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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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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익명 (미확인) | 화, 2016/01/19- 09:57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⑦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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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회자되는, 한 코미디언이 청소년에게 조언했다는 말이다. 농담인 것 같지만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다. 예리한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도 그대로 투영한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 그러므로 그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 말은 결국, 청소년에게 ‘그런 노동자가 되면 안 된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구해근)에 따르면 1977년 한국노총이 전국 여성 노동자, 대부분 공장 노동자였던 여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작업장’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8%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직장’이라고 답했다. 단지 14%만이 ‘높은 보수를 주는 직장’을 꼽았다. 저자는 ‘인간적인 대접’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노동자는 흔하다. 경비 노동자가 주민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반성문을 쓰는 일, 청소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거나 콧노래도 부르는 것까지 통제 받는 일, 운전기사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일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는 전문직인 항공승무원이었다. 피존 회장의 엽기적 폭력에 시달렸던 것은 사무직 노동자들이었다. 직원을 고용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특정 직군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마치 직업에 귀천(貴賤)이 있고 계급이 있는 것 같은 차별, 그리고 직장 내 존중 없는 문화가 뒤엉켜 공포와 절망감을 만들고 ‘헬조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이런 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 복지혜택 등 다른 조건도 중요하지만, ‘존중’이 없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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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의 요건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먼저 ㈜서울메트로환경에서 2016년 1월 1일부로 ‘관리장’ 또는 ‘기동반장’으로 승진을 한 여성들이다. 이 기업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사‧기지 등을 청소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회사다.
또 다른 사람은 얼마 전까지 출판 노동자였다가 지금은 반전‧평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상근자로 일하는 이용석씨다. 두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주제, 즉 ‘존중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성 청소 노동자 ‘관리장’ 승진의 의미

지난 1월 8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의 회의 탁자에서 신임 관리장 한정림 신명주 박시후씨, 그리고 신임 기동반장 이동순씨를 만났다. 나이는 50대 초중반, 입사 5~9년차, 대부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대에 일을 다시 시작한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승진’은 보통 의미가 아니다. 3년여 전까지만 해도 아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 직원이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 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2013년 5월 서울메트로환경이 서울메트로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그 결과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용역회사 몫이 없어진 만큼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랐다.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이 두 가지 변화의 의미가 가장 크겠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좋은 점들은 더 있다. 승진 기회가 열린 것이 그 중 하나다. 이전에는 직원의 80% 이상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장 60명 전원이 남성이었으며, 청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력직들이었던 것이다.
2014년 1월, 현장 직원인 여성 3명이 처음으로 관리장 승진을 했고, 이번 승진자까지 포함해서 현재는 60명의 관리장 중 13명이 여성이다. 기동반장도 이전에는 24명 전원이 남성이었는데, 이번에 이동순씨가 첫 여성 기동반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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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관리 업무는 처음이라 발령받고 걱정도 됐지만 제가 맡은 3개 역사 직원들을 만나보니 현장 출신 여성 관리장과 일하게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했다. 업무를 잘 알고 애로사항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데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고령 직원들이 많은 편이라서 관리장이 직원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2개 역을 담당하게 된 신씨는 “지금까지는 군대식 지시문화가 강했던 현장이다보니 저보고도 ‘언니, 언니’ 하지 말고 권위를 세우라고 조언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쉬라고 권해도 안 쉴 만큼 성실하신 분들이라 위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청소 일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좋아진 점 또 하나는, 교육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17주에 걸쳐 직무지식, 안전,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청소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승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매 기수마다 신청자를 다 받을 수 없을 만큼 호응이 크다.
지난해 이 교육을 수료한 박씨는 “꼭 관리장이 되려고 수강한 게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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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소약품과 설비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그 전까지는 직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는 채로 약품과 설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조진원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청소는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약품을 오남용해서 호흡기 질환, 낙상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청소야말로 전문지식과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좋아진 점’들은 더 있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가 명절에 전 직원에게 초콜릿 선물을 했다는 것, “고민 있으면 누구든 연락하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는 것 등이다. 이들은 “초콜릿 단가가 1,000원쯤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고민 있다고 대표에게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말할 곳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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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고 나서 씻지 못하고 집에 가는 게 가장 고역”이라는 직원들 의사가 반영돼 거의 전 역사에 샤워시설이 마련된 것도 ‘소통의 채널’이 생긴 효과다.
신씨는 “예전에는 퇴근할 때 지하철을 타면 땀 냄새를 옆에서 맡을까봐 자리가 비어도 앉지 못하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서서 갔다”고 했다. “역무원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역도 있었지만, 당직 기관사가 쉬는데 피해가 될까봐 드나들기까 꺼려졌어요. 그런 고충을 아무도 영영 몰라줄 줄 알았는데 말할 기회가 생기고, 실제로 바뀌니까 꿈만 같지요.”

