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세계는 지금]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지역

[세계는 지금]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익명 (미확인) | 월, 2015/11/23- 14:34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11)
영국 신사 제레미 코빈의 친절한 정치

좌파 공화주의자, 반왕정주의자, 급진주의자, 강성 좌파, 신념에 투철한 자, 구식 좌파, 반전주의자, 공산주의자.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요? 올해 영국 노동당의 당수가 된 제레미 코빈에 대한 수식어들입니다. 영국 노동당에서도 가장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진보적 인물이 당수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세계가 주목했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cobin-3-400-300

Facebook © 2015

사실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영국 노동당은 80년대에 국유화 등의 강경 사회주의 노선을 지속하다가 대처에게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요. 그러다가 97년 토니 블레어가 중도노선인 ‘제 3의 길’을 제시하며 정권을 되찾게 됩니다. 이후 13년간 노동당 정부가 통치하다가 지난 2010년 선거에서 패배해 보수당이 집권하게 됩니다. 노동당에서는 선거 패배 이후 토니 블레어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밀리반드의 당수 선출이 유력했지만, 이변이 일어납니다. 당내에서 좌파로 간주되던 동생 에드워드 밀리반드가 노조의 지지를 받아 출마했는데 처음엔 꼴찌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속도로 형을 추격하더니 결국은 1.3% 차로 승리했습니다. 별명이 ‘레드 에드(Red Ed)’였으니, 노동당으로선 이 때 이미 상당히 진보색체를 강화한 셈입니다. 하지만 노동당이 올해 총선에서도 보수당에 패배하면서 에드워드 밀리반드는 당수직을 사임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선거에서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 당수로 선출되었습니다.

cobin-400-300

Facebook © 2015

무명 좌파 의원에서 노동당 당수로

코빈의 승리는 에드 밀리반드의 승리보다 훨씬 큰 충격이었습니다. 에드 밀리반드는 당내에서 좌파로 분류되면서도 대체로 주류에 속한 반면, 코빈은 철저한 비주류였기 때문입니다. 후보 등록을 위해서 35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등록 직전까지도 15명에 불과해서 출마를 아예 못할 뻔 했습니다. 선거 흥행을 위해서 좌파 후보도 하나쯤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코빈을 별로 지지하지도 않는 의원 20명이 서명을 해 주어서 간신히 출마했지요. 이 사람들은 나중에 크게 후회를 했다고도 합니다.

코빈은 노골적으로 사회주의자를 표방하고, 500번 넘게 당의 입장에 반대를 했습니다. 이라크 전쟁도 반대했지요. 제 3의 길 노선에 대해서는 줄곧 비판적이었습니다. 군주국인 영국에서 왕정 페지론자이기도 합니다. 여왕과의 첫 공식 대면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레미 코빈의 등장으로 노동당은 중도 노선에서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공약도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보수당에서 3배나 오른 대학등록금의 철폐, 완전 민영화된 철도의 공영화, NHS(국가무상의료시스템) 민영화 중단, 에너지 산업 공영화 등을 내세웠습니다. 그가 구성한 그림자내각(쉐도우캐비넷-집권후의 장관등를 사전에 임명하는 제도)도 화제입니다.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총 31명 중 16명이 여성인데요, 여전히 내무/외무 장관 등 주요 직책이 남성이라는 비판에, 코빈은 우리 내각에서는 교육과 복지가 주요 직책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최근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제레미 코빈 열풍의 대강입니다. 영국 노동당이 진보적 입장을 강화하고 있고, 당내에서 철저하게 비주류였던 한 무명의 좌파 의원이 당원과 일반인 참가자의 지지에 힘입어 당수로 선출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전부일까요?

cobin-400-282

Facebook © 2015

수수한 옆짚 아저씨의 친절한 정치

민주주의 선진국이고 제법 심각하기도 한 영국인들에게 제레미 코빈에 대해 물으면 ‘그의 정책이 진보적이라서 좋아한다’는 대답이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코빈은 누구의 말도 잘 들어준다’, ‘격의없이 사람들과 이야기 한다’, ‘그는 약속한 것을 지킬 것 같은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노선에 앞서 그 사람의 됨됨이가 신뢰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연설 스타일도 꽤나 충격적입니다. 논쟁의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부터 토론과 연설 교육에 중요하고, 대학에는 전문적인 클럽이 있습니다. 정치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접하지요.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와 몸짓, 상대를 적절히 비꼬는 풍자,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표현들을 여기에서 습득합니다. 잘 만들어진 한 명의 배우처럼 말이지요. 코빈은 달랐습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참 차분합니다. 수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옆 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여기서 ‘그는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cobin2-400-300

Facebook © 2015

코빈은 또 수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노동당 연례 컨퍼런스에서 입고 나온 그의 자켓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지요. 그가 초선의원이던 시절에, 보수당 소속의 한 의원은 코빈이 누추한 차림으로 방송에 나오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했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례한 요구이기도 한데, 코빈은 ‘의회는 패션쇼장이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대꾸했을 뿐이죠. 지금도 이런 서민적인 옷차림과 온화한 태도는 많은 호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노동당 연례 컨퍼런스에서 그는 특이한 연설을 하나 합니다. 노동당이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당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입니다. 한 대목을 옮겨볼까 합니다.

