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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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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익명 (미확인) | 금, 2015/12/11- 17:42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③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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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한 해가 끝난다. 지구가 공전하는 이상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달, 혹은 넉 달을 더 일해야 한 해를 마감할 수 있다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285시간이었다. OECD 회원국 중 1등으로 길다. 주당 44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도, OECD 평균(1,770시간)보다 두 달, 회원국 중 가장 근로시간이 짧은 독일(1,371시간)보다는 넉 달을 더 일한 셈이다.

그렇다고 법이 미비한 것은 아니다. 11년 전인 2004년 이미 ‘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일주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일주일 중 최소 하루는 반드시 쉬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는 357만 명으로 전체의 19%에 달했다. 2013년에 비해서 줄기는커녕 35만 명(1.1%p)이 늘어났다.

한국인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야근’

52시간 초과 근로를 시켰다면 기업이 법정 근로시간을 어긴 것이 분명한데, 처벌을 받을까? 근로기준법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예는 찾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12시간’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해서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행정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규제 예외도 너무 많다. 버스 등 운수업, 물품 판매, 식당 접객, 영화관 근무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만 둘러봐도 거의 예외 업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근로시간 규제에서 벗어난 채 일하는 것으로 본다.

연속되는 야근, 저녁이 없는 삶, 주말조차 별로 없는 삶은 한국에서 전혀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이다. 독일의 근로시간이 아무리 짧다 한들 와 닿지가 않는다. 경기는 나빠지고, 경쟁은 심해지고,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말만 매일 들려오는 판국에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먼 일인 것도 같다.

예외는 있다. 물론 아주 소수이고, 일반화하기에는 한계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국에서 그런 시도가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실제로 존재하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직 현장 중에서 ㈜풀무원의 충청북도 음성 두부공장, 사무직 현장 중에서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찾아가 봤다.

4일 일하고 연속 4일 쉬는 ‘4조 2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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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의 충북 음성 두부공장은 ‘4조 2교대’제로 돌아간다. 쉽게 말하면 ‘4일 일하고 4일 쉬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운용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성 공장에서는 주간 12시간(휴게시간 제외하면 10.5시간)씩 이틀, 야간 12시간씩 이틀 일한 뒤에 연속 4일을 쉰다. 주간 근무에서 야간 근무로 넘어가기 전에는 24시간의 간격이 있다. 연속 휴일 중 첫날은 야간근무 직후기 때문에 수면에 상당 시간을 쓸 수밖에 없긴 하다. 그렇더라도 주 7일 사이클로 환산하면 주당 35.7시간 일하는 셈이다.

국내 제조업 현장 중에서 4조 2교대 방식을 취하는 곳은 0.4%(2011년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에 불과하다. 64%는 아직도 12시간씩 주야로 맞교대를 하는 ‘2조 2교대’제를 쓴다. 24시간씩 일하고 맞교대하는 ‘2조 격일제’도 12%나 된다. 이 공장이 ‘4조 2교대제’를 도입한 것은 2012년 7월이었다. 2011년 부임해서 근무 체제 개편을 맡아서 진행한 김광현 생산본부 파트장은 “당시 4조 3교대제였는데 직원들이 많이 피곤해 했고, 조직원 협의회에서 근무 체계 개편을 요구했었다”면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개편을 검토한 결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4조 3교대제도 비교적 노동시간이 짧은 형태였다. 현재 4조 2교대제와 비교할 때 근무시간 총량은 똑같다. 그래서 임금 및 수당의 변경 없이 근무 체계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8시간만 일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4조 3교대제가 강점이 있다. 문제는 야간조를 연속 5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 파트장은 “국제노동기구(ILO)는 교대근무자의 ‘연속야간근무’ 일수가 줄어야 하고, 야간근로시간의 길이보다는 야간근로를 연속하는 일수가 줄어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더라”면서 “밤에 연달아 일하면 생체 피로가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로 10년째 이 공장에서 일하는 김상우(36) 2공장 D조장은 “4조 2교대로 바뀐 후 차이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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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하루 8시간 일한다고 해도 이틀 또는 하루를 쉬고 다시 5일 일하는 사이클이어서 피로가 쌓였어요. 처음에는 ‘하루 12시간을 어떻게 일하나’ 걱정도 했는데, 야간 근무를 이틀만 한 뒤에 4일을 쉬니까 확실히 덜 피로하더라고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이전보다 주말과 겹쳐 쉬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다 모이는 결혼식, 돌잔치에 저만 빠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어졌다”면서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많아지고 2박 3일 여행도 자주 가게 돼서 가족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특히 음성 공장은 30대 이하 직원이 대부분이어서 여가시간 활용에 대한 요구가 컸고 만족도도 높다. 4조 2교대제 도입 당시 찬성 비율은 85% 정도였고, 도입 1년 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90%를 훌쩍 넘었다.

