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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드론은 우리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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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드론은 우리 편이야?

익명 (미확인) | 월, 2015/11/30- 22:00

무인자동차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는 이미 자체 제작 무인차를 모터쇼에도 가지고 나갔다. 구글의 무인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변을 시험주행 중이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첫 도로주행에 나섰다.

이미 드론은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비행기가 작은 짐을 싣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향후 드론으로 구매 상품 배송을 하는 데까지 가겠다는 계획이다.

무인차 사고 나면 책임은 누구?

무인자동차와 드론은 일자리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인차가 일반화되면 택시는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인차를 불러서 타면 되니 택시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된다. 무인차는 2030년이면 상용화할 수 있다고 본다.

아마존은 이미 드론 택배를 도입하겠다며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발표했다. 현재는 미국 연방항공청에 상업용 드론 야외비행 허가를 신청해둔 상태다. 드론이 배송을 전담하면 택배기사 일자리는 사라진다. 그뿐 아니라 배달할 물건을 싣는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 트럭에 기름을 넣기 위해 존재하는 정유회사와 주유소 일자리, 기존 택배용 트럭이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업체의 일자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와 앤드루 맥아피 박사가 이 공포의 현실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를 들어 생산성과 총고용의 관계를 비교해 보여준다. 이들에 따르면 1953년 이후 1999년까지는 생산성과 총고용은 연평균 2.1%로 증가율이 같았다. 쉽게 말해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더 좋은 기계를 사용해 사람이 직접 일한 시간 대비 산출량을 늘리면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더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좋은 기계를 사용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부유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1999년 이후 이 패러다임이 바뀐다. 생산성은 똑같이 연평균 2.1% 늘어났지만, 일자리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생산성 향상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결론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이를 ‘기계와의 경쟁’이라고 표현한다.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기술 발전과 일자리 증가 사이에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패배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가 사이의 탈동조화에는 해외 아웃소싱도 영향을 끼치지만,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밀어내고 있는 현상도 큰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무인자동차와 드론뿐 아니다. 이미 기자를 대신해 사실관계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기사를 써주는 로봇이 등장했다. 금융기사와 스포츠기사는 웬만한 기자만큼 잘 쓴다. 변호사 업무를 대신해주는 로봇도 등장했다. 의사 대신 로봇팔이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무인자동차나 드론 같은 신기술이 실제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등장한다. 기술의 한계 때문이 아니다. 법과 윤리의 문제 탓이다.

법적 문제는 예컨대 이런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운행 중 사람을 치어 다치게 하면 누구의 책임인가? 따지기 쉽지 않다. 운전자는 없으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운전을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책임인가? 무인차를 만든 제조사의 책임인가? 무인차 소유주의 책임인가? 아니면 무인차에 타고 있던 승객의 책임인가?

벤츠가 자동차 보급에 회의적이었던 이유

더 깊은 차원의 윤리적 문제도 있다. 무인차가 고속 주행 중에 앞에서 보행자를 발견해 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 차는 우선순위를 보행자 보호에 둬야 하는가, 아니면 승객 보호에 둬야 하는가? 둘 중 한쪽만 살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행자는 다수이고 승객은 소수라면, 또는 그 반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법적·윤리적 문제는 당장 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신기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신기술 비관론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 최초로 승용차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벤츠자동차 창시자인 카를 벤츠다. 1888년 그는 자신이 만든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길을 달린다. 그 길은 마차가 달리던 길이었다. 마찻길을 달리다보니 흔들리고 먼지도 많이 났다. 그러다보니 고장도 자주 났는데, 고쳐줄 정비사가 없어서 운전하던 사람이 내려서 수리해야 했다. 속도는 마차보다 훨씬 빨랐지만 그 대가가 커 보였다. 도로도 없고 정비사도 없으니,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는 날은 영영 올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벤츠 스스로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1천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자가 정비도 해야 했기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 예측됐다.

2014년 한국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3천만 명에 육박한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3억 명을 넘어선다. 어쩌면 카를 벤츠가 처음 자동차를 몰던 당시 갖고 있던 걱정은 지금 우리가 무인자동차에 대해 하고 있는 걱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몰 수 있는 도로가 없고 자동차를 고칠 수 있는 정비사도 없는데 사회는 영영 도로를 깔아주거나 정비사를 육성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시엔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또한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지 소유주에게 있는지, 아니면 제조사에 있는지는 실은 복잡한 법적 문제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는 합의를 해냈다.

자동차를 둘러싼 문제는 결과적으로 보험제도와 도로 인프라, 관련 인력 양성을 사회가 합의해 진행해가면서 해결됐다. 마찬가지로 무인자동차를 둘러싼 법적 문제나 윤리적 문제도 사회가 적절하게 약속을 하면서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일자리는 위기에 빠진 것일까? 무인자동차도 드론도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변호사 업무도 의사 업무도 모두 사라지면 사람의 일자리는 상당수가 기계로 대체되고 마는 것일까?

