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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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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익명 (미확인) | 화, 2016/01/19- 09:57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⑦ 존중이 있는 일, 존중이 있는 사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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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
인터넷에서 ‘어록’으로 회자되는, 한 코미디언이 청소년에게 조언했다는 말이다. 농담인 것 같지만 예리한 통찰이 들어있다. 예리한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도 그대로 투영한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 그러므로 그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 말은 결국, 청소년에게 ‘그런 노동자가 되면 안 된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구해근)에 따르면 1977년 한국노총이 전국 여성 노동자, 대부분 공장 노동자였던 여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작업장’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8%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직장’이라고 답했다. 단지 14%만이 ‘높은 보수를 주는 직장’을 꼽았다. 저자는 ‘인간적인 대접’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대접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노동자는 흔하다. 경비 노동자가 주민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반성문을 쓰는 일, 청소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거나 콧노래도 부르는 것까지 통제 받는 일, 운전기사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일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는 전문직인 항공승무원이었다. 피존 회장의 엽기적 폭력에 시달렸던 것은 사무직 노동자들이었다. 직원을 고용계약을 맺은 상대가 아니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특정 직군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마치 직업에 귀천(貴賤)이 있고 계급이 있는 것 같은 차별, 그리고 직장 내 존중 없는 문화가 뒤엉켜 공포와 절망감을 만들고 ‘헬조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이런 소식이 더 자주 들리는 것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금, 복지혜택 등 다른 조건도 중요하지만, ‘존중’이 없는 일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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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에서 지난 8일 신임 관리장 신명주 한정림 박시후 이동순 씨(왼쪽부터)가 달라진 근무환경을 설명하고 있다.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의 요건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먼저 ㈜서울메트로환경에서 2016년 1월 1일부로 ‘관리장’ 또는 ‘기동반장’으로 승진을 한 여성들이다. 이 기업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사‧기지 등을 청소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회사다.
또 다른 사람은 얼마 전까지 출판 노동자였다가 지금은 반전‧평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상근자로 일하는 이용석씨다. 두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같은 주제, 즉 ‘존중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성 청소 노동자 ‘관리장’ 승진의 의미

지난 1월 8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에 위치한 서울메트로환경 CEO실의 회의 탁자에서 신임 관리장 한정림 신명주 박시후씨, 그리고 신임 기동반장 이동순씨를 만났다. 나이는 50대 초중반, 입사 5~9년차, 대부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대에 일을 다시 시작한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승진’은 보통 의미가 아니다. 3년여 전까지만 해도 아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 직원이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 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2013년 5월 서울메트로환경이 서울메트로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그 결과 전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용역회사 몫이 없어진 만큼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랐다.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이 두 가지 변화의 의미가 가장 크겠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좋은 점들은 더 있다. 승진 기회가 열린 것이 그 중 하나다. 이전에는 직원의 80% 이상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관리장 60명 전원이 남성이었으며, 청소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력직들이었던 것이다.
2014년 1월, 현장 직원인 여성 3명이 처음으로 관리장 승진을 했고, 이번 승진자까지 포함해서 현재는 60명의 관리장 중 13명이 여성이다. 기동반장도 이전에는 24명 전원이 남성이었는데, 이번에 이동순씨가 첫 여성 기동반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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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관리 업무는 처음이라 발령받고 걱정도 됐지만 제가 맡은 3개 역사 직원들을 만나보니 현장 출신 여성 관리장과 일하게 된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했다. 업무를 잘 알고 애로사항을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데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고령 직원들이 많은 편이라서 관리장이 직원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2개 역을 담당하게 된 신씨는 “지금까지는 군대식 지시문화가 강했던 현장이다보니 저보고도 ‘언니, 언니’ 하지 말고 권위를 세우라고 조언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쉬라고 권해도 안 쉴 만큼 성실하신 분들이라 위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청소 일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좋아진 점 또 하나는, 교육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17주에 걸쳐 직무지식, 안전, 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는 ‘청소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는데 승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매 기수마다 신청자를 다 받을 수 없을 만큼 호응이 크다.
지난해 이 교육을 수료한 박씨는 “꼭 관리장이 되려고 수강한 게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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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소약품과 설비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그 전까지는 직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는 채로 약품과 설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조진원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청소는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허드렛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약품을 오남용해서 호흡기 질환, 낙상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청소야말로 전문지식과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좋아진 점’들은 더 있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한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가 명절에 전 직원에게 초콜릿 선물을 했다는 것, “고민 있으면 누구든 연락하라”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는 것 등이다. 이들은 “초콜릿 단가가 1,000원쯤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고민 있다고 대표에게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말할 곳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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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고 나서 씻지 못하고 집에 가는 게 가장 고역”이라는 직원들 의사가 반영돼 거의 전 역사에 샤워시설이 마련된 것도 ‘소통의 채널’이 생긴 효과다.
신씨는 “예전에는 퇴근할 때 지하철을 타면 땀 냄새를 옆에서 맡을까봐 자리가 비어도 앉지 못하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서서 갔다”고 했다. “역무원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역도 있었지만, 당직 기관사가 쉬는데 피해가 될까봐 드나들기까 꺼려졌어요. 그런 고충을 아무도 영영 몰라줄 줄 알았는데 말할 기회가 생기고, 실제로 바뀌니까 꿈만 같지요.”