“기업 관점에서도 도움 되는 변화”

다만, 연간 18회 진행되는 사내 교육은 연속휴일 중 특정일에 실시된다. 유한킴벌리에서 처음 실시해 ‘뉴패러다임’ 방식으로 알려진 4조 2교대제가 ‘4일 일하고 1일 공부하는’ 형태인 것에 비하면 연간 18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직원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김 조장은 “휴일이라고 여기게 된 시간에 교육 받으러 나오는 게 좋지만은 않지만, 도움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교양 교육보다는 직무 교육에 대한 직원 반응이 좋은 편이다. 공장 설비 특성과 작동 원리, 프로세스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조장은 “일하는 내용과 환경에 대해서 잘 모를 때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면서 “고장이 났을 때도 전에는 당황하고 진땀도 났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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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파트장은 이런 변화로 인해 직원들이 그만두는 비율이 크게 낮아졌고, 생산효율성도 높아졌다면서 “기업 관점에서도 도움이 되는 변화였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반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풀무원 전체에서도 4조 2교대를 채택하는 공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설비가 24시간 365일 멈춤 없이 돌아가는 경우, 생산 물량이 충분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한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도입 전에 벤치마킹을 하려 다녔을 때 포스코, 유한킴벌리 외에는 모델 자체가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시도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직원들 스스로 결정한 ‘주 4일 출근제’

사무직 중에서 근무시간이 짧은 곳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생산직에 비해 사무직은 할당 업무량, 생산성, 성과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오히려 대기시간과 불규칙한 야근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앞서서 근로시간을 줄여가는 곳은 있었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올해부터 ‘주 4일 출근제’를 하고 있다.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시도는 작년부터였다. 전진한 전 소장이 TV에서 ‘꿈의 직장’이라며 ‘제니퍼소프트’라는 IT 회사를 소개한 것을 보고, “우리도 도입해 보자”고 했다. 제니퍼소프트는 지하에 직원용 수영장이 있다는 점 등으로 조명을 받는 기업인데 정보공개센터가 주목한 것은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었다.

김유승 소장은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이나 해외연수 기회 등을 줄 수는 없는 조직이지만, 대신 자율성은 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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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을 줬다는 것이 곧 ‘주 4일제 도입’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건 진짜 자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결정으로 노동시간을 줄여갔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8년차인 정진임 사무국장은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여보자는 목적은 아니었다”면서 “자기 계발, 성장을 위해 쓸 시간이 없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여보기로 한 것이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 스스로도 엄두가 안 났다고 한다. “망하는 거 아닐까?”, “욕먹는 것 아닐까?” 같은 질문들이 나왔다. 그래서 2014년 초부터 6개월 간 ‘금요일 오후 2시 퇴근’을, 다음 6개월 간 ‘금요일 격주 출근’을 단계적으로 시도했다. 2015년 3월부터는 완전히 ‘주 4일 출근제’를 정착시켰다. 회의에서 “쉬는 날 뭐 했는지, 어떤 자기계발을 했는지 보고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부결됐다. “보고를 염두에 두면 진짜 자기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없고 창의력이 나올 수 없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4일만 출근해도 큰일 나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9개월간 경험해 본 데 대해 정 사무국장은 “결론은, 주 4일제 해도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전에 비해 일의 속도가 느려졌다거나, 성과가 안 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4일 안에 한 주간의 업무를 다 해야 하는 만큼 업무 강도가 세지기는 했다. 그런 반면 회의 시간이 짧아지는 효과도 있었고, 각자 업무 시간을 적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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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라 후원자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도 했다는데, “내가 후원하는 단체가 앞서가는 게 자랑스럽다”, “나도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있었을 뿐 부정적인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활동 영역과 전문성이 오히려 커지기도 했다. 한미 FTA 관련 업무와 법률소송을 전담하는 강성국 간사는 금요일에는 정보공유연대라는 다른 단체의 상근자로 일하게 됐다. 그는 “지적재산권 측면에서 두 단체의 활동이 연결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개인의 삶의 질도 자연히 높아졌다. 장거리 연애 끝에 얼마 전 결혼한 조민지 간사는 “이제 우리 단체에 결혼 안 한 사람이 없다”면서 “요즘 청년들이 ‘삼포세대’라는데 우리는 ‘포기를 모르는 자들’이라는 말도 듣는다”고 했다. 그밖에도 ‘예매 안 하고 영화 보기’, ‘여유롭게 은행 업무 보기’, ‘기타 배우기’, ‘자전거 타기’ 등 늘어난 시간에 해본 일들의 예시는 한동안 이어졌다.

