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2015 청자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란다 '문화디자인'

지역

[2015 청자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란다 '문화디자인'

익명 (미확인) | 화, 2015/12/15- 18:11

[2015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란다

'문화디자인' 놀 프로젝트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뽀통령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랐건만, 하교 후 학원가를 전전하는 아이들에겐 더 이상 놀 시간이 없다. 설령 시간이 있더라도 신나게 몸으로 놀 줄 모른다. 시루엔 콩나물이, 놀이터엔 아이들이 자라야 자연스러운 법. 이에, 놀 줄 아는 소년들이 놀이요원을 자처하며 놀이터로 나섰다. ‘본격 어린이&어른이 바깥놀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궁말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 '문화디자인' 놀 프로젝트매주 수요일 궁말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 '문화디자인' 놀 프로젝트


 

한적한 주택가 한 쪽 자그마한 놀이터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왁자하다. 놀이터 앞을 지나는 주민들의 걸음이 그 앞에서 절로 느릿해진다. 제자리를 찾은 풍경이건만, 시선을 비끄러맬 만큼 생경한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은 늘 그렇게 놀아왔던 것 마냥 자연스럽다. 8~9세 아이들의 막강한 놀이 본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엔 혈기 방장한 십대 소년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어려서부터 몸으로 뛰노는 데엔 이골이 난 형들이건만, 고무공 같은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8~9세 어린이 10명에 놀이 선생님 10. 1:1 대인 마크가 가능한 이 밀도 높은 놀이교실은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는 슬로건 하에 문화디자인이 추진하는 놀 프로젝트사업이다.

 

 

 “형들이랑 놀자! 안전하고, 재미있게!”“형들이랑 놀자! 안전하고, 재미있게!”


대안학교인 꽃피는 학교고등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문화디자인은 2014년 봄, ‘더 나은 문화를 디자인하자는 뜻을 천명하며 시작됐다. ‘우리 안에서 출발하여 사회 속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대로, 문화디자인 팀이 다루는 문화의 범위는 학내 문화에서 지역사회 문화로 점차 확대되었다. 놀 프로젝트가 그 첫 번째 결과물인 셈.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착안, 청소년들이 찾아낸 해법은 투명했다.


형들이랑 놀자!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이요원, 안전요원의 빈틈없는 하모니  

 


내 머리 속엔 아이가 살고 있어요”, “누가 더 아이 같은지 놀아보자”, “동생만 3명입니다. 놀 프로젝트 리플렛에 적힌 멤버들의 재기발랄한 프로필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대부분 초등 과정부터 대안학교를 다닌 소년들은 놀이를 성장 동력 삼아 자라왔다. 또래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몸으로 뛰놀며 지낸 유년의 추억은 이들의 가장 큰 자산. 놀아본 소년들만이 알 수 있는 놀이의 효능, 놀이의 재미를 몸소 알려주겠다니, 이보다 더 믿음직한 놀이 선생도 없다. 더욱이 재미만이 아닌 안전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부모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후문.


문화디자인 대표 나누리문화디자인 대표 나누리


 

서대문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을 받았고요, 항상 구급키트를 준비합니다. 놀이요원과 안전요원으로 업무를 나눠, 안전요원은 아이들을 살필 수 있도록 놀이터 곳곳에 배치했어요. 안전한 먹거리도 중요한 부분이라, 간식은 근처 유기농매장에서 준비하고요.”


그러고 보니 보디가드처럼 놀이터 곳곳을 지키고 있는 소년들이 눈에 들어온다.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쫓는 눈빛이 사뭇 삼엄하건만, 놀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혼자 노는 아이가 보이면 슬며시 친구가 되어준다. 얼음땡을 하다 말고 갑자기 그네를 타기도 하는 게 8, 9세 아이들의 무른 집중력인 까닭. 무리로 돌려보내는 대신 슬그머니 그네를 밀어주는 속 깊은 큰오빠, 큰형들이다.

 



문화디자인 서준선문화디자인 서준선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놀이들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짜요. 지난번엔 비석치기라는 전통놀이를 가르쳐줬는데, 호응이 꽤 좋았어요. 준비해온 놀이를 모두 원활히 진행하진 못해요. 단체 줄넘기를 기획했더라도 아이들이 얼음땡을 원하면 얼음땡을 하죠.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어야 하니까요. 아이들은 무조건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원해요. 또 좋아하는 놀이는 지치지도 않고 반복하죠.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게 보이니까, 정말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싶고, 보람을 느껴요.”

 

 

도심의 풍경을 바꾼 놀이터 디자인

 


놀이를 통한 따뜻하고 유쾌한 소통의 기억은 놀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추동력놀이를 통한 따뜻하고 유쾌한 소통, 놀 프로젝트의 힘


 

2014년에도 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체계적이진 않았다. 일단, 지역 사회에 전혀 홍보 없이 시작하여, 초반엔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겠다는 덩치 큰 십대소년들의 정체가 낯설었던 까닭. 프로젝트의 취지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 채 시작한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정해진 요일과 정해진 시간이면 어김없이 놀이터에 나와 형들을, 오빠들을 기다리던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놀이를 통한 따뜻하고 유쾌한 소통의 기억은 놀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는 추동력이 됐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신청하게 된 것도 그 때문. 홍보부터 체계적인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물적 여건들을 제대로 마련하고 싶었다.


상반기에 뜻하지 않은 변수였던 메르스 여파로 홍보기간이 조금 늦춰지긴 했으나, 나머지 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기실, 출발부터 기분 좋게 테이프를 끊었다. 서대문구청에 직접 만든 리플렛을 비치하고 교육넷과 SNS를 통해 홍보에 돌입하자마자 순식간에 10명 정원이 마감된 것. 놀 프로젝트 유니폼을 맞춰 입고, 아름다운재단과 문화디자인 로고가 박힌 플래카드도 걸고, 구급키트에 착한 간식까지 챙기고. ‘살림이 넉넉해져서힘든 기억은 별로 없다는 이들이다.

