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세계는 지금]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지역

[세계는 지금]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익명 (미확인) | 월, 2015/11/23- 14:34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1)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좌파 공화주의자, 반왕정주의자, 급진주의자, 강성 좌파, 신념에 투철한 자, 구식 좌파, 반전주의자, 공산주의자.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요? 올해 영국 노동당의 당수가 된 제레미 코빈에 대한 수식어들입니다. 영국 노동당에서도 가장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진보적 인물이 당수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세계가 주목했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cobin-3-400-300

Facebook © 2015

사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영국 노동당은 80년대에 국유화 등의 강경 사회주의 노선을 지속하다가 대처에게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요. 그러다가 97년 토니 블레어가 중도노선인 ‘제 3의 길’을 제시하며 정권을 되찾게 됩니다. 이후 13년간 노동당 정부가 통치하다가 지난 2010년 선거에서 패배해 보수당이 집권하게 됩니다. 노동당에서는 선거 패배 이후 토니 블레어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밀리반드의 당수 선출이 유력했지만, 이변이 일어납니다. 당내에서 좌파로 간주되던 동생 에드워드 밀리반드가 노조의 지지를 받아 출마했는데 처음엔 꼴찌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속도로 형을 추격하더니 결국은 1.3% 차로 승리했습니다. 별명이 ‘레드 에드(Red Ed)’였으니, 노동당으로선 이 때 이미 상당히 진보색체를 강화한 셈입니다. 하지만 노동당이 올해 총선에서도 보수당에 패배하면서 에드워드 밀리반드는 당수직을 사임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선거에서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었습니다.

cobin-400-300

Facebook © 2015

무명 좌파 의원에서 노동당 당수로

코빈의 승리는 에드 밀리반드의 승리보다 훨씬 큰 충격이었습니다. 에드 밀리반드는 당내에서 좌파로 분류되면서도 대체로 주류에 속한 반면, 코빈은 철저한 비주류였기 때문입니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 35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등록 직전까지도 15명에 불과해서 출마를 아예 못할 뻔 했습니다. 선거 흥행을 위해서 좌파 후보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코빈을 별로 지지하지도 않는 의원 20명이 서명을 해 주어서 간신히 출마했지요. 이 사람들은 나중에 크게 후회를 했다고도 합니다.

코빈은 노골적으로 사회주의자를 표방하고, 500번 넘게 당의 입장에 반대를 했습니다. 이라크 전쟁도 반대했지요. 제 3의 길 노선에 대해서는 줄곧 비판적이었습니다. 군주국인 영국에서 왕정 페지론자이기도 합니다. 여왕과의 첫 공식 대면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레미 코빈의 등장으로 노동당은 중도 노선에서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공약도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보수당에서 3배나 오른 대학등록금의 철폐, 완전 민영화된 철도의 공영화, NHS(국가무상의료시스템) 민영화 중단, 에너지 산업 공영화 등을 내세웠습니다. 그가 구성한 그림자내각(쉐도우캐비넷-집권후의 장관등를 사전에 임명하는 제도)도 화제입니다.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총 31명 중 16명이 여성인데요, 여전히 내무/외무 장관 등 주요 직책이 남성이라는 비판에, 코빈은 우리 내각에서는 교육과 복지가 주요 직책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최근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제레미 코빈 열풍의 대강입니다. 영국 노동당이 진보적 입장을 강화하고 있고, 당내에서 철저하게 비주류였던 한 무명의 좌파 의원이 당원과 일반인 참가자의 지지에 힘입어 당수로 선출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요?