이런 변화들이 알려지면서 채용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원자 나이도 젊어지는 추세다. 청소업계에서 지하철 역사 청소는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도 그렇다는 게 중요하다. 조 대표는 농담조로 “우리는 특수물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객들이 남긴 토사물을 말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특수물질’을 다루는 게 즐거울 리 없건만, 네 신임 관리장들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이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다 ‘왜 하필 청소를 하느냐’고 말렸지만 건강할 때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하게 됐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좋아지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더 좋은 직장도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면서 “제 아이에게도 뭘 하든 네가 행복한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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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존중’

이처럼 전 직원이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식의 변화는 흔치 않은 것이라서, 서울메트로환경의 변화 대부분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변화라 해도 일방적으로 ‘주어졌을’ 때 반발을 사기도 한다. 진정한 ‘존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석씨는 몇 년 전까지 ‘하루 6시간 근무’로 유명한 한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짧은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직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이씨도 “하루 6시간 근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은 확실히 있었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강도가 극심해진 것도 아니었다. 본래 일이 많은 편이 아니라 6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폭언이나 위계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사가 반말도 삼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대표가 “내 밑에는 아무나 데려다 놓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 강아지나 병아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부서 이동, 업무 배치 등에 직원의 의사가 무시되는 일도 잦았다. 그밖에도 여러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소통과 개선을 요구했지만 거부되면서 사내 갈등이 심해졌다.
“일터에 존중이 있는지 아닌지는, 어떤 복지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겉으로는 신사적이면서도 직원을 쓰다버릴 물건처럼 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은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고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게 존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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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은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지만 다수의 상근자를 둘 여건은 안 된다. 이씨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그것도 주 4일 상근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곳은 ‘좋은 직장’이다. 가치관에 맞는 일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끼리 계획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인데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 인정하면 일 더 발전시킨다”

그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사람은 아주 단순한 일을 할 때도, 심지어 아우슈비츠처럼 내일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지, 어떻게 개선시킬지를 고민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자기 일을 조금이나마 더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인정하고 북돋아주는 일터가 좋은 일터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하는 곳은 임금 등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일일 수 없다는 생각도 전했다.
“물론 개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꼭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그 일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그게 인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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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 앞의 이야기는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청소와 같은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이로 인해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상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편견이 강한 일터에서도 존중의 문화가 있을 때 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조진원 대표는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처우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부분을 개선한 뒤 실제로 지하철 역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고 했다.

뒤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차별의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출판사라는 직장은 ‘계급이 낮은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일은 없는 곳이다. 이용석씨가 경험한 출판사는 도리어 겉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 만한 근무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고 도구인 것 같은’ 대우에 괴로워했고 일부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좋은 노동, 인간적 대우 요구해야

사회적 차별이 개별 기업들의 문화 개선만으로 고쳐진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고용 현실은 없던 차별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대표적이다. 책 ‘비정규사회’(김혜진)의 저자는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처럼 여겨진다”고 썼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임금 및 처우 면에서 차별할 뿐만이 아니라 낮은 계급인 것처럼 대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는 데 따른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 묻기보다는 “비정규직을 하대하고 자기 일까지 떠넘기는 정규직들을 다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끼리의 대립구도로 가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또, 파견‧용역 제도 하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건설‧제조업 하청업체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처우에 몰려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특히 고령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파견할 수 있게 하는 소위 ‘노동법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도 기왕에 ‘낮은 일자리’에 진입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따질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해고’다.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구조조정’할 수 있는 ‘생산요소’로만 보는 기업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사람들의 집합’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용 유연성’만 주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는 정부로 인해 노동자의 존엄성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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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의 저자는 “만일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정의라면, 누구나 좋은 삶에 기여하는 노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 했든 못 했든, 능력이 있든 없든, 업종과 직업과 직무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적인 대접’, 즉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도 ‘낮은 계급인 것처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문화, 누구도 도구처럼 쓰고 버릴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야 차별을 하는 사람조차 ‘나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사는 모순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시리즈를 통해서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존중의 측면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하나씩 돌아봤다. 앞으로 재미, 개인의 발전의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하단의 설문조사에는 1월7일까지 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일을 확산시켜 가자는 제안을 위한 것인데, 참여도를 보면 이 일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사회의 어느 부분은 어쩌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체로 ‘인간’의 존재가 부정되는 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차별과 존중 없음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의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기억해야 할 장면 하나를 짚어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시발점이 된 울산 현대그룹 공장들의 봉기 때, 노동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는 ‘머리길이 규제 철폐’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경멸적으로 대한 결과는 이후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진 투쟁이 말해준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맨 위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과 연구원을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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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⑪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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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저희 보고 앞으로 사회 나가서 이웃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저희가 왜 그래야 하나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전한, 어느 서울대 신입생이 했다는 말이다. 지난 2월 정년퇴임하기까지 25년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한 윤 전 장관은 최근 9년 동안 일종의 멘토링 프로그램인 ‘신입생 세미나’에 꾸준히 참여했다. 여기서 신입생들을 만날 때마다 “서울대 학비가 싼 것은 네가 배운 것을 공동체를 위해 쓰라는 뜻이다”, “잘 배워서 이웃을 위해, 세계 시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말을 해 왔는데, 한 학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말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윤 전 장관은 “그 학생 잘못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가르쳐 온 어른들의 생각 속에 ‘낙오되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고 이는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의식’이 사라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으로 기획한 ‘시대정신을 묻는다’ 시리즈의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지난 4월 14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윤 전 장관을 만났다. 지난 10회의 인터뷰 동안 한국 사회를 진단해 온 것에 한반도의 외교적‧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분석, 통일에 대한 관점을 더함으로써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 것이었다.