 

방과 후 학원가를 전전하며 놀이라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 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안타까웠어요. 책상에 앉아 배우는 게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에겐 또래친구와 몸으로 부대끼며 뛰어노는 일상 자체가 성장의 과정임을 잘 알기에, 그리운 놀이터 문화를 되살려 보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 놀기를 잘 했던, 그래서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심지 곧은 소년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반, 그들이 디자인한 놀이터 풍경은 확실히 이전보다 훈훈하고 풍요로웠다.

 


_ 고우정 ㅣ 사진_ 조재무

 




 

숨요 변화사업국 사업배분팀전서영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은 휴식 부문과 함께 해외연수 부문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해외연수] 부문에 총 8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각자 활동하고 있는 이슈와 관련한 해외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영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이은숙 님등과 함께 중국 방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중국 페미니즘, LGBT/퀴어 운동 및 이와 연계된 사회운동 현황들을 직접 방문 및 인터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이번 방문 연수를 통해 한국, 멕시코, 중국 활동가들이 2016년에 한국에 모여 Joint Feminism School과 국제 포럼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사실입니다. 2016년에 진행될 국제포럼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구지역적 액티비즘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하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페미니즘학교 활동가들은 2015년 아름다운재단의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중국 방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2009년 한국, 중국, 멕시코, 남아공의 활동가들이 모여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입니다. 이 각 지역의 활동가들을 우리는 ‘지구지역적 액티비즘을 함께 만들어 갈 공동주체’로서 ‘GP(Glocal Point)'라고 부르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이 GP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행동과 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설립 당시 각 GP들은 ’페미니즘학교‘를 각 지역에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기로 결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한국 GP는 2010년 1기 페미니즘학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운영을 이어왔고, 중국 GP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페미니즘학교의 설립을 모색해 오다가 올해까지 3년째 7, 8월을 이용한 단기 페미니즘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일방향적 연대가 아니라 각 지역의 맥락과 상황을 서로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공동의 활동을 만들어가는 활동을 지향하는 만큼, 현지에서 직접 맥락을 파악하고 활동가들을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수는 한국에서 연구 논문이나 뉴스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중국 페미니즘, LGBT/퀴어 운동 및 이와 연계된 사회운동 현황들을 파악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현지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 

 

재충전 나영 

 

3개월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고정갑희 집행위원장과 나영 GP네트워크 팀장, 이은숙 페미니즘학교 팀장이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중국 GP에서 지난 6년 동안 함께 만나며 조직해 온 여러 활동가들과 페미니즘학교 수강생들, 그리고 2013년부터 진행된 베이징 페미니즘학교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꾸준히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북경 세계여성회의 20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중국 여성운동의 성과와 평가지점,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이틀간의 민간여성단체 포럼에도 참여하고 여러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운동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난 활동가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3.8 세계 여성의 날 연행되었던 활동가 왕만(王曼, Wang Man)과 韦婷婷(Li Tingting, Maizi Li), 페미니스트 연극 및 액션 그룹 ‘B Come’, 가사노동자 훈련 및 권리 교육 기관 ‘부평학교’, 성노동자단체 天津信愛文化传播中心, 비공식부문여성노동자단체 木兰花开, 퀴어영화 순회 상영 그룹 China Queer Independent movie Film (CQIF),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겁고 적극적인 페미니스트 액션을 벌이고 있는 Media Monitor for Women's Network, 그리고 활동가이자 연구자 蔡一平 Cai Yiping 등 여러 활동가, 단체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처음 이틀 동안은 베이징 페미니즘학교에서 진행할 강의와 워크숍, 인터뷰 사전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8월 3일에는 본격적으로 베이징 페미니즘학교에 참여하기 위해 허베이 성으로 이동해서 참가한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올해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페미니스트 활동가 다섯 명을 급습해서 구금했던 사건에서 짐작되듯이(이들 역시 2013, 2014년 중국 페미니즘학교의 수강생들이었습니다), 이번 베이징 페미니즘학교는 중국 정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준비와 진행이 이루어졌는데요, 모집도 공개 모집을 하지 못하고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모집을 했고, 장소 역시 베이징 외곽의 어느 산속 작은 숙소에 머물며 진행이 되었어요.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3명이 지원하여 16명이 수료를 했습니다. 특히 기획팀이 준비한 강의 외에도 수강생들이 직접 강의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선택하여 전체 프로그램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한국 GP에서 참여한 고정갑희, 이은숙, 나영도 ‘페미니즘 경제’를 주제로 하여 각각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페미니즘 경제, 한국의 여/성-노동운동, 한국의 밀양 투쟁과 LGBT 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이러한 내용들을 ‘페미니즘 경제’와 연결해보는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으로 돌아와서 7일과 8일에는 ‘베이징 여성회의 20주년 포럼’에 참석하면서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고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포럼 전날인 6일에는 포럼 사전행사로 중국의 미디어, 시각예술가이자 활동가인 Shi Tou 石头 감독과 Jing Zhao 赵静 감독이 함께 제작한 <우리가 여기 있다 我们在这里>를 상영했어요. 


