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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생산성 신화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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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생산성 신화의 종말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23:50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절체절명의 과제처럼 전문가와 언론이 늘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무작정 모두에게 좋은 것일까?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산성이란 노동생산성이다. 산출물을 투입 노동량으로 나눈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같은 시간 일할 때 산출물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분모인 산출물을 조절하는 방법과, 분자인 투입노동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대체로 우리는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분자인 산출물이 늘어난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반대로 산출물은 그대로 둔 채 분모인 노동 투입량을 줄여도 생산성은 높아진다.

어떤 공장에서 새로운 기계를 도입해 같은 숫자의 노동자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한다면, 이는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면서 원래 있던 사람들을 해고해 버려도, 분자는 그대로이지만 분모가 줄어드니 생산성은 높아진다.

한국경제는 성 안 사람들과 성 밖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성 안에는 안정적인 고소득 정년보장 일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있다. 성 밖에는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일 기술의 발전이 성채를 확장시켜 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성 밖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분모를 줄여 생산성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재앙이다. 성 밖의 고통은 더 커지고, 그 고통이 커진 결과로 만들어진 과실은 다시 성 안에만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9월 보고서 한 편을 발표한다. <21세기 한국기업 10년: 2000년 vs. 2010년>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한국의 2000대 기업이 10년 동안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기업의 글로벌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흥분한다. 2000년에는 IT,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각 산업에서 한국 대표기업 매출 규모가 글로벌 기업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2010년에는 글로벌 대표기업과도 당당하게 견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기업의 성장은 눈부셨다. 2000대 기업의 매출액은 그 10년 동안 815조원에서 1711조원으로 늘었다. 두 배 넘게 커진 것이다. 놀라운 성장이다. 외형성장을 했으면서도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좋아졌다. 부채비율은 2010년 101%에 그쳤다. 10년 전의 200%에서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상당수 우량기업은 차입금보다 현금이 오히려 많은 상태다. 영업이익률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10년 동안 6.2%에서 6.9%로 소폭 상승했으니 말이다.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재무건전성도 두 배 좋아졌다. 이익도 안정적으로 낸다. 한국 기업의 10년간 성적표다.

그런데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나친 대목이 있었다. 그 10년 동안, 2000대 기업의 일자리는 2.8%밖에 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생산성 향상을 높게 평가했다. 매출액과 종업원 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10년 동안 두 배 향상됐다는 결론을 내린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이 5억2000만원에서 10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생산성 두 배 향상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2000대 기업의 매출은 10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종업원 수는 10년 동안 2.8%밖에 늘지 않았다. 그러니 직원 한 사람당 매출이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돈은 900조원 가량 더 벌었는데, 고용한 인원은 그 10년 동안 156만 명에서 161만 명으로 딱 5만 명 증가했다. 그것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친 수치니, 정규직 숫자는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인구도 줄고 생산량 성장세도 꺾이고 있다. 동시에 대기업으로의 편중과 기술의 비약적 발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좋은 일자리가 있는 기업에서는 그야말로 분자가 줄어드는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고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을 더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이 생산해서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생산성을 높인 결과 우리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되고, 우리 중 대부분의 삶은 그리 좋아지지 않고, 우리 중 극소수만 더 큰 풍요를 누리게 된다면, 그 생산성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래서 언론이나 전문가를 통해 한국경제 생산성이 낮아서 문제이니 이를 높이자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늘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한다. ‘지금 저 사람이 이야기하는 ‘생산성’이란 어떤 ‘생산성’일까? 저 사람이 높이자는 생산성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의 생산성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 뉴스토마토 / 2015.12.02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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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소장 권한대행 권기태)는 안산시·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과 함께 23일 오후 2시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기억의 조건’ 포럼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희망제작소는 한국과 독일의 사례로 기억문화의 역할과 과제를 점검하고자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이 ‘기억문화 조성을 위한 안산시의 노력’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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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3/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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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고갈론의 굿판을 걷어치우고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는 국민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한 중요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자리 잡고 인식되어왔다그리고2003년 1차를 시작으로 그동안 3차례의 재정 추계가 있었고올해 4차 재정 추계가 발표될 예정이다그런데지난 15년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재정 추계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민주노총은 재정 추계 시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기금고갈론의 굿판을 걷어치우고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와 실질적 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와 개혁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내세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으며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약속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 대신 국민연금 재정 추계 때마다 수구언론과 민간보험사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행되는 기금고갈 공포 마케팅과 이에 대한 정부의 조장과 방관은 초 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노후 삶을 국민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많은 구성원들과 가입자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만 키우고 있다.

한국보다 더 오랜 사회보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영국미국 등의 사례만을 보더라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개혁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이나 공포감 조성 또는 억압적 주장만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출생률이 매우 낮고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후 삶에 대한 실질적 사회보장이라는 기본 명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그리고 이것은 가입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노조와 1700만 촛불 시민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인상해 공적연금의 강화와 노후 삶의 실질적 안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사회적 논의를 약속했다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주노총은 산하조직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1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실현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해왔다하지만 이에 대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특히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 간의 정책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사회적 논의를 약속했지만국민연금의 진정한 개혁을 위한 어떤 시도도 없다.

국민연금제도는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개인적/사회적 중요성과 기금운영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엄중한 인식 속에서 한국 사회에 도입되고 운영되어왔다따라서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들의 적정한 노후 소득대체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4차 재정 추계가 있는 올해는 그간 잘못 흘러온 연금 정책을 바로 잡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따라서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적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바로 시작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민주노총 하반기 총력투쟁의 주요 의제로 삼고 이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8년 8월 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링크: http://nodong.org/statement/7244697

목, 2018/08/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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