‘같이 잘 살자’는 의식 없어진 한국 사회

인터뷰는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두 시간 이상 이어졌다. 그중에서 위의 내용을 가장 먼저 적은 것은 인터뷰의 핵심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로 ‘공동체의식이 사라진 것이 한국 사회 여러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통일과 교육, 복지, 정치에 대해 말할 때도 일관되게 ‘공동체 의식’을 중심에 두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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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갈등이야 있었겠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식이 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 발전의 동력이었지요. 그게 서서히 약화되고, 사람들이 원자(原子)화돼서 개별 이익에 몰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도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해체와 함께 윤 전 장관이 지적한 한국 사회의 문제는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이다. 그중에서도 한반도의 미래, 즉, 북한과 통일에 대한 준비 부족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북한 내부의 흐름으로 볼 때 체제 변화는 짧으면 5년, 길게 잡아도 10년 내에는 온다”고 전망하면서 “그때까지 정치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통일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 측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일대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시점을 ‘2018년 봄’으로 특정했다. 미국과 우리나라 대선이 연달아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북한도 미국도, 또 우리로서도 입장을 유보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언론브리핑을 했을 때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진지하게 나온다면 평화협정 전환도 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했지요.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그 목표는 어디까지나 붕괴가 아니라 협상입니다. 2018년 봄은 전환을 시도해볼 중요한 시점인 것이죠.”

문제는 그 전에 예기치 않은, 의도하지 않은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다. 그랬다가는 중요 시점을 허무하게 넘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장관은 “그때까지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자 간에 대화 통로가 어떤 형태건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 비행기가 우리 영공으로 날아온다 할 때 단순한 사고인지 도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게 정상적인 겁니다. 이 채널이 없으면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도 양쪽의 오해로 상승작용을 거쳐 통제 안 되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북한까지 공동체로 회복하는 것이 통일”

물론, 늘 예측 불가능성으로 무장하고 도발해 오는 쪽은 북한이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윤 전 장관도 “현재 남북 관계의 많은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하에서 최선의 대북정책을 찾는 게 한국 정부의 몫인 것도 분명하다고.

“상식적이고 대화가 통하는 북한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때 그때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을 대북정책 기조를 세워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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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것은 남북 주민 간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남북한 주민들 간에 서로 통합하려고 하는 힘을 ‘구심력'(求心力 : 원운동에서 원의 중심으로 향하는 힘)으로 표현했다. 이 구심력이 있어야 계속 더 만나고자 하는 의지도, 통일을 향한 내부 동력도 생기고 통일 이후 통합과정도 순조로울 텐데 그러지 못 해 남북이 물과 기름처럼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 위기가 있더라도 비정치적‧비군사적인 협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의료‧보건, 환경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의료시설과 약이 부족해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고, 환경을 위한 협력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페니실린이 핵무기로 바뀌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노력이 없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철수’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한 상황에서 다소 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윤 전 장관은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 공조를 위해 미국‧중국을 설득하려는 현 정부 입장에서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개성공단을 열어두고 대북제재를 하자는 게 자기모순처럼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꼭 ‘영구 철수’라는 입장을 취하지 않아도, 우리의 요구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중단한다는 입장표명만으로도 효과는 동일하고 향후 활용할 ‘카드’도 마련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윤 전 장관이 제시하는 ‘일관된 대북기조’는 바로 ‘공동체 회복’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이미 우리 통일방안의 핵심 개념은 ‘민족공동체’였다”고 상기시키면서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의 범위에 북한 주민까지 포함하고, 품어 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가능한 통일방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 윤 전 장관은 2013년 6개월 간 독일 베를린에 머물 당시 들은 내용을 전했다. 독일 통일에 있어서 1982년 당시 헬무트 콜이 이끄는 기민당 연립정부가 경쟁 정당인 사민당의 동방정책, 즉 동독을 비롯한 공산권과의 교류를 강조하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큰 계기가 됐었는데, 그 이유에 대한 것이다.

“당시 통일에 관여한 국회의원, 전문가들의 설명은 한결같았습니다. 기민당 정치지도자들은 아데나워 총리 이후 ‘서방정책’, 즉 우방인 서방 국가들과의 교류를 우선시 한다는 정책을 고수했지만 어느 순간 우방들의 주된 관심사는 통일이 아니라 현상유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동맹국이 중요해도 이렇게 입장이 다르다면 방향키를 돌려야겠다고 결단한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의식이겠지요.”

