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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삶이 없다면 일이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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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삶이 없다면 일이 무슨 소용일까?

익명 (미확인) | 월, 2016/01/11- 15:10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⑥ 삶이 없다면 일이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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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 제품은 하나도 사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빠를 빼앗아갔으니까요.”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일한 경험을 ‘한국인은 미쳤다!’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 씨가 재직 당시 아들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서야 법인장을 지낸 2년 동안 휴가는 5일뿐이었고 토요일마다 출근했으며 일요일에도 격주로 일했다는 점을 돌아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깨달음은 그가 엘지전자를 그만두고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녀가 이런 말을 해봐야 “커서 아빠하고 결혼할래요” 수준의 철없는 소리 취급만 당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직장은 ‘균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균형이 없으면 지속성도 없다. 중심 잃은 자전거는 넘어지고 만다. 대표적인 경우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 교육(초등학생)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은 2014년 기준 197만7,000 명으로 54세 이하 기혼여성 중 20.7%를 차지한다.

이 두드러진 현상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은 여성들의 문제로 여겨지곤 한다. 심하게는 임금이 충분치 않거나 복지가 덜 갖춰진 직장에 다니는, 그러니까 ‘덜 노력했던’ 여성들의 문제로 치부되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들’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이런 인식들은 모두 ‘균형’이 상실된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지 않고, 개인 책임으로 돌릴 뿐이다.

‘일과 삶의 균형’, 일부 여성의 문제일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셋은 30대 후반의 비슷한 나이로, 1996~1997년 대학에 입학해 IMF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수차례 이직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찾아가고 있다. 자녀 한 명씩을 두고 있으며 주양육자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이 중 한 명은 남성이다. 어찌 보면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보다 정규직이 많을 때 취업했고,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아르바이트나 학자금 대출에 극도로 시달리지는 않을 만큼 부모의 지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돌아보고 싶은 것은, ‘일과 삶의 균형’ 문제로 위기를 맞고, 좌절을 겪는 것은 정말 ‘덜 노력한, 여건이 안 좋은 일부 여성’만의 일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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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터뷰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뉴스킨 코리아’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이 기업의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이명은(39)씨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뉴스킨 코리아는 화장품‧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네트워크마케팅 기업 뉴스킨의 한국법인다. 이곳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언론사 등에서 이 부문 1위로 선정된 일도 여러 차례다. 기업의 기본 가치부터가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할 정도다.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만 먼저 이명은씨가 여기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IMF 위기 직후라 ‘어디라도 불러주는 데 취업하자’는 생각으로 입사지원을 했었어요. 의류회사였던 첫 직장을 1년여 다닌 뒤에야 비로소 ‘뭘 하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때 찾아낸 곳이 이벤트 회사였다. 전시, 컨벤션, 제품 홍보 행사, 모터쇼 등을 대행하는 곳이었는데 4년간 다니며 확실히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더 일할 수는 없었다. ‘골병 들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바쁠 때는 2박3일 연속 일하며 사우나에만 잠깐 다녀오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 결혼식도 갈 수 없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쥐어짜듯 일한 끝에 행사를 치러내면 짜릿함도 있었지만 “이렇게 10~20년은 다닐 수 없는 직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직장은 식품 분야 대기업이었는데, 이곳에서 4년 일하면서도 분명 “재미있었다”고 했다. 고객관계마케팅(CRM) 분야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업무에 따른 성과가 선명한 점도 동기부여가 됐다. 근무강도는 역시 심각했다.
“임원들이 9시30분에 회의를 하면 전날 매출 반영한 자료를 8시30분까지 만들어 당당 임원한테 브리핑 해야 하기 때문에 7시40분까지 출근했어요. 그런 날도 저녁 7시에 일어나면 ‘벌써 가?’ 하는 소리를 들었고요. 하루 12시간 근무가 당연한 환경이었어요.”

이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반년 남짓 쉬었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10여 년 만의 첫 휴식이었다. 근무강도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이씨는 “어느 정도까지는 연차에 따라, 노력하는 만큼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내정치가 작용했고 묘하게 여성은 배제됐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돌파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퇴직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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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꼽히는 이유

사표를 냈을 때는 막연했지만 쉬는 동안 결혼을 하게 되면서 다음 직장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어떤 기업이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했어요. 가구 하나 사면서도 100개를 넘게 보는데, 아이 낳아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 그보다는 더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했죠.”
짧게나마 경력단절이 됐던 셈이지만 다행히 CRM 경력을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CEO부터가 여성인, 여성친화적 기업문화가 있는 패션기업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뒤 개인적 사정으로 한 번 더 옮긴 곳이 현재의 뉴스킨 코리아다.

