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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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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익명 (미확인) | 화, 2016/01/26- 11:15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⑧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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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원래대로 출근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당첨금 액수로 유명한 미국의 ‘파워볼’ 복권 당첨자인 한 중년 부부가 NBC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남편은 창고 관리자로, 아내는 병원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돈으로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게 됐는데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02살의 나이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요리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미국의 ‘할머니 선생님’ 이야기도 최근 화제가 됐다. 이 선생님은 “이 일을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도 고된 일상을 주머니 속 복권 한 장에 대한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는, 어떻게든 빨리 일에서 놓여나야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이란, 금전적 여유가 충분하면 할 필요 없는 것일까?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에 “만족과 보수를 받는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한 말을 전한다. 이후 2,000년 이상 이런 생각이 유지되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신흥 자본가 계급인 부르지아지에 의해 “보수를 받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태도가 나타났다. 이는 “결혼 안에도 로맨스가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면서, 알랭 드 보통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중략)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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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떤 직업을 원하느냐?’와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으며 자란다. 어려서는 무작정 야구선수, 요리사, 연예인 등 ‘재미있을 것 같은’ 직업을 댄다. 주변의 시선과 인정, 부모님의 기대 등을 의식하면서 의사, 변호사 등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개인의 삶은 포기해도 돈은 많이 받는’ 식의 기준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기왕이면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요건에 늘 ‘적성’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적성이란, 내가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의 조건에서 ‘재미’는 어디쯤 위치할까?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근무조건이 괜찮고, 인정과 존중이 있는 일이라 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의 ‘재미’란, 어떤 의미일까?

‘구성원 즐겁게 해주기’ 전담팀 둔 기업

요즘 부러움을 사는 근무환경으로 ‘꿈의 직장’이라 통하는 기업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직장’으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을 찾아가봤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개발‧운영업체로 더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바로 앞, 놀이동산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위치해 있다. 최근 몇 년간 정규직만 3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배민프레시’, 맛집 메뉴를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등 조직이 더 생기면서 지금은 본사의 옆 건물 일부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용화 피플팀장과 성호경 홍보팀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오전 찾아갔을 때, 이들은 옆 건물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에게 월요일 점심, 화~금요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인데, 요리를 책임지는 쉐프 2명도 피플팀 소속의 직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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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팀은 인사팀의 다른 이름인가 했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서였다. 쉐프를 제외하면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성원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저희는 직원이 아니라 구성원이라고 불러요.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말을 쓰고요.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대표적인 업무가 구성원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300명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 수준도 회의 때 이름 불러서 문화상품권 주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이 팀장이 “제가 최근에 받았던 생일 케이크”라면서 보여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니, 케이크 위에 ‘용’과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팀장의 이름(용화)에 맞게 구성원들이 데코레이션을 해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일 맞은 사람의 특성에 맞게 케이크를 준비하고, 개성 있는 사진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복도에 붙여 놓고 여러 사람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전달한다.

생일날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한다. 이것을 ‘지만가’라고 하는데 ‘지(자기)만 집에 가도 돼요’라는 뜻이란다. ‘지만가’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도 적용된다. 각 부서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도 피플팀의 일이다. 부서장에게 일주일 전부터 날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조정해서 해당 일에 구성원을 일찍 퇴근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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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에는 전 직원 야유회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샵’ 행사가 크게 열린다. 2015년 9월에는 회사 전체를 피터팬 동화 속 네버랜드를 콘셉트로 꾸몄다. 이런 일은 피플팀원들끼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노예’라는 이름의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더 내서 참여하라는 것인데도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원 동기와 특기를 적어내도록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발해야 할 정도다.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때 제일 즐겁다”

이렇게 별도의 팀까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즐겁게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다보니 발 빠르게 대응해야 될 상황도 자주 생기고, 야근도 자주 하게 되는데 구성원들끼리 친하고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겠느냐”고 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에 대한 압박, 내부 경쟁,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팀장은 “재치 있고 기발한 서비스, 광고, 이벤트 등을 계속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사업인데, 그런 문화가 내부에서부터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즉,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어느 기업이나 알아요. 그렇지만 ‘소통하라’고 액자에 써서 온 사무실에 붙여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뭔가를 진짜로 바꾸려면 아래로부터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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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에서 중시하는 ‘재미’는 비단 이벤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 더 강조점이 있다. 사내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를 보면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등 문구들이 눈에 띈다. 자기 업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업무 전체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메시지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일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학생 인턴은 ‘열정 노동’ 논란이 일면서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여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IT 개발자 지망생을 위한 ‘배민 개발학당’,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 지망자를 위한 ‘우아한 캠프’ 등이 진행됐는데, 처음부터 채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참여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성 팀장은 커피를 따라 줬던 종이컵을 들어 보이며, “여기 이 ‘나를 따르라’는 문구도 대학생 인턴 팀에서 디자인한 것”이라며 “현재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팀은 대학들을 다니면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계단을 활용한 옥외 광고 아이디어를 내서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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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마칠 때 들어보면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라고들 합니다. 조사하느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야근도 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독특한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견학을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성 팀장은 “제가 알기로는 젊은 기업, 특히 IT업계 기업들 중에는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곳들이 꽤 많다”면서 “세대가 바뀌어감에 따라서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점이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어야 하고, 아래서부터 문화가 생겨나야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포 줄여야 재미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다. 최근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재미’의 측면에 대해 조금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을 거치며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제 대표는 직장을 그만뒀을 때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재미없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을 때도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돈을 벌겠느냐”,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제 대표는 “재미를 ‘쾌락’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아닐까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렇다”면서 네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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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활동 자체가 주는 재미다. 몇 시간이 잠깐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일할 때 느끼는 그런 재미를 말한다. 두 번째는 원하는 판을 짜서 일하는 재미다. 이것은 자기결정권의 문제라고 제 대표는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질 마음으로 일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다. 이것은 두 번째 재미와 어느 정도 연결된다.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는 때로 지루하고 괴로운 활동을 견뎌내고 남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다. 혼자 하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할 때는 재미없는 일도 맘이 맞는 사람과 합을 맞추면 재미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일의 ‘재미’라는 게 특정 분야, 특정 직업,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일하느냐’, 얼마만큼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롤링다이스는 조합원 12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처음에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각기 직업을 가진 12명이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할애하면 한 명의 풀타임 직원이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상근자 2명, 파트타임 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제 대표는 “사실, 일은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롤링다이스는 망하더라도 12명이 12분의 1 만큼 책임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재미있던 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될 때 싫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고요. 우리 사회는 직장생활이든 사업이든 자기 인생을 온전히 걸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오는 부담은 ‘공포’에 가깝죠.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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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표는 마치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돌 굴리기처럼 고된 노동을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첫째가 ‘생계유지의 공포’라면서 이 공포를 줄일 수 있어야 ‘일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자칫 돌을 놓치더라도 잠깐 손을 뻗어서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면 공포는 줄어들 거예요. 그 존재는 동료일 수도 있고, 맞벌이하는 배우자일 수도 있고, 공동체, 혹은 사회복지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죠. 그럴 때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일하는 사람 개개인이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당장 누릴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어야 사회 변화를 이끌 동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이 즐거운 시대는 언제 올까? 혹시 이제 곧?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에 집에 있고 서울을 오가며 일한다는 제 대표는 “조금씩 할 때는 뿌듯하고 재미있지만 혼자서 해야 하고, 꼭 해야 할 때 고되고 공포스러워지는 대표적인 일이 눈 치우기”라면서 웃었다.

책 ‘가슴 뛰는 회사’를 펴낸 존 애이브램스는 자신이 공동 창립한 미국의 건축회사 ‘사우스 마운틴’에 대해 “이윤보다 우선시해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중에는 ‘직원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서로 잘 배려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도 고객, 지역, 환경 등의 가치를 고려하는데, 그 이유는 ‘성공하는 회사가 되는 데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4년 독일의 단체 ‘노동의 새로운 질을 위한 운동’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7,444명의 근로자에게 일의 어떤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동은 재미있어야 한다”(85%), “노동은 의미 있게 느껴져야 한다”(73%)는 대답이 고정적 소득(92%), 안정성(88%) 못지않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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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연재 시리즈를 통해서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그리고 재미와 발전까지 ‘좋은 일’의 측면을 나눠서 생각해 봤다. 매 회차마다 수만 명이 글을 읽었고, 함께 진행한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에는 1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만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과 더 나은 일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또 아직 집계 중이지만, 기존 산업화 시대의 좋은 직장과는 다른 차원의 ‘좋은 일’에 대한 기대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그러나 “직장이 놀이터냐”,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을 누가 쓰겠느냐”, “놀 거 다 놀고 월급 받으려 하느냐” 등의 비판도 많았다. 이 글 밑에도 틀림없이 그런 댓글이 달릴 것이다. 고용주인 기업가들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매일 하는 일을 ‘의미 없는 밥벌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원래 그런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을 묻고 ‘적성을 찾으라’고 하면서 어른이 돼서는 왜 다 잊어버리는 걸까?

어쩌면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래로 아직 충분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연애결혼’이란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은 지나갔는데, ‘일은 즐거울 수 있다’, ‘좋은 일을 요구하자’고 생각하는 시대는 언제쯤에나 올까? 혹시, 지금 거의 도래했는데 깨닫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이로써 8회에 걸친 ‘좋은 일’ 탐방은 끝났다. 1월 31일로 설문조사는 마감되며, 결과는 2월 중에 발표된다. 아울러, 자신의 일 이야기를 들려줄 세대별, 직군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묻는 토론회도 진행된다. 그 이후로도, ‘좋은 일’의 상(像)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글 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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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구 소멸에서 ‘청년의 이탈’은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을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에 남고자 하는 주민들의 지역을 향한 기대와 주민 간의 연결고리를 더불어 약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인접한 지역 간의 혹은 대도시와의 건강한 비교나 경쟁보다는 경쟁에서의 뒤처짐과 소멸의 두려움이 청년의 이탈과 함께 존재를 위협받는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 인구 소멸과 청년의 지역 이탈

청년의 지역 이탈은 주민 간의 연대와 경제 구조의 허약함으로 이어지고, 건강한 경쟁의 무대이며,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할 지역이 무너지는 구조 속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무대인 경상북도 상주시는 바로 이러한 구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지역입니다.