윤 전 장관은 “독일은 통일정책뿐 아니라 슈뢰더 총리 때도 경제 개혁과 관련해 과감하게 초당적인 결단을 내려왔기 때문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잘 버텨올 수 있었다”면서 “우리는 국가의 이익 앞에서 정당 이해관계를 초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인들을 가졌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돈 많이 드는 통일 원치 않는’ 이상한 나라?

여기서 잠깐, 과연 통일은 한국 입장에서 ‘국가 이익’인 것이 분명할까? 한국 국민들도 주변 국가들 못지않게 ‘현상 유지’를 더 원하는 게 아닐까?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 혼란을 감당하기보다는 그쪽을 택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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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윤 전 장관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전한 서울대 신입생의 질문과 다르지 않게 들렸던 것 같다. “지금 세대가 자라면서, 공부하면서 배운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들이 일반적일 수도 있겠다”면서 그는 독일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더 꺼냈다.

4년 전쯤, 독일 통일을 주도했던 인사 20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독일의 권위 있는 주간지 ‘슈피겔’이 이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이 방한 후에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돈 많이 드는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한국보다 훨씬 앞선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 사람들 눈에도 우리가 굉장히 비정상적인 겁니다. 한 나라가 유지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 공동체의 정신을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에 와 있는 것입니다.”

윤 전 장관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민족, 국가의 상태가 지극히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정상 상태로 돌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긴 역사 속에서 겨우 70년 동안의 남북 분단이고, 군사 대치 상황인데 이를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고, “이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은 내 손자손녀, 또 그 뒤 후손들의 행복을 당장 내가 편하게 살고자 희생시키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도 강조했다.

즉, 통일은 “비용 계산 이상의 근본적인, 정신적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통일 비용’에 대한 인식 자체에도 오해가 있다고 부연했다.

“통일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우리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당 부분은 국제 자본시장의 도입, 투자 등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내는 비용이 있다고 해도 중장기적인 ‘분단의 비용’, 즉 군비라든지 남북대결, 여러 사회적 비용, 예측 불가능성에 따른 비용과 비교해본다면 훨씬 작을 것입니다.”

교육 개혁과 복지 시스템은 연결돼 있다

이렇게 ‘경제적 이득’으로 설명해야 그나마 이해하는 한국 사회를 안타까워하면서 윤 전 장관은 그 원인을 1960~1970년대의 ‘개발연대’에서부터 시작된 ‘성장제일주의’에서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가난 극복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 경제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게 된 우리 사회에 ‘정신적 빈곤’이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주의의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이 현상이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산됐고 양극화도 심화됐으며 그 결과 공동체 의식도 실종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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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문제는 교육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래 사회의 방향과 교육 현실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 개편이 시급하다”고 윤 전 장관은 강조했다.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중심에 두는 교육이 하루빨리 회복돼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과 뗄 수 없는 부문이 ‘복지’다. 앞서 말한 ‘신입생 세미나’ 때마다 학생들에게 “뭘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좋아하는 걸 하고 싶지만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한다면서 윤 전 장관은 “현실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학생들이 공무원시험, 로스쿨, 의대로 몰려 엄청난 에너지가 국가적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걸 하다가 실패해도 선진 복지국가에서처럼 최소 2년은 소득의 70%는 보장받는다는 확신이 있으면 왜 그 길로 안 가겠습니까?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복지 시스템도 바꿔야 합니다. 선진국을 보면 사회를 안정시키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게 유지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복지 시스템입니다. 복지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사회적 통합도 공동체 의식 형성도 어렵고, 성장 잠재력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윤 전 장관은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서서히 기울어져 내려가다가 쇠퇴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령화 문제도 교육 문제도 뻔히 보면서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난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개혁의 길목마다 막고 있는 기득권과 이익집단들의 영향력을 떨쳐 내고 미래 지향적인 결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에 호소해서 증세도 설득해내야 한다. 다만 흔히 떠올리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아니다. 그런 구시대적 리더십은 문제를 심화시키기만 한다고 윤 전 장관은 말했다.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국제 사회 영향으로 이미 다원적‧수평적‧개방적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1960~1970년대의, 비교적 단순한 농업 중심 사회나 초기 산업사회의 수직적이고 덜 개방된 구조와는 이미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리더십과 제도는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지요. 이 간극이 오늘날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입니다.”