cobin-400-282

Facebook © 2015

수수한 옆짚 아저씨의 친절한 정치

민주주의 선진국이고 제법 심각하기도 한 영국인들에게 제레미 코빈에 대해 물으면 ‘그의 정책이 진보적이라서 좋아한다’는 대답이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코빈은 누구의 말도 잘 들어준다’, ‘격의없이 사람들과 이야기 한다’, ‘그는 약속한 것을 지킬 것 같은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노선에 앞서 그 사람의 됨됨이가 신뢰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연설 스타일도 꽤나 충격적입니다. 논쟁의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부터 토론과 연설 교육에 중요하고, 대학에는 전문적인 클럽이 있습니다. 정치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접하지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몸짓, 상대를 적절히 비꼬는 풍자,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표현들을 여기에서 습득합니다. 잘 만들어진 한 명의 배우처럼 말이지요. 코빈은 달랐습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참 차분합니다. 수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옆 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여기서 ‘그는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cobin2-400-300

Facebook © 2015

코빈은 또 수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노동당 연례 컨퍼런스에서 입고 나온 그의 자켓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요. 그가 초선의원이던 시절에, 보수당 소속의 한 의원은 코빈이 누추한 차림으로 방송에 나오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했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례한 요구이기도 한데, 코빈은 ‘의회는 패션쇼장이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대꾸했을 뿐이죠. 지금도 이런 서민적인 옷차림과 온화한 태도는 많은 호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노동당 연례 컨퍼런스에서 그는 특이한 연설을 하나 합니다. 노동당이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당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입니다. 한 대목을 옮겨볼까 합니다.

인신공격에 지친 시민들을 위하여

“우리가 새로운 정치를 위해 해야 하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미 당수 선거에서 이것을 대해 누차 말했습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개인적 비난도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존중하십시오. 당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우하십시오. 동의하든 안하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논쟁하십시오. 나는 어떠한 무례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사회를 보살필 수 있는 더 친절한 정치(kinder politics)를 의망합니다. 모든 당원들에게 당부합니다. 누구에게든 인신공격을 하지 마십시오.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가치를 정치로 다시 가져옵시다.” (제레미 코빈의 동영상 보기 ☞클릭)

영국에서는 제레미 코빈이,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이런 변화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단지 그들의 노선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덮어버린 샌더스, “누구에게든 인신공격을 하지 말라”는 코빈을 보면서, 한국의 진보가 배워야 할 것은 정치를 다시 복원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존하는 정치를 비꼬고 비난하는 것만큼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것도 없고, 정치 혐오보다 진보에게 더 해로운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글_이관후 (연구조정위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202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총 3회에 걸쳐 지역파트너의 기획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각 지역의 파트너들은 ‘진로 탐색의 의미’, ‘청소년들과 관계 맺기’, ‘지역사회와 상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저마다의 가치와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결과물 안에 전부 담아낼 수 없었던 이들의 진솔한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한번 들여다볼까요?

① 진로 고민, 실패하면 안 되나요?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② 중학생들의 진로 고민: 느린 변화 응원해주기 (춘향골교육공동체)
③ 우리가 미리 정해놓지 않으려고요 (진주결교육공동체 결)

청소년 진로 프로젝트인데 어른들의 이야기라니, 살짝 의아하신가요? 지역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역기관 실무자들은 청소년 당사자만큼이나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때론 청소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소한 변화의 순간까지 발견하기도 하죠. 첫 시작은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입니다. 청소년들을 통해 ‘실패’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있는 길잡이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지역파트너 선생님과의 인터뷰 현장.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마을이나 학교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을까?”

Q. 지리산권은 지역적 특성이 굉장히 뚜렷한데요. 진로탐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이런 색깔이 드러나거나, 서로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송재호: 일단 여긴 동네 규모가 작죠. 지리산권 내 중학교 4개, 고등학교 1개에 학생 수도 적어요.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13년 가까이를 같은 친구들과 쭉 함께 가는 셈입니다. 작은 학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끈끈한 관계가 잘 유지되면 둘도 없는 힘이 되는데, 한 번 어긋나면 그 관계의 피로도가 상상도 못하게 깊어요. 관점과 관계가 넓어져야 해소되는 부분이 있는데, 진로 프로젝트가 이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 느낌이에요.

김경미: 청소년 당사자만이 아니라 마을과 교사도 함께 변해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 말고도 마을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잖아요. 학교에서 만날 때는 아무래도 교과 수업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학교 밖에서 오히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또 그걸 지켜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돼요.

