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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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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6:14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②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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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친구들하고는 연락이 잘 안 돼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한 공공기관 총무팀에서 일하는 20대 중반 남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반 년 넘는 인턴 기간을 거쳐 어렵사리 정규직 자리에 채용돼 2년째 일하고 있는 그에게 “대학 친구들 중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경우도 많은가?”하고 물었을 때, 그는 “그럼요.”라고 바로 답했다.

“요즘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 자체가 드물어요. 일단은 계약직으로 시작해야 하는 데가 워낙 많다보니까 그 전까지는 ‘비정규직 취업’을 생각도 안 했더라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문제는 언제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기약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취업한 친구들이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그런 것 묻기도 껄끄럽고 해서 잘 안 만나게 된다.”고 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사회 계층이 된 것 같은 풍경이다.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을 원한다”는 구직자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 여부를 더 중요시한다. 2010년 1,200여명의 구직자에게 “대기업‧공기업 비정규직과 중소기업‧벤처기업 정규직에 모두 합격했다면 어느 쪽으로 취업하겠는가?”를 묻자 77.4%가 중소‧벤처기업 정규직을 택한 것이다. 그 이유(복수응답)는 ‘고용 안정이 중요해서'(64.4%), ’정규직의 대우가 좋아서‘(38.1%), ’발전 가능성이 커서‘(22.5%) 등이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이 어떤 의미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규직’이라는 건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 언론에도, 정부 정책에도, 대통령 후보 공약에도 늘 등장하기 때문에 실체가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이라고 명실상부하게 알려진 곳조차 일자리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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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보기 위해 세 명을 만났다. 드라마 ‘송곳’, 영화 ‘카트’의 실제 배경인 2007년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 때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직선교센터 사무국장,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청년 일자리 실태를 알기 위해 지난 6~8월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으로 고용 현실을 바라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정규직을 달라면 ‘무기계약직’을 받는다

“2007년 파업 당시에 홈에버 정규직 초임 연봉은 1,500만원, 비정규직 연봉은 1,000만원이었어요. 8년 전이긴 하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분명히 낮은 수준이죠. ‘비정규직 해고하지 말고 정규직 전환하라’고 512일 파업한 끝에 전환이 되긴 됐는데 ‘무기계약직’이었어요. 연봉은 100만원 올라서 1,100만원이 됐죠.”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 기존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대거 해고하려던 홈에버는 결국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긴 했지만 ‘그대로’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해줬을 뿐이다. 그렇지만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무기계약직’을 발명한 건 은행권이었다. 우리나라 은행 직제에는 ‘창구직’이라고도 불리는 직군이 있어왔다. 97%가 여성이었고, 종합직 행원과는 승진‧임금 등에서 분명한 차별이 있었다. 이에 대해 2004년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가 남녀평등고용법에 저촉된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에서 제일 먼저 ‘무기계약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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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무기계약직’을 들이밀 수 있는 이유는, 정규직은 법적으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고용 계약’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계약직’은 법적으로는 ‘정규직’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무기계약직은 분명 정규직과 다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 말하자면 부서 통폐합과 같은 이유로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기존 정규직에 비하면 분명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 은행 창구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경우 임금‧복지혜택‧승진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비정규직에 더 높은 임금을 준다면?

홍 사무국장은 “기업에 필요한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맞다”는 기본 입장 만큼은 한결같지만, 여러 사업장의 고용 현실을 접한 뒤로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겠다는 기업의 입장이 근본적인 문제죠. ‘고용안정’이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임금을 더 주거나, 최소한 정규직과 동등하게 주면 됩니다. 그 정도 비용을 들인 만큼 ‘고용안정’을 줄인 효과를 거두면 되니까요. 그런데 기업은 부담도 줄이면서 임금 비용도 아끼고 싶어 해요. 그게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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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대비되는 이유는 고용불안만이 아니라 임금과 복지혜택 차등, 그리고 마치 낮은 신분 계층인 것과 같은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사무국장은 “만일 정규직이 아닌 경우에 임금을 더 준다고 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고 했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죠. 여러 직군으로 분리하면 통제하기가 더 쉬우니까요.”

홍 사무국장이 ‘정규직’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하청업체와 영세 사업장들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다. 하청업체는 납품 물량이 없으면 일을 쉬면서 기다려야 하고, 물량이 몰리면 철야도 해야 한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된다. 회사가 4대 보험을 들여 주려고 해도 노동자가 마다하는 경우도 많다. 임금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정규직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중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정규직‧비정규직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 맞다”고 했다.

“노동권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이 10여 년 이어지다 보니 ‘정규직은 괜찮은 일자리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임금과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면 정규직 여부보다는 기업의 규모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청년유니온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할 만한 대기업‧금융기업‧공기업 등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런 자리조차도 빠르게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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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이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2015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한 롯데그룹 사례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엿볼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207개의 온라인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2015년 기준 5,580원)에 근접한 5,907원이었고, 평균 월급은 103만원에 불과했다.

“기업을 쪼개고 사업장을 쪼개서 직원을 각각 채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엄연히 ‘롯데그룹’에 돈을 벌어주는 사업장인데도 직원들은 10개월 단위 고용으로 퇴직금을 못 받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거나, 심지어 주 40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일용직 노동자처럼 매일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기업이 노동력을 ‘비용’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죠.”

SC은행은 최근 전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지만 정규직이 아니다. 완전연봉제를 적용받고 기존 정규직과는 승급‧권한에 차등이 있는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몇 안 되는 안정된 직장인 은행마저도 이렇게 ‘정규직’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뒤 여간해서는 정규직을 뽑지 않는다. 평균 연령이 40대가 넘어간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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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미 정규직이라는 예전 기준 그대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그러나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존중이 있는 문화, 성장 가능성 등을 갖춰야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나온다면 ”몇 개를 만드느냐?“고만 묻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일자리냐?’고 물어야 합니다.”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직장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화동가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배겨내지 못 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청년 일자리 실태 파악을 위해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뒤 류 활동가는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여성에게는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였어요. 일단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도 생활할 수준이 돼야 하겠지만, 업무가 명확하지 않거나, 보조적인 업무만 맡기거나,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차별을 당해야 한다면 일자리에 만족할 수가 없는 거죠.”