상주의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1년 21.9%(22,833명)에서 올해 18.2%(18,217명)로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인구 유출이 경북 평균의 2배일 정도로 청년의 이탈은 상주 인구 소멸에 매우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은 인구 문제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실상 인구 문제로 인한 부작용의 취약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경제 구조가 허약해지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지역에서 자립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도움을 얻고, 또 비슷한 또래와 관계 맺을 기회를 찾는 것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보다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상주시, 청년 현실 전환하기 위해 청년 기본조례 제정

인구 문제 그리고 이에 따른 청년의 현실을 전환하기 위해 상주시의회는 작년 ‘상주시 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상주시청 또한 조례에 근거해 올해 희망제작소와 함께 ‘상주시 청년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했고, 청년정책의 심의와 의결을 담당하는 ‘청년정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9월부터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상주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역의 인구 문제에서 청년이 겪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며, 청년을 문제로 발생하는 변화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존재이자,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바라보고, 이번 ‘상주시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 10월 26일 상주시청에서 열린 프로그램은 상주 청년이 자신의 문제에 당사자가 되는 첫 단추였습니다. 30여 명의 청년과 함께한 는 청년을 위한 상주의 정책들을 알리고,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희망제작소가 만난 청년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상주를 살아가며 청년으로서 느끼는 고민과 감정을 직접 발표한 임경식 님의 이야기는 비슷한 또래끼리 모여 의미 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은 다른 참여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동네 친구들에게 청년정책을 제안하자고 말하면 ‘말해봤자 안된다’고 하고, 행정에서는 ‘신청을 안 한다’고 한다. 서로 불신 가득한 등 돌려진 상황에서 소통해야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어릴 적 ‘정치는 몰라도 돼’라고 세뇌당했던 우리가 또 ‘상주는 뭘해도 안돼’라고 말하는 상주 청년들이 오늘은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모였다.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슈퍼맨 같은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정책 참여로 변화될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 참가자 임경식 님

상주시 청년 한자리에 모여 청년 정책 고민하다

이야기를 통한 나눔이 끝난 후, 참여자들은 본격적으로 상주의 청년정책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에 참가 신청하며, 자신이 직접 선택한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총 6개 주제를 담은 테이블에 각각 배치되었습니다. (‘취업/일자리/노동/사회초년 지원’, ‘주거/복지/결혼/육아’, ‘농업/귀농/귀촌’, ‘문화/예술/스포츠/재충전/여가’, ‘창업/상공업/소상공인 지원’, ‘소통/관계/공동체/공익활동 지원’)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고민에서 시작해 지역에서 공론되는 다양한 주제까지 다루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약 90분 동안 진행된 테이블 대화는 주제 선정-원인 찾기-과제 발굴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제안되어도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면 현실적인 정책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만큼, 참여자들은 5가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제안한 정책을 보완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5가지 질문 :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비슷한 정책이 있다면 보완할 점은?, 필요한 자원은? 반드시 고려할 점은?)

그 결과 총 6개 분야 40여 개의 상주 청년을 위한 정책이 발굴되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이날 제안된 정책을 참여자들이 ‘중요성’, ‘시급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 투표를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투표에서 활용된 온라인 참여 도구는 참여자의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직접 투표하고,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참여자들은 도구를 활용해 제안된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으면서 분야별 제안 정책의 우선순위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중요성’과 ‘시급성’을 기준으로 투표된 정책은 희망제작소에서 향후 4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상주시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을 위한 ‘청년이 직접 발굴한 정책’으로 상주시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4시간의 를 마치고,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을 발굴하는 논의를 함께 하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의견, 그리고 “이런 기회가 상주에서 또 있을까”하는 고민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지역 문제를 깊게 다루는 전문가,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 과제에 도전하고, 일상의 주제를 공공의 주제로 또 공공의 주제를 일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더 커지길 희망합니다.

– 글: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사진: 대안연구센터

토, 2019/11/0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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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이하 궁금한 김에 연구)의 지원을 받은 세 팀의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1월 가을의 끝자락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에서 만났던 팀들을 한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즐거운 여정을 떠난 시민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요. 시민연구자 세 팀을 시리즈 인터뷰로 전합니다.

세번째로 소개할 팀은 <분홍과 노랑의 질주>팀(박재승, 장소정, 이하 분노팀)입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때 단어를 소중히 고르는 팀이죠. ‘궁금한 김에 연구’에서는 페미시국 광장을 추적하며 우리는 언제 모이고 어디서 흩어지는 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분노팀에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인터뷰하면서 작게나마 연구에 참여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Q. 요즘 어떠세요. 관심있는 이슈가 있나요.

재승: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났고 여전히 대중 안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기존의 운동과 비슷한 것도 많은데 다른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동원되고 모이는 이유, 전개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구요. 경험에서 발견한 지점을 제가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 운동론 이론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고민하며 보내고 있어요.

Q. <궁금한 김에 연구>를 실제로 해보니 어때요.

재승: 대학원 들어가서 한 첫 연구가 ‘궁금한 김에 연구’네요. 신청했을 때보다 진행하는 지금이 더 좋아요. 신청했을 땐 한번 해보자는 마음만 들었는데 지금은 유의미한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볍지 않은 마음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Q.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재승: 어떤 시위는 가는데 어떤 시위는 가지 않는 것. 그 동기를 발견하고 나에게 닿는 시위가 무엇인지 그려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 지점을 소정 님과 함께 연구하고 회의하는 게 좋아요. 저는 회의를 길게 하고, 아이디어를 심층시켜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다른 분들은 힘들어 해요.(웃음) 그런데 소정님은 이런 회의 방식을 좋아해요.

Q. 얼마나 회의를 진행하는데요.

재승: 저희가 7시에 만나 한 시간만 회의하자고 했는데 10시 반에 헤어지기도 하고…서로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점을 포착하고 구체화하고, 면밀하게 가져가다보니 궁금한 게 무엇인지,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인지 나오더라구요.

“함께 연구하는 사람과 과정을 맞춰나가고 숙성된 질문을 만든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광장에 모이고 흩어지는 배경에 관해 연구가 진행 중인데 조금이라도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재승: 원인 분석은 아직 진행중인데요. 페미니즘의 경우 일상 의제와 면밀하게 닿아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정체성, 일상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참여자가 모이는 것을 보며, 페미니즘이 저변에 깔려 있는 일상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연구를 진행해야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요.


시민연구자 박재승 님

Q. 인터뷰 질문을 짤 때도 세밀하게 설계해야겠네요.

재승: 사실 페미시국광장의 주최 단체 중에 지인이 있고, 저 스스로도 시위에 참여했기에 연구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관계망이 없다면 이 연구는 힘들었을 거에요. 우리 세대를 ‘영영 페미니스트’라고 하는데 함께 맺은 커뮤니티에서 암묵적인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촘촘한 설계와 관계에 대한 조심스런 마음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Q. 연구가 끝날 때 쯤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재승: 페미니즘 운동이 기존 운동과 어떤 점, 어떤 형태로 다른지 연구한 논문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점을 알게 되는 것을 떠나서 그 점을 시도해본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것 같아요.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 큰 한 발을 뗀 거죠.

“우리가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게 연구이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닐까요?”

Q. 시민들이 왜 연구를 해야할까요.

재승: 언어를 갖게 되기 때문이요. 언어는 여성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돈이 없을수록 많이 갖지 못하는 자원인 듯 해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별로 없는 거죠.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 학문연구라고 하지만, 학문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봐요.

Q. 연구란, 온갖문제연구란?

재승: 연구란 세계관의 확장. 나의 세계를 너의 세계를 또는 나와 너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생기는 것, 온갖문제연구는 제약 없는 250만원. 정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구비는 진짜 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2019 온갖문제연구-궁금한 김에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에 선정된 시민연구자에게 연구비 지원(최대 250만원)을 비롯해 연구가 낯선 시민에게는 열린 워크숍 ‘온갖연구실험실’을 통해 연구 방법론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를 열고 있습니다. 시민연구자는 자유주제로 연구한 뒤 연구의 시작과 끝을 담아낸 연구보고서를 펴낼 예정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손혜진 정책기획실 연구원 [email protected]
– 사진: 정책기획실

목, 2019/1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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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영등포구와 함께 ‘2040 영등포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2040년까지 주민의 일상과 관련된 8개 분야(△교육·평생학습 △문화·관광 △보건·복지 △경제·일자리 △도시재생·개발 △교통·안전 △환경·녹지 △소통·행정)의 미래상을 도출하는 것인데요, 주민의 실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주민의 참여 없이 공무원과 전문가 중심으로 계획이 수립되고 집행돼 왔습니다.

‘2040 영등포종합발전계획’은 정책의 당사자인 영등포구민이 ‘구민의제발굴단’의 이름으로 직접 참여하여, 실생활의 문제 공유와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영등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영등포 구민의제발굴단은 보다 촘촘한 마을의제 발굴을 위하여 총 5개 권역(△대림권역 △당산권역 △여의도권역 △신길권역 △영등포권역)으로 나누어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2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 해가 지는 저녁에 영등포구민들이 집이 아닌 지역 주민센터로 모였습니다. 바로 구민의제발굴단 2차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주민들은 교육·평생학습, 복지·보건, 문화·관광, 사회적경제 총 4개의 분야를 중심으로 권역별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자리했습니다.