조창숙: ‘진로교육은 학교나 진로체험센터가 한다’는 관점도 변하는 것 같아요. 작년 프로젝트 가운데 ‘퀼트’팀 A라는 친구는 처음에 자기 관심사를 학교에서 동아리로 만들어보려고 했다가 잘 안 됐어요. 동아리는 3명 이상이어야 되니까. 그런데 A를 옆에서 본 J라는 아이가 그걸 내일상상프로젝트로 해보자고 제안을 한 거예요. 둘이서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웃음). 그러다 기획단계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새로운 친구를 또 만나게 되고. 그렇게 연결이 됐죠.

Q. 학생들을 ‘1/n’로 두고 일괄 진행하는 교육이 아니라 필요한 청소년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겠네요. 학교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죠?

유혜경: 진로수업은 보통 학생들한테 ‘가서 너희 아버지 직업을 보고 와라’라든가, 학교에서 직종 몇 개를 연결해주며 체험을 시키잖아요? 항상 ‘해야 한다’고만 말하고, 그걸 어떻게 해야 되고 앞으로 내 삶과 무슨 관계인지 본인들은 잘 모르는 거죠.


▲초중등교사이면서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헤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송재호(좌)·김경미(우) 길잡이교사

김경미: 사실 교사가 중심이 돼서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저부터 ‘얘들아 이거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자신이 없어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니까, 스스로 자신감도 높고 할 말도 많은 게 아닐까. 내년부터 자유학년제가 일반화되는데, 프로젝트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요.

조창숙: 학교와 내일상상프로젝트 모두 각자 역할을 충실하게 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다고 봐요. 한편으로는 정보가 없거나 관계가 껄끄러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청소년도 분명 있잖아요. 이런 정보나 문화자본의 격차를 해소해주는 게 보편교육으로서 학교의 역할이라면,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참여 자 수는 적지만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겠죠.

송재호: 아무래도 공교육과 연계를 생각 안 할 수 없는데, 이런 변화가 교실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하죠. 작년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친구가 학교에 가서 자기 경험을 나눠주고, 올해 다른 친구들을 모아서 데려오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자연스럽고도 좋은 순환 같아요.

“지역사회 연결? 추상적 접근이 아닌

프로젝트의 자연스러운 과정”

유혜경: 작년 지리산에서 내일생각워크숍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내가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였어요. 나와 내 주변에 눈을 돌려보는 시간으로 의미가 있었는데, 한편으로 이런 고민이 숙제처럼 들더라고요. 중학생 또래에게 ‘지역’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지 않을까? 어른의 관점에서 너무 쉽게 재단하고 끌어가려는 건 아닐까?

조창숙: 이 부분은 오히려 청소년들이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인월다큐’팀은 마을시장을 배경으로 다큐를 찍으면서 직접 마을 어른들을 만났어요. 잼을 만들어 팔고 마을벽화를 그렸던 ‘응답하라 2005’도 마찬가지고요. ‘물건을 팔려면 시장상회를 찾아가야 하고, 물품을 사거나 벽화 그릴 장소를 정하려면 정보를 가지고 있는 면사무소에 가면 어떨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루트를 찾게 되고, 궁금하면 묻고 하는 과정이었어요. ‘지역자원 연결’이라는 개념을 추상적 명제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안에서 실천하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죠.

김경미: 그렇게 착착 연결이 되는 건 마을이 작아서 가능한 측면도 있어요. 넓은 지역은 그만큼 많은 자원들을 찾아다니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데, 반경 안에 모든 것들이 있다 보니 조금만 물어보면 해결책이 있으니까. 작년에 그런 작은 시도들이 되게 잘 됐고, 그게 2차년인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어요.