호봉제가 없어지고 완전연봉제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봉이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인터뷰 대상 중에서 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여성은 “본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같은 경력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여성들이 연봉 200~300만원, 심하게는 500만원을 적게 받는다”면서 “연봉 테이블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회사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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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활동가는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은 물론이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에 도리어 더 불이익을 받은 경우들도 있지만 사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면서 “이런 직장에서 단순히 대기업 정규직이라고 만족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 직면한 사람들은 더 많다. “대기업‧정규직이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긴 하다. 이에 대해 류 활동가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좋은 학교를 나왔고, 외국어 능력 등이 있는 청년에게 대기업‧정규직으로 가는 좋은 길이 열려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좋은 직장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 추진하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에 대해서 류 활동가는 “저와 상담했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저 같은 사람은 바로 잘리겠네요”라고 하더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저성과자‘라는 낙인 하에 잘려 나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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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노동법 개정과 ‘좋은 일자리’의 관계

위에 언급한 SC은행 희망퇴직에는 꽤 많은 신청자가 몰려서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최대 60개월분까지 특별퇴직금을 주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또 다른 사정도 작용한다.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명예퇴직‧희망퇴직 제도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기업이 정규직 직원을 해고하고 싶을 때, 명백한 징계 사유가 없다면 목돈을 일시에 주는 명예퇴직‧희망퇴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썼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예전에는 명예퇴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다른 꿈이 있어서 그만뒀다’고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저성과자로 찍혀서 쫓겨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지금의 5대 노동법 개정 현안에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결부돼 있다. 취업규칙 변경이 쉬워지면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고, 통상임금 범위가 좁혀지면 연장근로수당도 줄고, 퇴직금도 줄어든다. 연장수당이 줄어든다는 것은 노동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일이 회사를 고발하지 않는 이상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수당으로 나가는 비용의 압박뿐이기 때문이다.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로 호봉제는 더 빨리 사라지고 완전연봉제는 더 빨리 정착될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우리 환경에서 완전연봉제가 확산되면 개인이 임금인상을 위한 협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근로자가 48.3%에 달했는데, 여기서 더 정체된다면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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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자리냐?”고 물을 준비 됐을까?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22위로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이다. 2015년 온라인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정규직 직원 중 82.2%가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2006년 45.2%에서 대폭 높아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늘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는 말이 들려온다. SC은행에서는 “당신이 나가야 청년을 (계약직으로나마) 고용한다”는 사내 방송이 나온다고 한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사회의 죄인이 된 분위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에 매달려 온,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갖은 스펙을 쌓아 온 많은 젊은이들은 그나마도 좋은 직장이 뭔지 경험해 볼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고용에 대한 정책은 계속 나온다. 선거철이 되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냐?”고 물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찾아 가려고 한다. 다음 회부터는 노동시간‧임금‧삶과의 균형‧존중 등 세분화해서 ‘좋은 일자리’ 기준을 탐색하려고 한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와 종합해서 ‘좋은 일자리’의 상(像)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이런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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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반지의 날 행사 안내]

 

매월 10월 16일은 GMO에 반대한다는 뜻의 반(反)GMO를 줄여 표기한 반지의 날입니다.

한살림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GMO에 반대합니다.

 

 

한살림은 2008년부터 모든 물품에서 GMO를 배제하기로 결정하고

각종 첨가물과 원재료를 점검하여 Non-GMO 물품으로 전환중입니다.

 

2017년 ‘반지(反GMO)의 날’을 맞아 유전자조작 비중이 높은 콩, 옥수수, 축산사료를 중심으로

Non-GMO 물품 20여 종을 선정했습니다.

매장, 인터넷장보기사이트, 모바일앱을 통해 많은 이용 바랍니다.

 

반GMO 기획전 물품 보기

 

 

 

한살림 반지의 날 행사에 참여하세요!

 

한살림은 반지의 날을 맞아 매장, 인터넷장보기사이트, SNS 등을 통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첫 번째, 매장에서 구매하면 팝콘증정

 

한살림 매장에서 ‘안돼요GMO 대표물품’을 2개 이상 구매하시면

유전자 조작 없는 옥수수로 만든 증정용 진팝콘(35g)을 선물로 드립니다.

○일시: 2017년 10월 16일(월)

○참여방법:

1단계, 매장 진열대에서 파란색의 ‘안돼요GMO 대표물품’ 와블러가 붙은 물품을 찾는다

2단계, 2개 이상 구입하고 진팝콘(35g)를 받는다

※ 증정품 소진 시 증정행사는 종료됩니다

 

두 번째, 가족과 함께 색칠놀이

 

한살림의 반GMO 활동이 그려진 그림에 알록달록 색칠하여 보내주세요~

색칠놀이 그림은 소식지 585호(10/16 발행)와 한살림 블로그에서 다운 받을 수 있어요.

완성된 그림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어린이 부문과 어른 부문으로 나눠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참여기간: 10월 16일(월)~10월 22일(일)

○참여방법: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사인펜 등 집에 있는 색칠도구를 이용해 완성한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소식지 담당자 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 어린이·성인 여부,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꼭 함께 적어주세요.

○당첨발표: 10월 30일(월) 소식지 및 한살림 블로그 게시

○보내실 곳: [email protected]

○당첨선물: 어린이(10명) 편백나무아동베개/어른(10명) 검은콩두유 20봉

 

색칠놀이 그림 다운받기

 

 

 

세 번째, 반GMO 메시지로 SNS캠페인

 

해시태그 #안돼요GMO를 포함해 반GMO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주시면

추첨을 통해 5만원 상당의 한살림 물품을 드립니다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참여기간: 2017년 10월 16일(월)~10월 22일(일) 1주일

○참여대상: 한살림 조합원 및 비조합원 누구나 참여 가능

○참여방법: 1단계, 반GMO 관련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

2단계, 필수 해시태그 #안돼요GMO와 함께 전체공개로 자신의 SNS에 공유한다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당첨발표: 2017년 10월 30일(월) 한살림 공식페이스북 공지

○당첨인원: 30명 내외

○당첨선물: 5만원 상당의 한살림 물품

 

확인해주세요! 

*포스팅 시 필수 해시태그 #안돼요GMO를 꼭 달아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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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에 한해 포스팅해주신 sns를 통해 개별 연락드립니다.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원자에게 당첨 기회가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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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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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이즈음 밥상

 

찬바람에도

초연할 수 있는 용기를 담아

황태칼국수

 

 

한살림 요리 – 황태칼국수

 

긴 연휴가 끝나니 삶의 시계가 다시금 바쁘게 움직입니다.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왠지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하고요.

