24
1,449
0

지난 11월 30일부터 오는 12월 11일까지 파리에서 열릴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11월 29일 기후변화의 전환을 염원하는 전세계인들의 동시다발 기후행진이 열렸는데요. 비록 파리에서는 테러 이후 기후행진이 불허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지만, 상파울루에서 시드니까지 78만 5천명, 전세계 175개국에서 2,300건의 기후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사상최대의 기후행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에 멋진 기후행진 사진으로 보기

 

한국에서도 청계광장에서 기후정의를 염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였는데요.

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

여성환경연대도 “기후정의, 여성의 힘으로!”, “Women’s Action for Climate Justice” 피켓을 들고 머리 곳곳에 해바라기 노랑 주황 드레스코드 티를 팍팍 내면서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

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기후행진 2015

파리기후총회에서는 2020년 이후부터 적용될 신 기후체제(Post-2020) 협상이 이루어지는데요.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감축 목표(INDC)를 가지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2도 낮추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최근 해외 순방을 좋아하시는 박근혜 대통령도 파리기후변화총회에 참석해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대비 37%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아주 야심차게(?) 발표해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국제 망신” 기사)

여성환경연대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활동가들이 직접 파리기후총회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파리기후총회 활동을 준비한 환경운동연합이 현지에서 기후총회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고 있으니 여기서 확인해보실 수 있구요!

파리기후총회 업데이트 전세계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 트위터 보기

 

여성환경연대는 대신, 전 세계에 한국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 움직이는 여성들의 공간과 사례를 모아 파리에 참석하는 활동가 편에 제작해서 보냈습니다. 에너지 자립마을을 위해 지역의 여성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성대골마을, 초고압송전탑과 부조리한 핵발전 시스템에 맞서 10년 가까이 투쟁하고 계신 밀양의 할매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와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엄마들이 모인 차일드세이브, 매주 화요일 핵불끄기 캠페인을 빠짐없이 진행한 한국YWCA연합회, 지속가능한 여성 농민들의 소농이 지구를 식힐 수 있다고 믿고 농생태학 교육과 토종종자 지키기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언니네텃밭 기후변화에 맞서 일상에서 실천하는 대안생활(도시텃밭, 슬로우라이프 운동 등)의 활동을 전개하는 여성환경연대등의 활동 소개과 사례를 영문으로 제작했습니다.

원본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

 

월, 2015/12/07- 11:36
1,296
0
“고향 땅에서 눈을 감고 싶었던 밀양 할매들은 오늘도 싸움을 살아냅니다”
 '우리 밭 옆에 765인가 뭔가 송전탑을 세운다케서 농사꾼이 농사도 내팽겨치고 이리저리 바쁘게 다녔어예. 그거 들어오면 평생 일궈온 고향땅 잃고, 나도 모르게 병이 온다카데예. 동네 어르신들이랑 합심해가 정말 열심히 싸웠는데 3천명이 넘는 경찰들이 쳐들어와가 우리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놨었습니더. 산길, 농로길 다 막고 즈그 세상인 냥 헤집고 다니는데 속에 울화병이 다 왔어예. 경찰들 때문에 공사현장에도 못 올라가보고, 발악을 해봐도 저놈의 철탑 막을 길이 없네예. 아이고 할말이 참 많은데 한번 들어보실랍니꺼.'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밀양아리랑을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영화 관람 후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으니 밀양할매와 제작진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일시 : 2015.7.23. 늦은 8시

장소 :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6관))

주최 :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

문의 : 환경운동연합 시민참여팀 (02-735-7000)

* 밀양아리랑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miryang2015)를 통해 자세한 소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월, 2015/07/20- 15:00
1,294
0

 

유럽 방사선위험위원회 과학위원장

크리스토퍼 버스비 공개 강연 및 세미나

저선량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화, 2015/08/18- 17:51
1,287
0

일상의 원심력에 대항하는 구심력

- 민변 노동위원회 1년차의 1년 이지영 변호사(변시 4회)

 

2015년을 되돌아보니 그 시작도 마무리도 민변 노동위원회와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법전원 게시판에서 민변 노동위 노동법실무교육 안내를 보고 눈이 번쩍 띄어 바로 신청, 3월 한 달 동안 부산과 서울을 오고 가며 민변 선배 변호사들의 열강을 들으면서 민변이라는 조직, 사무실 공간, 무엇보다 민변 사람들과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4월은 노동위원회 수요모임 참석과 그 전날 변시 합격 발표로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었던 제주도에서의 민변 노동위원회 전체 모임이 기억납니다. 전체모임 뒤풀이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회원들의 소회. 그 진지함과 자기 다짐에 ‘노동위원회에 잘 들어왔구나’ 생각했습니다.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 인권침해감시단으로 뜻하지 않게(?) 집회 대오 선두에서 싸우며 민변 변호사로서 집회에 나가는 것이 생각보다 무거운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 경험했던 연행자 접견.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분들에게 경찰 조사 방법을 말씀드리니 한결 안도하시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독 연행자가 많았던 집회 이후 민변에서 모든 연행자를 파악하고 접견은 하는지 혹시 빠진 곳은 없는지 혼자 걱정했으나, 너무나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는 민변 조직을 보면서 신입 회원으로 건방지게(?)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며 부끄러웠던 기억도 납니다.