▲2019 내일찾기프로젝트 ‘응답하라 2005’팀의 마을벽화그리기

Q. 길잡이교사로서 자율과 개입 사이에서 고민이 많으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두 가지를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송재호: 청소년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도, 일방적으로 가치를 주입하는 기성 어른이 되지 않는 것. 정말 쉽지 않죠. 청소년들을 만나면서도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조창숙: 작년에 고2 청소년들 7명이 모여 청소년기획단을 운영했어요. 이 친구들이 워크숍과 상상캠프까지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이후 입시 등으로 프로젝트까지 이어지지 못했어요. 이게 일회성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냥 ‘실패’로만 남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프로젝트 활동을 하다가도 입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청소년 진로의 현실이잖아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바꾸거나 조정하려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 ▲중학교 교사이자 내일상상 파트너인 유혜경 길잡이교사(좌)

유혜경: 최종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떤 주제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청소년이어야 하겠죠. 다만 아무런 정보 없이 ‘너네 하고 싶은대로 다 해봐“가 진로 탐색은 아니잖아요?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길은 이만큼 다양한데, 넌 뭘 해볼래?”라고 제안하고 믿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3년, 결과물 안에는 전부 담기지 않는 변화들”

Q. 내일상상프로젝트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바라보고 가죠. 이런 특성이 진로와 진학 고민의 한 가운데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까요?

송재호: 6개월, 1년 단위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단기 직업체험이 아닌 바에야 그 짧은 기간에 어떤 활동이 가능할지, 잘 그려지지가 않아요. 1년 안에 의미를 찾아야 하다 보니 성과를 의식하게 되고, 청소년들에게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대하게 되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진로와 삶의 고민은 3년, 6년,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거잖아요.

유혜경: 작년에 지리산에서 진행한 3개의 프로젝트 중에는 관심 분야를 비교적 명확히 찾은 친구도 있고, 지금 막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는 친구도 있어요. “우리 내년에도 만날 수 있나요?”, “내년에는 이 주제를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어요.” 이런 말을 해주는 게 저는 오랜 기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신뢰라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년들의 바람에 응답하고 그걸 지지해주고, 다음을 약속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 조창숙 대표

조창숙: 실제로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작은 변화들이 매일매일 일어나요. 좋아했던 관심사가 갑자기 변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의지나 자발성이 영향을 받죠. 자기 인식, 지역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건 수치로 환산되지도 않을뿐더러 프로젝트 결과물 안에는 담기지 않는 것들이거든요.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긴 변화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진로라는 게 어떤 한 가지 길만 제시하는 매뉴얼이 아닌 만큼 청소년들의 입시 고민과 친구 관계, 그밖에 수많은 변수가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길잡이 교사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작은 실패도 그냥 실패로만 남지 않도록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내일상상프로젝트가 지닌 진로 탐색의 힘이 아닌지 다시 돌아봅니다. 다음에는 기획인터뷰 2편에서는 남원 춘향골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202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직업 체험 위주 진로교육에서 탈피해, 청소년이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남원 지리산), 춘향골교육공동체(남원 시내), 진주교육공동체 결(진주)이 지역 수행 주체로서 희망제작소와 함께 청소년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촉진·확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내-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글/사진: 이시원 시민주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인터뷰 진행: 유진 시민주권센터 팀장·[email protected]

수, 2020/07/29- 20:37
1
0

전 세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를 앞두고 다양한 분야의 역할과 변화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럽 전 지역의 400개가 넘는 리빙랩이 모인 국제적 연합체인 유럽리빙랩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이하 ENoLL)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COVID-19: Current actions preparing our digital societies for a post-COVID future)와 관련해 연속적으로 웨비나(자세히 보기)를 열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ENoLL의 혁신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ENoLL은 지난 7월 14일 ‘유럽의 중소기업과 포스트 코로나19의 디지털 사회를 위한 오픈 혁신’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코로나19 웨비나를 열었습니다. 페르난도 발라리뇨 ENoLL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경제 전망에 관해 발표했고, 이후 유럽의 중소기업 사례를 나눴습니다. 지난 중소기업 1편에 이어 중소기업 2편에서는 디지털 미식랩에 관한 내용을 전합니다.