물론,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데는 이 단체만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각각의 직원들이 업무의 기획부터 진행, 성과 관리까지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에 업무와 근무시간을 조율하기가 쉬운 것이다. 또 정보공개 건수를 집계하는 등 양적 성과 관리를 안 하는 점도 작용한다. 김 소장은 “재정자립도도 중요하고,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사회적 이슈화 됐는지도 중요한 성과 지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가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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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는 나올 수 있다. 상근자가 5명인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비영리 시민단체라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인원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5명이라도 위계가 얼마든지 강할 수 있고, 지시형‧과업중시형 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도 “우리가 임금노동자라는 점, 여기가 직장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기업이라고 해서 개인들이 자기 업무에 책임을 안 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책임은 지우되 자율성‧전문성은 주지 않을 뿐이죠. 아무리 큰 기업도 결국 일하는 단위는 작은데 왜 권위와 두려움 하에서만 조직이 운영돼야 하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노동시간 줄이기, 그것도 임금과 처우를 유지하면서 줄이기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위의 두 사례를 봐도 그건 분명하다. 금융계 등 일각에서는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끄는 ‘피씨오프’(PC-OFF)제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업무 재배분, 인력충원 등 보완책과 관리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유야무야되곤 한다. 의식 있는 사장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게 노동시간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걸까.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1989년 주 44시간 근로제, 2004년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것은 정부의 의지였고, 자동차업계가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게 된 것도 정부의 지속적인 감독과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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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성태 교수는 “(2000년) 고용노동부가 주당 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행정지침을 내린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면서 “이는 ‘정부도 법을 안 지키는데 기업이 지킬 필요가 있나’라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법에 따른 규제도 작동하지 않는 것은 “최대 근로시간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인지, 52시간인지, 68시간인지, 혹은 내 직장이 아예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을 신고할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총 노동시간을 연간 단위로, 즉 1년에 몇 시간 이상을 절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 가지, 하루에 최소 몇 시간을 쉬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지적했다.
OECD 회원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근무가 끝나고 다음날 근무까지 최소 11시간을 쉬어야 한다”는 식의 규제가 있는데 이것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없다면서 “최근 노사정 대타협에서 2020년까지 전사업의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합의를 했는데, 지금처럼 노동법 개정을 한다면서 근로시간 예외규정, 연장수당 할증비율 논의만 해서는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고 했다.

물론,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문제다. 특히 사무직에 해당하는 직장인들 대다수가 실제 노동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것이 밤 늦도록 일터를 벗어나지 못 하는 큰 이유다.
강 교수는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니까 길게 일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기업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까 가족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일터에서 틈틈이 할 수밖에 아니겠느냐”면서 “길게 일하고 금전적으로 보상받기를 바라기보다는 ‘기업 시간’을 줄이고 ‘시민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주장하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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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연일 헷갈리는 기사만 나온다. ‘노동개혁 5대입법’ 통과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지는 것처럼 보도된다. 그렇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노동자 중 몇 명이나 이 맥락을 따져볼 수 있을까? 단순히 ‘신문을 안 읽어서’, ‘관심이 충분하지 않아서’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는 대한민국의 이 현실은 누가, 무엇을 위해서 만든 것일까? 어떻게 하면 ‘기업시간’의 늪에서 빠져나와 사람답게, 시민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노동개혁’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어떻게 개혁해 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 가고 있다. 앞서 2회가 나가는 동안 2,000명 이상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여러 의견을 남겼다. 이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싶고, ‘좋은 일’을 찾고 싶다는 열망들이 넘쳐났다. 이 연재 시리즈는 이번 노동시간 주제에 이어 임금, 삶과의 균형, 노동3권, 존중 등에 대한 측면들도 더 생각해 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런 일을 달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요구하는 것이 목표다. 이대로는,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근면성실하게 일해기만 해서는 좋은 일이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사라져 갈 것이므로. 그렇게 해서 망가지는 것은 다름아니라 바로 나, 내 삶이기 때문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맨 밑의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에서 찍은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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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벌어진 인천 형제 화재 사건은 연일 언론에 뉴스로 보도되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전부터 아동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달아 이어졌지만, 인천 화재 사건은 다시금 우리 사회가 처한 아동 복지와 돌봄 문제를 환기했습니다.