우리를 쉬게도 하고 달리게도 하는 시간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보르네오 섬에 사는 바자우족은 날짜와 나이의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평생 자신이 몇 살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모른 채 그저 바다를 유랑하며 물고기를 잡는 일상을 이어간다고요.

쫓기듯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들의 삶은 그저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만 그 마음만은 배워보면 어떨까 합니다.

올해 남은 시간을 세느라 괜스레 바빠진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해보는 겁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부쩍 차가워진 바람에 마음에 스며든 한기를 몰아낼 뜨끈한 국수 한 그릇으로 당신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냅니다.

윤연진 편집부

 

 

황태칼국수

이렇게 만들어요!

 

한살림 요리 – 황태칼국수 재료

 

재료

황태채 100g, 감자칼국수 400g, 얼갈이100g, 양파 1/2개, 파 1대, 다시마 5×5cm 3장, 까나리액젓 1작은술, 볶은소금 약간

*밑간 양념 조선간장 2큰술, 미온 1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방법

❶ 황태채는 5cm 길이로 자른 뒤 가늘게 찢어 그릇에 담고 물 7컵을 부어 5~10분간 둔다.

❷ 그릇에 물기를 꼭 짠 황태채와 볼에 밑간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황태채를 불린물은 따로 남겨둔다).

❸ 얼갈이는 5~6cm 길이로 썰고,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썬다. 파는 어슷 썬다.

❹ 달군 냄비에 황태채를 넣고 달달 볶다가 ②의 황태채 불린 물을 붓고 끓인다.

❺ ④가 끓으면 썰어 둔 얼갈이, 양파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다시마는 건져 0.5cm 두께로 잘라 다시 넣는다).

❻ 다른 냄비에 10컵 정도의 물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감자칼국수를 넣고 젓가락으로 면을 저어가며 삶는다.
다 삶아지면 체에 밭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면을 따로 삶아 찬물에 헹구면 전분이 제거되어 좀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❼⑤의 냄비에 삶은 칼국수면과 파, 까나리액젓, 볶은소금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월, 2017/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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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인의밥상_main

‘먹거리정의를 이야기하는 30인의 밥상(시즌3)’ 를 시작합니다.
<신나는 공동부엌>이 차려주는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밥을 먹으며 좋은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는 <마을부엌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동체부엌(community kitchen),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등으로 불리는 마을부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마을부엌들이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을부엌은 먹거리를 매개로 교육, 돌봄, 사회적 경제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먹거리기본권과 먹거리정의를 실천하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10월 26일 만나는 30인의 밥상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마을부엌이 보다 활발하게 주민들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마을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소통하는 곳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과 경험들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더불어 먹거리정의도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입니다.

밥상나눔은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밥상을 준비해주시는 은평구 <신나는 공동부엌>이 해주시고,
이야기나눔은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김순영센터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 본 프로그램은 환경정의먹거리정의센터, 슬로푸드문화원, 지니스테이블이 함께 합니다.

*일시: 2017.10.26(목) 저녁7시
*장소: 서울혁신파크 맛동
*참가대상: 먹거리정의와 마을부엌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누구나 선착순 30인
*참가비: 1만원
*문의: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 박소연(02-743-4747)

*신청: 네이버 예약(맛동_가나다밥상)
# 링크를 클릭하면 네이버 예약사이트로 이동합니다 >>>  https://booking.naver.com/book…/6/bizes/89512/items/2618553…

수, 2017/10/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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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 양이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고 홍수연 양은 자살하기 전 부친에게 ‘콜(call) 수를 못 채웠다’는 문자를 보냈다. 홍 양은 고객의 계약해지를 막는 방어부서에서 경력직도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했다. 실적압박과 감정노동이 부른 비극이었다.

운전 중 그 뉴스를 접했다. 졸업을 앞두고 홍 양과 같은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 중인 친구가 퍼뜩 떠올랐다. 청소년 인문학 수업에서 1년 넘게 만나던 친구였다. 언제나 씩씩하고 적극적이었던 친구. 급히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친구에게 대뜸 소리쳤다 “괜찮니? 그 회사 당장 때려 치워. 그런 대우 받고 다닐 필요 없어. 얼른 다른 직장 알아보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저는 옆 부서라 조금 나아요. 조금만 더 버텨볼게요. 정 힘들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통화가 끝난 후 길가에 차를 세우고 통곡을 했다. 무기력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감정이 복받쳤던 탓일까.

그 친구와는 취업 전까지 인문학 수업으로 진로 탐색을 하고, 노동인권 수업도 이어갔다. 친구는 엄마를 위해 돈을 벌겠다고 했다.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반에 들어간 친구.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숍 주인이 되겠다고 했다. 대학은 그 때 가도 늦지 않으니 돈부터 벌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직장생활에서 처음 접한 것은 동기생의 자살이었다.

청소년의 노동인권,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

2015년, 2017년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받는 친구들과 진안·장수지역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했다. 농촌 지역 고등학생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누구는 얼마 받는다’, ‘사장이 돈을 안 준다’, ‘다쳤는데 병원비를 안 준다’, ‘일하다가 중간에 잘렸다’, ‘열 받아서 그만뒀다’, ‘그냥 참는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교실에서 떠돌았다. 설문지를 배포하고 내용을 분석하면서,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삶과 행복을 이야기하며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고자 했다.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배울 수 있도록 수업내용을 구성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졸업 전에 이미 노동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었다. 많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었다.

