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은이 온다?
특집 온다?
김정은이 온다?
글.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남북관계와 관련된 전망은 많은 경우 빗나가기가 일쑤다.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에서의 예측은 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실의 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지만, 북한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은 사회과학 일반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정일 이후의 소위 ‘후계자문제’와 관련한 논란이었다. 많은 학자, 전문가들이 일찍부터 김정일의 후계자에 대해 장남 설, 차남 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예측을 내놓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북한의 후계체제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 83년생의 젊디젊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북한이나 남북관계를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학’은 사회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점성학’에 속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루어질 것인가
‘2016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김정은이 남쪽에 올 것인가’ 하는 예측도 사실 일반 사회과학적인 분석틀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는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남북관계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전문가 10명중 9명이(90.3%)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현 정부 임기 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74.2%였다.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25.8%의 전문가들도 정상회담 예상 시기에 대해서는 ‘2016년 하반기’(52.5%)가 반을 넘었고, ‘총선 이전’(22.5%)과 ‘2016년 상반기 이내’(20.0%)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들도 2018년 초까지 현 정부 임기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2016년 내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셈이다.①
이 설문조사에서 필자 역시 현 정부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는데, 사실 2015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의 남북관계 전개과정을 보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좀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
필자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남북간 군사충돌의 위기를 해소한 8.25남북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대립의 구조가 크게 완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8.25합의에도 불구하고
8.25합의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실제로도 지난 10월 말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이루어지는 등 가시적 변화가 보이고 있다. 그러나 8.25합의에는 본질적으로 남북이 각각 군사력으로 상대를 위협하여 각기의 목적을 달성한 전쟁 정치의 산물이라는 ‘불편한 역설’이 존재한다.
더구나 그간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과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남한 주도의 통일(‘비합의 통일’을 포함하여)을 명백히 하고 있는 반면, 북은 이러한 박근혜정부의 입장에 대해 ‘저들의 일관된 원칙’이란 “적대와 대결로 일관된 ‘대북정책’ 추구”(2015.11.24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라며 박근혜정부에 대해 근본적인 경계와 불신을 보여 왔다. 8.25합의와 이산가족상봉, 혹은 일부 남북교류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상대의 적대적 속내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고, 이런 대립의 구조화는 8.25합의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최대 장벽인 핵문제로 들어가면 이러한 대립구조의 고착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한·미 양국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면서 북이 비핵화를 수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지 않고 있는 반면, 북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양쪽의 주장은 어느 쪽도 조만간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거기에 미중관계와 미일동맹의 영향 등으로 이런 양립불가의 상황은 구조적으로 더 고착되고 있다.
물론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남북 양 당국의 태도로 보아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근본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이 온다?
최근 남북차관급 당국회담에서 논란이 되었던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도 마찬가지다. 금강산관광문제는 정상회담 등 향후 남북관계의 향배를 가늠할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남북의 입장차도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의하면 지난 차관급당국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내부사정이요 뭐요, 하면서 금강산관광재개문제협의를 거부하던 끝에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조평통 대변인담화” 2015. 12. 15). 물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차관급회담 직전인 지난 12월 8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 ‘전략로켓군’을 비롯한 단체 4곳과 개인 6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는데, 이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이 북에 ‘달러’가 흘러들어가는 사업은 안 된다는 메시지이고, 이에 정부가 당국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2016년의 남북정상회담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6년에 김정은 제1비서가 서울에 올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가동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 접근을 추진하거나, 또 북한 역시 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특유의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부족한 외자와 자원 확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구조적 조건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남북 당국자의 의지가 작동하면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남북관계에서의 예측은 늘 ‘점성학’에 가깝다.
--------------
① 이상의 통계는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관계 현안 설문조사 결과와 시사점” (2015. 12. 3)인용.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