이 영화는 1995년 베이징 세계 여성회의의 공식 행사에도, NGO 포럼에도 초청받지 못했던 활동가들이 NGO 포럼 장소 밖에 텐트를 차리고 행사 기간 내내 모이고, 퍼포먼스를 하면서 처음으로 조직되기 시작해서 이후 중국의 여러 레즈비언-페미니스트 단체들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1시간가량의 짧은 다큐멘터리이지만 중국 레즈비언 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말 재밌고,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였어요. 고맙게도 영화를 제작한 감독들이 수락해주어 12월에 진행한 방문 연수 보고회에서도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연이어 진행된 이틀간의 포럼에서는 베이징 여성회의 이후 20년 동안 중국의 여성운동 민간단체의 활동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가정폭력, 성폭력 의제에서의 성과와 한계, 문화운동을 통한 다양한 페미니스트 그룹의 활동들, 여러 레즈비언 단체들과 LGBT 단체들의 활동,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자 단체, 시각장애인 레즈비언 단체와 청각장애인 여성 단체, 성노동자 단체, HIV/AIDS 감염인 여성들의 단체, 게이의 아내인 여성들의 단체 등 다양한 소수자 여성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이후 중국 여성들은 사회주의 해방 이념에 따라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주체로서의 위치를 가지게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해방된 여성’이라는 이 명제로 인해 오히려 여성 자체의 젠더, 섹슈얼리티의 문제나 여성 농민, 노동자들이 지니는 문제의 특수성 등은 제대로 드러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혁, 개방 정책이 시행되고 중국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95년에는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북경에서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이후 중국 내에서도 다양한 여성운동 의제가 제기되고 국제적인 활동도 활발해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구금되었던 사건은 현재 중국 여성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탄압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들의 활동이 그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다양한 직접행동과 퍼포먼스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들의 활동은 웨이보(중국 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에서 최초의 가정폭력금지법안을 이끌어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방문했던 중국 페미니즘학교와 베이징 세계여성회의 20주년 민간여성 포럼, 인터뷰한 단체와 활동가들은 현재 중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와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반 가정폭력/성폭력, 교육과 고용에서의 성차별, 성교육, 성노동자 권리, 환경, 농민공(농촌 출신의 하층 도시 노동자), HIV/AIDS, 시민권, 장애, 성소수자, 가족주의 등 다양한 의제들을 교차시키며 중국의 페미니즘과 여성/사회운동을 변화시켜가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 이후 부상하고 있는 레즈비언 그룹과 페미니즘 단체가 가정폭력/성폭력 문제에 함께 연대하고 있는 흐름,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여성들의 교육과 고용에 제한을 두고 있는 차별적 법률,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비혼 여성,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 연계, 에이즈 감염인과 여성운동, 성소수자 운동이 연대하는 흐름, 개혁/개방 이후의 경제적 변화 속에서 열악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여성 농민공과 비공식 부문 여성노동자, 성노동자 권리에 대한 고민 등을 주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2016년에 한국, 중국, 멕시코 활동가들의 Joint Feminism School과 국제 포럼을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방문 연수에 이어 이 행사를 다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더 많은 활동가들이 이 결과를 나누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중국 방문 연수 자료집에는 중국 페미니즘학교와 베이징 +20 민간여성포럼에서 발표된 여러 단체들의 발표자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만난 단체, 활동가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료집이 궁금하신 분들은 02-593-5910 으로 전화주시거나 [email protected] 으로 문의해 주세요)

 

 

글ㅣ사진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1%기금] 더 보기



창+문 변화사업국 변화사업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월, 2016/02/29- 19:08
491
0

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은 휴식 부문과 함께 해외연수 부문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해외연수] 부문에 총 8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각자 활동하고 있는 이슈와 관련한 해외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명호 님은 생태지평연구소 장지영 님과 함께 덴마크(Esbjerg)-독일-네덜란드(Texel)로 연결되는 와덴해(Wadden Sea) 갯벌 세계자연유산지역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국내 갯벌 보전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었고 국내 각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갯벌방문객센터에 적용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 및 관리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갯벌 보호지역 관리시스템 선진화 지역 탐방 연수

"와덴해 갯벌에서 한국 갯벌의 보전방향을 모색하다"

 

드디어 다녀왔다. 2015년 아름다운재단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해외연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와덴해를 탐방하고 왔다. 진행하는 연구소 업무는 물론이고 습지보전법 개정 및 설악산 케이블카 같은 각종 환경 현안이 있는 상황. 정말 일정대로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 눈 질끈 감고 다녀왔다. 결론? 일정을 소화하고 배워온 것이 너무 많다.

 

와덴해(Wadden Sea)!! 참 어려운 말이다. '와덴해'라고 말하면 보통 열에 아홉은 그게 어디냐고 묻는다. 하지만 국내의 환경운동 특히 연안습지(갯벌) 보전활동을 담당하는 활동가에게는 매우 교과서적이면서 사전적인 곳이다. '교과서적'이라 함은 국내 갯벌 보전 정책의 선진화된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의미이고, '사전적'이라 함은 갯벌 관리정책의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재충전 명호

와덴해는 총 면적이 11,500㎢ 이고 이중 4,500㎢가 갯벌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3국이 공동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남한)의 갯벌 총 면적이 2,500㎢이고 북한이 약 2,300㎢로 알려져 있으니 와덴해 갯벌의 면적은 남북한 갯벌 전체를 합한 면적과 비슷하다. 이 곳을 13일 동안 둘러보면서, 그들의 보호관리 시스템과 운영체계를 살펴보았다.

 

와덴해 갯벌은 1)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온전히 보전되고 있는 갯벌이고, 2) 전체 지역의 지형적 발전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다양한 생태계 및 생태군이 존재하며, 3) 연간 약 1,000~1,200만 개체의 이동성 조류의 중간기착지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와덴해는 보호가 ‘잘 되거나 아주 잘 되거나’로 구분되며, ‘국가별로는 국립공원 및 자연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고, 3국간의 협력 속에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체제 하에서 보전 및 관리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새만금 갯벌처럼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갯벌을 간척으로 망치고서도 문제의식이 없는 한국사회와는 참으로 다르다.