인신공격에 지친 시민들을 위하여

“우리가 새로운 정치를 위해 해야 하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미 당수 선거에서 이것을 대해 누차 말했습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개인적 비난도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존중하십시오. 당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대우하십시오. 동의하든 안하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논쟁하십시오. 나는 어떠한 무례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사회를 보살필 수 있는 더 친절한 정치(kinder politics)를 의망합니다. 모든 당원들에게 당부합니다. 누구에게든 인신공격을 하지 마십시오.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가치를 정치로 다시 가져옵시다.” (제레미 코빈의 동영상 보기 ☞클릭)

영국에서는 제레미 코빈이,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도 이런 변화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단지 그들의 노선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덮어버린 샌더스, “누구에게든 인신공격을 하지 말라”는 코빈을 보면서, 한국의 진보가 배워야 할 것은 정치를 다시 복원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존하는 정치를 비꼬고 비난하는 것만큼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것도 없고, 정치 혐오보다 진보에게 더 해로운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글_이관후 (연구조정위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날 국민의당이 발표한 공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단수후보자 - 총 23개 선거구> ▲ 서울 6개 선거구 광진구갑 김한길(63) 노원구병 안철수(55) 성북구갑 도천수(63) 성북구을...
월, 2016/03/14- 16:05
176
0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 결과※( )안은 탈락자◆서울(6)- 광진구을(확정)=정준길, (이병웅)- 성북구갑(확정)=정태근, (권신일)- 노원구을(확정)=홍범식, (김태현)- 금천구(확정)=한인수, (김정훈)- 강동구갑(확정)=신동우, (권태웅)...
월, 2016/03/14- 16:05
82
0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서울 6곳광진구을 정준길성북구갑 정태근노원구을 홍범식금천구 한인수강동구갑 신동우강동구을 이재영 ◆부산 2곳부산진구갑 나성린 정근 결선투표부산수영구 유재중 ◆대전 중구 이은권 ◆세종시...
월, 2016/03/14- 15:54
169
0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어 “새누리당 소속은 김기선(강원 원주시갑), 김동완(충남 당진시), 김명연(경기 안산시단원구갑),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 김을동(서울 송파구병), 김태원(경기 고양시을), 김한표(경남 거제시)...
화, 2016/03/29- 13:57
35
0
이후 서울로 돌아와, 전국개인택시 연합회와 송파구 시장 등을 방문해 유권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제 경남 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늘은 충남 당진과 서산 등 시장을 돌며 독자 유세 지원을 이어가고...
화, 2016/03/29- 13:39
10
0
29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7일 부산 북구강서구갑 유권자 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재수 더민주 후보 51.8%,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가 38.5%를 기록해 전...
화, 2016/03/29- 10:31
229
0
북강서을 여론조사는 같은 날 북강서을(북구 화명·덕천동, 강서구 대저·강동·명지·가락·가덕·녹산동) 지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월, 2016/03/28- 23:03
42
0
북강서을 여론조사는 같은 날 북강서을(북구 화명·덕천동, 강서구 대저·강동·명지·가락·가덕·녹산동) 지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
월, 2016/03/28- 23:03
240
0
강서구와 영등포구 4개 선거구는 17~19대 총선에서 매번 여야 당선자가 바뀌는 등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초반 판세는 19대 총선 결과와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28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월, 2016/03/28- 19:05
199
0
서울에서 분구로 새로 등장한 강서병 지역구는 새누리당 유영 전 강서구청장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51) 현역...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이준석 예비후보에 낙승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을 유지하고...
목, 2016/03/24- 07:34
211
0
서울 서초을의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은 여론조사 경선에서 박근혜 정부 ‘개국공신’인 친박(친박근혜)계... 정송학(서울 광진갑) 전 광진구청장, 유영(서울 강서병) 전 강서구청장, 한인수(서울 금천) 전 금천구청장, 김두겸...
수, 2016/03/23- 01:57
29
0
선거구 분구에 따라 서울에선 강서구와 강남구에 각각 1곳씩 2곳의 새로운 선거구가 생겼고, 중구와 성동구가... 하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대략적으로 예상해볼 수는 있다. <마부작침>은 한국갤럽이 3월 1주차...
화, 2016/03/22- 13:26
64
0
[공천 확정] (여론조사 후 확정) ▲서울 종로 오세훈(55·전 서울시장) ▲중구성동구을 지상욱(50·정당인)... 의원) ▲강서구병 유영(68·미래정책연구소 이사) ▲중구성동구갑 김동성(45·전 의원) ▲구로구갑 김승제(64...
월, 2016/03/21- 18:20
23
0
이상휘 전 춘추관장(서울 동작갑)은 결선 여론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서울 강서병의 유영 전 강서구청장도 결선행을 확정 지었다. 경선배제됐던 친유계 권은희 의원(대구 북을)은 20일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월, 2016/03/21- 03:22
74
0
[공천 확정] (여론조사 후 확정) ▲서울 종로 오세훈(55·전 서울시장) ▲광진갑 정송학(62·정당인)... 의원) ▲강서구병 유영(68·미래정책연구소 이사) ▲중구성동구갑 김동성(45·전 의원) ▲구로구갑 김승제(64·정당인)...
일, 2016/03/20- 23:05
291
0