함께 노동인권을 이야기하자

조사결과 고교 재학 중 50% 이상의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목적으로는 용돈 마련이 76%였고, 업종으로는 식당 주방 아르바이트가 58%, 홀서빙이 13%, 편의점이 10%였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53%나 되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은 78%, 돈을 못 받은 비율은 10%, 폭언·인격적인 무시는 23%에 달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26%나 되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그만둔다는 비율은 40%, 참는다는 비율은 26%였다. 농촌은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도시와 비교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학생이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지역신문 기자들과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후배들도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인문학 교육을 담당하는 마을학교 선생님들 역시 현실을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 양성교육’을 이수했다. 전북청소년노동네트워크의 도움이 컸다. 내년부터는 진안·장수지역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교육청의 공식 수업으로 진행한다. 올해 진행한 노동인권 교육보다 3배 확대될 것이라 한다. 학생들과 한 지역에 사는 학부모와 삼촌, 이웃이 노동인권 강사가 된다. 늘 만나고 친근한 사람들이 강사로 와서 청소년 노동인권을 이야기하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세상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며 저수지에 몸을 던지는 학생이 더는 없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 외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통곡하는 선생님이 더는 없어야 한다. 지역에서 만나는 청소년들과 함께 노동인권을 이야기 하고, 지역 정착과 자립을 말하는 교육단체와 활동가가 늘어간다. 세상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 글 : 김재호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교사

수, 2017/10/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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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아파트는 ‘주거’ 이외에도 ‘투자’ 즉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아파트’라는 단어를 검색해보기만 해도, 아파트 분양일정과 거래가격 정보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드러납니다. 압축성장의 산물, 재산증식과 투자 상품으로 아파트의 가치는 날마다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 혹은 욕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아파트는 분명 사는 곳(Living)인데 왜 사는 것(Buying)의 정보만 넘쳐날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① 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

올여름, 30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를 떠났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엄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말을 노랫말처럼 내뱉으시곤 했다. 그리고 30년 만에 그 꿈을 이루셨다.

아파트에 살면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경비실에 연락하면 된다. 일반주택에서 집 한 편에 쌓아뒀다 요일에 맞춰 내어놓아야 하는 쓰레기도, 아파트는 원하는 때에 정해진 장소에만 가져다 두면 된다. 주차도 편하다. 내 구역이니 네 구역이니 언성 높일 필요 없이 세대별로 정해진 곳에 차를 대면 된다. 이런 편의성은 누군가와 귀찮게 혹은 불편하게 부딪혀야 하는 일을 줄였다. 정해진 규칙만 잘 지키면 될 일이다.

엄마가 아파트를 고집하신 이유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어디 아파트는 얼마 정도 한다더라. 그 동네 집값이 다 올라서 옆 동네에도 영향을 주나 봐. 그러니 더 늙기 전에 지금 사!”
모임에 다녀오면 엄마의 아파트앓이는 더 심해졌다. 어디 아파트 가격이 좋고, 어느 지역 아파트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정보가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끼고 계셨다.
사실 돌이켜보면 엄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냐는 친구들의 흔한 질문에 난 할 말이 없었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나 역시 엄마와 같은 박탈감을 느꼈다. ‘아파트에 사는 것 = 부유하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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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

요즘 아파트를 선망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달리 한국에 등장한 최초의 아파트는 저소득층 주택,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70년 본격화된 경제성장으로 신 중간층(소위 말하는 서구식 고등교육을 받은 30대 세대)이 등장했고, 한강맨션 아파트로부터 시작된 아파트 건설 열기에 힘입은 투기 과열과 가격폭등 양상으로 질 낮은 주택의 이미지는 제거되었다.

최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급속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상황에 등장한 편리한 서구 근대 문물이미지를 덧입은 주거지로 중산층 집단 주거지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급격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례 없이 대단지로 개발된 아파트는 소위 신 중간층이라 불리는 집단만의 격리된 도시 공간을 구축했다. 80년대 이후부터 정부의 대단위 주택건설계획, 민간개발 업자를 위한 합동재개발 방식 도입, 신도시와 신시가지 건설을 통한 아파트 물량 공급의 증가는 아파트를 향한 잠재된 욕망을 이끌어내었다.

– 박철수 ‘아파트의 문화사’(2013) 중


‘중산층이 사는 곳 = 아파트’ 공식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양산되었다. 사람들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를 드러내며 사회적 인정을 갈망하고 있다.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더 나아가 그런 아파트를 몇 채나 소유하고 있는지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우리 엄마의 평생소원, 즉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욕망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소박하다. 아파트 시세차익을 통한 재산 증식과 투자마저 보편적인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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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꿈,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

얼마 전에는 결혼한 친구를 만났다. 신축 빌라에 살고 있는데,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건너편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향후 5년 목표라고 했다. 계획도 꽤 구체적이었다. 현재 주거비와 저축예금, 일정 비율의 대출이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 학교 가기 전에는 무조건 아파트로 가야지. 무시당하면 안 되잖아.” 집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고민하지 않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규정한 정답과 기준에 맞춰 살 것인지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는 태어날 아이의 출발선이 고급 브랜드 아파트이기를 희망했다.

친구의 이야기가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투자, 상품화의 맥락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화, 고급 이미지화되어 점점 더 상품에 가까워졌다. 거주 공간, 장소로서 일상은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다.
분양이냐 임대냐, 아파트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의 프레임은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 까지 확장되었다. TV를 켜면 쏟아지는 아파트 광고는 ‘OO아파트에 살면 나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양산한다.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집단과 문화를 만든다. 새로운 아비투스*로서 취향 계급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본과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에 순응하며 새로운 집단성을 만들어내고, 그곳에 소속되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산다. 수동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조롭고 경직된 공간 구조, 단지를 경계로 내부로만 향하는 아파트의 공간 구성은 그곳에 사는 개인의 일상을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회계층적 구분짓기 프레임으로 덧씌워진 아파트라는 하나의 푯대를 향해 달려가기 바쁘다. 어떻게 하면 그 집단에 속할 수 있을지만 중요할 뿐 자신의 일상과 삶에 관한 고민은 없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집단에 속하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부추기는 사람들, 돈이 생기면 아파트 한 채 사는 것이 상식이 된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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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희망제작소 입사 후, 줄곧 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 특히 아파트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응답하라 1988’과 같은 과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제시한 프레임에 순응하며 사는 수동적인 삶을 주체적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사는 것만이 옳다고 믿어온 모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나의 삶과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삶의 공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30년을 살았던 동네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높은 언덕을 따라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고, 더 지어질 계획이란다. 재개발하면 돈을 준다는 데도 동네 할매들은 꼼짝하지 않는다. 늘그막에 무슨 돈이 필요하겠냐며, 옆집 할매랑 오순도순 살다 가면 그만이란다. 할매는 돈 몇 푼보다 옆집 할매와 헤어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안다. 옆집 할매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할매에게 응원을 보낸다.