 

이번 방문 지역은 3국에 걸쳐 있고 대부분 해안 시골지역이다. 이 때문에 차량을 렌트해서 이동했는데, 와덴해 전체 보호 및 관리를 총 책임맡고 있는 ‘와덴해 공동사무국’ 관계자도 이런 일정을 놀라워했다.와덴해를 직접 관리하는 담당자이지만, 정작 자신들도 한번에 덴마크에서부터 네덜란드까지 전체 와덴해 지역을 돌아본 경험은 없다고 한다.

 

3국을 모두 살펴본 지금, 몇 가지의 내용들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재충전 명호

  

갈등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덴마크에서는 와덴해의 출발지인 에스비에르(Esbjerg)와  Blavand, Tønder 자연복원지역, Rømø섬의 Tønnisgard 자연센터 지역 등을 살펴보았다.

 

덴마크의 많은 방문자센터와 교육프로그램 등도 놀라웠지만, 덴마크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오랜 사회적 합의 과정이었다. 덴마크 환경부 관계자는 "개발 사업이든 보전 사업이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오랜 기간 논의를 진행한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던, 합의에 이르면 그 이후는 찬반 양측의 논쟁은 더 진행되지 않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협의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였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와덴해 보전을 위한 다양한 교육들이 방문자센터 등을 통해 진행되는데, 센터들에서 진행되는 환경교육이 학교교육 프로그램과 결합한 상태로 진행되며, 학교교육 일선의 선생님들이 일정 기간 센터에 파견되어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다시 학교 교육 일선 현장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방문자센터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토의를 하면서 운영 및 프로그램의 개발 및 예산 확보까지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한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이 존재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한국의 많은 갯벌방문객센터에서도 이런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덴마크 일정 이후에 독일에서는 질트(Sylt)섬에서 시작해서, 갯벌국립공원관리사무소, WWF독일, 와덴해 3국 공동사무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나부센터, 스피커욱 섬 등을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갯벌 관련 교육의 장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독일의 갯벌 체험학습은 갯벌의 생물다양성과 보전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교육 대상자 및 연령층에 따라 다양하게 준비된 교구재를 사용한다.

 

또 다르게 인상 깊었던 점은, 각각의 와덴해 보전센터마다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생애주기별로 성장 과정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 곳의 자원봉사자들은 몇 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1~2개월 동안 이론교육 및 현장 실습을 통해 보전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학 입시 전쟁에 매여 공부 이외에는 터부시되는 우리사회, 대학 입학 이후에는 취업전쟁이 인생의 모두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재충전 명호

 

마지막으로 독일 어느 지역의 박물관이나 갯벌센터나 모두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응용이 대단히 놀랍도록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어있는 박제가 아닌 갯벌 생물이 그대로 센터 안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실외든 실내이든 동일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의 적절한 배치, 작은 가정집을 방문자 센터로 이용할 수 있는 섬세함. 박제를 중심으로 전시되는 한국과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재충전 명호

 

독일 일정 중에 황망한 일도 겪었다. '퇴닝'이라는 지역에서 전세계 갯벌센터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물티마(Mutimar)를 방문하였을 때, 이 기관의 전문가가 ‘한국의 새만금 갯벌 상황’을 물어왔다. 한국 사람들도 궁금해 하지 않는 한국의 갯벌. 이 먼 독일에 와서 그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세계적인 갯벌을 간척사업으로 망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더욱 그랬다. 당혹스럽게도 이 질문은 당가스트(Dangast) 갯벌국립공원센터 관계자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그만큼 ‘갯벌’을 주제로 한 한국과 와덴해 3국 사이에 교류협력의 역사는 상당히 깊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일정 중에는 가장 기억될 곳으로 스피커욱(Spiekeroog) 섬이 있다. 섬 전체 인구 800명에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5대가 전부이고, 모두 도보 혹은 자전거로 이동하며 한국과 같은 유흥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갯벌과 염습지가 모두인 동네. 그렇게 불편한 섬이지만 독일 전직 대통령들의 휴양지. 연간 18만명이 방문하고, 하루 관광객은 3천여명으로 제한하는 특이한 지역이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유치행사를 하는 한국의 상황과 비교할 때, 재밋거리가 없는 이곳에 왜 이리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까? 한국의 휴가 문화와 달리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이들의 문화는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궁금했고, 한국의 갯벌센터가 있는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한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이번 연수의 마지막 일정은 국토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 혹은 간척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다. 텍셀(Texel)섬 역시 네덜란드의 주요 자연보호지역이며, 최대의 관광지인 동시에 에코마레(Ecomare)라는 유명한 물범보호센터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은 텍셀섬의 역사에서부터 생태, 네덜란드의 해양 생태계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물범 등을 직접 관찰할수 있는데, 한국처럼 동물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위험에 빠진 물범과 물새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과정에 대한 소개와 해양 포유류의 생애 특성 등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모금활동 등도 활발하다. 이곳에 온 물범 대부분이 고아 혹은 백내장 같은 질병에 노출된 개체가 많다. 에코마레 센터는 이들을 일정정도 보호 및 치료를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심각한 개체들은 센터에서 관리하면서 자연상태에 있는 동물들을 보전하는 데 기여한다.

 

 

글ㅣ사진  명호, 장지영 (생태지평연구소)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1%기금] 더 보기



창+문 변화사업국 변화사업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수, 2016/03/02- 19:31
480
0



고발 정신의 근본은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쓰는 한 장의 고발장은 역사와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짜고 씁쓰름한 소금, 그 소금이 음식을 썩지 않게 하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보다 큰 구원이 됩니다. 