먼저 정창기 희망제작소 대안연구센터장이 분야별 이슈와 함께, 영등포구의 현황을 공유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구민의제발굴단은 마을의 현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눴습니다.


▲영등포구민의제발굴단-당산권역

 

교육·평생학습 분야- 교육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주민들은 영등포 내 교육격차에 대한 고민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교육 강화와 교육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의 돌봄 강화, 청소년을 위한 전용공간 마련을 통해 청소년의 자기주도 활동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안해주셨습니다.

평생학습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주셨는데요, 연령이나 언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배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곳곳의 학습 공간을 확대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배움을 넘어 교육공동체 형성, 창직, 재능기부, 봉사활동까지 연계해야 하는 필요성, 문화생활로서 평생학습 활성화, 세대가 융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확대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복지·보건 분야- 노인과 아동 대상 선제적 정책을 제안

복지분야에서는 노인과 아동 대상 정책이 강조되었습니다. 독거노인의 고립을 예방하기 위하여 노인 공동체 주거 지원, 노-노케어, 일대일 노인돌봄 강화 등의 필요성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출생 시대에 아동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아동돌봄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 지적되었는데요.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외출 등 2~3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돌봄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거지역 내 공동돌봄 강화, 노인과 아동돌봄의 연계, 통학로 안전확보 등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지원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해주셨습니다.

보건분야는 보건소를 통한 예방적 의료지원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구민들도 보건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 1회 보건소 야간진료 등이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습니다. 또 사회적약자에 대한 우선 지원과 더불어, 모든 구민의 기본적 건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표해주셨습니다.


▲영등포구민의제발굴단-대림권역

 

문화·관광 분야- 영등포구 문화자원을 향유하는 공간 필요

문화관광 분야는 영등포구의 문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주셨습니다. 대림권역에서는 차이나타운을 활성화해 외국인 거주자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의견을 주셨고요. 문래동 예술창작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설자를 양성해 주민의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홍어골목, 샛강 생태공원 등의 정비를 통해 시민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 등을 제안해주셨습니다. 또 벚꽃놀이, 불꽃놀이 등 지역의 큰 축제가 지역주민과 상생하여 진행될 필요성도 강조해주셨습니다. 그 외에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동체 공간의 필요성도 언급해주셨습니다.


▲영등포구민의제발굴단-여의도권역

 

사회적경제 분야-사회적경제 조직 육성 지원해야

사회적경제는 이에 대한 주민 인지도가 낮은 만큼,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홍보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지역사회 문제를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해주셨는데요.

보육, 간병, 노인케어를 위한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습니다. 또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주민이 안내하고 해설하는 프로그램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거나, 건강한 어르신들의 참여를 활성화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영등포구 구민 분들을 만난 자리에서 구민 분들 스스로 지방정부의 종합발전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다고 설명했을 때 과연 전문적인 계획에 참여해 토론할 수 있을지 주저하는 분들고 계셨는데요.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이 있던 이웃들과 생활 속 이야기를 하나둘씩 나누는 과정에서, 어느새 주민들은 2040년 영등포의 미래를 상상하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1월에 진행되는 제3차 영등포 구민의제발굴단의 활동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 글: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사진: 대안연구센터

금, 2019/12/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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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째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 <금자동이>를 운영하다가 금자동이의 비영리적 분야를 발전시켜보고자 비영리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라는 환경운동 단체를 결성하고 있을 때 모금전문가학교에 입학했다.

하루 다섯 시간, 총 10주에 걸친 수업.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의 강도와 내용은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감내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심화 수업으로 진행됐다. 모금전문가학교를 수료한 후엔 마치 MBA과정을 이수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과정을 통해 비영리단체 모금에 관해 깊은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당당히 요청하는 요령과 동기의식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는 내내 의식 속에 있는 ‘금자동이 사장’이라는 내 모습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썼다. 대신 배우려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선생님들이 전하는 강의 내용을 체화하려고 노력했다. 바쁜 사업 일정에 복습까진 하지 못했지만, 수업만큼은 새로운 배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설렘의 기분을 맘껏 누렸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전교 1등을 했을 지도 모른다.

수업이 있는 수요일 날 저녁은 그야말로 모금이 하고 싶어 몸 둘 바를 모르는 저녁이었다. 그 충만함은 목요일까지 지속되다가 금요일부터 서서히 사그라지다가 화요일 정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10주간 반복했다.

평생 ‘모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나를 모금의 세계로 이끈 모금전문가학교의 힘이란 진정으로 강력했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했던 나에게 지금은 아주 당당하게 그 어렵다는 모금을 요청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금요청이 늘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금전문가학교 과정이 끝나고 한참 흘렀는데도 왠지 모금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솟아 오른다.

모금과의 인연은 2011년 5월 23일부터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날 한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었다. 희망제작소에 관한 매우 강렬한 강의였는데, 강의 직후 직접 모금 활동을 벌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참여연대 등의 단체를 깊게 알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은 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소셜디자이너의 열정적인 강의가 끝나고 당당하게 후원을 요청하고, 저자 사인회로 이어진 모금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때 느낀 것은 모금이야말로 비영리조직의 리더가 앞장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 배움은 이번 모금전문가학교 수업을 통해서 다시금 각성한 것이기도 하다.

반복된 일상과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을 유지 및 운영하면서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꾼다. 아니 꿈은 어렸을 때부터 꿨는데,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알게 됐다. 이제껏 해온 가슴 설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함께 하기를 요청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일만 남았다.

10주 동안 멀리 익산에서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판소리 전도사 김 선생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쓰는 잘못된 언어, 행동 등등을 교정해주시며 우리 클래스 전체를 약간은 불편하게 했지만 세심한 감수성을 한 갑자 올려주신 박 선생님, 학기 중에 결혼하시고 신혼여행도 다녀오신 정 선생님 등. 함께 수업을 받은 우리 기수 동기 선생님들이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니 오랫동안 교류하고 협업하고 싶다.

그리고 스승님들! 만약에 <트루>가 세상을 구하는 아름다운 NGO가 된다면 그 공은 모두 스승님들께 돌리고 싶다. 강의 때 쏟은 열정과 애정을 말과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겠다. 꼭 장난감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 초록세상 만들기 사단법인 <트루>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그 은혜를 갚고 싶다.

– 글: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상임이사(모금전문가학교 21기 수료생)
– 사진: 휴먼트리, 박준성

금, 2020/01/1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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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입니다. 기존 직업 체험 위주 진로교육에서 탈피해, 청소년이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지역기반 진로탐색 모델 확산을 위해 2019년 남원과 진주에서 새로운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남원 지리산), 춘향골교육공동체(남원 시내), 진주교육공동체 결(진주)이 지역파트너로서 희망제작소와 협업하여 청소년들의 주체적 활동을 촉진함과 동시에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2019 내-일상상프로젝트’를 결산하는 결과공유회가 지난 1월 11일 진주에서 열렸습니다. 2019년 4월부터 12월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해 고민과 탐색의 시간을 보낸 청소년과 지역파트너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이번 행사는 2019년에 진행한 9개의 프로젝트 활동을 공유하고, 새로운 지역에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한 내-일상상을 응원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또 다른 여정의 시작, 2019 내-일상상프로젝트

본 행사에 앞서 2019년의 활동 결과물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젝트 박람회’를 진행했습니다. 박람회는 청소년들이 직접 디자인한 교복, 청소년 잡지, 악세사리 키트, 다큐영상과 스톱모션, 포토북과 활동자료집 등 다양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축하 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공유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날 함께 참여한 권찬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청소년과 지역파트너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면서,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해나갈 일들의 힌트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옥세진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내일상상의 재미있는 작당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전달되어 더 많은 기회로 실현되기를 바란다”라며 축하를 보냈습니다.

이어 <행복을 전하는 악세사리>팀을 시작으로 총 9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청소년들이 직접 나와 활동 과정과 소감을 전했습니다. 먼저 남원 인월시장 상인들의 일상을 다큐로 제작한 <인월다큐>팀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전통시장을 알리자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라고 활동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불편하고 정형화된 교복을 새롭게 디자인해본 <청정>팀은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교복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라며 “평소 관심 있는 주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질문을 통해 정리해보는 나의 2019년

<2019년의 우리들> 코너에서는 내-일상상프로젝트와 함께 했던 저마다의 2019년을 회고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한 해 동안 스스로에게 일어난 변화,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사람, 나의 2019년을 채워준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질문을 각자 적고, 함께 나누며 마무리했는데요.

프로젝트 결과를 떠나 참여했던 청소년 각자에게 2019년은 어떤 시간으로 다가갔는지, 이어질 2020년에는 또 어떤 시도와 실험들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남원 청소년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한 최현진 춘향골교육공동체 대표는 “하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해 볼 때에 비로소 와닿는 부분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는 소감과 함께, “프로젝트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을 주도해 기획해보는 일, 약속을 잡고 수시로 소통하는 일들 속에서 작은 변화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7~18년에 지역파트너로 함께 했던 이재명 장수YMCA 총무는 “이전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청소년 가운데 지금도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프로젝트가 끝나도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이 지역 안에 많아지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날 결과공유회를 끝으로 내-일상상프로젝트의 2019년 활동을 마무리했는데요. 용기와 과제를 동시에 얻어온 기분입니다. 지역과 청소년이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바탕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을 계속 하겠습니다. 2020년, 올해에도 내-일상상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 글: 이시원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시민주권센터

금, 2020/01/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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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쁜 꿀벌 같은 희망제작소는 지난 2월 특별한 일로 좀 더 분주했습니다. 2020년 연구원을 대표할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 선거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노사협의회는 말 그대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협력하여 노동자의 복지증진과 기업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회의체인데요.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30명이 넘으면 그 설치가 필수지만, 희망제작소는 모든 구성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두의 필요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가장 먼저 꾸려진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였습니다. 자청하여 모인 선관위원들은 투표권이 있는 모든 연구원에게 노동자위원 후보를 추천받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 한 명의 연구원도 빠짐없이 노동자위원 후보를 추천했고, 그 결과 5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5명의 연구원 가운데 총 3명의 후보가 노동자위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그들은 바로 손혜진, 윤은선, 허웅 연구원입니다.


