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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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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은 없다

익명 (미확인) | 일, 2016/01/03- 23:25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한 세밑,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폴란드의 유대인 추모비 앞에 무릎 꿇은 사진이 떠올랐다. 폴란드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하기 위해 바르샤바를 방문했던1970년 12월 7일, 브란트 총리는 유대인 5만 6천명이 나치에 맞서다가 학살당한 일을 기리는 탑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독일은 그 뒤 현재까지 나치가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5년 5월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에 맞춘 영상메시지에서 ‘역사에 종지부는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반성과 사죄는 종전 직후부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이었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나치의 리더였고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전쟁이 끝난 1950년대까지도 독일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1950년대의 설문조사에서 거의 절반 가량의 서독인들은 히틀러가 전쟁만 일으키지 않았다면 ‘독일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인 중의 한 명’이라고 응답했다. 인종차별과 학살 등의 과오는 가볍게 여겨졌다. 독일인들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전후 경제 성과에만 열광하고 있었다.당시 독일사회는 나치시대를 쉽사리 잊어버리고 빠른 경제 회복에만 열중하고 있는 ‘경제 동물’처럼 보였다. 당대에는 그 상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1960년대에 그 모든 것이 뒤집힌다. 이스라엘이 나치 리더였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해 재판하고 처형했다. 대량학살(홀로코스트)과 아우슈비츠의 인체실험 진상이 이 때 명백하게 밝혀지고 대중에게 공개되고 관련자들이 처벌받는다.

독일 대학생들은 그들의 교수들을 인종학살 동조자로 고발하고, 자식들은 부모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진실이 공개되고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책임자들이 역사의 재판정에 다시 서게 되자 독일 사회는 2차 세계대전의 역사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반성하는 독일’은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독일의 신나치주의와 유럽의 극우파가 권력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세계는 나치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지도 모른다.

고정불변일 듯한 과거 역사조차도 전쟁터다. 현재는 과거에 대한 해석을 놓고 끊임없이 싸운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은 없다.

한일 외교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마음 속 깊이 칼날처럼 박혔다. 나는 ‘지금의 한국사회 모습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일 것’이라는 권력자들의 속마음을 엿본 것 같았다.

한국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청년들이 ‘삼포세대’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며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다. 고령화되고 격차는 커지고 있는데, 세습받지 못한 사람은 희망없는 각자도생의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 사회 질서는 지금 이대로 굳어지고 말 것이라는 정서가 압도적이다.

정부조차 희망을 버려가는 듯하다. 2015년 내내 정부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풀고 해고를 더 쉽게 하자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졌다. 그런데 저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저출산 고령화다. 노동가능인구가 정체되면서 성장도 정체되는 것이다. 그런데 규제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처방은 기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전제 아래 제시된다. 어차피 이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 일하는 사람과 가계는 고통스럽더라도 기업이나 살려 두자는 기조다.

저출산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더 버는 사람이 조금 더 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 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고용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고, 노후에 생존을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연금제도를 바꾸면 훨씬 나아진다.

청년들에게 실험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면 ‘포기’라는 단어는 현저하게 덜 언급될 것이다. 한국은 압도적으로 건설투자에 의존해 성장한 나라다. 그동안 도로와 건물 같은 콘크리트에 투자하던 자원을 청년들에게 돌려야 한다. 창조경제든 청년수당이든 청년배당이든, 청년이 새로운 실험을 하는 데 대한 투자를 늘리면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세습사회도 각자도생도 한국이 20여년 전 IMF 구제금융 이후 스스로 선택한 질서다. 다른 선택은 과거에도 가능했고 미래에도 가능하다. 변화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 뉴스토마토 / 2016.01.03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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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국민연금의 반복되는 재벌 편들기,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27일 울산시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4개 회사로 분할하는 ‘회사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월 이미 태양광발전산업(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과 선박사후관리업(현대글로벌서비스)을 물적분할한 바 있어 이번 결정으로 최종 6개 기업으로 나뉘게 됐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사업분할은 장기화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지만, 회사 분할의 진짜 의도는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여 지배체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재벌 총수들은 자사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높이는 편법을 활용해 왔다. 자사주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회사가 사들인 주식이다. 현행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회사를 분할해 자사주를 다른 회사로 옮기는 순간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예를 들어 자사주 15%를 갖고 있는 A기업을 A기업과 B기업으로 인적분할하면 B기업은 A기업이 갖고 있던 자사주 지분 15%만큼 A기업 주식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A기업의 대주주는 원래의 지분에 더해 분할 과정에서 B회사가 갖게 된 15%만큼 추가 지분을 갖게 된다. 물론 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주총에서 벌어진 분할 결정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분할된 6개사 중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되면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를 그대로 넘겨 받는다.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일가의 현대중공업 지배력이 13.4%만큼 늘어난 셈이다.

결국 이번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는 정몽준 일가의 편법적인 현대중공업 지배력 강화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대중공업 주식의 8.0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분할계획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가입자·가입자이었던 자 및 수급권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하여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여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에도 의결권 행사지침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회의적이다. 현대중공업의 분할 찬성이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현대중공업의 분할은 이후 막대한 인력 구조조정, 분할사 이전으로 노동자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지역경제 침체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결정에 가깝다. 또한 정몽준 일가의 기업 지배력 독점을 강화함으로서 우리 기업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왜곡을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이 점에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에도 반하는 결정이다.

최순실-박근혜-삼성 비리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매우 높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산이 정권과 재벌의 이익에 또다시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현대중공업 분할 찬성 역시 구조조정의 우회적 수단,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의 일환에 국민연금이 동원되고, 국민연금이 여전히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사회적 책임에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개선과 관련해 여럿 법안이 상정돼 있다. 국민연금이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 국민연금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고, 공적 연금으로서 갖는 사회책임 투자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2017년 3월 2일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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