– 글 : 안수정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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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박철수 ‘아파트문화사’(살림출판사, 2013)
2) 권현아, 백진 ‘사회적 계층화에 기반을 둔 아파트 브랜드의 주거 상품화에 관한 연구’(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013)

도시의 주된 주거형태가 저층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겨감에 따라 다양한 사회문제(층간소음, 경비원 처우개선, 이웃 간의 분쟁 등)가 발생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2013년부터 SH서울주택도시공사, 한겨레신문과 함께 ‘주민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이하 행아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파트에 사는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주도의 아파트문화형성을 지원 중이다.
금, 2017/10/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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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 혁신은 국민을 정책 실행의 협력자로 인식하고, 다양한 접근방식과 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부문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의 혁신 사례를 혁신 디지털 툴(innovative tool)과 지식 간 연동, 현 정책 톺아보기, 범국민 지식 활용, 새로운 정부 서비스 제공, 다양한 실험 시행, 정부 부처 내 입찰 혁신 방안 등 크게 6가지로 나누었습니다. 그중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합니다.

핀란드 정부의 정부실험실(코케일른 파이카, Kokeilun Paikka)

▲ 출처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 출처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핀란드 정부는 국민이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공공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국민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정부실험실’은 정책을 넘어서 국민 스스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핀란드 총리와 단체(Finnish Experimental community)가 함께 진행한 정책인데요.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여 개인, 공동체, 후원자, 후원개발자 등 정보가 필요한 국민이라면 누구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정부실험실’에 올리고 실험하면 됩니다. 즉,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접수하면, 다른 시민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가 숙성되면 본격적으로 실험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실험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벌이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만한 동료와 함께 실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실험 제안자와 국민이 함께 실행한 캠페인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거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코케일른 파이카 웹사이트 : https://www.kokeilunpaikka.fi/fi/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웰빙프로젝트(The well- being project)

▲ 출처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 출처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지역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측정하는 것 : 주민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그 정보를 시청 내 업무에 적용한다. 이 한 마디로 웰빙 프로젝트는 간단히 설명 가능하다.” – Julie Rusk (미국 산타모니카 시청 근무자)
웰빙프로젝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 지역에서 진행 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주 정부는 지역 커뮤니티 내 주민의 경제적 상황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의 상황도 측정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요. 웰빙 지수는 지역 주민의 경제적 상황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지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주거 상황과 교육 기회가 충분한지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을 하여 이를 정책 실행에 활용합니다. 해당 지수는 지역주민의 행정, 상황, 주제에 맞게끔 가공해 공동체 내 파트너십 개발,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 등에도 반영됩니다. 실제 산타모니카시에서는 연간 예산 수립, 우선 정책 선정 등에 이 지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 웰빙프로젝트 웹사이트 : https://wellbeing.smgov.net
▶ 관련 동영상 : https://youtu.be/fTFnuicV4_E
▶ 웰빙프로젝트 FAQ(영문) : https://wellbeing.smgov.net/Media/Default/docs/wellbeing.FAQ.pdf

아랍에미리트의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Extreme weather App)

▲ 출처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 출처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아랍에미리트는 모래폭풍과 40도가 넘는 고온으로 인명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극한기후앱은 국민에게 무료로 날씨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인데요. 전체 국민뿐 아니라 천식 및 호흡기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상세한 정보(모래폭풍 주의 및 경보 지역, 증상별 피해 예상 정도 등)를 제공하는 것이 특별합니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의 한 대학에서 중동아시아 지역의 치명적인 모래폭풍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시작됐는데요. 노약자의 경우 웹브라우저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날씨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천식을 앓는 환자는 모래폭풍 예보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각 지역정부 부처에서는 천재지변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난 예방뿐 아니라 교통,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극한기후앱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주변 중동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 극한기후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 https://atlas.masdar.ac.ae/forecast

국민이 바라는 정부 구조 및 정책 혁신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는 혁신의 길로 전환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사례가 분절되고, 내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과 지역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 Embracing Innovation in Government Global Trends 자료 원문 보기 : https://www.oecd.org/gov/innovative-government/embracing-innovation-in-government.pdf

– 글 : 강현주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정리 : 방연주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7/10/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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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의 51.1%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 이상의 교육을 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소질과 적성에 잘 맞는 일? 임금을 많이 주는 일?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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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호 희망이슈 ‘N개의 일을 상상하다’에서 청소년 진로탐색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세요!
화, 2017/10/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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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책 읽는 서울>의 추천위원이 되어주세요!


<책 읽는 서울>이 어느덧 다섯 번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네 차례의 <책 읽는 서울>은 추천위원분들께서 추천해주신 책을 매달 한 권씩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당원들이 추천해주신 책 중 한권을 선정해 함께 읽고 모여 이야기나누는 시간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11월 5일까지 서울시당 당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한권을 추천사와 함께 제안해주세요.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는 서울시당 굿즈를 보내드립니다


추천기한: 11월 5일 일요일
추천방법: [email protected] 로 메일 보내기
문의: 010-4666-5423 박기홍

저작자 표시 비영리
수, 2017/10/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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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살림고양파주 어린이 요리교실

 

우리 동네 한살림활동,

한살림소식지에 광고하세요!

 

 

우리 모임 참 좋은데

이 행사 정말 뜻 깊은데

참여가 적을까 걱정되시나요?

 

한살림 소식지 <어우렁더우렁 사랑방>에서 홍보하세요!

많은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을 기다립니다.

 

※ 시범운영 기간 : 2018. 1. 29. 발행소식지 562호까지 (지면한계로 선정된 3개 광고를 개제합니다.)

 

——————————————

 

<어우렁더우렁 사랑방> 운영 안내

 

○ 광고 내용

– 행사, 강좌, 교육, 모임, 도농교류, 연대활동, 봉사활동 등 한살림의 활동

 

○ 마감일

– 매월 2번째 금요일

※ 소식지 588호(11/27 발행) 광고(안) 마감 : 11/10(금)

 

○ 접수방법 (2가지 중 택1)

– 인터넷 접수  https://goo.gl/oHxctu

– 이메일 접수 [email protected]

(담당자, 연락처, 활동 제목, 취지, 일시, 장소, 내용 등을 작성해 발송)

 

○ 운영방법

– ①공모·접수 ②심사·선정 ③편집·디자인 ④광고 게재

 

○ 문의 : 한살림연합 홍보기획팀 02-6715-0823

 

 

월, 2017/10/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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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편(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에서는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욕망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2편에서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키드'(Apartment Kid)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② 향수 – 주공 아파트키드의 기억

#1. 1990년대의 기억

열한 살 때 담임선생님은 자칭 시인이었다.
“안타깝지만 이 삭막한 시멘트 도시에서 자라는 너희들은 시골 아이들의 감수성을 절대 이길 수 없어.”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선생님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쩐지 수염 자국 난 얼굴이 우리의 가능성을 단언하는 장면은 생생히 기억에 남고 말았다.