[사진 1] 선거벽보

ㄱㄴㄷ순에 의해 기호 1번이 된 손혜진 연구원은 입후보자 출마 입장문에서 “여러분이 저를 추천해주신 이유는 연구원을 대표하는 역할 이전에 지금의 현상을 진단하고 다양한 형태의 목소리를 내기 바라는 마음이지 않을까”라며 “덜 힘들고 더 평화로운 제작소를 위해 근사한 에너지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기호 2번 윤은선 연구원은 “할 수 있고 줄 수 있는 게 적어 망설임이 컸고 되려 실망을 안길까 움츠러들기도 했다”라면서도 “연구원 여러분이 지치고 힘들 때 커피 한잔, 홍삼 한 병 건네며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어리숙하게나마 대신 전하겠다”라며 동료 연구원에게 “나란히 걸어주기”를 함께 요청했습니다.

기호 3번 허웅 연구원은 “연구원과 허웅이 함께 출마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입장문을 시작했습니다. 허 연구원은 “연구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조금은 시끄럽고 정신없더라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사는 존중과 통합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백 포함 1,000자가 넘는 긴 입장문에 동료 연구원들은 마치 대통령 출마 선언 같다며 재미있어했는데요, 알고 보니 실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문을 패러디한 것으로 밝혀 잠시나마 선거 과정에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사진 2] 투표함과 투표도장

희망제작소의 노사협의회 운영 규정은 노동자위원 후보가 3명일 경우 각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로 나뉘어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는 95%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연구원 대다수가 직접/비밀/무기명 선거의 원칙에 따라 소신껏 표를 던졌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손혜진, 윤은선, 허웅 후보 모두 찬성 50%를 가뿐히 넘어 2020년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동료 연구원의 당선 축하 속에서 손 연구원은 “문득문득 따스한 순간을 만들어가는”, 윤 연구원은 “노동자가 행복한”, 허 연구원은 “서로를 배려하는 화기애애한” 희망제작소를 만들고 싶다며 각자 당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진 3] 허웅, 손혜진, 윤은선 연구원(좌측부터)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은 노동자위원이 새롭게 구성된 것을 축하하며 “비영리 조직인 희망제작소는 구성원에게 이익을 배분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갈등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소장은 ”나는 규정에 따라 사용자를 대표하지만, 연구원들을 사내이사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에게 요청되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함께 하겠다.”라며 노사협의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새로운 노사협의회의 각오를 들으니 그들의 활동이 벌써 기대됩니다. 부디 소통과 공감을 바탕에 두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노사협의회 구성은 변화의 시작일 뿐입니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각자의 목소리로 변화의 과정에 동참할 때 비로소 서로의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희망제작소가 될 것입니다.

더 나은 희망제작소를 만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마치 꿀벌의 날갯짓이 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해결에도 자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글・사진: 기은환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20/03/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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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새로운 얼굴을 소개합니다. 기자, 변호사, 그리고 희망제작소 연구원을 지내다가 지난 3월부터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함께 하게 된 임주환 변호사입니다. 발로 뛰는 취재현장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법과 제도라는 테두리에서 대안을 모색하다가 ‘희망제작소’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임주환 부소장을 만났습니다.

Q. 출근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가는데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희망제작소 부소장으로 일하게 된 임주환이라고 합니다.(웃음) 부소장으로 일한 지 3주 정도 됐는데, 약간 설레기도, 긴장되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과 점차 점심도 먹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제가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던 시기보다 조직이 훨씬 더 젊어지고 활기 있는 것 같아 저도 좋은 기운을 보태고 싶네요.

Q.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시죠.

2015년에 희망제작소에서 상근하다가 이후로는 객원연구위원을 지냈고, 올해 3월부터 희망제작소의 조직과 운영을 맡는 부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Q. 희망제작소 오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여러 경로를 거쳤는데요. 원래 한겨레신문사에서 8년 간 기자로 일하다가 지난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취재 기자 시절, 주로 경제 부문을 출입했는데요. 중소기업 위주로 취재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사회적기업도 다뤘죠. 로스쿨 졸업 후 로펌에서는 공공기업 및 지자체를 자문하는 역할을 맡았고요.

Q. 기자, 변호사, 연구원으로서 관심사가 이어졌네요.

다른 분야의 직업이지만, 제 관심사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예컨대 기자로서 경제 분야를 취재할 때 ‘일자리’가 보였거든요. 일자리 문제를 다룰 때마다 과연 대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급속도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서 기자로서 답답함을 느끼면서 변화를 모색했던 거 같습니다.

Q. 희망제작소의 ‘사다리포럼’이 탄생한 게 바로 이 지점이죠.

사다리포럼이 제 나름의 ‘시민 창안’이었죠. 왜냐면 기자 그만두고 로스쿨 다니는 만학도였는데, 학내에 청소용역 노동자 처우를 두고 갈등이 심했어요. 그땐 학생 신분이라 뭔가를 해결할 수 없었어요. 사회, 노동 관련 이슈에 관한 이해도가 있었지만, 당장 해결할 수 없으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대안을 모색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거든요. 오랫동안 마음의 숙제로 남아있던 아이디어를 로펌에 다니면서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희망제작소 공채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다리포럼’을 열 수 있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사다리포럼을 설명해주신다면요.

우리 사회가 그물망처럼 엮여있잖아요. 단순히 전문가의 이론만으로, 현장의 요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요.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융합적으로 참여하며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취지였던 거죠.

Q. 희망제작소에서 사다리포럼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됐습니다. 당시 사다리 포럼에서는 주로 어떤 문제를 다루고,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포럼 이름처럼 막다른 곳에 다다른 노동자에게 ‘사다리’를 놓아주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막다른 일자리’라는 게 더 나은 일자리로 나아가기 어려운 노동 형태를 다뤘거든요. 기저에는 비정규직 문제와 맞닿아있지만, 잘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영역에서 희망을 찾는 일을 해보자는 거였습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는 포럼을 기획하고,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섭외한 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Q. 사다리포럼에서 다룬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지난 2015년은 한창 대학 내에서 청소노동자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터져 나오던 시기였어요. 용역근로자 문제의 해법을 논의해보고자 대학 담당자뿐 아니라 기업, 여성 등 다양한 섹터의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 결과 경희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기사 읽기)하기도 했습니다. 1)

또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고용문제 해법을 찾기도 했습니다. 사다리포럼의 논의를 토대로 서울시의회에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 개정안을 제안했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했습니다. (희망이슈 14호 보기 ▶시민과 찾은 아파트 경비직 해법)

Q. 혹시 지인이나 동료로부터 받은 인상적인 피드백이 있었나요.
대학 내 청소노동자 관련한 이슈를 다룰 때 아무래도 대학생의 피드백이 많았어요. 대학 언론사나 각종 언론사와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고요. 무엇보다 희망제작소를 현장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민이 종종 문의하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저나 사다리포럼 자체가 피드백을 받는 것보다 대안을 만드는 주체(노동자, 대학)가 조명받을 수 있도록 움직였습니다.


Q. 사다리포럼 이후 바깥에서 바라본 희망제작소는 어땠나요.
희망제작소에서 상근하다가 2017년 이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프로젝트를 참여했는데요. 희망제작소에서 상근할 당시에는 후원회원과 직접 만나 뵙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히려 바깥에서 일하면서 희망제작소의 가치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곳곳에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학계나 노동계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희망제작소 창립 초기부터 후원했다는 분부터, 청년 인턴을 했다는 분까지 희망제작소를 ‘가치의 공동체’로 여기고 계셨습니다.

Q. ‘가치의 공동체’를 이어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날이 갈수록 시민사회단체 영역에서 뒷걸음질 치는 기부문화에 대한 고민이 다들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섣부르게 어떤 대안을 내놓기엔 부족하고,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연구, 사업, 활동이 매혹적일 때, 우리가 하는 사업과 연구라는 기본에 충실할 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교회의 종소리”처럼 희망제작소의 활동을 끊임없이 알리고,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희망제작소와 사회혁신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사회혁신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나요.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라는 데 답하기보다 모두가 꿈꾸는 사회혁신을 어떻게 확장하면 좋겠냐는 질문으로 받아들인다면요. 주민,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영역에 대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도록 하는 게 사회혁신이라고 정의하는 데 동의합니다.