슬픈 소금의 역설은 끊임없이 사람과 사랑, 그리고 고발을 생각하게 합니다.

 힘들고 외롭지만, 함께 가야 할 길, 여기에 작지만 튼튼한 소금창고를 세웁니다.  


 - 공익제보자 생계비 지원사업을 위한 <소금창고 기금> 개설자 MBC 이상호 기자 -




정부, 기업,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알린 공익제보자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좀 더 깨끗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익제보자 10명 중 7명이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 등을 당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공익제보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만 공익제보로 인한 불이익은 오로지 공익제보자 한 사람의 몫입니다. 이제 우리가 공익제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려 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인권의학연구소, 참여연대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공익제보로 인해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부 공익제보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공익제보자 생계비 지원사업(이하 공생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공익제보자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60%가 공익제보를 이유로 해임·파면 등 불이익조치를 받았고, 67%가 신고 이후 생계유지가 힘들거나 배우자의 경제활동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65%~85%가 가슴 답답, 소화불량, 불면증, 대인기피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간영역 최초, 공익제보자를 위한 다각적 지원 

공생프로젝트 지원 사업의 주요 내용은 우선, 공익제보자의 가구소득에 따라 월 200만 원, 150만 원, 100만 원, 50만 원의 생계비를 6개월간 지원합니다. 또한, 불이익조치 등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해 법률상담을 해야 할 경우 법률상담비(200만원 이내)를 추가 지원합니다. 더불어 공익제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참여를 원하는 경우 심리치료비(100만 원 이내)를 추가 지원합니다. 

자세한 지원내용과 신청 절차는,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더보기]-> http://goo.gl/lwkFA3


공생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으로 아래 단체와 함께 진행합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minbyun.org  02-522-7284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civilnet.net  02-734-3924
- [아름다운재단] beautifulfund.org  02-766-1004
- [인권의학연구소] imhr.or.kr  02-711-7588
-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peoplepower21.org  02-723-5302





 고인돌 변화사업국 변화사업팀권연재

  아름다운재단에서 배분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화, 2016/05/31- 11:25
471
0

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은 휴식 부문과 함께 해외연수 부문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해외연수] 부문에 총 8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각자 활동하고 있는 이슈와 관련한 해외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김경철님은 한국습지NGO네트워크와 함께 2015년 6월 1일~9일 동안 남미 우르콰이 푼타델에스터에서 열린 제 12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습지보전 등과 관련된 토론에도 참여하고 부스, 사이드 이벤트 등을 통해 한국의 습지 상황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국의 습지보전 정책과 노력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제 12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 참여기  

 

 

람사르 총회는 3년마다 대륙을 돌아가며 개최되는, 습지와 그곳에 서식하는 새들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협약 당사국 총회이다. 제 11차 총회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개최되었고, 이번 12차 총회는 남미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총회는 ‘미래를 위한 습지’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또한 2016~2020년 전략계획을 마련하는 회의이기도 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불확실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주제로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가 개최되었고, 특히 NGO 그룹은 총회 기간 동안 총회 결의안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고, 2016~2020 전략계획에 NGO의 역할을 명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총회 기간 동안 매일 아침 한국의 습지보전 실태를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하였다. 지류지천 사업으로 또다시 위기에 처한 하천, 그리고 제주강정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연안습지의 파괴, 람사르 습지인 송도갯벌 보전을 위한 캠페인 활동과 팸플릿 배포를 진행하였다. 

 

홍보 팸플릿

 

많은 당사국 참가자들이 호응해 주었고 일부 국가 참가자들은 직접 현수막을 들고 지지를 표명해 주기도 했다.  

 

SAVE our sea 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 정부는 튀니지 정부와 함께 ‘람사르 마을’ 지정과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람사르 습지 인근 도시의 적극적인 습지보전과 인식 증진 사업의 진행을 위해 제출된 결의안이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한 국가에 하나의 람사르 마을 지정을 권고하고 있었으며 람사르 등록 습지에 한해 지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초안이 통과되게 되면 일반 습지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하는 등 문제가 있어 ‘람사르 마을’ 지정 관련하여 사이드 이벤트 행사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결국 최종 결의안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통과되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기 전에 한국의 국가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협약 사무국에 국가 보고서에 당사국의 정확한 정보를 담아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발송하였다. 총회장에서 아시아 자문관인 류 영 자문관이 이와 관련한 미팅을 요청해 왔으며 류영 자문관은 향후 국가 보고서 작성 등에 NGO 그룹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하였다.

 

총회를 마치고 총회 공식투어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우루과이 연안 국립공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조금은 허술해 보여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여러 모습들과 관광자원화를 보며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호해야 할 곳은 철저히 보호하는 정책, 그리고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총회 참여 후 브라질의 생태도시라 불리는 쿠리치바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책으로도 소개된 도시인 쿠리치바. 도시의 첫인상은 숲인 듯하다. 걸어서 5분 이내에 숲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걸어 다니기에 쾌적한 도시이다. 도심 외곽에 조성된 공원도 대부분 숲 위주로 되어있다.

  

 

도심과 외곽을 이어주는 대중교통 역시 잘 발달되어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과 숲의 역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머무르는 내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왠지 하는 일이 없어도 바쁘게 느껴지는 도시가 있는 반면 쿠리치바는 일이 있어도 여유로움을 가질수 있는 도시였다. 생태도시에 걸맞게 외곽에 조성된 엄청난 규모의 하수처리를 위한 습지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차츰 이러한 습지 조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으나 국토 면적이 협소하고 산이 많은 지형에서 이런 대규모 하수처리를 위한 습지조성은 힘들 듯하다. 그러나 지류, 지천에 소규모 습지를 다수 조성함으로써 일정 부분 수질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람사르 총회 참석과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 아름다운재단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나라 습지보전 활동에 더욱 기여하는 노력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에 보답하고 싶다.