수평적, 개방적, 다원화 된 사회에서 정치적 리더는 수많은 이해집단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윤 전 장관은 “그것이 진정한 민주적 리더십”이라면서 “이것이 있어야 우리 사회의 욕구가 법과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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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 안전하고 자유로운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환경 조성자, 경제 활동의 공정한 룰을 집행하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개혁의 문제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 정부는 ‘모든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입장이지만, 윤 전 장관은 “금지해야 할 것은 과거 정부 주도 경제발전 당시와 같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규제”라면서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한 규제, 특히 대기업의 반시장적 행위 등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고민하는 정치인 택하면 희망 있다”

인터뷰 내내 걱정과 안타까움을 주로 표현한 윤 전 장관이 유일하게 희망적으로 평가한 것은 지난 20대 총선 결과였다. “결과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면서 “지금처럼 가서는 안 되겠다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다만 새로 정치권력을 얻은 정치인들의 행보가 중요할 것이고, 이를 제대로 알리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향후 2년 정도의 행보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다음 대통령 선택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희망은 있다는 것이 윤 전 장관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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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공동체로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정치인을 뽑는 것입니다. 눈앞에 정치적 이익과 자리 유지를 위해 뛰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정치인, 정당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도 정치에 관심 있으면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이것으로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 시리즈를 마칩니다. 6월 15일 서울시청 동그라미방에서, 그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정리하여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2016년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시대정신을 묻는다 결과 발표 간담회’가 열립니다.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후기를 공유하겠습니다. 그동안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 시리즈에 관심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화, 2016/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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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⑧ 재미있게 일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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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원래대로 출근할 것입니다.”
최근 세계 최대 당첨금 액수로 유명한 미국의 ‘파워볼’ 복권 당첨자인 한 중년 부부가 NBC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남편은 창고 관리자로, 아내는 병원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돈으로 약 4,800억 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게 됐는데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02살의 나이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요리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미국의 ‘할머니 선생님’ 이야기도 최근 화제가 됐다. 이 선생님은 “이 일을 가능한 한 오래 하고 싶다”,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도 고된 일상을 주머니 속 복권 한 장에 대한 희망으로 이겨내고 있는, 어떻게든 빨리 일에서 놓여나야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이란, 금전적 여유가 충분하면 할 필요 없는 것일까?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책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세기에 “만족과 보수를 받는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한 말을 전한다. 이후 2,000년 이상 이런 생각이 유지되다가 18세기에 이르러 신흥 자본가 계급인 부르지아지에 의해 “보수를 받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태도가 나타났다. 이는 “결혼 안에도 로맨스가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면서, 알랭 드 보통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을 중심에 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이 형벌이나 속죄 이상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처음이다. (중략) 직업 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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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떤 직업을 원하느냐?’와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수없이 들으며 자란다. 어려서는 무작정 야구선수, 요리사, 연예인 등 ‘재미있을 것 같은’ 직업을 댄다. 주변의 시선과 인정, 부모님의 기대 등을 의식하면서 의사, 변호사 등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개인의 삶은 포기해도 돈은 많이 받는’ 식의 기준을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기왕이면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의 요건에 늘 ‘적성’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적성이란, 내가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의 조건에서 ‘재미’는 어디쯤 위치할까?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근무조건이 괜찮고, 인정과 존중이 있는 일이라 해도 ‘재미’가 없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의 ‘재미’란, 어떤 의미일까?

‘구성원 즐겁게 해주기’ 전담팀 둔 기업

요즘 부러움을 사는 근무환경으로 ‘꿈의 직장’이라 통하는 기업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직장’으로 자주 거론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을 찾아가봤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개발‧운영업체로 더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바로 앞, 놀이동산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위치해 있다. 최근 몇 년간 정규직만 3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배민프레시’, 맛집 메뉴를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등 조직이 더 생기면서 지금은 본사의 옆 건물 일부도 사용하고 있었다.

이용화 피플팀장과 성호경 홍보팀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오전 찾아갔을 때, 이들은 옆 건물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직원들에게 월요일 점심, 화~금요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인데, 요리를 책임지는 쉐프 2명도 피플팀 소속의 직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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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팀은 인사팀의 다른 이름인가 했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서였다. 쉐프를 제외하면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성원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저희는 직원이 아니라 구성원이라고 불러요.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말을 쓰고요.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대표적인 업무가 구성원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300명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그 수준도 회의 때 이름 불러서 문화상품권 주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이 팀장이 “제가 최근에 받았던 생일 케이크”라면서 보여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니, 케이크 위에 ‘용’과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팀장의 이름(용화)에 맞게 구성원들이 데코레이션을 해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일 맞은 사람의 특성에 맞게 케이크를 준비하고, 개성 있는 사진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복도에 붙여 놓고 여러 사람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전달한다.

생일날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한다. 이것을 ‘지만가’라고 하는데 ‘지(자기)만 집에 가도 돼요’라는 뜻이란다. ‘지만가’는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양가 부모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도 적용된다. 각 부서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도 피플팀의 일이다. 부서장에게 일주일 전부터 날짜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조정해서 해당 일에 구성원을 일찍 퇴근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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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에는 전 직원 야유회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샵’ 행사가 크게 열린다. 2015년 9월에는 회사 전체를 피터팬 동화 속 네버랜드를 콘셉트로 꾸몄다. 이런 일은 피플팀원들끼리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노예’라는 이름의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더 내서 참여하라는 것인데도 경쟁률이 상당하다. 지원 동기와 특기를 적어내도록 해서 이를 바탕으로 선발해야 할 정도다.