Q. 시민의 참여가 핵심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희망제작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는 ‘사회혁신의 번역가’라고 봐요. 희망제작소는 사회혁신의 ‘대상’을 찾는 게 아니라 사회혁신을 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싶지만, 서로 일상의 언어가 달라 소통하기 어려울 때 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 창립 초기부터 ‘지역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웠는데,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청년 혁신에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 지역혁신, 환경, 인권 등 다양한 가치를 안고서 정책을 발굴하고, 희망제작소만의 방법론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Q.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요.
희망제작소는 기본적으로 ‘지역혁신’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도전하면서도 희망제작소가 그동안 잘했던 활동을 어떻게 지속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 기존에 잘 다져왔던 분야를 계속 잘해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땐 희망제작소의 가치와 이슈가 서로 부합하는 지 연구원 간 열띤 토론을 하면서 시도하는 과정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
– 인터뷰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각주 1)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모델보다는 학교의 직접고용이 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존재했고, 경희대도 부가가치세 문제, 경쟁입찰의 문제 등을 고민하다 지난해 말 완전한 직접고용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상당수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에 응하였으나, 일부는 거부의사를 밝혀 직접고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 2020/04/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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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6일은 세월호 6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4월을 ‘추모의 달’로 선언하고 진상 규명과 추모 활동을 진행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연구사업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성과평가 연구> 내 일부를 발췌해 재가공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이영하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과 안산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회복 및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2년간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 지원에 집중하다, 이후 지역주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며 유가족과 시민 사이 소통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Q. 치유공간 ‘이웃’은 어떤 일을 하나요.
치유공간 ‘이웃’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 및 일상 지원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 후 초기 2년가량 유가족(유가족 부모와 형제자매) 대상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이후로는 직접 피해자 외인 친구를 잃은 아이, 지역주민, 지역활동가까지 반경을 넓혀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이웃’ 대표가 된 계기는요.
‘이웃’ 설립 전에는 통일 운동 위주의 시민사회 영역에서 줄곧 활동해왔어요. ‘이웃’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을 당시 이명수 선생님이 ‘이웃’ 대표를 지내셨고, 정혜신 선생님은 주로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셨어요. 두 분이 안산에서 활동을 마무리 지으면서 2016년 이후부터 제가 ‘이웃’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Q. ‘이웃’의 대표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요. 세월호 유가족 대상으로 진행한 초기와 유가족을 포함한 안산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을 확대한 시기로 나뉘죠.
초기 1년 반 정도는 유가족 상담과 생일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영화 <생일>에서 아이들 애도 모임이 나오는 그런 모임이요. 이후 간접 피해자(친구) 대상으로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지역주민 대상으로는 ‘누엄필’(‘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주민 누구나 참여해 4명이 한 조가 되어 말과 글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치유 프로그램) ‘속마음 산책’(지역주민과 주민 대상 활동가가 짝을 지어 동네를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면서 치유하는 프로그램), ‘살아있는 책읽기'(세월호 이후 활동한 활동가를 선정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습니다.

Q. ‘이웃’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는 누가 참여하나요.
초기에는 100% 세월호 유가족이었어요. 시간이 흐른 현재는 유가족이 약 30% 정도 차지하고, 활동가, 주민,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는 게 쉽지 않죠.
세월호 사고 직후 유가족 정점으로 피해지점이 생긴 동시에 지역주민은 친구를 잃은 아이들로 인해 지속적인 2차 피해를 받고 있거든요. 희생자 친구와 부모 사이의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유가족 앞에서 말도 꺼내지 못하거나 박탈감을 느낄 때도 생기죠. 이러한 이유로 일부는 유가족을 매도하거나 폄훼하는 쪽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밀한 아픔을 풀어주는 게 회복인데, 유가족 관점으로만 세월호를 언급해선 해소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Q. 유가족과 주민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활동을 하고 있죠.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누엄필’은 세월호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자리이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다 아시죠. 주민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인식하거든요. 그러면서 ‘이 공간이 유가족만 이용하는 게 아니구나‘, ’세월호 피해를 본 지역에서 사는 내가 직접 피해자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라는 안도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분들 중 일부는 자원활동가로 돌아서서 같이 활동하기도 하고요.

Q. ‘이웃’ 입장에서 유가족과 주민과 소통을 어떻게 보나요.
유가족들이 현재까지 뜨개 모임을 해오고 있는데요. 2017년에 뜨개 전시를 크게 연 적이 있어요. 엄마들의 슬픔을 뜨개로 달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약 5,000개 뜨개를 지역 모든 활동가에게 선물로 드리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사고 이후 단절된 관계를 개선한다는 게 취지였지만, 2018년에 뜨개 모임을 연구해보니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Q. 연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데요.
오히려 유가족들의 관계망이 더 축소됐더라고요. 유가족끼리 관계만 돈독해졌더라고요. 과거 동문회, 학부모회, 친척과의 관계, 심지어 이웃과의 관계마저 끊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왜 그런가 해서 들여다 봤더니 ‘괜찮아졌나 봐’, ‘좋아 보이네’ 등 가볍게 던지는 한 마디에 큰 상처를 받다 보니 모든 관계가 유가족끼리의 만남으로 대체된 것 같아요. 이러한 이유로 대상이 마구 뒤섞인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고요. 2차 피해받는 것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주민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좀 더 깊이 느낄 기회도 있었나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이데이’를 통해 유가족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요. 사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억측이나 오해가 상당히 빠르게 풀리며 감정적 화해의 과정을 겪는 것 같아요. 그냥저냥 만나기보다 서로의 입장이나 상황들이 잘 준비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만남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상호 간 협력이 높아졌다고 보나요.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경험한 분들에 한해서는 분명 높아졌을 것이라 여깁니다.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초기만 해도 애초 공동체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 하는 논란도 있었는데요. 파편화된 도시였기에 오히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새로이 형성된 공동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월호를 통해서 공동체를 경험하고 동참하는 기회가 주민들에게 주어졌고 그런 부분에서 이바지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Q. 앞으로 공동체 회복프로그램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단체 안에서 활동하는 데 주력하다 보면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해요. 이번에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안산시 공동체 회복프로그램 연구처럼 여러 피해자(유가족, 형제자매, 주민, 친구 등)가 요구하는 지점이 어떻게 다른지, 서로 어떤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지 연구하는 게 필요해요. 물론 연구라는 게 모든 상황이 지나고 나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런 것을 정제된 상태로 연구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2단계(2020-2022)를 앞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참사였습니다. 안산이라는 지역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 봅니다. 예를 들어 갈등 상황을 직면했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이 모델링할 정도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있어요. 따라서 공동체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공유나 협력 등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통의 기회를 더 넓히는 거죠.

Q.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요.
‘이웃’에서 재작년과 작년 한동안 지역 유지와 영향력 있는 분들을 초대해 식사하는 자리를 몇 번 가졌어요. 주로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분들이셨는데… 사실 그분들은 세월호 참사 벌어졌을 때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었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지막엔 울음바다가 됐어요. 앞집, 뒷집 모두 사고를 당했는데, 그런 아픔을 뒤로하고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자신이 악마처럼 보이기도 한다고요. 그분들도 정신적 피로감이 높아 보였고, 압력밥솥의 압력을 빼듯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봐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많이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유가족과 주민 간 갈등, 지역 내 유대감 상실 등 공동체 붕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안산시가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한 사업이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1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개발·시행’)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17년부터 3년간 총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내 최초 공동체 치유·회복 프로그램이다.

추진 주체는 전담기관인 안산시 자치행정과 산하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며, 비영리단체, 공익단체, 사회복지기관, 소셜벤처,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이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참여자로서 함께했다. 핵심 방향은 ‘이해와 포용성 강화’, ‘대외적 가치 확산’, ‘미래세대 성장 지원’, ‘사회적 갈등 치유’, ‘지속 자립기반 마련’ 등 다섯 가지로, 매년 30여개의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해인 2017년은 ‘공동체 회복 기반 마련기’, 2018년은 ‘프로그램 확산 및 주민 소통 확대기’, 2019년을 ‘주체역량 강화 및 성과 분석기’로 각각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세월호 가족의 심리적 회복과 자립을 도운 ‘4.16희망목공소’, ‘세월호 엄마 공방’, 유가족과 주민 간 접점을 확대한 ‘마을공동체 기억찾기 구술사업’, ‘이웃과 함께 밥한 끼 합시다’ 프로그램이 있다. 또 지역 내 생명·안전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안전교육 활성화 프로그램’, 지역 청소년과 청년을 응원하는 ‘꿈 드림 릴레이 프로젝트’, 주민들의 참여역량을 강화한 ‘주민참여 마을재생 아카데미’ 등도 진행했다.

희망제작소는 2019년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방향 수립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운영 성과 평가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안산시는 지난 3년의 실행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3년간 2단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재난극복 공동체 회복모델 정립’, ‘대외적 확산 및 공론화’를 핵심목표로 삼았다.

김현수 대안연구센터 연구원

수, 2020/04/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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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6일은 세월호 6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4월을 ‘추모의 달’로 선언하고 진상 규명과 추모 활동을 진행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연구사업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성과평가 연구> 내 일부를 발췌해 재가공한 인터뷰를 전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고 신호성 군의 엄마 정부자 씨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과 4·16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안산에 품는 4.16생명안전공원 조성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통해 한국사회에 생명, 안전의 가치를 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의 가슴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한다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상처받은 마음을 유가족들과 함께 달래는 것이 큰 힘이 되었고, 그렇게 다른 엄마들과 함께 4·16공방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에게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라는 수식어가 드리워졌고, 많은 이들이 같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했죠. 그때는 사람들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땅만 보고 걸어 다녔어요. 처음 우리 아이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안산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내 자식의 고향인 안산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남겨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부터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Q. 2014년 참사 이후에는 거리에서 투쟁을 벌였죠.
당시 광화문을 중심으로 안산 밖 외부 투쟁을 다닐 땐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를 지켜주는 나라가 있는가’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렇게 장시간 지역을 돌아보기보다는 국가를 상대로 싸움만 계속했어요. 그러던 가운데 이웃 주민을 한번 만나게 됐고, 늘 곁에 있던 그분들이 어느 순간 ‘호성 엄마는 우리와 격이 안 맞고 권력 있는 높은 분들만 만난다’, 통장 모임에 갔더니 ‘보상금 받고 집을 고치고 있더라’라는 소문이 무성하더라고요. 그땐 울면서 분노를 표했죠. 정말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삐딱한 마음으로만 모든 걸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아마 세월호 피로감을 강조하는 언론매체와 정치적인 발언들 때문에 잘못된 정보들이 만들어진 것인데, 주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오해했던 거 같아요.