내가 자란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는 LH공사가 1980년대 말 시공한 총 4만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다. 과연 시멘트 도시라고 할 만한 곳으로 여기 살면 다른 유형의 집을 볼 일이 없다. 그래도 어린이에게는 충분히 큰 세계여서 여러 모험의 공간이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일 높은 25층 아파트의 꼭대기에 오르고, 비가 올 땐 철제 놀이터 지붕 밑에서 중학생 언니들이 낙서해놓은 괴담을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한 공간은 단지 한 가운데에 있는 근린공원이었다. 3월이면 산수유와 진달래, 뒤이어 화사한 목련과 벚꽃이 피고, 5월이 지나면 라일락과 자귀나무 향기가 진하게 풍겨 계절을 볼 수 있었다. 여름에는 덩굴장미가 단지 곳곳에서 발견되었고, 가을 등굣길엔 낙엽이 축축하게 젖어 흙이 되어가는 냄새가 났다.
공원의 자연은 진짜가 아닐까? 아파트 우정은 골목 우정에 비할 바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추억이 켜켜이 쌓이는 바람에 나는 흰 아파트 벽에 노을빛이 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아파트 감수성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다른 감수성에 비해 부족한 감수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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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0년대의 기억

“서울 애들은 좀 깍쟁이야. 나 전학 온 날 어디 사느냐고 물어보더니, 거기는 그래도 집값이 괜찮은 편이라는 거야. 무슨 그런 말을 해?”
원주에서 전학 온 친구가 말했다. ‘작년 너희 반 아이들이 조금 이상했던 것 같다’는 말로 얼버무리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에 그런 의미가 있었던가.
이후 관련된 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네 미용실 여성잡지 표지에서 ‘교육특구 대치동, 목동, 상계동’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스캔들이 잦았던 양호선생님의 새로운 꼬리표는 ‘이 동네’ 살면서 ‘벤츠’를 몬다는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대다수 친구들이 졸업만 기다렸다는 듯 이사해버렸다. 강남이나 신도시 혹은 뉴타운으로.

아빠는 종종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섹션에서 가상의 집 쇼핑을 했다. “이 집을 팔고 부암동으로 가면 어떨까?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15분이면 가고.” 엄마는 코웃음을 쳤다. “아이고 그 동네는 차 없으면 안 되네. 그리고 주택 살면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데 당신처럼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 “나도 하려면 하지 왜…”
하지만 그게 다였다. 부동산에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일상생활에 이 동네는 충분했다. 걸어갈 수 있는 지하철역도 두 개나 있고, 노지였던 개천은 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도서관과 스포츠센터도 가까웠다. 아이를 둔 신혼부부들이 꾸준히 둥지를 트는 덕분인지 세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활기찬 분위기. 세계 금융위기의 공기 속에서 대학을 다녔던 나는 등하굣길에 이 익숙한 아파트단지의 일상에서 특별함을 느끼곤 했다. 그건 어쩌면 이 삶이 내 것은 아니리라는 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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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0년대의 돌아봄

삼십 년간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건 돌아가신 외할머니다. 1929년생인 외할머니는 열한 남매 중 첫째였는데, 미국여행을 다녀온 여동생들에게 놀림을 받고는 씩씩대며 열 살짜리 손녀딸에게 “할머니 영어 가르쳐줘라. 미국가게.” 같은 말씀을 하는 천진한 분이었다. 이 집을 살 때도 자매들 사이에서 어떤 경쟁이 있었던 모양인데, 분당은 다른 여동생이 먼저 사서 흉내 내는 것 같아 싫고, 목동은 쓰레기 매립지 근처라 맘에 안 들어서 상계동을 택하셨다나.

누군가에게는 실패담이겠지만 나는 할머니가 참 잘하셨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일생을 삶의 가치에 집중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까닭이 ‘부동산’이 아닌 ‘집’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다른 곳에 살았다면 요동치는 집값에 쉽게 휘둘렸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난 수년간 세계가 절망적으로 보이는 순간에도 삶이 증오스럽지는 않았던 내 마음이 그 증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의 이 믿음은, 은퇴를 앞둔 부모님에게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후회를 막는 방파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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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은 것들

우리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는다. 나는 4년 전 독립했고, 은퇴하신 부모님은 가까운 곳의 연립주택으로 평수를 좁혀 이사했다. 아마 우리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3대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서민을 위한 아파트. 그것은 지향점이라기보단 향수다. 게다가 그 삶이 꼭 좋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아이들 전교등수에 대한 대화에 끼고 싶지 않았던 엄마는 동네에서 평생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상계주공 8단지가 주변 단지 중 처음으로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다음은 아마 내가 좋아하는 전나무(지금은 이미 베어졌다)와 목련나무가 있던 5단지일 거란 이야기도. 돌아갈 생각이 없는데도 살아온 시간의 무게만큼 마음이 내려앉았다. 발 디딜 기억 없이 사는 사람들의 도시에는, 마을공동체 이전에 회한의 공동체 같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글 : 백희원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7/10/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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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잦은 자연재난의 경험을 통해 탄탄한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안전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지난 9월 희망제작소는 안신숙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전국의 공무원 27명과 함께 일본 교토시, 고베시, 아와지 섬 등지를 방문하여 일본의 재난관리 체계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학습하고 왔습니다.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원인과 성격에 따라 자연재난, 인적재난, 국가기반재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인적재난은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어 받아들여야 할 때도 많은데요. 일본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재난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교토시 방재(防災)의 사령탑, ‘방재위기관리실’

일본은 1961년에 제정된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역별로 방재회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토시의 ‘방재위기관리실’은 교토시 방재회의의 사무국으로, 재해(災害)의 사전예방과 복구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지진, 수해, 산사태뿐 아니라 식품위생, 전염병, 범죄 등의 문제도 규모가 커지면 방재위기관리실이 총괄하여 각 행정부서와 협력, 대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주민이 자주적으로 방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재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고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진, 폭우, 토사에 의한 지역별 위험 정도를 ‘방재지도(Hazard Map)’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은 이 지도를 보고 자신이 사는 곳의 위험 정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발생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구축과 시민과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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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의 피난소 운영대책