포스트 코로나19의 디지털 미식(美食)

발제자로 나선 호세 펠라즈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전문가로, LABe에서 디지털 미식랩(Digital Gastronomy Lab)을 이끌고 있습니다. LABe의디지털 미식랩은 미래 미식(美食), 즉 요리법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실험하는 곳입니다.


▲ LABe 홈페이지(https://www.labe-dgl.com/) 갈무리

LABe는 함께 창조하고, 실험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미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식 생태계는 리빙랩, 스타트업과 기업을 이어주는 허브, 미식계에서 주요한 인물들과 함께 협력도 할 수 있는 환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미식랩의 중심축, 열린 혁신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

LABe는 열린 혁신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 두 축의 미션을 중심으로 혁신 방법론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미식의 기술적 발전과 제품•서비스•경험•비즈니스모델 혁신을 결합하는 이상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위 미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열린 혁신은 그야말로 다양한 관계를 중심으로 한 실험입니다. 기업·사람·기관 간 교류와 협력을 기반한 혁신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시너지가 생기고, 정보와 아이디어의 흐름도 활발해집니다. 여기서 LABe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착수하기 위해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LABe 홈페이지(https://www.labe-dgl.com/) 갈무리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는 과정의 중심에 사람을 고려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가 겪는 경험이나 불편함에 공감하며, 실제 사용자들이 원하는 욕구를 찾으며 그 이유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LABe는 두 축의 미션을 바탕으로 열린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공동 작업 공간: 서른 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사무실 공간으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커피를 마시거나, 회의하거나, 전화하거나, 자체적으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 프로토타입 공간 및 주방: 공동 작업 공간에서 도출된 여러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실험할 수 있도록 장비가 갖춰진 공간입니다.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현실에 적용 가능한 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 테스트를 위한 요리공간: 요리, 제품, 서비스,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보여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신이 실험하고 있는 레스토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까다로운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 실험실: 일종의 다감각을 이용해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다이닝룸입니다. 306도 테이블로 구성된 10인용 전용 식당에서는 공간에 투사된 영상, 아로마 향, 요리까지 한꺼번에 다중감각 미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오픈쇼: 미식 분야의 전문가, 셰프, 투자자 및 기타 사업가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어떻게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지 지식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 LABe에서 운영 중인 다섯 공간의 모습. LABe 홈페이지(https://www.labe-dgl.com/) 갈무리

이처럼 LABe는 여러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워크숍을 열고,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만, LABe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서로 만나며 교류하는 공간을 당분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원격 화상 모임으로 코로나19 이전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예컨대 오픈 워크숍 ‘미로(Miro)’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실험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수렴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NoLL 코로나19 웨비나 연재를 마치며

희망제작소는 지난 4월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된 ENoLL의 코로나 웨비나 내용을 총 7회에 걸쳐 간추려 전했습니다. ENoLL 코로나 웨비나에서는 의료, 교육, 기업 분야의 리빙랩 사례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생각 거리를 나눴습니다.

더불어 위기에 적응하는 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가치를 재정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습니다.

[연재①] 코로나19 웨비나 갈리시아 의료리빙랩
[연재②] 코로나19 웨비나 EIT 의료리빙랩
[연재③] 코로나19 웨비나-호주 의료리빙랩
[연재④] 참여 리더십 발휘하는 스페인 미디어랩
[연재⑤] 코로나19, 온라인 학습으로의 도약
[연재⑥] 코로나19와 유럽의 중소기업
[연재⑦] 열린 혁신 추구하는 미식랩

유럽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리빙랩’ 플랫폼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탐색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글/정리: 정보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금, 2020/08/07- 20:28
1
0
희망제작소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지역혁신 실험 사례를 주목합니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총 6회에 걸쳐 전합니다. 과거에 진행된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사례를 통해 현장에 반영할 만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오쟈로구(Quarto Oggiaro)는 범죄가 만연한 낙후지역으로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습니다. 시정부는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주민과 이해당사자의 소속감과 신뢰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변화를 시도할 때 상호신뢰는 다양한 주체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모으는 밑바탕이 됩니다.