이런 변화들이 알려지면서 채용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원자 나이도 젊어지는 추세다. 청소업계에서 지하철 역사 청소는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도 그렇다는 게 중요하다. 조 대표는 농담조로 “우리는 특수물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객들이 남긴 토사물을 말하는 것이다. 거의 매일 ‘특수물질’을 다루는 게 즐거울 리 없건만, 네 신임 관리장들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 보였다.
이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다 ‘왜 하필 청소를 하느냐’고 말렸지만 건강할 때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하게 됐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좋아지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더 좋은 직장도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면서 “제 아이에게도 뭘 하든 네가 행복한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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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존중’

이처럼 전 직원이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식의 변화는 흔치 않은 것이라서, 서울메트로환경의 변화 대부분이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변화라 해도 일방적으로 ‘주어졌을’ 때 반발을 사기도 한다. 진정한 ‘존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망원동 전쟁없는세상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석씨는 몇 년 전까지 ‘하루 6시간 근무’로 유명한 한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짧은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직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이씨도 “하루 6시간 근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은 확실히 있었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강도가 극심해진 것도 아니었다. 본래 일이 많은 편이 아니라 6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폭언이나 위계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상사가 반말도 삼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대표가 “내 밑에는 아무나 데려다 놓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 강아지나 병아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공공연히 했다. 부서 이동, 업무 배치 등에 직원의 의사가 무시되는 일도 잦았다. 그밖에도 여러 문제에 대해 직원들이 소통과 개선을 요구했지만 거부되면서 사내 갈등이 심해졌다.
“일터에 존중이 있는지 아닌지는, 어떤 복지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겉으로는 신사적이면서도 직원을 쓰다버릴 물건처럼 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나는, 내가 하는 일은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고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게 존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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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은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지만 다수의 상근자를 둘 여건은 안 된다. 이씨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그것도 주 4일 상근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곳은 ‘좋은 직장’이다. 가치관에 맞는 일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끼리 계획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인데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 인정하면 일 더 발전시킨다”

그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사람은 아주 단순한 일을 할 때도, 심지어 아우슈비츠처럼 내일이 없는 환경에서 일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지, 어떻게 개선시킬지를 고민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자기 일을 조금이나마 더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게 인정하고 북돋아주는 일터가 좋은 일터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하는 곳은 임금 등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일일 수 없다는 생각도 전했다.
“물론 개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꼭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그 일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그게 인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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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 앞의 이야기는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청소와 같은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고, 이로 인해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현상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편견이 강한 일터에서도 존중의 문화가 있을 때 환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조진원 대표는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처우를 개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부분을 개선한 뒤 실제로 지하철 역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고 했다.

뒤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차별의 문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출판사라는 직장은 ‘계급이 낮은 것 같은’ 대접을 받을 일은 없는 곳이다. 이용석씨가 경험한 출판사는 도리어 겉으로 볼 때 부러움을 살 만한 근무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고 도구인 것 같은’ 대우에 괴로워했고 일부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좋은 노동, 인간적 대우 요구해야