어떤 근무환경이기에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꼽히는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제도적인 측면이 별다르지는 않았다. 정당한 이유 없이는 야근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특히 매주 수요일은 ‘패밀리 데이’로 회식도 하지 않도록 정해놓은 정도다.

이씨는 “그보다는 기업문화에서 차이가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화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이전 직장에서는 상사가 욕하며 보고서를 던지고, 수화기를 집어던지는 일이 흔했지만 이 기업만 경험한 후배들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 아니냐”며 믿지 않는다고 한다.
제품을 파는 기업이니 매출이 안 중요할 리 없지만, 개인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압박하지는 않는다. “서두르지 말고 함께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위계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내부경쟁이 심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승진에서 밀리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 반해, 이곳 문화에서는 ‘자리’가 중요하지 않은 편이라고. “팀장보다 나이 많은 매니저도 있고, 그보다 어린 임원도 있지만, 각자 자기 전문성 가지고 일하면 된다는 문화예요.”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직원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에게 ‘여기서라면 계속 일할 수 있겠다’는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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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거쳐 초원에 도착한 것 같은 이명은씨 상황에 비해, 이송아(39)씨의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생활 초기 몇 차례 이직을 한 뒤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그는 현재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중소 규모 자산운용사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직장 선배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취업해야”

“저도 처음 취업할 때는 뭘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운 좋게 자산운용분야에 들어가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고, 여성이 적은 분야다보니 어떻게든 살아남고 인정받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경제‧경영을 전공하지 않은 약점을 보완하려고 주말에는 대학원도 다녔고요. 야근, 회식, 대학원 수업으로 주 7일이 꽉 찼었죠.”

그렇게 ‘일과 삶이 일치된’ 삶을 살다가 결혼을 하고나서야 “일과 삶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하고, 태어날 아이의 육아 문제를 고민하면서부터는 더욱 그랬다.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전문성을 갖기까지 적어도 10년은 남들보다 치열하게 일하고 헌신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겠어요. 저 스스로가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업계는 이렇게 일해야 살아남는다’고 동의하고 살아왔으니까요.”
그렇게 ‘올인’ 했지만 출산과 육아만큼은 남의 몫으로 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내 인생에서 일 못지않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출산이 나쁜 일도 아닌데, 우리나라 같은 저출산 국가에서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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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빠지면 다른 팀원들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 탓에 언감생심 육아휴직은 못 쓰고, 출산휴가 3개월만 채운 뒤 업무에 복귀했다.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셨지만 아무래도 이전처럼 일할 수는 없었다. 조부모의 손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했고, 부모님도 점점 건강이 약해지셨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혹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할 때도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데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딱 1년만, 약간의 여유만 줘도 이 고비를 넘기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여유를 좀 줄 테니 다시 생각하라”고 붙잡는 이는 없었다.

이후,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기회가 닿아 단축근무를 경험했다. 바라마지않던 것이었지만 막상 경험하니 “이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여성만이 아니라 그 남편이 다니는 기업까지, 사회 전반적으로요. 직장생활은 이 직원의 삶에서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거예요. 더 넓게는 다양성과 선택권,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 거죠.”

단기간에 사회가 바뀔 수 없다면, 사회생활을 앞둔 사람들에게라도 꼭 말해주고 싶다고.
“은퇴할 때까지 삶의 100%를 일로 채울 게 아니라면, 업계를 잘 보고 들어가야 해요. 10년 이상 일하다가 다른 업계로 간다는 건 우리 환경에서 지극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업계 선배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는지를 살펴본다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또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부터 노동시간은 얼마나 긴지, 휴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개인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인지 따지는 게 자연스러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래야 기업들도 원하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 문화를 바꿔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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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아빠들, 뭘 잃고 사는지도 몰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만난 이현종(39) 노무사는 육아를 위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남성이다.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직장단절’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긴 하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놓고 “왜 여성만 경력이 단절돼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은 해당 가정 내에서 내린 합리적 판단의 결과다. 부부 중에서 대체로 남성이 더 안정적이고 급여가 높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 연결된 많은 사회구조적 불합리성을 논외로 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택한 합리성이라는 뜻이다.