일본은 재난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난소는 크게 광역피난소와 동네피난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광역피난소는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비하는 시설로,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금각사 또한 광역피난소 중 한 곳입니다. 동네피난소는 주민들의 생활권인 학교 체육관 등에 설치되며, 전국적으로 428개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토시는 동네피난소가 주민들의 자치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행정이 모든 지역에 파견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 피난소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여 결정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그에 부합하는 매뉴얼을 익히고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피난소 내부 배치도 등 신속한 피난소 개설을 위한 내용이 매우 상세히 작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피난소 운영의 특징은 ‘약자’를 매우 폭넓게 설정하여 그에 맞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약자와 장애인,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여성, 외국인, 안경이나 의치를 잃어버린 주민까지 배려하고 있는데요. 피난소에서 주민 생존율을 더욱 높이려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주민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는데, 주민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피난소 생활의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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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을 위한 시민훈련시설, ‘교토시 시민방재센터’

일본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95년 개관한 교토시 시민방재센터는 시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방재와 관련된 지식을 알리고, 체험 시설로 재난 대응 훈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진, 강풍, 화재, 침수 등의 재난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3D 영상을 통해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어 학생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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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조정센터, 교토시 ‘재해볼란티어센터’

한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를 돕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여듭니다. ‘자원봉사 활동 원년’이라고 불리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는 약 137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자원봉사자는 재해 복구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더욱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재해볼란티어센터’가 생겼습니다.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물자와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일본 전역에 187개의 센터가 긴밀히 연결되어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재해지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에 참가 접수를 합니다. 재해지의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전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와 협조하여 복구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수를 재해지에 파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센터 간 체계적인 협력은 재해복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억함으로써 미래로, 고베시 ‘사람과방재미래센터’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지진 대책에 자신이 있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재난이었습니다. 고베시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주거 밀집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현재 도시는 말끔히 복구되어 당시의 참담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 생활기반이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 충격을 단지 상처로만 남기지 않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베시에 위치한 ‘사람과방재미래센터’는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 수집, 연구 활동, 인력 육성 등으로 당시의 경험을 시민과 후대, 세계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16만 점에 달하는 대지진과 관련된 도서, 비디오, 물건, 사진 자료는 시민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할 뿐 아니라 재해 경감을 위한 연구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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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으로는 자연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것의 발생을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의 예방은 행정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는,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야 더욱 촘촘하게 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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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다현 | 지역정책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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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9월부터 민주주의 시민교육 일환으로 <민주주의를 창조하라>를 두 과정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문제해결과정’에서는 민주주의의 역사 및 원리를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주요 이슈에 관한 찬반토론, 조정과 합의를 위한 의사소통방법론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5일 진행된 교육에서는 한참 뜨거운 이슈인 ‘원자력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날은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부 교수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윤기돈 녹색연합 활동가의 찬반토론과 함께 시민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탈핵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견해를 밝혔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이하 공론화위)가 출범한 뒤 최종 권고안까지 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시민참여단은 학습과 열띤 토론 끝에 ‘공사 재개’ 의견을 냈고, 공론화위는 이를 정부에 권고안으로 제출했지요.

이번 결정은 찬반을 떠나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졌는지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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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중단 기념식에 참석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공식 출범했는데요. 동시에 신고리 5·6호기 사업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잠정적으로 3개월간 건설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정부는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 전문기관, 단체를 정하고 후보자를 추천받아 공론화위를 구성했습니다. 또한 핵발전 찬반 단체의 제척 의견을 받아 9명을 공론화위 위원으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관련한 정보를 온라인 동영상과 각종 자료로 학습했고,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간 합숙을 진행하며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는 핵발전소 공사를 재개한다는 내용의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시민참여단 471명 대상으로 찬반을 조사한 결과 ‘건설 재개’는 59.5%, ‘건설 중단’은 40.5%로 ‘건설 재개’ 의견이 19%p가량 높았는데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인 ±3.6%p를 넘는 수치입니다. 더불어 공론화위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쳐나갈 것을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서면을 통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라고 공론화 결과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참여단의 토론과 숙의, 최종 선택과정에서 나온 하나하나의 의견과 대안은 모두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겨레신문(http://www.hani.co.kr) 갈무리

▲ 한겨레신문(http://www.hani.co.kr) 갈무리

공론화의 성과와 과제

이 사안은 찬핵이냐 탈핵이냐를 떠나 한국에서 대규모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시민이 직접 학습과 토론을 벌이며 합리적으로 의사를 조율하는 숙의민주주의 공론화 과정은 ‘참여’에 관한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절차와 내용, 진행 과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공론화위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에너지 소비자인 시민의 참여와 합의를 기반으로 결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숙의민주주의에 관해 다양한 평가를 전하고 있는데요.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원산) 상근부회장은 “공론화 모델을 만들고 시민숙의과정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발전된 모습”이라고 말했고, 이헌석 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 대응팀장은 “시민 참여와 관심이 굉장히 높았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희망제작소가 시민과 나눈 ‘숙의민주주의’ 이야기

희망제작소가 지난 10월 25일 진행한 교육 현장에서도 공론화 과정에 관한 평가가 나왔습니다. 정동욱 교수는 “원전 찬반에 관해 우리 사회가 이미 상당 부분 이념화되어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면서도, “공론화는 찬반이 극명하게 승패가 갈리는 사안보다, 논의 과정을 통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사 재개 혹은 중단으로 조사하기보다 에너지 정책의 포트폴리오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 국민 대상으로 공론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윤기돈 활동가도 이번 사례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는 “사회적 갈등 요소가 많은 정책 결정에 국민이 참여하게끔 열어준 사례”라며 “대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더 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공론조사를 벌이는 것과 별개로 시민 스스로 사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자력계나 환경단체나 각각의 논리와 가치에 따라 주장하기 때문에 이에 관해 시민이 합리적인 의심과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이날 자리에서는 해외에서 원자력 발전을 주제로 공론조사한 경우가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2년 원자력 발전 비중의 적절성에 관한 공론조사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원자력 발전은 아니지만 미국 텍사스주(州)에서는 지난 1996년 새로운 발전소 건립을 위해 발전설비 선택과 비용조달 방법 등에 대해 공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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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마련해야