“내 아이디어가 채택될 때 제일 즐겁다”

이렇게 별도의 팀까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즐겁게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다보니 발 빠르게 대응해야 될 상황도 자주 생기고, 야근도 자주 하게 되는데 구성원들끼리 친하고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겠느냐”고 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성과에 대한 압박, 내부 경쟁,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팀장은 “재치 있고 기발한 서비스, 광고, 이벤트 등을 계속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사업인데, 그런 문화가 내부에서부터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느냐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말은 즉,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어느 기업이나 알아요. 그렇지만 ‘소통하라’고 액자에 써서 온 사무실에 붙여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탑다운’(top-down)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뭔가를 진짜로 바꾸려면 아래로부터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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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에서 중시하는 ‘재미’는 비단 이벤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 더 강조점이 있다. 사내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를 보면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나는 일의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있다” 등 문구들이 눈에 띈다. 자기 업무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업무 전체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메시지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일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학생 인턴은 ‘열정 노동’ 논란이 일면서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여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IT 개발자 지망생을 위한 ‘배민 개발학당’,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 지망자를 위한 ‘우아한 캠프’ 등이 진행됐는데, 처음부터 채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참여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성 팀장은 커피를 따라 줬던 종이컵을 들어 보이며, “여기 이 ‘나를 따르라’는 문구도 대학생 인턴 팀에서 디자인한 것”이라며 “현재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팀은 대학들을 다니면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계단을 활용한 옥외 광고 아이디어를 내서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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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마칠 때 들어보면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라고들 합니다. 조사하느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야근도 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독특한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견학을 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성 팀장은 “제가 알기로는 젊은 기업, 특히 IT업계 기업들 중에는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곳들이 꽤 많다”면서 “세대가 바뀌어감에 따라서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점이 ‘구성원에 대한 관심’이어야 하고, 아래서부터 문화가 생겨나야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포 줄여야 재미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제현주 대표다. 최근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재미’의 측면에 대해 조금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을 거치며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제 대표는 직장을 그만뒀을 때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재미없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함께 하던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을 때도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돈을 벌겠느냐”,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제 대표는 “재미를 ‘쾌락’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아닐까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렇다”면서 네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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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활동 자체가 주는 재미다. 몇 시간이 잠깐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일할 때 느끼는 그런 재미를 말한다. 두 번째는 원하는 판을 짜서 일하는 재미다. 이것은 자기결정권의 문제라고 제 대표는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질 마음으로 일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재미다. 이것은 두 번째 재미와 어느 정도 연결된다.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는 때로 지루하고 괴로운 활동을 견뎌내고 남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재미다. 혼자 하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할 때는 재미없는 일도 맘이 맞는 사람과 합을 맞추면 재미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일의 ‘재미’라는 게 특정 분야, 특정 직업,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일하느냐’, 얼마만큼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2012년 설립된 롤링다이스는 조합원 12명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처음에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각기 직업을 가진 12명이 일주일에 서너 시간씩 할애하면 한 명의 풀타임 직원이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상근자 2명, 파트타임 직원 2명을 두고 있다.

제 대표는 “사실, 일은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롤링다이스는 망하더라도 12명이 12분의 1 만큼 책임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재미있던 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 될 때 싫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고요. 우리 사회는 직장생활이든 사업이든 자기 인생을 온전히 걸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오는 부담은 ‘공포’에 가깝죠.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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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표는 마치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돌 굴리기처럼 고된 노동을 그만둘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첫째가 ‘생계유지의 공포’라면서 이 공포를 줄일 수 있어야 ‘일의 재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자칫 돌을 놓치더라도 잠깐 손을 뻗어서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면 공포는 줄어들 거예요. 그 존재는 동료일 수도 있고, 맞벌이하는 배우자일 수도 있고, 공동체, 혹은 사회복지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굶어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죠. 그럴 때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회 구조와 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일하는 사람 개개인이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당장 누릴 즐거움과 행복감이 있어야 사회 변화를 이끌 동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일이 즐거운 시대는 언제 올까? 혹시 이제 곧?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에 집에 있고 서울을 오가며 일한다는 제 대표는 “조금씩 할 때는 뿌듯하고 재미있지만 혼자서 해야 하고, 꼭 해야 할 때 고되고 공포스러워지는 대표적인 일이 눈 치우기”라면서 웃었다.