“어쩌다 아이들만 있었던 것일까?”

왜 어떤 아이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 사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곳곳에서는 어린 형제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다양한 모음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도 자발적으로 마음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상황을 둘러싸고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동돌봄과 복지제도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부모의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복지 정책과 방향을 진단한 오건호 위원장 님과의 인터뷰 이후, 현장 담당자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현장 담당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복지 정책과 돌봄 사각지대는 없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생각하는 아동 돌봄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 올해 초에 각 분야의 돌봄 기관 실무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섯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하는 일, 당사자의 자립을 위한 사례 관리

먼저 소개할 아동 돌봄 기관은 전국에 약 463개소(2018년 12월 기준, 보건복지부)가 운영되고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신중동종합사회복지관의 박선정 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사례관리사업, 복지서비스제공사업, 지역사회조직사업 3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사업 중 사례관리사업에서 언급하는 사례관리를 두고,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례관리는 그저 도움만 주고 받는 게 아닌,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도 강화하고 강점도 발굴해서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주민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하고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사례관리사업에서 어려운 부분은 생활에 어려움에 직면한 주민이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쌓이고 쌓여 만성적으로 가지게 되었을 때, 뒤늦게 공공기관 또는 지역주민으로부터 발굴되는 경우인데요.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복지관을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만날 수 있도록 신중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역 의과대학의 참여로 의료네트워크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례발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의료네트워크사업은 지역주민에게 기초 방문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이 과정에서 어려움에 빠진 가정을 사전에 발굴해서 다른 복지 서비스와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런 발굴 사업으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사전에 발견될 수록 조금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법,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역할

사례관리사업의 목표는 지역 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 누구나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먼저 발굴하고 먼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사례관리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안전망은 지역복지관의 역할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지원 제도와 연계 서비스를 잘 파악하고 있는 행정, 공공기관과 다른 분야의 복지단체와 함께 협력이 이루어져야 조금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복지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발견했을 때 알려줄 수 있다는 의무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주로 어려운 주민이 발견되는 경로가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통장이나 상인, 지역사회단체에 활동하는 분들을 통한 경우인데요. 대부분의 주민이 복지관의 존재도 모르고, 어떤 사업과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제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주민을 발견하고 지원을 연결하는 모든 과정이 복지관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작동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복지제도,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작동되어야

현재 복지제도는 대상에 대한 조건이 명확한 만큼 미묘한 차이 때문에 지원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저소득 대상자로는 분류되어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인과 장애인 대상으로는 통합 돌봄 서비스, 지원 체계가 잡혀있는데 아동 대상으로는 통합 돌봄 지원 복지 체계가 부족합니다. 노인이나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인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사후적인 서비스에 국한되어있는데, 사전에 발굴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전적인 복지 서비스, 정책도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역 내 통합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복지관 협의회 뿐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돌봄 지원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든지, 다문화 가정지원센터라든지 지역 내 다양한 복지 기관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복지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해결하는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협력를 도모하고 매뉴얼과 제도로 정착시킨다면 네트워크 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의 기능부터 복지 제도에 바라는 부분까지 현장 담당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동 돌봄에만 국한된 게 아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지역 사회 내 통합 안전망 구축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다직종네트워크가 지역 사회 안에서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이웃에 대한 관심을 의무라고 말씀하신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바쁘고, 거리를 둬야하는 요즘이지만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안전할 수 있는 지역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복지 지원 기관, 돌봄 기관이 있습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만큼 눈에 띄진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돌아보면 가까운 곳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아동돌봄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및 정리: 안영삼 미디어팀 팀장 [email protected]

금, 2021/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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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전남 지역 청소년들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 직접 만들어보는 실험 활동입니다. ‘목포 무안 쏘다니기’, ‘목포 무안 뜯어보기, ’뚝딱뚝딱 만들어보기‘라는 주제로 세 차례 <팝업실험실>을 열었습니다. 해당 사업은 ㈜도휘에드가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지역혁신 역량강화 사업 <혁신실험실 전남> 일환으로 희망제작소 주관, 유스앤피플‧꿈이있는지역아동센터‧만드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례① ‘무안의 락(樂)’팀의 로컬실험실 : “사람들은 왜 화단에 쓰레기를 버릴까?”