 

 

글ㅣ사진  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1%기금] 더 보기



창+문 변화사업국 변화사업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목, 2016/02/25- 14:06
470
0

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년에도 어김없이,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1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동료들과 혹은 가족들과, 또는 혼자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눕니다.

 

박영길 님은 23년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일주일 이상 충북 지역 밖을 벗어나 머물러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답니다. 돌아와서 더욱 풍부해진 요리 경험과 여행에서 만난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환대의 자리까지 마련하고 나눌 수 있었다네요.

 

 

내 주제에 무슨 로마?!

  

왜 로마에 가고 싶었을까?

 

시작이야 장난처럼 한번 가보면 좋지 않을까? 정도였다. 뚜렷한 목적이나 원하던 것 없이 그저 갑갑한 현실에서 조금만 떨어져 지내면 좋겠다는 게 우선이다 보니 아무 곳이나 떠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좀 더 강했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를 선택할 때 거의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곳이 로마였던 것 같다. 평소 요리라는 걸 좋아하고 공룡에서도 요리라는 걸 담당하니 요리 배우러 간다는 핑계도 좋아 보였고, 오랫동안 어떤 환상처럼 가지고 있던 그리스로마 문명에 대한 환상도 한 몫 했던 것 같고 말이다.

  

파스타, 피자, 아이스크림 로마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들

 

하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슬슬 밀려오는 후회라는 감정은…. 공룡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엮이고 또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관계들이 막상 떠날 때까지 손잡은 걸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 몰리고, 예상한 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 새로 시작해야 할 일들 투성이다 보니 자연스레 "왜 이럴 때 여행이란 걸 간다고 들썩거려서 문제를 일으키냐 말이다." 싶은 후회감이란.


그래서 단순했던 여행이 뭔가 나에게 중요한 의미 부여란 걸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심리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떠날 때쯤 확정한 여행의 의미? 여행의 목적? 그건 바로, "손놓고 있던 건축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재충전??"이었다.

 


코르도나타 Cordonata  - 미켈란젤로의 돌계단

 

내 주제에 무슨 로마?!

보통처럼 위쪽 계단의 폭을 같게 하거나 줄여서 점차 상승하는 느낌과 계단 위 중앙에 집중시키는 힘을 표현하는 방식을 버리고 시각적으로 상승과 집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쪽 계단의 폭을 넓힘으로써 시원함과 광대함을 표현, 뭐 그렇다는 거다.


결국 권위는 모아서 독점하거나 위로만의 상승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아래와 동의되고 보다 많은 것들로 가치가 확장되는 것에서 나온다는 생각이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계단을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게 화려한 궁전이나 성당이 아니라 궁전을 개조해서 만든 개방된 미술관, 대중에게 일반에게 개방된 전 세계 최초의 미술관 카피톨리니 박물관을 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남다를지도 모르겠다.

 


볼로냐 두 개의 탑 - 아시넬리와 가리센다

 

묘하게 이탈리아 도시 건물을 보다가 나무를 사용한 걸 보면 자꾸 반가워서 사진을 찍는다. 내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두 개의 사탑 중 높은 탑인 아지넬리 탑의 기단에 해당하는 건물의 1층 회랑부분의 천장이 떡하니 오래된 나무구조. 이쁘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나는 탑을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저 탑을 올라가야 하나? 뭐 이런 걱정도 있지만 도대체 뭘 바랐길래 저렇게 높게 세웠나 싶어서다. 가뜩이나 자본과 권력이라는 게 필연적으로 그 힘을 폭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그 권력으로 구성하고 축적하는 세상에 살면서 저런 탑들 만들다니. 무엇인가를 드러내기 위해 지나치게 위압적인 말을 거는 저 탑을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메디치 예배당

 

메디치 가문의 전용 무덤. 코시모부터 안나 마리아 루이사까지 50여 명의 유골이 안치되는 곳이다. 메디치 가는 교황청의 부를 대신 운용하며 부를 축적하기 시작해 코시모가 당시로써는 혁명적이었던 누진세를 도입함으로써 기반을 닦았을 뿐 아니라 "플라톤 아카데미"를 설립함으로써 르네상스의 여러 위대한 인물들을 양성해 냈다고 한다.


결국 피렌체의 숙명은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한 가문이 쌓을 수 있는 부와 권력은 결국 더 큰 권력인 교황청을 필요로 함으로써 애증과 암투의 대상인 교황청을 벗어날 수 없었고, 수많은 개인들에 의해 좌우되는 도시 시스템은 조직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거다. 그런 의미로 보면 비록 위대한 인물은 적을지 몰라도 교황청의 파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고, 개인의 위대함보단 도시의 조직을 우선시했던 중세 시대 자유와 저항과 자치의 전형적 르네상스 도시는 베네치아이지 않을까?

  



단테의 집

 

단테 선생의 집. 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민중들에게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자유와 평등이 왜 중요한지 하나님이라는 신을 팔아서 자신들의 권력을 채우려는 소위 종교 귀족들에게 왜 우리는 저항하고 맞서야 하는지를 일깨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더불어 민중의 언어로 민중들의 말로 글을 쓴다는 것이 가진 힘이랄까? 여하튼 그런 걸 증명해준 피렌체 사투리 언어학 박사. 그 단테 선생 생가를 갔다.


사실 단테가 태어나고 단테 일가족이 살았던 집은 아니다. 일종의 복원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당시 이 정도의 집은 그야말로 피렌체 도시에서도 귀족에 속한다. 그런 단테는 피렌체 유력 집안답게 도시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당시 상황이 교황파와 왕당파 간의 암투가 치열했을 때였기에 당연히 정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의 의무였을 것이다.