책 ‘가슴 뛰는 회사’를 펴낸 존 애이브램스는 자신이 공동 창립한 미국의 건축회사 ‘사우스 마운틴’에 대해 “이윤보다 우선시해야 할 다양한 가치들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 중에는 ‘직원의 마음이 기쁜지, 생계는 잘 유지되는지, 서로 잘 배려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도 고객, 지역, 환경 등의 가치를 고려하는데, 그 이유는 ‘성공하는 회사가 되는 데 경쟁보다 협동이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4년 독일의 단체 ‘노동의 새로운 질을 위한 운동’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7,444명의 근로자에게 일의 어떤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노동은 재미있어야 한다”(85%), “노동은 의미 있게 느껴져야 한다”(73%)는 대답이 고정적 소득(92%), 안정성(88%) 못지않게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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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연재 시리즈를 통해서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존중, 그리고 재미와 발전까지 ‘좋은 일’의 측면을 나눠서 생각해 봤다. 매 회차마다 수만 명이 글을 읽었고, 함께 진행한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에는 1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만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만과 더 나은 일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또 아직 집계 중이지만, 기존 산업화 시대의 좋은 직장과는 다른 차원의 ‘좋은 일’에 대한 기대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그러나 “직장이 놀이터냐”,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을 누가 쓰겠느냐”, “놀 거 다 놀고 월급 받으려 하느냐” 등의 비판도 많았다. 이 글 밑에도 틀림없이 그런 댓글이 달릴 것이다. 고용주인 기업가들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매일 하는 일을 ‘의미 없는 밥벌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원래 그런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을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꿈’을 묻고 ‘적성을 찾으라’고 하면서 어른이 돼서는 왜 다 잊어버리는 걸까?

어쩌면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래로 아직 충분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연애결혼’이란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은 지나갔는데, ‘일은 즐거울 수 있다’, ‘좋은 일을 요구하자’고 생각하는 시대는 언제쯤에나 올까? 혹시, 지금 거의 도래했는데 깨닫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이로써 8회에 걸친 ‘좋은 일’ 탐방은 끝났다. 1월 31일로 설문조사는 마감되며, 결과는 2월 중에 발표된다. 아울러, 자신의 일 이야기를 들려줄 세대별, 직군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묻는 토론회도 진행된다. 그 이후로도, ‘좋은 일’의 상(像)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글 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화, 2016/0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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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수육전골

일 년 내내 제멋대로 살다가도 5월이면 뜨끔해집니다. 연이은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그동안 내가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나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팍팍한 일상을 핑계로 내 잘못을 헤아리기보다 쉽게 다른 사람을 탓했던 마음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살아갈수록 절실히 깨닫는 것은 내가 누려왔던 것들이 누구의 희생과 노력 없이 그저 쉽게, 허투루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의 밥상을 차립니다. 하루 세끼의 밥상으로 음식이 곧 사랑임을 알게 해준 어머니와 삶의 테두리를 든든하게 지켜준 아버지.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워준 가족이라는 이름. 좋아하시는 음식, 대접해 드리고 싶었던 음식 등을 떠올리며 정성담아 차린 밥상. 사람을 키우는 것은 사랑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잘 먹었다”라는 그 한 마디에서 전해지는 진심의 가슴 벅참을 다시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미희 편집부

 

 

재료
한우국거리 300g, 한우스지도가니 300g, 부추 200g, 팽이버섯 1봉, 건대추 3~4알, 소금
[국물] 무 1/4개, 다시마 1조각, 양파 1개, 대파 1개, 마늘 5개, 통후추 10알, 건고추 2개, 미온 4큰술, 물 2L

 

 

방법
1. 한우국거리와 한우스지도가니를 찬물에 담가 약 2시간 정도 핏물을 뺀다.
2. 냄비에 국물 재료와 ①의 고기를 모두 넣고 센 불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1시간 동안 뭉근히 끓인다.
3. ②의 고기를 건져내 한 김 식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썬다.
4. 고운 체를 이용해 ②의 국물을 한 번 거른 뒤 소금간한다.
5. 전골냄비에 부추를 둘러 담고 가운데 ③의 고기를 소복하게 놓고 팽이버섯, 대추를 올린 뒤 ④의 육수를 부어 끓인다.
6. ⑤의 전골을 양파양념장과 함께 먹는다.
양파양념장 만들기
[재료] 양파 1개, 간장 3큰술, 물 1큰술, 토마토식초 1큰술, 미온 1큰술, 설탕 1작은술, 연겨자(또는 고추냉이) 1작은술
[방법] 1. 양파는 가늘게 채 썰어 찬물에 10분간 담가 매운맛을 뺀 후 흐르는 물에 헹궈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볼에 양파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고 섞은 후 ①의 양파를 넣어 버무린다.

 

 

요리 채송미 한살림요리학교 강사·사진 김재이
그릇 운틴가마 무쇠전골팬 대

 

화, 2016/05/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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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에 대해 말이 많다. 문 전 대표가 처음 공약을 발표한 1월 18일 이후 지금까지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종 대선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논란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고 비판하는 쪽에서 근거없는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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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 전 대표는 1월 18일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듭니다.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1년짜리 일자리일 뿐이다.

때문에 ‘연금부담 분이 빠져있다’거나 ‘ 정년까지 고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나온 계산법이다’, ‘4대강 22조 원은 한번이면 끝나지만 공무원은 고용하면 평생 세금이 들어간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는 2월 10일에 출연한 JTBC 썰전에서도 “공무원 초임이 연봉이 2천만 원 정도 되거든요.10조면 연봉 2천짜리 공무원 50만 개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같은 논리를 반복했다.