이씨의 가정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둘 다 대기업 직원이었지만 아내보다 이씨의 급여가 높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낸 시점에서 다른 양육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굳이 찾으려면 다른 방법도 있기는 했을 것이다. 보통은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다. 그렇지만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이전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남성이라고 재취업이 쉬운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그가 그만두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좀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아이를 안정되게 키우면서 여유 시간에 공부도 할 수 있으니까 1석 2조 아니냐고요. 그렇지만 역시 육아는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제 어머니가 도움을 주셨는데도 적응하기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아이를 키우며 양육자가 얻는 대가도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빠를 믿고 푹 잠드는 아이를 볼 때, 같이 산책하고 놀면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얻는 행복감과 안도감 말이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 친구들은 아이가 다 크도록 제대로 함께 놀아보지도 못 하거든요. 삶에서 뭘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거죠. 저는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드물게 아이와 교감해 본 아빠잖아요. 당장 돈 못 벌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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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일 남성의 육아 전담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정책적으로 장려하면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육아를 제대로 해본 남자들이 늘어나면 사회적으로 천천히 학습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남녀 차별, 성역할 갈등, 권위적이고 경쟁이 과도한 직장 문화 등도 달라져 갈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무사로서 이씨는 최근 정부여당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노동시간을 주당 60시간까지 가능하도록 명기했다는 점에서 기업주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도록 물꼬를 터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보육지원정책은 표류하고 있는 실태를 놓고 “시간도 안 주고 돈도 안 주면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부 중에 한 명은 경력이 단절됐고, 나머지 한 명은 회사에서 쥐어 짜이는데도 그 원인을 사회에서 찾지 않고 서로 애를 더 봐주네, 안 봐주네 싸우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보다는 지금 노동법이 어떻게 개정되는 건지 보육 정책, 출산장려 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의 동등한 문제

국제노동기구(ILO)는 1981년에 이미 ‘가족부양 책임 있는 남녀 근로자 기회 균등 협약’(156조)을 통해서 ‘일과 삶의 균형’은 남녀의 동등한 문제라고 천명했다. 폐기된 기존의 123호가 ‘가족책임이 있는 여성의 고용에 관한 권고’라는 이름이었던 것과 분명히 구분된다.

남성에게 유급 부모휴가를 준 최초의 국가인 스웨덴은 한 자녀 당 최장 480일의 부모휴가를 주는데, 주목할 부분은 이 중 60일은 한쪽 배우자가 다른 쪽에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한쪽이 최소 60일을 써야 480일을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2012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자녀를 둔 남성의 90%가 부모휴가를 사용하고, 부모휴가 일수의 전체의 24%를 남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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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아씨의 말대로 우리는 저출산 국가에 살면서 왜 아이를 낳는 문제로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일까? 이명은씨의 말대로 우리는 가구 하나를 살 때는 100개를 살펴보면서 직업을, 직장을 택할 때는 왜 ‘삶을 영위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인지’ 따져보지 않는 걸까? 왜 삶의 여러 가지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이 그런 구조와 문화가 유지되는 데 계속 기여하는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 오르지 않는 임금, 개인의 여건을 존중해 주지 않는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극에 달해 있다. 더는 감내하기 힘든 정도로 삶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아니, 잘 살기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바로잡으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 ‘놀 거 다 놀고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느냐’는 비판은 나온다. 이에 대해 이현종씨가 인터뷰 중에 냈던 의견을 전하면 이렇다.
“기업가들이 존경하는 고(故) 정주영 회장님의 말를 인용하고 싶네요. ‘해봤어?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라고 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기 위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안정, 노동시간, 임금, 노동조합,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 등의 주제를 다뤘고 앞으로도 존중 등 측면을 더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기준을 세우면, 위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청소년‧청년들이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부터 “그 업계는, 그 기업은 좋은 일의 기준에 맞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고, 기업들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도저히 달라질 것 같지 않던 사회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 가면 전혀 다른 사회가 될지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이제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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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제안하는 제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민참여예산제도’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말 그대로 주민들이 직접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반영하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하나이죠. 우리나라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2011년 3월 지방자치법개정으로 의무화되어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정책그룹 연구원들이 서울시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준용, 윤성희 씨를 만나서 현장에서 느끼는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좌부터 김준용(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1, 2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1, 2기), (사)함께 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 활동 중 / 윤성희(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1,2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1기) , 서울시 주부모니터링단 활동 중 / 임은영(희망제작소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좌부터 김준용(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1, 2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1, 2기), (사)함께 사는 성북마을문화학교 활동 중 / 윤성희(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1,2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1기) , 서울시 주부모니터링단 활동 중 / 임은영(희망제작소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희망제작소(이하 ‘희망’) : 반갑습니다. 먼저 주민참여예산위원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김준용(이하 ‘김’) :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중 성북구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동별 설명회’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알게 되었어요. 이후 성북구청 홈페이지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 모집공고를 보고 참여를 하게 되었죠.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선정된 후 주민참여예산위원학교라는 교육을 듣게 되었는데, 그 교육을 통해서 이 제도에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윤성희(이하 ‘윤’) : 저는 평소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교육을 신청해 듣고 있었어요. 주민참여예산위원도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죠. 내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했고, 예산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희망 : 현장의 눈으로 봤을 때 주민들에게 주민참여예산제도 관련 홍보가 잘되고 있나요?

