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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대문형무소를 안내하는 이유-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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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대문형무소를 안내하는 이유-임영희

익명 (미확인) | 목, 2016/01/07- 12:20


내가 서대문 형무소를 안내하게 된 사연
사회 바꾸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소개합니다

나는 임영희, 서울KYC 평화길라잡이 8기이다. 서울KYC(한국청년연합)는 시민단체이고
우리 평화길라잡이는 서대문 형무소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원활동 안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여기까지 소개를 하면 자연스럽게 평화길라잡이는 학교 때 운동권이었고 정치적 성향이 농후하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의식이 깨인 사람들이라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그리고 내 경우는 좀 달랐다.



뒤늦게 한국 근현대사에 눈을 뜬 나는 지난해 평화길라잡이 기본교육 일정을 보며
이런 '쟁쟁한 강사진을 한자리에 모으다니 참 경제적인 강좌인데'라고만 생각했다.
올해는 한홍구 교수님과 주진오 교수님까지 합류하셔서
그야말로 한국사 근현대사의 크렘 드 라 크렘(Crème de la crème : 최고 중의 최고, 정수 중의 정수)으로 알려진 분이 다 모이셨다.

그 일정에 혹하여 강의나 듣자 하며 평화길라잡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일단 예상대로 강의는 내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질 서대문 형무소 안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1980년대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앞에 나가서 정치적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특정 학생들에게 국한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구호 한 번 외쳐 보거나 집회에 서 본 적 없는 내가 서대문 형무소를 안내를 하다니.
그것은 마치 위기 맞은 중년의 변절스러운(?) 몸부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기본교육을 수강하면서 컴컴한 밤에 마주치는 서대문 형무소가 주는 중압감은
이런 내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그런 내가 생각을 바꿔 평화길라잡이로 서대문 형무소 안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것이었다.
소설가 김영하는 "작가가 아웃사이더로 알려지게 되면 작가는 화제가 되지만 작품은 사라진다,
사회에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 느긋하게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라고 했다.

내가 살아온 방식도 어느 정도 비슷했다. 의견은 있으되 굳이 사람들 앞에 그것을 드러내어
나를 판단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길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자신의 몸 크기의 두세 배 돼 보이는 박스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들,
먹을 것이 없어서 산에서 내려와 사살된 멧돼지들,
자신도 힘들 텐데 할머니까지 챙겨야하는 어린 가장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문득, 지금은 어려움 없다지만
1인 가구로서 삶을 이어갈 나의 미래는 괜찮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서대문 형무소 안내를 들으며 강우규 의사, 김원봉 선생, 의열단, 경성트로이카 등 새롭게 알게 된 인물과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의미 있던 것은 제국주의의 재인식이었다.
형무소 안내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생각한 제국주의에 '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것은 19세기 강대국 미국, 영국, 프랑스 대 약소국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나라들 얘기일 뿐이었다.
사실 학교 때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면서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잘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안내를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비로소 나와 일본 제국주의를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제국주의가 무엇인가? 여러 학문적인 정의를 떠나서 강한 자가 약한 자들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그 근간인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에게 낯설지 않다.
아마 나처럼 강자나 약자로 구분돼 소모적으로 경쟁하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싫지만,
바꾸기 위해 큰소리를 내기에는 어색하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어딘가 계실 줄 안다.



변화시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화길라잡이가 되어
서대문 형무소를 매개로 근현대 100년의 시간 속에 살아간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우리 모두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전하면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외로 내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관람객으로 만나는 많은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내하면서 인간답게 살 권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볼 수 기회가 생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고 덤으로 함께 나설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낄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최근의 위안부 협상까지 역사에 대한 관심, 열기, 분노가 상당히 뜨겁다.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숙농성도 이어지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다니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다.
나 같은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주 그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딱 부러지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평화길라잡이로서 나만의 방식으로 미력하나마 소심한 힘을 보태고 싶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내 안내를 들어주는 시민들에게
식민지·독재 권력의 야만과 폭력성,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
그들의 잃어버린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전하고 대화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우리들을 이어가고 싶다.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역사를 배우고, 공감하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모두 평화길라잡이가 되어서 시민들과 눈 맞추며 열심히 떠들어 보자. 같이 대화해보자.
2016년 새해를 맞아 시작해 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강추!