Q. 안산에서의 첫 활동 어땠나요.
지역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계기로 15명 정도 안산지역 내 팀을 꾸렸어요. 참사와 관련해 분노에 차서만 이야기해선 안 되겠다 싶어 희망마을사업추진단 단장님, 안산시 담당 부서 팀장님을 만나서 교육을 받았는데요. 그게 교육이 잘 되질 않더라고요. 이웃을 만나면 눈물부터 나고 그래서요.

Q. 어떤 활동을 했나요.
지역사회로 가봐야겠다 싶어 고잔동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공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엄마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수를 놓거나 가방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아이들의 아픔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또 아이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인가 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안산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는 시도를 했습니다.
2016년 외국 사례를 통해 아이들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곳에 두고 추모할 게 아니라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공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구시 지하철 참사 관련해 도심지 내 추모공원 설립을 두고 반대여론이 높았던 것처럼 지역주민의 동의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초기엔 피케팅하고, 서명 캠페인을 벌이며 안산을 돌아다녔다면, 점차 마을 주민과 각을 세우는 방식보다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소통했어요. 주민들이 처음엔 ‘뭐야’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나중에 ‘괜찮아요?’라고 물으시거든요. 천천히 가더라도 잘 가보자라는 마음이죠.

Q.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4·16 생명안전공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죠.
추모위원회에서 회의할 때마다 지쳤어요. 저도 모르게 말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서로가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고 갔죠.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 가요. 제가 아이를 먼저 보내지 않았다면 반대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을 마꿀 정도로 용기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추모공원이 잘 건립되어 안산에 선물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사회에 서로 만나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만큼 이 공간이 안산 시민을 지켜주는 공간이 돼야죠.

Q. 세월호 가족과 이웃이 함께 만드는 페스티벌 ‘엄마랑 함께하장’을 열었죠.
세월호 추모공원이 건립 예정인 안산 화랑유원지가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일부 주민들이 아이들 사진이 있으니 무섭다고 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주민 누구나 참여하고, 수익금을 어르신을 지원하는 축제 ‘엄마랑 함께하장’을 열었어요. 안산 주민들도 ‘세월호’로 많이 아팠으니까 굳이 ‘세월호’를 꺼내지 않았어요. 주민들이 모여 자수를 놓고, 파우치, 냄비 받침을 만들었어요. 만들기를 통해서 소통하다 보면 주민 중 일부는 추모공원에 관심을 표하는 분이 생기고요.

Q.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게 있었나요.
사회에 관심 없었던 평범한 엄마가 사회에 눈을 뜬 것 같아요. ‘세상 바깥에는 아픈 사람이 있구나, ’상처가 병이 되어 세상과 닫힌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 있구나‘ 등 보는 시야가 달라졌어요. 제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시민들을 만날수록 새로운 걸 봐요. 같이 연대하는 분, 주민들이 먼저 간 우리 아이들 생일 상차림을 할 때 과일이나 조기를 사 오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Q. 유가족 입장에서 행정이나 시민사회에 아쉬운 점이 있나요.
세월호 관련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많이 열리지만, ‘행사성’으로 열리는 경우도 잦아 메시지가 자라 전달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고요.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일 수 있도록, 누군가 소외되지 않고, 골고루 프로그램의 취지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안산시에서도 안산 시민을 두루 살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2단계(2020-2022)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라는 점이 있나요.
공동체 회복이 무엇인지를 공부할 때 다른 국가가 아닌 안산에 가보면 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해요. 고잔동에는 단원고가 있고, 본오동에는 시를 쓰는 아이가, 반월동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봐주는 그런 곳이거든요. 내가 희생자 엄마가 되고 싶어 된 게 아니니까 안산이 아픈 도시가 되지 않고, 우리가 똘똘 뭉쳐서 안전한 공동체, 안전한 도시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되길 바랍니다.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유가족과 주민 간 갈등, 지역 내 유대감 상실 등 공동체 붕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안산시가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한 사업이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1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개발·시행’)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17년부터 3년간 총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내 최초 공동체 치유·회복 프로그램이다.

추진 주체는 전담기관인 안산시 자치행정과 산하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며, 비영리단체, 공익단체, 사회복지기관, 소셜벤처,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이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참여자로서 함께했다. 핵심 방향은 ‘이해와 포용성 강화’, ‘대외적 가치 확산’, ‘미래세대 성장 지원’, ‘사회적 갈등 치유’, ‘지속 자립기반 마련’ 등 다섯 가지로, 매년 30여개의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해인 2017년은 ‘공동체 회복 기반 마련기’, 2018년은 ‘프로그램 확산 및 주민 소통 확대기’, 2019년을 ‘주체역량 강화 및 성과 분석기’로 각각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세월호 가족의 심리적 회복과 자립을 도운 ‘4.16희망목공소’, ‘세월호 엄마 공방’, 유가족과 주민 간 접점을 확대한 ‘마을공동체 기억찾기 구술사업’, ‘이웃과 함께 밥한 끼 합시다’ 프로그램이 있다. 또 지역 내 생명·안전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안전교육 활성화 프로그램’, 지역 청소년과 청년을 응원하는 ‘꿈 드림 릴레이 프로젝트’, 주민들의 참여역량을 강화한 ‘주민참여 마을재생 아카데미’ 등도 진행했다.

희망제작소는 2019년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방향 수립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운영 성과 평가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안산시는 지난 3년의 실행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3년간 2단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재난극복 공동체 회복모델 정립’, ‘대외적 확산 및 공론화’를 핵심목표로 삼았다.

김현수 대안연구센터 연구원

수, 2020/04/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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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7일, 국회는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을 통과시켰다. 추경이 투입되는 부문은 다음과 같다.

입원했거나 격리된 국민들의 생활지원비(약 337억 원), 법정 차상위계층 소비쿠폰 지급(약 1조 242억 원), 확진자 방문 등으로 휴업한 피해점포 지원(약 2,634억 원), 가정양육수당 예산 확충(271억 원), 의료기관 등 손실 보상(약 3500억 원), 일자리안정자금 확대(약 4,964억 원),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약 1조 7200억 원),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약 6250억 원), 특례보증 지원(약 5조 5000억 원),대구와 경북지역의 피해복구 특별지원(약 1811억 원) 등에 투입된다.1)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과 관련해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불안과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실제 경기도가 도민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민 59%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의 우울감을 느꼈다”라고 답했다.2) 정부는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벌써 2차 추경을 논의 중이다.

물론 추경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책이 아니다. 한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코로나 19 사태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가적 방역 △주도적인 국민 참여 △지방정부의 노력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재난기본소득과 지방정부의 신속한 대응

코로나 19 사태에 관한 지방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방정부의 대응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재난기본소득’이다.

추경이 논의될 때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이번 추경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광역, 기초 등 가릴 것 없이 지방정부는 적극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준비하고,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전주시의회에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설명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전주시

전주시가 재난기본소득 실시의 첫발을 떼었다. 추경이 통과되기 전인 3월 9일 ‘코로나19 극복 위한 전주형 상생실험’으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결정했다.

전주시는 “심각한 소득 절벽에 직면한 서민들에게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고, 소비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 긴급 추경 543억 원을 편성해 전주시의회 심의를 요청했다.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결정한 지 나흘만인 3월 13일 전주시의회는 추경을 통과시켰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졌음에도 정부의 지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 취약계층 5만 여명에게 1인당 52만 7000원을 3개월 내 사용하도록 체크카드로 지급된다.”3)


▲지난 3월 23일, 울주군 ‘보편적 긴급 군민 지원금’ 지급 관련 기자회견 중 발언하는 이선호 울주군수 ⓒ울주군

울산시 울주군이 추진하는 ‘보편적 긴급 군민 지원금’은 코로나 19 재난기본소득 관련하여 다용한 고민과 논의의 폭을 확장했다.

울주군은 광역, 기초 지방정부 중 최초로 선별적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울주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전 군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을 결정했다. 2월 말 기준 22만 2,256명에게 지급되고 지역은행을 통한 체크카드나 현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울주군은“군민 지원금은 신속한 피해지원 및 경기부양 효과가 함께 대상자 선별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고소득층 중심의 소득세 부과로 실질지급액은 소득과 반비례하는 형평성 측면까지 모두 고려했다”라며 “단순한 현금복지가 아닌 침체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적기투자”라고 밝혔다.4)

재난기본소득만 있는 게 아니다

전주시와 울주군 이외에도 많은 지방정부에서는 ‘재난 긴급생활비’(서울시), ‘긴급생계지원’(대구시), ‘긴급민생지원금’(부산시) 등의 명칭을 붙인 재난기본소득 계획을 수립했고,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노력은 단순히 재난기본소득에만 머물러있지 않다. 재난기본소득에 가려져 있지만, 지방정부는 실제 주민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곁에서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실험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역 농가 감자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결과는 매번 완판이다. 단순히 판매 홍보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감자를 납품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업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지방정부와 지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중리전통시장에서 삼겹살데이 행사에 참여한 박정현 대덕구청장 ⓒ대전 대덕구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주민과 지방정부의 협력 사례도 있다. 대전시 대덕구는 중리전통시장 상인들이 매주 금요일 운영하는 ‘중리전통시장 삼겹살DAY’행사에 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 ‘대덕e로움’으로 결제하면 추첨을 통해 1만 원을 환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더해 주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군산시가 개발한 ‘배달의 명수’ 앱 메인화면

군산시는 지난달 13일 코로나 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음식배달 앱 ‘배달의 명수’를 출시했다. 배달의 명수는 기존 배달 앱과 달리 가맹점이 내는 가입비와 광고료가 없다. 노출은 거리 순으로 표시될 뿐이다.