김 : 1차 년도에 했던 찾아가는 동별 설명회가 참 좋았어요. 최근에는 진행되고 있지 않아 아쉬워요. 찾아가는 설명회가 더욱 확장되어야 일반 주민들이 일상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 같아요.

윤 : 구청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는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일상에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정보가 계속 노출되어야 더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할 것 같아요. 주민들이 참여하고 싶도록 홍보 문구나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 : 맞아요. 구청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가 중심이 되다 보니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 관변단체 사람들만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요.

김, 윤: 구청에서 주최하는 교육을 홍보할 때 ‘누구나’ 참여하라고 하지만 홍보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요. 그래서 구청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는 일부 주민들과 이미 관계망을 형성한 주민들이 주로 참여하죠. 문제는 새로운 주민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홍보전략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민선으로 바뀌면서 지지 정당에 따라서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갈리기도 해요. 기존 참여자들의 텃세 등으로 인해 새로운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어려워서 힘들어하다가 결국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희망 : 주변 지인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알고 있나요?

윤 :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알고는 있지만, 왜 참여를 하는지 이해하지는 못해요. 골치 아프고 돈도 안 되는데 그걸 왜 하냐고 물어봐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지자체의 사업예산을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제도라고 설명하죠. 그런데 이런 설명은 양날의 칼이 되는 것 같아요. 돈이 동기부여가 되면 활동이 지속되지 않거든요. 돈이 아닌 제도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동네 설명회가 필요해요.

희망 : 그렇다면 더 많은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 :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개인적으로 마을에서 활동할 때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주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주로 학부모들에게 활동 제안을 해요.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들 자원봉사 점수와 맞물려 사회적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직접 참여하면서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고요.

윤: 활동을 시작한 학부모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행정에서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제도를 운영해서 주민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동기부여를 잘 해놓고 한 번의 실수로 주민들의 활동의지를 꺾지 않도록 유의해야 해요. 또 조심해야 할 것이 있어요. 서로 잘 알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참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안돼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홍보가 필요해요.

김 : 무엇보다 나의 민주적 참여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해야 하고, 이것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해요. 주민들이 마음먹고 참여했을 때, 실제로 내가 마을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하죠. 나의 참여로 인해 무언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져요.

윤: 참여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일’ 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민참여예산위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사업결정의 과정 역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희망 : 벌써 몇 년 째 주민참여예산위원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가장 좋았던 점이 궁금해요.

김 :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좋았어요. 다중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희망 :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요?

김: 담당 공무원이나 참여하는 주민이 바뀌면 운영 형태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목소리 크고 힘이 있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평범한 주민들이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봤고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로로 투명하게 운영하면 더 많은 주민들이 행정을 믿고 참여할 것 같아요.

윤: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예산들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임무인데요.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하루에 검토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요. 실제로 무리한 일정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어요.

희망 :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으신가요?

김 :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그런데 가끔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행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
한 역할로 이용되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고 있는 성북구에 이 제도
가 잘 정착되길 바라고요. 꼭 주민참여예산위원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주민의 입장
으로 지켜보며 응원할 거예요.

희망 : 주민참여예산제도와 행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행정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 :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민주적 장이긴 하지만 행정의 마인드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요.
성북구의 경우 행정에서 많은 부분 주도권을 갖고 진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참여
를 확장시켜 나가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또한 행정에서 새롭게 임명한 마을큐레이터가
지역주민을 다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역에 끈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같이 움직여줘야 해요.

희망 : 처음에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참여할 때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목표를 이루셨나요?

김: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만들어 가는 런던 사례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고 내 자신도 민주적인 주민참여의 경험을 싶었는데요. 이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아요.

희망 : 마지막 질문입니다. 주민 중심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운영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윤: 마을활동을 고민하는 사람이 꼭 동네에 한 명씩은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수가 적어서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죠.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지역에서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역할에 40대의 참여를 독려하면 더 좋고요.