오쟈로 구는 도시재생의 핵심으로 신뢰 구축에 힘씁니다. 유럽연합(EU)의 ‘My neighbourhood, My city’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민 스스로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마치 게임 같은 원리와 주민의 참여를 촉진한 디지털 플랫폼 활용으로 공동체 회복을 어떻게 꾀했는지 살펴봅니다.

Challenges : 범죄, 마약에 노출된 도시…신뢰도도 바닥

오쟈로 구는 밀라노 교외 지역으로 조직범죄와 마약 문제에 시달리는 곳이었습니다. 밀라노시와 오쟈로 구 차원에서 도시재생 계획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노인복지, 교육 분야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시민단체와 지역 내 비영리단체가 있었지만, 해당 단체와 조직 간 분야별 경계가 명확하고, 의구심이 높아 지역 차원의 협업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쟈로 지역의 자원을 모으기 위해서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신뢰를 쌓을 만한 계기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지역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신뢰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질적인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Solution & Action : 신뢰 회복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실마리 발견해

오쟈로 구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무너진 신뢰의 복원을 주목합니다. 첫 단계로 주민의 공통된 관심사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이 ‘도시재생’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보다 일상 속 문제해결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는 게 쉽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리빙랩 방식을 결합하면서 협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유럽연합이 재정을 지원하는 ‘My neighbourhood, My city’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게임화(gamification)와 같은 새로운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리빙랩이라는 방법론과 결합해 추진되었습니다.

‘My neighbourhood, My city’ 프로젝트는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되 기존 도시정보 앱인 ‘My City Way’, ‘Foursquare’의 데이터와 기능을 결합해 오쟈로 구의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넓혔습니다. 예컨대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참여할 뿐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의 참여를 권유할 수 있도록 ‘게임화’ 요소를 부여했습니다.

이처럼 ‘My neighbourhood, My city’ 리빙랩 방식은 지역을 재건하고,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들을 다시 연결해 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둔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유럽연합 50%, 회원국의 영리/비영리 기관 50%의 부담으로 마련된 기금으로 운영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이 서로 연결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Impact & Achievement :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한 리빙랩 활성화

‘My neighbourhood, My city’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상호 신뢰가 회복되자 지역단체와 부문 간 협업도 활발해졌습니다. 프로젝트 당시 나온 아이디어들은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3개의 리빙랩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각각의 리빙랩은 진행 과정에서 기업, 대학, 분야별 전문가가 협업해 다른 지역에 확산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데 힘썼습니다.

‘Fourth food’는 오쟈로 구 내 호텔업체가 저비용 급식서비스로, 학생들이 직접 지역 노령층의 영양 균형을 위한 식단을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젊은이와 고령층 사이에 대화와 소통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Quarto Gardening’은 학교와 직업현장을 연계해 오쟈로 구 지역의 녹지를 주민에게 제공하는 리빙랩입니다. 빠레또 농업학교 (the Pareto agricultural institute)의 학생이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작물을 생산하는 동시에 실습 과정으로 학점을 이수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리빙랩은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바를 실습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흥미를 잃고 중퇴하는 비율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My neighbourhood, My city’ 프로젝트를 통해 시도된 리빙랩은 흩어진 개인이 공동체로 연결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쟈르 구는 프로젝트의 성과와 주민들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하는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을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지역 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통합을 이끄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지역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춰 혁신을 시도하는 게 필요함을 일깨워줍니다.

* 참고자료
https://cordis.europa.eu/project/rcn/191955/factsheet/en
http://www.clubmilano.net/2013/12/quarto-oggiaro-smart-city/
https://cordis.europa.eu/project/rcn/191955/factsheet/en

– 글: 이동욱 시민주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0/08/20- 01:20
1
0
갈수록 지자체마다 주민 참여 정책을 확대하면서 주민 참여를 높이는 방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누비며 공무원과 주민을 직접 만나며 연구하고 있는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이하 이다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이번 희망이슈를 서울시 주민참여정책의 개선 방향, 동단위 주민참여 과정에 관해 쓰셨는데요. 주제를 선정한 배경이 무엇인가요.