*서울KYC평화길라잡이는 역사의 현장에서(서대문형무소, 남영동대공분실)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역사를 해설하는 자원활동가입니다.

자세한내용은 여기를 참조해주세요. → 평화길라잡이 기본교육  



*글 : 임영희(평화길라잡이 8기)
*편집 및 사진 : 사무국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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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케이트형 시위에서는 사실상 시위대에게 시민 군대이기를 요구하지만, 점거형 시위에서는 '시공간을 점유해서 새로운 삶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그러므로 시위가 '버티기'가 아니라 '즐기기'가 되는 것이다.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11쪽, 고병권
화, 2017/10/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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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완료 후 열린 소성리 평화행동…“미국과 문재인 정부 규탄” http://www.newsmin.co.kr/news/23678/

토, 2017/09/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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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7/08/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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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KOICA,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 재검토해야

필리핀 경찰의 부패와 인권 탄압 심각한 수준

KOICA 혁신과제에 따라 ‘평화, 인권, 민주주의 ODA’ 추진해야

 

 

어제(5/28) 필리핀을 방문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오늘 ‘한국형 순찰 차량 130대 전수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다. 경찰청이 ‘치안한류’ 명목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는 총 660억 불 규모의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그러나 필리핀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부패와 인권 탄압 실태를 고려할 때, 경찰청과 KOICA는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이 필리핀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물론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환경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왔다. 한국인 피살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치안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필리핀 정부 기관 중 경찰과 군대가 가장 부패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경찰이 살인, 납치, 금품갈취, 마약 등 강력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 탄압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에 즉결 처형 권한을 부여했고, 그 결과 총 4,075명(정부 집계, 2018.3월 기준)이 재판 없이 사살되었으며 이 중 74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즉결 처형은 사법 절차를 무시한 초법적인 살인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필리핀 경찰의 집회시위에 대한 강제 진압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4월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견디다 못한 필리핀 농민들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발포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같은 해 10월 마닐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반미시위를 경찰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경찰 승합차가 시위대를 깔아뭉개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해 강제 해산했으며, 보라카이 섬 폐쇄 관련 현지 주민들의 반대 시위를 대비해 소총과 죽봉으로 무장한 경찰을 현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은 순찰차, 승합차, 오토바이, 수사 기자재 등 경찰 장비 제공과 경찰 전문가 파견, 필리핀 경찰관 초청 교육 등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인권탄압과 공권력 남용이 만연한 상황에서 한국이 ODA 명목으로 필리핀 경찰의 공권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KOICA는 ‘평화, 인권, 민주주의와 성 평등 등 보편적 가치 실현에 기여’를 10대 혁신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포함한 KOICA 사업이 협력대상국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가 필리핀 경찰에 ODA로 기자재를 제공하기 전, 먼저 필리핀 경찰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KOICA가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사업’을 면밀히 평가하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KOICA는 해당 사업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리핀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평가를 통해 해당 사업이 필리핀의 평화, 인권, 민주주의 실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중단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안보체계 개혁’ 지원을 명분으로 한 경찰의 ‘치안한류’ 사업 역시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이 전수하는 경찰 교육은 시위 진압 방법이 주를 이뤄왔고, 이는 한국 기업의 살수차, 시위 진압 장비 수출과 연계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한국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시위 진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한국 사회의 주요 개혁과제이기도 하다. 경찰이 ‘인권 경찰’을 강조하며 공권력 남용 부분에서의 개혁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기존의 치안한류 사업 내용 역시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협력국의 인권 침해를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18/05/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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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376일차 김천촛불입니다.

금, 2017/09/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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