군산시는 기존에 발행한 군산사랑상품권과 연결해 시민이 모바일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시민은 약 8% 정도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전라남도 내 지방정부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농기계 임대료를 감면하고, 지자체가 보유한 지하도상가, 공원, 도서관 등의 시설 내부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뚫고 #함께극복

이처럼 컨트롤타워인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주체적인 활약이 눈에 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직접 가용예산을 짜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주민의 불안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도 각자 선 자리에서 주체가 되어 코로나 19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화제되는 영상이 있다. 해외홍보문화원이“Korea, Wonderland? 참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콘텐츠다. 영상을 보면, 우리 모두 타인이 시켜 떠밀린 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우리의 크고 작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군가 면 마스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누군가 의료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구로 달려갔다. 16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확산세가 매섭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회적 거리를 둬야’하는 ‘코로나 19’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시민의 불안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 보태져 하루빨리 ‘코로나19’의 터널을 빠져 나와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현장에서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잠시 두었던 거리보다 우리 모두 더 가까워지길 희망한다.

– 글: 박지호 기획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 각주
1)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카드뉴스 참고(링크)
2) 여승구, 경기도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로 우울감…’심리 방역’ 약속, 경기일보(2020.03.26)
3) 전주시 보도자료, “코로나19 극복 위한 전주형 상생실험’ 전국 최초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2020.03.11). “코로나19 긴급생활안정 위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 본격화”(2020.03.16) 참고 및 발췌.
4) 울주군 홈페이지, “울주군 ‘긴급 군민 지원금’ 223억 원 지급” 발췌.(링크)

목, 2020/04/0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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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희망제작소와 파트너십을 맺어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상상학교,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의 3개 모듈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기존의 직업 체험 위주의 진로교육에서 탈피해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고 협업하면서 다양하게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지역 안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본 사업은 전라북도 남원춘향골교육공동체,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경상남도 진주교육공동체 ‘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 지역(남원 시내 권역, 남원 지리산 권역, 진주 지역)에서 두 번째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첫 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세 지역에서 청소년들은 총 아홉 개의 프로젝트 팀을 이루어 진로탐색 활동을 했고(링크), 모두 모여 결과물을 공유하면서(링크) 일단락 지었습니다. 한 해동안, 청소년들은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보고서 결과를 중심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진로를 찾는 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어떻게 지역 청소년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지원하는지, 왜 비수도권 지역에 내일상상프로젝트가 확산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청소년들이 ‘진로’를 정말 찾기 어려울까

학교가 끝나면 갈 곳이 없고 학교 안 가는 주말이면 집에서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진로체험 활동을 하긴 하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원하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 청소년들의 일상에는 지역 간 자원 불균형, 기술 발전과 ‘일’의 개념 변화, 고령화되는 인구 구조 등 사회문제의 영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표1. 지역별 면적 대비 진로체험처 수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비수도권 지역의 진로체험 자원 불균형은 짐작대로 심각했습니다.

진로체험 전산망 ‘꿈길(링크)’ 자료를 바탕으로, 진로체험 활동(강연대화, 현장학습, 직업실무체험, 현장직업체험, 학과체험, 진로캠프)이 가능한 체험처를 시도단위로 비교했을 때, 면적 대비 체험처 수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의 생활반경과 비수도권 지역의 교통 인프라 상황을 고려해 범위를 좁혀 들어가면 더 열악하죠([표 1], [표 2] 참고).


표2. 남원시와 진주시의 동 지역 및 읍면 지역 진로체험처 현황

같은 범주에서 체험활동의 분야를 살펴봐도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청소년의 욕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표 3] 참고).


표3. 남원시와 진주시의 동 지역 및 읍면 지역 직무/학과 분야 개수

자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의 상황은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 지역: 남원, 진주)의 청소년에게 진로체험 활동 경험과 수요를 조사한 결과, 세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교외에서 경험하는 진로체험 활동이 교내 활동보다 만족도는 높은데, 경험하는 비율은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표 4], [표 5] 참고).

교외 활동 경험에는 부모의 열의 등으로 대표되는 ‘가정 내 사회자본’이 더 많은 청소년이 더 접근하기 쉬운 한계가 있습니다.


표4. 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 지역 청소년의 교내 진로체험 교육 경험


표5. 내일상상프로젝트 참가 지역 청소년의 교외 진로체험 교육 경험

둘째, 학생과 학교 수가 적고 체험처 수도 적은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 교내 체험 활동 비율과 만족도 둘 다 높게 나타났습니다([그림 1], [그림 2] 참고). 이 지역은 지리산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이 많은 곳입니다.


그림1. 지역 및 학교급에 따른 교내 진로체험 활동 전반적인 만족도


그림2. 지역 및 학교급에 따른 교외 진로체험 활동 전반적인 만족도

셋째, 사회자본의 중요성이 크게 나타나지만, 정작 기존 진로체험 활동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나 ‘협업 경험 및 학습’ 요소는 적었습니다([그림 3] 참고).


그림3. 지역 및 학교급에 따른 교내 진로체험 활동 만족 요인

학교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비수도권 지역의 물적, 인적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주요 성과입니다.

지역사회와 연결된 청소년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상상학교(1단계) – 내일생각워크숍(2단계) – 내일찾기프로젝트(3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와 지역사회에 연결됩니다.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상상학교에서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어른을 만나고, 워크숍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자원을 찾으면서 프로젝트 활동을 계획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를 무대로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며, 청소년이 살아가고 있는 그 지역을 삶터로 인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지역사회 연계 사례
지리산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하여 잼을 만들어 전통시장 인월시장에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마을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사과 농장, 시장상인회, 벽화 교사 등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역사회, 학교와 연결을 통해 내일상상프로젝트를 경험한 청소년은 어떠한 변화를 경험했을까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구성한 진로탐색 5개 역량(자아 이해, 협업 능력, 주도성, 직업 의식, 공동체 의식)에서 세 지역의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성장했습니다([그림 4] 참고).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협업 능력이 높아졌습니다. 협업 능력은 사회자본 형성과 관련된 역량으로, 기존 진로체험 활동에서는 부족한 요소로 나타나기도 했죠.


그림4. 내일상상프로젝트 참여 청소년 핵심역량의 지역 및 차수별 비교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 청소년의 역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 핵심 구성원이었던 청소년 기획단 그룹이 학업 등의 이유로 도중 하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수년 동안 유사한 활동을 경험해 높은 역량을 가진 청소년을 중심으로 심화형 모듈로 구성하여 진행했는데, 중간에 구성원이 바뀌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의 모듈을 기본형으로 적용한 진주 지역의 청소년들은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역량 관련 이외 문항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는데요. 청소년이 가진 ‘진로’의 개념이 확장했습니다([그림 5] 참고).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직업’을 ‘진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는 ‘직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삶’, ‘장래희망’ 등 ‘직업’ 이외의 부분을 ‘진로’로 여기는 변화를 경험한 것입니다.


그림5. 지역별 청소년이 생각하는 진로의 의미에 대한 변화(좌측부터 남원 시내 권역, 남원 지리산 권역, 진주 지역)

내일상상프로젝트 확산을 위한 두 가지 방법, 공교육 연계와 공동자원체계

마지막으로 새로운 지역에 내일상상프로젝트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확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첫째, 공교육과의 연계는 세 지역에서 모두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진로체험 활동이나 그 밖의 교외활동을 통해서도 학교와 연결 지점은 있지만, 내일상상프로젝트는 개인 교사들과의 관계망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교육 경험과 역량, 그리고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에 열의를 가진 교사들이 내일상상프로젝트에 ‘길잡이 교사’로 함께 하며 학교 안팎을 이어줍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갖는 관계는 상보적입니다. 학교의 지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상상프로젝트의 경험은 청소년과 교사, 두 가지 통로를 통해 학교 안으로 확산됩니다.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성장할 수 없었던 역량을 쌓고, 교사는 청소년이 가진 역량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학교가 가진 제약 안에서도 교과 및 동아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듭니다.

둘째, 공동자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는 청소년이 직접 새롭게 자원을 발굴하기도 하고, 기존에 갖추고 있던 자원을 연결하여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최종사용자(end-user)인 청소년이 실제로 원하는 자원을 갖추게 됩니다.

세 지역에서 한 해 동안 발굴하고 연계한 자원의 목록을 보면, ‘꿈길’의 진로체험처보다 폭 넓은 범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서 형성된 공동자원체계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지역기관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청소년들까지도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물적·인적 자본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은 기존 진로체험 활동을 통해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또래·멘토와의 협업을 통해 협업 역량이 향상되고, 진로의 개념이 ‘직업’을 너머 ‘삶’, ‘장래희망’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청소년들의 변화와 성장은 2, 3차년도에도 이어서 추적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의 이정표를 마을에서 찾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 온 마을이 함께 나침반이 되어주는 내일상상프로젝트에서 청소년이 만들어갈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 글: 유진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0/04/0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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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 최초로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전주시가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중위소득 80% 이하인 5만 명에게 52만 7천 원을 체크카드에 담아 지급하며 전주시 내에서 3개월 동안 쓸 수 있습니다.
김승수 시장은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지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어나가는 지방정부 단체장 모임인 목민관클럽의 공동대표를 맡아 지방정부의 자발적 협력과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과 코로나 이후 사회를 준비하는 지방정부의 고민을 듣기 위해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이 직접 김승수 시장을 만났습니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전주시의 상황은 어떤가요.

대한민국 전체가 재난 현장이고 시민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전주 역시 모든 분야에서 초유의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인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모든 도시는 여러 군락으로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현재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거지요. 예를 들면 전주경제의 중심인 관광생태계만 보더라도 여행사 매출이 ‘0’입니다. 여행사 매출이 ‘0’이면 전세버스, 관광해설사, 음식점, 숙박업 등 줄줄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주는 특히 그렇지요.