 

 

 

당시 왕당파에 속한 단테는 도시민들의 투표에 의해 최고위 자리인 6인 정치위원회에 속하게 된다. 당시 피렌체는 교황파의 치열한 도전에 왕당파 스스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왕당파들은 일종의 공화정 방식의 통치체제를 실험하고 있었다. 이는 어쩌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지기반이 약하던 그들은 절대적으로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만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었고. 시민들은 그런 생소한 정치체제의 왕당파들이 불안했을 것 같다. 결국 불안한 이 정치체제는 결국 시민들이 익숙한 교황파의 체제를 받아들임으로써 끝난다. 


어찌 보면 단테는 불행한 가운데도 행복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록 자신의 고향에서 추방당하고 자신의 집은 완벽히 불타 없어져 버렸지만 자신의 불우한 상황을 만든 건 시민들이 아니라 교황파라는 절대적 "악"이 존재했으니 자신 스스로는 끝까지 피렌체 시민들을 그리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공화정의 몰락을 지켜보며 깊은 절망에 빠진 스피노자는 완벽하리만치 절망감에 젖을 수밖에 없었던 게 이해되기도 하려나? 

 

 

베키오 궁전에서 특별했던 것

 

1. 마키아벨리, 그는 여기에서 군주론을 썼을까? 다른 모든 방이 그림으로 그야말로 도배되었는데 오직 마키아벨리가 집무를 본 즉, 잠시 고용되어 일을 했다는 방에는 이 건물 전체에서 유일하게 그림이 없다.


2. 지도의 방. 내가 가장 놀란 곳이다. 와....!!...진짜로 감탄한 곳. 생각해 보면 지도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지만 옛날엔 엄청 위험하고 혁명적인 매체였다. 한 마디로 지도를 갖는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정복하거나 기존의 사고체계를 뒤는 무기랄까?

  

 

 

보볼리 정원의 두상

 

나름 한국의 옛정원들을 거의 다 가본 사람이자 언젠가 죽기 전에 나만의 '정원'책을 만들어보리라는 꿈을 가지도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2년 동안 일본에 갈 때마다 교토의 정원들을 둘러 본 후 나중에 중국 정원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원을 둘러본 후에 나름대로의 정리 글을 써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건축과 문화유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원을 둘러볼 기회, 가령 로마의 티볼리 같은 곳을 가볼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피렌체에서는 그나마 보볼리 정원은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확실히 보볼리 정원은 스케일의 미학이랄까? 아니면 영광의 재현이랄까? 그리고 과학에 대한 상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힘과 자본과 과학을 손에 쥔 권력의 시선이 압도적인 정원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보볼리 정원에 있는 이 두상은 매우 상징적인 것 같다. 뭐랄까 지독한 애증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하는 꿈이랄까? 결국 이탈리아의 권력자들은 "영광(Glory)의 재현"에 몰두하는 게 거의 숙명인 듯싶다. 한 민족, 한 국가 전체가 제국의 영광에 끊임없이 몇백 년이 넘도록 목매는 걸 보는 건 나 같은 동아시아인에겐 쉽게 납득 가진 않는다.


로마제국이라고 하는 단 하나의 절대적 이상향을 상정하고 이때를 재현하려는 욕망은 오랜 세월 이탈리아 자체의 모든 동력을 소진하였을 뿐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았던 자유와 자치마저도 흡수당한 채 이 과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더 웃긴 건 이런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데 몰두했던 또 하나의 인물 나폴레옹도 이 피티 궁전에 반해서 자신의 저택으로 삼았다는 걸 보면 결국 이런 심리를 가진 모든 나라의 권력자들은 서로를 닮는지도 모르겠다.

 

 

 

  

로마로 돌아온 후 처음 찾은 곳, 베네치아 궁

 

베네치아 공화국의 대사관이었던 곳이다. 나름 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이 있지만 생각보다 정갈하고 깨끗하다고 해야 할까? 계속적으로 화려함만을 강조한 궁들을 보다가 정갈한 맛을 보니 더 정겹다. 


내가 주목하는 건 "중세 비잔티움 제국의 영토에 설립되었던 라틴 제국의 황제로 당시 베네치아의 도제가 고려되었을 정도로 (하지만 공화국에 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거부) 라틴 제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팽창하는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1792년 베네치아 공화국은 비무장의 중립을 선언하지만 1797년 나폴레옹의 군대가 침공했고 결국 약 1200년의 역사를 가진 베네치아 공화국은 멸망하고 만다." 이렇게 될 때까지 그들은 공화정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저 건물의 역사 중엔 무솔리니가 2차 세계대전 참전을 선언하는 파시즘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층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무솔리니는 자신의 지지자인 파시스트들에게 이탈리아 아니 로마의 영광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베네치아의 공화정 정치는 놀라울 정도로 명확. 도제(원수)를 형식적으로 가졌으나 6인, 10인, 40인 위원회 등등을 두면서 이 1년 단위 선출직을 중심으로 1200년 정도의 공화정을 유지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 핵심은 결국 관료제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난 현재의 자본주의의 핵심은 결국 관료제의 혁파 및 당사자들의 자치적 민주주의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혁명적 사회 변화를 이야기할 거면 언제나 관료제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베버를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하는 게 나의 숙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일제수 성당

 

17세기 꽃을 피우게 된 바로크 교회 건축의 원형이 되는 16세기 성당. 루터의 종교개혁에 맞서 반종교개혁 선봉에 섰던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예수회가 그들의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건축물. 성당 내부의 화려함 중에 으뜸은 역시나 천장화. 모든 성당 천장화의 백미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움.