사회적 차별이 개별 기업들의 문화 개선만으로 고쳐진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고용 현실은 없던 차별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차별이 대표적이다. 책 ‘비정규사회’(김혜진)의 저자는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처럼 여겨진다”고 썼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임금 및 처우 면에서 차별할 뿐만이 아니라 낮은 계급인 것처럼 대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는 데 따른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 묻기보다는 “비정규직을 하대하고 자기 일까지 떠넘기는 정규직들을 다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끼리의 대립구도로 가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또, 파견‧용역 제도 하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건설‧제조업 하청업체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처우에 몰려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파견 업종을 확대하고 특히 고령자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파견할 수 있게 하는 소위 ‘노동법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도 기왕에 ‘낮은 일자리’에 진입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따질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해고’다. 노동자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구조조정’할 수 있는 ‘생산요소’로만 보는 기업들, 그리고 그 기업들이 ‘사람들의 집합’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고용 유연성’만 주면 경쟁력이 생긴다고 믿는 정부로 인해 노동자의 존엄성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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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책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의 저자는 “만일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 정의라면, 누구나 좋은 삶에 기여하는 노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공부를 잘 했든 못 했든, 능력이 있든 없든, 업종과 직업과 직무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적인 대접’, 즉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도 ‘낮은 계급인 것처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문화, 누구도 도구처럼 쓰고 버릴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야 차별을 하는 사람조차 ‘나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사는 모순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시리즈를 통해서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존중의 측면까지 ‘좋은 일’의 기준을 하나씩 돌아봤다. 앞으로 재미, 개인의 발전의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좋은 일’의 기준을 묻는 하단의 설문조사에는 1월7일까지 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일을 확산시켜 가자는 제안을 위한 것인데, 참여도를 보면 이 일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사회의 어느 부분은 어쩌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체로 ‘인간’의 존재가 부정되는 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차별과 존중 없음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위의 책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기억해야 할 장면 하나를 짚어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시발점이 된 울산 현대그룹 공장들의 봉기 때, 노동자들의 최우선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는 ‘머리길이 규제 철폐’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경멸적으로 대한 결과는 이후 장기적으로, 전국적으로 이어진 투쟁이 말해준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맨 위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과 연구원을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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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7/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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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편(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에서는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욕망을 살펴보았고, 2편(주공 아파트 키드의 기억)에서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아파트라는 삶터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마을’과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마을? ③ 마을에 던지는 몇 가지 질문

2010년 희망제작소에 입사할 때만 해도 농촌이 아닌 도시에 마을이 있기는 한지, 그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성미산과 삼각산마을, 원주의 사회적경제 현장 등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동체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의문은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행정에 기대지 않고 주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사례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포럼이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공동체를 알리고 권유하는 동안, 정작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잊고 있었다.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 끊이지 않는 출장 등으로 집은 먹고 자는 하숙집일 뿐이었다. 내 이웃으로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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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에서 주민으로

교육참가자이자 행정의 대상이 아닌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동네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작년에 어쩌다 덜컥 집을 구입하면서부터였던 듯하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10세대 정도가 함께 사는 다세대 빌라였기 때문에 가끔 반상회가 열렸고 거기에 나도 초대받았다. 참석자는 할머니 두 분과 나보다 최소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 2명, 그리고 나였다. 갓 이사 온 데다가 나이도 가장 어린 나는 다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두 집이 2년째 관리비를 안 내고 있다는 것, 관리비를 내라고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둥 이웃에 대해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외부인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니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교육생들 앞에서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마을공동체와 관계망이 생기면 저절로 감시되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했던 나였지만, 어쩐지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동네일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동안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던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관계망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아무 불편함이 없었고 같은 빌라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나도 못 하고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했던 건 아닐까.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다

분명 지역 내 어떤 문제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지역 내 관계망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을공동체는 개인이 성장하고 공공성을 학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에는 마을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혹은 아예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평생 한 번도 문서라는 것을 만들어본 적 없는 어르신, 생계유지에도 급급한 1인 가구,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쉴 틈도 없는 부모, 한글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다문화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건 아닐까? 성적소수자부터 나처럼 지역 내 관계망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민까지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행정은 지역을 기반으로 마을공동체나 각종 참여 정책을 기획한다. 하지만 정작 주민 중에는 지역이 자신의 정체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청년이나 세입자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도 이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자발적으로 직업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이동하면서 소셜네트워크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도 많아진 지금, 우리는 공동체에 관해 새로 생각하고 상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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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주민이 많이 참여하는 게 정말 좋기만 한 거겠냐는 생각도 든다. 실제 주민 중에는 시민의 의무나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이기심을 제어하고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단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험해보고 싶다. 가다 보면 길은 어떻게든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 글 : 임은영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7/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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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금관련 보고] 상고비용 긴급모금 결과 및 모금 사용 보고드립니다       1. 모금 결과 :  ‘손잡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의 모금을 합산한 내용입니다.   […]
월, 2017/09/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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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는 대상에 관한 이해를 도운다. 동시에 그 대상의 이미지를 고착화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 태어난 내 또래는 ‘밀레니얼세대’라 불린다. 밀레니얼세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고, 양질의 교육을 받아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어디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우리를 둘러싼 수식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탄생 중이다.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마이 밀레니얼 다이어리 : ③ 욜로(YOLO), 탕진잼, 시발비용…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수식어는 대상에 관한 이해를 도운다. 동시에 그 대상의 이미지를 고착화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 태어난 내 또래는 ‘밀레니얼세대’라 불린다. 밀레니얼세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고, 양질의 교육을 받아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어디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우리를 둘러싼 수식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탄생 중이다.