실제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에서 공무원 일자리는 17만 4천명이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유권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생산적이지 못한 비판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문 전 대표가 81만 개를 공무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현재 공무원 숫자가 100만인데 앞으로 5년 안에 100만 개 가까이 또 만드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문사 사설에도 ‘공무원 81만명 공약’이라며, 하지도 않은 공약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가 말하는 일자리 81만개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이지 공무원 81만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새로운 일자리인가 하는 것이다.

1.숫자 ‘81만’의 근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은 지난 2월 13일 한 언론 기고문에서, 문 전 대표가 내놓은 81만의 근거가 모호하다면서 공약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력 대선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지 거의 한달이 지났는데도 경영자단체 회장이 근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수험생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OECD 국가 전체고용 가운데 정부와 공공 비율이 21.3%인데 우리나라는 7.6%에 불과하다. . OECD 평균의 절반 정도만 따라가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까지 늘릴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고용 비율을 3%P 정도만 높여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새로 생겨난다는 뜻이다. 81만 이란 숫자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약 2천7백만명에 3%P를 적용해 나온 수치다.

문 전 대표가 인용한 OECD 통계는 지난해 OECD가 발표한 Government at a Glance – 2015 edition에 나온다.

▲ 전체 고용 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 OECD국가별 비교. 출처:OECD 자료.

▲ 전체 고용 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 OECD국가별 비교. 출처:OECD 자료.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공공부문 고용 비율이 상당히 낮다.

당시 행정자치부가 각 부처에서 취합해 보낸 자료에 의하면 공공부문 취업자 191만 6천명을 2013년 취업자수 2506만6천명(노동부통계)으로 나누면 7.6%가 나온다. 여기엔 직업군인과 사립교원도 포함됐다는 것이 행자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2.그렇다면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인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의 일자리추진단장인 김용기 교수(아주대 경영학과)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천 개과 공공성을 갖는 사회적서비스 종사자와 민간에 위탁했던 공기업 일자리 등 63만 6천 개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공무원 17만 4천명에는 법정기준보다 부족한 소방 공무원 만7천명, 그리고 매년 만6천7백명을 선발하는 의무경찰을 대체하는 정규경찰, 그리고 군 부사관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63만 6천 개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는 있지만 민간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의료·보육·복지·교육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 30만 개와 공기업이 민간에 용역을 주던 일자리 33만 6천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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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교수는 “사실상 정부 지원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보육,요양시설 가운데 공공시설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30%정도로 높이면 30만 정도를 공공부문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나 공기업이 민간에 위탁해 간접고용하는 청소,경비 등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의 일자리로 전환하면 일자리의 질도 좋아지고 중간에서 업체 마진으로 새어나가는 예산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모두 신규 일자리는 아닌 셈이다.

즉, 공무원 17만 4천 개는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가 맞지만 63만 6천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민간부문에 속해 있던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공공부문으로 전환시키는 일자리다. 없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일자리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회서비스 분야이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없었던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가 모두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아닌만큼 이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논쟁도 사실관계에 입각해 다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표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면서 했던 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 개 만든다”는 발언은 논란을 자초한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다.

22조 원이면 신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모두 신규 일자리도 아닐뿐 더러 균일한 질의 일자리도 아니다.

일자리 공약을 마련한 김용기 교수는 “세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없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81만 개 일자리에 필요한 예산 22조원이 나오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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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천 개를 5년 동안 순차적으로 뽑는다고 가정하고 병역필 남성을 신규채용하는 기준으로 9급 3호봉 본봉에 각종 수당까지 합쳐 연봉 3천만원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매년 공무원 1만 명을 채용해 온 것을 감안해 5년 동안 5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만 4천 명의 인건비를 호봉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12조 2천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육과 요양 등 사회적서비스 부문 종사자 일자리 30만 개에는 5년 동안 4조 9천5백억 원, 공공기관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자를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33만 6천 개 일자리에는 5년 동안 4조345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하면 5년 동안 총 21조 5천50억 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육분야에만 예산 13조 원이 이미 집행되고 있고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30% 정도는 자체 수익으로 인건비 상승분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투입해야하는 예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인당 인건비를 1년에 5백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연 400조 원 규모의 예산에서 4조 원 정도는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는 것으로 예상했다. 박근혜 정부의 올해 일자리 분야 예산만 해도 17조 5천억 원이나 되고 실업급여에 들어간 6조 원을 제외한 실질적인 일자리 예산이 10억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4조 원을 전혀 불가능한 규모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취약한 소방,치안 분야라 하더라도 공무원을 17만 4천명이나 뽑는 것이 적절한가, 또는 과연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를 지향해야할 시점인가, 하는 논쟁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렇듯 부정확한 상태로 반복되는 대선 주자의 발언과 여기서 불거지는 불필요한 논쟁은 유권자들만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취재: 최기훈
CG: 하난희

월, 2017/02/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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