뭐 여하튼 종교미술의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나 건축이다. 특히 유럽의 미술은 종교와 건축을 떠나서는 말할 수 없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의 이상을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당을 세워나가는, 그 성당에 그림과 조각으로 끊임없이 치장해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보편적인 방식인지도 모른다.


뭐 딱히 기독교뿐이겠나? 불교에서 불국정토를 체험하게 하기 위한 사원 건축이나 유교에서 이기론에 입각해서 삶의 원리들을 채워나가는 서원 건축, 이슬람에서 모스크의 건설은 결국 가장 집약적인 표현 수단이 오랫동안 건축이었음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직접 와서 여러 건축들을 보기 전엔 바로크, 고딕, 르네상스식이니 바실리카식이니 하는 것들을 외우거나 해도 금세 모를 세상 같더니만 막상 외서 보면 나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눈이 뜨이긴 하는 것 같다. 그래봤자 한국 가면 바로 잊어버리겠지. 여하튼 이 성당은 흔히 여행객을 위한 성당이라기 보단 실제 전 세계 각지에서 신부 수녀님들이 방문하시는 예수회 성지 같은 분위기다.

  

 

  

산타마리아 소프라미네르바 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Sopra Minerva.

 

외관은 절제된 르네상스 양식이고 성당 앞에는 잔베르니니의 제자 페라타 Ferrata의 코끼리상 오벨리스크가 인상적인 성당이다.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로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고딕양식의 성당인데 성당 내부엔 르네상스시대 거장들의 작품들로 장식돼 있다. 대표적인 게 아마도 미켈란젤로가 만든 "십자가를 쥔 그리스도"인것 같고..


솔직히 이 성당의 특징은 건축양식이나 거장들의 작품을 빼면 결국 유골에 있지 않나 싶다. 로마에 수백개의 성당이 있고 그 성당들도 나름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유력 가문이나 성자들의 유골. 기념비 만한 돈 되는 걸 찾기는 힘들었을 테니 대다수 로마 성당에 당연하리만치 수많은 유골. 기념비들이 즐비하지만 여기만큼 드러내놓고 전체 성당 내부를 장식한 곳도 많지 않을 듯싶다.

 

 

산티냐치오성당 Chiesa di Sant ignazio di Loyola

 

예수회의 창시자인 로욜라의 성이냐시오 Ignacio de Loyola 를 위해 만든 규모는 작지만 바로크 시대 미술의 극치를 볼 수 있는 성당으로 1685년 안드레아포초가 그린 천장화가 유명하단다. 좀 비틀어져 보이는데 보는 포인트를 잘 잡으면 승천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확실히 예수회 창시자를 기리는 성당답게 결국 교황들을 찬미하는 성당일까 싶다. 교황청이 종교개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의 권위를 되살리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예수회는 결국 교황의 권능을 드높이는 게 필수일 수밖에 없었던 지라 성당 내부에도 교황들로 가득하다. 특이한 건 그들은 예수의 고행처럼 자신들의 행위들을 나름 그리스도를 위한 고행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누누이 표현하고 강조한다.


결국 자신들의 행위가 곧 예수와 같은 행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을까? 그렇게 탄생한 예수회는 결국 극과 극의 평가처럼 가톨릭의 수호와 수많은 학살과 새로운 가톨릭 시장의 개척. 이 모든 이권들의 가장 깊숙한 어둠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산타네제 인 아고네 성당 Chiesa di Santagnese in Agone.

 

보로미니에 의해 만들어진 그야말로 성녀 아네스에 바쳐진 성당. 성녀 아네스의 시신이 모셔져 있다. 이 성당이 특이한 건 십자가가 모셔지지 않았다는 거다. 또한 수많은 그림으로 표현되는 예수의 행적도 그다지 없다. 다만 수많은 석조 부조물로 장식되어 있는데 아마도 성녀 아녜스에 대한 이야기같다.


성녀 아녜스(라틴어: Sancta Agnes, 291년 ~ 304년)는 4세기 로마에서 활동한 초기 기독교의 동정녀 순교자로, 4대 순교 성녀 가운데 한 사람이란다. 아녜스는 그리스어로 ‘순결’을 뜻하는데 도상학적 상징을 갖게 된 최초의 성인으로 발치에 어린 양을 데리고 있거나 팔에 안고 있는 처녀의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때로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거나 긴 머리칼로 온몸을 덮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처녀·약혼한 남녀·정원사의 수호 성녀란다. 


아녜스는 로마 제국의 어느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열세 살짜리 소녀였는데 하느님에게 자신의 동정을 지키기로 서원하였다고 이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기독교 박해가 시작되어 동정녀인 채로 참수형에 처해진 어린 소녀다.


뭐 여하튼 여러 못 믿을 만한 전설이 많지만 그중에 가장 압권은 성당에 있다. 350년경 콘스탄티누스 1세의 딸 콘스탄티나 공주는 아녜스의 묘지 위에 그녀의 이름을 딴 산타녜세 인 아고네 성당을 지었다는 전설이지만 아마도 거짓일 듯. 초기 공인되기 전 처형된 기독교 순교자들은 로마 시내에 무덤을 만들지 못한다는 성문법에 의해 로마가도 중에 비아 노멘따나 묘소에 안장된 사실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 시대가 지남에 따라, 기독교가 공인된 후 수많은 성당들이 생긴 후에 카타콤베라는 이 순교자 공동묘지에서 수많은 유골들이 약탈당해 각 성당에 안치되었는데 아마도 이때 옮겨진 게 맞을 듯.

 



글 l 사진  박영길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 [1%기금] 더 보기



창+문 변화사업국 변화사업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수, 2016/03/09- 11:39
45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