‘뒤처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나는 고교평준화, 시쳇말로 뺑뺑이가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3년 성적순에 따라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합격해야 진학할 수 있었다. 평준화 지역에서도 고교 서열이 생긴다는데 우리는 오죽했을까. 지역에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에 간 친구들과 그 부모님의 어깨에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학교 자체가 몇 개 없다 보니 교복만 보면 어느 학교 학생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색깔로 아이들의 서열이 정해졌다. 가령 초록색 교복 착용자는 모범생이자 우등생, 남색 교복 착용자는 소위 꼴통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말이다. 아이들은 그 ‘꼴통학교’에 가지 않으려 애를 썼다. 마음속에는 ‘뒤처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게 원하던 초록색 교복을 입게 되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이제는 색깔이 아니라 이름을 좇아야 했다. 선생님은 교실 뒤편에 ‘대입배치표’를 크게 붙여놓고,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아보라 했다. 많은 학교의 이름이 합격 점수에 따라 순위가 매겨져 있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해당하는 학교의 이름이 바뀌었다. 동시에 순위도 오르락내리락했다. 아파서 시험 못 본 날의 나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반대로 찍기신이 강림한 날에는 누구보다 쓸모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배치표에 따르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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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부분이 명문대를 외쳤다.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도,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부에 집중하라 했다. 그 작은 지역에서도 과외가 횡횡했다. 조금 잘 가르친다 하는 선생님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자식이 뒤처지는 게 싫은 부모님들은 무리해서라도 비싼 과외를 시키려 했다. 그래야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허리 휘청이는 날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건축가가 꿈이었던 전교 1등 친구는 선생님의 성화에 못 이겨 서울대의 원치 않는 비인기학과에 진학했다. 그 친구의 수능 점수는 다른 대학의 건축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도 남을 정도였다. ‘XX고등학교 3학년 김OO, 서울대 OO과 입학’ 합격 소식이 들리자마자 친구의 이름이 쓰인 플래카드가 학교 정문에 걸렸다. 담임선생님과 친구의 부모님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뻐했지만, 정작 당사자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대학만 가면 천국의 문이 열린다고?

대학에 가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불안과 계급사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옷 색깔이 아니라 점퍼에 새겨진 영문자(대학 이름)가 우리의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상대평가라는 명목하에 학점에 따른 줄 세우기도 이어졌다. 졸업할 때쯤이었던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자연스레 취업이 어려워졌다. 동기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공무원 준비에 뛰어들었다. 학자금 상환 때문에 가리지 않고 취업부터 한 친구들은 불안전한 고용 계약과 적은 임금, 중노동으로 힘겨워했다. 기업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핑계를 대며 노동자를 쉽게 해고했다. 이상했다. 기업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만큼 구직자도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유연화’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모습을 본 후배들은 입학하자마자 취업 혹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취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이나 모임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학교-도서관-집’의 일상이 반복됐다.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들은 대학만 가면 천국의 문이 열릴 것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의 불구덩이였다. 88만 원 세대, 중규직(반쪽짜리 정규직), N포 세대,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우리를 둘러싼 수식어도 하나 같이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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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친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승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온몸을 불살라가며 일에 매진한다. 야근은 필수, 철야는 옵션이다. 그런데도 늘 불안하기만 하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처럼 먹고 살기도 녹록지 않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월세, 전세), 아직 다 갚지 못한 학자금에 떠돌이처럼 이곳저곳 전전하는 생활을 계속한다. 난민 같은 생활로 연애와 결혼 생각은 잊은 지 오래다. 집세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출산과 육아를 생각하면 앞이 더 깜깜해진다. 한 국회의원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뭐가 중헌지도 모르면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수식어가 아니다

밀레니얼세대를 둘러싼 불안과 어둠은 참 지독하다. 최근에는 잠시라도 불안을 잊어보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를 향한 또 다른 수식어가 등장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탕진잼(탕진+재미),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한 비용),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이다. 이 수식어들은 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우리의 이미지나 특성을 하나로 고정시킬까? 사실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건 어떤 수식어가 아니다. 불안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따듯하고 진실된 위로, 치열한 경쟁 없이도 이 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대안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오랜 시간 경쟁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을 양산했습니다. 이는 경제, 교육, 문화 등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관계와 협동, 연대 속에서 지역을 건강하게 하는 대안을 만드는 ‘사회적경제’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주체 간 네트워킹과 인재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 대표 활동