노동을 경쟁해온 기계와 인간

컨설팅회사 매킨지에서 낸 <매킨지 쿼터리>에는 이에 대한 반론이 나왔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21세기에 벌어진 일을 두고 생산성과 고용의 탈동조화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매킨지는 1999년 이전에 벌어진 일을 더 들여다보자고 이야기한다. 당시에는 분명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도 같이 늘었다. 그 순환 고리는 이렇다. 기술이 처음 나오면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득이 늘어나면 그 소득을 소비하면서 다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게 당시 벌어지던 선순환이었다.

따지고 보면 부모 세대에도 기계와의 경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대신 쳐주는 타자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새로 등장한 워드프로세서, 개인용 컴퓨터와 경쟁하게 됐다. 과거에는 전화기 사용자가 전화기를 들면, 전화교환수가 먼저 전화를 받아서 수동으로 번호를 받은 뒤 전화받을 사람에게 연결해줘야 했다. 전화교환수들은 자동식 전화기와 경쟁해야 했다. 버스안내원은 버스카드와, 은행원은 현금자동입출금기와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일자리들은 모두 사라졌다.

경쟁의 규모와 범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은 노동을 놓고 늘 기계와 경쟁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20세기 기술 발전은 일자리 증가와 동행했다.

그렇다면 21세기 기술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노동을 대체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예전만큼 쉽지는 않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경제의 총량 자체가 빠르게 늘었다.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선진국 어디에도 20세기 후반만큼의 고성장을 기대하는 곳은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가치가 창출돼 손쉽게 새로운 일자리가 대량으로 생겨나는 일은 이제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물건을 대량생산하는 제조업에서는 대규모 고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은 점점 노동 절약적으로 바뀌고, 생산라인에서 노동하는 인간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소득 저변이 넓어지기 어렵고 새로운 상품의 수요는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 과거 좋은 일자리의 핵심이던 제조업에서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 인간은 이제 생산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까?

오랜 기간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저성장 시대, 고령화 시대에도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 일은 돌보는 일, 창조하는 일, 그리고 연결하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공감하고 돌보는 일은 앞으로도 로봇이 인간보다 잘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인 간병도, 아이 보육도, 교사의 학생 상담도, 정성이 담긴 요리도 여기에 해당한다. 고령화 시대에 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년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돌봄은 산업이 되고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일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창조하는 일 역시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다. 아주 먼 미래를 놓고, 아주 엉뚱한 상상을 하며, 아주 기발한 물건을 구상하는 일은 사람에게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콘텐츠, 소프트웨어 같은 창조산업에서는 인간이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며,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공동체를 이루게 만드는 일이다. 넓은 의미에서 이는 정치가의 일이기도 하고 경영자의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일들에 자원이 배분돼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돌봄에, 창조에, 연결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를 만든 이는 카를 벤츠였지만, 도로를 깔고 면허제도를 만들어 자동차를 확산시킨 것은 사회다. 사람이 여전히 노동을 할지, 또는 어떤 노동을 할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선택하는 일이다. 기술 발전으로 높아진 생산성은 그런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할 뿐이다.

[ 한겨레21 / 2015.11.30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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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5/11/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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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소파·프라이팬에도…곳곳에 발암물질

기사입력 2015-11-15 21:51 | 최종수정 2015-11-15 22:13

<앵커 멘트>평소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기위해 신경 많이 쓰실 텐데요.그런데 집에 있는 접시나 소파, 프라이팬에도 발암물질이 함유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부 김민선 씨는 지난 3월, 집안 내 독성물질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한 민간연구기관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가구와 전자기기 등 107개 제품 가운데 접시와 소파, 피아노의자 등 60%에서 납 성분이, 30%에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PVC가, 20%에서 카드뮴이 검출됐습니다.

발암물질로 분류된 성분입니다.

<인터뷰> 김민선(주부/서울 송파구) : “유기농 같은 걸 먹고 있는데 설마 장판이? 설마 벽지가? 발암물질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일상 생활 속 발암물질은 약 5백여 종.

아직 공식 규정되진 않았지만 새로 그 유해성이 확인되는 성분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프라이팬이나 아웃도어 의류 등에 방수코팅제로 주로 쓰이는 과불화합물, 일명 PFOA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내년부터 과불화합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고금숙(여성환경연대 팀장) : “특히 조리도구를 다루는 비중이 큰 여성들에게는 또 영향이 많은데요. 몸에 한 번 들어오면 반감기가 5년 정도 됩니다. 오래 체내에 머무르는 거죠.”