우리에게 공론조사는 아직 낯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외 각국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 영역 내에서 공론조사를 시행해 왔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9개월간 시민총회를 열었고, 영국은 범죄대응방안 마련과 EU가입, 호주는 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의 전환 등을 주제로 공론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공론조사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시민의 기저의식을 파악하고, 정부가 만든 공론의 장에서 원자력 발전을 처음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시민의 의식이 이념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논의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느냐, 사회적 동의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또한 공론조사의 형태와 방식에 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무조건 시민참여 위주의 공론조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시민참여 공론조사와 전문가집단 공론조사를 양분해 진행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론조사를 진행할 때 시민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정리 : 방연주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정리 : 조현진 | 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7/11/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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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임금압류 일지 2. – 이상혁 조합원]   24년 다닌 회사가 내민 ‘301억 원 손배소장’ – 청춘 바쳐 일한 회사에게 ‘퇴사용’ 손배소장 받았습니다   손잡고 주 : 본 […]
금, 2017/11/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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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_환경부정의상02-4

 제1회 환경부정의

인간은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곳곳에서는 불평등한 환경 피해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환경정의는 시민들과 함께 환경부정의 상을 시상하여 국내에서 일어나는
환경 불평등, 부정의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2017 제1회 ‘환경부정의 상’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불평등한 환경사례를 모아
시민선정위원단의 온라인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고자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투표방법]

1) 시민선정위원단 모집
– 신청자격 : 환경퀴즈를 통과한 10대~60대 국민 누구나
– 모집일정
♦ 모집기간 : 11월 6일~ 11월 17일(~오후3시 마감)
♦ 선정위원 결과발표 : 1차- 11월 13일 / 2차-11월 17일(개별통보)
– 활동내용 : 환경부정의 상 투표 (개별로 투표링크 발송)
– 신청방법 : (사)환경정의 홈페이지eco.or.kr) 에서 신청
하단에 ‘시민선정위원단 신청하기’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2) 환경부정의 상 투표
– 투표자 : 시민선정위원단
– 투표일시 : 11월 11일~11월 20일
– 투표방법 : 온라인투표
* 투표링크과 함께 환경부정의 상 후보 소개가 문자로 발송됩니다.
* 투표를 완료해주시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일정안내]
– 시민선정위원단 모집 : 11월 6일~11월 17일
– 환경부정의 상 투표 : 11월 11일~11월 20일
– 시상식 : 12월


[기타문의]
환경정의연구소 심수은 활동가
02-743-4747
[email protected]

*환경부정의 상 붓글씨 작품은 무구无區 김백호 작가가 후원했습니다.

월, 2017/11/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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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잦은 자연재난의 경험을 통해 탄탄한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안전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지난 9월 희망제작소는 안신숙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전국의 공무원 27명과 함께 일본 교토시, 고베시, 아와지 섬 등지를 방문하여 일본의 재난관리 체계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학습하고 왔습니다.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원인과 성격에 따라 자연재난, 인적재난, 국가기반재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인적재난은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어 받아들여야 할 때도 많은데요. 일본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재난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교토시 방재(防災)의 사령탑, ‘방재위기관리실’

일본은 1961년에 제정된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역별로 방재회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토시의 ‘방재위기관리실’은 교토시 방재회의의 사무국으로, 재해(災害)의 사전예방과 복구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지진, 수해, 산사태뿐 아니라 식품위생, 전염병, 범죄 등의 문제도 규모가 커지면 방재위기관리실이 총괄하여 각 행정부서와 협력, 대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주민이 자주적으로 방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재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고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진, 폭우, 토사에 의한 지역별 위험 정도를 ‘방재지도(Hazard Map)’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은 이 지도를 보고 자신이 사는 곳의 위험 정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발생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구축과 시민과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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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의 피난소 운영대책

일본은 재난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난소는 크게 광역피난소와 동네피난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광역피난소는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비하는 시설로,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금각사 또한 광역피난소 중 한 곳입니다. 동네피난소는 주민들의 생활권인 학교 체육관 등에 설치되며, 전국적으로 428개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토시는 동네피난소가 주민들의 자치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행정이 모든 지역에 파견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 피난소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여 결정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그에 부합하는 매뉴얼을 익히고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피난소 내부 배치도 등 신속한 피난소 개설을 위한 내용이 매우 상세히 작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피난소 운영의 특징은 ‘약자’를 매우 폭넓게 설정하여 그에 맞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약자와 장애인,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여성, 외국인, 안경이나 의치를 잃어버린 주민까지 배려하고 있는데요. 피난소에서 주민 생존율을 더욱 높이려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주민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는데, 주민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피난소 생활의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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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을 위한 시민훈련시설, ‘교토시 시민방재센터’

일본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95년 개관한 교토시 시민방재센터는 시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방재와 관련된 지식을 알리고, 체험 시설로 재난 대응 훈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진, 강풍, 화재, 침수 등의 재난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3D 영상을 통해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어 학생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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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조정센터, 교토시 ‘재해볼란티어센터’

한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를 돕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여듭니다. ‘자원봉사 활동 원년’이라고 불리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는 약 137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자원봉사자는 재해 복구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더욱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재해볼란티어센터’가 생겼습니다.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물자와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일본 전역에 187개의 센터가 긴밀히 연결되어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재해지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에 참가 접수를 합니다. 재해지의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전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와 협조하여 복구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수를 재해지에 파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센터 간 체계적인 협력은 재해복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억함으로써 미래로, 고베시 ‘사람과방재미래센터’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지진 대책에 자신이 있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재난이었습니다. 고베시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주거 밀집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현재 도시는 말끔히 복구되어 당시의 참담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 생활기반이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 충격을 단지 상처로만 남기지 않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베시에 위치한 ‘사람과방재미래센터’는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 수집, 연구 활동, 인력 육성 등으로 당시의 경험을 시민과 후대, 세계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16만 점에 달하는 대지진과 관련된 도서, 비디오, 물건, 사진 자료는 시민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할 뿐 아니라 재해 경감을 위한 연구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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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으로는 자연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것의 발생을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의 예방은 행정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는,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야 더욱 촘촘하게 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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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다현 | 지역정책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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