–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 다가올 미래를 선도할 유망직업, 세상을 바꾸고 있는 소셜비즈니스를 한데 모아 제시하고, 희망과 도전정신을 불어넣고자 이 시대 청춘을 강연을 통해 직접 찾아 나선 프로그램입니다. (관련 도서 보기)
– 희망별동대 : 청년실업과 대학의 취업 학원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사회적기업가를 지원·양성해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대표 사례 보기)
– 사회적경제리포트 :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유경제 등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국내외 소식을 전했던 소식지입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주 월요일, 총 100회 이상 발간됐습니다.
– 사회적경제핵심인재육성센터 : 사회적경제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핵심인재를 육성하고 연구하기 위해 2014년 희망제작소가 설립·운영한 곳입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핵심 인재들이 가진 가치와 경험, 정보, 자원, 역량을 공유하는 공동 학습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습니다. (소개글 보기)
–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2012년 5월부터 2016년까지,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육성을 위해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했습니다. 지역 자원조사,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인큐베이팅, 네트워킹 등의 사업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센터 홈페이지 가기)
– Let’s COOP :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신뢰와 상호부조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시민주주기업 등 협동조합형 사회적경제 조직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컨설팅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Let’s COOP’을 기획·운영했습니다. (관련 후기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01/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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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 혁신은 국민을 정책 실행의 협력자로 인식하고, 다양한 접근방식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부문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의 혁신 사례를 혁신 디지털 툴(innovative tool)과 지식 간 연동, 현 정책 톺아보기, 범국민 지식 활용, 새로운 정부 서비스 제공, 다양한 실험 시행, 정부 부처 내 입찰 혁신 방안 등 크게 6가지로 나누었습니다. 그중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합니다.

핀란드 정부의 정부실험실(코케일른 파이카, Kokeilun Paikka)

▲ 출처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 출처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핀란드 정부는 국민이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공공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국민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정부실험실’은 정책을 넘어서 국민 스스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핀란드 총리와 단체(Finnish Experimental community)가 함께 진행한 정책인데요.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여 개인, 공동체, 후원자, 후원개발자 등 정보가 필요한 국민이라면 누구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정부실험실’에 올리고 실험하면 됩니다. 즉,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접수하면, 다른 시민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가 숙성되면 본격적으로 실험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실험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벌이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만한 동료와 함께 실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실험 제안자와 국민이 함께 실행한 캠페인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거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 https://www.kokeilunpaikka.fi/fi/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웰빙프로젝트(The well- being project)

▲ 출처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 출처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지역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측정하는 것 : 주민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그 정보를 시청 내 업무에 적용한다. 이 한 마디로 웰빙 프로젝트는 간단히 설명 가능하다.” – Julie Rusk (미국 산타모니카 시청 근무자)
웰빙프로젝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지역에서 진행 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주 정부는 지역 커뮤니티 내 주민의 경제적 상황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상황도 측정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요. 웰빙 지수는 지역 주민의 경제적 상황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지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주거 상황과 교육 기회가 충분한지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을 하여 이를 정책 실행에 활용합니다. 해당 지수는 지역주민의 행정, 상황, 주제에 맞게끔 가공해 공동체 내 파트너십 개발,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 등에도 반영됩니다. 실제 산타모니카시에서는 연간 예산 수립, 우선 정책 선정 등에 이 지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 https://wellbeing.smgov.net
▶ 관련 동영상 : https://youtu.be/fTFnuicV4_E
▶ 웰빙프로젝트 FAQ(영문) : https://wellbeing.smgov.net/Media/Default/docs/wellbeing.FAQ.pdf

아랍에미리트의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Extreme weather App)

▲ 출처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 출처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아랍에미리트는 모래폭풍과 40도가 넘는 고온으로 인명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극한기후앱은 국민에게 무료로 날씨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전체 국민뿐 아니라 천식 및 호흡기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상세한 정보(모래폭풍 주의 및 경보 지역, 증상별 피해 예상 정도 등)를 제공하는 것이 특별합니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의 한 대학에서 중동아시아 지역의 치명적인 모래폭풍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시작됐는데요. 노약자의 경우 웹브라우저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날씨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천식을 앓는 환자는 모래폭풍 예보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각 지역정부 부처에서는 천재지변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난 예방뿐 아니라 교통,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극한기후앱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주변 중동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 https://atlas.masdar.ac.ae/forecast

국민이 바라는 정부 구조 및 정책 혁신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는 혁신의 길로 전환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사례가 분절되고, 내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과 지역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 Embracing Innovation in Government Global Trends 자료 원문 보기 : https://www.oecd.org/gov/innovative-government/embracing-innovation-in-government.pdf

– 글 : 강현주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정리 : 방연주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7/10/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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