전주시가 ‘착한임대운동’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에서 관심을 쏟았던 건가요.

‘착한임대운동’은 이미 4년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계속 연구해 왔고, 건물주와 임차인 상생협약인 ‘함께가게’, 착한 공인 중개 정책인 ‘사회적 부동산’도 운영해 왔습니다. 아울러 구도심에서 임대계약을 ‘매출 연동형 임대료’나 ‘임대료 동결’을 유지할 경우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시에서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 왔습니다. 이 기반을 바탕으로 ‘착한임대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건물주들 설득하는 시작단계에서 많은 분이 우려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불가능할 것이고, 실패할 경우 시장의 정치적 부담이나 행정의 권위 실추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임차인들의 절박함과 삶은 무게는 저에게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착한임대운동’을 결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착한임대운동’을 마냥 반기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행단계에서 건물주들이 반발했고 공무원들이 굉장한 고생을 했습니다. 여러 차례 긴급간부회와 동장 회의를 통해서 공무원들이 직접 건물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엔 건물주들로부터 모멸도 당하고 핀잔도 들었는데 그 진심이 전해지면서 많은 분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사실, ‘착한임대운동’에 참여해 주신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영세한 분들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 주신 겁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1년 전부터 꾸준히 모임을 갖고 고민해 온 한옥마을 상인들과 주민들이 선뜻 응해 주셔서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시 착한임대운동’을 칭찬해 주시면서 전국으로 파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건물주들도 시민들도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고 전주가 ‘가장 인간적인 도시’로 가는 큰 문이 하나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도 지방자치가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나요.

재난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가장 늦게까지 고통을 받는 층이 바로 저소득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입니다. 고통이 지속하면 인간의 존엄마저 해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결단과 상식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당시 처음 시작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 바로 그런 일이었습니다.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은 어렵고 예측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의미의 기본소득 개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위기에 즉각 대응하는 ‘한시적인’, 그리고 취약계층에 한정하는 ‘제한적인’ 재난소득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울러 ‘구호 수당’이라는 낙인감을 덜기 위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주시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때 어떤 부분을 고려했나요?

위기 때 찾아오는 공동체 파괴를 어떻게 막아 낼 것인가?(아니면 더 강화할 것인가?) 중앙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와 천차만별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멈춰버린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작동 시킬 것인가? 크게 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은 “전주형 기본소득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힘들 때 ‘당신 곁에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회적 연대”에 있습니다. 시민들의 따듯한 마음과 마음이 반드시 서로 이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둘째, 직접 지원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시민들께서 가장 급하고 어려운 곳에 우선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셋째, 선불카드로 지급되고 3개월 이내에 전주에서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263억 원이 지역에서 돌게 되고 지역 상권도 지금보다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정책에는 실험적 요소가 있습니다. 전주가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전문기관을 통해 전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할 것이고, 그 결과는 향후 유사한 사업을 진행할 때 유용한 참고가 될 것입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전주시의 우려는 없었나요.

많은 분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막대한 예산 소요, 엄청난 행정력 낭비와 소모, 현실적 기준 마련의 어려움, 제외된 시민들의 불만 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 등등이 지적됐습니다. 물론 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그 지적이 모두 옳다고 하더라도, 우리 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어려움에 부닥친 시민들을 우리가 따뜻하게 안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려움에 부닥친 시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치면 삶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겪을 고통과 상처, 후회보다는 지금 결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가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주시 의회는 어땠나요.

재난기본소득 도입 초반에는 ‘의회 패싱’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워낙 긴급한 사안이었기에 잘 받아주셨습니다. 의원들께서도 현장의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전주시 의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총선 국면을 앞둔 가운데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소득 하위 70% 대상) 관련해 여야 할 것 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의 재원 20%를 부담하게 하는 등 지방정부의 입장과 재정을 봤을 때 마냥 반길 순 없지 않나요.

지방정부는 현장과 가장 밀접해 있습니다. 시민들의 직접적인 삶과 맞닥뜨려 있기 때문에 중앙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위기상황일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탓하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서로 소통하고 지혜를 짜내서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 관련해 중앙정부 중심의 방역/관리체계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방정부에서는 어떤 역할을 주목하나요.

국가 단위에서 방역/관리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중앙에서 큰 원칙과 방향을 잡아주면 지방정부에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창의적인 대책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방역에 마스크 착용과 소독이 중요하다”는 지침이 발표되면 전주시는 ‘매주 수요일은 전주시민 일제소독의 날’로 정해서 대대적인 소독을 합니다. 해외입국자 격리지침이 발표되면 대학기숙사나 시내 호텔 등을 섭외하여 철저한 검진과 격리를 추진합니다. 이처럼 지방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하며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뼈대를 만들어 간다면 지방정부를 피를 돌게 하고 살을 붙여가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금, 2020/04/1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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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에서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숙의 유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다섯 가지 숙의 유형(⓵시민배심원제, ⓶합의회의, ⓷시나리오 워크숍, ⓸공론조사, ⓹타운홀 미팅 방법 등) 중 시민배심원제, 합의회의, 시나리오워크숍 등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숙의 유형 중 공론조사에 관해 전합니다. 일반적인 여론 조사 내 숙의 과정을 포함한 것으로 특정 안건에 관해 새로운 의미와 여론을 측정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공론조사는 시민의 의견을 수집하고 확인한다는 점에서 기존 여론조사와 같은 맥락이지만, 능동적인 학습과 토론이라는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의 의견을 측정하는 점에서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와 2018년 대입제도개편과 관련해 국가 단위의 공론 조사를 실시했고, 지방정부 단위에서는 김해의 장유소각장 현대화 사업, 남해의 망운산 풍력발전소 건립에 관한 공론 조사를 벌였습니다.

숙의를 거치며 변화하는 시민의 생각과 의견

공론조사의 첫 단계는 공론화 의제와 관련한 1차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조사결과에 근거해 대표성을 갖춘 시민참여단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약 200~300명 정도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 받고, 전문가 강의를 포함한 상호 토론 과정을 거칩니다.

충분한 학습과 토론이 진행되었다면, 1차 여론조사와 동일한 질문으로 2차 여론조사를 진행해 학습과 토론에 따른 참여자의 태도와 인식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다시 말해 의제를 학습한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며 발생하는 의견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정책을 결정하는 데 공론 조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신고리 5·6호기는 지난 2016년 건설 허가 이후 2017년 6월에는 종합공정률이 28.8%에 이르는 상황이었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천명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은 공사 자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7월 17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구성

공론화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분야 별 전문기관 및 단체 당 3인의 후보를 추천 받아 1차 후보군을 구성했습니다. 후보군 내 원전 찬반 입장을 갖는 기관 및 단체의 제척 의견을 받은 뒤 제척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17인 중 8인의 후보군을 선정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 통계, 갈등 관리 분야 등 각 2인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시민참여단 구성은 국민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층화추출을 위한 이중추출법을 사용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의 만 19세 이상 국민을 지역, 성별, 연령으로 3차원으로 층화한 후, 비례 배분한 20,000명을 층화 무작위 추출헤 1차 표본을 구성해 1차 공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차 표본을 건설 재개/중단/판단유보, 성별과 연령으로 층화한 뒤, 비례 배분한 5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2차(478명), 3차(471명), 4차(471명)에 걸친 공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시민참여단은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숙의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1일), 숙의 자료집, 2박 3일 종합토론회, 이러닝(e-learning), 온라인 교육 등이 제공됐고, 지역순회 공개토론회, TV 토론회, 미래세대 토론회도 열렸습니다.

건설 재개,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축소

1차 공론 조사 결과는 건설 중단에 비해 건설 재개의 비율이 유의미한 차이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차이가 더욱 커지면서 되어 최종 공론 조사 결과에서는 건설 재개를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0%p 더 높았습니다.

한편, ‘원자력발전의 축소’가 53.2%로 ‘원자력발전 유지’, ‘확대’보다 높게 나타나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시도된 전국 단위 대규모 공론 조사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 시도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 공론 조사는 전문성을 이유로 관련 전문가 또는 지역 주민 등 직접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논의되던 방식을 국민의 생활 이슈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양자택일 상황을 요구하던 과거 공적 의사결정구조에서 벗어나 선택의 폭을 넓혀서 대안을 모색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실시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존 공론 조사에 비해 표본의 규모가 대폭 확대된 점과 고도화된 표본 추출방식을 활용한 점은 조사의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의 높은 참여 덕분에 숙의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공론의 장’이 마련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문가가 아닌 왜 일반 시민이 결정하는가

그러나 공론화 의제와 방식을 정하는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갈등이 첨예하고, 공론화를 저해할 만한 요인이 다수 존재하는 사안이었던 만큼 공론화 의제와 방식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고가 없다면, 공론화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문 영역의 결정을 전문가가 아닌 왜 일반 시민이 결정하는가”에 관한 의문 등 공론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참여를 거부하는 이해관계자도 있어, 공론화 방법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치밀하게 설계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공론화 절차에 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찬반이 팽팽한 만큼 공론 조사라는 숙의 유형만으로 의사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숙의 과정이 모든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거나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전문가의 결정으로만 실현될 수 없듯이 민주주의를 이끌고 가는 시민의 참여와 숙고로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찾는 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전문가와 생산자가 논의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원자력 에너지를 실제 소비하는 시민들이 논의의 주체가 됐다”라는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의 말처럼 숙의를 활용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가는 ‘시민 주인공’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출처: BBC코리아, 김지형 공론화위원장: “좋은 절차가 정의일 수 있다”(링크)

– 글: 안영삼 미디어센터장·[email protected], 감수: 이규홍 대안연구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토, 2020/04/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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