이다현: 저희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통로를 확장하고, 더 쉬운 참여, 시민권한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협치’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해왔는데요, 연구내용을 종합해보니 공통적으로 ‘동 단위’ 주민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점에서 동 단위 주민참여가 중요한가요.

이다현: 협치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요, 서울시는 예산에 대한 시민의견 반영, 공무원과 시민이 협력한 협치계획 수립, 주민자치의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각 시민참여예산제, 지역사회혁신계획, 서울형 주민자치회인데요. 세 정책의 목적이나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과정을 살펴보니 동 단위에 가까워질수록 그 경계가 희미해질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주민참여 정책에 대한 주민의 피로감을 높이고, 정책의 실효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지점으로 생각합니다.

Q. 주민참여형 정책이 동단위에서 운영될 때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이다현: 첫 번째는 과정이 분리되는 문제입니다. 세 정책은 대체로 ‘의제발굴-융합,검토-주민참여를 통한 결정’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각 정책이 따로따로 진행되다 보니, 참여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는 피로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진행하는 행정의 입장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지만,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자유롭게 나눠달라’는 요구를 받는데 이 과정이 여러 번이 되는 거죠.

두 번째는 행정부서의 분리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행정조직은 기능에 따라 과나 팀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앞서 언급한 3개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를 살펴봤더니, 대체로 과 단위로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도 부서간칸막이 등으로 잘 되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 입장에서도 행정영역의 파트너가 누군인지 헷갈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인식을 주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시민사회 주체 간 협력의 어려움입니다. 동 단위는 주민자치위원회, 자생단체, 마을공동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신 분들이 많죠. 그런데 주민참여형 정책이 확대되면서 권한을 나눠야하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대표주민조직이 필요한데, 기존의 주민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일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주민자치는 주민협력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사례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이다현:지역에서는 주민참여형 정책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 은평구와 중구입니다.

은평구는 참여예산과 지역사회혁신계획을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정책이 가진 유사한 과정, 특히 의제발굴 과정을 협력하고 있는데요, 행정력을 하나로 모아 더 촘촘하게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발굴된 의제를 취지나 목적에 따라 적합한 정책으로 배분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참여중복에 대한 주민 피로감을 줄이고, 지역의제도 더 세밀하게 발굴하수 있고, 사업 간의 중복 방지도 기대할 수 있죠.

서울시 중구는 동 중심 행정이라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민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는 동 단위에서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예산, 인력, 공간을 재배치하는 거죠. 2022년까지 구와 동의 사무업무 비율을 3:7까지 조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행정조직의 재편뿐 아니라 주민을 민간파트너로 성장시키기 위한 역량강화와 권한배분도 함께 수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주민참여형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이다현: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면, 주민참여형 정책을 ‘동 단위’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과정의 융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산된 행정력을 집중하면 지역의 의제를 더 촘촘히 발굴할 수 있고, 발굴된 의제를 정책의 목적과 수위에 맞게 배치를 한다면 사업 중복도 방지하고, 사업간의 협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서의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부서통합에는 여러 고려사항이 존재하지만, 주민자치의 강화라는 흐름 속에서 주민중심 재편은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 중구가 주목할만한 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동 단위 주민 간 소통기회의 확대입니다. 사실 동 단위 주민모임은 서로의 활동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협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통의 장은 행정이 먼저 만들어준다면 협력기반이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email protected]

목, 2020/09/03- 19:34
1
0
희망제작소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지역혁신 실험 사례를 주목합니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국내외 사례를 총 6회에 걸쳐 전합니다. 과거에 진행된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사례를 통해 현장에 반영할 만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Summary & Description : 기존의 문제를 푸는 법, 공동 디자인

핀란드 정부는 사용자 중심-인간 중심의 서비스(정책) 디자인의 핵심인 ‘공동 디자인 (Co-designing)’을 위한 이민국 내 서비스 디자인 스튜디오(부서)를 설치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관료적인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도 부서 간 장벽에 가로 막혀 정책과 기술이 사용자에게 와 닿지 않은 지점을 주목한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자-입안자, 정부의 부서 간, 정부와 다른 이해당사자 간 공동 디자인을 위한 도구와 사고방식이 필요했습니다. 핀란드 이민국 내 설치된 서비스디자인 팀인 인란드 디자인 (InLand Design : 홈페이지)은 공동 디자인 과정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인공지능 챗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거뒀습니다.