무안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안을 즐기기 위해, ‘무안의 락(樂)’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명의 청소년이 나섰습니다. ‘무안의 락’ 청소년들은 가장 관심 있는 주제로 ‘환경’을 꼽았습니다. 쓰레기의 재활용, 쓰레기통 설치, 교육과 벌금, 친환경 세제 등 폭넓은 관심사에서 시작해 세 번의 ‘팝업실험실’에서 가다듬고 살을 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왜 화단에 쓰레기를 버릴까?’ 청소년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습니다. 무안읍사무소 등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제시하러 갔다가 자문을 얻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직접 설문 조사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파악했고, 기존 형태의 쓰레기통이 아닌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직접 쓰레기통을 디자인해보기로 합니다. 둥그런 형태 쓰레기통을 구매해 담배꽁초 모양으로 색칠하기로요. 하지만, 쓰레기통을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새로운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2년 전 서울 구로구에서 설치했던 담배꽁초 수거함 ‘꽁초픽’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넛지’ 방식을 활용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쓰레기통에는 간단한 설문 조사 질문이 있고, 답변에 따라 나눠서 넣을 수 있도록 두 개의 칸이 나눠져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궁금증을 끌어내 담배꽁초를 쓰레기통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무안의 락’팀은 구로구에 연락해 수거함을 제작했던 업체를 찾아내고, 직접 주문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담배 모양의 쓰레기통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한 거죠. <로컬실험실>은 수시로 계획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입니다. 청소년들은 대신 수거함에 적힐 설문 조사의 질문을 고민해보고 정했습니다.

읍내의 한 건물 주변이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지저분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는 활동, 쓰레기통을 설치하기 위해 직접 찾아보고 디자인하는 활동,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포토존을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과연, 이 쓰레기통은 무안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죠.

사례② ‘유성매직’ 팀의 로컬실험실: “우리가 돈이 없지, 용기가 없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유성매직’팀의 이름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지어졌는데요. 유성매직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기 위해’ 청소년의 문화 활동을 개선하고 싶은 네 명의 청소년들은 시내에 청소년이 편하게 갈만한 공간이 없고, 친구나 연인과 같이 시간 보낼 장소가 없는 게 불만이라고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유성매직’팀은 색다른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청소년 공간이 부족한 이유를 분석하는 활동에서 돈을 버는 기회가 성인보다 적은 점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운 요인임을 발견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라서 공간의 확보보다는 용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돈을 벌 수 있을까요?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파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유성매직’팀은 자신들이 쓰던 물품이나 안 쓰고 있는 물건들을 파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에는 작아진 옷을 주로 판매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뜰살뜰 모으다 보니 어렸을 적에 사놓고 안 샀던 문구용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포털사이트를 활용해 웹사이트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기존의 다양한 채널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본진’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가 필요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판매 물품과 함께 청소년들의 고민과 논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웹사이트와 SNS로 홍보하고, 지역사회에 청소년 활동을 알리기 시작하니, 활동을 지지하는 기관과 개인에서 물품을 기증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광주에서도 기증하겠다는 분이 계셔서 청소년들이 함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목포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 권아솔의 애 장품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성매직’팀의 <로컬실험실>에서도 청소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지역사회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지원은 물품 기증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에서 앞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와 연계하는 방안 등을 자문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유성매직’팀은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유성매직’팀의 활동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용돈을 버는 방법을 실험했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시내와 읍내에서 갖고 싶어 했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합니다.

사례③ ‘PSV’ 팀의 로컬실험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멋으로 해결하지”

어른의 기준, 어른의 눈높이, 어른의 생활 방식에 맞춰진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문제, 해결, 가치’의 뜻을 지닌 ‘PSV’((Problem, Solution & Value)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습니다.

‘PSV’팀은 청소년의 ‘놀이 공간’에 집중했습니다. 읍내에 나가면 성인들을 위한 공간밖에 없고, 생활 반경 안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학원 이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며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많이 하는 게 무안 청소년들이 스스로 말하는 여가입니다.