김: 실제로 많은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의식이 변하고 마을만들기, 지자체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문제는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행정이 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주민참여 활동은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서 보니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하고, 그 모임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주민과 주민을 일과 일을 연결시켜주어야 하죠.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참여하는 사람만 참여한다는 거예요. 행정에서 찾아가는 교육도 하고 학교에서 홍보해서 중·고등학생 학부모들도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 동네 예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잘못된 것들은 바꿔나가고 싶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_오지은(정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임은영(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5/08/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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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다양한 삶의 모델은 없을까?’ 혹은 ‘일과 삶의 조화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직장인 인생설계 프로그램 <퇴근후Let’s+>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11월 15일과 25일, 4~5회차 교육이 진행됐는데요. 수강생 이수진 님께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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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저녁 ‘퇴근 후 Let’s+’ 네 번째 만남이 있었다. 세 번째까지 만남이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면, 네 번째 만남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내 일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7분을 모시고 사람책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은 총 두 권의 사람책을 대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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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 대한 주도권 가지기

첫 번째 사람책으로 홍진아 님을 찾았다. 홍진아 님은 일주일에 이틀은 비영리단체를 연구하는 회사에 출근하고 사흘은 민주주의 활동가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한 저녁과 주말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열정이 넘치는 분이 틀림없었다. 처음부터 다양한 직업을 갖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올 초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면서 여러 회사의 스카우트 제안이 있었는데, 지금 다니는 두 회사의 일은 모두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두 가지 일을 하면서 N잡러의 삶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홍진아 님의 이야기 중 ‘일과 삶에 대한 주도권’이 기억에 남는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러한 참여가 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일과 삶에 주도권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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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아 님

평가는 가치를 발견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두 번째로 대출한 사람책은 노영선 님이었다. 노영선 님은 해외원조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계셨다. 업무 특성상 일의 내용을 세세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평가 기관에 근무하면서도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평가는 하는 일의 가치를 발견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여야 한단다. 그동안 내가 평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가를 정량적인 수치와 점수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다.
또한 노영선 님은 사람이라는 섬을 잇는 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사람을 잇는 일이란, 사람 간의 거리는 인정하면서 내면에 있는 마음이 물처럼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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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선 님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 그리고 ‘결국은 사람’. 사람책들이 던진 메시지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두 분과의 만남으로 평소 생각지 못했던 일에 관한 주도권을 살펴보게 되었고, 사람 간 이음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사람책프로그램을 세 개의 단어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이 세 개의 단어를 적었다. 고민 해결, 다짐, 역시 사람.

나와 우리 사회에 좋은 일 찾아보기

11월 25일 진행된 다섯 번째 교육은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두 개의 워크숍이 열렸는데, 첫 번째는 희망제작소에서 개발한 ‘좋은 일을 찾아라’ 보드게임이었고 두 번째는 진저티프로젝트에서 발간한 ‘어댑티브 리더십’에 관한 워크숍과 강의였다. 두 가지 모두 일과 조직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내가 속한 조직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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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찾아라’는 보드게임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일의 유형을 알아보고(1부),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논의(2부)할 수 있게 구성돼 있었다. 1부 게임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 기준 카드를 선택할 때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데, 덕분에 내가 어떤 직업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2부 게임에서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의시간, 눈치 보지 않고 말해본 적 있나요?

이어 진저티프로젝트의 ‘어댑티브 리더십’ 워크숍이 진행됐다. 나는 미리 책을 읽고 왔다. 내용 중 ‘조직과 자신을 균형 있게 다루고, 진단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이 책을 만났을 때, 길을 잃은 사막에서 나침반을 만난 느낌이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워크숍에 관한 기대를 하게 했다. 물론 그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조직의 잘못된 관행 공론화를 뜻하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감정의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내면의 현’은 조직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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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 조직의 회의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지 체크 시간도 있었다. 의사결정 시 자유롭게 발언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껏 다녔던 조직을 돌아보니 모두 비슷했다. 최근, 수평적 조직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워크숍은 이에 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잡게 해 주었다. 질문지를 체크하다보니, 수평적 조직문화를 ‘선택의 여지’와 ‘공유’ 그리고 ‘회의진행자로서의 리더’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었다. 의사결정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고, 회의의 리더(혹은 대표)가 진행자가 된다면 가장 수평적이고 건강한 조직일 것이다.

5회차 교육에서는 일에 관한 나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변화하는 리더십을 살펴볼 수 있었다. 덕분에 가치 있는 일을 향한 나만의 작은 이정표를 만들 수 있었다. 남은 두 번의 교육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까?

– 글 : 이수진 퇴근후Let’s+ 수강생
– 사진 : 바라봄사진관

월, 2017/12/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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