노4

수요모임의 노동판례분석을 담당하게 되어 2주마다 한 번씩 노동판례를 읽고 정리하면서 2015년 한국사회의 노동판례 흐름을, 2015년 인권보고대회 발표를 위해 개별적 노사관계를 정리하면서 2015년 한 해 동안의 노동이슈를 일별하면서 어느덧 밥벌이 일(?)에만 매몰되고 있었던 제가 끊임없이 노동문제를 접하고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원심력에 대항하는 구심력으로서의 민변 노동위원회 활동!

일상에 치이고 지쳐 헤매지 않게 끊임없이 과제를 내주는 것에 이어 송년회 모임에 2015년 신입모범회원 상까지 주셔서, 올 한 해는 민변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어 뜻 깊고 행복했습니다.

노5

소박하게 2016년도 다짐을 해 봅니다. (밥벌이) 일과 (민변 노동위) 활동의 양립을 위해,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나의 궤도’를 항해할 수 있게, 무엇보다 성실히, 꾸준하게!

 


민변 노동위에서의 1년

 

- 심재섭 회원

2014년 5월경 민변 가입원서를 쓰면서, 큰 고민 없이 노동위원회를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노동위인지는 지금도 명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심재섭2

 

연수생 신분으로 가끔 출석했던 수요모임이나 월례회만으로는 민변에서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다른 분들은 어떤 계기로 민변에 들어오는 것인지, 누구에게 오리엔테이션을 받기라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다가, 작년 1월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첫 해의 목표는 명료했습니다. 어차피 달리 바쁜 일도 없으니, 혹시라도 누가 시키면 어디든 참석해서 도대체 노동위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기회가 너무 빨리 왔습니다. 변호사로 처음 참석한 수요모임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얼떨결에 ‘공감대’에서 주최하는 오체투지행진 관련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 사실 저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운동하는 친구들과 밤에 만나 놀기나 했지, 낮에 같이 집회에 나간 적은 손에 꼽습니다. 집회, 투쟁, 회의, 민가까지도 저에게는 어색한 일이었고, 그다지 내키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연대회의라는 것도 막연히 겁이 났습니다. 오체투지는 뉴스로만 접했던 제가 회의에 가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말을 듣고 와야 하는지 무얼 알았겠습니까. 하릴없이 저를 지탱하는 두 가지 신념, ‘난 대한민국 평균은 된다.’, ‘내가 못하면 시킨 사람 잘못이다.’라는 마음만 가지고 일단 참석은 했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제게 묻지 않았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라, 자리만 채우면 되는 거였네?’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노3

 

그 즈음에 ‘노동법률가대회’도 있었습니다. 아마 수요모임 끝나고 지나가는 말로 이현아 간사님께서 ‘변호사님, 오실 거죠?’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늘 그랬지만, 간사님께서 하라시면, 일정이 안 되는 경우 말고는 대답은 ‘Yes’였습니다. 아는 변호사님들도 많지 않아 어색할 자리가 될 것이 분명했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습니다. 딱 예상한 만큼만 어색하게 앉아서 5개 법률가 단체의 발언을 듣고, 사진을 찍고 뒤풀이 전에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세월호 관련 집회 대응과 관련한 모임에 참석하여 몇 분의 변호도 했고, 알바노조 분들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덜컥 마이크를 쥐어 주셔서 무어라 발언도 했지만, 내용은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결석한 수요모임에서 동양시멘트 진상조사단을 꾸린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현아 간사님께서 텔레그램으로 참여를 권유해 주셔서 알았습니다. 금요일 하루 태백에 바람 좀 쐬러 다녀올 겸 편하게 내려갔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논평이나 기사, 재판 자료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특별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하더라도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 앞에 덜컥, 크고 중요한 일이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일 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서 참석할 수 있었고, 고사리손이라도 보태면서 실제로 뉴스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냥 살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 일들에 얄팍하게나마 조금씩 몸을 적시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변호사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더군요. 어떻게 노동위 변호사가 되는 것인지를 알았으니, 이젠 아는 대로 살아야 될 텐데, 걱정입니다.

노2

 

권영국 변호사님께서 수서경찰서에 체포되셨을 때, 아마 그때가 노동위 오길 잘 했다고 확신했던 날이었습니다. 새벽 2시 즈음에 나오신 권변호사님과 함께 20여 명의 동료들이 수서경찰서 앞에서 모여 동지가를 불렀었지요. 저는 물론 모르는 노래에 입만 뻥긋거렸지만, 이들 사이에 계속 함께 있고 싶었습니다.

 

처음 수요모임에서 아무와도 안부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가던 때가 있었고, 4월 제주에서의 노동위 모임에선 몇 명의 동료 변호사님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며, 지금은 적어도 노동위의 어떤 모임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노동위에 느리지만 조금씩 스며들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저는 게으르고 이기적이어서 어떻게 좋은 변호사가 되는지 알아도 그렇게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옆에 계시는 멋진 동료 분들이 있고 이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면 그래도 앞으로는 더 괜찮은 변호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목, 2016/01/28- 13:20
1,28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