인란드 디자인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개별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역할을 제한두지 않습니다 부서 내, 부서 간, 그리고 정부와 외부 주체 간 소통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공동 디자인 방법론, 협업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공동 디자인’ 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inland from inland studio on Vimeo.

Challenges : 익숙한 관료주의에 불필요한 행정 소요 

인란드 디자인은 혁신을 위해 공동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던 시기에 설치되었습니다. 2015년 이후 핀란드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합리화와 개선을 위해 디지털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습니다. 재무부는 2017년 각 부처를 대상으로 ‘D9’이라는 공무원과 디지털화 컨설팅 팀을 만들었고, 해당 팀마다 서비스 디자이너가 포함되었습니다. 같은 해, 이민국에서도 서비스 디자이너가 합류해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공식 지원부서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두 조직 모두 공공정책에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공동 디자인이 작동한 사례입니다. D9은 여러 부처 및 민간 서비스 제공자와 공동 디자인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 소요를 줄이는 디지털화를 지원했으며, 인란드 디자인은 서비스의 사용자인 이민자, 이민국 내 여러 부서와 공동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인란드 디자인의 프로젝트는 이민국 이외 다른 부서 및 정부 기관과 협업하는 등 점차 확대됐습니다. 예컨대 2017년 이민국에서는 밀려드는 난민신청 및 이민 문의가 많아 전체 문의 중 22%가량 응대할 수 있었습니다. 인란드 디자인은 전화 문의 중 90%가 단순 정보를 묻는 내용임을 파악했습니다. 상담원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10%에 해당되는 심도 깊은 문의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이에 관해 인란드 디자인은 이민자 및 전문가와의 공동 디자인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Solution & Action : 이민국에 쏟아지는 문의 전화, 다시 들여다보다 

인란드 디자인은 90%의 단순 문의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을 개발했습니다. 일반 전화부터 위챗, 페이스북 채팅, 스카이프 등 다양한 기존 소통 서비스를 이용해 많은 수의 문의자를 동시에 응대할 수 있었습니다. 각 개발 과정에는 공동 디자인 과정이 도입되었습니다. 2017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2020년까지 전체 이민국 고객 서비스 업무 중 90%가량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인란드 디자인 홈페이지 갈무리: 챗봇 http://inlanddesign.fi/

Impact & Achievement : 응대 서비스 개선과 업무 환경 개선 효과 누려

서비스 디자인에 공동 디자인을 도입한 것은 기존 관료체계에서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이민국 고객센터와 민원 부서의 업무 폭주 상황에 관해 새롭게 문제를 규정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직원의 업무환경 개선 효과를 거뒀습니다. 부서 간 장벽 문제를 뛰어넘는 공동 디자인은 다른 각도로 문제를 파악하고, 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인란드 디자인은 현재 개별 프로젝트 수행과 더불어 공동 디자인의 사고방식을 정착하고, 확산하는 기획 역할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동 디자인과 실험적인 문화의 확산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자료
https://medium.com/inland/service-design-within-finnish-immigration-services-327d281b7825
https://medium.com/inland/our-team-marianas-presentation-5aada40793f1
https://medium.com/inland/initiatives-to-bring-co-design-to-the-organization-6f1dd6ec100c
https://medium.com/inland/co-designing-the-customer-service-chatbot-in-kuhmo-eaa2fb024226

– 글: 이동욱 시민주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0/09/17- 17:23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