생활 속 발암물질에 노출된다고 모두 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노약자들은 피하는 편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엄진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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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56&aid=0010248486&sid1=001&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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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11/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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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수 감소’ 프탈레이트, 어린이 소변에서 검출

아토피 어린이 13명의 소변 내 프탈레이트 농도 일반 어린이의 2배, 미국 어린이의 4배

오마이뉴스|고금숙
입력 15.11.21. 20:48 (수정 15.11.21. 20:48)

유럽은 ‘가습기 살균제’ 비극도 없었지만 우리보다 일찍, 그리고 더욱 강력한 화학물질 관리법을 시행했다. 이른바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 인가에 대한 법(REACH, 아래 리치)이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유럽도 신규 화학물질을 우선 사용하다가 피해가 발생하면 그제야 규제가 따라오는 식이었다. 리치가 시행되면서 생태계와 인체 건강으로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간’ 보던 관행이 뒤집히게 됐다. 이제 신규 화학물질은 용도와 노출경로에 따라 구구절절 그 안전성을 입증해야 정식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데이터가 없으면 장사도 못하는 거야(no data, no market)’를 원칙으로 삼은 리치 법은 기업의 득달 같은 반발에 부딪혔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드라큘라’였다. 유럽 내 시민단체들은 정치인과 시민들의 혈액을 뽑아 그 속에 든 유해화학물질을 검출했는데, 그 종류와 농도가 피가 주식인 드라큘라도 ‘노 땡큐’로 사양할 거라며 농을 쳤다. 결국 ‘깨끗한 피를 달라’며 생존을 위한 ‘먹부림’을 요구한 드라큘라의 공로로 리치는 무사하게 시행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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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큘라의 칫솔질 유해물질로 오염된 피를 마시고 이빨 닦는 드라큘라.
ⓒ Riccardo Cuppini (CC)
국내에서도 국립환경과학원이 일정 기간마다 시민들의 혈액과 소변 내 유해물질을 측정하여 공개한다.

올해 9월에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3~18세 어린이와 청소년 약 2400명의 혈액과 소변 내 유해물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체내 환경오염물질 농도는 어릴수록 높았고, 특히 납과 카드뮴, 그리고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일부가 미국과 캐나다 어린이들에 비해 약 2~3배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환경오염물질 노출에 취약하고 영유아기의 노출은 평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 결과가 나오자 올해 5월에 나온 어린이 교육용품 조사 결과가 퍼뜩 생각났다. 악기 케이스, 지우개, 문구 케이스, 줄넘기, 필통 등 어린이들이 만지고 노는 제품 48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0%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프탈레이트는 바로 ‘남자의 정자 수가 줄어들었다, 불임과 성조숙증이다’할 때 언급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화장품과 가정용 화학제품에 들어 있다.그 프탈레이트가 또한 PVC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어린이 교육용품에서도 이렇게 떡 하니 들어 있었다.

프탈레이트는 생식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아토피에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이기도 하다. 이 점을 고려해 서울 시내 6개 학교의 유해물질을 조사하면서, 아토피를 경험한 초등학생 13명의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농도도 함께 알아보았다. 워낙 조사비가 비싸서 13명 만을 참여했지만, 하나의 경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프탈레이트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DEHP, DBP, BBP의 대사체를 기준으로 아토피 어린이(본 조사), 국내 초등학생 조사, 미국 초등학생 조사, 그리고 다큐멘터리 <독성가족>의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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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탈레이트 (DEHP) 대사물질 농도 아토피 어린이, 국내 초등학생, 미국 초등학생, 다큐먼터리 ‘독성가족’의 결과비교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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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탈레이트 3종류 검출결과 비교 아토피 어린이, 미국 초등학생, 국내 초등학생 결과 비교
ⓒ 여성환경연대
그 결과 프탈레이트 농도가 국내 초등학생은 미국 초등학생의 약 2배, 그리고 아토피 초등학생은 미국 초등학생의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프탈레이트 농도와 아토피와의 인과관계를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아토피에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이 바로 아토피에 걸린 어린이들의 몸 속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는 경향성을 볼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몸에 들어온 지 2~3일 만에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새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의 활동으로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체내 프탈레이트가 높게 검출되었다고 질병에 바로 영향을 주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준치 이상의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는 생활이 계속될 때, 그리고 아토피처럼 환경에 민감한 경우에는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유럽의 드라큘라가 여기 오면 뭐라고 할까. 이 땅에서도 유해물질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피는 찾을 수 없었다고 불평할 것이다. 다행히도 올해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 처음으로 시행되고 있고, 몇몇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유해물질을 제품에서 걷어내고 있으니 그래도 미래의 드라큘라 ‘먹거리’는 좀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프탈레이트와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은 어린이 안심 제품은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말든기 국민행동(http://nocancer.kr/nopvc)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월, 2015/11/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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