무안의 청소년들이 선택한 방식은 정면승부입니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힘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리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읍장, 군수, 군의원, 도의원 등 어른들도 선뜻 만나기 부담스러운 직책을 가진 공직자들을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먼저 ‘PSV’팀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모두 만나 각각 의견을 물었습니다. 동네에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두 발로 뛰어다니며 물었습니다. 무안 읍내에는 당구장, 볼링장, 탁구장 등이 있지만, 청소년이 마음껏 이용하는 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서는 풋살장, 방방이, 공연장 등 몸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문화체육 시설이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PSV’팀은 또래 청소년들과 만나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본인들의 ‘언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전이 시작됩니다. 먼저 김정철 무안읍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김 읍장은 무안읍만의 예산으로는 어려우므로, 무안군을 찾는 쪽이 좋겠다는 조언으 해주셨고, 무안군의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김대현 의장을 만나 무안의 청소년 놀이 공간의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무안군의장에 따르면 다행히 무안 곳곳에 풋살장과 청소년 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무안군의장은 이혜자 전라남도의원을 만나 청소년 공간을 실질적인 쓰임이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과 필요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애초에 짧은 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공간을 확보하기란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고 이번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대신 ‘PSV’팀은 일련의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앞으로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하나둘씩 생기게 될 공간이 청소년들이 진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해당 글은 단행본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멋으로 해결하지’ 중 일부 발췌해 게재되었습니다.

월, 2021/05/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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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여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합니다.
토, 2026/06/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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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남원춘향골교육공동체·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진주교육공동체 ‘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의 3개 모듈을 바탕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청소년이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지역파트너 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 만들어진 진주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킹 단체인데요.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체는 청소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 것을 꿈꿉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사업으로 지난 5월과 6월, 총 네 차례의 상상학교와 사람책을 진행했고, 진양고등학교에서 한 차례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나흘간 24명의 사람책과 120여 명이 참여한 사람책 행사 내용을 정리해 펴낸 결과보고서(보고서 읽기) 중 이수민 님의 사람책을 소개합니다.

#2. 느리게 살 용기가 필요해  – 이수민 님(휴학생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이수민입니다. 현재 대학은 휴학 중이고 경상대 정문 앞 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대학생넷이라는 학생단체와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가는 시점에서 저는 조금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교실뿐 아니라 교실 밖에서 배우고 얻어온 것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가치 있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요.

경쟁에 편입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왜 사회는 친구, 동료와 이웃들끼리 잘 지내라고 하면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살 수 있도록 할까? 내 삶을 통해 실험해보고 싶어요. 불안정하고 위기도 고민도 많겠지만 일단 지금 나는 학생이니까,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대학생 수민이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을 열심히 살고 싶어요.

내가 이룬 꿈, 아직 이루지 못한 꿈

중학생 때 수학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걷어가는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시험성적 때문에 울지는 않아요. 제 꿈은 잘 놀 줄 아는 놈팽이가 되는 거예요. 욕심이 많고 나에 대한 기준이 높아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술 마시고 수업 들어가기’, ‘시험 전날 9시에 자기’, ‘성적 발표 날 기다리지 않기’입니다. 그리고 돈이 없어도 조금 느려도 다양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대학 가도 똑같아요. 대학가면 뭐든 이뤄진다는 어른들의 거짓말 믿지 마세요. 중고등학교에 내신과 수능성적이 있다면 대학에선 학점과 취업, 공무원시험이 전부인 것처럼 달려야 하지요. 사회에 반항하며 살아가고 있는 휴학생1이 알려드립니다.

현실적인 경험담과 꿀팁! 나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반항하기! 잘만 싸워도 제대로 반항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도 자격증 따고 빨리 졸업해서 취업해야하는 거 아닐까. 대체 내 꿈은 무엇일까.’ 나와의 싸움!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니. 언제까지 현실도 모르고 제멋대로 살래? 앞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끊겠다!’ 주변 환경과의 싸움!
‘헬조선 탈출이 꿈이라고요? 돈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학생이 무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 그럴 시간에 공부해서 대학갈 생각을 해야지.’ 세상과의 싸움!

거창한 건 없고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다양하고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변화 발전하지 않을까요.

– 글·사진: 진주교육공동체 결

토, 2019/09/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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